나에게서 "저 교회에 다시 다닙니다."란 말을 들은 분들은 100%라고 해도 좋을 만큼 어느 교단의 무슨 교회인지 묻는다. 독립교단 교회라 하면 이상한 곳이 아닌가 의심한다. 지난 주 한 지인으로부터는 박태웅 씨가 다니는 교회가 이상한 곳이 아닌지 알아보아야겠으니 그 교회의 설교 자료를 보내달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 분에게 교회 다닌다는 말을 한 것은 “그 좋은 머리로 왜 하나님을 모를까?”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나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 나는 충분히, 때로 과할 정도로 비판적이기 때문이고 그간의 자연과학 공부를 통해 알게 된 내용에 근거해 생긴 겸허한 마음 으로 다시 교회에 참석하기 때문이고 진화론 및 지질학 등과 신앙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복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복을 우선 가치로 추구하지 않는다.

 

내 신앙의 의의를 중요한 것부터 나열하자면 첫째는 절대자에 대한 의리(義理)이고 둘째는 반듯하게 살기 위해 스스로 부과하는 의무(義務)이고 셋째는 공동체적 정서에 대한 의지(依支) 차원이다. 나는 기독교 목회자들이 개인적 차원의 신앙 만큼 우리 사회의 아픔과 불의를 해명하는 사회학적 상상력의 신학에도 시간을 많이 내주기를 바란다.

 

기독교인들이 보이는 이해 못할 행동 가운데 하나는 신에 대해 의문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섭리한다는 분에 대한 의문은 자연스럽다. 내가 의문을 갖는 것은 기독교를 의심하고 훼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앙을 더 깊게 하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알아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신앙은 논리와 다르다고 하지만 가능한 한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사람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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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거나 일별하다가 제목이든 저자 이름이든 좋은 책을 기억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그런 것은 왜 기억하느냐?고 묻곤 한다. 그런데 좋은 책을 다 읽을 수 없기에 읽지 못하는 책들을 필요한 경우 활용하기 위해 제목이나 저자 이름, 출판사 이름 중 하나라도 기억하는 것이 좋다. 보관함에 책을 담아두지만 급할 때는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많은 책을 담아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눈에 띄는 내용을 얼핏 읽고 좋다고 생각해 (이름 등을 기억하지 않고) 담아두기만 하면 그런 경우가 생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필요하다 싶으면 담아두고 중요한 책은 저자 이름이나 책 제목을 기억해야 도움이 된다. 어떤 책이 유용한지 여부는 내가 쓰는 글의 성격에 좌우되지만 결국 기억에 좌우된다. 저자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유사시에 이용하기(인용하기) 위해서이지만 머리 속 어느 구석엔가 자리하는 세부 내용들을 떠올려 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이 쌓인다. 현실에서도 쌓이고 온라인에서도 쌓인다. 그 만큼 피로도도 가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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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지질해설 근무 4년차의 해다. 내 포지션의 기본이 수업(受業)이 아닌 근무이기에 공부를 많이 할 여건이 아님을 감안하더라도 내가 지질에 대해 알아내고 현장에 활용한 정도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친구에게 이제야 공부가 뭔지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어떻게 해야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공부가 되는지 알 것 같다는 말이다.

 

지질 공부는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든다. 연천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질은 물론 역사, 고고학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주의(注意)가 산만하지만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서울 해설까지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분주하기까지 하다. 물론 이로 인해 이런 해설 저런 해설을 해야 하는 내 사정은 좋은 추억거리로 작용하기도 한다.

 

오늘 퇴근 하고 집 앞에 와 있는 책을 주워들며 감사함과 흥분을 느꼈다. 내가 공저자로 참여한 책이 저자(의 한 사람)인 내게 온 것이다. 공저자들의 글 제목을 일별하고 내 글의 제목에만 창의적이라는 글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쓴 글은 ’창의적 공공역사가가 되는 길‘이다.

 

고양에서 문화해설을 하는 페친에게 출간 소식을 알리자 그는 책 출간이 자신 같은 사람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말을 했다. 마지막이라 하기는 그렇지만 그것이 의미 있는 도전임은 나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어떻든 나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전했다. 이는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은 지구과학 책을 이것 저것 읽으며 보내고 있다. 인문학 책을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10년전 한창 과학 책을 많이 읽을 때는 그래도 한 권을 다 읽고 서평도 쓰고 넘어갔지만 지구과학 책은 사정이 다른 듯 하다. 해설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하는 까닭에 완전히 이해하려는 약간은 강박적인 생각이 독서를 더디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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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전인 1999년 철학자 이정우 교수의 ‘담론의 공간’에서 “아날 학파는 사건들로 시끄러운 역사의 표면 아래에서 거의 무의식과도 같은 평형들을 밝혀냈다.”는 글을 읽었다. 당시 내가 ‘담론의 공간’을 읽은 것은 동(同) 저자가 2년전에 낸 ‘가로지르기’를 읽으며 느낀 참신감(斬新感)을 지속적인 공부로 이어나가려는 의도에서였다. 그 이후 성과는 시원치 않았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올해 6월 최호근 교수의 ‘역사 문해력 수업’을 읽었다. 이 책에서 ‘아날학파의 거두‘ 페르낭 브로델에 관한 글을 만났다. ’역사적 시간의 세 층위; 파도(波濤)의 시간, 해류(海流)의 시간, 해구(海溝)의 시간‘이란 글이다. ’역사 문해력 수업‘은 ’담론의 공간‘을 읽은 데다가 지질을 공부하는 내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파도의 시간은 변화무쌍한 것 같지만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파악하기 쉬운 사건의 시간이다. 해류의 시간은 흐름을 타고 전개되는 시간으로서 이를 포착하려면 세대와 세기의 단위가 필요하다. 해구의 시간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구조적 단위의 시간이다. 이런 비유는 이야기의 끈’에서 철학자 김상환 교수가 선보인 비유를 연상하게 한다.

 

김상환 교수는 위대한 창조는 묵직한 습관의 지층에 습곡과 변동을 일으키는 용암의 분출과 같다는 말을 했다.(244 페이지) 해구가 지질 용어이듯 지층(地層), 습곡(褶曲), 용암(鎔巖) 분출(噴出)도 지질 용어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이런 참신한 비유를 접하고 실재 성과를 내려면 공부하는 사람은 구체적 적용 예를 찾아야 한다.

 

우선 판구조론 및 해저확장설 등의 지구과학 내용을 숙지하고 레이첼 카슨의 ‘우리를 둘러싼 바다’ 처럼 해양 과학자가 쓴 문학적인 동시에 엄밀한 과학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훈련된 눈으로 현실을 분석하면 된다. 이런 작업은 글쓰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글쓰기는 특별히 현장에서 내용을 전하는 해설사에게는 더욱 필요한 일이다.

 

다시 김상환 교수의 글을 참고하자면 글을 쓴다는 것은 가장 알맞은 표현을 찾으려 이미 쓴 글을 다시 고쳐 쓰는 것이다. ‘공공역사를 실천중입니다’에서 나는 해설사는 학문과 이야기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관계를 조율하는 사람이라고 썼다. 그리고 새로운 자료를 자신의 기존 이야기 풀pool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유연성을 갖추기 위해 건조한 글은 감성적인 글로, 감성적인 글은 엄격한 글로 만들어 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도 썼다.

 

지구과학 공부 - 인문 공부, 그리고 두 학문을 아우르는 일관된 시각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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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 창의적인 공공역사가가 되는 길'이란 글로 '공공역사를 실천중입니다'의 공저자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한 나는 문화해설사겸 한탄강(연천) 지질공원 해설사다. 이 이중의 정체성이 마음에 든다. 인문과 자연에 두루 정통하고자 하는 지향성이 반영된 프로필이기 때문이다. 어제 이**교수님께서 "여러 분야의 분들과 큰 활동을 하시는군요"란 말씀을 해주셨다. 이번 공저 참여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어서 더욱 기쁘고 감사하다. 지난 6월 공들인 프로젝트의 탈락으로 낙심하고 있던 차에 예상하지 못한 제의를 받고 기꺼이 참여했다. 훌륭한 분들과 함께 해서 기쁘다. 문화해설사이자 한탄강(연천) 지질공원 해설사는 현재까지 나 말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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