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결이란 말을 들었다. 정식 용어는 아니고 도예(陶藝)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다. 도예(陶藝)와 돌 예술을 공통적으로 묶어낼 수 있는 키워드를 찾던 중 리(理)에 주목했고 그것은 옥석(玉石)이나 나무의 결을 의미한다는 생각에 관심을 다시 기울이게 되었다. “..꽃에게도 꽃의 마음이 있다는 것일까요..”란 시어(천양희 시인의 ‘숨은 꽃‘ 가운데)가 있지만 흙에도 결이 있는 것일까요?라고 묻지 말고 흙에도 결이 있다고 생각해야 하겠다. 결은 나무나 돌 등에서 무르거나 굳은 부분이 모여 만들어진 바탕 상태나 무늬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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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암(休庵) 백인걸(白仁傑) 선생께서 스승인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 선생을 존경해 그 분의 집 옆에 집을 짓고 살며 스승을 본받았다는 말이 눈에 띕니다. 그러고 보니 두 분은 암자 암(庵)이란 글자가 포함된 호를 가진 분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휴(休)는 그칠 지(止)나 고요할 정(靜)에 수렴하는 글자라니 결국 백인걸 선생은 스승의 정(靜)과 뜻이 통하는 다른 글자인 휴(休)란 글자를 호에 담은 것이네요. 휴(休)가 의미하는 그침이란 생각의 그침이기도 할 것입니다. 몸만 멈춘다고 휴식 나아가 고요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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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韜藉)는 감출 도와 깔개 자를 쓰는 단어로 신주를 모시는 주독(主

독; 나무 함)을 씌우는 집을 의미한다. 여헌 장현광 선생의 글을 읽다가 지루해 잠시 이런 부분을 글로 남기는 것. 지난 해 11월 포천 화산서원 해설을 할 때 도자를 보았다. 장현광 선생은 독특한 분이다. 주자 성리학에 특화된 분이면서 자연 인식에도 남다른 면을 보인 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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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 HEAR - 듣기는 어떻게 나의 영향력을 높이는가?
야마네 히로시 지음, 신찬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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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이야기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은 심리학적으로 공통된 잘 듣는 기술을 구사한다. 비결은 수용, 공감, 자기일치에 있다. 수용은 상대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상상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자기일치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깨닫는 것, 그리고 나는 이걸로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듣는 기술은 본질적으로 내가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가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이야기 하게 만들 것인가다. 저자는 심리상담사란 세상에서 가장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 말한다. 상담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다. 듣는 기술을 잘 활용하면 대화를 나누면서 욱하거나 화가 치미는 일도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는 소중한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주라고 말한다. 책은 전체 여섯 파트로 이루어졌다. 일단 들어라, 말하지 말라, 조언하지 말라, 침묵을 견뎌라, 경청하지 말라, 듣는 것을 즐겨라 등이다. 화술을 갈고 닦기보다 이야기를 잘 듣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더 쉽다고 저자는 말한다.

 

왜?라는 질문은 일단 접어두고 그렇군, 그렇구나 같은 반응을 보이자. 머리를 완전하게 비우고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이야기하는 것과 듣는 것의 비율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듣는 사람이 변하면 말하는 사람도 변한다. 하버드 대학교의 사회인지 및 감정신경과학 연구소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쾌락이라고 말했다.

 

들어준다는 것은 알아준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잘 들으려면 무엇보다 피로감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들어주면 상대는 기분 좋게 이야기할 수 있다. 뭔가를 알려주고 싶어도 참아라. 상대의 말을 평가하지 말라. 궁금한 것이 있어도 참아라. 진지한 사람은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이다. 자기 긍정감이 낮으면 남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듣는 사람은 상대를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대화해야 한다. 심리상담사는 상대가 안심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항상 러닝(learning)이라는 키워드를 인식한다. 티칭(teaching)도 아니고 코칭(coaching)도 아닌 러닝이다. 잘 듣는 사람은 어떤 상대와 대화하더라도 배우자라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잘못 되었어도 일단 들어주라. 공감은 하되 동감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공감은 나도 그렇게 느끼는 것이고 동감은 생각이나 의견이 같은 것이다. 조금 두루뭉술하게 질문하라. 취미는 무엇인가요? 대신 요즘 관심 가는 일이 있나요?처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듣기 전문가는 리액션 전문가다. 대화의 템포를 맞추어라. 잘 듣는다는 것은 상대의 속마음에 다가가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들어가면 생각이 정리된다. 상대가 안고 있는 문제는 나의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과제분리라고 한다. 듣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다.

 

내 마음이 충만할 때 들어줄 수 있다. 저자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컨디션이 아니면 차라리 상담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상대의 침묵에는 말없이 기다리라. 상대가 침묵한다는 것은 이야기할 수 없는 상태임을 말해준다. 애써 말하지 않아도 된다. 서서히 마음을 열어라. 결론은 이야기하는 사람이 내리는 것이다.

 

매일 듣는 연습을 한다. 꼭 필요한 것만 확실하게 듣는다. 말속에 숨은 감정을 파악하라. 이야기의 80, 90퍼센트는 중요하지 않는 내용이다. 심리상담사는 상대가 기 싸움을 걸어와도 신경 쓰지 않는다. 기 싸움을 걸어오는 사람 만큼 힘든 유형이 있다. 그런데 말이야를 남발하는 사람이다.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성과도 좋다. 피할 수 없는 대화는 걸러서 들어라. 들을수록 유익한 정보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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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 - 평화와 공존의 공간 되찾기, 인류학자의 제언
강주원 지음 / 눌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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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주원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마주보는 중국 단둥에서 15개월 간 현장 연구를 한 인류학자다. 저자는 자신의 ‘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를 한반도 안에서 느꼈던 자신의 무지함과 낯섦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디에서 왔는지 파악하는 여정을 담은 책이라 설명한다. 저자는 압록강과 두만강을 언급한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압록강은 서쪽, 두만강은 동쪽에 자리한다.

 

저자는 압록강의 물결은 흐르고 흐르다 황해를 만나고 대동강과 한강에서 흘러나온 물과 섞인다고 쓴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에서 임진강을 거론하지 않았음에 주목했다. 저자는 그 강의 목소리와 삶을 모르고 한국 사회에서 살아오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 글을 접하고 나를 돌아보았다. 임진강이 흐르는 곳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 강에 대해 잘 몰라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임진강이 납북 단절만을 상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의 책을 통해 임진강 하류에 중립 수역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저자는 2000년 여름 두만강 주변에 철조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말한다. 국경 철조망이 아닌 경계를 표시하는 철조망은 있었다. 저자는 철조망이 단절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말을 하기 위해 38도선을 이야기한다.

 

저자에 의하면 38도선은 2년여에 걸쳐 생긴 도로차단기 또는 나무 표지판이었다. 한국전쟁 이전까지 사람들은 장사 등을 위해 남북을 오갔다. 저자에 의하면 휴전선 역시 전체가 촘촘하게 가설되지 않은 ‘ 말뚝을 이은 가상의 선’이다. 휴전선을 설치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4년이다. 휴전선은 설치 시점과 (사람들에게) 알려진 시점이 다른 모호한 존재다.

 

한국전쟁 이후 휴전선에는 말뚝만이 존재했다. 1968년에서 1972년 사이에 휴전선이 아닌 DMZ의 끝 안팎에 철조망이 생겼다. 철조망의 역사는 분단 세월과 일치하지 않는다. 남방한계선이 아닌 한강하구에 철책이 있다. 1970년 설치된 것이다. 고양과 건너편 김포 양쪽 강변에 22.6km의 철책이 세워졌다. 동해안에도 목책에 이어 철책이 설치되었다.

 

한국 사회는 1968년 전후까지 남방한계선 철조망 없이 살아왔다. 1968년 전후부터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이 아닌 남방한계선에 철조망이 설치되었다. 저자는 이를 한국사회가 만든 구조물이라 말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는 가까이 있지도 않은 DMZ를 여기저기에 가져다 붙인다고 말한다. 민통선이고 한강 하구이고 한강 하류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철조망이 있는 지역을 DMZ라 부르는 것이다.

 

책을 통해 남방한계선의 낡은 철조망을 교체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것은 당연히 군사분계선의 철조망이 아니라(군사분계선 즉 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 남방한계선의 철조망이다. 저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휴전선 철조망을 사람들의 뇌리에서 걷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라고 말한다.

 

정리하면 우리나라에는 동해안 군 경계 철조망, 서해안 군 경계 철조망, 민통선 철조망, 남방한계선 철조망이 있다. 난지도 노을 공원을 지나 가양대교 북단 언저리에서 도로명은 강변북로에서 자유로로 바뀐다. 저자는 한강 철조망은 자신에게 한강과 임진강 주변의 민통선과 남방한계선 철조망의 역사를 아울러야 함을 알려줬다고 말한다.

 

군사분계선은 서쪽 임진강에서 동쪽 고성까지 1292개의 말뚝으로 구분된 선이다. 휴전선과 임진강은 늘 평행선이 아니다. 파주 휴전선은 동서 또는 남북으로 놓여 있다. 파주 임진강은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임진강은 문산대교 언저리에서 방향을 바꿔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 한강하구와 만난다. 장단반도는 휴전선 남쪽이 아니라 오른편으로 3km 떨어진 민북(민통선 이북) 지역이다.

 

자유로를 뒤로하고 동쪽으로 37번 국도를 달려도 철조망 때문에 접근이 힘든 임진강이 한동안 이어진다. 그 길을 약 20km 가다보면 철조망이 없는 임진강변에 고구려 시대의 호로고루가 자리하고 있다. DMZ와 민북지역을 구별하지 않고 생각(말)하는 시대의 오류를 지적하며 저자는 한국사회는 중립 수역의 존재와 성격을 잊거나 모르고 지내고 있다고 덧붙인다.

 

문제는 한강 하구 즉 중립수역은 남북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물길인데 이를 비무장지대로 생각하는 오류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중립수역은 파주 탄현면 만우리에서 강화 서도면 말도에 이르는 67km의 물길이다. 휴전선과 DMZ는 육지에만 있고 중립수역에는 없다. 저자는 한강 하구와 임진강 하류 중립 수역이라 부르자고 말한다.

 

저자는 통제(統制)는 금지의 의미가 아님을 받아들이자고 말한다. 통제는 제한하거나 제약하는 것이다. 저자는 민통선 이전 명칭이 있음을 말한다. 귀농선(歸農線)이다. 국가와 군대의 통제 속에서 귀농선과 민통선, 그리고 민북 지역의 역사는 다양했고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은 다채롭다. 저자는 자유로 임진강을 바라보는 시야가 확보되면 일제강점기 연천 고랑포의 화신 백화점으로 가던 뱃길이 그려질 것이라 말한다.(169 페이지)

 

북한과 남한은 한강 하구와 임진강 하류를 함께 뱃길로 이용하지 않고 살아왔다. 저자는 임진강 하류와 더불어 중립 수역인 한강하구에 꾸준히 갈 것을 다짐한다고 말한다. 자유로 한강과 임진강의 철조망 모양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민통선이 어떤 방식으로 점차 북상하는지, DMZ 안과 밖에서 일상의 삶은 어떻게 깊어가는지, 임진강 하류는 중립 수역으로 인식되는지를 놓치지 않고 남기고자 노력할 것이라 말한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연구하기 시작한 뒤 임진강과 한강을 연구하게 된 저자의 책을 흥미 있게 읽었다. 내가 사는 곳을 흐르는 임진강 이야기가 흥미를 끌었다. 임진강 하류와 더불어 중립 수역인 한강하구에 꾸준히 갈 것을 다짐한다는 저자의 말을 들으며 나는 임진강, 한탄강을 자주 갈 것을 다짐한다고 말한다.

 

파주 옆 연천의 민통선을 넘어가“귀하는 지금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관할하는 비무장지대로 진입(접근)하고 있는 중임”이라는 간판을 보았다는 저자의 말에 나는 임진강평화습지원을 찾아가는 길에 그 문구를 보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많이 배운 책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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