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각 꽃잎이 떨어져도 봄빛은 줄어드는 것을”이란 두보(杜甫)의 시 한 구절이 인용된 시는 조용미 시인의 ‘探梅行‘이다. “병중 매화를 보려 나선다/ 매화 보려면 아픈 것일까...“로 시작하는 시다. 시인에게는 ’탐매‘란 시도 있다. ”..멀리서, 내게 맞는 봄을 찾아, 해마다 이 늙은 매화나/ 무 아래 서 있다 가느라 나도 모르게 나이를 먹었다...“란 구절이 있는 시다.

 

탐매행은 한자로, 탐매는 한글로 쓴 데 어떤 이유가 있을까? 두보의 시가 인용된 ’探梅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구절이 있다. ”暗香에 病이 깊어가는 것인가/ 매화나무에 흰 나비가/ 꽃잎인 듯 나비인 듯/ 날아다닌다“ 암향에 병이 깊어가는 것인가...

 

이를 보며 李白의 ’정야사(靜夜思)‘란 시의 한 구절을 생각한다. ”床前明月光/ 疑是地上霜...”(상전명월광/ 의시지상상); “침대 머리 맡으로 흘러든 밝은 달 빛/ 땅에 서리가 내렸나 했네..” 흰 나비와 꽃잎 vs 달빛과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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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역사란 무엇인가
마르틴 뤼케 외 지음, 정용숙 옮김 / 푸른역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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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에서 발원한 공공역사는 독일에서는 응용역사라 불리기도 한다. 응용역사란 개념은 좀 더 직관적이고 자명하다. 로버트 켈리에 의해 만들어진 공공역사란 개념은 공공의 역사 표현을 의미하기도 하고 다양한 미디어와 기관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는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 하위분과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개념 이전에 현상이 있었다.

 

그간 학교 밖에서 유통되던 ‘박물관이나 티브이 다큐멘터리 등이 매개하는 역사’는 학문적 역사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공공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를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매개하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공공역사를 논할 때 알아두면 좋을 개념항은 학문과 대중의 요구 사이란 말이다. 이는 대학과 학교 밖에서 역사를 매개하는 직업 분야를 위한 준비가 이루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980년대 독일 역사 작업장에는 네가 서 있는 곳을 파라(Grabe, wo du stehst)란 모토가 유행했다. 지역사와 일상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말이다. 브레멘 대학교의 연극 프로젝트는 ’문서에서 무대로‘라는 구호로 유명하다. 책은 독일에서 공공역사는 대학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 밖에서 더 많은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독일에서 공공역사는 역사의 재구성에 기여할뿐 아니라 역사문화의 일부가 된다.

 

공공역사의 행위자는 포괄적인 지시대상을 갖는다. 공공역사는 문화연구와 친연성(親緣性)을 갖는다. 공공역사가들은 역사학 지식을 계속 따라잡아야 할 뿐 아니라 직접 연구를 수행할 필요도 있다. 공공역사가는 텍스트, 이미지, 영상, 소리 자료, 물체를 사료로 다루는 역사 연구 방법을 익혀야 한다. 오락과 정보는 공공역사에서 함께 가는, 배타적이지 않은 항목이다. 공공역사는 주제를 제시하고 새로운 사료를 발굴하며 방법론적 혁신을 모색함으로써 역사학 발전에 나름으로 기여한다.

 

기억은 인간의 생애를 넘어설 수 있다. 기억의 담지자가 누구인가가 중요하다. 공공역사에서의 역사 교육은 내러티브, 역사적 상상, 다원적 관점이라는 세 가지 원리를 갖는다. 역사학을 사회과학, 문화연구, 기타 인문학 등과 구별해주는 것은 구체적 서술 형태다. 역사 서사는 남겨진 과거의 조각들을 이치에 맞게 정렬하고 어떤 사실 관계는 포함하고 어떤 것은 생략하는 것이다.

 

역사 서사는 사료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하고 우리 문화에서 수용할 수 있는 서술 형태를 따라야 한다. 공공역사에서 역사적 상상을 고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공공역사를 만드는 일이 대중의 역사적 상상과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역사에 제기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역사영화나 전시 설명 텍스트가 단호한 역사적 배경지식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에 부응하지 않고 열린 텍스트로 보일 때 과연 이것이 역사에 관심 있는 공중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는가다.

 

공공역사가는 경험적 타당성(사료의 진실성)과 사료 인용의 질적 수준에 있어서 학계의 연구 현황을 공공역사 생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튼튼한 학문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 공공역사가는 여러 관점 가운데 하나의 관점을 고른 이유를 설명해야 하며, 그로 인해 서사 능력이 얼마나 제한되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사회적 차원에는 두 가지가 있다. 다양성과 포용이다. 인종, 계급, 젠더가 고려 대상이다.

 

사회 구조의 거시 차원과 중간 차원, 사회적으로 구성된 정체성의 미시 차원, 상징적 표현 차원은 인종, 계급, 젠더가 작동하는 권력의 장소이며 다양성과 불평등이 발생하고 삶의 기회가 분배되는 곳으로서 서로 맞물려 상호의존적으로 작동한다.(76, 77 페이지) 계급이 작동하는 자본주의와 젠더가 작동하는 가부장제가 서로 얽히면서 나타나는 구조적 권력관계, 그리고 이와 같은 상호 관계가 노동자, 주부, 매춘부, 남창 같은 자본주의적 성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할 수 있다.

 

공공역사 방법론에 물질문화, 이미지 역사, 소리 역사 등이 있다. 유물은 스스로 말하지 않으며 그 역사와 의미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물질문화 연구의 출발점이다. 물성과 형태를 묘사하고 만들어진 목적과 날짜, 장소를 명명하고 유물 자체의 관찰이나 부수적 정보를 이용해 용도와 출처를 확정한다. 유물이 발견된 곳, 보존된 맥락, 누가 언제 소유했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공공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일상적 삶의 물건들이 어떻게 역사 연구의 사료가 되는가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역사 매개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야생성 개념에 의하면 이 물건들이 표현하는 것은 단수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관찰과 분석법에 따라 달라지는 복수로서의 역사다. 이는 물건을 역사 매개에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이다.(96 페이지)

 

박물관 전시 유물들 중 흥미롭게 분류되는 것들이 있다. 1) 사악한 유물, 2) 까다로운 유물, 3) 제멋대로인 유물 등이다. 사악한 유물이란 잘못된 숭배 대상이 될 수 있는 나치 시대의 유물 등이다. 까다로운 유물이란 진술 능력이 너무 명백하고 단호해 혹여 내포되어 있는 다른 의미를 모두 압도해 버리는 유물이다. 제멋대로인 유물이란 하나의 맥락에서만 전시하면 안 되는 물건이다.

 

유물은 의미를 나르고 역사 연구의 사료가 되는 동시에 역사를 매개하는 미디어가 된다. 리빙 히스토리는 원래의 무대 또는 재구성된 무대에서 원본에 충실한 의상을 입은 배우들과 제조 기술 및 일상 기술의 실증을 통해 역사를 일상적으로 살아 있는 듯 제시하려는 시도를 말한다. 아카데미 역사 연구와 대중적, 통속적 역사를 가르는 전통적인 경계는 흐려졌다.

 

독일 대학에서 공공역사 과정이 호황을 누리는 것이 그 증거다. 공공역사가들이 미디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 즉 경험적 타당성을 갖춘 역사적 서술을 통해 미학적으로 만족스럽고 공중을 매혹하는 역사상을 만들어내는 일은 진본적 허구 개념을 통해 잘 설명할 수 있다. 역사 전문서는 역사 학술서와 달리 드러내놓고 학계의 공중만을 지향하지는 않는 텍스트 미디어다.

 

시청각 미디어도 논할 수 있다. 역사학자이며 박물관 전문가인 안케 데 헤젠은 박물관의 시작을 16세기로 잡는다. 이 무렵에 훨씬 일찍부터 발달해온 수집의 성과를 보여 주려는 생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흥미로워 보이는 것이라면 모두 모아들였고 차츰 차별화되어 갔다. 박물관이 모든 집단의 사람들에게 더 많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지난 몇 년간 참여 박물관 형태에 대한 요구의 증가로 이어졌다. 여기서 관람자는 구경꾼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190 페이지)

 

참여는 관람자가 전시물의 기여를 논평하는 것에서부터 관람자를 통한 전시 구성에 이르기까지 이를 수 있다. 저자는 큐레이터와 소장품 관리자가 박물관의 보물을 감시하고 이를 전시하는 유일한 박물관 전시자가 아니게 된 지 오래라고 말한다. 오늘날 박물관은 공공 공간에서 역사를 제시하는 핵심적 장소다. 지난 수백년 박물관은 크게 변화해 왔다. 엘리트를 위한 박물관 신전이었다가 교육적으로 준비된 학습 장소가 되었다가 지식의 장이 되었다.

 

독일에서 기념관의 역사는 1945년 이후 나치 과거의 처리/ 정리와 깊이 얽혀 있다. 기념관은 나치 범죄와 정치, 사회적으로 대결한 결과다. 1945년 후 수용소 생존자들이 요구하여 해당 장소에 기념관, 기념비, 기념상이 먼저 세워졌다. 기념관 설립 및 일련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만은 않았다. 공적 자금이 조성되면서 역사가들과 기념관 교육 전문가들이 고용되고 학술 자문위원회가 설치되었다.

 

이러한 새 인력의 유입은 기념관 사업을 새롭게 변화시켰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집단의 영향력은 축소되었다. 피해자들은 기념관이 자신들의 장소라고 생각하며 자신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념관에 새로 들어온 전문가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고 이들은 학술적으로 탄탄한 역사 표현의 의무에 충실하기를 원했으며 지금도 그렇다. 증인의 기억은 중요하지만 유일한 사료는 아니다.

 

전시는 다원적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 감정에 압도되지 않으면서 논쟁을 자극해야 한다.(207 페이지) 저자들은 박물관은 전지(全知)해 보이기보다는 주제마다 그 의미를 사용자와 함께 합의하는 배우는 기관이란 말을 한다.(217 페이지) 신박물관학의 핵심 요소는 모든 사람의 접근, 참여, 표현을 요구하는 포용이었다.

 

전시회는 교육받지 못한 집단, 어린이, 이주 배경을 가진 자들, 난민, 장애인들에게 열려 있어야 하며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박물관 연구 방법론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자료의 탐구다. 전시 자료는 주로 물질적인 것이지만 가상의 물건이거나 냄새 또는 소리일 수 있다. 전시를 혼자 힘으로 만드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팀 작업으로 한다. 이 일에는 큐레이터, 박물관 교육 또는 기념관 교육 전문가, 홍보전문가, 디자이너, 그래픽 예술가, 유물 복원가의 참여가 필요하다.(232 페이지)

 

전시는 실험적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전시된 자료는 전시 팀의 의도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에 의해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232 페이지) 보안 문제 외에도 장소를 선택할 때는 모든 장소에는 메시지가 있고 전시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중립적이고 장식과 창문이 없는, 그래서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고 배경만 되어 주는 이상적인 화이트 큐브는 현실에는 없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중립 공간은 환상일뿐이다. 흰벽마저도 메시지가 있어 전시된 역사의 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를 전달하기 때문이다.(234 페이지) 전시에서는 전시물 외에도 해설 문구에 유념해야 한다. 복잡한 내용이라도 가능한 한 간결하고 짧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박물관에 오는 것은 전시물을 보기 위해서이지 텍스트를 읽기 위해서가 아니다. 문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단순 평범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전시물의 특별함을 전시 주제와의 관계 속에서 알려줘야 한다.(236 페이지)

 

이론과 실제의 경계는 대단히 유동적이다. 공공역사의 논점은 역사 제시에서 내용의 재미와 진지함을 동시에 얼마나 달성할 수 있는가이다. 모든 역사적 사건이 가벼운 오락에 적합하지는 않다. 특히 20세기의 전쟁과 폭력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더라도 그러한 역사 현상을 공중 일반에 어떻게 확산되도록 할 수 있는가? 공공역사가들은 역사학과 교수법의 지침뿐 아니라 윤리적 문제도 상대해야 한다.

 

이는 전쟁 및 폭력의 역사와 관련된 문제다. 표현의 한계를 넘어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을 세심하게 다루는 문제와 관련된 사안이다.(276 페이지) 직업 분야를 보자. 미디어는 대체로 역사에 직접적으로 초점을 맞추지 않지만 역사를 다루기는 한다. 공공역사가는 출판사에 들어가 책으로 가는 긴 여정 같은 기획의 편집자가 될 수도 있다. 저자를 물색하고 집필 주제를 제안할 수도 있고 저자가 출판을 요청해 올 수도 있다.

 

편집자의 업무 범위는 출판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관광 경제는 성장하는 서비스 산업이다. 관광사업은 19세기 중반 오락과 휴양 여행의 형태로 시작되었고 1950년대 이후 대중교통의 확대와 함께 지역 경제의 주요 요소가 되었다. 역사 붐은 역사 관광의 확산을 가져왔다. 이는 공공역사 전문가들의 성장하는 취업 시장이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직업 훈련은 아직 없다.(302 페이지)

 

이 분야에 취직해 서비스 상품을 개발하려 할 경우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1) 거리, 도시, 지역의 역사가 이야기되는 형태는 무엇인가? 2) 공간에서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3) 이러한 매개에 활용할 수 있는 보조 수단은 무엇인가? 4) 역사적 장소의 관광상품화가 이에 다시금 미치는 효과는 무엇인가? 역사 관광 가이드는 대부분 주제나 주제나 지리 중심의 역사 가이드 형태로 이루어진다.(303 페이지)

 

저자들은 사람들은 특정 장소를 방문하여 역사를 소비한다고 말한다. 공공역사가는 공중을 직접 만나고 역사를 흥미로우면서도 진지하게 매개하는 방법을 실험해볼 수 있다.(303 페이지) 책 전편의 핵심이라 할 요인들 가운데 하나가 흥미와 진지함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깊이 명심해야 할 바다. 역사 붐이 공공역사 전문가들에게 시장이 되는 역사 관광의 확산을 가져왔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직업 훈련은 아직 없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들린다.

 

구체적 의미의 공적인 훈련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아니 그렇기에 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할 필요가 있다. 다독(多讀)이 모든 일을 푸는 열쇠는 아니지만 충분히 유용할 수 있고 창의의 시발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역사 관광 가이드에 관심이 간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큐레이터, 아키비스트, 다큐멘터리스트, 역사 크리에이터 등과 다른 부분을 몇 가지 제시할 만하다.

 

추상적으로 말해 자유로운 존재라는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흥미를 위해 뿌리인 역사에서 비롯된 이야기의 궤도 또는 줄기에서 적당히 벗어나는 분기(分岐)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기획으로 빛을 본 ’공공역사란 무엇인가‘(2020년 12월 출간)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다른 책의 출판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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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뒤엎는 돈의 심리학 - 돈을 보는 관점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저우신위에 지음, 박진희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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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일상의 좋은 일과는 20퍼센트만 관계하고 비극과는 80퍼센트 관계한다고 한다. 좋은 일은 대부분 돈과 무관하게 일어나지만 슬픈 일은 대부분 돈 때문에 일어난다는 의미다. 돈은 예술과도 밀접하다. 후원 제도가 그것이다. ’상식을 뒤엎는 돈의 심리학‘은 돈을 보는 관점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부제를 가진 책이다.

 

저자인 저우신위에는 심리학자가 아니라 경영학자다. 그에 의하면 돈은 교환의 매개 이상이다. 거기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저자는 그 사람을 알려면 그의 돈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라는 경제학자 머턴 밀러의 말을 상기시킨다.

 

책은 1장 돈에도 감정이 있다; 돈과 인간 심리, 2장 돈을 알면 세상 돌아가는 원리가 보인다; 돈과 사회생활, 3장 합리적 소비일까, 함정에 빠진 걸까; 돈과 소비 행위, 4장 모든 일은 돈과 관련 있다.; 돈과 행복 등으로 구성되었다. 나와 돈 사이의 심리적 거리, 돈은 죽음의 공포도 물리친다, 돈이 아닌 시간을 기부하는 즐거움, 왜 바닥의 동전은 줍지 않고 할인쿠폰은 챙길까?

 

비싼 것이 좋다는 말의 진실,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이유, 시간은 금이 아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물건보다는 경험을 사라, 착시 현상이 만든 부자들의 행복, 개천에서 용 나오던 시절은 이제 끝이 난 걸까? 부자와 빈자 중 누가 더 인색할까, 돈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기적이 된다 등의 챕터가 흥미를 끈다. 소비를 제어하지 못하면 자유를 잃는다,

 

소비가 주는 즐거움은 잠깐이다 등의 말을 기본으로 하고 넘어가야겠다. 하우스 머니 효과라는 것이 있다. 도박에서 얻은 돈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남의 돈을 얻은 것이라고 느껴 그 돈을 다시 도박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2014년 메릴랜드 로욜라 대학교의 트럼프 연구진이 이와 같은 효과를 발견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돈으로 결정을 내릴 때는 더욱 모험적이 되고 자신의 돈으로 결정을 내릴 때는 더 보수적이 되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빈부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신분을 드러내는 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간다. 당연히 이는 가난한 사람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저자는 사람은 돈 때문에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으로 인해 변한다고 말한다. 불황일수록 립스틱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을 립스틱 경제 효과라고 한다. 이는 여성에게 아름다움이란 상대를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성공을 돕는 도구로 인식된다는 의미다.

 

사람들에게는 심리계좌가 있다. 이는 돈을 분류하는 마음 속 서랍이다. 돈을 얻게 된 계기가 돈의 심리계좌를 정한다. 돈의 용도도 심리계좌를 정한다. 돈을 저장하는 방식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사치품에 실용성이 가미된 최강의 유혹이란 말이 있다. 오래전부터 동양에는 사치를 멀리하고 근검절약을 추구하는 문화가 존재했다.

 

소비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을 심리적 리스크라고 한다. 저자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불행해진다고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가족이나 친구 등과 보내는 시간을 줄인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 대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에도 인색하게 한다.

 

저자는 경험은 시간을 꽃으로 만들고, 경험은 비교가 되지 않고, 인생은 무엇을 했는지로 정의된다고 말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가난한 집 아이와 부유한 집 아이의 언어 능력과 기억력에는 차이가 난다. 부(富)는 뇌구조도 바꾼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사회적 관계에 의지해 돈을 벌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더 느낀다고 한다.

 

부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의 욕망과 행복을 중요시한다. 관계, 심리학, 상식, 그리고 상식 초월의 기제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 ’상식을 뒤엎는 돈의 심리학‘이다.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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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조선 지식인 지도'에 미수 허목 선생이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 유형원, 김창협, 김창흡 등은 관심을 끈다. '17세기 군주와 신하의 소통 방식'에 예송논쟁 챕터가 있다. '다시는 신을 부르지 마옵소서'에 미수 허목 선생의 장령(掌令; 사헌부 정 4품) 사직 상소가 들어 있다. '역사 문해력 수업'을 읽어야겠다. '역사적 시간의 세 층위; 파도의 시간, 해류의 시간, 해구의 시간'을 비롯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모든 역사서술이 진실이 되지는 못한다. 사실관계의 조합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확인된 사실들 사이에도 빈틈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는 이 공백지대를 경험에 의거한 추측, 상상, 해석으로 메워가면서 역사를 서술한다. 그러므로 최고의 역사가가 최선을 다해 쓴 역사도 실체적 진실이 아닌 부분적 진실만을 드러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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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용암의 다른 이름인 베개 현무암이란 이름을 처음 만난 것은 지질학자 윌리엄 글래슬리의 '근원의 시간 속으로'란 책에서다. 베개용암과 베개 현무암은 같은 말이지만 근원인 용암과 그 결과물인 현무암을 같은 차원으로 보는 것은 흥미롭다. 표면이 유리질인 베개 현무암(이 용어가 베개 용암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을 보며 돌베개란 말을 생각한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돌베개를 생각했었고 나아가 독립운동가 김준엽 님이 쓴 항일 투쟁기인 '돌베개'란 작품도 생각했었다. 김준엽 님의 돌베개란 제목은 역경(逆境)을 이긴 독실한 신앙인 저자의 의지와 역정(歷程)이 반영된 제목이다.

 

그 이후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통해 흐르는 물로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을 한다는 이야기도 생각하게 되었다. 흐르는 물로 양치질을 하고 돌로 베개를 삼겠다는 수류침석(漱流枕石)을 잘못 들은 한 사람이 돌로 양치질을 하고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겠다는 말을 한 데서 수석침류(漱石枕流)란 말이 생겼다. 나쓰메 소세키 즉 夏目漱石은 그로부터 비롯된 나쓰메 긴노스케(夏目金之助)의 필명이다.

 

'포천의 농촌유산과 에코뮤지엄'은 베개용암을 한탄강 8경의 마지막으로 꼽았다. 이 책에 의하면 조선시대 사대부에게 산수(山水)는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정신수양과 학문정진의 기반이 되는 곳이다. 물과 용암이 만나 만들어진 베개용암 역시 산(山), 수(水)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그간 돌에만 초점을 맞추어온 점이 안타깝다. 포천 고모리 호수공원에 시비(詩碑)가 있는 김종삼 시인의 데뷔작은 '돌각담'이다. 이 시에 돌담이 무너졌다 다시 쌓았다 쌓았다 쌓았다 쌓았다.. 란 구절이 있다. 이경돈은 언어의 돌각담을 쌓고 또 쌓으며 십자가에 꽂히고 또 꽂으며 시로서 약속의 땅이 있다는 광야를 헤매는 존재로 김종삼 시인을 풀었다.

 

지어야 할 언어의 집이 있어 이런 시와 평론이 눈에 들어 왔을 것이다. 주상절리 현무암, 주상절리 하식절벽, 베개 현무암, 클링커, 백의리층 등 돌의 다채(多彩)를 보고도 건성건성 보아넘겼던 불성실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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