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사로잡는 말센스의 비밀 - 모르니까 서툴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한 대화의 기술
장차오 지음, 하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관의 한계라는 말이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이다. 이 심오한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언어의 달인 장차오(張超)의‘마음을 사로잡는 말센스의 비밀’에서 접한 말이다. 철학자의 말이 커뮤니케이션 강사의 책에 인용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인용이다. 저자는 말하기는 기술이라기보다 타인을 생각하는 배려에 가깝다고 말한다.

 

배려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한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연결고리를 잘 찾아야 한다. 본문에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그 사람에 관한 자료와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라는. 해설에서 나는 이런 방식을 활용한다. 다른 곳에서 온 분들에게 내가 사는 A 지점과 그분들의 거주지와 연결되는 화제를 반영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상대의 손톱 색깔이라도 기억하라는 말을 한다. 당연히 칭찬도 기술적으로 해야 한다. 나는 너보다 더 힘들다는 말은 힘 빠지는 위로다. 상대가 많은 것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을 때는 원인을 캐묻지 말아야 한다. 나쁜 말투가 위험한 이유는 내가 더 비참하다는 말을 하려다가 자신의 정보를 너무 많이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사례 별로 나쁜 말투, 평범한 말투, 센스 있는 말투를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있다. 화려한 말재간보다 내면의 풍부한 감정을 전달하라. 솔직하다고 착각하는 무뢰한들을 조심하라. 아니 그런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솔직하게 말한다는 것은 상대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편안하게 하려면 그의 단점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나의 실수나 단점을 말하는 셀프 디스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과(謝過)도 조심해야 한다. 사과는 제대로 하자. 1) 가감 없이 사실만을 이야기 한다. 2) 다른 사람은 평가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만 이야기 한다. 3) 도리를 따지지 말고 자신이 느낀 바를 이야기 한다. 이는 울화통 터지는 상황에서 조리 있게 표현하는 세 가지 원칙이다.

 

화가 날 때는 심호흡을 세 번 정도 하자. 말을 아무리 잘해도 화제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 생각을 바꾸면 관계가 편해진다. 이 즈음에서 나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인가, 생각해본다. 평범한 것 같다. 반성이 필요하다. 세상에 단 한 가지도 공통점이 없는 관계는 없다. 적절한 잘난 척도 상대의 감정에 맞춰서 하라.

 

똑똑한 사람만이 실천하는 경청의 세 가지 기술이 있다. 1) 사전 준비를 한다. 2) 세부사항과 접속사까지 귀담아 듣는다. 3)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경청한다 등이다. 저자는 경청(傾聽)이란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것이란 말을 한다.

 

조금만 주의 깊게 주의를 살펴보면 능력 있는 사람일수록 열린 마음으로 편안하게 말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수치나 데이터보다 강한 스토리의 힘을 활용하자. 인지상정의 스토리로 상대를 감동시켜라. 인내심을 잃는 순간 대화의 먹잇감이 됨을 기억하라. 좋은 질문은 때로 천 마디 말보다 낫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난 1월 27일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에 이어 어제인 4월 6일 ‘깃털 달린 여행자’의 서평을 읽은 독자가 자신의 책 구매에 도움이 되었다며 감사(thanks to) 버튼을 눌러 서평 작성자인 내게 책 값의 1%가 적립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성과를 올린 셈이다. 170원, 180원에 해당하는 극소액이지만 돈이 아닌 내가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기분이 좋다.

 

알라딘에서 서평을 많이 쓸 때인 10여년전에는 같은 시스템에 따라 100원, 150원, 200원 등으로 3년에 총 18만원을 쌓기도 했었다. 코끼리, 새(‘깃털 달린 여행자’는 새에 대한 책이다.)는 물론 공룡 등에 대한 책을 많이 읽을 생각이다. 이번 달 21일 물문화관, 29일 방문자센터 해설에서 얼마나 많은 새로운 정보를 반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대가 크다.

 

J. G. M. 한스 테비슨의 ‘걷는 고래’, 사이먼 반즈의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 매트 브라운의 ‘개가 보는 세상이 흑백이라고? - 동물 상식 바로잡기’ 등이 주목된다. 물론 내 관심은 늘 인문 및 자연과학에 가 닿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는 논어를 만나 행복해졌다 - 나로 살아가기 위한 든든한 인생 주춧돌, 논어 한마디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의 저자인 판덩의 ‘나는 논어를 만나 행복해졌다’다. 술이부작(述而不作)이란 말이 첫 구절로 나온다. 계승하되 창작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구절이다.(述에는 짓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계승하다는 의미도 있다.) 공자는 네 가지 걱정거리를 말했다. 덕을 닦지 않는 것, 학문을 전수하지 않는 것, 의로움을 듣고도 옮기지 않는 것, 선하지 않은 것을 고치지 못하는 것 등이다.

 

공자는 신신여야(申申如也)하고 요요여야(夭夭如也)했다. 신신은 편안하고도 느긋한 모습을 말한다. 요요는 아름답고 무성하게 핀 잎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공자는 꿈속에서도 주공(周公)을 그리워 했다. 공자는 번민하지 않으면 일깨워주지 않았고 애써 표현하지 않으면 말해주지 않았다. 저자는 수천 년이 흘러 문명은 발달했지만 오히려 교육은 퇴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뇌를 퇴화시키는 주입식 교육 방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굳건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상을 당한 사람 곁에서는 배부르게 먹지 않았다. 공자는 원한다고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부자가 되는 것은 결과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공자는 예를 중시한 분이다. 그러면서도 소(韶)를 듣고 고기 맛을 몰랐을 정도의 분이기도 했다.

 

공자가 쓴 수(水)는 차가운 물을 의미한다. 뜨거운 물은 탕(湯)이라 한다. 저자는 나에게 몇 년의 시간을 빌려주어 쉰 살 떼에 역(易)을 배울 수 있다면 큰 허물이 없게 될 것이란 공자의 말을, 세기의 학자 공자도 학습의 게으름을 후회한다고 풀었다. 공자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하지 않았다.

 

저자는 공자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그 중 선한 점을 가려 따르고 선하지 못한 점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 부분을, 부(負)의 엔트로피를 설명한 것이라 설명한다. 부의 엔트로피는 엔트로피 증가 행위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저자는 부의 엔트로피 행위를 통해서 엄격하게 자신을 단속하고 타인의 선한 점을 가려 따르고 단점을 바로잡는 성장의 마인드셋을 하자고 말한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자신은 너희들에게 숨기는 게 없다고 말했다. 너희들과 함께 행동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자는 수단과 방법은 가려야 함을 가르쳤다. 저자는 섣부른 행동의 이면에 무지(無知)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위선을 보이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결국 언젠가 민낯이 드러날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노자가 성인은 배를 위할 뿐 눈을 위하지 않는다(爲腹不爲目)고 말한 것을 지적한다. 배를 위한다는 것은 배불리 먹으면 만족한다는 의미다. 눈을 위한다는 것은 감각적인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상태는 사치스럽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검소하지도 않은 중용의 상태다. 공자는 중용의 도를 강조했다. 중용은 예와 도덕에 부합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예에 부합하는 것은 규범의 경계를 아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중심적 사고의 덫을 조심하라고 말한다. 배움을 향한 두 가지 길은 박학(博學)과 정통(正統)이다. 공자는 함부로 추측하지 않았다. 독단적이지 않았다. 고집하지 않았다. 아집에 갇혀 자신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지 않았다. 공자는 꾸밈없고 솔직함으로 무장한 시대의 현인이었다.

 

예와 교양은 자신을 보호하는 최적의 방법이다. 마음에 드는 말은 한 사람의 인생은 임곗값을 돌파하는 과정이란 말이다. 저자는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를, 사람의 본심은 겪어 보아야 알 수 있다는 말로 풀어낸다. 유교의 미덕은 무엇일까? 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이리라.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용맹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깃털 달린 여행자
멜리사 마인츠 지음, 김숲 옮김, 박진영 감수 / 도서출판 가지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멜리사 마인츠의 '깃털 달린 여행자'는 어려서부터 새를 보러다닌 전문가가 쓴 쉽고도 알찬 책이다. 관심 만큼 알기 어려운 새에 대해 재미있고 내실 있게 알게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샀다. 이주(移住)는 엄청난 지리적 변화를 내포한 말이다. 새들은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번식하기 위해 이주한다. 많은 철새는 육추(育雛)에 앞서 심한 먹이 경쟁을 피해 여러 지역으로 이주한다. 뻐꾸기, 물총새, 붉은뺨도요 등의 새들은 대부분 위험천만하게도 새끼들이 혼자 힘으로 첫 여정을 마주하도록 내버려두고 먼저 떠난다.

 

새들은 각기 다른 서식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깃털을 갖도록 진화했다. 어떤 새들은 포식자를 만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암벽이나 외딴 섬에서 육추를 하기도 한다. 날지 않고 걸어서 이동하는 새도 있다. 에뮤가 그렇다. 사실 철새는 1년 내내 그리고 매년 움직인다. 새의 이주는 요인과 형태에 따라 10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계절성 이주, 고도에 따른 이주, 위도에 따른 이주, 경도에 따른 이주, 깃털 갈이 이주, 순환 이주, 방랑자 이주, 침입 이주, 표류 이주, 뛰어넘기 이주, 분산 이주, 역방향 이주 등이다.

 

철새가 같은 길을 오고간다는 이야기는 오해다. 철새는 대부분 일정한 범위 내에서 고리형 경로를 만들어 순환 이주를 한다. 방랑자 이주는 그때 그때 최상의 자원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다. 어느 한 지역에 새들이 갑자기 느는 것을 침입 이주라 한다. 표류 이주는 탈진 때문에, 폭풍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서식지 가장자리에 앉는 것이다. 뛰어넘기 이주는 같은 종의 텃새나 단거리를 이동하는 철새 무리와 섞이지 않고 대부분의 무리를 뛰어넘어 이동하는 것이다.

 

한 새가 한 가지 형태의 이주만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철새의 이주 경로 중 대부분은 경도(동서) 이주보다 위도(남북) 이주다. 새로 난 깃털은 새들이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멀리까지 날 수 있게 해줄뿐 아니라 공기의 흐름을 더 잘 타도록 비행능력을 향상시켜 장애물이나 포식자를 재빨리 피하게 해준다. 이주 몇 주전부터 달라지는 일조시간은 새의 뇌에서 호르몬이 변하도록 자극해 새들이 포만감을 덜 느끼고 더 많이 먹게 만든다. 이는 이주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비축하는 과정이다.

 

새들은 불필요한 부위의 무게를 줄인다. 새들은 여정을 시작하기 며칠 또는 몇 주전부터 불안해 서성인다. 이를 이망증(移望症; 이동하면서 사는 습성이 있는 동물 특히 철새가 제 때 이동하지 못했을 때 보이는 여러 가지 특이한 불안증세; Zugunruhe)이라 한다. 이런 상태는 새장 속에 갇혀 이주할 수 없는 새에게서도 발견된다. 단거리 이주를 하는 새는 변화를 덜 겪고 더 길고 힘든 여정을 떠나는 새일수록 광범위한 변화를 겪는다. 새들이 경로를 따라 이동해 도착하는 핵심적인 중간기착지는 탐조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철새 도래지는 대개 서식지 환경이 변하는 가장자리에 있다. 광활한 바다를 건너 마주한 연안의 첫 번째 섬, 습지, 혹독한 사막에 인접한 숲, 정글 가장자리 등이다. 이런 곳에서 새들은 지리적 장애물을 이미 넘었거나 마주하기 직전 상태로 쉬며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종, 비행형태, 대기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철새들은 함께 나는 과정에서 최대 10~20%까지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심지어 비슷한 조건에서 혼자 날아가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날 수 있다. 무리를 지어 날아가면 경로 선택에도 여러 마리가 참여하므로 올바른 방향을 찾기에 더 유리하다.

 

혼자 생활하는 습성이 있는 맹금류는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으며 이주할 때도 함께 다니지 않는다. 이들은 그저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대륙 사이의 지형적 특성 탓에 익히 잘 알려진 좁은 비행 경로로 다함께 빨려들어가고 있을뿐이며 그 모습이 마치 사회적이지 않은 이들이 잠시 무리를 이룬 것 같은 환상을 만들어냈다. 새들은 이주하는 동안 영역을 지키고 짝짓기 상대를 유혹하는 데 관심을 쏟는 대신 오로지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몸을 잘 충전하는 데만 집중한다.

 

이 시기에 한 공간에서 대규모로 먹이 활동을 하는 벌새를 발견하면 이들이 무리행동을 한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실은 좁은 기류를 따라서 동시에 이주하는 맹금류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벌새는 꽃망울이 터질 때 이동한다. 그들은 이주 시기와 경로를 꽃 피는 일정에 맞춘다. 꽃들이 가장 많이 피어나 꿀이 풍부해지는 때와 장소를 자신의 이주 경로에 연결해 이동 중 사용할 에너지를 만든다. 새들에게 적합한 서식지가 많이 사라진 지역에서는 공동묘지도 유용한 피난처가 된다. 묘지 주변은 성숙한 나무가 자라고 상대적으로 조용하며 간섭이 적어 새들은 고인처럼 평화와 안식을 취할 수 있다.

 

제각기 다른 여정을 떠나는 새들을 추적한 결과 철새는 짧게 자주 쉬어가기보다 길게 서너 번만 쉬기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통과서식지는 다양한 철새를 끌어들여 탐조인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다. 새들은 길을 찾는 데 다음의 기술을 활용한다. 자기장 감지, 지리학적 지도, 별자리 지도, 배운 길 등이다. 새들이 이주하는 시기에 크립토크롬이라는 단백질이 농도가 높아지고 시간대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철새가 지구 자기장을 본다는 의미이며 그 덕분에 이주하는 동안 매우 정확한 방향성을 띨 수 있다.

 

대륙개개비의 부리에서 자철석을 포함한 철 광물이 놀라울 정도로 많이 발견되었다. 연구자들은 그 화합물질이 새의 뇌로 전달되어 몸속에 내재된 비행 지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새들은 사람보다 훨씬 예민한 시력과 청력을 지닌 덕에 몸속에 서식지간의 이주 경로를 담은 자기만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새들은 강물이 굽이치는 소리, 암석 해변에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선 숲 사이로 바람이 부는 소리 등으로 지형을 느낄 수 있다.

 

밤에 이동하는 새들은 체내에 저장된 별자리 지도와 눈에 띄는 별의 위치를 이용해 길을 찾는다. GPS나 온라인 지도가 존재하기 몇 백년 전에는 사람도 낯선 곳을 여행할 때 별자리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다. 새들은 자외선을 꿰뚫어볼 수 있다. 흐린 날씨에도 자외선의 최대 80퍼센트는 구름을 통과한다. 항해사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별과 태양이 새들에겐 비행 단서가 된다. 어떤 새들은 경험이 많은 새들에게서 이주 경로를 배운다. 수많은 철새가 한 가지 항해술만으로 긴 이주를 안전하게 끝낼 수 없고 여정 전반의 환경 변화에 따라 여러 기술을 작용하면서 날아간다.

 

별자리 지도는 낮에 이동하는 새들에게는 별로 유용하지 않고 지리학적 지도는 지형의 세부를 정확히 볼 수 없는 밤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온이 낮은 밤에는 낮보다 대기가 덜 불안정하기 때문에 몸집이 작은 새들이 에너지를 덜 사용하면서 더 부드럽게 이동할 수 있다. 낮에 이동하는 새들은 온난기류와 같은 기상의 혜택을 받아 산 위로 훨씬 쉽게 날 수 있다. 많은 새들이 이주하는 도중에 길을 잃고 예상 경로와 서식지에서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벗어난 곳에서 발견되곤 한다. 지형을 기준으로 길을 찾는 철새는 지리적 풍경이 바뀌면 혼란에 빠진다.

 

별빛과 별자리 지도로 방향을 찾는 철새들은 복잡한 빛 풍경의 변화로 인해 혼란을 겪는다. 새들이 별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하는 빛공해는 큰 문제다. 불안정한 기후 변화로 인해 해안선이 달라지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사막이 넓어지고 수목한계선이 변하는 등 지형이 바뀌는 것도 철새의 이주를 방해한다. 통과서식지의 파괴도 이주의 성공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지속적 개발, 농경지 확장, 자연재해의 결과 해안선과 강바닥, 숲 가장자리 경계선 등이 달라지면 새들의 머릿속에 저장된 지리학적 지도가 바뀌어 길을 잃을 수 있다.

 

새도 사람만큼이나 자연재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일년 내내 한자리에서 서식하는 텃새는 철새보다 성격이 강하고 호기심이 많고 지능이 더 뛰어나다. 지구상 모든 지역은 텃새의 서식지다. 새들은 단일반구서파수면을 취한다. 뇌의 절반은 최소의 기능만 하면서 쉬고 나머지 반만 깨어서 활동하는 것이다. 이는 하루 50분 이하다. 미국쑥독새는 겨울잠을 자는 유일한 새다. 동굴과 암석으로 이루어진 틈새에서 잠을 자며 겨울을 난다. 17세기 말 새들이 달로 이주한다는 내용이 하버드대학교와 예일대학교 등에서 가르쳐지기도 했다.

 

오늘날 철새에 관해 가장 널리 퍼진 위험한 설화 중 하나는 철새에게 먹이를 주면 멀리 이동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현지의 계절 변화에 적응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은 그 반대다. 건강하고 영양 가득한 먹이는 철새가 여정을 준비하거나 이동하는 중에 몸을 재충전하는 데 도움을 주어서 새들이 더 성공적으로 이주할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종들이 환경변화에 각기 다르게 적응한다. 철새는 여정 중 재충전을 위해 영양분이 가득한 먹이만큼이나 깨끗하고 신선한 물을 필요로 한다. 단지 목을 축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유체역학적 비행을 위해 깃털을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깨끗한 물로 자주 목욕해야 하고 깃털 고르기도 해야 한다. 모든 종류의 새들에게 적합한 목욕탕의 깊이는 2.5~5cm 정도다. 새들은 작은 연못으로 흘러드는 분수나 폭포와 같이 흐르는 물에서 생기는 포말과 파도에 큰 관심을 갖는다. 저자는 철새들이 어마어마한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돕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그저 우리 스스로 철새의 여정을 즐기는 것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얇지만 흥미로운 내용이 많은 책은 이렇게 끝난다. 새에 대한 다른 책을 찾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꾼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자 천위안의 책이다.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편’이다. 어려움을 무릅쓰고도 곁에 두어야 할 사람이 있다란 챕터부터 영웅은 사라지지 않는다란 챕터까지 이어진 책이다. 저자는 큰 뜻을 품었다면 웅덩이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말라고 말한다. 저자는 계책을 쓰지 않을 때 신통하게 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도한 칭찬과 인정은 양날의 칼이다. 단기적인 효과를 추구하면 반드시 장기적인 우환이 생긴다.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지 말라는 말이다. 멀리 보고 나가야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당장 발밑의 웅덩이를 피했다고 삶의 협곡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부탁할 때는 상대의 거절을 염두에 두어라. 원수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때도 있다. 운명을 바꾸는 것은 종종 우연한 사건이다. 어제 읽은 한 권의 책, 지금 만난 한 명의 사람, 순간에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전환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겪고 있는 일들이나 스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집중해보자. 제갈량은 평생 겸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유비의 죽음이 제갈량의 마음에 사명감을 심어 주었다. 자신의 능력이 무력하다고 느낄 때 신적 메시아에 의지하게 된다. 이때 운명론자가 된다. 포기하지 않는 자의 뜻이라야 어둠을 뚫는다. 저자는 말리노브스키의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을 예로 들며 문명사회에 사는 현대인도 불확실한 위험에 맞닥뜨리면 미신에 기댄다고 말한다.

 

저자는 신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당신 자신이 버린 자신감뿐이라 말한다. 당신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라 말한다. 8부 ‘제갈량, 자신과 싸우다‘에서 저자는 인생 최대의 적은 자신이라 말한다. 가장 어려운 싸움은 자기 내면의 갈등을 이겨내는 것이라 말한다.

 

권위를 내려놓고 자기 역할에 충실할 때 지지자가 생긴다. 적과 같은 배를 탔다면 한눈 팔지 말라. 같은 말이라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하찮은 재주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순리를 거스르는 운명은 없다. 이길 확률이 낮을수록 기대치가 높아진다. 집착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 저자는 이기적임을 인정하자고 말한다. 대신 이기심이 자신과 타인에게 긍정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