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하늘길을 두루두루
김신환 외 지음, 환경운동연합 기획 / 들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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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은 두루미가 천년을 살면 청학(靑鶴)이 되고 다시 천년을 살면 현학(玄鶴)이 된다고 믿었다. 1742년 우화등선, 웅연계람의 주인공 청천(靑泉) 신유한의 청천은 어머니 꿈에 나타난 푸른 학과, 메말랐다가 다시 솟아오른 샘을 합쳐 만든 말이다. 청학동(靑鶴洞)의 청학도 푸른 두루미를 의미한다. 청학동은 푸른 학이 사는 이상향을 말하는 것으로 요즈음 기준으로는 지속가능한 사회 정도의 의미가 될 것이다.

 

60 가지 이상의 소리와 몸짓 언어를 내는 두루미는 인간 외의 척추 동물 중 가장 복잡한 행동을 하는 동물 종이다. 대부분의 두루미는 철따라 이동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습지에서 번식하는 두루미는 포식자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얕은 물 위에 둥지를 만든다. 물론 물이 불면 둥지를 높여 침수되지 않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알을 한, 두 개만 낳는 등 번식력이 낮은 두루미에게 주요 서식지인 습지가 급속히 사라지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두루미와 함께 살아왔다. 두루미는 몸집이 커 방향 전환을 쉽게 하지 못하는 데다가 전선(電線)이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부딪혀 속이 빈 뼈가 골절되는 등 치명적 피해를 입기 쉽다.

 

두루미는 교란에 민감한 새다.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볼 수 없었던 두루미를 1970년대 철원 민통선 지역에서 발견한 이가 세계적 두루미 전문가 캐나다인 조지 아치볼드 박사다. 1990년대 후반 북한에 심각한 기근이 들어 탈북자 행렬이 이어질 때 두루미들도 북한을 떠났다. 북한 안변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230마리 이상의 두루미가 겨울을 나던 주요 활동지였지만 그 이후 식량 부족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논의 낙곡(落穀)까지 모두 취하고 오리, 거위, 염소 등 가축들을 풀어 모두 주워 먹게 한 탓에 두루미들이 먹을 것이 없자 안변을 떠나 철원을 찾은 것이다.

 

대형 조류이고 습지의 상위 포식자인 두루미가 살려면 습지가 보전되어야 한다. 농사는 아주 불안정한 생계수단이다. 수입이, 투자한 비용을 간신히 메울 정도이기에 들판에 먹이를 찾아 날아드는 수천 마리의 새들은 가계에 추가적 부담이 된다. 그러니 농민들이 자기 소유의 농지에서 새들을 쫓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반면 놀랍게도 두루미를 잃지 않기 위해 이익의 일부를 기꺼이 포기하려는 농민들이 점점 늘고 있다.

 

국제 두루미재단의 설립자 조지 아치볼드 박사는 80년대 들어 한국의 동료들이 공동경비구역과 한강 하구에서 월동하던 두루미 개체수가 감소하고 임진강 유역의 연천에서 월동하는 두루미가 발견되었으며 철원 지역의 두루미 개체수가 약 350 마리로 증가했다고 알려왔다고 말한다. 만일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어 철원 지역의 개발 계획이 진행된다면 그 지역의 두루미 서식지와 두루미의 안위에는 또 다른 위협이 될 것이다.

 

남북한 모두 사용하는 학(鶴)은 두루미를 뜻하는 단어다. 조지 아치볼드 박사는 두루미와 가까이 있는 주민들을 돕지 않고는 두루미를 도울 수 없으며 두루미와 주민들의 운명이 서로 이어져 있음을 항상 느낀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 홍수, 가뭄, 비료 수입 감소 등으로 북한의 토지생산성은 떨어졌다. 사람이 먹을 것이 줄자 두루미들의 주요 먹이 자원인 벼 낙곡도 감소했다. 다행히 북한 당국이 두루미를 엄격히 보호한 데다가 군인들만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어서 두루미들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두루미들을 안변으로 돌아오도록 한 프로젝트가 안변 프로젝트다. 우연하게도 안변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8년에 북한 당국은 유기농법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라는 내용의 시행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토양은 비옥해졌고 토양 산성도는 낮아졌고 식량 안보는 개선되었다.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면 벼알의 3~5%가 논에 떨어진다. 민통선과 새들의 잠자리인 비무장지대, 한탄강 등에는 인적이 드물어 사람들의 간섭이 없다.

 

전영국 교수는 흑두루미를 현학(玄鶴)으로 네이밍한 자신이 사는 순천에 대해 이야기한다. 석문 호흡에서 말하는 진기를 타고 추는 춤인 현무(玄舞)도 언급된 이 글에서 필자는 흑두루미 춤을 추면서, 아이들과 흑두루미와 관련한 창의 체험 활동을 해나가면서 순천만의 흑두루미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필자는 흑두루미와 관련된 문화예술활동은 창의적 활동이기도 하지만 생태와 환경에 대한 좋은 학습 매체임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순천만 주변에는 학산리, 선학리, 송학리, 학동, 황새골 등 새(bird)가 이름에 들어간 마을이 많다. 송학은 황새를 일컫는다. 순천만에 오래 산 노인들에 의하면 흑두루미는 강산 두루미라 불렸다. 강산이 한 번 바뀔 때마다 돌아오기 때문이다. 두루미는 뚜루루 ? 뚜루루 하는 울음소리에서 이름이 유래한, 순수한 우리말 새다. 두루미의 라틴어 속명인 그루스(grus)도 그루루 하는 울음 소리에서 유래했다. 일본어 쯔루도 소리에서 기원한 것이다.

 

재두루미는 한강과 임진강 하구, 연천, 철원평야 등에서 겨울을 보내다가 본격 추위가 찾아오면 남쪽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재두루미는 흑두루미보다 훨씬 크다. 두루미는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두루미들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크다. 두루미는 보통 자기 영역을 지키며 가족 단위로 일정한 지역에 머무는 습성이 있다.

 

두루미가 번식지와 월동지 사이의 하늘길을 찾아가는 능력은 부모 두루미들이 이끌어주고 연장자로부터 배우기에 해가 갈수록 늘어난다. 순천만을 찾아오는 두루미들이 천 마리를 넘어서면서 순천을 천학의 도시라 부른다. 천학은 천년학의 줄임말 같다. 물론 두루미는 천년을 살지 못한다. 하지만 두루미들이 대를 이어 살아간다면 천년을 사는 것이 맞다. 하지만 두루미들은 대부분 멸종위기종이다. 두루미들과 인간, 그리고 생태계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이 모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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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기념비적 책이 될 ‘기원 이론’(원제; Understanding Scientific Theories of Origins)이 나왔네요. 무기화학 교수 래리 L. 펑크(Larry L. Funck), 생물학 교수 레이먼드 J. 루이스(Laymond J. Lewis), 지질학 교수 스티븐 O. 모시어(Stephen O. Moshier), 구약학 교수 존 H. 월튼(John H. Walton) 등이 쓴 책입니다. 출간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저자분들, 감수자분들입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2018년 1월 번역 출간)의 저자 중 한 분인 스티븐 모시어가 공저자의 한 분으로 참여했고 감수를 맡으셨던 이문원 교수님이 이번에도 감수자로 참여하셨네요.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는 이문원 교수님께서 저자의 한 분으로 참여한 ‘지질학과 기독교 신앙’(2018년 7월 출간)을 통해 알게 된 책입니다.

 

지난 해 그렇게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란 책의 존재를 뒤늦게 알고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두 권을 구해 한 권을 제 친구께 선물했습니다. 제게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11만원의 도서 구입비를 지원해준 분입니다. 책을 구입한 것은 책 자체가 가진 깊이와 전문성, 시의적절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지질자원연구원에서 오랜 시간 연구를 수행한 진명식 연구원님의 이 말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아직 그랜드캐니언에 가 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 그랜드캐니언을 다녀온 사람들보다 더 정확히 그랜드캐니언의 규모와 생성 과정, 생성 연대 등을 이해하게 되었다. 누구든 그랜드 캐니언을 이해하고픈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직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를 다 읽지 못했습니다. 이번 달 초 저희 지질해설사들과 함께 얼음 위를 걸어 노두에 직접 다가가 웅연(熊淵)과 베개용암을 탐사하신 부군수님은 지금껏 그랜드 캐니언이 최고라고 생각해왔는데 연천 지질공원들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곳임을 알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장쾌(壯快)함이나 압도감(壓倒感), 뷰(view) 등만을 키워드로 대상을 바라보는 것은 풍경을 감상하는 데 그치는 상경객(賞景客)의 태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기원 이론‘이 나온 것입니다. 현대 천문학, 지질학, 생물학, 고인류학의 표준 이론이 제공하는 우주와 태양계 및 지구, 생명, 생물 다양성, 인류의 기원에 관해 설명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내용이 지니는 신학적, 성경적 함의도 설명한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내용뿐 아니라 688 페이지의 분량도 압도적인 책입니다. 출판사 대표께서는 그간 가난한 목사님들과 신학생들을 고려해 책 값을 10년 내내 거의 동결하다시피 했고, 초판 소진 상태임에도 책을 필요로 하는 독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아무런 고민없이 그 한 명의 독자를 위해 2쇄 300부나 500부를 찍었지만 이제부터는 도서 가격을 조금이라도 현실화할 것이고, 초판이 소진되면 더 이상 찍지 않고 절판시킬 것이라 합니다.

 

아직 어떤 책을 그렇게 할지 계속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만 ’기원 이론‘은 선주문 형식으로 꼭 필요한 수량만 제작했기 때문에 조만간 1쇄가 소진될 것이고 2쇄 찍기가 굉장히 망설여질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 저는 5월까지 많이 바쁠 것이기에 관련 프로젝트 외의 분야의 책을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원 이론‘은 2023년 말까지 조금씩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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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허목은

唯是之懼焉(유시지구언)하여 : 오직 말하는 이것을 두려워하여

言則必書(언즉필서)하여 : 평소에 말을 하면 반드시 글로 남겨서

日省而勉焉(일성이면언)하여 : 날마다 반성하고 노력하면서

名吾書曰記言(명오서왈기언)이라 : 나의 저서를 말을 기록한다<기언>이라 하였다.

說讀古人之書(열독고인지서)하여 : 이는 옛사람(古人)의 글을 읽기 좋아하여

心追古人之緖(심추고인지서)하여 : 마음속으로 옛사람이 실천한 선행의 실마리를 좇아

日亹亹焉(일미미언)이라 : 날마다 부지런히 힘쓴 결과였다. (힘쓸미)

記言之書(기언지서): <기언>이라는 책은

本之以六經(본지이육경)하고 : 육경(六經)을 근본으로 삼고

參之以禮樂(참지이례악)하고 : 예악(禮樂)을 참고하고

通百家之辯(통백가지변)하니 : 백가(百家)의 변론을 널리 달통한 것이니

能發憤肆力且五十年(능발분사력차오십년)이라 : 능히 여기에 분발하여 힘을 다한 지 50년이다. (끝까지 갈 사)

故其文(고기문): 그러므로 이 글은

簡而備肆而嚴(간이비사이엄)이라 : 간략하면서도 내용을 잘 갖췄고, 장황하면서도 체제는 엄격하다.

如天地之化育(여천지지화육): 천지의 조화와 만물의 육성과

日月星辰之運行(일월성진지운행):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운행과

風雨寒暑之往來(풍우한서지왕래): 풍우한서(風雨寒暑)의 왕래와

山川草木鳥獸五穀之資養(산천초목조수오곡지자양): 산천·초목·조수(鳥獸오곡(五穀)의 생장과

人事之誼(인사지의): 인사(人事)의 당연한 의리와

民彝物則(민이물칙): 사람의 도리와 사물의 법칙과

詩書六藝之敎(시서륙예지교): 시서(詩書육예(六藝)의 가르침과

喜怒哀樂愛惡形氣之感(희노애락애오형기지감): 희로애락애오(喜怒哀樂愛惡) 등 우리 몸의 느낌과

禋祀鬼神妖祥物怪之異(인사귀신요상물괴지이): 제사·귀신·요망함과 상서로움·괴상한 물건 따위의 이변과 (제사지낼 인)

四方風氣之別(사방풍기지별): 사방(四方) 풍속과 기후의 차이와

聲音謠俗之不同(성음요속지부동): 정악과 민요의 같지 않음과

記事敍事論事答述(기사서사론사답술): 사건 기록, 이야기 전개, 사태 논술, 대책 진술과

道之汚隆(도지오륭): 사람 사는 도리의 오염과 융성함과

世之治亂(세지치란): 세상의 안정과 혼란과

賢人烈士貞婦奸人逆愚暗之戒(현인렬사정부간인역우암지계): 어진 사람, 뜻있는 선비, 단정한 부인, 간사한 사람, 반역자, 어리석은 사람, 어두운 사람에 대한 경계를

一寓於文(일우어문)하여 : 모두 이 글에 포함시켜 (하나 같이 모두 일)

以庶幾古人者也(이서기고인자야): 거의 고인(古人)처럼 통합적 사고를 하기를 바란 것이다.

強圉協洽日短至(강어협흡일단지): 정미년(1667, 현종8) 동지에

孔巖許穆眉叟書(공암허목미수서)하노라 : 공암(孔巖) 미수(眉叟) 허목(許穆)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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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100 1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놀라운 지구 이야기 과학의 100가지 발견
더글러스 팔머 지음, 김지원 옮김 / 청아출판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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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유기체들로 이루어진 유기적 세계와 바위, 광물, 바닷물과 강물, 대기의 기체와 같은 물질들로 이루어진 무기적 세계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중 최초이자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약 24억년 전 대기와 바다에 산소량이 늘어난 산소급증사건(Great Oxdiation Event)이다. 더글러스 팔머의 ‘지구 100 1’은 지구 탄생부터 페름기 초기 생명체까지 다룬 책이다.(이 책에서 1부터 50까지 다루었고 ‘지구 100 2’에서 51부터 100까지 다루었다.)

 

지구와 태양계의 기원에 대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설명인 성운설(星雲說)은 1731년 스웨덴 과학자 에마누엘 스베덴보리가 세웠다. 엄청나게 뜨거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세 개의 암석형 원시 행성(수성, 금성, 화성)과 원시 지구가 생성되었다. 지구의 초기 응축 과정에서 규소 기체(이산화규소)가 응축되어 최초의 암석들이 만들어졌고 수소와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들은 남아서 원시 대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 원시 대기는 태양풍과 지구 내부의 열기, 달을 형성시킨 충돌로 날아가버렸다. 대충돌설에 의하면 45억년전쯤 지구는 화성 크기의 행성과 충돌했다. 이 엄청난 충격으로 원시 지각과 맨틀의 상당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이 조각이 지구 주위 궤도에서 빽빽한 고리 모양을 형성하고 빠르게 응축하여 달이 되었다. 충돌로 발생한 에너지 때문에 지구 표면 온도가 6000도c 정도로 올라갔다.

 

처음의 원시 상태의 지구는 균일한 암석 덩어리나 다름없었으나 약 1천만년 동안 방사성 물질들이 뿜어낸 열로 온도가 올라가 내부가 유동체가 되어 다층 구조가 되었다. 철과 니켈 같은 다른 중금속이 분리되어 지구 중심부로 가라앉아 굉장히 뜨거운 금속성 핵을 형성하고 이 핵의 내부 운동이 지구 자기장을 만들었다. 나머지 좀 더 가벼운 광물들은 핵 주위로 울퉁불퉁한 암석형 맨틀을 만들었고 표면은 식어서 단단한 지각이 되었다.

 

철 위주의 물질들이 핵에 유입되는 철의 대변혁으로 대량의 열이 발생했다. 이 열이 아마 맨틀 전체를 녹였을 것이다. 그린란드 같은 고대 대륙의 중심부에 지표 위로 아주 오래된 암석들이 드러나 있는 지역이 몇 군데 있다.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암석과 광물의 일부는 연대가 거의 40억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리 지구는 대략 45억 4천만 년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여전히 지구의 초기 5억년 정도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 시기를 명왕누대라고 한다.

 

1400 도c 이상 고온과 고압에서 형성되는 지르콘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고 침식 주기를 통과할 수 있다. 반면 다른 광물들은 물리적, 화학적 작용이 복합적으로 가해지면 분해되고 변한다. 결정체 안에 있는 우라늄, 토륨 납의 방사성원소 즉 동위원소의 비율을 통해서 그 연령을 판단할 수 있다. 수십억 년에 걸쳐 원래 샘플에 있던 우라늄이 방사성 붕괴를 거쳐 토륨이 되고 토륨은 납으로 변한다.

 

선캄브리아 시대는 40억년의 시간에 해당한다. 이 시대는 명왕누대, 시생누대, 원생누대로 나뉜다.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은 5만년 전까지 나타난 탄소기반 물질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만 쓸 수 있다. 더 오래된 암석의 연대측정에는 다른 원소와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칼륨 - 아르곤 측정법은 12억년 전까지의 샘플 측정에 유용하고 우라늄 - 납 측정 법으로는 45억년 전까지의 샘플 연대를 파악할 수 있다.

 

지구의 층을 상세하게 드러내는 열쇠를 제공하는 것은 지표를 지나 내부를 뚫고 전달된 지진파에 대한 연구였다. 특정한 지진파가 맨틀에서 핵을 뚫고 지나가지 못한다는 사실은 지면 아래 2,890 km부터 5,147 km에 이르는 외핵이 액체로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온도가 증가함에도 핵 중심부의 압력이 너무 높아서 니켈 - 철 혼합물이 고체가 되어 지름이 약 2, 440 km에 달하는 내핵을 이룬다는 추가적인 지진 증거가 있다.

 

지구 구조의 중간층인 맨틀은 지각 근처인 1~ 30 km 깊이에서 시작되어 핵과의 경계면인 2, 900 km까지 이른다. 맨틀은 구성이 거의 단일한 것으로 여겨진다. 핵보다 부피는 5배 더 크지만 규산염 광물의 암석형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서 금속성 핵보다 밀도가 훨씬 낮아 질량은 두 배 밖에 되지 않는다. 맨틀의 온도는 지표 가까이에서는 약 1270 도c이고 핵 부근에서는 약 3000도c로 엄청난 깊이를 내려가는 동안 두 배 넘게 올라간다.

 

지진파의 이동시간 변화 같은 지구물리학적 증거는 맨들의 특성이 깊이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크로아티아의 지질학자인 안드레아 모호로비치치가 발견한 지각 하부와 상부 맨틀 사이의 경계면은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 또는 모호면이라고 불린다. 깊이 410 킬로미터에 상부 맨틀과 전이대를 갖는 또 다른 경계가 있고 667 km에는 하부 맨틀 윗부분이 시작되는 또 하나의 경계가 있다. 다양한 경계면은 광물학적 변화와 맨틀의 규산염 물질의 구조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부분으로 여겨진다.

 

지구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층인 지각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부분이지만 또한 가장 복잡하고 구성이 다양하며 40억년전 처음 고체가 된 이래로 오랫동안 분화와 가공을 거쳐온 부분이기도 하다. 지각은 가장 차갑고 약하고 얇은 층으로 어떤 곳은 깊이가 채 1 km도 되지 않지만 어떤 부분은 30 km에 이르기도 한다. 지각은 기본적으로 두 종류의 물질로 나뉜다. 비교적 얇은 해양지각은 몇 백 미터에서 약 6 km 깊이로 대부분 화산암이나 화성암으로 이루어진 반면 대체로 더 두꺼운 대륙 지각은 화성암과 변성암, 수천가지 광물로 이루어진 퇴적암이 다양하게 혼합되어 있다.

 

그런 복잡함에 더해 지각과 약한 상부 맨틀은 일곱 개의 대륙 크기 판과 12개 가량의 더 작은 판으로 나뉜다. 수십억년에 걸친 지각판의 형성과 파괴, 재배치는 지구의 겉모습과 지질구조, 생명체의 진화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구의 적층구조는 지각에서 멈추지 않으며 지각을 이루는 수권과 대기층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수권은 물과 얼음, 수증기로 이루어졌으며 대체로 지각 위에 있지만 어느 정도는 지표 안쪽까지 뚫고 들어가고 안개와 증기, 구름 형태로 대기에까지 이른다.

 

대기 자체는 지각 위 200 km 이상까지 이르는 기체층이다. 오늘날 대기는 주로 질소, 산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산화탄소, 메탄 같은 온실가스, 수소와 오존 같은 다른 중요한 기체들도 포함되어 있다. 가장 바깥쪽의 대기와 해양이 없다면 우리가 아는 존재들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구의 깊은 구조를 조사할 때는 지진 파장이 퍼지는 형태를 연구하는 지진학이 우리의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기본적으로 지진은 표면파와 실체파라는 두 종류의 지진파를 발생시킨다. 실체파는 P파와 S파로 나뉜다. 종파인 P파는 압축이 가능하고 액체든 고체든 모든 물질을 빠르게 통과할 수 있다.

 

횡파인 S파는 고체만 통과할 수 있다. 지구 표면의 암석권 암석은 차갑고 깨지기 쉬워 압력을 받으면 끔찍하게 쪼개지는(단층) 경향이 있다. 암류권의 더 뜨거운 암석들은 물리적으로 더 약하며 지질학적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되거나 포행할 수 있다. 암석은 뜨거울수록 특히 녹는점에 다가갈수록 더 쉽게 포행(creep)한다. 깊어질수록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암석의 행동은 그 조성에 따라 취성파괴에서 연성 흐름으로 변한다. 하지만 약 100 km 깊이 부근에서는 대부분의 암석들이 힘을 잃고 대단히 약해져서 전부 포행할 것이다.

 

포행이란 사면을 구성하는 물질이 부드럽게 변형되어 하향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가 형성된 이래 지구 바깥쪽 층은 계속 식어서 깨지기 쉬운 암석형 외층인 암석권이 되었고 그 아래로는 더 뜨겁고 더 말랑말랑한 암류권이 되었다. 암류권은 느린 속도로 움직이며 지구 내부의 열을 표면으로 전달할 수 있다. 6 km에서 180 km 사이의 두께인 암석권 지각은 내부 움직임에 대응해서 대륙 크기의 지질구조판 몇 개와 다수의 더 작은 조각들로 쪼개진다. 판 사이의 경계에서는 잦은 지진과 화산 활동이 일어난다.

 

지구 내부에서 열이 흐르면서 판들이 서로 떠밀게 된다. 열이 오르는 곳에서는 판이 늘어나며 얇아지고 결국 쪼개지며 용해된 뜨거운 암석은 마그마와 화산성 용암의 형태로 지표면으로 솟아오른다. 이 판의 확장 및 열개(裂開; rifting) 과정으로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진다. 물론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지는 만큼 오래된 지각은 파괴된다. 지구 전체가 확장되는 것이 아니다. 지구의 깊은 내층은 균일한 구조가 아니며 지구 표면만큼 다양한 모습을 가진 듯 하다. 지구 중심부의 온도가 더 높은데도 응고 과정은 중심부에서 시작되어 바깥쪽으로 천천히 퍼져나갔다.

 

이는 중심부의 압력이 높아서 철의 녹는점이 올라가기 때문에 생기는 패러독스다. 지구의 금속성 핵에서 빠져나온 열이 우리 행성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하지만 핵에서 나온 열이 어떻게 거의 3, 000km 두께의 맨틀을 뚫고 위에 놓인 지각까지 전달되는지는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을 괴롭혀 온 문제였다. 핵에서 하부 맨틀로 갈 때 온도가 크게 변화하면서 맨틀의 가장 아래 200 ? 400km 부근에 독특한 경계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 수수께끼 같은 영역이 Double D prime이다. 지구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은 맨틀의 규산염 광물이다. 맨틀은 지구 부피의 약 82%를 차지한다. 지구의 초기 분화는 니켈 같은 친철원소(siderophile elements)에 집중되었고 이들은 지구 중심부에 있는 액체 철에 녹아서 주위의 규산염 맨틀에는 알루미늄, 포타슘, 소듐, 칼슘, 마그네슘 등의 친석원소(lithophile elements)만 남았다. 그 결과 맨틀에는 철 자체와 니켈, 황, 백금, 금, 납 같은 친철원소들이 부족해졌다. 방사성 연대 측정을 통해 지구가 형성되고 겨우 1억 - 1억 5천만년 후인 약 45억년 전에 핵과 맨틀의 분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 내부를 그 화학적 조성에 따라 지각, 맨틀, 핵으로 나누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구조적 과정을 언급할 때 지질학자들은 흔히 암석권, 암류권(연약권)이란 용어를 쓴다. 안타깝게도 맨틀 물질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특정 유형의 화산 폭발을 통해 나온 마그마와 포획암, 맨틀 유형의 암석이 드러난 일부 지역으로 한정되어 있다. 지질학적으로 지구에는 두 종류의 지각이 있다. 해저를 이루는 지각과 대륙 덩어리를 이루는 지각이다. 이들은 굉장히 다른 성분과 구조,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까지 해양 지각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육지의 산맥이 지각의 압축과 단축의 결과물이라면 중앙 해령은 아래 있는 맨틀의 열 흐름이 증가해서 지각이 긴장되고 늘어나고 부분 용해되고 거기에 해령에서 솟구치는 마그마가 더해져서 생성된다. 어떤 곳에서는 개개의 산맥들이 해저에서 줄줄이 솟아올라 하와이 같은 화산섬을 만드는 반면 남아메리카 서해안과 일본, 캄차카 반도 동애안 같은 일부 육괴의 대륙 주변부 부근에서는 해저가 갑자기 뚝 떨어져 대단히 좁고 깊은 해구(海溝)를 이룬다. 화산암은 일반적으로 지구의 전체적인 자기장에 나란히 반응하는 자성 철 광물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암석이 식어서 단단해질 때 그들이 형성되었을 당시의 행성 자기장 기록을 보존하고 있다.

 

지각은 오랜 역사를 거치며 구성 물질들이 계속해서 화학적, 물리적 과정을 통해 변화하고 대기와 수권 및 아래 있는 맨틀 물질들과 상호작용하고 판 구조 과정으로 계속해서 모양이 바뀌었다. 그 결과 지각의 조성은 비교적 몇 안되는 처음의 광물과 암석에서 오늘날 놀랄만큼 다양한 종류로 발전했다. 전체적으로 지각은 크게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이라는 세 종류의 암석으로 이루어진다. 화강암과 현무암 같은 화성암은 용해 암석 또는 마그마가 그대로 식어서 결정화된 것들이다.

 

사암, 석회암, 셰일 같은 퇴적암은 다른 암석에서 침식되고 깎여나간 물질들이 고체나 용액 형태로 물과 바람에 의해 층상 구조로 퇴적된 암석이다. 점판암에서 대리석, 편암, 편마암에 이르는 변성암은 원래 존재하는 암석들이 압력, 온도, 화학구조의 변화를 거쳐서 만들어진다. 다른 지질학적 과정들은 산화철, 납, 아연, 은의 황화물, 금과 다이아몬드의 퇴적층처럼 경제적으로 유용하고 귀중한 광석으로 광물을 변화시킨다. 대륙지각에서 가장 흔한 성분은 약 60%를 차지하는 석영의 형태를 한 이산화규소이고 그 다음은 산화 알루미늄 16%, 철과 산화칼슘이 각각 6%를 차지하며 산화 마그네슘이 4% 가량을 이룬다.

 

대륙 열개란 지구의 거대한 땅덩어리가 쪼개지고 그 사이에 해저분지가 생기는 과정을 의미한다. 열 개라는 개념은 판 구조론의 전신인 알프레드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의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대서양 연안을 조사한 결과 열개 과정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대륙 열개는 새로운 해저 분지를 생성하고 석유, 가스 같은 탄화수소 저장고를 만든다. 산맥 형성이란 지질구조판 간의 충돌로 지구 지각이 단축되면서 산맥이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엘리 드 보통이 최초로 산맥은 암석의 압축을 통해 생성된다고 주장했다.

 

판구조론이 나오며 이 압축력이 어디서 오는지 해명 되었다. 지상의 산맥 형성은 지각의 단축과 비대화, 암석의 상승, 풍화 및 침식에 대한 노출 증가와 관련이 있다. 판들이 서로 충돌하며 판이 두꺼워지고 융기되고 지각이 어긋나고 화산 활동이 일어나면서 지각이 휘어지고 단층이 생겨 지표면에 긴 상처가 만들어진다. 판구조론이 발전한 덕분에 이제는 주요 산악지형의 형성과정을 암석권 판들이 충돌하면서 지각의 섭입과 단축, 두께의 팽창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섭입은 만나는 지판 중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밀도가 더 높을 때 생긴다. 해양판과 대륙판이 만나면 해양판이 침강하는 반면 두 개의 대양판이 만나는 경우에는 둘 중 더 오래되고 차갑고 밀도가 높은 쪽이 침강한다. 섭입되는 판은 25~ 45도 각도로 100 km 이상의 깊이로 아래로 미끄러져서 밀도가 더 가벼운 앞쪽 가장자리 아래 맨틀을 향해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서 대량의 에너지가 지진 형태로 방출되는데 이 지진은 600 km 이상의 깊이에서 발생한다. 섭입된 판이 가라앉으면서 생긴 압력으로 그 암석에서 물이 빠져나와 뜨거워진 물이 분출해 위에 있는 암석의 녹는점이 낮아지면서 일부가 녹는다.

 

이런 용해 암석은 계속해서 위쪽으로 움직여서 결국 표면에서 화산으로 분출한다. 지질학자들은 오랫동안 티베트 고원이 1500만 년 전에 히말라야가 형성될때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융기되었을 거라고 생각해 왔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 학자들이 고대인도 연해주에서 8개는 해양 화석의 연대측정을 토대로 8년 동안 연구한 끝에 각각의 지역이 각기 다른 시기에 융기되었음을 알아냈다. 고원 중심부 퇴적층을 지도화하고 분석해보니 이들이 융기된 환경에서 침식된 뒤 습곡이 되고 4000만년 용암에 덮였음이 밝혀졌다.

 

그러니까 융기는 4,000만 년 전보다 이전에 시작된게 분명하고 북쪽의 결합된 산맥 지역과 남쪽의 히말라야는 훨씬 나중에 솟아 오른 것이다. 산맥에서 발견된 조그만 해저 유기체들의 화석인 방산충(放散蟲)이 4천만년 전의 것으로 확인되었으니 히말라야는 그때까지 바다 속에 있었던 것이다. 빙하는 산을 깎아내는 능력으로 잘 알려져 있고 그로써 산맥이 특정 높이 이상으로 커지지 못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연구로 최소한 어떤 경우에는 빙하가 정반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빙하 안에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는 대단한 침식력을 발휘하여 산의 측면과 골짜기를 깎아내서 U자형 골짜기와 대접 모양의 권곡(圈谷), 눈물 모양의 양배암(羊背巖), 깊은 골짜기 바닥에 물이 차서 만들어지는 핑거 레이크스와 피오르 등 독특한 고산 지역을 만든다. 적어도 고위도 지역에서는 거대한 빙하가 솟아오르는 산맥 지형을 침식으로부터 보호해서 빙하 원형톱 가설로 예측했던 최대 높이 이상으로 올라가게 만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맥대의 높이와 너비는 산맥을 위로 위로 올리는 구조력과 그것을 깎아내는 기후와 관련된 표면에서의 작용 사이의 균형에 따라 결정된다.

 

두 개의 지질구조 판이 연간 8 cm의 속도로 서로 가까워진다는 건 굉장한 일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질학적 시간에서 보면 10만년에 8km인 셈이다. 이런 엄청난 힘 앞에서는 결국 어느 한쪽 판이 다른 판에 굴복해야 하고 이런 종류의 충돌에서는 항상 해양판이 패배해서 다가오는 대륙판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런 구조적 과정을 섭입이라고 한다. 암석층의 파단면 즉 단층은 지구의 활발하게 움직이는 내 부와 부서지기 쉬운 외부 지각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나는 광범위한 결과다.

 

암석이 부서지고 단층이 이동하면서 우리가 지진으로 경험하는 충격파가 발생한다. 단층 균열이라는 일반적인 지질학적 현상은 수 세기 전에 광부들이 지하에서 발견하여 처음으로 지도화하고 묘사했다. 광맥과 석탄층, 기타 귀중한 광상들이 한참 뻗어 나가다가 암석층에 눈에 띄게 어긋난 부분에서 갑자기 뚝 끊긴다. 광부들이 운이 좋으면 그들이 따라가던 단층이 약간 어긋나기만 할뿐 단층 반대편에서 이어질 수 있지만 단층면의 움직임이 아주 크면 목 표층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처음에 이런 균열의 방향과 정도를 알아내려 했던 것은 경제적인 이유에서였다. 단층의 생성과정은 곧 습곡, 산맥 형성 및 지구 지각의 대규모 수직이동 같은 지질학적 현상과 연결되었다. 여러 가지 유형의 단층은 암석을 잡아 당기는 장력, 양쪽에서 누르는 압축력, 반대편으로 떼어 놓는 수평력처럼 각기 다른 힘이 작용한 결과임이 밝혀졌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지도화 해보면 지진의 진앙지 대부분이 활동적인 단층대를 따라 놓여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바로 지질구조 판 간의 경계면이라고 알려진 지역이다. 지진은 취성 암석이 압력으로 파열되고 균열된 표면이 움직이며 생기는 마찰력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지진을 촉발 하려면 암석이 무너지는 임계점 즉 내구력을 잃고 단층의 두 면이 서로 미끄러지는 지점에 도달해야 한다. 지질학자들은 여전히 이런 파쇄를 일으키는 지진의 본질에 관해서 합의를 못 하고 있지만 이것을 더 잘 이해하면 임박한 지진을 예측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화산 폭발로 노출된 뜨거운 기체, 재, 부석(浮石) 등이 한데 어우러져 흐르는 것을 화산쇄설류(火山碎屑流; pyroclastic flow)라 한다.

 

폭발로 인한 열에 녹은 화산 주위의 눈과 빙하가 화산 잔해와 섞여 흐르는 것을 화산이류(火山泥流; lahar)라 한다. 지질학자들은 이제 두 개의 해양판이 만나면 대개더 나이 많고 좀 더 밀도가 높은 판이 침강 한다는 사실을 안다. 이런 과정은 태평양 전역에서 특히 흔하고 호상열도는 지표면 전체 화산 중 약 60%를 차지한다. 최근 지질학자들은 이산화규소가 풍부한 분화 역시 현무암성 분화와 비슷한 규모로 일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들의 분출량은 사실상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몇몇 지질학자들은 현무암성 용암보다 10배쯤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산화규소가 풍부한 분화는 맨틀에서 분출된 마그마의 대륙지각에서 녹아나온 광물이 더해져 화학적으로 조성이 변하는 대륙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첨가물 덕분에 용암은 덜 자유롭게 흐르고 더욱 폭발적으로 분출해서 화산쇄설성 분천(pyroclastic fountain)을 형성한다. 초기 생명체를 화석 형태로 찾기 어려운 주된 이유는 화석화 공정 그 자체 때문이다. 살아있거나 최근에 죽은 유기체의 시체가 암석에 보존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유기체가 뼈나 껍질, 목질 같은 물리적, 화학적으로 단단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부패, 매장 화학적 변성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강한 부분을 제외하면 전부 다 사라지게 마련이다.

 

선캄브리아기 생명체들은 전부 연조직이었기 때문에 이 조그만 유기체들이 보존 될 가능성이 낮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암석이 오래될수록 광범위한 변형이나 재구성을 거치지 않고 살아 남을 가능성은 더 작아진다. 1960년대 미국의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는 미토콘드리아가 원래 원핵생물 세균에서 발달하여 선조 진핵세포에 침입해 그 안에서 하나가 된 거라고 주장했다. 세포의 발전소라는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화학적 에너지 대부분을 생성하고 성장, 분화, 죽음 같은 세포의 핵심 기능에도 관여한다. 이들은 영양소를 산화해서 아데노신3인산이라는 분자를 생성하고 이를 통해 세포의 물질대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효율적인 일련의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지구 자기장이 특정한 고대 암석 안에 화석화될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은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를 재건하는 데 혁신을 일으켰다. 철이 풍부한 광물 알갱이들이 지배적인 자기장을 따라 배열된 후 암석이 응고되어 자북(磁北)을 기준으로 처음의 방향이 보존되며 심지어 극과의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복각으로 위도까지 알 수 있다. 게다가 해저 암석에 남은 자성은 해양 지각이 지난 1억 8천만년 동안 발달하고 이동한 방식을 보여주는 상세한 증거가 된다. 그러나 이 고지자기 기술에도 결점이 있다.

 

고대 대륙 암석만으로는 그 위도에 대한 자기 데이터밖에 얻을 수 없다. 최근 수십년간 지질학자들은 지구가 오랜 과거에 여러 차례 적도까지 얼음으로 뒤덮였다는 많은 증거들을 찾아냈다. 눈덩이 지구라고 하는 이 가설은 여전히 격렬한 논쟁거리다. 왜 복잡한 생명체들은 7억년 전쯤 갑자기 다양하게 분화를 일으키기 시작했을까?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그때까지 간과되었던 기제, 바로 인(燐)의 순환이 중대한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인은 식물과 동물에 필수적인 영양소이고, 세포 내의 에너지 저장에 도움을 주고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복잡한 핵산(DNA, RNA)의 제조에 핵심 역할을 하는 등 생물체 생산의 기반이 된다.

 

자연의 다른 핵심 화학 물질 몇 가지(물과 탄소)처럼 그 원소가 암석권에서 수권으로 이동했다가 생물권으로 가서 다시 육지와 바다에서 죽은 미생물들의 부패와 매장을 거쳐 암석권으로 돌아오는 명확한 인 순환 과정(phosphorus cycle)이 있다. 인의 수치는 지구의 처음 수십억년 동안 거의 일정하다가 약 7억년 전에 전례 없는 수치까지 솟구쳤다. 5억 5천만년 전 지구의 지질구조판이 천천히 이동해서 남반구를 거의 다 차지하는 곤드와나 초대륙을 만들었다. 이 거대한 대륙 덩어리는 4억년 동안 존재하면서 생명체의 진화와 분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선캄브리아기 후기에 에디아카라라고 하는 대형 연체 해양 생물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어떤 종류의 생명체일까? 해파리의 천적이자 오늘날의 벌레와 연체동물, 절지동물의 조상인 거대 원생동물일까? 아니면 멸종한 독특한 생명체일까? 최근 수십년간 캄브리아기에 처음 나타난 복잡한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크게 향상되었다. 고대 바다에 다양한 종류의 유기체들의 연조직을 일부 보존한 화석 지역을 찾아내 발굴한 덕분이었다. 1835년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애덤 세지윅은 지구 역사에서 캄브리아기라는 지질 연대를 처음 제창했다.

 

찰스 다윈에게 지질학 현장 조사 및 지도 제작 기술을 가르쳤던 세지윅은 이 시기 암석들이 노출되어 있던 북부 웨일스의 로마어 명칭을 따서 이 시기를 캄브리아기라 명명했다. 화석 기록은 껍질이나 뼈, 목질 조직처럼 쉽게 보존 가능한 단단한 부분을 가진 유기체 위주로 굉장히 치우쳐 있다. 이런 보존적 편향 때문에 진화에 관한 우리의 시각도 왜곡되어 있을까? 모로코에서의 새로운 발견이 그럴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화석 수집가 사이에서 모로코는 거의 모든 암석 및 화석 상점에서 판매되는 삼엽충과 두족류 화석이 들어 있는 석회암이 풍부한 곳으로 대단히 유명하다.

 

오르도비스기에는 생명체들이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이 시기 말에 똑같이 엄청난 파멸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 번성과 몰락의 원인은 완전히 명확하지는 않지만 우주에서 날아온 충돌과 빙하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지구 역사에서 4억 8800만년전부터 4억 4300만년 전까지를 오르도비스기라 한다. 이 이름은 1879년에 영국 고생물학자 찰스 랩워스가 오르도비스라는 고대 웨일스의 고산족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원래 이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는 더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던 캄브리아기와 실루리아기 암석들 사이의 갭을 메워주는 타협점으로 쓰려고 만든 것이었다.

 

실루리아기에 생명체 역사에서 중대한 발견이 일어났다. 최초의 육상 식물이 진화하면서 지구 환경이 녹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초기 식물과 더불어 최초의 무척추동물들 역시 육지로 올라왔다. 석탄은 대규모로 개발된 지구 최초의 화석 연료다. 이 연료를 사용함에 따라 18세기에 유럽과 그 외 국가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2억 9900만년 전부터 2억 5100만년 전 사이의 페름기는 지구 역사와 생명체 진화에서 특히 중요한 시기다. 사지동물이 다양해지고 수중 환경을 넘어서서 퍼져 있었으며 더 완전한 파충류 생태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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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심리법칙 - 우리는 왜 가끔 미친 짓을 하는 걸까
야오야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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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야오야오 (姚堯)는 응용심리학 박사이자 국가 2급 심리상담사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심리법칙’은 잠재의식, 우울증, 수면 장애, 최면, 호스피스의 위상에 대해 쓴 책이다. 책 도입부에 신박한 정의가 하나 나온다. ‘잠재의식이라 쓰고 실수라 읽는다‘는 것이다. 의식은 마주하고 싶지 않거나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잠재의식으로 모두 이양(移讓)하지만 이양에는 한계가 있다.

 

의식이 잠재의식에 이양하는 것들이 쌓이면 또는 한계를 넘으면 의식이 역공을 당한다고 할 수 있을까? 앓는 것이다. 의식이 어지른 방을 잠재의식이 깨끗이 청소한다. 잠재의식은 감각기관이 전달하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보완한다. 우리가 보는 빛, 듣는 소리, 느끼는 온도 등은 모두 잠재의식이 처리해야 실제 모습 그대로 표현된다.

 

잠재의식이 사라지면 세상은 의미를 가진 3차원 입체 영상의 조합이 아니라 화소와 색이 엉망으로 뒤죽박죽된 상태로 보일 것이다. 물론 우리 대뇌 속에 의식과 잠재의식은 불가분의 관계, 보완 관계다. 잠재의식은 곧바로 해결하고 의식은 사후 다시 처리한다. 가령 가느다랗고 긴 물체를 뱀으로 보고 초보적 판단을 하는 것은 잠재의식이고 그것을 분석해 그저 나뭇가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의식이다.

 

잠재의식은 순간적으로 주목하고 의식은 장기적으로 고려한다. 잠재의식은 자동으로 막고 의식은 수동으로 막는다. 암시는 잠재의식이 주는 히든카드다. 암시는 모두에게 작용하지 않는다. 자신이 또는 상대방이 암시의 내용을 실제로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따라 작용을 달리한다. 로젠탈 효과 또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생각해보라.

 

우울증은 하나의 원인(인슐린 부족)을 갖는 당뇨병과 달리 여러 요인에 의해 발병한다. 행동주의, 정신분석주의, 인본주의가 크게 삼국을 이루고 그 외에 인지주의, 기능주의, 형태주의 등의 작은 제후국들이 각각 유파를 형성하여 논쟁하고 있다. 저자는 흥미로운 말을 한다. 세상 만물에는 상생상극의 이치가 존재하기에 우울함에도 천적이 곧 출현할 것이라는 말이다.

 

아브라함 매슬로의 인본주의 이론을 불러들여 등 따뜻하고 배가 불러야 자아실현이 가능하다고 말한 저자는 잠을 달리기 하는 소년에 비유하며 반드시 자야 한다는 수면 강박이 무섭다고 결론 짓는다. 달리기 소년의 비유란 잠에도 단계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잠재의식과 꿈(의 예지기능)을 말하며 단원의 종지(終止)를 찍은 저자는 최면을 이야기한다. 제목은 아홉 단계를 오르내리는 오묘한 궁전이다. 나인 듯 내가 아닌 나와 같은 나라는 소제목을 언급한 저자의 의도는 어디에 있을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심리법칙이란 전체의 제목과 상응하게 보이는 이 배치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아홉 단계란 영화 <인셉션>보다 더 황홀한 최면 속 지하 궁전이란 제목 하에 저자가 말하는 단계는 1단계(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졸음이 온다.), 2단계(눈을 뜨고 싶어도 결코 눈이 떠지지 않는다), 3단계(몸이 돌덩이처럼 굳기 시작한다), 4단계(최면술사의 행동을 기계적으로 따라 한다.), 5단계(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다), 6단계(몽유 상태에 이르다.), 7단계(복잡한 동작의 몽유가 일어난다), 8단계(환각의 전 단계에 도달한다), 9단계(환각의 절정, 모든 것이 실제 같다) 등이다.

 

최면과 꿈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마지막 장은 죽음, 생을 찬양하는 최고의 순간 ? 호스피스다. 죽음을 노래하는 레퀴엠 5악장이란 제목이 인상적이다. 1악장은 자신에게 방어벽을 쌓다, 2악장은 하늘을 향해 욕설을 퍼붓다, 3악장은 떼를 쓰듯 철없이 요구하다, 4악장은 우울함을 연주하다, 5악장은 죽음을 받아들이다다.

 

저자는 죽음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순간이라 말한다. 책 가장 마지막에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와 지식은 모두 무의식을 거쳐 편집된 내용”이라는 이론 물리학 박사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자연과학이나 수학과는 무관한 것이 아닐지? 흥미롭게 읽었다. 생각할 거리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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