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북에서 2025년 1월 나온 ‘추가령 구조곡의 지형’은 사실상 추가령 구조곡을 총괄하는 유일한 저서다. 추가령은 楸哥嶺이라 쓴다.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북쪽의 육진(六鎭)에서부터 곧바로 삼방곡(三防谷)·추가령(楸柯嶺)으로 달려 평강(平康)·이천(伊川) 사이로 나와서 고랑포에 도달하는 것도 또 3백여리에 불과합니다.” 경기 관찰사 이형규(李亨逵)가 상소한 내용 중 한 구절이다. 추가령 구조곡은 좁게는 북동(북북동)-남서(남남서) 주향(走向)의 원산-서울 사이의 구조선들을 포함한다.
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북의 함북 길주, 명천에서 남의 충남 보령까지 단층대로 보는 것이다. 추가령은 철령과 함께 역사시대를 통해 자주 국경으로 사용된 듯 하다. 그러나 삼국시대부터도 남북간의 교류에는 주로 철령이 이용되었으며 추가령 혹은 분수령은 보조적으로 또는 긴급할 때 사용된 것 같다. 일제강점기에 빠른 교통로를 위해 추가령에 신작로와 경원선이 건설되며 주요 통로가 됨에 따라 철령은 쇠퇴했다. 원산- 연천-서울을 잇는 추가령 구조곡은 백악기 또는 신생대 제3기 초에 생성된 우수향(右手向) 단층이 그 이후에 재활된 단층선곡이다.
연천군과 철원군 사이의 고대산, 지장봉, 보장산 일대의 산지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생성된 지장봉 산성 화산암류로 불리는 화산암이 분포한다. 이 화산암류의 대부분은 유문암질 응회암, 용결 응회암으로 담홍색, 담갈색, 회청색의 다양한 암색을 띠며 암편의 함량 변화가 심하다. 구 한탄강의 유로와 현 한탄강의 유로는 대체로 일치하며 추가령 현무암은 구 한탄강을 따라 유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추가령 현무암질 용암류가 만든 용암대지 지형은 형성 이후 하천의 침식 작용에 의해 원 지형이 파괴되는 개석(開析) 작용을 받았다.
하천에 의한 개석은 주로 현무암층과 기반암 사이의 경계부에서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 용암대지에는 수십 미터의 단애(斷崖)가 형성되었다. 개석이 용암대지 내부에서 진행된 곳에서는 대규모 협곡이 발달하여 한탄강의 특징적인 지형이 되었다. 추가령 구조곡 일대에는 지구조적 연약대를 따라 열하분출한 현무암질 용암이 철원-평강 용암대지로 불리는 대규모 화산 지형을 형성하였다. 이는 제주도와 함께 해양성 지각으로 분류되는 울릉도, 독도와는 다른 경향을 보이며 하와이와도 다른 경향을 보인다.
즉 추가령 현무암은 해양 도서(島嶼)나 호상열도와는 달리 대륙 내에서 구조선과 관련된 열점에서 분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리산과 검불랑 북동 4km 지점의 성산(680m)이 중심이다.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은 주로 구 한탄강 유로를 따라 남쪽으로 흘렀으며 추가령을 넘어 북쪽으로는 흐르지 않았다.(53 페이지) 한탄강 상류인 철원군 철원읍 일대에서 최고 11매, 철원군 동송읍 일대에 최고 6매,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에 4매, 파주시 진동면 동파리에 1매의 용암이 온 것으로 추정된다.(55 페이지)
화산 활동에 의한 용암대지 형성 시기는 10만년전, 4만년전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 신생대 제4기에 형성된 대규모 화산체 또는 화산지역으로 백두산 화산체, 한라산 화산체, 울릉도-독도 화산체, 철원-평강 용암대지, 신계-곡산 용암대지 등 모두 다섯 곳을 꼽을 수 있다. 철원-평강 용암대지와 신계-곡산 용암대지는 인접했다. 추가령 구조곡의 용암 대지는 평강 지역을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안변, 남쪽으로는 파주까지 분포한다. 그러나 하천이 매우 좁고 깊은 협곡을 이루는 세포와 고산 사이의 남대천 구간과 연천군 부곡리와 포천시 운산리 경계부의 한탄강 하곡 구간에서는 좁은 용암대지 지형면이 하천의 침식에 의해 대부분 사라져서 용암대지가 상류 쪽과 연결되지 못하고 단절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추가령 구조곡의 용암대지는 화산 분출의 중심부인 철원-평강 지역, 하곡을 따라 흐른 용암류에 의해 형성된 북쪽의 고산-안변 지역, 남쪽의 연천-파주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추가령 구조곡 일대에 발달한 용암대지의 총 면적은 약 825.84km²다. 중심부인 철원-평강 구역의 면적은 약 546km², 고산-안변 지역 구역의 면적은 135km², 회양-창도 구역은 약 91km², 연천-파주 지역의 면적은 약 54km²다. 연천-파주 구역의 용암대지는 면적에 비해 둘레가 매우 크다. 이는 한탄강과 임진강의 좁은 하곡을 따라 용암대지 지형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59 페이지)
철원-평강 용암대지의 평균 고도는 329m, 회양-창도 구역은 454m, 연천-파주 구역은 46m에 지나지 않는다. 회양-창도는 淮陽-昌道로 쓴다. 정리하면 연천-파주 지역은 면적도 가장 좁고 고도는 가장 낮다. 철원-평강 용암대지를 형성한 후 남쪽으로 진행한 용암류는 좁은 한탄강 하곡을 완전히 메우며 흘러내려 한탄강의 곡저에는 30-40m 높이의 두꺼운 현무암층이 형성되었다. 이로 인해 한탄강에 합류하는 지류 하천의 하구에는 수십 m에 달하는 용암댐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용암댐에 의해 지류 하천의 중하류부 하곡에는 용암댐에 막혀 본류로 흘러들지 못한 유수가 정체되면서 거대한 호소(湖沼)가 형성되었다.
한탄강의 지류 하천 중 차탄천과 영평천에서 용암댐 형성 후 고호소(古湖沼)가 형성되었다. 철원-평강 용암대지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철원, 포천, 연천 지역에서 나타나는 주요 화산 지형은 용암대지, 주상절리, 베개용암, 스텝토, 다양한 부정합면, 클링커, 현무암 풍화층, 용암댐에 의한 고호소 퇴적물 등이다. 베개용암은 용암의 성분, 온도, 점성, 냉각 속도, 수온, 수압, 수심, 경사도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1) 한탄강을 따라 흘러온 용암이 지류인 영평천이 한탄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을 막음에 따라 호소(湖沼)가 만들어진다. 어느 정도의 깊이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뒤이어 온 용암류가 (먼저 흘러온 용암류에 의해 만들어진) 호소(湖沼) 속으로 흘러들어 급격히 냉각한다.
평강의 오리산 부근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린 용암은 고도가 낮은 구 한탄강의 하곡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고결되며 하곡을 모두 메우고 주변으로도 흘러넘쳐 고도가 낮은 평지와 구릉을 메워 현무암 용암대지를 형성하였다.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은 봉우리가 용암에 의해 매몰되지 않아 그대로 남는다. 용암대지 내에 섬처럼 고립된 상태로 돌출되어 있는 원래의 기반암으로 이루어진 구릉이나 봉우리를 스텝토라 한다. 클링커는 현무암질 용암이 기반암이나 퇴적층과의 접촉부에서 식어 형성된 불균질한 암석 조각이나 덩어리를 말한다. 철원-평강 용암대지의 하곡은 갑작스러운 용암 피복에 의해 주인 없는 유역분지가 되면서 현재는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으로 크게 양분되었고, 부분적으로 남대천이 잠식했다.
고석정에서 약 2km 떨어진 순담계곡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한탄강 협곡과는 달리 화강암으로 이루어졌다. 순담계곡에서 볼 수 있는 화강암은 중생대 백악기 화강암으로 동송읍 장흥리, 양지리 일대와 김화읍 생창리 일대에 분포한다. 일반적으로 화강암을 이루는 장석은 흰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순담계곡의 화강암은 분홍색을 띠는 장석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용암 분출 후 한탄강은 주로 현무암과 화강암의 접촉부를 따라 흘렀으나 순담계곡은 드물게도 한탄강이 순수한 화강암 지대를 관통하면서 형성시킨 계곡이다.
이로 인해 순담계곡의 하식애는 현무암 주상절리가 아니라 덩어리 형태의 화강암에서 특징적으로 발달하는 판상절리가 주를 이룬다. 한탄강 현무암 협곡에서는 기반암인 화강암이 현무암에 의해 덮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송읍 장흥리에 자리한 고석정 주변이다. 고석(孤石)이란 한탄강 골짜기에 홀로 솟아 있는 화강암을 가리킨다. 이는 현무암 용암대지와 화강암의 접촉부가 유수에 의해 침식을 받아 드러난 것이다. 이 화강암은 철원이 용암으로 덮이기 이전의 기반암으로 뚜렷한 홍색을 띠어 주변의 흑운모 화강암과 대조를 이룬다.
이처럼 서로 다른 종류의 암석이 만나는 곳은 다른 곳에 비해 쉽게 침식을 받아 하천이 흐르게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깊은 계곡을 형성한다. 그 결과 기반암인 화강암 곡벽은 완경사를 이루고 현무암 곡벽은 주상절리에 의해 수직절벽을 형성하고 있어 하천 양안이 비대칭을 이룬다. 고석정 부근에서 한탄강 본류로 흘러드는 대교천은 하천 양안뿐 아니라 하상까지도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현무암과 화강암의 경계에 형성된 고속정의 하천 양안이 비대칭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것과 달리 현무암으로만 이루어진 대교천 현무암 협곡은 대칭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재인폭포 폭호(瀑湖) 수면 부근에 위치한 단애면 최하단부 암석의 표면에서는 유수에 의한 굴식(掘蝕; plucking; 빠른 물살이 하천 바닥이나 기반암에 있는 암석의 일부를 뜯어내는 작용), 마식(磨蝕; abrasion), 건습풍화, 동결파쇄 작용 등이 일어난다.
용암대지 형성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침식기준면과의 고도 차가 크게 발생하여 불안정해진 한탄강은 침식기준면에 가까운 안정적인 하천의 고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침식기준면과 접한 하류 쪽에서부터 하방침식과 두부침식을 진행하였다. 특히 과거 하곡 충적층 부근이나 기반암과 용암대지 사이의 지질 경계부는 풍화침식 작용이 집중되면서 새로운 하도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침식기준면이란 하천이 침식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높이의 이상적인 면으로 일반적으로 바다의 해수면이 된다. 이런 하방 및 두부침식 과정을 통해 현재의 한탄강 협곡이 형성되었다.
한편 주변 산지에서 발원하여 용암대지를 흘러 한탄강에 유입되는 지류 하천은 적는 유량으로 인해 침식 능력이 작아 한탄강 본류와 같은 속도로 하방 및 두부침식을 진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용암대지면 부근의 고도에서 하도를 형성하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본류인 한탄강과 지류 하천의 고도 차이로 인해 지류가 유입되는 한탄강 협곡의 단애면에는 폭포가 형성된다.
대부분의 폭포는 두부침식에 의해 위치가 상류 쪽으로 이동한다. 폭포가 형성되어 단애면을 따라 유수가 낙하하면서 기저 굴식과 굴착에 의해 폭호가 단애의 내부로 점점 확장되면 단애면이 점차 불안정해져서 단애 상부가 붕괴하면서 단애의 위치가 상류쪽으로 이동하는 두부 침식(headward erosion)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폭포의 위치가 하천의 상류 쪽으로 점차 이동해가는 폭포의 후퇴(recession)가 일어난다. 용암대지의 하부에는 기저굴식이 용이한 연암(軟巖)의 현무암층이 놓여있어 폭포의 형성조건인 폭호와 노치(notch; V자나 U자형으로 움푹 팬 자리)가 형성되기 유리하고 용암대지 중부의 현무암층은 주상절리가 매우 조밀하게 발달되어 있어 풍화침식을 받아 암석이 붕괴할 경우 수직의 단애면이 형성되고 유지되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가진다.
재인폭포는 후빙기에 이르러 상대적으로 유량이 늘면서 후퇴 속도도 조금 더 빨라졌을 것이다. 아직은 현무암 용암대지 내에 자리하고 있지만 후퇴가 계속되어 중생대 백악기 화산암류 지역까지 도달하면 주상절리에 의한 단애면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폭포는 사라질 것이다.
추가령 구조곡은 서울 노원구- 의정부 - 양주 - 동두천 - 전곡 - 연천 -철원 - 평강 - 세포 -고산 - 안 변- 원산을 잇는 길이 약 160km의 좁고 긴 직선 골짜기로 지표에 뚜렷한 선형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신생대 제4기에 화산분출이 발생한 구조곡 중앙에 철원, 평강, 세포 남부 일대는 현무암 용암의 열하 분출에 의해 직선상의 추가령 구조곡이 완전히 매몰되어 선형성을 확인할 수 없는 평탄한 용암 대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남한의 연천, 동두천, 양주, 의정부 일대와 북한의 세포 북부, 고산 안변 지역은 용암이 및 구조곡을 따라 흐르다가 곡 내부에만 소규모의 용암대지나 현무암층을 형성하였다. 용암류의 이동 경로와 거리가 멀어 용암의 영향이 전혀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북북동 남남서 또는 남북 주향을 이룬 직선상의 구조곡이 현재까지 뚜렷하게 발달되어 있다. 단층선에 발달한 하천을 적종(適從)하천이라 한다. 차탄천, 신천, 중랑천이 대표적이다. 차탄천과 중랑천은 남류하지만 신천은 북류한다. 하천의 남류, 북류는 발원지와 하구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하천의 흐름은 지구의 자전과 관련이 없다. 지형적 의미에서 추가령 구조곡의 폭은 약 3~10km로 다양하게 나타나며 가장 폭이 좁게 나타나는 지역은 연천 일대이며, 가장 폭이 넓은 지역은 덕정 일대다. 이는 기반암의 특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덕정 지역은 중생대 화강암 지질로 풍화작용과 하천에 의한 침식작용이 활발하여 수지상의 하계와 상대적으로 넓은 침식 분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분수계가 넓게 나타나며 연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암인 중생대 화산암이 분포하며 이 지역을 흐르는 차탄천 하류부에 해당하는 전곡 지역은 현무암 용암 대지로 이루어져 있어 하천이 협곡을 만들며 흐르기 때문에 하천의 형성과정에서 활발한 측방침식과 퇴적 작용보다는 주로 하각을 통한 하천의 발달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좁고 긴 분수계를 형성하고 있다.
연천 전곡읍 일대와 철원 율리리 지역에는 용암대지가 분포한다. 이러한 용암들은 평강 지역으로부터 한탄강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하곡을 메워 형성된 것으로 현재의 하천은 용암 대지 아래로 깊은 협곡을 형성하고 있지만 용암 대지 형성 직후의 옛 하천의 유로는 용암 대지의 표면을 따라 흘렀거나 넘치면서 한탄강으로 유입되었을 것이다. 하천은 침식기준면에 도달할 때까지 고도를 낮추는 하방 침식작용을 일으키는데 이렇게 하천이 지표를 좁고 깊게 침식하는 하각 작용을 통해 하안 단구가 형성된다. 따라서 하안단구의 형성시기와 하천과의 고도 차이를 알면 하천이 고도를 낮추는 침식 속도인 하각률을 계산할 수 있다.
철원, 전곡 용암 대지의 형성에 따라 한탄강과 지류 하천의 고도가 급격하게 상승하였고 이들 하천은 원래 또는 이상적인 하천 고도를 회복하기 위해 매우 활발한 하각 작용을 진행하였다. 용암 대지 형성 직후에 용암 대지 표면을 흘렀던 하천은 현재까지 대체로 0.5-0.9미터/ ka의 매우 높은 하각률을 나타내고 있다. 연천 한탄강 유역에서는 신생대 제4기뿐 아니라 중생대 백악기에도 격렬한 화산 분출이 있었다.
그 결과 일부 화산지형이 남아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좌상바위다. 현무암에는 분급(分級)되지 않은 수cm에서 수십 cm 크기의 화산력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이들 암석이 화구 또는 화도 부근에 퇴적된 것임을 말해준다. 좌상바위 부근의 한탄강 하상은 중생대 응회암질 퇴적암이다. 주로 궁신교 아래의 하천 바닥에서 관찰되는 녹회색 또는 담갈색을 띤다. 이들 퇴적암은 화산 폭발 시 분출한 화산재가 물이나 바람에 의해 이동해 와 쌓인 데다가 둥근 자갈들이 섞인 것이다.
연천 전곡읍 은대리에는 1999년 9월 18일 천연기념물로 제412호로 지정된 연천 은대리 물거미 서식지가 있다. 물거미는 공기 방울을 이용하여 물속에서 대부분 생활하는 역진화 생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1994년 전곡 용암대지 점토층에 궤도 차량의 바퀴 자국으로 만들어진 식생이 있는 얕은 물웅덩이에서 처음 확인되었다. 물거미 서식지의 기본적인 지형 조건으로는 불투수(不透水)층의 토양과 표면 늪지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물의 보존과 유지에 미치는 지형과 토양 수문 등 생물환경의 안정성도 중요하다. 전 세계 물거미의 서식지 분포는 과거 빙하 지형 또는 주빙하(周氷河) 지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빙하 지형의 작용으로 호소(湖沼)가 형성되어 육상 생태계가 거대한 수중 생태계로 바뀐 지역들이 산재한다. 그러나 한반도는 빙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으로 물거미가 수중 생태계로 역진화한 원인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다.
연천 전곡 용암대지의 용암은 평강에서 남서쪽 3km에 위치한 오리산을 중심으로 열극 분출한 용암이 흘러내린 것이다. 은대리 일대는 선캄브리아대 연천층군의 변성퇴적암류가 기반암을 이루고 그 위에 두께 30~40m의 두꺼운 현무암층이 형성되었다. 이로 인해 전곡리 일대에서 한탄강에 유입하는 지류 하천인 차탄천은 용암댐에 막혀 연천 일대에는 과거에 넓은 호소가 형성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곡리와 은대리 지역의 용암대지에는 홍수시 용암댐을 월류하여 운반된 제4기 운적물들이 분포한다. 이 운적층은 대부분 점토와 실트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입자가 미세하여 토양 공극이 작아 수분의 투과를 억제하여 불투수층을 형성하여 많은 수분을 지표면에 고이게 하여 습지 형성 요인을 제공하는 중요한 지형적 특성을 갖는다. 여기에 유기물층이 형성되면 보수력의 증가로 습지의 물 수지는 더 높아지면서 영구적인 습지로 발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