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고루, 경순왕릉, 사미천 - 석장천 - 임진강 합류지점, 숭의전, 의병장 심상우(沈相禹; 1883 - 1908) 묘역에 다녀왔습니다. 심상우 묘역 윗쪽 산기슭에 자리한 심성택(沈成澤)이란 분(큰 아버지?)의 묘역은 상대적으로 초라해 마음이 아팠습니다. 물론 심상우 의병장님의 묘역도 초라하기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동행해준 친구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18일 다시 길을 나서 완결된 답사/ 여행의 모습을 갖추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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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당(墟塘)이란 말을 생각한다. 터 허와 연못 당을 쓰는 말로 내가 만든 것이다. 빌 허()와 집 당()을 쓰는 허당이란 말로 나를 차마 규정할 수 없어 생김새가 비슷하고 발음도 같은 두 단어로 나를 칭하게 된 것이다. 간신히 바보를 면했다는 뜻의 간바면이란 말로 나를 표현하면 딱 좋을 듯 하다. 꽤 대비를 잘 하고 준비한 것 같았으나 지금 하는 일 곳곳에서 헛점이 드러난다


터 허와 연못 당이라는 글자가 만난 허당(墟塘)은 저택(瀦宅)과 같은 차원의 말이다. 웅덩이 저, 집 택자를 쓰는 저택은 조선 시대에 대죄를 지은 사람의 집을 헐어 버리고 만든 웅덩이를 뜻한다.(정약용은 예성강을저수; 瀦水라 표현했다.) 연못이 보이니 그래도 괜찮다 생각하겠지만 폐허 같은 마음 위에 만든 것이다. 그래도 그런 연못이나마 잘 가꾸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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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하늘길을 두루두루
김신환 외 지음, 환경운동연합 기획 / 들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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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은 두루미가 천년을 살면 청학(靑鶴)이 되고 다시 천년을 살면 현학(玄鶴)이 된다고 믿었다. 1742년 우화등선, 웅연계람의 주인공 청천(靑泉) 신유한의 청천은 어머니 꿈에 나타난 푸른 학과, 메말랐다가 다시 솟아오른 샘을 합쳐 만든 말이다. 청학동(靑鶴洞)의 청학도 푸른 두루미를 의미한다. 청학동은 푸른 학이 사는 이상향을 말하는 것으로 요즈음 기준으로는 지속가능한 사회 정도의 의미가 될 것이다.

 

60 가지 이상의 소리와 몸짓 언어를 내는 두루미는 인간 외의 척추 동물 중 가장 복잡한 행동을 하는 동물 종이다. 대부분의 두루미는 철따라 이동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습지에서 번식하는 두루미는 포식자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얕은 물 위에 둥지를 만든다. 물론 물이 불면 둥지를 높여 침수되지 않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알을 한, 두 개만 낳는 등 번식력이 낮은 두루미에게 주요 서식지인 습지가 급속히 사라지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두루미와 함께 살아왔다. 두루미는 몸집이 커 방향 전환을 쉽게 하지 못하는 데다가 전선(電線)이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부딪혀 속이 빈 뼈가 골절되는 등 치명적 피해를 입기 쉽다.

 

두루미는 교란에 민감한 새다.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볼 수 없었던 두루미를 1970년대 철원 민통선 지역에서 발견한 이가 세계적 두루미 전문가 캐나다인 조지 아치볼드 박사다. 1990년대 후반 북한에 심각한 기근이 들어 탈북자 행렬이 이어질 때 두루미들도 북한을 떠났다. 북한 안변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230마리 이상의 두루미가 겨울을 나던 주요 활동지였지만 그 이후 식량 부족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논의 낙곡(落穀)까지 모두 취하고 오리, 거위, 염소 등 가축들을 풀어 모두 주워 먹게 한 탓에 두루미들이 먹을 것이 없자 안변을 떠나 철원을 찾은 것이다.

 

대형 조류이고 습지의 상위 포식자인 두루미가 살려면 습지가 보전되어야 한다. 농사는 아주 불안정한 생계수단이다. 수입이, 투자한 비용을 간신히 메울 정도이기에 들판에 먹이를 찾아 날아드는 수천 마리의 새들은 가계에 추가적 부담이 된다. 그러니 농민들이 자기 소유의 농지에서 새들을 쫓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반면 놀랍게도 두루미를 잃지 않기 위해 이익의 일부를 기꺼이 포기하려는 농민들이 점점 늘고 있다.

 

국제 두루미재단의 설립자 조지 아치볼드 박사는 80년대 들어 한국의 동료들이 공동경비구역과 한강 하구에서 월동하던 두루미 개체수가 감소하고 임진강 유역의 연천에서 월동하는 두루미가 발견되었으며 철원 지역의 두루미 개체수가 약 350 마리로 증가했다고 알려왔다고 말한다. 만일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어 철원 지역의 개발 계획이 진행된다면 그 지역의 두루미 서식지와 두루미의 안위에는 또 다른 위협이 될 것이다.

 

남북한 모두 사용하는 학(鶴)은 두루미를 뜻하는 단어다. 조지 아치볼드 박사는 두루미와 가까이 있는 주민들을 돕지 않고는 두루미를 도울 수 없으며 두루미와 주민들의 운명이 서로 이어져 있음을 항상 느낀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 홍수, 가뭄, 비료 수입 감소 등으로 북한의 토지생산성은 떨어졌다. 사람이 먹을 것이 줄자 두루미들의 주요 먹이 자원인 벼 낙곡도 감소했다. 다행히 북한 당국이 두루미를 엄격히 보호한 데다가 군인들만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어서 두루미들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두루미들을 안변으로 돌아오도록 한 프로젝트가 안변 프로젝트다. 우연하게도 안변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8년에 북한 당국은 유기농법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라는 내용의 시행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토양은 비옥해졌고 토양 산성도는 낮아졌고 식량 안보는 개선되었다.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면 벼알의 3~5%가 논에 떨어진다. 민통선과 새들의 잠자리인 비무장지대, 한탄강 등에는 인적이 드물어 사람들의 간섭이 없다.

 

전영국 교수는 흑두루미를 현학(玄鶴)으로 네이밍한 자신이 사는 순천에 대해 이야기한다. 석문 호흡에서 말하는 진기를 타고 추는 춤인 현무(玄舞)도 언급된 이 글에서 필자는 흑두루미 춤을 추면서, 아이들과 흑두루미와 관련한 창의 체험 활동을 해나가면서 순천만의 흑두루미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필자는 흑두루미와 관련된 문화예술활동은 창의적 활동이기도 하지만 생태와 환경에 대한 좋은 학습 매체임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순천만 주변에는 학산리, 선학리, 송학리, 학동, 황새골 등 새(bird)가 이름에 들어간 마을이 많다. 송학은 황새를 일컫는다. 순천만에 오래 산 노인들에 의하면 흑두루미는 강산 두루미라 불렸다. 강산이 한 번 바뀔 때마다 돌아오기 때문이다. 두루미는 뚜루루 ? 뚜루루 하는 울음소리에서 이름이 유래한, 순수한 우리말 새다. 두루미의 라틴어 속명인 그루스(grus)도 그루루 하는 울음 소리에서 유래했다. 일본어 쯔루도 소리에서 기원한 것이다.

 

재두루미는 한강과 임진강 하구, 연천, 철원평야 등에서 겨울을 보내다가 본격 추위가 찾아오면 남쪽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재두루미는 흑두루미보다 훨씬 크다. 두루미는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두루미들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크다. 두루미는 보통 자기 영역을 지키며 가족 단위로 일정한 지역에 머무는 습성이 있다.

 

두루미가 번식지와 월동지 사이의 하늘길을 찾아가는 능력은 부모 두루미들이 이끌어주고 연장자로부터 배우기에 해가 갈수록 늘어난다. 순천만을 찾아오는 두루미들이 천 마리를 넘어서면서 순천을 천학의 도시라 부른다. 천학은 천년학의 줄임말 같다. 물론 두루미는 천년을 살지 못한다. 하지만 두루미들이 대를 이어 살아간다면 천년을 사는 것이 맞다. 하지만 두루미들은 대부분 멸종위기종이다. 두루미들과 인간, 그리고 생태계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이 모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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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기념비적 책이 될 ‘기원 이론’(원제; Understanding Scientific Theories of Origins)이 나왔네요. 무기화학 교수 래리 L. 펑크(Larry L. Funck), 생물학 교수 레이먼드 J. 루이스(Laymond J. Lewis), 지질학 교수 스티븐 O. 모시어(Stephen O. Moshier), 구약학 교수 존 H. 월튼(John H. Walton) 등이 쓴 책입니다. 출간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저자분들, 감수자분들입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2018년 1월 번역 출간)의 저자 중 한 분인 스티븐 모시어가 공저자의 한 분으로 참여했고 감수를 맡으셨던 이문원 교수님이 이번에도 감수자로 참여하셨네요.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는 이문원 교수님께서 저자의 한 분으로 참여한 ‘지질학과 기독교 신앙’(2018년 7월 출간)을 통해 알게 된 책입니다.

 

지난 해 그렇게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란 책의 존재를 뒤늦게 알고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두 권을 구해 한 권을 제 친구께 선물했습니다. 제게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11만원의 도서 구입비를 지원해준 분입니다. 책을 구입한 것은 책 자체가 가진 깊이와 전문성, 시의적절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지질자원연구원에서 오랜 시간 연구를 수행한 진명식 연구원님의 이 말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아직 그랜드캐니언에 가 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 그랜드캐니언을 다녀온 사람들보다 더 정확히 그랜드캐니언의 규모와 생성 과정, 생성 연대 등을 이해하게 되었다. 누구든 그랜드 캐니언을 이해하고픈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직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를 다 읽지 못했습니다. 이번 달 초 저희 지질해설사들과 함께 얼음 위를 걸어 노두에 직접 다가가 웅연(熊淵)과 베개용암을 탐사하신 부군수님은 지금껏 그랜드 캐니언이 최고라고 생각해왔는데 연천 지질공원들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곳임을 알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장쾌(壯快)함이나 압도감(壓倒感), 뷰(view) 등만을 키워드로 대상을 바라보는 것은 풍경을 감상하는 데 그치는 상경객(賞景客)의 태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기원 이론‘이 나온 것입니다. 현대 천문학, 지질학, 생물학, 고인류학의 표준 이론이 제공하는 우주와 태양계 및 지구, 생명, 생물 다양성, 인류의 기원에 관해 설명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내용이 지니는 신학적, 성경적 함의도 설명한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내용뿐 아니라 688 페이지의 분량도 압도적인 책입니다. 출판사 대표께서는 그간 가난한 목사님들과 신학생들을 고려해 책 값을 10년 내내 거의 동결하다시피 했고, 초판 소진 상태임에도 책을 필요로 하는 독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아무런 고민없이 그 한 명의 독자를 위해 2쇄 300부나 500부를 찍었지만 이제부터는 도서 가격을 조금이라도 현실화할 것이고, 초판이 소진되면 더 이상 찍지 않고 절판시킬 것이라 합니다.

 

아직 어떤 책을 그렇게 할지 계속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만 ’기원 이론‘은 선주문 형식으로 꼭 필요한 수량만 제작했기 때문에 조만간 1쇄가 소진될 것이고 2쇄 찍기가 굉장히 망설여질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 저는 5월까지 많이 바쁠 것이기에 관련 프로젝트 외의 분야의 책을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원 이론‘은 2023년 말까지 조금씩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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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허목은

唯是之懼焉(유시지구언)하여 : 오직 말하는 이것을 두려워하여

言則必書(언즉필서)하여 : 평소에 말을 하면 반드시 글로 남겨서

日省而勉焉(일성이면언)하여 : 날마다 반성하고 노력하면서

名吾書曰記言(명오서왈기언)이라 : 나의 저서를 말을 기록한다<기언>이라 하였다.

說讀古人之書(열독고인지서)하여 : 이는 옛사람(古人)의 글을 읽기 좋아하여

心追古人之緖(심추고인지서)하여 : 마음속으로 옛사람이 실천한 선행의 실마리를 좇아

日亹亹焉(일미미언)이라 : 날마다 부지런히 힘쓴 결과였다. (힘쓸미)

記言之書(기언지서): <기언>이라는 책은

本之以六經(본지이육경)하고 : 육경(六經)을 근본으로 삼고

參之以禮樂(참지이례악)하고 : 예악(禮樂)을 참고하고

通百家之辯(통백가지변)하니 : 백가(百家)의 변론을 널리 달통한 것이니

能發憤肆力且五十年(능발분사력차오십년)이라 : 능히 여기에 분발하여 힘을 다한 지 50년이다. (끝까지 갈 사)

故其文(고기문): 그러므로 이 글은

簡而備肆而嚴(간이비사이엄)이라 : 간략하면서도 내용을 잘 갖췄고, 장황하면서도 체제는 엄격하다.

如天地之化育(여천지지화육): 천지의 조화와 만물의 육성과

日月星辰之運行(일월성진지운행):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운행과

風雨寒暑之往來(풍우한서지왕래): 풍우한서(風雨寒暑)의 왕래와

山川草木鳥獸五穀之資養(산천초목조수오곡지자양): 산천·초목·조수(鳥獸오곡(五穀)의 생장과

人事之誼(인사지의): 인사(人事)의 당연한 의리와

民彝物則(민이물칙): 사람의 도리와 사물의 법칙과

詩書六藝之敎(시서륙예지교): 시서(詩書육예(六藝)의 가르침과

喜怒哀樂愛惡形氣之感(희노애락애오형기지감): 희로애락애오(喜怒哀樂愛惡) 등 우리 몸의 느낌과

禋祀鬼神妖祥物怪之異(인사귀신요상물괴지이): 제사·귀신·요망함과 상서로움·괴상한 물건 따위의 이변과 (제사지낼 인)

四方風氣之別(사방풍기지별): 사방(四方) 풍속과 기후의 차이와

聲音謠俗之不同(성음요속지부동): 정악과 민요의 같지 않음과

記事敍事論事答述(기사서사론사답술): 사건 기록, 이야기 전개, 사태 논술, 대책 진술과

道之汚隆(도지오륭): 사람 사는 도리의 오염과 융성함과

世之治亂(세지치란): 세상의 안정과 혼란과

賢人烈士貞婦奸人逆愚暗之戒(현인렬사정부간인역우암지계): 어진 사람, 뜻있는 선비, 단정한 부인, 간사한 사람, 반역자, 어리석은 사람, 어두운 사람에 대한 경계를

一寓於文(일우어문)하여 : 모두 이 글에 포함시켜 (하나 같이 모두 일)

以庶幾古人者也(이서기고인자야): 거의 고인(古人)처럼 통합적 사고를 하기를 바란 것이다.

強圉協洽日短至(강어협흡일단지): 정미년(1667, 현종8) 동지에

孔巖許穆眉叟書(공암허목미수서)하노라 : 공암(孔巖) 미수(眉叟) 허목(許穆)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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