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산당화 그늘 (벤투의스케치북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www.facebook.com/anuloma01로 오세요..</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un, 30 Aug 2026 05:11:16 +0900</lastBuildDate><image><title>벤투의스케치북</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630541721490264.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벤투의스케치북</description></image><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지질학을 진정한 과학이 되게 한 판 구조론이 정립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한 책 - [내가 사랑한 지구 - 판구조론, 지질학자들이 밝혀낸 지구의 움직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66699</link><pubDate>Sun, 23 Aug 2026 11: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666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627972&TPaperId=1746669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687/75/coveroff/895862797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627972&TPaperId=174666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가 사랑한 지구 - 판구조론, 지질학자들이 밝혀낸 지구의 움직임</a><br/>최덕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04월<br/></td></tr></table><br/>‘판 구조론, 지질학자들이 밝혀낸 지구의 움직임’이란 부제가 달린 [내가 사랑한 지구]는 최덕근 교수의 책이다. 저자는 삼엽충 전문가이다. 저자가 판구조론이란 말을 처음 들은 것은 1971년으로 일본의 이와나미(巖波) 신서(新書) 중 한 권인 우에다 세이야(1929-2023)의 [새로운 지구관; 新しい 地球觀]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4년의 지질학 수업 시간에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개념이었다고 한다. 판구조론이 과학계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시기가 1970년 무렵이니 대단히 빨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구과학은 400km 정도까지의 얕은 부분을 다루는 판구조론과 2900km까지의 깊은 부분을 다루는 플룸 구조론이 함께 통용되는 무대다.   &nbsp;  우에다 세이야는 지진 예측이 가능하다고 본 학자이기도 하다. 본문에 지각평형설이 나온다. 저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대륙지각이 가라앉을 수 없음을 말하는 이론이라 설명한다. 추가로 설명하면 이는 무게 변화에 따라 지각이 끊임없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균형을 맞추는 것을 의미하는 이론이다. 본문에 찰스 라이엘의 동일과정설이 시간이 흐르면서 신랄한 비판을 받게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현대 과학이 라이엘의 동일과정설을 비판하는 것은 그가 이룩한 지질학의 기초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nbsp;  성경에서 말하는 기적을 반박하기 위해 설정한 극단적 점진설에 갇혀 지구 역사의 역동적인 격변과 진화적 증거들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라이엘이 자연법칙의 균일성으로부터 그와 무관한 속도의 균일성과 상태의 균일성을 도출해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찰스 라이엘은 추운 극지방에서 석탄층이 발견된 것을 보고 육지와 바다의 분포가 달라지면 기후가 달라졌을 것이고 그러면 그린란드에도 석탄이 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엘은 그린란드가 언제나 극지방에 고정되어 있었다고 생각했다.   &nbsp;  대륙은 절대 옆으로 이동하지 않으며 단지 주변의 육지와 바다 모양이 바뀌면서 극지방인 그린란드의 기후가 열대로 변해 석탄이 쌓였다고 본 것이다. 사실은 따뜻한 곳에서 석탄이 생긴 뒤 대륙 자체가 극지방으로 이동해간 것이다. 찰스 라이엘은 대륙이동설이 나오기 100년 전 학자였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내가 사는 연천이 예전에 얕은 바닷가였던 곳이 아니라 적도 지방의 얕은 바닷가였다가 대륙이동으로 지금의 자리로 온 것을 연상하게 된다.   &nbsp;  단층에 의해 중첩된 암석을 식탁보를 접어놓은 것 같다 하여 프랑스어로 냅(nappe)이라 한다. 대륙이 이동한다는 아이디어를 현대적인 과학 가설 형태로 처음 공식 발표한 사람은 프랭크 버슬리 테일러(Frank Bursley Taylor)다. 그러나 테일러는 대륙이 이동해 부딪히면서 산맥이 생겼다는 놀라운 직관을 가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수집하지 않았고 자기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크게 노력하지 않았다.   &nbsp;  이에 비해 베게너는 단순히 대륙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화석 일치, 멀리 떨어진 대륙 간의 지질 구조 연속성, 고생대 빙하 흔적 등 전방위적인 증거를 모아 [대륙과 해양의 기원](1915)이라는 거대한 과학적 체계를 완성했다. 저자는 테일러는 대륙이동을 단순히 빙하의 움직임처럼 다루었고 지구 내부와 연결시키지 않았다고 말한다.(85 페이지)   &nbsp;  베게너는 대륙을 이동하게 하는 힘과 산을 형성시킨 힘은 같기에 대륙이동은 단층, 지진, 화산 등 자연현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뒤 토아(Alexander du Toit; 1878-1948)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천재적 지질학자로 베게너가 사망한 이후 전 세계적인 비판 속에서도 대륙이동설을 끝까지 지키고 한 단계 발전시킨 가장 강력한 옹호자였다. 알프레트 베게너가 과거에 모든 대륙이 하나로 뭉쳐 있던 하나의 초대륙 판게아(Pangea)만을 주장한 반면 뒤 토아는 남반구 지층을 정밀 연구한 끝에 이를 수정·발전시켰다. 북반구의 로라시아, 남반구의 곤드와나, 그리고 그 사이에 테티스해(Tethys Ocean)라는 거대한 바다가 있었다고 명확히 구분지은 것이다.  &nbsp;  뒤 토아가 베게너의 하나의 초대륙(판게아) 개념을 깨고 북반구의 로라시아와 남반구의 곤드와나라는 두 개의 거대 대륙으로 양분한 이유는 북반구와 남반구 지층에서 나타나는 암석과 화석의 성격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뒤 토아는 남반구 대륙들은 남극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고 북반구 대륙들은 적도나 중위도 부근에 별도의 덩어리(로라시아)로 존재했음을 밝혀냈다. 베게너는 대서양 양쪽을 보며 원래 하나였다고 외친 대담한 이론가였고, 뒤 토아는 남북반구의 지층 차이를 보며 남쪽과 북쪽은 원래 따로 놀던 두 개의 세계라고 정교하게 수정했다.   &nbsp;  현대 판 구조론은 두 사람의 시각을 수용하여 대륙들이 수억 년 주기로 뭉쳤다(판게아) 흩어지기를 반복한다는 초대륙 주기(Supercontinent Cycle)를 정립했다. 리처드 필드는 “현재 지질학의 최대 약점은 땅만 연구하는 것이며 지구 표면의 1/3만을 차지하는 대륙만 연구하여 지구에 관한 내용을 알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nbsp;  영국의 해양지질학자이자 지구물리학자인 프레드 바인(Fred Vine; 1939~2024)은 해저 암석의 자기(磁氣)가 현재의 지구자기장과 같은 방향으로 배열된 경우에는 그 세기가 강하게, 반대 방향으로 배열된 경우에는 그 세기가 약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바인과 매슈스의 논문은 발표 당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당시 과학자들은 지구 자기장이 뒤바뀐다거나 해저가 확장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주저했기 때문이다.  &nbsp;  변환 단층이란 판이 만들어지지도 소멸하지도 않으면서 판이 서로 스쳐가며 운동 형태가 유지변환된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바인은 바다 밑 얼룩말 줄무늬를 발견한 사람이다. 고지자기 대칭을 의미하는 얼룩말 같은 줄무늬는 판 구조론의 결정적 단서다. 판이 해령 축에서 멀어질수록 암석의 나이가 많아지며 줄무늬가 대칭을 이룬다는 것은 해령에서 새로운 지각이 끊임없이 태어나 양쪽으로 밀려 나가고 있음을 설명하는 결정적 증거였다.   &nbsp;  와다치대, 베니오프대, 자바리츠키대 등의 명칭이 있다. 이는 연구자인 와다치(일본), 베니오프(미국), 자바리츠키(러시아)의 이름을 딴 명칭이었다. 판구조론에서 판이 소멸하는 구체적인 현장을 지칭하는 용어들이었는데 지금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섭입대라 부른다. 자바리츠키는 지진 데이터를 통해 경사 지진대를 물리적으로 처음 발견한 인물이라기보다 와다치, 베니오프가 발견한 지진대 데이터를 바탕으로 화산과 섭입 메커니즘의 유기적 관계를 세계 최초로 완벽하게 정립해 낸 인물이다.   &nbsp;  과학사의 관점에서 와다치, 베니오프의 섭입대 발견은 미적분학(뉴턴과 라이프니츠), 산소(프리스틀리와 라부아지에), 해왕성(아담스와 르베리에)의 사례와 궤를 같이하는 완벽한 '공동 발견(Multiple discovery)'으로 보아야 한다. 공동 발견이란 이전의 연구나 서로의 연구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완벽하게 독자적인 상태에서 동일한 진리를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nbsp;  판(Plate)이라는 용어 자체를 전 세계에서 아예 처음 쓴 사람은 1965년 변환단층을 제안한 존 투조 윌슨이었다. 윌슨은 지구 표면의 거대한 껍데기를 Plate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윌슨의 '판'이 단순한 지질학적 기술(묘사)에 가까웠다면 댄 맥켄지의 '판'은 수학적 법칙과 강체(Rigid body)의 물리학을 덧입힌, 진정한 의미의 '이동하는 단위'로 격상된 개념이었다. 이 때문에 과학계는 맥켄지의 1967년 논문을 기점으로 현대 판구조론(Plate Tectonics)이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평가한다.   &nbsp;  판은 지각과 다르다. 판은 지각보다 규모면에서 더 크다. 맨틀 바닥에 도착한 차가운 덩어리가 핵 주변의 뜨거운 물질을 옆으로 밀어내면 밀려난 뜨거운 하부 맨틀의 물질은 상승한다. 이처럼 물질이 상승하는 통로를 플룸이라 하며 플룸은 지표면에서 열점으로 표현된다. 하부 맨틀에서 올라오는 물질의 상승류는 규모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이를 특히 거대한 상승류라 한다.(229 페이지) 판구조론(Plate Tectonics)은 한 명의 천재가 하루아침에 완성한 것이 아니라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학자들의 독립적인 발견과 연구가 쌓여 완성된 현대 지질학 최고의 ‘공동 합작품’이다.  &nbsp;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687/75/cover150/895862797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6877507</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우리 근현대사의 가슴 아픈 사건들을 만나다 - [울게 되는 한국사 - 머리에 새기고 마음에 남기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64387</link><pubDate>Fri, 21 Aug 2026 21: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6438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834463&TPaperId=1746438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981/2/coveroff/k852834463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52834463&TPaperId=1746438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울게 되는 한국사 - 머리에 새기고 마음에 남기는</a><br/>김재원 지음 / 빅피시 / 2023년 07월<br/></td></tr></table><br/>자신을 저잣거리 지식 중개상으로 소개하는 김재원은 대중서 한 권이 나오려면 수십, 수백 명 연구자의 연구 성과에 기대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근대사와 현대사이다. 저자에 의하면 근대라는 개념은 대단히 논쟁적인 말이다.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근대를 개항 전후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본다. 저자는 글의 초반부가 조금 복잡하고 어려워 보여도 인내심을 가지고 읽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보인다. 책의 제목은 [울게 되는 한국사]이다. 부제는 '머리에 새기고 마음에 남기는'이다.   &nbsp;  저자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결말보다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우리는 결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고 교훈을 위해 과정을 되살펴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가슴 아픈 사건은 동학도(東學徒)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조선 조정이 청나라에 군대를 요청한 것이다. 갑신정변으로 청나라와 일본 사이에 맺어진 톈진 조약에 의하면 일본은 조선에 대해 청과 동일한 파병권을 갖는다는 조항이 있다. 청나라 군대가 인천에 상륙한다는 소식이 일본에 전해졌다. 조선에서 청과 일 양국 군대는 동시에 철수하고 동시에 파병한다는 톈진 조약을 핑계로 일본군 1만 명이 조선에 파병되었다. 저자는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한 조선 조정이 농민군과 교섭을 벌이려 했지만 이미 상황은 걷잡을 수 없었다고.(47 페이지)   &nbsp;  청나라가 조선에 군대를 파병한 것은 농민군 진압이라는 명분에 의한 것이지만 내심은 일본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일본 역시 다르지 않았다.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이자 농민군의 전투 대상이 조선 관군에서 일본군으로 바뀌었다. 협상 대상인 조선 조정이 일본과 뜻을 함께하는 모양새가 된 까닭이었다.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하자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선이 자주권을 가진 중립국이기를 바랐던 것일 뿐 그 이상의 군사적 충돌은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의 입장은 달랐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했음에도 삼국(프랑스, 독일, 러시아) 간섭으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고 요동 반도를 포기하는 대가로 기존 배상금 2억량의 추가로 3천만 냥을 얻어내고는 치욕적으로 물러나야 했다.   &nbsp;  일본은 러시아와 연결된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사건을 벌이고 만다. 조선이 가장 치욕스러웠던 부분은 사건을 추적할 만한 단서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대원군이 일본인 낭인들을 시켜 민비를 살해했다는 루머가 떠돌았다. 살기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숨 가쁘게 내달리던 조선은 다시 한반도에서의 열강 간의 균형추를 맞추려고 시도했다. 기울어진 일본으로의 추를 러시아 쪽으로 돌려놓기 위한 노력이었다. 고종은 변화하는 세계정세에 적응하기 위해 홀로서기를 강행했다. 대한제국이라는 얇디얇은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말이다.(60 페이지)   &nbsp;  저자는 동학도와 농민들이 세상을 바꾸자며 죽창을 들었고, 이들을 진압한다는 핑계로 일본과 청나라가 조선 땅에서 전쟁을 벌였다고 말하며 승전 과정에서 일본이 조선에서의 영향력을 높였고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다 조선의 왕후가 암살당하는 초유의 사건까지 벌어졌다고 말한다.(61 페이지) 여기서 문장을 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운 것은 일본이고, 암살당한 것은 왕후다. 주체가 다른 것이다. 그러니 일본이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운 끝에 조선의 왕후를 암살했다고 말해야 자연스럽다.   &nbsp;  일본이 왕후를 암살한 을미사변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아관파천으로 개화파 인사들 내부의 세력 균형이 재배치되었다. 개화파 내부의 친일 인사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독립 협회라는 새로운 거대 정치세력이 탄생했다. 1895년 을미사변, 1896년 아관파천, 1897년 대한제국 수립이라는 큰 분수령이 만들어졌다. 1898년 독립 협회가 서울 종로 광장에서 한국 역사상 최초의 근대적 대중집회인 만민공동회를 개최했다. 만민 공동회는 아관파천 이후 심해진 외세의 이권 침탈을 막아내고 백성들의 권리를 지키며 나라의 정치를 개혁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집회였다.   &nbsp;  황국 협회는 독립 협회가 왕을 쫓아내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황국협회는 고종 황제의 황권 강화와 보수파 정부를 지지하기 위해 결성된 친 정부 성향의 어용 단체다. 고종은 군대를 동원해 독립 협회를 강제 해산시켰다. 독립 협회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조직이 아니었다. 하지만 투쟁 과정이 너무도 독선적이고 급진적이었다. 1904년 1월 23일 러일전쟁 직전 고종은 느닷없이 중립을 선포했다. 하지만 곧 전쟁터로 변해버린 한반도 땅에서 중립화 선언은 의미가 없었다.  &nbsp;  일본은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었다. 그나마 일본을 견제하던 미국도 일본이 필리핀에서의 자국의 확고한 이권을 보장해주자 대한제국의 침략을 허용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 고종은 나라를 위해 순직할 의지가 털끝만큼도 없었던 황제였다. 1907년 헤이그 특사단이 파견되었다. 평화회의 의장국이던 러시아가 대한제국의 참가를 일본에 알렸다. 일본은 현실적인 방법으로 대한제국의 평화회의 참가를 무력화하려 했다. 통감부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대한제국 법부는 이상설에게 사형을, 이준과 이위종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nbsp;  1910년 8월 22일 창덕궁 흥복헌에서 한일 병합 조약이 체결되었다. 1905년 덕수궁 중명전에서 을사늑약이 체결된 지 5 년만의 일이었다. 3.1 만세운동 직후인 1920년까지 신흥 무관 학교는 1천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3천여 명의 독립군을 양성했다. 이들은 간도 더 넓게는 만주와 연해주 일대에서 행해진 독립전쟁의 지도자로 성장했고 바로 1920년대에 피 터지는 독립전쟁의 주인공이 되었다. 울게 되는 한국사라고만은 할 수 없는 내용이 청산리, 봉오동 전투다. 한 때 대첩(大捷)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그 표현이 무색하게 이후 독립군의 무장투쟁에 침체를 가져왔다.   &nbsp;  농토를 잃고 일자리를 잃은 조선인들은 일본으로 건너가야 했다. 재일 조선인 대부분은 잡부나 일용직 노동자와 같은 하층 노동자로 살아가거나 탄광 노동자와 같은 위험한 일을 일본인 대신 도맡았다. 1911년 2500명에 지나지 않았던 재일 조선인은 1920년 3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이 조선을 강제 병합한 후 조선인을 향한 멸시적 시선에 조선인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덧붙여졌다. 이 상황에서 1923년 간토(관동) 대지진이 일어났다. 지진 발생 직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빠르게 일본 사회에 퍼졌다.   &nbsp;  우물에 독을 탔다는 작은 거짓은 자연재해를 틈타 조선인들이 일본인을 집단으로 폭행하고 약탈하거나 심지어 폭탄을 던지거나 부녀자를 겁탈하고 있다는 소문으로까지 번졌다. 일본인 자경 단원들에 의해 조선인을 향한 집단학살이 자행되었다. 1929년 미국발 세계 대공황으로 경제가 무너지면서 조선인들이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이 차마 살 수 없는 곳에 움집이나 판잣집을 짓고 살아야 했던 조선인들은 1930년대 30만 명을 넘어섰다. 1930년 후반 중국 침략이 본격화하면서 중일전쟁이 시작되었고 1938년 국가 총동원법, 1939년 국민 징용령이 공포되면서 조선인에 대한 강제징용이 시작되었다. 강제징용에 의해 일본의 탄광이나 광산, 군수공장 등에서 노동해야 했던 재일 조선인은 100만 명 이상이었다. 식민지 조선인들은 일본에서 학살 대신 학살에 준하는 고강도 강제 노동을 만났다.  &nbsp;  급격한 세계사적 변화 속에서 새롭게 바라본 중국인을 향한 조선인의 감정은 혐오였다. 근대라는 새로운 세상 속에서 중국인은 조선인에게 야만이었다. 어쩌면 일본과 상대적 우월 의식을 공유했다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노동시장에서 조선인들이 중국인들과 경쟁했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이 값싼 임금으로 노동시장을 잠식해 가자 조선인은 박탈감을 느꼈다. 박탈감과 혐오는 비인도적인 테러와 학살로 이어졌다. 그리고 중국인에 대한 혐오감정이 노골화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배화(背華; 화교를 배척한다는 뜻) 폭동으로 불리는 반 중국인 폭력사태다.   &nbsp;  식민당국은 1910년대까지 조선인들의 생업 유지를 핑계로 중국인 노동자 입국을 제한해 왔다. 하지만 1920년대가 되자 기존의 중국인 이주 정책을 수정했다. 싼 가격의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제국과 식민지 사이에 왜곡된 경제 체제가 본질적 문제였지만 당시 언론은 오히려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자 간의 대립을 부추겼다. 1920년대 말 세계 경제 대공황이 일어났다. 후발 제국주의 국가가 공항을 이겨낼 손쉬운 선택지는 전쟁이었다. 일본은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그들의 1차 목표는 만주였다.   &nbsp;  대공황으로 인해 영국, 미국, 일본의 제국 협조 체제에 균열이 발생했고 경제 불황으로 돌아선 일본 민심은 군부의 대륙 침략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다. 1931년 9월 일본군은 조선 국경을 넘어 만주를 침략했고 이로써 만주국이 탄생했다. 일본 군국주의의 확장은 그 자체로 조선의 독립운동의 엄청난 후폭풍으로 다가왔고 1930년대로 접어들면서 독립운동은 거대한 암흑기에 접어드는 듯했다. 임시정부가 있던 상해는 일본의 점령 위기에 놓였고 신간회(1927년 창립된 좌우합작단체)는 해산되었다. 국내 사회주의 계열의 노동운동은 탄압받기 시작했고 조선인들의 독립 의지도 꺾여가고 있었다.   &nbsp;  이봉창은 김구에게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육신의 쾌락은 대강 맛봤습니다. 이제 영원한 쾌락을 꿈꾸며 독립 사업에 헌신할 겁니다."라는 말을 했다. 일왕 저격에 실패한 이봉창은 32세에 교수형에 처해졌다. 윤봉길은 계몽 운동만으로는 독립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고 무장 투쟁의 길을 걷기로 했다. 윤봉길은 무장투쟁을 이끄는 독립군이 될 수 없다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의거라고 생각했다. 거사 직후 윤봉길은 일본 헌병에게 연행되었고 상하이 파견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언도받아 우편선에 실려 오사카 육군 형무소에 수감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나자와 육군 구금소를 거쳐 1932년 12월 19일 군작업장에서 향년 24세로 총살형을 당했다.   &nbsp;  일본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장준하도 1944년 일본군 학병에 강제 징집되어 중국 쑤저우 지구에 배속되어 있었다. 여느 학병처럼 강제로 일본군에 끌려간 장준하는 부대에서 조선인 학병을 규합해 친일파 총살을 요구하던 중에 부대에서 탈출해 중국군 유격대에 합류했다. 일본 게이오대학 문학부 재학중 학병으로 끌려온 김준엽도 마찬가지였다. 부대에서 탈출한 김준엽은 1944년 7월 9일 중국군 유격대 휘하에 있던 장준하와 역사적인 만남을 갖는다. 그런 저항이 쌓이고 쌓여 일본 제국주의는 패전하고 우리는 해방이라는 역사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일본제국의 식민이 아닙니다라고 힘겹게 외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해방은 힘겹게 우리 손으로 찾은 결과물이었다.   &nbsp;  1945년 2월 얄타(러시아) 회담과 7월 포츠담(독일) 선언을 거치며 적절한 시기에 한국을 해방시킨다는 내용이 국제무대에서 합의되었다. 1945년 9월 2일 일본이 서명한 항목 문서에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고 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삽입되면서 한국의 독립이 공식화되었다. 한국인들은 식민지배에서 벗어났음을 깨닫고 환호했지만 이 환호는 다시 더 큰 아픔과 슬픔으로 다가왔다. 한반도의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선 즉 38선이 생겼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논의된 한국의 해방에는 적절한 시기라는 조건이 있었고 이 조건을 핑계로 연합국의 두 축이었던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양분한 것이다.   &nbsp;  분단은 시작됐고 1945년 8월 11일 소련이 북한 땅에 들어왔고 9월 8일 남한 땅에는 미군이 들어왔다. 1945년 12월 소련, 미국, 영국 대표가 모스크바 3상 회의를 통해 한국의 독립에 관한 문제를 논의했고 여기에서 신탁통치안이 결정되었다. 여수와 순천 지역 주민들이 반란군이 아닌 좌익 중심의 인민위원회에 동의했던 것은 폭력적이고 친일적이었던 경찰 세력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더불어 경찰과 같이 친일행위를 일삼던 이들이 행정을 이끄는 상황, 게다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무능에 대한 반감이었지 반란군의 주장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지역민들에게 반란군의 사상이나 이념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문제는 그저 생존이었다.   &nbsp;  제주 4.3 사건과 여순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에는 새로운 존재가 탄생했다. 바로 빨갱이다. 물론 빨갱이는 여순 사건 이전에도 존재하던 표현이었지만 이승만 정권은 여순 사건을 계기로 공산주의자는 빨갱이라는 공식을 넘어 빨갱이는 악마라는 등식을 완성했다. 빨갱이란 언제 죽여도 상관없는 존재라는 의미였다. 그 누구도 사상과 이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제 한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사상은 반공이었다. 1948년 5월 31일 남한은 선거를 통해 제헌국회를 구성했다. 안타까운 것은 반민특위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었다. 정부 수립 이후 대다수 국민의 관심 대상이자 염원이었던 친일 청산은 그야말로 허무한 실패로 끝이 났다.(165 페이지)   &nbsp;  전쟁은 학살이 일어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다. 한국 전쟁 때 벌어진 학살의 문제점은 학살의 주체였다. 학살을 일으킨 장본인이 남북의 국가 권력이었기 때문이다. 남한은 빨갱이 사냥에 혈안이 되었고 북한은 흰 패 사냥(공산주의에 동조하지 않는 자들을 사냥하는 것)에 열을 올리며 이념에 따른 정치적 학살을 자행했다. 남북한은 데칼코마니처럼 각자의 이념과 지향을 폭력으로 관철하며 상대방을 피로 굴복시켰다. 북한은 1948년 2월 조선인민군을 창군하고, 1948년 9월 정부를 수립했다. 창군(創軍)이 정부 수립보다 먼저였다. 군 조직은 남한보다 먼저, 정부 수립은 남한보다 늦게 단행한 것이다. 이는 분단의 책임을 남한에 미루고자 한 북한 정권의 노림수였다. 남한이 먼저 정부를 수립했으니 자신들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정부를 만들었다는 논리였다.   &nbsp;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정부를 수립한 시점부터 둘은 적이었다. 서로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임을 주장해야 했기 때문이다. 3.8선은 사실상의 국경선이었지만 남과 북 모두 이를 국경선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양측에게 3.8선 너머의 땅은 그저 언젠가 되찾아야 하는 땅이었고 그래서인지 그 주변에서 끊임없이 싸웠다. 인민군이 급박하게 후퇴하는 과정에서 우익 인사들은 지역에 남은 좌익 인사를 보복할지 모를 위협 세력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인민군은 빨갱이 사냥에 최전선에 있던 경찰이나 우익 청년단원들을 학살했다. 이 보복 학살이 더욱 가슴 아픈 이유는 인민군이 우익 인사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보도 연맹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가족과 친지를 학살로 내몬 이들을 또 다른 학살의 피해자로 만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우리와 타자를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nbsp;  일본이 패망한 이후 한국에 남은 일본 재산은 어떻게 처리되었는가. 한국은 이를 적산 즉 적의 재산이라 명명했다. 이때 일본과의 전쟁에서 이긴 미국이 등장했는데 일본 행정이 미군에 넘어갔으니 일본의 재산은 곧 미국의 재산이었다. 이후 1945년 12월 6일 한국에 있는 일본 재산은 국유와 사유를 막론하고 미군정청에 귀속되었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9월 대한민국 정부 및 미국 정부간의 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 협정에 의해 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일본 재산에 대한 권리를 이양받았다. 처음부터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화해하기를 바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냉전이라는 새로운 국제 관계 때문이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소련과 중국의 확장을 막을 든든한 동맹국을 원했다. 그런데 한국은 너무나도 약했고 일본만으로는 부족했다.   &nbsp;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한일 회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만족스러웠을지 모를 이 회담 결과 누군가는 또 다른 상처를 입었고 진짜 피해자들은 아직도 아무런 사과와 보장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217 페이지) 1960년 후반부터 시작된 한강변과 강남의 성장은 서민 더 정확하게는 도시 빈민의 희생을 강요했다. 사실상 서울시 개발의 로드맵에서 도시 빈민이 설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경제가 무너지면 정권은 흔들린다는 말이다.   &nbsp;  저자는 유신 정권은 어처구니없게도 내부의 권력다툼으로 종말을 맞이했다고 말한다. 어쩌면 유신 정권의 이 황당한 마무리야말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비극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시민들의 손이 아닌 유신의 1, 2인자 사이의 술자리 다툼으로 종결되었기 대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내부의 권력 다툼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술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대국적인 정치를 하라는 말을 했음을 감안하면 단순한 권력 다툼이라 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저자는 유신 정권이 우발적 총탄으로 무너진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로 인해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고 말한다. 황당한 마무리라는 말과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로 인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nbsp;  울게 되는 정도가 아니라 가슴 아프고 비참한 사건들이 우리 역사에 너무 많았다. 마지막 챕터는 ‘한강의 기적이 무너진 1997년의 겨울’이다. 구제 금융을 받아야 했던 사건을 말한다. 현대사는 거의 동시대이기에 생소함이 덜하다. 책이 다룬 근대사에 집중한 이유다. 우리에게 비극이 아닌 때는 없었다. 책이 다룬 부분은 정치, 군사, 경제와 관계된 역사다. 저자는 식민 청산과 통일이라는 화두로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2026년 5월 [세대X 한국사 - 혐오를 멈추고 시대를 읽는 현대사 수업]이란 책을 냈다. 혐오를 멈추는 것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만하다. 이 책은 오랜만에 읽은 역사 책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다음에는 어떤 역사책을 읽어야 좋을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981/2/cover150/k852834463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9810286</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전이의 대상인 지질학, 그리고 새로운 전이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화성학(火星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62313</link><pubDate>Thu, 20 Aug 2026 20: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6231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42138035&TPaperId=1746231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12/39/coveroff/k642138035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 <br>팝콘 브레인이란 용어가 있다. 프라이팬에서 톡톡 터지는 옥수수처럼 빠르고 강렬한 디지털 자극에만 뇌가 반응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컴퓨터 학자 데이비드 레비(David M. Levy) 교수가 스마트폰과 디지털 멀티태스킹에 중독된 현대인의 뇌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비공식 용어다.&nbsp;<br>책을 오래 읽어왔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팝콘 브레인 상태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물론 팝콘 브레인 상태를 면하는 것이 관건은 아니리라. 긴 호흡의 글, 양질의 글을 계속 꾸준히 읽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글에 공감하고 익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전이(轉移)의 한 종류가 아닐까? 생각한다.<br>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전이란 과거 부모나 주(主)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감정, 기대, 관계 패턴을 현재의 다른 대상에게 투사하는 것을 말한다. 내 입장에서 전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 글, 깊은 서사를 가진 긴 호흡의 양질의 글을 읽는 행위를 통해 안정감을 다시 경험하(려)는 것일 수 있다. 글은 나를 조급하게 재촉하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깊은 존재감으로 나를 맞아주는 안전한 대상이다.&nbsp;<br>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이학사에서 나온 내러티브 총서(叢書) 2번 [일꾼과 이야기꾼; 서사적 주체]에 나오는 장태순 교수의 진단을 접하고나서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해 박사가 된 장태순은 좁은 의미의 전이는 정신분석이라는 상황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넓은 의미에서 전이는 우리가 이야기를 교환하는 모든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한다.&nbsp;<br>지질(地質) 공부에서도 전이가 있을 수 있을까? 지질학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 땅속 깊은 곳의 역사와 비밀을 과학적으로 추적하는 학문이다. 이는 정신분석가가 환자의 겉모습 아래 숨겨진 무의식의 억압된 상처를 파헤치는 과정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nbsp;<br>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가&nbsp;자신의 자전적 회고록 [슬픈 열대(Tristes Tropiques)]에서 자신의 사상적 뿌리이자 평생의 세 가지 뮤즈(Three Mistresses)로 지질학,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주의를 꼽은 것이 기억난다. 이 학문들은 표면 아래의 거대 심층 구조와 역사를 파헤쳐 본질을 규명하는 학문들이다.&nbsp;<br>레비스트로스는 20대 초반에 지질학을 독학하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지평선을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왜 이 바위는 여기에 있고, 저 골짜기는 왜 깎여 나갔는가?“ 같은 질문들을 던지며 눈에 보이지 않는 세월의 흔적과 법칙을 읽어냈다. 이는 정신분석으로 이어진다. 정신분석 역시 환자가 겉으로 횡설수설하는 말(표면)을 넘어, 그 아래 도사린 무의식의 지층(본질)을 분석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nbsp;<br>마르크스주의 역시 사회의 화려한 이데올로기 뒤에 숨은 경제적 하부구조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지질학 공부가 전이의 한 형태가 아닐까?란 생각을 한 것은 스콧 솔로몬의 [비커밍 마션]을 만나고서다. 본문에 지진해일이 남긴 퇴적층이란 말이 나온다. 영어로는 Tsunami deposit라고 한다.(모쿠다이 구니야스는 [그림으로 배우는 지층의 과학]에서 쓰나마이트란 말을 썼다.)&nbsp;<br>쓰나마이트라는 용어를 둘러싼 논쟁은 활발하다. 눈앞의 뒤틀린 지층(표면)을 보고 쓰나미의 흔적이라고 단정 짓고 싶은 열망과, 단순한 폭풍우의 흔적일지 모르니 철저하게 의심해야 한다는 과학적 회의주의가 격렬하게 부딪히는 것이다.<br>그럼에도 구별의 요령은 있다. 쓰나미로 인해 만들어진 지층은 파도의 파장(길이)이 수십~수백km에 달해 에너지가 줄지 않고 해안선에서 수km 내륙 깊숙한 곳까지 모래를 밀고 들어간다. 지형의 굴곡을 그대로 따라 부드럽게 덮듯이 쌓이는 경향이 있다. 폭풍으로 인해 만들어진 지층은 파장의 한계 때문에 아무리 강한 태풍이라도 해안가에서 보통 300m 이내까지만 퇴적물을 남긴다. 언덕 같은 거대 지형을 넘지 못하고 그 앞에 막혀 쌓인다.&nbsp;<br>쓰나미는 워낙 유속이 빠르고 강력해서 내륙이나 갯벌을 통째로 뜯어내며 전진한다. 이때 부서진 진흙 덩어리(진흙 포획암)가 모래층 사이에 그대로 박힌 채 굳어버린다. 폭풍의 경우 오랜 시간 서서히 물이 차오르고 빠지기 때문에 진흙처럼 약한 덩어리들은 파도에 반복해서 씻기며 다 녹아버리므로 진흙 덩어리가 거의 없다. 이런 단서들을 세밀하게 분별하는 것은 심층을 파헤치는 것이고 전이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겠는가.&nbsp;<br>모쿠다이 구니야스는 [그림으로 배우는 지층의 과학]은 내가 지질 해설사가 된 첫 해인 2020년에 나온 책이고 바로 사서 읽은 책이다. 6년이 지난 지금 보니 다시 읽어야 할 필요가 느껴진다. 단 [비커밍 마션]을 읽은 후에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탈(脫) 지구 및 화성(火星) 안착을 논한 책이다. 아무리 지질학이 전이의 대상이어도 위기에 처했다면 떠나야 한다는 말에 저자는 어떤 말을 할까? 성공한다면 화성이 새로운 전이의 대상이 되는 것이리라.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312/39/cover150/k64213803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3123951</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기후, 인간과 정책, 불의 관계를 화염세(火炎世)의 관점으로 정의/ 정리한 책 - [불의 시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59140</link><pubDate>Wed, 19 Aug 2026 08: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5914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7501778&TPaperId=1745914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53/24/coveroff/894750177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7501778&TPaperId=1745914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불의 시대</a><br/>스티븐 J. 파인 지음, 김시내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07월<br/></td></tr></table><br/>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재 역사학자인 스티븐 파인의 [불의 시대]란 책이다. 저자가 만든 용어인 Pyrocene은 화염세(火炎世)를 의미한다. 번역본 제목은 [불의 시대]다. 저자는 세 가지 불을 이야기한다. 자연적인 불, 인위적인 불, 암석 경관을 태우는 불 등이다. 화석 기록에 따르면 불은 약 4억 2천만년전 관다발 식물이 번성하던 실루리아기 초반에 최초로 등장했다.(42 페이지) 실루리아기에 처음으로 자연발화한 것이라면 200만년전 처음 인공으로 불을 붙이기까지 상당히 긴 공백이 있었다. 세 번째 불인 암석 경관을 태우는 불은 화석 연료를 태우는 불로 첫 번째, 두 번째 불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nbsp;  저자는 지금은 불이 더 많은 불을 만드는 시대로 인간이 자신도 모르게 연 불의 시대를 제대로 살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어떤 곳인가? 유일하게 불이 있는 행성이다. 지구에서는 해양생물에서 산소 대기가, 육상 생물에서 불이 잘 붙는 탄화수소(테르펜, 송진)가 등장했다. 저자는 불이란 물질이 아니라 반응이라고 말한다. 즉 환경이 받쳐줘야 불이 난다는 것이다. 허리케인, 홍수와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불은 허리케인, 홍수와 달리 생물과 별개로 일어날 수 없다.   &nbsp;  지질 시대가 이어지면서 대기 중 산소 농도는 오르내리며 14~16%를 유지했는데 이것보다 적으면 생물군을 태우기 어렵고 30~35%가 되면 불길을 잡기 어렵다. 불이 빠른 연소라면 호흡은 느린 연소다. 인류는 200만 년 이상 불을 이용했고 불 없이 존재할 수 없었다. 불이 나는 곳에서 번성했고 건/우기가 없어 불이 나지 않는 암석 사막, 습한 우림, 그늘진 숲에서는 생존하려 고군분투했다. 지구가 결빙과 해빙 사이에서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요동치며 온갖 변화를 일으킨 탓에 육상 생물이 살기 어려워졌다. 서식지가 바뀌고 늘었다가 줄어들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숲이 초원으로, 초원이 사막으로 변했다.   &nbsp;  해안가는 경사를 드러내며 확장하다 얼음 아래로 가라앉았다. 계곡물은 호수를 채웠다가 잠깐 생겼다 사라지는 플라야로 흘러 들어갔다. 아한대 지역이 얼음 속으로 사라졌다. 언제나 그랬듯 적응하는 종이 있는 반면 아닌 종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멸종에 가속이 붙었다. 홍적세는 260만년간 이어지면서 지구의 5대 멸종 중 최후의 막을 열었다. 홍적세는 거대 동물의 시대였다. 대륙 만한 빙상, 차디 차게 얼어붙은 환류를 일으킨 해양, 거대한 호수, 광활한 사막 그리고 온 세상을 점령한 거대 동물을 자랑했다. 홍적세 내내 결빙과 해빙, 멸종과 출현이 계속되다가 흐름이 멈췄다.   &nbsp;  인간이 돌본 경우를 제외하면 거대 동물을 비롯한 여러 생물은 되살아나는 일 없이 계속 스러져 갔다. 얼음 없이 돌아오지 않고 녹아 없어지기만 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모든 호미닌처럼 빙하기에 등장했다. 그러나 불을 다룬 덕에 지구상에서 유일한 호미닌으로 등극했다. 그들은 불쏘시개를 지렛대 삼아 아르키메데스처럼 지구를 움직였고 때마침 유리한 환경이 그 받침점으로 작용했다. 불은 지형, 기후, 초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 빙하기가 찾아오자 화재 친화적 환경이 펼쳐졌다. 홍적세가 화염세로 넘어간 것이다.   &nbsp;  스스로 불을 붙일 수 있었던 호미닌은 훨씬 더 유리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질학적 시대를 열어젖혔다. 지구가 유일한 불의 행성인 것은 지구가 유일하게 생명체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호미닌은 불을 발명하지 않았고 주변에서 발견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불은 도구인 동시에 동반자였지만 무엇보다 힘이었다고 말한다. 불을 다루는 생명체가 화재 친화적 시대와 만난 시점은 매우 의미 있는 변곡점이다. 그래서 식물이 대륙을 장악한 이후로 지구상에서 불이 보여준 가장 큰 변화로 생각해야 한다.  &nbsp;  요리는 중요한 기술이자 화염 기술의 근본이었다.(102 페이지) 이는 모든 화염 기술의 표본으로 자리 잡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모래, 광석, 점토, 진흙, 석회암, 나무, 석유를 요리하듯 가공해 유리, 금속, 도자기, 벽돌, 시멘트, 타르, 테레빈유를 생산하는 방식을 터득했다. 저자는 인간이 길들인 최초의 존재를 불이라 정의한다. 불은 생태계의 야생적 존재를 인류의 통제하에 두고 공생을 시작한 길들이기의 대상이었다. 돌은 통제의 대상, 불은 길들이기의 대상이었다. 돌은 일방적인 변형의 대상이다. 사용후 방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불은 지속적인 양육과 관리가 필요한 길들이기의 대상이다. 잘못 관리하면 인간 거주지를 태워 없앨 수 있다.   &nbsp;  불만 있으면 생태계에서 무엇이든 모으고 뒤쫓고 포획할 수 있는 꿈같은 일이 펼쳐졌다. 사람들은 삼림과 이탄 지대를 베는 동시에 바싹 말리고 습지에서 물기를 없애며 가축을 풀어 덤불이 우거진 땅을 다지고 관목을 다듬으면서 불이 붙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후 화재 이후 환경에 적응한 식물을 도입해 식량을 재배할 수 있었다. 거의 어디서나 농경지를 넓혀주는 불 덕분에 범람원 바깥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불이 불답게 타오르려면 연료가 충분해야 했다.(116 페이지) 동물은 느린 연소를 하는 존재이고 불은 빠른 연소를 하는 존재이다. 동물은 느린 연소를 위해, 불은 빠른 연소를 위해 똑같이 풀, 잔가지 등 미세 연료를 두고 경쟁했다.(120 페이지)   &nbsp;  화염 기술이라고 해서 모두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방화는 불로 공들여 이뤄낸 것을 파괴할 수 있었다. 불과 검(劍)은 전쟁의 줄임말이었다. 화력은 군사력을 나타냈다. 사람들은 불을 통제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었지만 만족할 줄 몰랐다. 과학적 화염 기술은 연료 유무에 따라 제약을 받았다. 당시 연료원이던 자연경관의 제약을 받은 것이다. 생물학적 화염 기술은 자연경관의 특성에 따라 벽에 부딪혔다. 때마침 물리학적 화염 기술이 실용적인 목적에 무한히 쓸 수 있는 화석연료라는 신세계를 발견했다.   &nbsp;  인간은 여러 활동을 하며 이미 정해져 있는 밀란코비치 주기를 느리게도 빠르게도 바꿀 수 있다. 저자는 불이 기후에 딸린 부수 현상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손끝에서 기후변화를 진두지휘하는 선동가였다고 말한다.(134 페이지) 새롭게 등장한 세 번째 불은 자신의 연료처럼 무한(無限)했다. 게다가 자연적인 기후 양상을 조금씩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뒤엎을 정도로 거대했다. 연기는 하늘을 가득 메웠다가 비에 녹아 해양에 녹아들었고 화염은 보이든 안 보이든 지구를 채우고 있다. 연소(燃燒) 변이(變異)라고 하는 변화는 석탄, 석유, 가스로 대표되는 화석 생물량이 화로, 단조(鍛造), 용광로 등 불을 이용하는 다양한 기구에서 나무, 이탄(泥炭)과 같이 살아 있는 생물량을 선택적으로 대체하면서 시작되었다.(143 페이지)   &nbsp;  저자는 에너지원이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이 시대를 인류세 대신 화염세라 명명하는 편이 올바를 것이라 말한다.(149 페이지) 멀고 먼 지질 시대 속 연료를 캐다가 당대에 태우고 앞으로 맞이할 먼 미래를 향해 폐기물을 뿜어내는 것, 이것은 불이 그리는 새로운 서사이자 지구 역사상 중요한 표식 중 하나다. 인류가 일궈낸 주거지에 몰고 온 변화를 생각하면 연소 변이에도 좋은 점이 많다. 부엌과 마을에 연기가 자욱하지 않고 가연성 재료로 집을 짓고 도시를 조성한 탓에 자나 깨나 화재 걱정을 하던 시절이 지났으며 계속 장작을 구하러 다닐 필요도 없다. 세 번째 불은 사회 구성원의 끊임없는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어린이나 두 번째 둘과 다르다.   &nbsp;  그러나 이 변화에는 대가가 따른다. 어느 지역에서나 어떤 종류든 불이 존재하고 불의 성질은 지역 내에서 바뀐다. 마찬가지로 농업에서는 다루기 까다로운 화염을 피하려 화학물질을 사용하다 보니 오염이라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지역의 변화가 전 세계적 변화로 확대되기도 한다. 그래서 대체로 이목을 끄는 것은 불꽃이다. 불꽃은 인간이 딛고 선 대지를 똑같이 딛고 타오른다. 인간이 헤아릴 수 있는 크기만 하다. 그러나 불에서 훨씬 더 거대한 것은 가장 높은 산보다 더 높이 솟구칠 수 있는 연기 기둥이다.   &nbsp;  화재적운(pyrocumulus cloud)이란 것이 있다. 산불, 화산 폭발 또는 대형폭발로 인해 발생한 강한 열기와 연기가 대기 중에서 급격히 상승하며 형성되는 구름이다. 이는 세 번째 불이 대기와 상호작용하면서 어떻게 자연경관에 더 많은 불을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불이 불을 먹고 살며 더 많은 불을 일으키는 환경을 형성하는 것은 언제나 진실이다. 그러나 자연경관에는 불이 모든 것을 다 삼켜버리지 못하도록 막는 화재 방지벽이 있다. 암석 경관에는 없다. 그 대신 불이 연료를 재배치하고 기후를 바꾸며 또 다른 불을 일으켜 하늘 위로 연기를 피어 올린다.   &nbsp;  처방화입(處方火入; Prescribed burning)은 무엇인가? 산불 예방과 생태계 관리를 목적으로 날씨, 시간, 장소, 기상조건 등을 미리 정해 계획적으로 불을 놓는 임업 기술을 말한다. 대형 산불로 번지지 않게 연료가 될 만한 물질을 미리 태워버리는 역발상적인 조치다. 홍적세에 전 세계가 빙상에 파묻히진 않았지만 얼음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은 거의 없었다. 화염세의 불도 마찬가지다. 지구는 오랫동안 불의 행성이었고 이제 더 깊은 불의 시대로 향하고 있다.(233 페이지)   &nbsp;  저자가 내리는 처방을 보자. “우리는 땅속에 화석 바이오매스를 저장해야 한다. 오늘날 열기를 무섭게 뿜어대는 인류라는 존재를 식히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에 귀환할 얼음을 물리치기 위해 비축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석유를 매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가올 추위를 대비한 방책이기도 하다.”(238 페이지) 저자는 불이 없으면 안 되는 우리와 달리 불은 우리 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잊지 말기를 주문한다. 우리 인간만이 갖는 화력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도 명심하라고 말한다.   &nbsp;  그간 우리는 화력을 이용해 세상을 다시 열고 여섯 번째 태양을 띄웠다. 그러나 이제는 지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화염을 재분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구의 미래가 곧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태양은 지구와 자연의 불(Fire and Earth), 두 번째 태양은 인간과 농경의 불(Fire and Water), 세 번째 태양은 식민지 개척과 유라시아 문명의 결합으로 불의 용도가 확장된 시대인 두 번째 자연, 네 번째 태양은 산업과 철의 불(Fire and Iron), 다섯 번째 태양은 현대와 공기의 불(Fire and Air), 여섯 번째 태양은 화석연료와 화염세(Pyrocene)를 의미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53/24/cover150/894750177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7532454</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소운(逍雲) 이정우 교수의 문학, 과학, 철학 유목(遊牧), 가로지르기 - [탐독 - 유목적 사유의 탄생]</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52824</link><pubDate>Sat, 15 Aug 2026 22:5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5282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055579&TPaperId=1745282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9892/11/coveroff/899205557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055579&TPaperId=1745282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탐독 - 유목적 사유의 탄생</a><br/>이정우 지음 / 아고라 / 2016년 12월<br/></td></tr></table><br/>탐독(耽讀)이란, 책을 즐겨 읽는 것을 말한다. 유목적 사유의 탄생이란 부제를 가진 [탐독]은 철학자 이정우 교수의 책이다. 정확히 20년전인 2006년 아고라 출판사에서 나왔다. [탐독]은 내가 구입한 저자의 첫 번째 책이 아니다. 첫 번째 책은 1997년에 나온 [가로지르기]이고 두 번째 책은 1994년에 나온 [담론의 공간]이다. 순서대로 읽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저자는 자신이 책의 세계, 지성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중학교에나 가서였다고 말한다. 목차는 문학, 철학, 과학의 3부로 이루어졌다. 이 순서는 아마도 일반적인 사람들이 읽는 순서가 아닌가 싶다. 물론 저자는 철학자이기에 세 분야의 책을 두루 읽을 것이고 특히 과학과 철학을 함께 읽으리라 생각한다.&nbsp;  &nbsp;  나는 문학 애호 시기를 지난 지 오래다. 그럼에도 평론에 대해서는 마음이 열려 있다. 저자는 에밀 졸라의 [목로 주점]을 철학과의 관계 하에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먼 훗날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에 매료되었을 때 [목로주점]을 역사적으로, 철학적으로 재발견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궁금한 것은 저자는 문학을 여전히 사랑하는가?다. 저자가 중요하게 거론하는 책이 [삼국지연의]다. 유비, 조조 등이 등장하는 책이다. [주름, 갈래, 울림]에서 저자가 라이프니츠 철학을 이야기할 때 유비, 제갈량 등을 이야기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익히 알고 있는 소설과는 다른 갈래의 인물들을 상상해보자는 것이다.&nbsp;  &nbsp;  저자는 [연의]를 읽는 시간을 늘 행복했다고 말한다. 특히 제갈량은 자신에게 하나의 꿈이요 이상이요 낭만이었다고 말한다. 마지막까지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갸륵한 마음과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면서 삶이 다할 때까지 온몸을 살라 쟁투하는 모습이 삶의 한 모델이 되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이제 그 시간으로 아득한 저편으로 사라져 갔으니 시간이야말로 누구도 대적하지 못할 절대적 힘이 아니던가라고 말한다.&nbsp;  &nbsp;  저자는 베르그송의 말처럼 시는 우리에게 새로운 형태의 지각을 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시는 우리에게 이미 드러나 있으나 우리의 둔한 지각이나 때묻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저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이야기한다. 이틀 또는 사흘이란 빠른 시간에 침식을 잊고서 몰두한 소설은 그 전에도 또 그 후에도 없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지적인 성향으로 말한다면 자신은 과학적 성향보다는 인문학적 성향이 더 강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저자의 부모님은 저자가 의사가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러나 병원에 몇 달씩 입원했을 때 의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가를 알게 된 어머니 덕분에 의사에의 길을 일찍 접을 수 있었다고 한다.&nbsp;  &nbsp;  찰스 다윈의 사례와 비슷한 듯 다르다. 다윈은 1827년 에든버러 대학교 의대에 진학했으나 마취 없이 진행되던 당시 수술 장면과 끔찍한 시체 해부에 큰 충격을 받고 2년 만에 중퇴하고 의사의 길을 포기했다. 그 후 다윈이 간 곳은 케임브리지 대학교였고 전공은 신학이었다. 나는 어떤 유형일까? 2020년 지질해설사의 길에 들어선 이래 과학에 집중하고 있지만 문득 문득 인문에의 향수 같은 것을 느낀다. 이는 아직 내가 과학과 함께 인문을 공부하는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음을 의미한다.&nbsp;  &nbsp;  저자는 과학의 세계에 접근하면서 세계의 또 다른 차원을 볼 수 있었고, 그런 경험이 자신의 사유를 아니 어쩌면 자신의 감성과 가치관까지도 상당히 바꾸어 놓았던 것 같다고 말한다. 과학을 공부하면서 그리고 훗날 철학을 공부하면서 저자는 예전과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 되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고 말한다. 한 인간은 직업, 전공, 계층을 비롯해 자신이 속해 있는 장(場)의 영향을 결코 벗어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장과 장 사이에는 거의 소통이 불가능할 정도의 간극(間隙)이 패여 있고, 한 인간의 삶도 옮겨 다니는 장들에 따라 뚝뚝 끊어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훗날 저자는 가로지르기의 개념과 실천을 통해서 간극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nbsp;  &nbsp;  [가로지르기]는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보고 매료되어 산 책이다. 출간 연도인 1997년의 일이니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간 구입해 소장하고 있는 그의 책은 [가로지르기]에서 [세계철학사 1, 2, 3, 4]까지 모두 27권이다. 그간 서평을 한 권도 쓰지 못했다. 저자의 '가로지르기'는 기존 학문의 격자와 고정된 담론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사유를 펼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저자는 가로지르기는 인간의 문제로 귀결되는 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은 아니고 그것을 통해 기존 담론 체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새유를 창조했을 때 의미 있는 작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230 페이지)&nbsp;  &nbsp;  저자는 가로지르기를 하는 데 이공계 학문을 공부한 것이 큰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을 공부했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물리학, 생물학, 독일 문학, 역사학 등 담론 세계를 가로지르는 긴 유목(遊牧)을 시작한 저자는 30대 중반까지도 그것이 힘들었고 어딘가에 정착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유목이 자신의 사유라는 것을, 그때까지 힘겹게 했던 가로지르기가 자신의 사유의 본질이고 스타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정처 없이 유목하던 저자는 결국 유목 자체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되었고 역설적으로 표현해서 유목에, 가르지르기에 안착하게 되었다고 말한다.&nbsp;  &nbsp;  저자의 유목 분야 중 물리학이 눈에 띈다. 나는 내가 관계하는 지구과학보다 더 물리학 책을 많이 읽는 때도 있다. 저자는 [주역(周易)]에서 늘 관심 있게 생각했던 지도리(기; 機)란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의 책 가운데 [시간의 지도리에 서서]가 있다. 저자는 전파과학사에서 나온 작은 문고본 책들을 통해 비로소 넓은 안목에서 과학을 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오로지 교과서들만을 가지고서 과학 공부를 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식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nbsp;  &nbsp;  저자에 의하면 양자(量子)가 진동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에너지의 불연속을 함축하며 이것은 에너지를 연속적인 무엇으로 파악했던 이전의 생각을 무너뜨렸다. 이것은 물질에 대한 사유의 역사에서 중요한 하나의 지도리를 형성한다.(212 페이지) 주역(周易)에 나오는 지도리는 세상을 움직이고 인간의 삶을 바꾸는 가장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핵심 기틀을 의미한다.&nbsp;  &nbsp;  저자는 파(波)는 물질이 아니라 에너지를 이동시킨다고 말하며 입자들이 파를 전달시킨다고 말하는 것과 입자들이 파(波)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덧붙인다. 루이 드 브로이의 물질파 개념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저자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삶 죽음 운명]에도 그 이야기가 나온다. 내게 특별히 재미 있게 느껴진 부분은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에 나오는 데미우르고스, 파라데이그마, 코라, 아낭케를 논한 부분 등이다.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를 다시 읽을 필요를 느낀다.&nbsp;  &nbsp;  저자는 한국에는 유독 하이젠베르크의 책들만이 많이 소개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최근 여러 물리학자들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눈에 띄는 것은 이탈리아 물리학자들의 책이다. 특히 카를로 로벨리의 책이 그렇다. 이라크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짐 알칼릴리도 내가 즐겨 읽는 물리학 책 저자다. 저자는 양자역학과 더불어 열역학에 깊은 흥미를 가졌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열역학은 열이라는 존재를 한 계의 부피, 압력, 온도의 개념을 통해 다룬다.(233 페이지) 이는 열역학이 열 현상을 철저하게 외부적 시선으로, 객관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것이라고 한다.&nbsp;  &nbsp;  여기에 뜨겁다는 감각적 사실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몸의 차원에서는 현상학적으로는 열이란 무엇보다 뜨거움을 통해 지각된다. 저자에 의하면 기하학은 색도, 맛, 냄새, 촉감도, 또 인간도, 의미와 가치, 역사도 없는, 오로지 형태만이 존재하는 추상성을 다룬다.(189 페이지) 그러나 이 추상성의 세계에 입문해야만 비로소 과학의 세계에 들어설 수 있다. 이를 지구과학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지질학은 지구를 위도와 경도, 판의 경계, 변환 단층이라는 기하학적 선과 도표로 파악한다. 지진을 릭터 규모나 진도(震度) 같은 추상적인 숫자와 에너지 단위로 다룬다. 그러나 인간에게 지진은 대지가 흔들리고, 서 있는 발밑이 무너지며,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절대적인 공포와 감각의 경험이다.&nbsp;  &nbsp;  과학은 지구를 선과 도형으로 단순화(추상화)하여 규칙을 찾아내지만, 그것이 현상학적 몸과 만날 때 재난의 역사가 된다. 저자가 말했듯 나이가 든다는 것은 관심이 점차 좁아진다는 것을 뜻한다.(249 페이지) 나의 경우 문학에 관심이 거의 사라진 것은 관심이 좁아진 것을 반영한다. 저자는 생물학은 꾸준히 공부해온 담론이고 앞으로도 평생토록 많은 시간을 바칠 영역이라 말한다.(250 페이지) 나의 경우는 어떤가? 생물학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그리 쉽지는 않다.&nbsp;  &nbsp;  저자는 물질, 에너지, 정보가 생명체 이해의 근간을 이룬다고 말한다. 2001년 무렵 기(氣) 수련을 하며 기(氣)를 물질, 에너지, 정보로 놓고 보려했던 것이 생각난다. 생명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진화다. 저자는 진화의 과정이란 결국 생명체들이 시간에 처해서, 차이의 운동에 처해서 스스로의 동일성을 계속 바꾸어 나간 역사 이외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263 페이지) 상당히 인상적인 말이다.&nbsp;  &nbsp;  2부 ‘과학의 세계’편에 특이하게도 계급 투쟁의 역사와 정치경제학 이야기가 나온다. 다음 말을 보라. “갈릴레오는 진공상태 및 마찰이 없는 바닥을 가정하고 역학적 법칙을 세운 후 거기에 실제 현실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들을 부가해서 물체의 운동을 위한 함수를 세웠다. 이런 인식 방법은 근대 과학의 인식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고 주류 경제학 역시 이런 방법을 구사한다. 주류 경제학이 우선 전제하는 완전 경쟁 시장의 모델이 그것이다. 이 시장에서 이기성과 합리성을 본질로 하는 개인들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물건을 사고 판다.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개인은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개인이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는 자유주의 정치철학과 주류 경제학이 맞물려 있음을 간파하게 된다.”(273 페이지)&nbsp;  &nbsp;  과학과 경제학 또는 사회과학이 맞물려 있음을 알게 하는 글이다. 주류 경제학(신고전파 경제학)은 갈릴레오의 진공 상태를 사회과학에 그대로 가져왔다. 복잡한 인간의 감정과 윤리를 모두 지워버리고 오직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완벽하게 합리적인 존재(Homo Economicus)’만을 가정한 것이다. 마찰이 없는 바닥처럼 독과점이나 정보의 비대칭이 전혀 없는 완전 경쟁 시장이라는 가상의 실험실을 만들었다. 이 진공 상태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수학적 균형 함수를 세우고, 현실의 왜곡(정부 규제, 독점 등)은 나중에 고려해야 할 사소한 변수로 취급한다.&nbsp;  &nbsp;  저자의 맥락으로 돌아가면 갈릴레오의 이 선택은 생생한 현실(마찰이 있는 세상)을 배반하고 오직 형태와 수식만 존재하는 추상성의 세계로 진입한 사건이다. 역설적이게도 현실을 그대로 관찰하기를 포기하고 ‘가상의 진공’을 상상했기 때문에 인류는 근대 과학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지적 유목을 시작한 후로 자연과학, 사회과학, 역사, 문학 등 여러 담론의 세계를 유랑했지만 결국 철학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후에도 과학 철학, 그리스 철학, 프랑스 철학, 동양 철학 등 철학 세계 내에서의 유랑은 계속되었고 지금은 결국 철학의 테두리에서도 벗어나 버렸다고 말한다.&nbsp;  &nbsp;  물론 오랜 기간 동안 철학에 몰두했기 때문에 철학이 자신의 사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철학자라고도 또는 다른 무엇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저 사유하는 사람, 저작 활동과 교육활동을 하는 사람 정도라고 생각할 뿐이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 동안 유목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유목이 특별히 유목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신의 사유가 흘러가는 대로 사유하고 글을 쓸뿐이며 그런 가로지르기의 사유, 유목의 사유가 자신에게는 오히려 더 편안하고 친숙하다고 말한다.(285 페이지)&nbsp;  &nbsp;  저자는 과학도 예술도 다른 모든 것들도 현실과 상관적으로 이루어질 때 우리 삶으로부터 괴리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메를로 퐁티의 존재론적 환원주의는 거부해야겠지만 우리로 하여금 지각된 세계의 의미를 계속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현상학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무엇인가에 매료되었던 적이 없는 사람이 그것에 대한 의미 있는 비판을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299 페이지)&nbsp;  &nbsp;  저자는 항상 철학, 과학, 문학 세 가지가 혼효(混淆)되어 있는 사유를 원했던 지금도 그렇다고 말한다. 혼효(混淆)란 서로 다른 성질의 것들이 뒤섞여 하나로 합쳐짐을 뜻하는 말이다. 저자가 철학적 개안(開眼)을 하게 된 것은 박홍규 선생의 베르그송 강의를 들으면서부터다. 저자는 자연과학을 공부하면서 가지게 된 물질, 생명, 정신에 대한 형이상학적 관심사에 대해 말한다. 베르그송은 결정론과 자유의지 논쟁이 한참 절정에 올랐을 때 사유를 시작했다.(313 페이지)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는 성인을 모델로 한 편협한 개념일 뿐이라 말한다.&nbsp;  &nbsp;  3부 ‘철학 마을 가로지르기‘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나 자신의 사유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한동안 몰두했던 작업은 베르그송과 바슐라르의 비교였다.”(321 페이지) [담론의 공간]에 관련 이야기가 나온다. “현대 철학은 베르그송의 철학이 대전제로 삼고 있는 연속의 원리를 포기함으로써 성립했다. 바슐라르, 캉길렘, 알튀세, 푸코, 세르 등의 인식론, 다양한 구조주의적 인간과학들, 카타스트로피 이론, 분자생물학, 아날학파, 게르의 철학사 등등 우리는 오늘날 도처에서 불연속의 개념을 만난다. 불연속은 현대사회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275 페이지)&nbsp;&nbsp;  &nbsp;  저자는 맹목적 탈주도 시대착오적인 회귀도 아닌, 탈주와 회귀 사이에서 근대성을 제고한다는 것, 그로써 전통 – 근대 - 탈근대가 모두 균형 있게 성찰되는 사유를 시도한다는 것, 그것이 자신의 목적이었다고 말한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이 발견한 인물이 바로 다산 정약용이었다고 말한다.(338 페이지) 저자는 자신이 다산에게서 발견한 것은 자본주의적 주체와 대비되는 도덕적 주체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실학이라고 통칭하는 담론들이 대체적으로 실사구시의 성격을 띤 담론이었던 데 비해 다산만은 동북아 전통의 핵을 형성하는 경학(經學)의 세계를 정면 돌파하려 했다고 말한다. 바로 여기에 철학자로서의 다산의 위대함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때의 경학은 좁은 의미의 경학만이 아니라 사서(四書)까지 포함한다. 사서를 편찬한 것이 주자이고 보면 다산에게 사서의 새로운 독해는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띤다고 하겠다.&nbsp;  &nbsp;  2025년 11월 나온 한형조 교수의 [두 개의 논어]를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 새롭다. 두 개의 논어란 주자가 본 논어, 다산이 본 논어를 말한다. 이정우 교수에 의하면 다산은 주자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을 한평생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나는 [두 개의 논어]의 많은 부분에서 다산의 해석에 공감했다. 이런 대립 구도는 주자와 다산의 맹자 이해로 이어진다. 다산은 [맹자요의]를 통해서 도덕적 주체를 다루고 있거니와 그가 맹자의 해독을 통해서 말하려 했던 것은 주자와 상반된다. 주자와 다산의 맹자 이해 - 사실 맹자는 두 가지의 해석을 다 허용한다고 생각한다 - 는 칸트와 스피노자의 대립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nbsp;  &nbsp;  칸트가 현실적인 좋음과 나쁨으로부터 아예 단절을 이루는 도덕을 세우려 했다면 스피노자는 기독교적인 선악을 넘어서 현실 내재적인 윤리를 세우려 했다. 이와 유사하게 다산은 주자의 본질주의 및 초월적 도덕주의를 비판하고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윤리를 세우려 했던 것이다.(341 페이지) 나는 이런 대립 구도를 좋아한다. 저자에게는 레비스트로스의 투명한 초합리주의보다 클라스트르의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클라스트로의 [폭력의 고고학]도 꼭 읽어보길 바란다고 저자는 말한다. 클라스트로의 인류학은 과거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미래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한다.&nbsp;  &nbsp;  나는 고고학보다 인류학에 마음이 간다. 저자는 라이프니츠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관심이 있었다고 말한다. 들뢰즈는 서구 존재론의 용광로다. [차이와 반복]이 세계의 심층을 다룬다면 [의미의 논리]는 표층을 다룬다. 전자가 잠재성의 세계를 다룬다면 후자는 현실성의 세계를 다룬다. 저자에게 [차이와 반복]은 기(氣)의 사유로, [의미의 논리]는 역(易)의 사유로 다가왔다. 세계의 잠재성은 기(氣)이고 기화(氣化)의 결과로서의 생성이 역(易)이기 때문이다.(358 페이지)&nbsp;  &nbsp;  심층과 표층은 본래 지질학 및 지형학에서 쓰이는 용어이지만 질 들뢰즈의 철학에서는 이를 인간의 존재와 의미의 발생을 설명하는 공간적 은유의 의미를 지닌다. 저자는 프락탈 이론을 처음 접했을 때 무릎을 쳤다고 말한다. 역(易)과 라이프니츠를 읽으면서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주름 개념이 그야말로 시각적으로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프락탈의 주름이 구상적인 주름, 기하학적인 주름이라면 역(易)과 라이프니츠의 주름은 훨씬 추상적인 주름, 존재론적인 주름이라는 점에서 즉물적으로 동일시할 수는 없다.(363 페이지)&nbsp;  &nbsp;  나는 라이프니츠의 주름 논의의 핵심인 접힘과 펼쳐짐론을 보며 접힘을 지구 내부의 단층에 의한 스트레스 축적으로, 펼쳐짐을 스트레스가 한계를 넘을 때 에너지가 급격히 표출되는 것으로 설명하다가 그만 두었다. 라이프니츠 철학에서는 겉으로는 복잡하고 무질서해 보이는 세상의 이면(裏面)에 엄격한 수학적 질서가 있다. 단층론에는 종잡을 수 없는 현상 이면에 엄밀한 물리학적 질서가 있다.&nbsp;  &nbsp;  모나드론이 한 개체에 다른 개체들이 반영된 채 세계의 시간이 그물망처럼 접혀 있다고 보듯 단층에 의한 지진론 역시 프랙탈 같은 구조로 엮여 있다고 본다. 물론 모나드론은 형이상학적이다. 이 세계가 신이 창조한 가능한 최선의 세계라는 라이프니츠의 사상을 예전에는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이라고 그런 거부감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세상의 메커니즘이 절묘하다는 생각은 더해진 느낌이다.&nbsp;  &nbsp;  책의 결론격의 이야기는 이렇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자연과학적 관심을 인간과 문화에까지 확장시킬 때 늘 불만족스럽고 나아가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결과들이 나오곤 한다. 자연과하기 사회과학, 인문학을 가로지르면서 종합적 사유를 하는 것은 매혹적인 일이다. 문제는 자연과학에서 세운 어떤 관점이나 이론을 사회과학, 인문학을 가로지르는 과정 없이 곧바로 확장해서 인간과 문화를 이야기하는 경우다. 그럴 경우 늘 조야(粗野)한 결과로 이어진다. 그것은 문학적 자연관을 자연과학 공부를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자연에 투사해서 얻게 되는 결론이 우스꽝스러운 것과 똑같이 우스꽝스럽다.”(368 페이지) 철학을 다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학과 함께 하는 철학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9892/11/cover150/899205557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8921178</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2026년 여름 폭염에서 빙하 이야기까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51148</link><pubDate>Fri, 14 Aug 2026 21: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51148</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3929820&TPaperId=1745114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842/81/coveroff/8983929820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 &nbsp;2026년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던 시간이었다. 기억으로 뜨겁고 건조한 고기압이 하늘을 덮어 낮 기온이 극단적으로 치솟는 형태였던 1994년 여름도 숨막히는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진 바다가 막대한 수증기까지 공급함에 따라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역대급 열대야가 동시에 타오르는 양상을 보인 올해는 1994년 더위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기후학자들은 2026년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를 했다. 2026년이 실제로 시원했다는 뜻이 아니라 가속되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다가올 여름은 올해보다 무조건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는 절망적인 선언이다.  &nbsp;  이럴 때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분화로 빚어진 풍경을 그리게 된다. 당시 화산 분화로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이 성층권에 퍼져 다음 해 지구 평균 기온이 0.5°C~0.7°C 떨어졌다. 이산화황이 산소, 수증기 등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미세 액체 방울 또는 입자 형태의 황산염 에어로졸을 형성해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을 우주로 반사한 결과다. 1991년의 피나투보 대분화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이어지던 지구온난화 흐름을 약 2년 동안 완전히 멈추게 했다. 1992년을 기점으로 약 2년이 정점이었던 냉각 효과는 1994년 피나투보 화산의 우산 효과가 완전히 끝나며 지구온난화 열기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nbsp;  이산화탄소는 상온·상압의 지구 대기 환경에서 액체나 고체 입자로 뭉치지 않고 오직 안정된 기체 상태로만 존재해 햇빛을 반사할 수 있는 알갱이(입자) 상태가 되지 못한다. 화산재는 짧은 기간 빛을 가리고, 이산화황은 성층권에 오래 머물며 기후 변화(냉각)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맨틀 깊은 곳의 유황 성분이 풍부한 해양 지각이 섭입하면 지각이 녹으면서 안산암질이나 유문암질 마그마가 생성된다. 이런 화산대에서 이산화황이 많이 나온다. 석회암 등 탄산염 암석이 많은 대륙지각을 뚫고 올라오는 화산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온다.   &nbsp;  화산재가 많이 나오는 화산은 이산화규소 함량이 높은 화산이다. 안산암질(중성), 유문암질(산성)이 그것으로 마그마가 너무 끈적끈적해 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내부에 갇힘에 따라 마그마가 지표면으로 올라올수록 가스 주머니가 팽창하며 압력이 극도로 높아진다. 압력을 견디지 못한 끈적끈적한 마그마가 지상으로 나오는 순간 내부의 가스 주머니들이 풍선처럼 일제히 펑펑 터지며 마그마 전체를 잘게 찢어놓는다. 찢어진 마그마 파편들이 공기 중에서 급격히 식으면서 유리에 가까운 미세 돌가루가 된다. 이것이 화산재다.   &nbsp;  지각 밖에서 식는 중성 마그마가 안산암질이라면 내부에서 식는 중성의 마그마는 섬록암질이다. 지각 밖에서 식는 산성 마그마가 유문암질이라면 내부에서 식는 산성 마그마는 화강암질이다. 지각 밖에서 식는 현무암은 이산화규소 함량이 낮은 염기성으로 분류된다. 내부에서 식는 염기성 마그마는 반려암이다. 지질에서 말하는 염기성, 중성, 산성은 이산화규소 함량에 따른 분류다.(52%까지; 염기성, 52~66%; 중성, 66% 이상; 산성)   &nbsp;  미래의 여름은 올해보다 무조건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는 경고는 1) 온실 가스 누적 효과와 풍선 효과, 2) 한계에 다다른 바다라는 온수매트, 3) 역설적인 '맑은 하늘'의 부작용 등에 근거를 둔 경고다.   &nbsp;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최소 수백 년에서 수만 년 동안 축적된다. 이산화황 대방출처럼 일시적으로 햇빛을 가려 기온을 낮춰주는 자연의 우산이 매년 생겨주지 않는 한 대기 중에 켜켜이 쌓인 온실가스는 매년 지구 밖으로 나가는 열을 더 촘촘하게 가두게 된다. 다음 해의 온실가스 농도는 올해보다 높을 것이므로 지구가 머금는 열에너지의 총량은 매년 늘어나게 된다.   &nbsp;  지구 지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그동안 인류가 만들어낸 열의 90% 이상을 대신 흡수하며 방패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한반도 주변 및 전 세계 해수면 온도가 관측 사상 최고치를 매년 갈아치우고 있다. 바다가 뜨거워지면 대기 중으로 엄청난 양의 수증기(열을 품는 온실가스 역할을 함)를 뿜어내며, 기온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거대한 온수매트'로 돌변한다. 이 가열된 바다는 단기간에 식지 않기 때문에 다음 해 여름의 기초 온도를 더 높여 시작하게 만든다.   &nbsp;  수증기의 짧은 생명은 별 의미가 없다. 개별 수증기 분자는 비나 눈으로 쉽게 내려오기 때문에 생존 기간이 평균 약 10일로 매우 짧다. 하지만 바다에서 끊임없이 리필되는 데에 문제가 있다. 즉 개별 분자는 잠시 머물다 사라지지만 뜨거운 바다가 공급하는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는 수증기의 총량이 계속 유지되거나 늘어나면서 강력한 보온 효과를 낸다. 이산화탄소의 생존 기간은 수백 년에서 수만 년에 달할 정도로 매우 길다. 즉 한 번 배출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nbsp;  자가디시 슈클라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바다가 거대한 열 흡수원으로서 지구 온도를 방어하는 동안 육지 표면 역시 기후 체계를 조절하고 예측하는 데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핵심 인자임을 평생의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바다가 양적인 방패(90% 이상의 열 흡수)라면 슈클라 박사가 주목한 육지는 기후의 방향과 변동성을 결정하는 질적인 조절자에 가깝다. 슈클라 박사에 의하면 육지 역시 토양 속 수분을 통해 기후를 기억하고 조절한다.   &nbsp;  슈클라 박사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몬순(계절풍) 예측을 현대화한 것이다. 몬순은 대륙(육지)과 바다가 햇빛을 받았을 때 데워지는 속도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육지 표면이 얼마나 뜨거워지느냐에 따라 바다로부터 습한 바람을 끌어당기는 흡입력의 강도가 달라지며 이는 수억 명의 생존이 걸린 비의 양을 결정한다. 육지의 상태가 기후 예측의 핵심 경계조건이 되는 것이다. 슈클라 박사의 논의에서 지질학적 의미도 길어올릴 수 있다. 지각의 가장 바깥층(토양과 식생)은 멈춰있는 돌덩이가 아니라 대기층과 동기화되어 실시간으로 지구의 기후와 환경을 조절하는 거대한 지질학적 기관(Organ)이라는 것이다.   &nbsp;  2026년 우리는 그래도 유럽보다 나았다. 유럽의 여름 기후는 기상 관측 사상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다섯 차례의 살인 폭염'과 초대형 산불로 얼룩졌다.   &nbsp;  자가디시 슈클라는 나비 효과에도 불구하고 계절 예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우상향(지구온난화) 추세 속에서도 자가디시 슈클라의 계절 예측은 여전히 매우 강력한 의미와 실용성을 갖는다. 기후변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계속 오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절 고유의 '오르락내리락(변동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준선이 올라간 상태에서도 여느 해보다 더 혹독한 폭염이 오는 여름이 있고 온난화 중에도 일시적으로 지독한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 있을 수 있다.   &nbsp;  슈클라의 계절 예측 덕분에 올해 장마철에 비가 너무 안 와서 가뭄이 들지,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날지를 몇 달 전에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수억 명의 식량 생산과 직결되는 문제다.   &nbsp;  올해 유럽을 덮친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알프스의 거대 빙하가 폭포수처럼 녹아내리는 재난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유럽이 유독 폭염이 심한 것은 주변의 북극 해빙과 대륙의 눈(Snow) 커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육지의 햇빛 반사율(알베도)이 무너진 결과다. 하얗게 빛을 반사해 주던 눈과 얼음이 사라진 자리를 어두운 맨땅과 바다가 채우면서, 유럽 대륙 전체가 태양열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nbsp;  빙하가 녹는 현상은 단순히 물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지구의 고체 땅을 움직이고 전 세계 바다의 높이를 비틀며 거대한 지형을 순식간에 바꾸는 연쇄적인 지질학적 폭주를 일으킨다. 빙하가 녹으면 지진이 나기도 하고, 주변이 아닌 다른 지역 수위가 올라가기도 하고, 폭포가 되기도 한다. 빙하, 하면 프랑스의 빙하학자 클로드 로리우스 생각이 난다. 1965년 남극 탐사 당시 위스키에 빙하 얼음을 넣어 마시다 탁탁 소리를 내며 터지는 기포를 보고 이 기포가 수십만 년 전 지구의 대기를 그대로 간직한 타임캡슐임을 직감한 인물이다.   &nbsp;  [빙하여 안녕]은 지구 기후 시스템의 거대한 브레이크이자 인류 문명을 지탱해 온 안녕(Peace)의 시대가 종말을 고했음을 뜻하는 슬프고도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마지막 기후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nbsp;    &nbsp;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9842/81/cover150/898392982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8428106</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파도칠 때 물은 공회전하고, 하루에 한 번만 밀물 - 썰물이 일어나는 곳도 있다면 - [파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 경이롭고 유쾌한 파동의 과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45971</link><pubDate>Wed, 12 Aug 2026 08: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4597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32030906&TPaperId=174459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807/31/coveroff/k63203090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32030906&TPaperId=1744597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파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 경이롭고 유쾌한 파동의 과학</a><br/>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홍한결 옮김 / 김영사 / 2025년 07월<br/></td></tr></table><br/>달의 인력으로 인해 지구에 밀물과 썰물이 생기며 바닷물이 부풀어 오른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이 바닷물과 해저면 사이에 강한 마찰이 일어나 지구 자전이 느려진다. 이때 발생한 에너지가 달로 전달되어 달의 공전 궤도가 넓어진다. 이 때문에 지구와 달의 거리는 매년 약 3.8cm씩 멀어진다. 개빈 프레터피니의 [파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는 조석파(潮汐波)를 세상에서 가장 큰 파도라 정의한다. 그것은 달과 태양의 인력(引力)이 작용해 지구 전체의 바다를 이동시키는 거대한 에너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nbsp;  여기서 크다는 것은 외형의 크기를 두고 이르는 말이 아니라 범위와 스케일이 그렇다는 것이다. 쓰나미가 가장 큰 파도라면 조석은 지구 반 바퀴에 달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범위에 작용하기에 크다는 것이다. 개빈 프레터피니는 [구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란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구름과 파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현상은 파동이 본질이라는 점에서 하나다. 파도와 구름은 물질 자체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매질(媒質)을 타고 흐르며 만들어내는 형태다. 또한 두 현상 모두 물과 공기의 역동적인 상호 작용의 산물이다. 두 현상 모두 끊임없이 변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nbsp;  에너지가 앞으로 나아갈 때 물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파도가 칠 때 물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원운동을 한다. 저자는 구름관찰자(cloudspotter)는 파도관찰자(wavewatcher)이기도 하다고 말한다.(11 페이지) 흥미롭게도 spotter은 숨겨진 것을 찾아내거나 포착한다는 의미가 강하고, watcher는 시간을 두고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본다는 의미가 강하다. 저자는 파도를 갓난 아기기(잔물결), 아동기(풍랑), 성인기(성숙한 파도), 원숙기(너울), 종말기(쇄파) 등으로 분류했다.   &nbsp;  에너지는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 다만 형태를 바꿀 뿐이다. 파도가 자갈에 밀려와 부서질 때 에너지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꿔 소리를 내는 것으로 변하게 된다. 소리도 파도처럼 일종의 파동이다. 다만 물이 오르내리는 파동이 아니라 기압이 변동하는 파동이다. 저자는 파도가 지구에 가하는 맥동이라는 이름의 진동을 지진으로 발생하는 충격파의 미약한 버전으로 본다.   &nbsp;  보이지 않지만 파동임에 분명한 것은 소리다. 반사, 굴절, 회절은 파동이 방향을 바꾸는 세 가지 방식이다. 파동은 무엇인가에 부딪히면 튕겨 나온다. 이것을 반사라고 한다. 파동은 한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들어갈 때 방향이 바뀌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굴절이라고 한다. 굴절은 파동이 가진 비장의 무기다. 파동이 방향을 바꾸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파동이 경계면에 직각이 아닌 비스듬한 각도로 도달해야 한다. 둘째 파동이 두 물질에서 자연적으로 진행하는 속도가 서로 달라야 한다.   &nbsp;  빛 같은 것이 한 물질에서 다른 물질로 들어갈 때 파동의 방향이 바뀌는 현상과 속도 차이는 관련이 있다. 속도가 바뀌기 때문에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결합 구조가 단단할수록 소리의 속도가 빨라진다. 금을 통해서는 초속 3240m, 다이아몬드를 통해서는 무려 초속 12000m에 이른다. 저자는 파동 관찰자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파도를 바라보는 것에서 충분히 낙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최고의 명상법이 될 수 있지만 더 넓은 의미의 파동 관찰자란 종류가 전혀 다른 파동 즉 해변의 파도처럼 눈에 잘 보이는 파동과 소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 사이에서 연결고리와 유사성을 찾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119 페이지)   &nbsp;  파동은 작은 장애물을 만나면 장애물이 없는 것처럼 완전히 감싸며 돌아 나간다. 좁은 틈을 통과할 때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간다. 회절은 파동의 이치 중 하나이지만 소리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회절의 효과는 온갖 종류의 파동에서 나타난다. 날카로운 낚시꾼이 눈으로 수면의 파문을 읽어 물고기의 위치를 파악하듯 우주 학자들은 마이크로파를 감지하는 우주탐사체를 이용해 과거의 중요한 우주 교란에 관한 증거를 찾는다.   &nbsp;  탐지된 마이크로파 덕분에 우주의 기원과 구성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으며 수십 년간 이어졌던 우주의 기본 성분에 대한 논쟁이 종결되기도 했다.(137 페이지) 자신이 만든 파동 탓에 존재를 들키는 것은 물고기뿐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움직이는 교란체여서 본의 아니게 늘 이런저런 형태의 파동을 발산하므로 감지할 줄 아는 상대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다.(139 페이지)   &nbsp;  뜻하지 않게 발생한 파동 신호 탓에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은 참 불운한 일이다. 하지만 동물이 파동을 만들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진화의 막다른 길 끝에서 굉장히 외롭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번식이란 본질적으로 협력이 필요한 일이니 모종의 소통은 모든 종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nbsp;  책의 원제인 [The wavewatcher's companion]에서 wavewatcher은 파도 관찰자라기보다 파동 관찰자라고 해야 더 좋을 것 같다. 파도뿐 아니라 파도의 상위 범주인 파동 일반을 다룬 책이니 [파동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라 해야 좋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책에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재미 이상의 의미도 느낄 수 있다.   &nbsp;  파동과 진동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그 중 하나다. "파동과 진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진동이 파동을 만들지만 그 관계는 단방향이 아니다. 파동 역시 진동을 만든다. 특히 주기적인 파동은 결국 진동의 움직이는 패턴이기에 더욱 그렇다."(149 페이지)는 글이 그 중 하나다. 지진 역시 진동-파동-진동의 순서로 진행된다. 진행파를 progressive wave라 하고 정상파(定常波)를 standing wave라 한다.   &nbsp;  정상파는 한 자리에 머무는 파다. 저자는 풍성 지형학자를 찾아 나섰다.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 자연 지리학과의 안드레아스 바스 교수가 주인공이다. 저자가 안드레아스 파스 교수를 찾은 이유는 물살이나 바람 속에서 나타나는 모래의 움직이는 굴곡이 비록 느리고 입자 형태이긴 해도 파동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nbsp;  안드레아스 바스는 "저희 지형학자들은 사구(沙丘)를 파동으로 간주하기를 항상 아주 꺼려합니다. 왜냐하면 사구의 형성 메커니즘 자체가 바다의 파도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란 말을 했다. 저자는 불변하는 존재를 찾는 과정에서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에너지라고 말한다.(211 페이지)   &nbsp;  충격파는 무엇인가? 어떤 종류의 파동이든 너무 격심해져서 평소의 순한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작용할 때 우리는 그것을 충격파라 부른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구 표면은 여러 개의 거대하고 단단한 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판들의 상대적 위치는 계속 서서히 변한다. 지진은 판들이 맞닿은 경계에서 엄청난 마찰력이 갑자기 해소되면서 주로 발생하며 이때 판들이 격렬하게 엇갈리면서 발생하는 충격파는 지구의 겉과 속에 울려 퍼진다.   &nbsp;  지진 피해의 대부분을 일으키는 것은 실체파가 아니라 표면파다. 지진이 나면 빠른 P파가 도착해 작게 위아래로 덜컹거리고, 뒤이어 S파가 도착해 좌우로 흔들린다. 그 직후 가장 느리지만 가장 거대한 에너지를 품은 표면파가 도달하면서 본격적인 지상파괴가 시작된다. 표면파의 하나인 러브파는 파동이 좌우로 흔들리고, 레일리파는 위아래로 출렁인다. 레일리파는 바다의 파도와 비슷하다.   &nbsp;  표면파는 지각 내부를 통과하던 실체파가 지구 표면과 부딪혀 굴절하고 반사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상호작용하여 새롭게 합성하여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루에 두 차례 밀물과 썰물이 일어난다. 하지만 하루에 한 차례 밀물과 썰물이 일어나는 곳도 있다. 멕시코만과 남중국해 등이다. 일반적인 바다는 하루에 두 차례 밀물과 썰물이 생기지만 대륙으로 꽉 막혀 입구가 좁아진 만 형태의 바다에서는 지형과 물의 출렁임 주기가 맞물려 하루에 한 번만 밀물과 썰물이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이 생긴다.   &nbsp;  일반적인 파도는 해안에 다가오면서 심해파에서 천해파로 바뀐다. 파도 속의 물은 원래 원운동을 하지만 수심이 얕아질수록 원운동을 하기가 어려워지므로 찌그러져 타원이 되고 결국엔 왕복 운동만 남는다. 이것이 우리에게 친숙한 해변에 밀려왔다가 쓸려 나가는 파도의 움직임이다. 수심이 파장의 약 20분의 1 이하로 얕아지면 심해파가 천해파로 바뀐다. 일반적인 파도는 바다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서로 겹치기 때문에 해안에 상당히 불규칙한 패턴으로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nbsp;  반면 조석파는 철저하게 태양과 달의 규칙적인 운동을 따르므로 훨씬 더 규칙적이다. 조석 현상이 거의 없는 바다도 있다. 이유는 바다 자체가 크지 않아서이다. 조석이란 달과 태양의 인력과 지구의 자전 및 공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심력이 합쳐져 일어나는 해수면의 주기적인 상승 및 하강을 의미한다.   &nbsp;  조석이 지구의 생명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약 45억 년 전 지구가 형성되던 시기에 화성 정도의 크기인 테이아라는 행성이 지구에 날아와 충돌했다고 본다. 이른바 거대충돌 가설로 크게 퍽 후려침 정도를 뜻하는 빅 웩(big whack)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바닷물이 대륙을 휩쓸며 땅을 깎아내려 미네랄을 바닷가로 운반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nbsp;  책은 빛이 가진 파동 입자 이중성과 양자역학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자연스럽게 전자현미경 이야기도 다루어진다. 전자현미경은 전적으로 전자들의 흐름이 갖는 파동성을 이용한 방법이다. 주사(走査) 전자현미경(SEM: Scaning Electron Microscope)은 가늘게 집중된 전자빔을 시료에 쏘아 시료 표면에서 반사되거나 튀어나오는 전자들을 검출하는 방식으로 상을 얻는다.&nbsp;투과 전자현미경(TEM: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은 비교적 굵은 전자빔을 극히 얇은 시료에 쏘아 상을 얻는다. 전자현미경이 엄청난 배율로 확대된 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입자의 흐름에 따른 파동인 물질파 덕분이다. 모든 미세한 입자는 충분히 빠르게 가속하면 파동처럼 행동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807/31/cover150/k6320309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8073112</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지진, 화산, 홍수, 허리케인 등의 실상과 우리의 대응 자세 - [재난의 세계사 - 미래의 자연재해에 맞서기 위한 과거로부터의 교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38009</link><pubDate>Fri, 07 Aug 2026 20: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3800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639480&TPaperId=1743800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846/43/coveroff/k53263948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639480&TPaperId=1743800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재난의 세계사 - 미래의 자연재해에 맞서기 위한 과거로부터의 교훈</a><br/>루시 존스 지음, 권예리 옮김, 홍태경 감수 / 눌와 / 2020년 04월<br/></td></tr></table><br/>지질학 박사 루시 존스의 [재난의 세계사]는 지진, 화산분출, 홍수, 허리케인 등의 재난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지진을 말해주는 여성(Earthquake Lady)이라는 별명을 가진 지진학자다.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이기도 한 저자는 지진학과 지질학 연구에서 얻은 방대한 수치 데이터를 음악의 음정(Pitch)과 선율로 바꾸는 작업을 해왔다. 저자에게 비올라 다 감바 연주는 지구의 진동인 지진과 기후 변화를 인간의 언어와 감성으로 번역해내는 또 다른 형태의 재난 연구이자 대중 강연인 셈이다.   &nbsp;  저자는 지진은 피할 수 없는 지구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것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재난이 될지 아닐지는 우리 공동체의 준비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재난 관계를 말해주는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거대한 원뿔 모양의 산이다. 이는 용암이 침식 작용으로 깎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흘러나온다는 뜻이므로 활화산이라고 한다. 땅이 침식작용으로 깎여 없어지는 속도보다 단층이 땅을 밀어 솟아오르게 하는 속도가 더 빠를 때 생기는 것이 산이다.(100 페이지) 땅이 솟아오른다는 것은 아래에서 주기적으로 강력한 압축력이나 비트는 힘이 누적되다가 지진을 통해 방출되고 있음을 뜻한다.(화산활동을 통해서도 땅은 솟아오른다.)   &nbsp;  산은 중력의 중심 방향과 반대로 높게 솟아 있는 거대한 흙과 암석의 덩어리다. 단층 운동으로 산이 가팔라질수록 중력이 아래로 끌어내리려는 에너지도 극대화된다. 지질학적 시각에서 산은 정지된 풍경이 아니라 단층의 솟구치는 힘과 중력의 끌어내리는 힘이 격렬하게 싸우는 전쟁터다. 화산이 분출하면 화산재, 용암, 돌멩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nbsp;  이때 물질들은 무한정 멀리 퍼지지 않고 중력과 돌멩이들끼리의 마찰력으로 인해 특정 경사각을 이루면 멈춰 선다. 중심점에서 사방으로 똑같은 힘이 작용하여 물질이 쌓이므로 위는 뾰족하고 아래로 갈수록 넓은 원뿔형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nbsp;  이렇게 화산이 분출하는 곳에서는 원뿔 모양의 산이 만들어지지만 지진이 일어나는 곳에서는 거대한 성벽이나 계단 모양의 산이 만들어진다. 화산이 만들어지는 곳은 세 가지다. 1) 중앙 해령, 2) 섭입대, 3) 열점이다. 폭발만 하지 않는다면 화산은 무척 살기 좋은 환경이다. 화산토는 투과성이 높아 물이 잘 빠지고 새로운 영양소가 많아서 작물이 잘 자라는 기름진 경작지가 된다. 화산 주변의 변형된 암석은 천연 요새가 되어 방어에 유리한 골짜기를 만들어준다. 폼페이는 활화산 베수비오에서 남동쪽으로 10km 정도 떨어진 위험한 곳에 세운 도시였고 결국 멸망했다. 베수비오는 변함 없는 활화산이다.   &nbsp;  지진파에는 두 가지가 있다. P파와 S파가 그것이다. P파는 지각을 압축시키고 S파는 지각을 비튼다. 지각은 비트는 힘에 더 약하다. 단단한 콘크리트 건물이 맥없이 무너지는 것도 S파 때문이다. 압축할 때는 암석 내부의 미세한 틈새나 균열들이 서로 단단히 맞물려 닫힌다. 힘이 분산되어 버티는 힘이 강해진다. 비트는 힘은 암석의 내부 균열을 찢어 열어 젖히는 인장력을 발생시킨다. 균열이 쉽게 벌어지며 파괴로 이어진다.   &nbsp;  비트는 힘이 발생시키는 인장력은 정단층과 깊은 관계가 있다. 지각이 양옆으로 잡아당겨지는 인장력으로 인해 지각이 벌어지면서 쪼개지고 중력의 영향으로 한쪽 블록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정단층을 형성한다. 정단층의 정(正)은 물체를 지구 중심으로 잡아당기는 중력을 기준으로 볼 때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에 정상이라는 뜻이다.   &nbsp;  역단층을 발생시키는 힘은 압축력이다. 암석이 양방향에서 강한 압축을 받으면 약 30° 정도의 완만한 경사를 가진 대각선 모양의 단층면(파괴면)이 생긴다. 경사면 위에 얹혀 있는 암석 블록이 양옆에서 밀어붙이는 힘에 의해 중력을 거슬러 경사면을 타고 위로 밀려 올라간다. 이 강력한 압축력은 대륙판끼리 부딪히는 수렴형 판 경계에서 생긴다. 역단층의 역(逆)은 중력을 거슬렀다는 뜻이다.   &nbsp;  P파와 S파의 시간차는 두 지진파가 8 km를 이동할 때마다 1초씩 벌어진다. 어느 지점에 P파가 도착하는 시각과 S파가 도착하는 시각의 차이가 30초라면 지진이 시작된 곳이 240km 떨어져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1990년대에 대기의 수분 함량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인공위성들이 쏘아 올려진 결과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nbsp;  대기 중에 좁고 긴 수분 기둥(대기의 강)이 있어서 적도 근처의 열대지방에서 중위도로 수분을 운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보통 길이는 수천에서 수만 km, 폭은 수백 km에 이른다. 이런 대기의 강이 캘리포니아주 연안으로 넘어오면 폭우가 내린다. 폭우는 대개 하루나 이틀이면 지나간다. 그런데 어쩌다 한 번씩 대기 조건 때문에 폭우가 더 오래 머물고 홍수가 난다.   &nbsp;  저자는 인간은 포식자와 기근의 위협과 같은 단기적 위기에 대한 신속한 반응이 생존의 필수적인 세계에서 진화했다고 말한다. 위험은 도처에 만연해 있었고 임박한 위험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후손을 남겼다. 우리 대다수는 홍수를 급박한 위험으로 여기지 않는다. 직접 경험한 적이 있거나 부모나 조부모가 기억하고 있었다거나 하는 등의 개인적인 의미가 없다면 자연재해가 불러일으키는 격렬한 감정은 금세 사그라들고 만다. 그리고 위험을 가늠할 때 인간은 이성보다 감정의 좌우된다.   &nbsp;  홍수는 큰 인명 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야기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홍수의 근원인 비를 친숙한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에 비를 다른 자연재해보다 온건하다고 여긴다.(117 페이지) 우리는 땅 위에서 살기 때문에 수면 위로 드러난 것과 강, 호수, 바다 밑에 잠겨 있는 것이 애초부터 다르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강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땅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nbsp;  강 기슭을 이루는 흙을 땅의 흙과 특별히 구별할 수 없고 강바닥의 지각에도 독특한 점이 전혀 없다. 다만 주변의 땅보다 고도가 낮을 뿐이다. 물은 중력이 잡아끄는 곳으로 흘러내리므로 고도가 낮은 곳에 고인다.(154 페이지)   &nbsp;  저자는 물과 땅 사이, 강물이 흐르는 곳과 흐르지 않는 곳, 강의 액체 상태와 땅의 고체 상태 사이에 절대적인 경계선을 그을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 강에 물만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흐르는 물에는 많은 것을 품고 운반할 수 있는 힘이 있다.자연이 작고 가벼운 물질일수록 운반하기 쉽고 물의 흐름이 빠를수록 더 많은 물질을 운반할 수 있다. 미시시피 강의 별명이 빅 머디(Big Muddy; 거대한 흙탕물)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모든 강이 그렇듯 미시시피 강의 강물은 이동하면서 모래알과 흙을 침식해 바다로 가져간다.  &nbsp;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 품고 있던 퇴적물의 일부를 바닥에 떨어뜨리는데 크고 무거운 모래알이 먼저 떨어진다. 이 두 원리를 종합하면 자연 제방이 어떻게 생기는지 이해할 수 있다. 물이 중력에 의해 강으로 흘러갈 때 종종 다량의 진흙과 실트를 운반해 간다. 눈 녹은 물과 비는 강의 특정 구간의 수위를 높인다. 그곳의 고도가 하류보다 높아졌으니 낙차가 심해진다. 그러면 수량이 증가해서 더 많은 실트를 운반할 수 있게 된다. 강 기슭을 넘어설 정도로 수위가 높게 올라가면 물은 여전히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이제는 바다를 향해서 뿐만 아니라 강 바깥으로, 강을 둘러싼 땅으로도 흘러내린다.   &nbsp;  어느 정도 흘러내리면 경사가 원만해져서 물의 흐름이 느려지고 물에 떠 있던 실트 알맹이가 바닥에 퇴적된다. 큰 알갱이일수록 강에서 가까운 쪽에 먼저 쌓이고 대부분 알갱이는 원래 강바닥에서 더 먼 곳에 쌓인다. 그 결과 큰 모래알로 이루어진 자연 제방이 형성된다. 이 자연 제방은 강기슭을 높여 미래의 홍수 가능성을 낮춘다. 하지만 수백년의 미시시피강 홍수 내륙이 보여주듯 자연 제방 또는 인공 제방 위로 넘치는 홍수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155, 156 페이지)   &nbsp;  일본 열도는 네 개의 판 사이의 계속되는 충돌로 형성되었다. 서쪽의 유라시아 판은 북동쪽으로 태평양판, 남동쪽으로 필리핀 해판과 충돌하고 있고 그 사이에 북아메리카 판의 작은 부분이 끼어 있다. 네 개의 판이 서로 충돌해 유라시아 판과 북아메리카 판을 서쪽 위로 밀어 올렸다. 물론 마그마도 솟아올라서 후지산과 같은 화산이 만들어졌다.   &nbsp;  여러 종류의 판 경계 중에서도 이런 섭입대에서 지진이 가장 자주 일어난다. 판끼리 멀어지거나 옆으로 스치는 대신에 서로 밀면서 생기는 강한 변형력 때문에 마찰력도 더 크고 쌓인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지진을 통해 발산된다. 네 개의 판이 충돌하는 복잡한 구조 때문에 일본의 지진은 판 경계에 국한되지 않고 열도 전역에서 일어난다.(132 페이지)   &nbsp;  하나의 지진이 일어나면 추가로 지진들이 더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층의 움직임은 주변의 모든 곳에 힘을 가하고 변형력을 집중시켜 지각의 울퉁불퉁한 부분들을 새로 만든다. 이 새로운 변형력을 해소하기 위해 잇따라 지진이 일어난다. 이런 지진들은 바로 전에 일어난 본진의 직접적인 결과이므로 그 지진의 여진으로 분류한다.   &nbsp;  단층의 움직임은 에너지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각의 힘의 균형을 깨뜨리기에 새로운 불균형이 생기고 바로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지진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거대한 본진 이후 몇 차례 여진이 발생하지만 결국 그치는 것은 지각이 새로운 역학적 균형점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nbsp;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쪽 해안에서 일어난 규모 9.1의 남아시아 지진은 움직인 단층의 길이가 1,500km가 넘었다. 파열면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9분이나 되었다. 지질학 박사 케리 시(Kerry Sieh)는 2004년 남아시아 대지진을 예측한 사람이다. 저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야기를 하며 이런 말을 한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피해자를 탓하는 경향은 자연재해 앞에서 너무나 흔한 반응이어서 거의 불가피한 것처럼 느껴진다.   &nbsp;  인간은 고통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힘에 의해 유발된다는 생각을 거부하고 안심하기 위해 피해자를 책망한다. 이 본성은 자선을 베풀려는 충동 만큼이나 인간답고 따라서 없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를 인식함으로써 우리도 그런 욕망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아차리고 적어도 다음 재난이 닥쳤을 때 같은 오류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256, 257 페이지)   &nbsp;  인간은 무작위성을 무척 싫어하고 예측 가능한 패턴을 만들기 위해 종종 극단적인 수단을 이용한다. 인간은 패턴을 찾기 원하는 강한 욕구와 확증 편향 때문에 패턴에 부합하는 사례를 강렬하게 기억하고 부합하지 않는 사례를 무시하기 쉽다.(261, 262 페이지) 1920~1930년대에 지진 데이터를 처음 수집하고 패턴이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지자 대다수 과학자는 지진을 예측하는 대신 지진이 왜 발생하는지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적어도 1975년 중국 랴오닝성 하이청 지진에서 뭔가가 맞아떨어져 예측에 성공해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전까진 말이다.   &nbsp;  그때 미국, 일본, 소련 정부는 마침내 이 수수께끼를 풀겠다는 희망을 품고 공식적으로 지진 예측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당시 본진이 있기 전 규모 5.0 안팎의 미소(微小) 지진들이 수일 동안 연속적으로 발생했고, 한겨울임에도 뱀과 나비 등이 땅으로 나와 얼어 죽었고, 거위들이 날아다니고, 우물 및 지하수의 수위가 급변하거나 흙탕물이 되는 등의 이상 현상이 있었다. 행정력의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져 안전지대로 대피한 주민들이 목숨을 건졌다. 그런데 다음 해인 1976년 7월 가까운 탕산 지역에서 아무 전조 현상도 없이 규모 7.5의 강진이 일어나 25만 명이 사망했다.   &nbsp;  지진 예측은 여전히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진의 절대적 강도를 나타내는 릭터 규모(리히터 규모)를 고안한 미국의 지진학자 찰스 릭터는 오직 바보, 거짓말쟁이, 그리고 사기꾼들만이 지진을 예측한다(Only fools, liars, and charlatans predict earthquakes.)란 말을 했다.   &nbsp;  지진에는 한참 동안 꽤 규칙성을 갖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국 예측할 수 없다는 본성이 있다.(268 페이지) 저자는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지금도 지진의 작동 메커니즘을 연구할 지진학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늘날에도 인간은 왜 어떤 지진의 단층은 수m를 미끄러지다가 멈춰서 규모 1에 그치고 어떤 지진의 단층은 수백 km를 미끄러져 규모 7의 지진이 되는지 모른다.   &nbsp;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지구 내부에서 일어난 일의 결과인지 아니면 지진이 일어난 중에 무언가에 부딪히거나 부딪히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모른다. 후자라면 지진학자는 사람들이 원하는 종류의 예측을 영원히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오늘날 과학자가 지진에 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지식은 전진, 여진, 그리고 지진이 다른 지진을 유발하는 현상뿐이다.(283 페이지)   &nbsp;  남아시아 지진은 도호쿠 지진보다 7년 앞서 일어났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바다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가장 큰 피해는 육지의 흔들림이 아니라 해저면의 이동에 의해 일어난다. 도호쿠 지진에서는 400km 길이의 암석 덩어리가 최대 80m 미끄러졌으므로 막대한 양의 물을 이동시켜 필연적으로 쓰나미를 초래했다. 일본에서 쓰나미는 지진처럼 삶의 일부이고 대부분의 마을에 대비 시설이 세워져 있다. 원자력 발전소는 우라늄처럼 질량 수가 큰 원자의 핵을 붕괴시킬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이용해서 증기를 만든다.   &nbsp;  이 증기로 전기 터빈을 돌리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생산한다. 그런데 이런 핵 반응에서 생성된 열은 핵연료에서 재빨리 분리시키고 주의해서 관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핵연료가 녹고 핵연료가 담긴 원자로가 폭발한다. 따라서 핵연료의 열을 식혀주기 위해 그 둘레에 냉각수를 순환시킨다. 냉각을 쉽게 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는 항상 물이 많은 곳 종종 바다 가까이에 짓는다. 그리고 냉각 체계가 중단되지 않도록 여분의 예비전력을 갖춘다.   &nbsp;  지진과 쓰나미가 항상 일어나는 일본에서 바다 근처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울 때에는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쓰나미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로스엔젤레스는 지진 덕분에 존재하는 도시이다. 무척 건조한 미국 남서부에 위치한 로스엔젤레스는 도시를 둘러싼 산들이 없었다면 사람이 살 수 없는 사막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활성 단층들이 밀어 올려 생긴 산들은 바다에서 온 구름에서 비가 내리게 한다. 이 단층들은 또한 지하수를 가둔다. 초기 정착민들은 그 덕분에 생긴 샘에서 물을 내서 농사를 지었다. 20세기 초 석유가 발견되면서 로스엔젤레스는 현대적인 도시로 번창하기 시작했다. 석유 역시 단층 때문에 고인 것이었다. 단층은 로스엔젤레스를 존재할 수 있게 하지만 언제라도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자산이기도 하다.   &nbsp;  저자는 여섯 가지를 제안한다. 1) 더 많이 배운다, 2) 정부가 알아서 보호해줄 것이라고 안심하지 않는다, 3) 지역 지도층과 교류한다, 4) 공동체와 함께 일한다, 5) 자연재해는 일어난 순간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6) 스스로 생각하라 등이다. 인상적인 말은 ‘다른 사람들이 정보를 주면 우리는 온 힘을 다해 그 정보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행동은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은 자연재해 발생 시점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무작위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337 페이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3846/43/cover150/k53263948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8464312</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밈, 이기적 유전자로 신(神)을 오독하는 리처드 도킨스 - [도킨스의 신 - 리처드 도킨스 뒤집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29432</link><pubDate>Mon, 03 Aug 2026 04: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2943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9002958&TPaperId=174294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00/54/coveroff/898900295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9002958&TPaperId=1742943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도킨스의 신 - 리처드 도킨스 뒤집기</a><br/>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김태완 옮김 / SFC출판부(학생신앙운동출판부) / 2007년 11월<br/></td></tr></table><br/>리처드 도킨스는 케냐에서 태어난 영국 혈통의 진화생물학자다. 도킨스는 진화를 바라보는 가장 상상력 넘치는 방법, 그리고 진화를 가르칠 수 있는 가장 감동적인 방법은 진화의 전 과정을 유전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소유하고 실어 나르는 신체를 교묘하게 조작하며 감독한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자신의 저작을 통해 유전자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화법을 발전시켜 오고 있다. 단순히 개체의 수준에서가 아니라 세계 전체를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nbsp;생물체들은 모두 유전자로 환원되고 유전자들은 다시 디지털 정보들로 환원된다. 도킨스는 동물을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시키기 위해 모든 동력을 사용해 자신에게 부여된 지시 사항을 실행해 나가는 기계로 보았다. 도킨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사상이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다. 본문에 찰스 다윈과 윌리엄 페일리 이야기가 나온다. 1743년에 태어나 1805년에 사망한 페일리는 영국 성공회의 성직자였다. 페일리는 저서 [자연신학](1802년)에서 시계공 비유(Watchmaker Analogy)를 주장했다.&nbsp;길을 가다 정교한 시계를 발견했다면 그것을 만든 시계공이 있음을 당연히 알 수 있듯 눈(Eye)이나 심장처럼 정교한 생명체를 보면 이를 설계한 위대한 설계자(하나님)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캠브리지 대학교 시절 신학을 공부했던 젊은 다윈은 페일리의 이 정교하고 합리적인 복음주의 논리에 완전히 매료되어 “페일리의 책들을 거의 외우다시피 했으며, 그의 서술 방식은 나에게 유일하게 유익했던 학문적 경험"이었다고 고백했다. 다윈은 그러나 비글호를 타고 세계를 탐험하며 자연을 관찰한 끝에 생명체가 정교한 디자인을 가진 것은 맞지만 그것이 신의 일시적인 창조가 아니라 수억 년 동안 일어난 변이와 자연선택의 결과라 주장했다.&nbsp;저자 맥그래스는 서문에서 자신은 도킨스의 진화생물학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맥그래스는 도킨스가 진화생물학으로부터 도출시키는 종교와 지성의 확장된 결론들을 다루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진화생물학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진화의 가장 기본적이자 중심적인 단위가 유전자다. 멘델로부터 유전자의 현대적 개념과 유전 법칙의 토대가 도출되었으나 멘델 자신은 유전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멘델은 유전이 특정한 단위 또는 인자(因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nbsp;그렇다면 이 단위 또는 인자는 과연 무엇인가? 이 질문은 우리에게 유전자의 발견을 가져다 주었으며 발견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유전자의 발견은 다윈주의 세계관에 대한 도킨스의 설명에 있어서도 근간(根幹)이 될 만큼 중요하다. 유전자라는 용어를 전 세계에서 가장 처음 사용한 사람은 덴마크의 식물학자이자 유전학자인 빌헬름 요한센(Wilhelm Johannsen; 1857~1927)이다.&nbsp;유전자와 DNA의 관계를 알 필요가 있다. DNA가 책의 종이와 글자라면 유전자는 책 속에 적힌 하나의 이야기(챕터)에 해당한다. DNA는 세포핵 속에 들어 있는 길고 긴 화학 물질의 사슬 그 자체다. 하나의 DNA 분자가 수개월 이상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DNA는 자기 복제 능력을 통해 이론상으로 사본의 형태로 1억 년 이상 살 수 있다. 이에 반해 생물 개체 또는 집단은 짧은 시간을 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천천히 축적되는 변화를 영속시킬 수 없다.&nbsp;맥그래스는 "유전적 변화는 어떻게 발생하게 되는가? 우선 보자면 도킨스가 강조하는 복제자의 충실한 복제와 변화의 발생 사이에는 명백하고도 치명적인 모순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복제자가 그렇게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한다면 어떻게 변화가 나타날 수 있겠는가? 충실한 전달은 동적인 상황이 아니라 정적인 상황 아니겠는가?"라고 말한다. 도킨스는 유전자를 성공적인 복제자(Replicator)로 정의하며, 세대를 거쳐도 정보가 깨지지 않고 완벽하게 전달되는 높은 복제 충실도(Fidelity)를 생명의 핵심 속성으로 간주했다.&nbsp;이에 맥그래스가 만약 유전자가 100% 완벽하게 정보를 복제하고 전달한다면 세상은 처음 태어난 생명체의 상태 그대로 멈춰 있어야 한다고 반론을 편 것이다. 정보의 변동이 없으므로 새로운 형질이나 종이 탄생하는 진화(동적 상황)는 불가능해진다. 즉 '완벽한 복제자'와 '진화의 발생'은 논리적으로 정면충돌한다는 것이다. 도킨스를 비롯한 진화생물학자들은 이 모순을 완벽을 지향하지만 물리적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불가피한 오류로 해명한다. 유전자는 우수한 복제 메커니즘과 오류 수정 기능을 가지고 있어 복제 충실도가 극도로 높으나 100% 완벽한 복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nbsp;맥그래스는 도킨스가 유전자를 마치 스스로 살아남으려 애쓰는 능동적인 주체처럼 묘사한다고 비판하며 이는 도킨스가 물리적 화학 물질에 불과한 유전자를 신격화(의인화)하는 것이라 결론 짓는다. 맥그래스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우연히 발생한 타이핑 실수의 반복이 단백질의 정교한 상호작용과 인간의 의식 같은 '고차원적 질서'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기에는 논리적 비약이 크다고 본다. 맥그래스는 페일리의 기계적 지적설계론(시계공 유추)을 그대로 옹호하지 않고 '유신진화론(창조적 진화론)'을 지지한다.&nbsp;맥그래스에게 신은 완벽한 시계를 만들어 세상에 던져둔 시계공이 아니라 진화라는 역동적인 과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자연 법칙과 환경을 창조한 존재다. 도킨스로부터 확장된 표현형이 도출되었다. 빌헬름 요한센이 생물체가 가진 유전 정보가 겉으로 드러나 실제 관찰 가능한 모든 물리적, 생리적, 행동적 특성을 뜻하는 표현형을 제안했고, 도킨스가 확장된 표현형(Extended Phenotype)을 제시했다. 논점은 유전자가 자신의 생존과 복제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물리적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다.&nbsp;도킨스는 요한센이 만든 전통적인 표현형 개념을 생물 개체의 몸 바깥 영역으로 확장시켜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자신만의 혁신적인 이론을 도출해 낸 것이다.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 출판 6년 만인 1982년 확장된 표현형이란 개념을 제시한 이유는 진화의 진짜 주인공은 개체(생물 몸)가 아니라 유전자라는 자신의 핵심 주장을 완벽하게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의식적으로 이기적이지는 않지만 그들의 다양한 모습은 의식적으로 이기적인 행위자를 닮았다고 말했다.(88 페이지)&nbsp;유전자는 뇌나 마음이 없기 때문에 의식적인 목표나 의도를 전혀 가질 수 없지만 진화와 자연선택의 결과로 나타난 유전자의 작동 방식은 마치 치밀하고 영리한 독재자가 오직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모습과 완벽하게 똑같아 보인다는 뜻이다. 도킨스가 유전자를 이기적이라고 부른 것은 유전자의 마음 상태를 말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자신의 복제본만을 세상에 남기려 드는 유전자의 기능적 결과를 문학적으로 비유한 것이다. 유전자는 아무 생각이 없지만 진화의 냉혹한 법칙은 유전자를 가장 완벽한 이기주의자의 모습으로 빚어냈다.&nbsp;맥그래스는 ”도대체 우리가 왜 태어나는가? 다윈주의의 대답은 자연선택이다. 사실 이것이 모든 것에 대한 다윈주의의 유일한 대답이다.“라고 말한다.(92 페이지) 맥그래스는 도킨스 같은 강경 다윈주의자들은 인간의 존재, 도덕, 예술, 종교까지 '자연선택과 유전자의 생존'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만 설명하려 든다고 비판한다. 맥그래스는 다윈은 갈림길을 만든 사람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극단적으로 다른 두 가지 사유 방식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도킨스는 다윈 이전에는 세계는 신이 설계한 어떤 곳으로 볼 수 있었지만 다윈 이후에 설계를 내세우는 것은 모두 환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nbsp;맥그래스는 도킨스의 세계에서 진화의 과정은 신을 위한 개념적 공간을 전혀 남겨두지 않았다고 말한다. 신적인 창조자에게 호소함으로써 설명될 수 있었던 것들이 이제 다윈주의의 틀 속에 자신의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므로 다윈 이후에는 신을 믿을 필요가 없다.(104 페이지) 맥그래스는 다윈의 [종의 기원]과 이후 저작들은 18세기의 생각(당시의 지도적인 기독교 저자들이 이미 거부했던)에 대한 19세기의 논박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것이 기독교 전체에 대한 논박일 수는 없고 단지 영국 국교회가 잘못 선택한 것에 대한 논박일 뿐이라고 말한다.(137 페이지)&nbsp;맥그래스는 다윈의 진화론이 기독교 자체를 무너뜨렸다는 도킨스식의 프레임을 정면으로 거부하며 다윈은 단지 당대에 유행했던 생명이 다한 18세기 영국식 신학을 논박했을 뿐으로 기독교 역사 전체의 관점에서 진화론은 얼마든지 수용 가능한 과학적 사실이라는 논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맥그래스는 다윈이 1840년대의 어느 시점에서(정확한 날짜는 모르지만) 이른바 전통적 기독교 신앙을 거부했다는 것은 여지가 없지만 정통 기독교 신앙의 거부와 무신론의 수용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이론적인 틈이 있다고 말한다.(143 페이지)&nbsp;다윈이 정통 기독교 신앙을 떠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독교를 떠난 다윈의 종착지는 신은 절대 없다고 확신하는 적극적 무신론이 아니라 인간의 지성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겸손한 불가지론이었다. 맥그래스는 이 지점에 착안해 현대 무신론자들이 다윈을 무신론의 교조로 해석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맥그래스는 도킨스가 다윈주의를 무신론으로 가는 지적 고속도로라고 본다고 말한다.&nbsp;도킨스가 세밀하게 계획을 잡은 궤도는 불가지론에서 그 바퀴 작업을 멈추는 것 같다. 그리고 거기서 자리를 잡고 계속 머물고 있다. 다윈주의와 무신론 사이에는 근본적인 논리적 틈이 있다. 도킨스는 이 틈을 메우기 위해 증거가 아닌 레토릭으로 다리를 놓으려 하고 있다.(156 페이지) 도킨스는 우리가 세계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유일하게 신빙성 있는 지식은 과학적 지식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도킨스의 입장을 확장시켰을 때 철학자, 변호사, 신학자 등은 과학적 지식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거짓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된다.&nbsp;맥그래스는 공격적 무신론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었으나 종교적 회심을 거쳐 신학박사가 된 분자생물학 연구자다. 맥그래스에 의하면 도킨스는 증명될 수 없는 것을 거짓으로 간주한다. 도킨스는 불가지론이 지적으로 나약한 입장이라고 주장한다. 맥그래스는 도킨스의 생물학적 논증이 논리적으로 최대한 갈 수 있는 곳이 결국 불가지론 뿐이라고 말한다.(180 페이지) 맥그래스는 누구도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고, 누구도 신의 존재를 반증할 수 없다고 말한다.&nbsp;이어 그 어느 누구도 확실성을 가지고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188 페이지) 맥그래스는 도킨스가 불가지론에서 무신론으로 비약을 했다고 말한다.(188 페이지) 맥그래스는 신의 존재에 대한 문제는 지구가 평평한지 또는 DNA가 이중나선의 형태를 취하는지 등의 질문과는 다른 범주에 속한다고 말한다. 그런 문제는 오히려 민주주의가 전체주의보다 나은지와 같은 문제에 더 가깝다. 이런 문제는 과학적 수단을 통해서는 해결이 안 된다. 하지만 과학적 수단을 통해서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이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아니다.&nbsp;그리고 이런 문제에 대한 그들의 결론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맥그래스는 "아마도 도킨스는 요즘 종교에 반대하는 책을 쓰기에 바빠서 종교에 관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것 같다. 가끔 고전 신학자들을 인용할 때 보면 2차 텍스트를 사용하는 것 같고 그래서 위험한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라고 말한다. 맥그래스는 화학자이자 저명한 과학 철학자인 마이클 폴라니가 자연과학자는 후에 거짓으로 드러날 것을 알면서도 무언가를 믿어야 하는 사람들(현재의 믿음들 가운데 어떤 것이 거짓으로 드러날지도 모르는 채)이라고 말한 것을 상기시키며 도킨스는 무슨 자신으로 자신의 믿음에 대해 참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204 페이지)&nbsp;이런 말을 하고 싶다. 과학적 지식만이 진정한 지식이라고 한 도킨스에게 불가지론은 무신론이라는 주장은 과학적 주장인가, 과학 외적 주장인가? 전자라면 과학은 잠정적이라는 전제를 무시하는 것이고 후자라면 진정한 지식이 아닌 것이 된다. 맥그래스는 자신은 과학에 완전히 비현실적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자연과학은 오직 증거로만 말한다고 생각했던 맥그래스는 자신은 여전히 과학을 사랑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어떤 자연과학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용 가능한 한계를 넘는 수준까지 레토릭을 사용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특히 자신의 전공 영역을 넘어설 때 또는 실험 증거가 부족해서 그 부분을 가리고자 할 때 더욱 그러하며 문화 비평이 텍스트에 숨어 있는 교묘한 술책을 보여주기 위해 문학과 함께 자연과학 논문부터 읽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nbsp;맥그래스는 무신론은 진화론을 포함하는 어떠한 과학에 의해서도 결코 증명될 수 없다고 말한다. 맥그래스는 다른 모든 인간의 활동과 생각처럼 종교도 개혁 되어야 하고 재평가받아야 하고 수정되어야 하지만 제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226 페이지) 도킨스는 문화 복제자란 의미의 밈(meme)이라는 용어를 도입한 과학자다. 도킨스는 종교를 가장 중요한 밈의 사례나 간주한다.&nbsp;도킨스는 자신이 염두에 두고 있는 밈의 사례들로서 음악의 선율, 생각, 유행어, 패션, 건축 양식, 노래 등을 들고 있다. 그리고 신 역시 여기에 포함시켰다. 도킨스는 사람들이 신이 없는데도 신을 믿는 이유를 신이라는 밈이 인간의 마음속에서 자신을 복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e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237 페이지) 맥그래스는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는 유사성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작동 메커니즘은 상당히 다른 것 같다고 말한다.(245 페이지)&nbsp;맥그래스는 유전자는 처음에 이론적 필요에 의해 생겨났지만 후에 완전한 증거에 의해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받았으나 밈은 어떤가?라고 묻는다. 맥그래스에 의하면 유전자는 생물학적 수준, 화학적 수준, 그리고 물리학적 수준에서 잘 정의되어 있는 관찰 가능한 실체다. 생물학적으로 유전자는 염색체의 특정 부분이며, 화학적으로 DNA로 구성되어 있으며, 물리학적으로는 읽을 수 있거나 번역될 수 있는 유전자 코드를 표현하는 뉴클레오티드 서열로 구성되어 있는 이중나선 구조다.(247, 248 페이지)&nbsp;맥그래스는 유비 논증은 심각한 오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양자 이론이 아무데나 적용되는 식의 잘못된 유비로 인해 생겨난 문제들 때문에 낭패를 겪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라. 맥그래스는 모든 인간문화는 이미 동시대인과 후속 세대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명확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맥그래스는 책, 의식, 제도, 구전 등이 그것으로 이렇게 유전자와의 유비를 통해 방어되고 있는 밈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필요 없는 잉여물일 뿐이라고 설명한다.(254 페이지)&nbsp;맥그래스는 밈이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모델을 통해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며 밈만이 설명할 수 있는 그런 복잡한 현상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맥그래스는 도킨스가 제기하는 신이라는 바이러스를 문제 삼기 위해 바이러스는 탐색될 수 있고 그래서 엄격한 경험적 조사의 대상이며 유전자 구조 역시 정밀하게 분석 가능한데 마음의 바이러스는 가설적이라고 비판한다.(260 페이지) 맥그래스는 매우 용감하게도 도킨스가 지지하고 있는 과학과 종교의 전투라는 대중적 신화는 이미 그 수명을 다했다고 말한다. 그의 대중과학 저서는 현재 학문의 동향을 빨리 따라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267 페이지)&nbsp;18세기 영국에서는 종교와 과학 사이에 눈부신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뉴턴의 천체역학은 조화로운 우주의 창조자인 신에 대한 기독교의 견해와 최소한 양립 가능한 것으로 간주되었고 최대한은 그 견해에 대한 영광스러운 확장으로 이해되었다.(269 페이지) 맥그래스는 기독교 신학은 세계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대한 인식을 결코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도와준다고 말한다. 기독교 신학이 자연 현상을 설명하면 신적 의미가 제거된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286 페이지)&nbsp;맥그래스는 신비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해하려는 인간 이성의 능력 너머에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비가 이성과 서로 반대라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291 페이지) 신비를 다루는 영역은 신학만이 아니다. 자연과학도 신비를 다루기에 적절하다. 양자역학이 신비의 범주에 딱 들어맞는 탁월한 과학 영역의 사례라고 말하는 맥그래스는 과학 공동체와 종교 공동체 모두 우리의 사유 방식에 영향을 끼치는 증거의 역할 때문에 생기는 지적 난제를 인정하면서 관찰된 것에 대한 최선의 가능한 설명으로 수용된 것을 제시하며 경험의 모호함과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는 말을 한다.(292, 293 페이지)&nbsp;프린스턴 대학의 과학 철학자인 반 프라센은 "삼위일체, 영혼, 개별성, 보편성, 제1 질료, 잠재성의 개념들 때문에 당혹스러운가. 닫힌 시공간, 사건 지평, EPR 역설, 붓스트랩 모형이 보여주는 기상천외의 낯설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프라센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경험 세계와 현상 세계에 대한 경험적 참여는 간단하지 않은 이론적 개념들을 만들어내며 그 현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킨스의 신]은 도킨스가 26살 때이던 1979년 처음 제안받고 25년이 지난 2004년 완성한 책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00/54/cover150/898900295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05484</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곽내혁의 [기론 -입자에서 장으로]을 읽어야겠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21601</link><pubDate>Thu, 30 Jul 2026 15: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2160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02135854&TPaperId=1742160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54/31/coveroff/k002135854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 <br>폭염과 가뭄 때문에 경북 포항 형산강에 바닷물이 역류해 와 수돗물에서 짠맛이 난다고 한다. 형산강의 감조(感潮) 구간은 포항 송도동 하구(영일만 유입부)로부터 상류로 약 10~12km 내외 구역이다. 독일의 세계적 지리학자 헤르만 라흐텐자흐(1886-1971)는 [코레아](1945년 출간)에서 형산강을 남한의 동해안 유일의 가항하천(可港河川)으로 보았다.([코레아]는 라흐텐자흐가 한반도 전역을 직접 답사하고 남긴 방대한 지리서다.)<br>가항하천은 수심이 충분히 깊고 폭이 넓어 배가 안전하게 통항하며 여객이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하천을 말한다. 서두에서 말한 바닷물 역류는 내가 사는 연천의 주요 두 강 중 하나인 임진강과도 관련이 있는 현상이다. 임진강의 실질적 감조구간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앞 하구(교하)로부터 상류로 약 40km 구역까지다.&nbsp;그곳보다 더 상류쪽인 연천 호로고루 아래의 고랑포는 수위만 상승, 하강하고 염도(鹽度)는 변함없는(바닷물이 직접 유입되지 않는) 감조 담수(淡水) 구간이다.&nbsp;<br>폭염과 가뭄으로 강의 수량이 줄어 바닷물이 역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자연은 모든 물질이 맞물려 연속적으로 운동하는 공백(진공) 없는 세계라는 데카르트의 와동(渦動; 볼텍스; vortex) 이론이 떠오른다. 25년전 氣 수련 당시 내가 들은 말 가운데 아리조나주 세도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가 강한 곳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물론&nbsp;내 기 수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중단되었다.&nbsp;<br>지질 해설을 한 지 6년이 넘은 지금은 세도나의 사암(砂巖) 지대는 약 2억 7천만 년 전 페름기 지구의 역동적 환경 변화가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세계적인 자연의 걸작이자 기(氣) 학문과 지질학이 완벽하게 교차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할뿐이다. 세도나의 거대한 바위산과 절벽들은 강렬한 주황색과 붉은빛을 띤다. 사암 속에 포함된 적철석(Iron Oxide; 산화철) 성분 때문이다.&nbsp;<br>당시 읽던 책이 곽내혁 저자의 [내 안의 우주에 이르는 길]이고 氣 수련 종료 후 같은 저자의 [내가 열리면 세계가 열린다]를 읽었다. 신간 검색을 하다가 곽내혁 저자가 올해 초 [기론 –입자에서 場으로]이란 책을 낸 것을 확인했다. 정독해야 알겠지만 이번에 나온 [기론- 입자에서 場으로]는 내가 읽기에 버거울 것 같다. 앞의 두 권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흥미롭게 읽었다.&nbsp;<br>아침에 AI와 베르그송과 바슐라르의 대립에 대해 대화를 했었다. 그것은 세상을 지속(持續)으로 본 베르그송과 불연속으로 본 바슐라르의 대립이다. 베르그송의 지속은 시간을 시계 바늘처럼 쪼갤 수 있는 공간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결코 단절될 수 없는 ‘질적인 흐름이자 변화 그 자체’로 보는 사유 방식이다. 바슐라르의 불연속은 베르그송의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속적 지속에 정면으로 맞서는 개념이다.&nbsp;<br>과학은 과거의 상식, 일상적 경험, 잘못된 전통을 과감하게 부수고 단절(Rupture)할 때만 진보하다는 바슐라르의 과학사 및 인식론의 불연속인 인식론적 단절(Rupture épistémologique)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이다. 우리가 과학을 이해할 때도 인식론적 단절이 필요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끼는 일상적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지만 현대 과학은 이 일상적 상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nbsp;<br>바슐라르는 우리가 과학 개념을 마주할 때 친숙한 이미지나 비유에 의존하려는 무의식적 습관을 경계했다. 가령 우리는 원자를 이해할 때 흔히 태양 주변을 도는 행성들의 모습(보어의 원자 모형)을 떠올린다. 그러나 현대 양자역학에서 전자는 정해진 궤도를 도는 알갱이가 아니라 확률적 구름 형태로 존재한다. 뉴턴 역학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해서 저절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과학적 지식을 이해하는 것은 역사책을 읽듯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연속적인 과정이 아니다.&nbsp;<br>나는 베르그송의 지속에 매력적인 요소가 있음에도 바슐라르의 불연속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철학자 이정우 교수는 “과거와 미래가 현재와 얽히는 베르그송의 철학에서 한 행위의 시작, 진정한 의미의 시작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베르그송에게 어떤 근원적인 창조의 순간들 - 예컨대 베르그송이 회상한 바 있듯이 어느 화창한 봄날 그의 뇌리 속에서 지속의 개념이 홀연히 떠올랐던 그 창조의 순간은 그의 지속 이론과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1999년 출간 [담론의 공간])<br>1999년 [담론의 공간]을 읽고, 2001년 [내 안의 우주에 이르는 길]을 읽고, 2006년 [내가 열리면 세계가 열린다]를 읽던 때가 내가 인식적으로 가장 활발하던 때다. 흥미롭게도 곽내혁의 [내가 열리면 세계가 열린다]에 바슐라르의 [초의 불꽃]이라는 시적인 에세이집이 소개되어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바슐라르는 물리학자, 시인, 철학자다.&nbsp;<br>바슐라르는 [초의 불꽃]에서 ”나는 촛불을 통해 세계와 내가 하나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일체감을 노래합니다. 나를 가두던 현실의 불연속적인 벽들이 허물어지는 치유의 순간입니다.“란 말을 했다. 곽내혁은 ”기의 감각이 있다면 누구라도 우주를 상식과 다른 내용으로 만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에게 상식이 된 우주가 좌뇌로 인식된 것일 뿐 우주의 실체는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우주를 우뇌로 떠올릴 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란 말을 했다.([내가 열리면 세계가 열린다] 159 페이지)<br>바슐라르의 ’불연속적인 벽들의 허물어짐’과 곽내혁의 ‘좌뇌와 우뇌의 통합’은 같은 맥락이다. 최근 나를 가장 우선적으로 규정하는 지질학이야말로 인식론적 단절이 필요한 학문이다. 지질학은 단단하고 고정된 사물(바위, 대륙)의 이미지와 단절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시간과 역동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이성적으로 재구성해 낸 학문이다. 가장 단단하고 고정된 사물(지구)을 마주하고서 가장 유연하고 역동적인 불연속적 도약(시간과 판의 이동)을 사유해야 하는 학문이라는 의미다. [기론]을 읽어야 하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54/31/cover150/k00213585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543169</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지구물리학 박사 수잔 호프가 안내하는 지진의 핵심 포인트들 - [지구를 흔드는 과학 - 지진에 대해 우리가 아는 혹은 모르는 것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21213</link><pubDate>Thu, 30 Jul 2026 10: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2121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1804904&TPaperId=1742121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5727/27/coveroff/897180490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1804904&TPaperId=1742121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구를 흔드는 과학 - 지진에 대해 우리가 아는 혹은 모르는 것들</a><br/>수잔 엘리자베트 호프 지음, 김성욱.김인수 옮김 / 경북대학교출판부 / 2018년 07월<br/></td></tr></table><br/>지구물리학 박사 수잔 호프(Susan Elizabeth Hough)의 책이다. 저자는 이 책 이후인 2009년 나온 [지진 예측 과학(Predicting the Unpredictable: The Tumultuous Science of Earthquake Prediction)]에서 “우리는 지금 지진을 예보할 수 없다. 어쩌면 영원히 그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원제의 정확한 뜻은 [예측 불가능을 예측하기: 지진 예측의 격동적인 과학]이다.   &nbsp;  저자는 지진을 예보하고 재해를 평가하는 일은 까다롭고 복잡하지만 발도 들여놓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지구과학에서는 다소 복잡한 개념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학술적 용어나 까다로운 수학을 사용하지 않고 설명할 수 있고 또 이해할 수 있다. 책에 나오는 유명 과학자 중 한 사람이 찰스 다윈이다. 그는 대륙 이동 대신 해수면 변화를 주장했다. 다윈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적 변화가 지구의 모습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다윈은 분명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었다.   &nbsp;  판구조론의 진짜 로제타 스톤은 돌에 적힌 상형 문자를 해독하는 것보다 간단했다. 그것은 바로 해저에 새겨진 자기(磁氣) 줄무늬였다. 이는 해양 지각이 자석처럼 자성을 가진다는 의미다. 현무암은 마그마로부터 고화(固化)될 당시 지구 자기장 방향을 기록하여 보존하는데 이 방향은 그 후 지구 자기장이 다르게 변하더라도 그대로 유지된다.   &nbsp;  판구조론이라는 용어는 1969년에야 처음 나왔다. 대륙 이동과 해저 확장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인 캘리포니아주 아실로마에서 열린 작은 지구 물리학 발표회에서였다. 군사 작전으로서의 지구 물리학과 순수 학문으로서의 지구 물리학, 이 양자의 오래된 공생관계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판구조론 혁명을 통해서 지구과학에서는 새롭고 거시적인 기본 패러다임(근간 법칙)이 명확히 자리 잡았다.   &nbsp;  지구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꼽히는 해저 확장설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잠수함 전쟁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현대 지진학이 전 지구적인 정밀 데이터를 갖추게 된 배경에는 냉전기 핵전쟁의 공포가 있다. 전쟁 지형을 분석하고 군사 시설을 짓는 기술은 현대 지반 공학 및 엔지니어링 지질학의 기반이 되었다. 저자는 GPS 자료는 판의 운동과 판의 내부 변형에 관한 문제에서 매우 유효하게 활용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지진 예보는 미해결 문제다.(47 페이지)   &nbsp;  저자는 맨틀은 대류하는데 열점은 왜 대류하지 않는가? 묻는다. 대류는 상부 맨틀에서 일어나고 열점은 하부 맨틀의 엄청난 압력 때문에 암석이 꽉 눌려 있어서 상부 맨틀처럼 빙글빙글 도는 수평 대류가 거의 일어나지 못하고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다. 하부 맨틀의 최하단 즉 지하 약 2,900km에 위치한 핵-맨틀 경계(CMB)에는 거대한 열점의 뿌리가 존재한다. 과학자들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이 깊은 곳의 구조를 알아낸 유일한 방법이 바로 지진(Earthquake)이다.   &nbsp;  지구 내부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파가 지구 전체로 퍼져나간다. 이 지진파가 핵-맨틀 경계의 뜨거운 열점 부근을 통과할 때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핵-맨틀 경계의 뜨거운 열점 부근을 통과할 때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이유는 극도로 높은 온도와 물질의 부분적인 용융 때문이다. 지진파(특히 전단파인 S파)는 매질이 단단하고 밀도가 높을수록 빠르게 이동하고 부드럽고 액체에 가까울수록 느리게 이동한다.   &nbsp;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일반 맨틀)을 달릴 때는 발걸음(지진파)이 빠르지만 뜨거운 열 때문에 반쯤 녹아내린 끈적한 아스팔트나 진흙탕(열점 부근)을 지날 때는 발이 푹푹 빠지며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약권(弱圈)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대류 작용이 판을 움직이는 힘의 근원이라면 지진은 그 힘의 전달자다.(53 페이지) 확장축 지진들의 운동량을 전부 더해 보면 관련된 판의 전 운동량보다 적게 나온다. 이를 지진 모멘트 결손(Seismic Moment Deficit) 또는 낮은 지진 결합도(Low Seismic Coupling)라 부른다.   &nbsp;  이는 지진 없이 미끄러지는 운동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확장 작용이 섭입과 달리 큰 마찰 저항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1) 암석은 온도가 높아지면 부서지기보다 진흙이나 고무처럼 끈적하게 늘어나는 연성(Ductile) 성질을 갖는다. 이로 인해 판이 양옆으로 벌어질 때 에너지를 모았다가 쾅 하고 터지는 지진을 일으키지 않고 암석이 소리 없이 천천히 늘어나거나 미끄러지는 비지진성 변형(Aseismic Deformation)으로 판의 이동을 대부분 소화한다. 실제 확장축에서는 전체 변형의 약 90% 이상이 지진 없이 조용히 일어난다.   &nbsp;  2) 확장축에서 판이 갈라지는 힘은 오직 암석의 단층 운동(Tectonic faulting)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갈라진 틈 사이로 지하의 뜨거운 마그마가 끊임없이 주입되며 공간을 채우고 판을 밀어낸다. 이 마그마 주입 과정은 거대한 지진을 일으키지 않고도 판을 양쪽으로 확장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지진계에 기록되는 운동량의 총합을 크게 줄인다.   &nbsp;  3) 한편 지진이 발생하려면 암석이 차갑고 단단하여 깨질 수 있는 지진원성 층(Seismogenic Zone)이 두꺼워야 한다. 하지만 확장축은 고온의 마그마 환경 때문에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단단한 상부 지각의 두께가 보통 수 킬로미터(대개 5km 이내)로 매우 얇다. 응력을 버텨낼 수 있는 암석 층 자체가 너무 얇다 보니 대규모 지진(모멘트가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원천적으로 부족하다.   &nbsp;  4) 바닷물이 갈라진 지각 틈새로 침투하면 뜨거운 맨틀 암석과 만나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사문암(Serpentine) 같은 광물을 만들어낸다. 사문암은 일반 암석에 비해 마찰력이 매우 낮고 매끄러운 특성을 갖는다. 단층면에 이 광물들이 형성되면 판이 걸려 부러지지 않고 부드럽게 미끄러지기(Creep) 때문에 지진 에너지 방출이 억제된다. 요약하면 확장축은 뜨겁고, 마그마가 틈을 채우며, 암석이 부드럽고 매끄럽기 때문에 판이 이동하는 전체 에너지 중 극히 일부(약 1%~10% 수준)만 지진으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소리 없는 변형과 마그마 활동으로 해소된다.   &nbsp;  이와 대조적으로 변환 단층의 경우에는 단층의 운동량이 지진으로 미끄러진 운동량 전부를 합친 것과 같다. 확장축은 뜨겁고 마그마가 도와주어 지진 없이 부드럽게 벌어지지만 변환 단층은 차갑고 단단한 암석이 마그마 없이 서로 꽉 맞물린 채 수평으로 비벼지기 때문에 판이 움직이려는 모든 에너지가 지진의 형태로만 100% 방출되기 때문이다. 마그마는 판의 운동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어 대형 지진을 억제한다. 주로 판이 양갈래로 찢어지는 확장축(해령)이나 열곡대에서 발생하는 정단층은 사방에서 잡아당기는 인장력 때문에 단층면이 수직에 가깝게 비스듬히 떨어지는 구조다.   &nbsp;  이 환경에서는 판이 벌어지면서 단층면에 가해지는 수평 압력이 낮아진다. 이 틈을 타 마그마가 아주 쉽게 위로 솟구치며 단층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단층 암석이 서로 비벼지며 지진을 일으키기 전에, 마그마가 틈새를 부드럽게 채운다. 이 때문에 정단층 지역에서는 판이 멀어지는 거대한 운동량에 비해 지진의 크기가 매우 작고 미소 지진 형태로만 유발되는 억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nbsp;  대륙과 해양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섭입대(예: 일본 해구, 칠레 해구)에서 주로 발생하는 역단층은 두 판이 서로 엄청난 힘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단층면이 강하게 압착된다. 역단층면은 엄청난 압력으로 꽉 맞물려 있어 판이 움직이지 못하고 거대한 에너지가 쌓인다. 이때 단층면 깊은 곳에 마그마나 뜨거운 열수가 침투하면 마그마의 압력이 단층을 양옆으로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를 유체 유효 응력 감소라 한다.   &nbsp;  꽉 맞물린 단층을 살짝 띄워주는 역할을 하여 판이 대지진 없이 스르륵 미끄러지는 비지진성 슬로우 슬립을 유도한다. 하지만 정단층과 달리 역단층은 사방에서 누르는 힘이 너무 강해 마그마가 쉽게 틈을 뚫고 분출하지 못하고 갇히기 쉽다. 만일 마그마가 단층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지 못하고 특정 구역에 계속 갇혀 압력만 높아지면 단층면의 마찰력을 순간적으로 완전히 붕괴시켜 오히려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초거대 지진(Megathrust Earthquake)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nbsp;  요약하면 정단층에서는 마그마가 빈 자리를 채워주는 평화로운 건설자 역할을 하여 지진을 효과적으로 지워버리지만 역단층에서는 꽉 막힌 단층면 사이에서 마찰을 줄여주는 아슬아슬한 윤활유 역할을 하다가 압력이 제어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거대 지진을 터뜨리는 야누스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1) 2004년 수마트라-안다만 대지진(규모 9.1)과 2) 2011년 동일본 대지진(규모 9.0)의 경우다.   &nbsp;  1) 토호쿠 대학교 연구진 등의 시뮬레이션 연구(2022년)에 따르면, 3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수마트라-안다만 대지진은 단층대 깊은 곳에 갇힌 초고압 유체(Pore-fluid pressure)가 단층의 마찰력을 순간적으로 완전히 붕괴시키면서 대규모 단층 미끄러짐을 촉발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입증되었다. 2) 태평양판이 일본 열도 밑으로 파고들 때 포함된 물과 마그마 성분이 섭입대 틈새에 갇혀 극도의 과압(過壓)을 형성했고 이 압력이 브레이크를 부수고 터지면서 단층이 무려 50m 이상 수평 이동했고 역사적 대재앙으로 이어졌다.  &nbsp;  판 내부 지진은 지각을 이루는 거대한 판의 경계가 아니라 판의 한가운데서 발생하는 지진을 말한다. 판 내부 지진을 일으키는 힘의 근원은 여러 가지다. 멀리 중앙 해령으로부터 대륙을 가로질러 전달되는 압축력, 대규모 빙하가 물러난 후 다시 지각을 서서히 융기시키는 힘 등을 열거할 수 있다. 판 내부 지진은 판 경계 지진보다 발생 빈도가 훨씬 낮은 것에 비해 인명피해는 훨씬 클 수 있다. 이는 파괴적 지진에 대한 대비가 훨씬 미흡하기 때문이다.   &nbsp;  단층은 광산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다. 단층이란 암석의 연속성이 중단되는 곳으로 이를 통해 광산 내부로 물이 들어오는 일이 많았다. 지구과학자들은 과거에 운동이 발생했던 암석면 즉 불연속면에 대해 단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단층면은 실제 완벽한 평면은 아니다. 단층은 단단하고 손상 없는 지각 내에 존재하는 약한 접합면이다. 지진은 지각의 약대(弱帶)인 단층과 연관되어 발생한다.   &nbsp;  일반적으로 단층에는 잘게 갈린 물질로 된 일정 크기의 비지대(gouge zone; 단층 깊은 곳에서 암석이 짓이겨져 만들어진 진흙·광물 가루 지대)라는 것이 있다. 비지라는 것은 반복적으로 운동하는 단층 작용으로 암석이 갈려 작은 가루가 된 것이다. 단층이 오래되고 잘 발달할수록 비지대가 두꺼워진다. 단층도 진화한다. 단층은 지역적 특성과 스트레스 상황을 고려하여 생겨나고 발달해 간다. 이렇게 단층이 생겨나고 진화하는 과정은 매우 느리다.   &nbsp;  지각의 여기저기에는 과거 함께 활동했던 단층들이 자리잡고 있다. 단층 중 어떤 것은 판 경계라는 중요한 약할을 하는 반면 어떤 단층은 어쩌다 한 번 움직이는 사소한 균열대로 그친다. 저자는 지구는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말한다. 얼른 보아 한 개로 쭉 뻗은 것처럼 보이는 단층도 자세히 보면 여러 작은 직선들 즉 더 작은 단층 분절들로 되어 있다.   &nbsp;  직선으로 보이는 각각의 분절들도 또 확대하면 더 작은 분절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졌음이 나타난다. 각 분절들을 또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여러 분절의 집합으로 되어 있다. 마치 나무에서 가지 하나를 꺾고 자세히 보면 그 전체적 생김새나 복잡한 모양이 다시금 나무처럼 생겼음을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이러한 반복적 성질은 수학적으로 프랙탈 즉 자기 유사성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단층이 분열된 것 - 작은 꺾임과 갈라짐 - 이 거친 돌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70, 71 페이지)   &nbsp;  단층이 움직이면 마찰력이 감소하지만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단층은 시계처럼 정확하게 지진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또한 한 단층에서의 지진 발생률은 장기적으로 그 단층에 작용한 응력의 축적률과 단층이 미끄러진 비율에 따른다. 현대 과학이 실전에서 쓰는 것은 지진을 미리 맞추는 예측이 아니라 지진이 이미 땅속에서 발생한 순간 무선 전파가 지진파보다 빠르다는 점을 이용해 몇 초는 또는 몇 십초 전에 대피 명령을 내리는 조기 경보 시스템이다.   &nbsp;  샌 안드리아스 단층대는 복잡한 모양을 하고 있다. 태평양판과 북미판 사이의 경계는 왜 이리 복잡한가? 그 답은 판 구조운동이 공 모양의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에는 가장 긴 판 경계 구조가 펼쳐져 있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캘리포니아 북부와 중부의 동편에서는 광대한 지각 덩어리가 지속해서 늘어 당겨지고 있다. 이 확장 작용이 샌 안드리아스 단층계가 생겨나기 전부터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전개되던 섭입 작용에 기인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nbsp;  샌 안드리아스 단층계가 생겨난 후 확장 작용은 샌 안드리아스 단층계의 북쪽 3분의 2 부분을 서쪽으로 밀어냈다. 몇 백만 년이 지나면 샌 안드리아스 단층계의 일원인 몇몇 단층들이 직접 판 경계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과학자도 있다. 이런 진화는 시간이 지질학적 단위로 흘러야 가능하다. 샌 안드리아스 단층계는 당분간 이 땅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선의 하나로 남아 있을 것이다.   &nbsp;  저자는 지질학과 지진학을 아우르는 하나의 중요한 법칙이 있다면 그것은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열쇠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로 지진 재해는 엉뚱한 데서 생긴다. 섭입대 지진에서처럼 해양 지각이 갑자기 내려앉으면 해저에서 파도가 생겨난다. 이런 파도를 쓰나미라고 한다. 이것은 지진 발생지 바로 인근의 해안으로 달려든다. 이런 파도는 시속 수백km의 속도로 해저 바닥을 따라 소리 없이 전파된다. 그러다가 연안의 수심이 얕은 곳에 이르러서는 에너지가 수직으로 집중되어 엄청난 진폭 증가가 일어난다.   &nbsp;  즉 공해에서는 보이지 않던 파도가 갑자기 커다란 물의 장벽으로 변하는데 때에 따라 그 높이가 수십m나 된다. 쓰나미는 근원지 바로 근처의 해안지대에 엄청난 재해를 가져온다. 또 수천 km 떨어진 해안지대도 마찬가지다. 쓰나미 경보 체제가 없던 예전에는 멀리서 지진이 일어난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맹렬하게 연안으로 돌진하는 물의 장벽에 당하기도 했다. 알래스카 쓰나미의 대부분은 그 지역 지진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지진 발생 후 바로 뒤에 쫓아온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5727/27/cover150/897180490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57272711</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실록의 여백을 채운 세종대왕 이도(李裪)의 가슴속 기록 - [이도 다이어리 - 세종 33년 간의 기록]</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17632</link><pubDate>Tue, 28 Jul 2026 20: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1763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02930932&TPaperId=174176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921/89/coveroff/k602930932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02930932&TPaperId=1741763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도 다이어리 - 세종 33년 간의 기록</a><br/>김경묵 지음 / 새움 / 2024년 05월<br/></td></tr></table><br/>이도(李裪)라는 이름을 가졌던 조선 4대 임금 세종(1397- 1450)의 33년(1418-1450)간의 재위 기록을 담은 책이다. 중국은 정치 제도를 우선시하는 발정시인(發政施人)의 정치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 조선은 사람을 먼저 헤아리는 시인발정(施人發政)의 정치를 택할 수 있었다. 세종은 그것을 했는데 그렇지 않은 임금들이 많았다. 정조는 시인발정과 발정시인의 면모를 모두 갖춘 인물이다.  &nbsp;  세종이 아내 소헌왕후의 공식 이름을 검비(儉妃)라고 정하려 했으나 부왕 태종이 반대해 공비(恭妃)라 정했다는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이는 하나의 예이다. 태종은 세종의 길을 만들어주는 과정에서 세종에게 스승 같은 존재였던 한편 세종을 고뇌케 한 존재이기도 하다. 악역을 자임한 것이다. 세종은 장인 심온이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을, 바른 말을 습관처럼 하는 자신의 입버릇에서 시작되었다고 자책했다. 장인이 자신에게 남의 허물을 말하는 것을 아버지에게 그대로 전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15, 16 페이지)  &nbsp;  고뇌 또는 자책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왕이 되지 않았다면 어머니가 밖으로 돌아다니지도, 병이 들지도 않았을 것이어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고 말한 것이다.(31 페이지) 이는 태종이 충녕대군(세종)을 마음에 둔 반면 원경왕후는 양녕대군(폐세자된 아들)을 깊이 아낀 데서 비롯된 일이다. 세자(世子)란 왕의 자리를 잇는 사람을 말한다. 세종은 아버지는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희생했다고 말한다.(17 페이지)  &nbsp;  세종은 "나는 지금까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선비와 같이 살아오지 않았는가...", "내가 아는 것은 책에서 익힌 지식이 전부이기에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아버지의 말과 행동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해서 배우고 또 익히고 있다.." 같은 말을 했다. 책 이야기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매일 아침 조회를 마치고 나서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에는 어김없이 경연을 연다. 신하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나라 안팎에서 일어난 현안 이슈를 토의한다. 경연(經筵)을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장소라고 부르는 이유다.  &nbsp;  태종은 아들 세종에게 국방이 최우선이라고 가르쳤다. 태종은 유련(流連)을 경계할 것을 가르쳤다. 유는 물의 흐름을 따라 내려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것을 말하고, 연은 그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것을 말한다. 세종은 수령에게 지배당하는 소민(小民)을 사랑하라고 지시했고, 정부에는 국민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을 최우선으로 마련하라고 매일 같이 닦달해 왔기에 수령들이 왕에게 거짓 보고를 하는 상황이 오랫동안 누적된 것만 같다고 여겨 마음 아파했다.  &nbsp;  자식의 신분을 노비인지 아닌지 결정하는 종부법과 종모법을 보자. 종부법은 아버지의 신분을 따르는 것이고, 종모법은 어머니의 신분을 따르는 것이다. 종부법에서 종모법으로 지금 당장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 사람이 이조판서 허조였다. 이는 허조뿐 아니라 다수의 신하가 여종을 첩으로 들여서 아이를 낳고 노비 즉 재산을 늘리고자 한 수법이었다.  &nbsp;  강무(講武) 이야기도 나온다. "3월에 경기도 연천으로 군사훈련을 다녀오며 메마른 논과 밭을 직접 보고 왔다."(87 페이지) 강무란 왕이 직접 전국의 군인을 모아서 사냥하며 훈련시키는 제도로서 농사일 전의 초봄과 추수를 마친 늦가을, 이렇게 두 번 한다.(111 페이지) "왕은 국민의 배고픔을 보고 지나칠 수는 있어도 국민의 목숨을 지키는 일은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임무를 부여받은 왕의 태도다." 이 말은 태종이 아들 세종에게 한 말이다.  &nbsp;  태종은 세종에게 이 한마디를 전해주기 위해서 군사훈련을 할 때면 언제나 세종을 모질게 다루었다. 세종이 그토록 싫어하던 돌 싸움을 맨 앞에서 지켜보게 했고 군대의 기강이 해이해 졌다고 판단되면 바쁜 농사 철에도 군사훈련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처럼 훈련 중에는 냉정한 왕이었지만 훈련을 마친 뒤에는 다친 군인을 치료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세종이 지켜보게 했다.(143 페이지)  &nbsp;  재위 13년인 1431년 세종은 18세의 세자 향과 함께 첫 군사훈련을 했다.(149 페이지) 조선의 농부는 꽤 어려운 위치의 사람들이었다. 농부가 가을에 추수를 마치면 정기 군사훈련과 성을 쌓는 중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때로는 무기 창고에 보관된 무기를 수리하는 일도 해야 하고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해야 한다. 이처럼 농부는 나라에서 부르면 노동자가 되기도 하고 군인이 되기도 하는, 고단한 신분의 사람이다.(223 페이지)  &nbsp;  자책을 많이 한 세종은 군사훈련 중 추위에 얼어 죽은 군인들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자책했다. 재위 8년인 1426년 세종은 강원도에서 한창 군사훈련을 하던 중 서울에 큰 불이 났다는 긴급 보고를 받는다. 화폐개혁이 방화의 원인이라고 말해줬다. 전년도부터 나라에서 하루아침에 조선통보로만 거래하라고 명령해 법을 어기고 물물거래를 하다 적발되면 재산을 몰수하고 감옥에 가둔 결과 가족까지 졸지에 길거리에 나앉는 거지로 전락했기에 국민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황망한 일들이 불과 몇 달 사이에 벌어진 것이어서 그 가족들이 명화(明火) 강도를 본떠 화적 집단으로 뭉친 것으로 짐작된다.  &nbsp;  명화란 횃불을 밝혀 들고 다니던 것을 말한다. 세종은 군대를 통솔하는 것은 명령으로 가능하지만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반드시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았다고 말한다. 곡식의 생산량이 늘면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먹고 남은 곡식을 화폐로 바꿨다가 필요할 때 곡식으로 다시 바꾸게 될 텐데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화폐개혁을 서두른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nbsp;  세종은 이 사건으로부터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유; 流) 그것을 알아채면 빨리 돌아올 줄 아는 사람이 왕이어야 한다는 태종의 유언을 되새겼다. 세종은 경기도와 강원도의 군사훈련을 위한 사냥터 몇 곳도 농경지로 개관하도록 허가 했다. 다만 군사훈련을 할 때도 있으니 사냥을 금지하는 것은 유지했다.(123 페이지) 세종은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말을 타고 활을 쏘며 노는 것을 즐기는 젊은 사람들을 상대로 국가고시에서 공부와 말, 활로 구분되는 문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125 페이지)  &nbsp;  재위 12년인 1430년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동시에 지진이 발생했다. 4월말인데 서리만 내리고 비는 내리지 않고 햇볕만 쨍쨍한 날이 이어져 농작물 파종에 지장을 주는 이상기후 이야기도 전한다. 세종은 "우리나라에는 지진이 없는 해가 없고 하삼도(충청, 전라, 경상)에 매우 많다"는 말을 했다. 새롭게 알게 해주는 사실이 많은 것이 [이도 다이어리]의 특징 중 하나다. 국가 고시 시험에 노비 신분은 응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 중 하나다.  &nbsp;  이 사실 자체는 세운 것이 아니다. 노비의 자식이 국가 고시에 합격해 고위직까지 승진하면 노비가 양반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그렇다.(161 페이지) 세종은 금수저 청년은 자유분방하게 살지만 가난한 부모를 만난 청년을 평생 흙수저로 살게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 방법으로 범죄자의 자식이라도 재주가 있거나 착한 청년이면 권리로 채용할 수 있게 법을 보완한 것이다.  &nbsp;  조선은 중국이라는 나라를 빼놓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나라다. 여진족과 생존을 위한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되어 당장이라도 오랑캐 무리를 몰살시킬 군대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지만 중국 땅에 조선 군대를 들여보내는 것은 황제와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이 대표적이다.(171 페이지) 두 여진족 부족인 오랑캐는 강가의 사람이라는 뜻이고, 우디 캐는 숲속의 사람이라는 뜻이다.(189 페이지) AI는 둘 다 숲속의 사람이라고 말한다. 오랑캐는 몽골, 퉁구스족 계열의 부족인 우량카이에서 유래했다.  &nbsp;  세종은 변역(變易) 방식의 정치를 지향했다. 내가 먼저 바뀌는 것이 변이고 남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행동이 역이다. 여기저기가 다 문제다. 북쪽 국경을 넘나드는 여진족 만큼 남쪽의 항구를 드나드는 왜인(倭人)의 상황 또한 좋지 않다.(194, 195 페이지)  &nbsp;  세종은 정초(鄭招; ? - 1434)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6월 2일 나보다 더 나를 닮았고 언제나 왕을 사랑으로 돌봐주던 신하 정초가 죽었다. 내가 왕이 되고 가장 좋아하는 것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경연이고, 정초가 없는 경연은 상상할 수 없다. 그만큼 정초는 내게 특별한 사람이다. 정초는 내가 왕이 된 해에 장인이 역모에 몰려 죽임을 당할 때 경연에서 지금은 보고도 못 본 듯 행동해야 한다며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고 새로 임명한 수령은 반드시 가까이 불러서 소민을 사랑하라고 당부하라고 알려주었던 인물이다.“  &nbsp;  소민은 지배당하기만 해서 힘이 없고 움츠러드는 작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197 페이지) 정초는 문학, 농업, 천문, 과학, 음악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기틀을 닦는 모든 핵심 사업을 주도한 세종대왕의 핵심 참모이자 만능 천재 학자였다. [농사직설]의 저자이기도 한 정초는 이천, 장영실 등 기술자들이 과학 기구를 만들 수 있도록 과학적 이론을 정립하고 작업을 총지휘한 인물이기도 하다. 정초는 언제나 배우고 묻기를 좋아한 인물이었다.  &nbsp;  세종은 세자 향을 어떻게 대했을까? 다음의 구절을 보자. "3월 28일 이른 아침에 세자 향을 데리고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건원릉에 가서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아버지와 추억이 많은 광진구에 있는 낙천정에 들러서 점심을 먹고 강을 건너서 송파구의 나루터 부근 편평한 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저녁을 먹고 불을 쬐며 아들에게 선대왕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음 날 돌아오는 길에 부모가 잠들어 있는 서초구에 있는 헌능에 들러서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렸다. 이틀 동안 아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나라가 탄생하고 유지되는 기본을 일러줬다. 아버지가 나에게 해준 것에는 못 미치지만 나도 내 방식으로 아들에게 전해주고 있다"(199 페이지)  &nbsp;  흐뭇한 정경이다. 세종은 대다수의 집현전 학사들이 언론, 감찰, 인사, 국방을 다루는 힘 있는 기관으로 옮겨가고자 한다고 말한다. 세종은 태만한 마음을 잡고 종신토록 집현전에서 공부하고 경연을 준비하라고 단호하게 명령했다. 그러나 세종은 최악의 가뭄이 닥치자 집현전 인원을 32명에서 20명으로 줄이는 결단을 내렸다.(229 페이지)  &nbsp;  세종의 책 이야기는 계속된다. 예전에 아버지가 방에 틀어 박혀 지내는 아들의 건강을 염려해 아들 주변에 있던 책을 모두 치웠던 적이 있는데 그때 구소수간(歐蘇手簡) 책 한 권만 방에 덩그라니 남아 있었다.(205 페이지) 문(文)과 무(武) 또는 중앙과 변방의 갈등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있다. 부모가 죽어도 아내가 죽어도 장례를 치르러 집에 다녀오기가 쉽지 않은 것이 국경을 지키는 장수의 숙명임에도 국경을 지키는 장수가 조그만 사건 사고라도 저지르면 서울의 관리들은 트집을 잡고 죄인처럼 대하기 일쑤였다.(211 페이지)  &nbsp;  해괴(駭怪)한 일을 없애기 위해 해괴제(解怪祭)를 지냈다고 한다.(219 페이지) 세종은 시스템이 작동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 세종은 왕이 되고 나서 신하에게 한 첫 말이 "더불어 의논하자"였는데 세 정승이 자신의 뜻을 읽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고 마침내 그들이 자신의 뜻을 받아들이게 되어서야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한다.(234 페이지) 물론 세종은 법을 바로 세우는 것은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324 페이지)  &nbsp;  재위 18년인 1436년 세종은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내는 세금이 쌀 70석에 이르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계속되는 흉년에 세종은 처음으로 왕으로서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다.(231 페이지) 무엇이 문제일까? 산업, 기술이 부족한 때문일까? 이때 세종은 눈병이 심해져서 문서를 제대로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다고 말한다. 수개월 동안 적지 않은 문서를 읽어가며 일하고, 밤에는 잠을 줄여가며 자치통감훈의 책 원고 작업을 하며 눈을 혹사시킨 후유증인 듯하다고 말한다.(234 페이지)  &nbsp;  본문에 오랑캐 이만주 이야기가 나온다. 세종과 세조 시대에 조선 북방을 끊임없이 위협했던 건주여진의 대추장이다. 4군6진을 개척하도록 촉발한 인물이다. 재위 21년인 1439년 이런 기록이 있다. 국경에서 성을 쌓고 있는 소민에게 밥을 가져가면 물고기가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로 모여드는 것 같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그것을 지켜보기가 괴롭다는 평안도 군사령관의 편지글이다. 세종은 밥이 배고픔을 해결하지만 성은 목숨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한다.  &nbsp;  평안도 벽단, 함경도 원성 등지에 행성과 바리케이트 공사를 했는데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여름 장맛비에 휩쓸려 많은 곳이 허물어졌다. 현장을 조사하고 온 관리가 주먹으로 내리쳐도 허물어졌을 정도였다고 보고했다. 눈에 보이는 성의 바깥만 돌로 쌓고 보이지 않는 곳은 모래와 흙으로 대충 메운 부실공사였기 때문이다. 세종은 문제의 핵심이 성을 쌓는 기술 차원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 목표를 달성하려고 재촉했던 데에 있다고 말한다.(300 페이지)  &nbsp;  다양한 여진족들이 귀화해왔다. 대부분은 국경 가까운 지역의 좁은 땅에서 부대끼며 살았다. 세종이 당뇨병을 비롯한 여러 병으로 인해 ”작은 일처리는 세자가 맡는다”라고 통보하자 신하들은 왕이 아직 젊어서 병이 곧 나을 것이라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를 보며 세종은 요즘 신하들의 말과 행동은 지금까지 왕에게 당했던 것을 되갚아주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동안은 자신이 늙고 병이든 신하를 퇴직 시키지 않았던 것처럼 왕도 죽을 때까지 일해야 마땅하다고 압박하는 듯하다고 말한다.(317 페이지)  &nbsp;  신하들은 세자로 하여금 군사훈련을 지휘하게 하려는 세종에 극구 맞서기까지 했다. 세종은 찬바람이 불면 온천이 간절해진다고 말한다. 이런 구절이 있다. "1442년 3월 3일 아내와 세자를 포함한 온 가족이 강무를 겸해서 강원도 이천(伊川) 온천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고 보니 강무장에 아내와 함께 온 것도 처음이다. 강무는 세자가 지휘하게 했고 나는 틈틈이 세자와 더불어 사냥을 하며 아이들과 정을 쌓았다. 아홉 살 막내 이염(영웅대군)은 여행이 지겨운가보다."(319, 320 페이지)  &nbsp;  세종은 백성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이는 어떤 사건의 현상이 아닌 배경을 헤아리는 데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가령 고의 방화 사건에 대해서도 세종은 해당 지역의 수령을 처벌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며 문제의 핵심은 왕 때문에 주민이 길을 내고 건물을 짓는 등 강제 노동에 동원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재위 25년인 1443년 47세의 세종은 12월 마지막 날 우리나라 사람의 말을 듣고 글자로 적을 수 있는 훈민정음이라는 세상에 없는 새 문자를 만들었다고 세상에 알렸다.(335 페이지)  &nbsp;  세종은 오랫 동안 비밀리에 새 문자를 만들어 왔다. 온천에 가서 틀어박혀 지낸 이유도, 군사훈련을 취소한 이유도 모두 훈민정음 연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세종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감정과 소통에 섬세했다. 요즘 말로 정동(情動)의 사람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정동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몸들과 만나며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한다. 정동 이론의 핵심은 의식 이전의 거친 감각들이 어떻게 구체적인 언어와 의미로 전환되느냐에 있다.  &nbsp;  세종은 자신이 한창 젊었을 때는 신하의 보고를 받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너의 말이 아름답다. 그러나"라고 말하고 나서 자신의 생각을 차근히 설명하는 열정이 넘쳤었다라고 한다. 그런데 몸이 약해지자 자신의 지시대로 하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내뱉을 때가 있다고 말한다.(354 페이지) 세종은 몸이 낫기 전까지는 이런 마음의 병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다.  &nbsp;  재위 28년인 1446년 50세의 세종은 아내를 보내야 했다. 세종은 "아내 이름은 소헌(昭憲)이라 정했다. 아내가 살아서 불리던 이름이 공비(恭妃)였다. 겸손하고 예의 바른 아내의 모습을 보고 태종이 지어준 이름이다. 죽은 뒤에 불릴 아내의 이름을 내가 직접 정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소헌은 밝음을 일깨워주는 사람이란 뜻이다. 실제로 아내는 왕인 나보다 더 아랫사람을 믿어주던 왕비였다."(373 페이지)라고 말한다.  &nbsp;  "9월 9일 세자가 영릉(英陵)에 가서 어머니 제사상에 밥 한 그릇을 올렸다. 그리고 띠로 벽과 지붕을 이은 한 칸 넓이의 임시 거처에 들어가서 밥을 먹다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목이 메이도록 울었다고 한다. 나도 그립고 보고 싶은데 큰아들이 오죽했을까? 어머니와 함께했던 날들이 주마등 같이 스쳐났을 것이다. 내가 추억하는 아내는 평소에 믿음을 주는 말로 정을 쌓으며 살았고 나에게 모범을 보이던 사람이었다. 잔소리도 잘난 척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왕이 처신하는 도리의 바탕이 되는 정을 아내에게 배웠다'라고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374, 375 페이지)  &nbsp;  세종은 정(情)이란 글자는 마음(心)을 고요하게(靑) 하는 뜻을 가진 글자라 말한다. 세종은 훈민정음이 백성의 한(恨)을 풀어내고 정(情)을 쌓는 글자라고 말한다. "왕은 부지런하고 게으르지 않아야 하늘이 준 기쁨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병이 들고 늙으니 쉽게 피곤해지고 게을러진다. 내가 지금 그렇다."(390 페이지)  &nbsp;  재위 32년 즉 마지막 해인 1450년 54세의 세종은 소민(小民)과 더불었던 소여왕(小與王)으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태종은 신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통치하는 권도의 왕이었고 세종은 신하와 대화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즐겼던 정도의 왕이었다.(421 페이지) 부모를 잘 만나서 자신의 이성적인 삶을 살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세종의 이성은 감성을 잘 헤아리는 바탕 위에 세운 이성이다. 여주 영릉(英陵)에서 해설을 하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세종 시대의 과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싶다. 정초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고 싶다.&nbsp;  &nbsp;    &nbsp;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921/89/cover150/k602930932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9218943</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힘의 신기한 속성들을 찾아 - [물리적 힘 - 세상은 우리를 밀어내고, 당기고, 붙들고, 놓친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11259</link><pubDate>Sat, 25 Jul 2026 18: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1125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834416&TPaperId=1741125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176/19/coveroff/k32283441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834416&TPaperId=1741125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물리적 힘 - 세상은 우리를 밀어내고, 당기고, 붙들고, 놓친다</a><br/>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이충호 옮김 / 서해문집 / 2023년 08월<br/></td></tr></table><br/>세상에는 밀거나 당기는 물리적 접촉 없이 작용하는 힘들이 있다. 그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중력이라는 불가사의한 힘이다. 중력은 우리를 지구 표면에서 둥둥 떠올라 멀리 벗어나지 않게 하는 반면 아이가 쥐고 있는 끈 위의 풍선이 저 멀리 날아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 지구의 중력에 붙들려 살아간다. 사업자와 과학자는 우주정거장 내부 조건을 무중량 상태나 무중력 상태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미소 중력(microgravity)이라고 부른다. 이는 중력이 실제로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다.   &nbsp;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자 혁명이 일어나면서 전화기 내부가 전기 기계적인 것에서 전자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전기 기계는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부품이 필수적이다. 다이얼을 돌리면 테엽과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고 내부의 금속 접점이 실제로 부딪히며 전기 신호를 끊었다 이어주었다. 전자식에서는 움직이는 부품이 없다. 트랜지스터, 반도체, 집적회로 같은 고체 소자 내부에서 전자가 이동하며 신호를 처리한다.   &nbsp;  간밤에 내가 잠을 잘 자는 데에는 중력이 한몫했다. 내 마음은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꿈을 꾸었을지 모르지만 내 몸은 지구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마찰은 순간적으로 작용하여 파악하기 힘든 힘이다. 그것은 꼭 필요한 힘과 잠재적 조건이 갖추어질 때에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드시 필요한 잠재적 조건은 1) 접촉면, 2) 누르는 힘, 3) 미세한 거칠기의 세 가지다.   &nbsp;  접촉면이란 두 물체의 표면이 맞닿아 있어야 한다. 누르는 힘은 표면끼리 서로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야 한다. 꽉 누를수록 마찰력의 잠재적 최댓값이 커진다. 미세한 거칠기란 아무리 매끄러워 보이는 표면도 분자 수준에서는 울퉁불퉁하며 이 접촉점들이 서로 엉겨 붙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물체가 가만히 있을 때는 마찰력이 0이다. 물체를 밀기 시작하는 순간 그 미는 힘과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마찰력이 작용한다.   &nbsp;  미는 힘을 계속 키우면 마찰력도 같이 커지다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인 최대 정지 마찰력에 도달한다. 접촉을 포함한 모든 행동은 궁극적으로는 밀고 당기는 힘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지지만 그것들이 혼란스러운 조합으로 일어나 해석하거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마찰력은 걸어갈 때 디딤돌 역할을 하는 벽과 같다. 발을 밀었을 때 뒤에 단단한 벽이 있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듯이 마찰력이 있어야 발이 미끄러지지 않고 전진할 수 있다.   &nbsp;  길을 걸으면서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저자는 서로 대응하는 한 쌍의 뉴턴의 힘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자신의 발이 땅을 누르는 힘은 작용으로, 땅이 자신의 발을 미는 힘은 반작용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끄러운 얼음판이라고 해서 뉴턴의 작용 반작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분자 수준에서 발을 잡아줄 마찰력이 없기 때문에 발이 뒤로 미끄러져 나가며 앞으로 가기 위한 수평 방향의 작용을 땅에 전달하지 못한다.   &nbsp;  땅을 밀지 못하니 몸을 앞으로 밀어줄 반작용도 생기지 않는 것이다. 마찰력이 없으면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전에 세상의 모든 물체에 초강력 윤활유를 바른 것 같은 상태를 넘어 제대로 서로 붙잡아두는 결속력이 사라지게 된다. 지구 전체가 거대한 액체처럼 흘러내려 형태를 잃어버리는 종말이 찾아온다. 물질 자체를 만드는 것은 화학적 결합력이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물체들이 서로 미끌어지거나 흩어지지 않고 쓸모 있는 형태로 존재할 수 있게 묶어주는 실질적인 결속력은 마찰력이다.   &nbsp;  인류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문명적인 것이든 야만적인 것이든 모든 것을 항상 힘에 의존해 해결해왔다.(126 페이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는 늘 접촉하는 모든 것에 힘과 운동을 가하고 그 효과를 되돌려 받는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물리 세계와 그 방식에 익숙해진다. 경험의 도서관 밖에 존재하는 힘과 운동을 맞닥뜨릴 때 우리는 크게 놀라게 되는데 거기서 해를 입기도 하고 이득을 보기도 하며 즐거움을 얻을 때도 있다.   &nbsp;  힘을 천연자원으로 이용하는 것은 실험실의 과학자나 사무실이나 현장의 공학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다. 누구든지 재미로 힘을 이용할 수 있으며 그런 짓은 아름다운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은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일만 하고 놀 줄 모르는 어른은 따분한 부모가 되고 만다.(173 페이지)   &nbsp;  저자는 19세기의 박학다식한 지식인 윌리엄 휴얼(William Whewell)이 힘의 과학과 기계의 과학이라고 부른 역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윌리엄 휴얼은 과학자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이다. 저자는 바로 그 힘의 과학과 기계의 과학이라는 분야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공학자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 중 하나는 거의 모든 기술 분야는 나머지 모든 기술 분야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리학 중에서 가장 오래된 분야인 역학은 일종의 패러다임 역할을 한다.   &nbsp;  저자는 힘은 자신이 배운 화학공학, 전기공학, 심지어 핵공학 분야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고 말한다. 아주 큰 힘 앞에서 부러지는 것은 분필 뿐만이 아니다. 모든 것은 부러지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휴얼은 모든 실패는 성공을 향한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이는 저자가 얻은 교훈 중 하나였다.(189 페이지) 역사는 힘에 관한 감각과 감수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교훈으로 가득 차 있다.   &nbsp;  이와 관련이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1986년 1월 28일 폭발한 우주왕복선 챌린지호의 사고 원인을 조사하던 대통령위원회와 관련이 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이론 물리학 교수였던 리처드 파인만과 한 위원은 공청회 도중 탁자 위에서 단순한 실험을 보여주었다. 실험 장비 중에는 얼음물이 든 컵과 C형 클램프가 있었다. 파인만은 C형 클램프로 O링이라는 작은 고무 개스킷을 조였다. O링은 우주왕복선 부스터 로켓의 핵심 부품 중 하나였다. 그 결함이 사고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었다. NASA 관리자 들은 챌린지호 부스터에 쓰인 O링이 탄성이 매우 뛰어나 팽창하면 어떤 틈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nbsp;  파인만은 이 실험으로 발사 당시의 혹한 상황에서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었는지를 보여주었다.(혹한이란 플로리다주 지역 역사상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한파와 강풍이 몰아 닥친 순간을 말한다.) 얼음물에 담겨 있던 O 링을 꺼내 클램프로 힘을 가하자 고무는 변형된 상태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실제 로켓에서도 O링이 제 역할을 못하는 바람에 틈을 통해 가스가 뜨거운 가스가 빠져나오면서 결국 폭발사고가 났다. 이렇게 간단한 실험을 통해 복잡한 현상을 명료하게 밝힐 수 있었다.(193, 194 페이지)   &nbsp;  힘이라는 개념은 쉽지도 않고 명백하지도 않다. 그 개념이 발전하기까지 수천 년이 걸렸고 일부 물리학자들은 지금도 그 개념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모든 물질은 어느 정도 탄력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일종의 용수철이라고 볼 수 있다.(249 페이지) 이 말은 세상에 완벽하게 딱딱한(강체) 물질은 없다는 공학적 진리를 꿰뚫는 멋진 비유다. 우리 눈에는 돌, 콘크리트, 강철 등이 전혀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nbsp;  하지만 원자나 분자의 미시 세계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든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은 전자기적 힘으로 묶여 있다. 이 원자 사이의 결합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스프링으로 연결된 것과 같다. 물체에 힘을 가하면 이 미세한 원자 스프링들이 아주 미세하게 압축되거나 늘어난다. 이는 탄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물체가 용수철처럼 작동한다는 것은 외부에서 가해진 충격 에너지를 잠시 변형 에너지로 저장했다가 방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물질이 용수철처럼 힘에 비례해 늘어나다가 한계를 넘으면 영구적으로 변형되고 결국 부서진다.   &nbsp;  압축력의 반대는 인장력이다. 우리가 줄다리기를 할 때 경험하는 힘이다. 여기서 우리는 돌기둥이나 강철들과 달리 강성이 없는 물체가 인장력과 압축력을 받을 때 다른 행동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관찰할 수 있다. 양팀이 잡아당길 밧줄에 다가가기 전에 밧줄은 대개 땅 위에 헝클어진 정원용 호스처럼 구불구불하게 놓여 있다. 하지만 양팀이 밧줄을 집어들면 밧줄은 곧 강철 케이블처럼 곧고 뻣뻣해지는데 단 양쪽에서 충분히 강한 힘으로 끌어당길 때에만 그렇다.   &nbsp;  상대팀이 없더라도 끈이나 치실을 손가락 주위에 감고 양손은 서로 멀어지게 함으로써 끌어당기는 힘과 밧줄의 모양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손가락에 실이나 끈이 파고드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 힘의 세기와 우리가 통증을 견디는 내용에 따라 것을 끊을 수도 있고 끊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윌리엄 휴얼이 역학에 기초해서 지적했던 수평 방향으로 아무리 세게 잡아당긴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을 결코 완전히 똑바른 직선으로 만들 수 없다. 항상 약간 처진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nbsp;  어떤 구조에서 모든 부분이 인장력이나 압축력은 똑같이 받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런 경우는 예외에 속한다. 공학자는 외력에 의해 구조물질 내부에 생기는 단위 면적당 힘의 세계를 응력이라고 부른다. 같은 힘이라도 표면 전체로 확산되느냐 좁은 부분에 집중되느냐에 따라 응력이 작아지거나 커질 수 있다. 지진이 구조에 손상을 입히는 또 한 가지 방법은 건물은 내버려둔 채 그 아래에 있는 지반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것은 식기가 놓인 식탁에서 식탁보를 갑자기 홱 잡아당기는 것과 비슷하다.(411 페이지)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2176/19/cover150/k32283441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1761934</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인간의 역사를 꿰뚫어 보는 고생물학자가 제시하는 현실적 대안 - [인간 제국 쇠망사 - 우리는 왜 멸종할 수밖에 없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08190</link><pubDate>Thu, 23 Jul 2026 21: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0819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18822&TPaperId=1740819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246/44/coveroff/897291882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18822&TPaperId=1740819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간 제국 쇠망사 - 우리는 왜 멸종할 수밖에 없는가</a><br/>헨리 지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5년 09월<br/></td></tr></table><br/>헨리 지의 책이다. 저자는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로 알려진 고생물학자다. 저자는 데이지 커터처럼 모두에게 동일한 방식이 아니라 종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수준으로 일어난다고 말한다. 데이지 커터는 목적지에 투하되어 넓은 지역에 큰 피해를 주는 초강력 폭탄의 일종이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들의 위대한 성공담 밑에서 예전보다 오래 버티고 있을 뿐 덤으로 주어진 수천 년이 끝나고 이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말한다.   &nbsp;  저자에 의하면 사피엔스는 어디를 가든 파괴를 자기 표식처럼 남기는 존재들이다. 호모 사피엔스(이하 사피엔스)는 홀로 살아 남은 호미닌이다. 호미닌이란 유인원에서 갈라져 나온 초기 인류 조상과 현생 인류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사피엔스는 지구의 자원을 과도하게 착취해왔다. 역사상 인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두 차례 이주를 감행했다. 약 20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최초의 호미닌으로 아프리카를 처음 떠났고 약 10만년 전을 시작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마침내 아시아와 유럽의 모든 다른 호미닌을 대체하게 되었다.   &nbsp;  이 두 차례의 이주는 모두 구체적인 의도나 목적지 설정 없이 이루어졌다. 인구 압박이나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또는 사냥감 무리를 뒤쫓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향을 떠나서 살게 된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호미닌이 가끔씩 내킬 때만 두 발로 걷던 생활을 청산하고 이족보행을 기본적인 보법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모른다. 물론 이족보행은 유리한 방식이다. 인류사 전체를 통틀어 호모 사피엔스는 언제나 극도로 희귀했다. 한 끼의 식사로 아사를 면하고 또 한 끼로 멸종을 피하며 아주 작은 무리가 지구 표면으로 아슬아슬하게 퍼져나갔다.   &nbsp;  사피엔스가 희귀했던 것은 1) 역사 속에서 급격한 기후 변화나 가뭄 등을 겪으며 몇 번이나 멸종할 뻔한 인구 병목 현상을 겪었고, 2) 다른 영장류에 비해 유전적 다양성이 턱없이 낮고, 3) 거대한 지구 대륙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인류는 수십 명 단위의 아주 작은 무리를 지어 흩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을 비교한다. 왜 다른 호미닌 특히 네안데르탈인 같은 종족이 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버티지 못했을까? 핵심은 집단에 크기에 있다.   &nbsp;  현생인류가 조금 더 밀집된 공동체를 이루었고, 또 멀리 떨어진 무리끼리도 서로 교류했을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약 1만 년 전 일어난 농업혁명을 인류의 가장 큰 비극이자 전환점으로 설명한다. 농업혁명은 인류(종)의 개체 수를 늘리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인간(개인)의 행복과 건강이라는 관점에서는 영양실조, 전염병, 과도한 노동을 선물한 재앙이나 다름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 헨리 지의 통찰이다.   &nbsp;  주목할 개념이 창시자 효과(Founder Effect)라는 말이다. 커다란 집단에서 극소수의 개체들이 떨어져 나와 새로운 지역에 정착할 때 유전적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고립되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이 개념은 저자가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나 전 세계로 퍼져나간 과정을 설명할 때 핵심 이론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아프리카에 살던 수많은 사피엔스 중 아주 일부만이 고향을 떠나 중동으로 이동했다.   &nbsp;  이때 아프리카에 남은 본(本) 집단이 가지고 있던 풍부한 유전자 중 극히 일부분만 새 정착지로 배달되었다. 중동에 자리 잡은 소수 집단에서 또다시 더 적은 무리가 떨어져 나와 유럽으로 가고, 그중 또 일부가 아시아로, 다시 아메리카로 이동했다. 아프리카에서 멀어질수록 인류는 '창시자 효과'를 연속으로 겪으며 유전적 다양성이 처참할 정도로 복사, 축소되었다. 창시자가 된 소수의 무리는 필연적으로 아주 좁은 유전자 풀(Pool) 안에서 번식해야 하므로 극심한 근친교배를 겪게 된다.   &nbsp;  큰 집단에 있을 때는 묻혀서 나타나지 않던 해로운 열성 유전 질환이나 유전적 결함들이 소수 정착지 안에서는 서로 유전자가 겹치면서 후대에 폭발적으로 발현되기 쉽다. 저자는 이를 유럽 왕가들이 근친혼으로 인해 혈우병 같은 유전병을 앓았던 것에 비유하며 초기 인류 무리 역시 이러한 유전적 결함 누적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유전적으로 다양하다는 것은 어떤 전염병이 돌 때 누군가는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nbsp;  하지만 창시자 효과 때문에 모두의 유전자가 비슷해진 인류 집단은 치명적인 전염병,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집단 전체가 한 번에 전멸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게 되었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도 창시자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저자는 인류의 유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우주 식민지 개척 등을 제시한다. 아프리카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창시자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는 저자의 창시자 효과에 의하면 아프리카에서 아주 먼, 내가 사는 연천 전곡리에 살았던 에렉투스들은 어땠을까?   &nbsp;  전곡리 주변에 살던 에렉투스는 많아야 수십 명 단위의 아주 작은 씨족 무리였을 것이다. 대륙은 너무 넓고 다른 무리는 없었기에, 이들은 수만 년 동안 그 좁은 무리 안에서만 짝을 짓는 극심한 근친교배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전학적으로 근친교배가 지속되면 해로운 열성 유전병이 고착화된다. 전곡리인들은 겉으로는 뼈가 튼튼하고 주먹도끼를 잘 만드는 강인한 사냥꾼이었을지 몰라도 유전적으로는 뼈나 장기, 혹은 면역계에 치명적인 약점을 공유한 약한 집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nbsp;  전곡리 유적에서 뛰어난 주먹도끼가 8,500여 점이나 나왔지만 인골 화석은 단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화석이 만들어져 전해지기가 어렵기도 한 점도 작용했겠지만 그들이 매우 적은 수로 살다가 흔적 없이 사라졌음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들이 남긴 전곡리의 주먹도끼는 위대한 유산이지만 머나먼 타향에서 외롭게 버티다 사라져 간 인류 조상들의 슬픈 흔적이라 할 수 있다.   &nbsp;  약 20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던 호모 에렉투스 중 기후 변화로 사바나 초원이 확장되면서 먹이(동물 미트)를 추적하던 일부 사냥꾼 무리가 우연히 중동을 거쳐 유라시아로 넘어왔다. 이때 대다수의 에렉투스는 기후가 익숙하고 살기 좋은 아프리카 본토에 그대로 남아 진화를 이어갔다. 이 남겨진 본가 집단이 훗날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를 거쳐 우리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게 된다.   &nbsp;  저자의 관점에서 200만년전 아프리카를 벗어난 무리들은 검치호랑이가 먹다 버린 고기 찌꺼기를 찾아, 그리고 이동하는 초식동물 무리를 따라 초원 길을 걷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국경을 넘어버린 외로운 사냥꾼들이었다. 지리학 박사 박정재 교수에 의하면 200만 년 전 빙하기가 오자 아프리카는 예전보다 추워지고 건조해졌다. 이 변화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사냥감을 따라 아프리카를 탈출한 무리들은 역설적이게도 아프리카보다 훨씬 더 춥고 혹독한 유라시아의 진짜 추위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nbsp;  고향에 남은 이들은 예전보다 살기 팍팍해졌을지언정 얼어 죽을 일은 없는 온화한 피난처에서 버틴 셈이다. 정리하면 200만 년 전 에렉투스는 아프리카가 추워지고 건조해져서 먹이를 찾아 쫓기듯 탈출해 유라시아의 추위에 고생하다 멸종했고, 10만 년 전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와 중동이 따뜻하고 습윤해져서 초록 사막 고속도로를 타고 편하게 탈출했으나 기후가 다시 건조해지며 대부분 정착에 실패했다.   &nbsp;  6만 년 전 사피엔스는 가뭄과 인구 압박을 뚫고 획기적인 언어와 상상력(인지혁명)을 무기로 탈출을 해 현대 80억 인류의 진짜 조상이 되었다. 유전적인 결함과 질병, 농경생활에도 불구하고(사실은 농업 때문에) 호모 사피엔스는 거침없이 성장했다. 지구에 존재한 대부분의 시간 동안에 호모 사피엔스는 야생이 제공하는 것만으로 근근히 살았다. 그런 방식으로 이 땅에 살 수 있는 인간은 고작 천만 명 정도였다. 농경은 이 땅이 인간을 부양할 수 있는 수용 능력을 키웠고 그렇게 인구의 수와 밀도가 증가했다.   &nbsp;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 부족을 낳고 결국 세계 경제를 악화시켜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고 아기를 낳으려는 여성의 수, 아빠가 되고 싶은 남성의 정자 수를 감소시키는 인구 과잉의 뒤에 기후 변화라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고 설명하는 저자는 이주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이주는 인류의 자연스러운 행보(173 페이지)이지만 모두가 이주를 선택하지는 않는다(174 페이지)고 결론짓는다. 저자에 의하면 인간의 출생률 감소에는 기후변화라는 위협에 대한 사람들의 내재적 인식이 반영되었을 수 있다.   &nbsp;  저자에 의하면 지구의 다른 모든 호미닌의 멸종과 마찬가지로 호모 사피엔스의 존재가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궁극적인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는 현생인류가 그들보다 월등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보다 더 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들은 떼로 몰려든 새 이웃에 밀려났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우주 식민지 개척이다.(198 페이지)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우주 식민 개척의 전제 조건은 지구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변하는 것이다. 이유는 현재 상태의 인류는 유전적으로 너무 취약해 우주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nbsp;  저자는 생명은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저 당장 죽지 않고 굴러갈 정도의 어설픈 땜질만으로도 40억 년을 버텨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광호흡에 대해 들어보자. 광호흡은 식물이 이산화탄소 대신 산소를 잘못 먹어 에너지를 낭비하는 현상이다. 광합성을 돕는 핵심 효소인 루비스코가 문제였다. 이 효소는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과거 지구에는 산소가 없어서 구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nbsp;  날씨가 덥고 건조해지면 식물은 수분을 지키려 숨구멍(기공)을 닫는다. 잎 안에 산소만 가득 차자 루비스코가 산소를 덥석 붙잡는다. 그 결과 영양분 대신 독성 물질이 만들어진다. 식물은 이 독을 없애려고 여러 세포 기관을 돌며 오히려 에너지를 낭비한다. 루비스코의 오류는 광합성 오류다. 식물은 루비스코를 바꾸는 대신 오류가 나면 뒷수습을 하는 보조 공장(페록시좀, 미토콘드리아)을 옆에 새로 지었다. 저자는 식물의 광합성이 40억년에 가까운 어설픈 땜질의 결과라 말한다.(227 페이지)   &nbsp;  저자가 광합성이 어설픈 땜질의 결과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그 메커니즘을 설명하려는 것은 아니리라. 저자는 1) 완벽한 설계자(마스터플랜)는 없다, 2) 우연은 비극과 기적의 양면성을 낳는다, 3) 인간도 어설픈 땜질의 결과물일 뿐이다 등의 말을 한다. 광합성을 하던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지구를 구하겠다는 거창한 뜻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전자를 얻기 위해 주변에 흔한 물을 분해하다 보니 우연히 치명적인 독성 가스인 산소(O₂)가 뿜어져 나왔다.   &nbsp;  이 어설픈 시스템 부작용으로 당시 지구 생명체의 99%가 전멸하는 대산화 사건(Great Oxidation Event)이 일어났고, 지구 전체가 얼어붙었다. 우리가 누리는 산소 호흡은 그 재앙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돌연변이들이 만들어낸 '우연한 부산물'일 뿐이다. 각 종(種)은 자기의 생태적 지위를 창조하거나 건설한다. 생태적 지위는 아주 작을 수도 있고 아주 거대할 수도 있다.   &nbsp;  저자는 우주 식민지 개척을 원하는 이유로 옹호론자들이 제시하는 것들에는 실질적인 이유보다는 감상적인 이유가 더 많다고 말한다.(262 페이지) 왜 우주에 정착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비합리적인 이유로 우주에 가려는 사람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은 아주 특별한 시간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길은 두 갈래다. 호모 사피엔스의 개체수가 급감하여 1만 년 이내에 멸종하거나 우주행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우주로 확장해 잠재적으로 수백만 년을 살거나.   &nbsp;  이것은 다음 세기, 늦어도 200년 안에 내려야 하는 결정이다. 만약 호모 사피엔스가 우리 종의 장기적인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한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도 이르지 않다.(266, 267 페이지) 모두(冒頭)에서 말했듯 저자는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책을 어떤 이유에서인지 읽지 못했다. [인간 제국 쇠망사]를 읽은 후 이후 가장 먼저 할 일은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를 읽는 일이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단백질에 대한 책을 읽어야겠다.  &nbsp;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246/44/cover150/897291882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2464482</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지질학에서 유래한 개념들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07052</link><pubDate>Thu, 23 Jul 2026 09: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407052</guid><description><![CDATA[“...습관으로 인해 다양한 가능성이 묵살되고 변화에 대한 저항이 커지게 된다. 습관은 일정한 시기의 문화적 생태를 떠받치는 두꺼운 지층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위대한 창조는 그 묵직한 습관의 지층에 습곡과 변동을 일으키는 용암의 분출과 같다. 문제는 그런 분출이 일어나는 조건과 논리적 형식을 추론하는 데 있다.”(김상환 교수 [이야기의 끈] 244 페이지)  &nbsp;  “...하나의 산맥이 융기한 뒤에도 지각판은 끊임없는 활동 속에서 다른 산맥들을 만들어낸다. 산맥과도 같은 책들의 수직적 구조는 조각들을 연결하는 중심의 힘이 강력해 우리에게 커다란 세계를 열어준다. 지각의 중심적 힘이 모든 파편에 깃들어 있듯, 이런 책들은 일부만 읽어도 전체를 읽는 것과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이은혜 글항아리 대표 2026년 7월 22일 중앙일보)  &nbsp;  상당한 수준의 지질학적 지식을 문학 또는 이야기에 응용한 수준 높은 글이다. SF를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말하는 한 문예평론가와 비교하면 한 눈에 수준을 알 수 있다. 픽션을 허구라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과학이란 말과 함께 쓰면 공상이라 말하는지 궁금하다. 지층이란 말은 지각변동, 화석화,&nbsp;빙하기, 진앙지, 샌드위치 구조 등과 함께 지질학에서 유래해 다른 분야에 쓰이는 개념들이다.   &nbsp;&nbsp;]]></description></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은... -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 신기후체제의 정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97521</link><pubDate>Fri, 17 Jul 2026 22: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975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738220&TPaperId=173975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368/36/coveroff/k90273822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738220&TPaperId=173975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 신기후체제의 정치</a><br/>브뤼노 라투르 지음, 박범순 옮김 / 이음 / 2021년 02월<br/></td></tr></table><br/>프랑스의 사회학자, 인류학자, 철학자, 과학기술학 연구자인 브뤼노 라투르의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법]의 핵심 메시지는 기후 위기 시대에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한 성장을 추구하는 세계화(Global)나 폐쇄적인 국민국가(Local)라는 기존의 정치적 지향을 버리고,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현실의 토대인 대지(Terrestrial)에 안착하는 새로운 정치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개념은 인류의 집단 행동과 정치적 지향을 이끄는 중력 중심을 의미하는 유인자(Attractor)란 개념이다.&nbsp;저자에 의하면 기존의 첫 번째 유인자는 로컬이고, 두 번째 유인자는 글로벌이고, 세 번째 유인자는 엘리트들의 도피처격인 아웃 오브 디스 월드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이자 네 번째 유인자는 인류가 생존해야 할 실질적 토대인 대지다. 유인자라 번역한 끌개는 물리학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물리 시스템이 초기 상태와 상관없이 결국 수렴하고 머무르게 되는 상태 공간(State Space)상의 영역이나 궤적을 의미한다.&nbsp;저자는 지구과학의 임계 영역(critical zone)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대기권, 생물권, 토양권, 수권, 암석권이 서로 결합하여 인류를 포함한 육상 생명체의 생존을 지탱하는 지구 표면의 동적인 경계층이다. 식물의 캐노피(나뭇가지가 무성한 최상부)부터 암석이 풍화되기 시작하는 지하수의 하한선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공간이다. 저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경험하는 지구는 사실상 놀랍게도 얇은 생물 막(biofilm)이라고 말한다.&nbsp;이는 우리 머리 위, 그리고 발 아래로 불과 몇 킬로미터의 두께에 지나지 않고 그 안에서만 관측할 수 있는 막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는 무한한 우주를 마음대로 휘젓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착륙지를 바꾼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곳에 위치함을 의미한다. 바로 이런 연유에서 책의 원제목인 [어디에 착륙할 것인가?]는 적절하다고 본다고 저자는 말한다.&nbsp;저자는 점잖은 사람들의 모임에서 가이아라는 말을 꺼내기가 꺼림칙하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하며 논점은 그 배후에 신의 존재를 불가피하게 의미하는 심리적 에덴 동산 관념을 거부하고 그러한 이상적이고 심리적인 조건은 오랜 세월 생명체 자체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한다.&nbsp;저자는 지구가 일종의 자율 조절 총체(ensemble)라고 말하며 만일 자율 조절이 없다면, 근대 산업에 의해 자율 조절이 흐트러지지 않았다면 왜 온도에 신경 쓰겠는가?라고 말한다. 저자는 생존의 위협을 다루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협력이 얼마나 특별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는 이 팬데믹 시기에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인다.&nbsp;저자는 공통의 지향점을 잃어버린 상황에 저항하기 이후에 우리는 땅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말한다. 어딘가에는 착륙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정동(情動)에 대해 말한다. 정동이란 물리적 접촉이나 특정한 사건을 통해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기억, 경험, 이해를 통해 어떤 일의 동인이 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효과와는 구분이 되는 개념이다.&nbsp;이는 정동의 효과이다. 실제 정동은 1. 신체적 능력의 변화: 어떤 자극을 받아 내 신체의 활동 능력(에너지, 잠재력)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역동적인 상태나 힘을 뜻함. 2. 의식 이전의 에너지: 언어로 정의되거나(예: "나는 지금 슬프다") 의식적으로 인지되기 전에, 몸으로 먼저 느끼는 미시적인 에너지의 흐름 등이다.&nbsp;우리 각각은 다음과 같은 문제에 직면한다. 계속 탈주의 꿈을 꿀 것인가 아니면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영역을 찾아 나서야 하는가. 저자는 글로벌화 플러스와 글로벌화 마이너스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글로벌화 마이너스의 지지자들은 구식이고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작은 땅덩이만을 염려하고 자기 집에 틀어박힌 모든 위험에서 자신만을 보호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비난해 왔다.&nbsp;글로벌화 플러스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심화하여 경제적 효율성과 혁신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다. 과거의 무조건적인 세계화와 달리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을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화 마이너스는 국가 안보, 자국 산업 보호, 리스크 분산을 위해 세계화의 범위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통제하는 움직임이다.&nbsp;저자는 마르크스의 격언과는 반대로 역사는 단순히 비극에서 희극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비극적인 희극 속에서 한 번 더 반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문명이라는 것은 지난 만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인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지질학에서 볼 때 비교적 큰 변화가 없었던 지리적 공간과 시기에 출현했다. 이런 지질 시대로 명명된 홀로세는 인간 행위를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틀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nbsp;이제 인간은 유일한 배우가 아닌데도 스스로는 아직도 과분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배정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69, 70 페이지) 저자는 기후 변화 부정론자들에게도 기후에 대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이 전력을 다해 거부하는 것이 바로 그것 아닌가라고 저자는 자신의 말에 대해 설명한다.&nbsp;저자는 녹색당들에 대해서 한마디 한다. 그들은 어떻게 끼어들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자연에 대한 문제를 내세우면 기존 정당들은 인간의 권리를 내세우면서 반대하고 녹색당들이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면 기존 정당들은 또다시 이게 당신들이 신경 쓸 문제인가?라고 묻는다. 저자는 불법적인 것은 근거지를 없애 버리는 행위이지 어디에 소속되려는 노력이 아니라고 강조한다.(80 페이지)&nbsp;저자에 의하면 어딘가에 착륙하기 위한 협상보다 더 혁신적인 것, 더 실전적이고 미묘하며 기술적이고 인공적인 것은 없다. 그것은 가장 투박하고 촌스러운 동시에 가장 창조적이고 현대적이다. 저자는 대지를 월딩(worlding)의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월딩은 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의 이분법을 넘어 존재하는 것들의 다원성과 그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에 세상을 개방하는 동적 과정을 말한다.&nbsp;저자는 생태학은 정당 이름이 아니고 걱정거리도 아닌 바 그것은 대지를 향해 방향을 바꾸라는 외침이라고 말한다.(88 페이지) 저자는 우리는 과학의 온전한 힘을, 그 힘에 붙어 있던 자연의 이데올로기는 털어버리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유물론자이면서 합리적이어야 하고 이러한 자질들을 올바르게 써야 한다고 말한다.&nbsp;저자는 어느 정도 사실적으로 대지의 상황을 그리기 위해서 또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며 효과적인 묘사를 시작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정말이지 과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전과는 관점을 달리하는 과학 말이다.(107 페이지) 저자는 대지는 아직 제도화된 존재가 아니지만 근대인들이 자연에 부여한 정치적 기능과는 확연히 다른 역할을 하는 행위자라고 말한다.&nbsp;저자가 보는 대지는 시간이 자극에 그대로 순응하지 않는다. 기후 변화, 팬데믹, 생태계 붕괴처럼 인간이 행동에 적극적으로 반격을 가하는 역동적인 주체다. 저자는 갈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홀로세에 있으면서 단독으로 글로벌로의 비행이나 로컬로의 탈출을 꾀하는 근대의 인간들과, 인류세에 있음을 지각하고 아직 정치적 기관의 형태는 갖추지 못한 권위 아래에서 다른 대지의 것들과 함께 거주하기를 추구하는 대지의 것들 사이의 갈등이다.&nbsp;저자는 모든 주름과 이음매가 있는 유럽을, 그들의 피난처인 유럽을 나의 고향땅이라고 부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nbsp;]]></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6368/36/cover150/k90273822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3683681</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롤프 마이스너의 책을 다시 읽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93620</link><pubDate>Wed, 15 Jul 2026 19:3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93620</guid><description><![CDATA[지진 때문에 지난 해 5월에 읽은 롤프 마이스너의 [지구에 관한 작은 책]을 다시 펴보았다. 두 번역자 중 한 사람인 이기화 교수는 최덕근 교수가 번역이 저술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저술은, 아는 것만 쓰면 되는데 번역은 자기가 모르는 것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알게 되어 대단한 행운이라 생각한다.&nbsp;<br>저자를 통해 재미 있는 개념을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 읽었을 때 접했지만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가 어제 그 위상과 중요성을 깨달았다. 마샤 비요르네루드의 [Geopedia]는 나오지 않고 그의 [Timefulness]에는 나온다고 알려졌다. 롤프 마이스너, 마샤 비요르네루드 모두 구조지질학자다. ]]></description></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역사학은 인문학임과 동시에 과학이라고 말하는 책 -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 유물과 유적으로 매 순간 다시 쓰는 다이나믹 한국 고대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89826</link><pubDate>Mon, 13 Jul 2026 19: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898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89840&TPaperId=1738982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993/77/coveroff/895098984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89840&TPaperId=173898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 유물과 유적으로 매 순간 다시 쓰는 다이나믹 한국 고대사</a><br/>권오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08월<br/></td></tr></table><br/><br>국사학 박사 권오영은 고대사는 불확실성(문헌 자료 부족)으로 백가쟁명의 장이 되었는 바 사료가 풍부한 근현대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으로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엄격한 논리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의미에서 역사학은 인문학임과 동시에 과학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고대사 해석의 1등 사료인 고고학적 자료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고, 역사학 고유의 방법이라는 도그마에 빠져 눈부시게 발전하는 자연과학, 공학, 통계학, 법의학 등 인접 학문의 방법론을 활용하는 융복합적 연구에 소홀하고, 한반도라는 좁은 공간만을 대상으로 연구와 교육을 전개하는 탓에 한국 고대사회의 특징을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여 세계사적 보편성과 한국의 특수성을 설명하는 비교사적 시각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에 스스로도 책임을 느끼고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를 집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nbsp;  저자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은 실제 참고할 내용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땅속에서 발견되는 매장문화재 즉 발굴되는 실물 자료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고대사 연구자들이 땅에서 나오는 이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미래의 한국 고대사 연구의 성패가 달렸다. 현재 한국 고대사 연구자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는 단연 고대국가 형성사이다. 그 다음은 삼국시대의 지배구조다. 반면 생활사 연구에 뛰어드는 이는 많지 않다. 박물관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고대사 관련 강좌를 듣노라면 금세 따분함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대사라 하면 온통 정치사나 제도사 이야기뿐이고 고고학은 토기의 형식 분류와 연대 추적을 소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nbsp;  [삼국사기]는 우리에게 백제 개로왕의 죽음에 얽힌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고구려 장수왕은 백제를 멸망시키기 위해 바둑의 고수인 승려 도림을 백제에 보냈고 도림은 개로왕의 환심을 사 그의 측근이 된다. 결국 도림은 개로왕을 꼬드겨서 왕릉과 궁궐을 더 크게 짓는 토목공사를 일으키도록 한다. 개로왕은 한정된 국력을 염두에 두지 않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감행했고 그 결과 국고가 텅 비어 백성들은 위기를 맞았다. 장수왕은 이 틈을 타 군대를 파견해 백제 도성을 함락시키고 개로왕을 죽인다. 이때 개로왕이 감행한 대규모 토목공사를 [삼국사기]는 증토축성(蒸土築城)이라 표현했다. 의미가 명확하지는 않았기에 수수께끼 같은 의미를 풀겠다며 많은 역사가들이 달려들었다. 증토란 흙을 찌다라는 의미인데 흙을 단단하게 다진 것이라고 보거나 많은 흙을 모았다는 식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nbsp;  그런데 해답은 중국의 섬서성 유림 지역의 통만성에 있었다. 중국 학자들이 통만성을 발굴조사해 성을 쌓은 자료를 분석해 황토와 석회가 사용되었음을 밝혔다. 황토와 석회에 물을 섞으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많은 수증기가 발생하는데 고대인들은 이 현상을 보고 흙을 찌다 즉 증토라 표현한 것이다. 결국 백제도 토목건축공사에 석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사례는 한국 고대사를 연구하는 연구사가 한국이란 틀 안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황토와 생석회(산화칼슘)를 섞은 뒤 물을 부으면 생석회가 물과 반응해 소석회(수산화칼슘)로 변하는 소화 반응이 일어난다. 이 반응은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 격렬한 발열 반응이다. 온도가 순식간에 섭씨 100도~200도 이상으로 치솟기 때문에 물이 끓어오르며 엄청난 수증기(김)가 피어오르게 된다. 조상들은 이 흙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습을 보고 '흙을 찐다(蒸土)'고 표현한 것이다.   &nbsp;  소석회(消石灰)의 소(消)는 사라질 소란 의미다. 생석회의 격렬한 반응(열)이 완전히 끝나 안정된 상태가 되었다는 의미다. 소석회 자체는 생석회보다 전혀 단단하지 않으며 오히려 부드럽고 잘 부서지는 고운 가루 형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처럼 굳는다. 소석회를 진흙(황토)과 섞어 반죽해 두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천천히 흡수한다. 이 과정에서 소석회가 원래의 단단한 암석이었던 탄산칼슘 상태로 돌아가며(탄산화 반응) 주변의 흙을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결합시킨다. 생석회를 그대로 벽에 바르면 문제가 생긴다. 비나 수분을 만나면 그 안에서 열을 내며 부피가 대폭 늘어나 벽이 다 갈라지고 터지는 것이다. 돌덩어리인 생석회로는 벽을 매끄럽게 바르거나 흙과 골고루 섞을 수 없다. 고운 가루 형태인 소석회여야만 흙, 물과 부드럽게 반죽할 수 있다. 돌덩어리인 생석회로는 벽을 매끄럽게 바르거나 흙과 골고루 섞을 수 없고 고운 가루 형태인 소석회여야만 흙, 물과 부드럽게 반죽할 수 있는 것은 단백질 음식을 먹으면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뒤 다시 결합하여 근육을 만드는 단백질로 거듭나는 것을 닮았다.   &nbsp;  사람의 뼈는 조선시대 후기 무덤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그 이유는 이때부터 황토와 석회에 물을 섞어 회격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회격묘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질 뿐 아니라 내부 밀폐 상태가 잘 유지돼 나무 뿌리나 곤충의 침투를 효과적으로 막아낸다. 내부 환경도 안정된 상태로 유지되기에 목관과 수의도 잘 보존된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무덤 양식인 회격묘(灰隔墓)는 주희가 편찬한 가정 의례 지침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의 〈상례(喪禮)〉 편에 그 제작 방법이 아주 구체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석실묘의 단점을 보완하는 차원이었다. 주희가 살던 남송(南宋) 시대에는 풍수지리설이 유행하면서 부모의 묘를 화려한 돌방(석실)으로 만드는 사치 풍조가 심했다. 하지만 주희는 석실묘가 시간이 지나면 돌 사이에 틈이 생겨 물이 차고 나무뿌리가 뚫고 들어간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파악했다. 주희는 비싼 돌을 깎는 대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석회와 흙을 짓이겨 다지면(회격)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돌보다 더 단단해져 부모의 유골을 영구히 보호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비밀을 간파했다. 격(隔)은 관과 흙 사이에 석회 벽을 쳐서 외부 환경(물, 나무뿌리, 벌레)으로부터 관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가로막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nbsp;  저자는 갓난아기 때 두개골에 압박을 가해 머리뼈 모양 자체를 납작하거나 길쭉하게 변형시키던 고대의 독특한 풍습인 편두(褊頭)를 이야기한 데 이어 사람 뼈를 잘못 해석해 역사 자체를 왜곡한 사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도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도굴의 역사는 아주 유구해서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만들 때부터 도굴이 심하게 행해졌다고 한다. 무왕의 쌍릉은 고려 때 이미 도굴을 당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수백 년 동안 쌓인 흙을 퍼내야 하는 도굴 과정에서 말끔하게 유물을 쓸어가기는 어렵기에 조심스럽게 흙을 채굴하다 보면 도굴꾼들이 흘리고 간 유물들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전체적으로 백제는 신라나 가야처럼 엄청난 양의 부장품을 무덤에 두지는 않았다. 백제와 고구려는 무덤을 크게 만들고 순장하는 풍습을 빨리 없앴다. 그 이유는 불교를 빨리 수입한 것과 관련이 된다.   &nbsp;  시인 고고학자 고(故) 허수경은 “마을이 있는 곳에는 무덤도 있다. 꽃이나 음식이나 술을 들고 무덤을 방문하는 일은 죽은 자와 인연이 있던 산 자들이 아직 살아 있을 때 하는 일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면 무덤을 방문하는 이는 도굴꾼 아니면 고고학자들이다. 어떤 맥락에서 본다면 무덤을 쫓아다니는 도굴꾼과 고고학자의 내면은 비슷할 것이다.”([모래 도시를 찾아서] 106 페이지)란 말을 했다. 저자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의 압도적 다수가 수도 또는 수도와 관련된 유산이라는 데에 주목해보자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익숙하거나 잘 알려진 유적 또는 유산의 대부분은 한 왕조의 수도이거나 왕궁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수도 유적은 세계문화유산에 걸맞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국가가 자국 내의 역사 수도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nbsp;  청동기시대부터는 신석기시대까지 이어져 오던 평등한 사회가 깨지며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으로 나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가진 집단과 못 가진 집단 간의 대립, 사회적 갈등, 긴장된 분위기 등이 청동기시대를 대변하는 이미지가 된 것이다. 이때부터 등장한 환호취락(還戶聚落)은 지속해서 발전한다. 방어적인 측면을 강조한 취락은 산 위로 올라가고 많은 주민이 사는 취락은 나지막한 구릉 위에 마련된다. 환호는 방어 기능 외에도 마을 안팎을 나누는 역할을 했는데 이 때문에 수도 안에 사는 중앙인과 바깥에 사는 지방인을 구분 짓는 차별의 시발점이 됐다. 이렇게 발전한 취락을 중심 취락 또는 거점 취락이라고 부른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사비 도성, 고구려의 마지막 수도인 장안성도 경주 월성과 마찬가지로 바둑판 모양의 질서 정연한 토지 구획에 나섰다. 그 결과 이런 수도 유적에서는 굳이 땅을 파지 않고도 항공 촬영만으로 정연한 도시의 흔적을 볼 수 있다.   &nbsp;  중국 요령성 환인에는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이 건설한 왕성이라 추정되는 오녀산성이 있다. 국가를 세우며 경사가 90도에 가깝도록 가파른 산 위에 왕성을 세웠다는 것은 당시 항상적으로 전쟁이 일어났음을 ‘간접 증거’(방증; 傍證)한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는 모두 주변 세력 또는 중국과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그러니 방어 취락이 빠르게 발전했음을 물론이고 이를 발전시켜 산성을 만든 것이다. 왕성 자체가 산성의 형태를 취한 고구려의 오녀산성과 환도산성 외에도 평지에 있는 왕성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위성처럼 여러 개의 산성을 배치했다. 때로는 새로 정복한 지역을 통치하기 위해, 때로는 외적과의 항쟁을 위한 군사적 요충지에도 산성을 쌓았다. 그 결과 삼국시대에 건설된 산성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어떤 연구자의 통계에 따르면 남한 지역에만 2000개가 넘는 성이 존재한다.   &nbsp;  일부 재야사학자나 유튜버들이 북한 평양이 고구려의 마지막 수도가 아니라 중국 평양이 고구려의 마지막 수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고학적 유물과 정식 학계의 검증 결과는 북한 평양이 고구려의 마지막 수도(장안성)이자 중심지였음을 완벽하게 증명하고 있다. 장수왕이 427년 국내성에서 평양으로 천도했을 때 지은 거대한 평지 왕궁인 안학궁(安鶴宮) 터, 안학궁의 배후에 있는 방어용 석축 산성인 대성산성(大城山城), 고구려의 마지막 수도 성곽인 펑양성(장안성) 등이 북한 평양에서 발견되었다. 이 밖에 평양 고산동 고분군, 강서대묘, 덕흥리 고분, 수산리 고분 등 평양 일대에서 화려한 고구려의 생활상, 사신도, 천문도가 그려진 벽화 무덤이 무더기로 발굴되었다.   &nbsp;  475년 고구려 장수왕의 침략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다가 전세가 불리해지자 북성을 빠져나가 남성으로 향하던 개로왕은 고구려 군에 의해 체포된다. 그는 한강을 건너 고구려 군사기지가 있던 아차산으로 끌려가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백제는 멸망했다. 당시 치열한 전쟁을 치렀던 현장은 국내외 사설을 통해 북성과 남성, 대성과 왕성 등의 명칭으로 표현되며 당시의 수도는 위례성과 한성이라 기록되어 있다. 이들의 관계를 풀기 위한 논쟁은 1000년 이상 지속되었으나 성의 위치를 명확히 하는 데는 실패했다. 양주, 천안, 광주, 하남 등 모두를 소환해 봐도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문헌 자료를 토대로 억지로 문헌 고증을 하거나 유적의 발음을 가지고 이리저리 맞춰보는 등 초보적인 연구를 지속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nbsp;  그런데 1925년 을축년 대홍수라 불리는 전대미문의 홍수로 인해 풍납토성 서벽이 무너지면서 중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보이는 중요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러나 이 성을 백제의 왕성으로 보는 연구자는 드물었으며 오히려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사성이라는 주장에 오랫동안 힘이 실렸다. 1980년대에 서울 몽촌토성과 하남 이성산성을 발굴 조사하면서부터 대부분의 연구자는 하남 위례성이 있던 곳으로 몽촌토성과 이성산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결국 1999년에 진행한 풍납토성 동벽 조사로 인해 위례성 위치 논쟁을 종결할 수 있었다. 김부식, 일연, 정약용 등 무수한 인물들이 찾으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던 위례성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풍납토성 발굴조사 덕분이다.   &nbsp;  혹자는 풍납토성의 규모가 일본의 헤이조쿄보다 작아서 결코 백제 왕성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풍납토성의 축조시기를 3~4세기 무렵이라고 보면 710년에 완성된 헤이초교보다 400년 이상 앞선 것이다. 동아시아 수도제의 발달 과정에서 3~4세기는 왕권과 왕성만 짓던 시기로 주변 지역을 바둑판식으로 나누는 지할(地割)은 유행하지 않았다. 풍납토성이 절대 백제의 왕성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한강변에 바짝 붙어 있어 수해에 취약하기 때문에 한 국가의 왕성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물론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풍납토성과 그 인근이 수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지형을 분석해보면 현재 한강의 흐름은 근대 이후 많이 변형되었으며 과거에는 풍납토성이 지금처럼 한강변에 바짝 붙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형적으로 보면 풍납토성은 단구(段丘) 형태로 된 한강변의 자연 제방 위에 우뚝 솟아 있었기 때문에 삼국시대에는 쉽게 침수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지형을 두고 1500년 전의 지형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역사의 연구는 당시 경관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이루어져야 한다.   &nbsp;  저자는 공부를 할수록 민족의 기원이라는 주제 자체가 해결 불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사료적 가치를 의심받는 문헌을 토대로 짓는 집이 사상누각이라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한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인종적 스펙트럼이 획득되는 모습을 보면서 민족주의 역사학의 역기능에 대해서도 생각도 되었다고 말한다. 한민족의 순수함과 우월함을 부르짖는 한편에선 차별로 소요되는 이웃이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눈부신 과학의 발달은 모든 학문 분야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다. 역사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양한 주제와 평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실태와 담 쌓고 과거의 주제와 방법론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는 분야가 한국 고대사라고 말한다. 필자 또한 이러한 현상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고백한다고 말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4993/77/cover150/895098984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9937771</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고구려와, 고구려 지역이었던 연천의 역사, 지질 - [고구려에서 만난 우리 역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89372</link><pubDate>Mon, 13 Jul 2026 14: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8937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948295&TPaperId=1738937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833/90/coveroff/897094829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948295&TPaperId=1738937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고구려에서 만난 우리 역사</a><br/>전호태 지음, 전혜전 그림 / 한림출판사 / 2015년 08월<br/></td></tr></table><br/>전호태의 [고구려에서 만난 우리 역사]의 핵심 주제는 영토 확장 과정에서 다양한 민족을 포용하며 성장한 대표적인 다민족, 다문화 국가였던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사 전반을 통해 오늘날 한국 문화의 원형과 참된 역사의식을 규명하는 것이다. 고구려를 세운 추모왕(주몽)은 본래 동부여(또는 북부여) 왕실에서 자란 인물이다. 주몽은 부여 대소왕자의 시기(猜忌)와 생명의 위협을 피해 지지 세력을 이끌고 압록강 유역으로 남하했다. 주몽 무리는 태백산(太白山; 백두산) 꼭대기에서 비롯되어 북쪽 너른 벌판으로 흐르는 큰 강 하나를 간신히 건너고 나서야 부여 대소 왕자의 군사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nbsp;  이 후 졸본 지역의 토착 세력과 결합하여 세운 나라가 고구려다. 삼국사기 등의 기록에 따르면 주몽이 처음 나라를 세웠을 때의 이름은 고구려가 아니라 졸본부여(卒本扶餘)였다. 고구려 사람들은 흙을 다져 쌓는 토성, 흙과 돌을 섞어서 쌓는 토석 혼축성도 만들었지만 돌이 많은 산간지대에 주로 살았던 까닭에 산과 평지가 맞닿는 지점의 돌로 쌓는 석성을 많이 만들었다. 고구려 석성의 벽은 가장 아랫부분에 커다란 네모꼴 바위 돌을 쌓고 그 위에 앞이 약간 넓고 뒤가 좁은 옥수수와 형태의 돌을 바깥에 놓고 베틀의 북처럼 양쪽 끝이 뾰족한 돌을 안쪽에 끼워 넣어 서로 쐐기처럼 맞물리게 하는 방식으로 쌓았다.   &nbsp;  또 아래는 폭이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게 조금씩 들여 쌓는 퇴물림 쌓기를 적용하여 높이 쌓아도 견고하여 외부의 큰 충격에도 견딜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성벽 구간에 큰 바위가 나타나면 그 형태에 맞게 돌을 다듬어 붙여 쌓는 방식인 그랭이 방식으로 자연 암반이 단단한 성벽의 일부가 되게 했다. 두 방식은 인위적인 시멘트나 접착제 없는 시대에 두 돌이 이빨 맞추듯 완벽하게 밀착되어 지진이나 충격이 가해졌을 때 성돌들이 따로 놀지 않고 비정형의 돌기들이 서로를 꽉 붙잡아주기 때문에 흔들릴지언정 절대 무너지지 않는 엄청난 견고함을 자랑했다. 정리하면 그랭이 방식을 통해 땅바닥(암반)과 성벽의 첫 단을 일체형으로 단단히 고정했고, 그 위로 퇴물림 쌓기를 통해 성벽이 밖으로 쏟아지지 않도록 구조적 안정감을 완성시켰다. 그랭이는 우리 전통 건축에서 울퉁불퉁한 바탕면의 모양을 그대로 본떠 그릴 때 사용하는 집게 모양의 도구(연장)를 뜻하는 순우리말 이름이다.   &nbsp;  고구려는 성벽 구간별로 책임자를 정하고 그 사실을 성돌에 새겨놓아 부실 공사로 성벽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예방하기도 했다. 성벽을 쌓으면서 일정 구간마다 성벽에 접근한 적을 옆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직각으로 튀어나오게 만든 치(雉)도 설치하였다. 저자는 고구려를 단순한 정복 국가가 아닌 다채로운 삶이 공존했던 문화 강국으로 조명한다. 고구려를 건국하고 지배층을 형성한 핵심 세력은 예맥(濊貊)족이다. 기원전 10세기 이전부터 만주 남부와 한반도 북부를 무대로 삼아 살았던 사람들로 예로 불리던 사람들이 고조선을 세웠고 맥으로 불리던 이들이 부여를 건국했다. 구려라고 불리다가 고구려라 불리게 되었다. 구려는 성(城)을 의미한다.   &nbsp;  고구려는 만주와 북방 영토를 넓히는 과정에서 말갈족, 거란족, 선비족, 숙신족 등 다양한 북방 종족들을 연합하거나 속민으로 받아들였다. 고구려는 낙랑군과 대방군을 흡수하고 중국의 혼란기(5호 16국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중국계 유이민과 망명객을 정착시켰다. 5호는 다섯 유목 민족인 흉노, 선비, 갈, 저, 강 등을 의미하고, 16국은 화북(華北; 중국의 북부) 지방에 세워진 유목 민족의 국가 11개와 한족 국가 5개를 합친 것을 뜻한다. 고구려의 북부 초원/산림 지대는 유목과 수렵 중심이었고, 서부 및 한반도 중북부 평야는 농경 중심이었고, 동해안 및 해안 지대는 어업 중심이었다.  &nbsp;  중국의 5호 16국 시대인 4세기~5세기는 중국 역사상 기후가 가장 악화되었던 대표적인 극심한 한랭기(제2차 한랭기)였다. 당시 기온은 앞선 시대에 비해 지구 기온이 1~2도 낮았다. 이 시기는 여름(5~8월)에 눈이 내리거나 서리가 빈번하게 내렸고, 겨울에는 폭설과 함께 바다나 큰 강이 얼어붙는 이상(異常) 한파(寒波)가 수십 차례 반복되었다. 한랭화와 함께 찾아온 건조 기후로 인해 대가뭄이 장기간 지속되었다. 가뭄 끝에 찾아오는 메뚜기 떼(황충)의 습격으로 화북 지방의 농작물은 초토화되었다. 몽골 고원과 만주 일대의 기온이 급락하자 초원이 황폐해져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몽골의 경우 한파와 건조한 기후가 만난 것을 조드라고 한다. 생존의 기로에 선 흉노, 선비, 갈, 저, 강 등 5개 유목 민족(5호)이 따뜻하고 먹을 것이 있는 남쪽(중원 화북 지방)으로 대거 이동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nbsp;  중원의 한족(진나라) 역시 냉해와 가뭄으로 농사를 완전히 망쳤다. 국력이 극도로 약해진 상태에서 식량을 찾아 내려오는 유목민의 군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고구려 장수왕의 평양 천도(遷都)는 중국의 5호 16국 시대가 끝나기 직전인 427년에 일어난 사건이다. 고구려 연구가 김용만 소장은 고구려가 국내성(중국 길림성 집안 지역에 자리한, 압록강 기슭의 좁고 긴 평야지대)을 떠나 평양으로 천도한 배경 중 하나로 국내성에 지나치게 많아진 공동묘지와 주거 환경 악화를 꼽았다. 400년 동안 인구가 누적되면서 국내성 주변 공간은 수만 기의 무덤으로 가득 차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동묘지처럼 변해버렸다.   &nbsp;  전호태 교수의 본문([고구려에서 만난 우리 역사])은 이렇게 말한다. “수백 년에 걸쳐 고구려의 서울로 기능 하는 동안 왕실과 귀족 가문에서는 하나같이 국내성 일원에서 장지(葬地)를 구했다. 이런 까닭에 5세기경에는 죽은 사람의 누울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산 사람의 집터마저 밀어낼 지경이 되었다. 죽은 사람의 무덤을 지키는 무덤 지기들의 집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왕릉에는 수백 호, 대귀족의 무덤에는 때로는 수십 호에 이르는 무덤 지기가 붙는 것이 고구려의 관례였다 .평양 천도가 추진될 무렵에는 국내성의 수도로서의 기능 역시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105 페이지)   &nbsp;  지리학자 박정재 교수는 고구려의 평양 천도는 혹독한 추위를 피해 남하한 것이라 말한다. 둘 다 작용했을 것이다. 박정재 교수의 [한국인의 기원]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장수왕은 수많은 조상의 무덤이 있는 국내성을 떠나 수도를 평양으로 옮기는 파격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원 수도인 국내성에서 새로운 수도인 평양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240km에 달한다. 서울에서 광주까지의 거리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다....그런데 당시 정점에 이른 추위를 고려하면 장수왕이 고구려의 지리적 중심인 국내성을 떠나 외곽의 평양으로 천도한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제외하기란 쉽지 않다. 고구려인이 추위를 극복할 수 없어서 이주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장수왕이 고구려의 앞날을 그렸을 때 수도의 물리적 위치보다는 수도의 발전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반 여건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점차 인구가 늘면서 작물 농경의 비중은 늘어만 가는데 기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 온난화 평양이 미래의 고구려 수도로서 더 나은 선택이라고 봤을 가능성이 높다. 결행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378, 379 페이지)   &nbsp;  [고구려에서 만난 우리 역사]에도 이 부분이 언급되어 있다. 427년 장수왕은 제국 고구려의 심장부 역할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좁고 교통상의 이점도 그리 크지 않은 국내성에서 주변 개발 가능성이 크면서도 방어선 확보가 용이한 평양으로 수도를 옮겼다. 400여 년 동안 수도로 기능하면서 고구려가 왕국에서 제국으로 성장하기까지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던 국내성은 고구려 귀족 가문들이 뿌리내린 도시이기도 하다. 당연히 건국 이래 국가가 겪은 고난과 영광의 주인공임을 자부하던 전통 귀족 가문들은 평양으로 수도를 이전하는 것에 반대하였다.(93 페이지)   &nbsp;  광개토대왕, 장수왕 등과 인연을 맺은 곳이 경기도 연천(漣川)이다. 광개토왕은 재위 기간(391~412년) 적극적인 남진 정책을 펼치며 백제를 압박했다. 396년 광개토왕은 몸소 수군과 육군을 이끌고 백제를 대대적으로 공격하여 한강 이북 지역을 장악했습니다. 이 정벌 과정에서 연천을 흐르는 임진강 일대가 고구려의 영토로 편입되었다. 임진강은 당시 고구려의 최전방 방어선이자 한성백제를 타격하기 위한 거점이 되었다. 광개토왕의 아들 장수왕(재위 413~491년)은 아버지의 기반을 바탕으로 평양으로 천도(427년)하고 본격적인 한반도 경영에 나섰다.   &nbsp;  475년 장수왕은 백제의 수도 한성을 함락하고 개로왕을 처단하며 한강 유역을 완벽하게 차지했다. 장수왕이 한강 유역까지 영토를 넓히면서 후방이 된 연천 일대(임진강 북안)에는 고구려 군대의 전초기지와 요새(보루)들이 대거 축조되기 시작했다. 고구려는 이곳에 군대를 주둔시켜 남쪽의 백제와 신라를 감시하고 보급로를 확보했다. 연천은 남한에서 유일하게 200여년 동안 고구려의 영토에 속했던 지역이다. 한강 유역(서울·춘천·충주 등)은 475년 장수왕 때 점령되었다가 551년 나·제 연합군에게 빼앗겨 고구려의 지배 기간이 약 70~80년에 불과했다. 반면 연천을 비롯한 임진강 북안 지역은 396년부터 668년 멸망 때까지 약 270여 년 동안 고구려의 영토로 지속되었다.   &nbsp;  장수왕은 427년 평양으로 수도를 옮긴 후 48년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475년 한성 백제를 공격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내부 정비, 외교적 세력 균형 유지, 백제의 철저한 방어선 때문이었다. 470년대에 이르러 장수왕은 북위와의 외교 관계를 확고히 다져 북방의 위협을 완벽히 제거했다. 그 이전까지 “고구려는 강력한 북위(北魏)가 있는 중원(中原) 진출도 어려웠다.”(유성운 지음 ‘한국사는 없다’ 103 페이지) 470년대에 이르러 장수왕이 북위와의 외교 관계를 확고히 다져 북방의 위협을 완벽히 제거했다는 말은 장수왕이 겉으로는 북위에 막대한 선물을 주며 비위를 맞추었지만 속으로는 남조(南朝) 및 유연과의 동맹 카드를 쥐고 북위를 철저히 외교적으로 통제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nbsp;  장수왕 시대에 고구려의 영토는 남으로 한반도의 아산만에서 영덕을 잇는 선까지 내려갔다. 한반도의 대부분이 고구려의 영토가 되고 중남부 일부 지방만 신라, 백제, 가야 연맹의 땅으로 남은 형국이었다. 백제의 패퇴 이후 요하 유역을 포함하여 그 동쪽에 펼쳐진 만주, 한반도, 일본열도 지역에서 고구려의 패권적 지위를 넘볼 수 있는 세력이나 나라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99 페이지)   &nbsp;  심광주 교수에 의하면 475년 한성(漢城) 함락 당시 고구려로 끌려간 백제 포로 8,000명 중 백제 도성 내부의 고난도 석회·토목 기술을 가진 전문 장인(기술자)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이 기술자들이 평양으로 압송되는 과정 또는 임진강·한탄강 유역의 고구려 최전방 요충지(연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고구려 지배층(사령관급)의 무덤인 신답리 고분을 축조하는 데 투입되었다. 그 결과 고구려식 무덤(모줄임 천장 구조)의 형태를 띠고 있으면서도 내부 접착제로는 백제의 선진 석회 기술이 접목된 고구려와 백제의 기술 융합형 무덤이 연천 신답리에 탄생하게 된 것이다.   &nbsp;  모줄임 천장 구조(말각조정, 抹角藻井)는 네모난 방의 네 모퉁이를 비스듬히 줄여가며 천장을 위로 좁혀 쌓는 고구려 무덤의 대표적인 천장 축조 양식이다. 방의 크기보다 천장 면적을 줄이면서 위로 높여 마치 돔(Dome)이나 피라미드 내부 같은 입체적인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고도의 건축 기술이다.(抹; 지울 말, 角; 각도 각, 藻; 꾸밈 조, 井; 우물 정) 연천 신답리 고분의 회(灰)는 조개를 태워 만든 패회(貝灰)다. 백제는 풍부한 석회암 지대를 배경으로 조개껍질이 아닌 자연 석회암(광석)을 고온으로 가마에서 구워 만든 생석회 공법을 고도로 발전시켰다. 백제의 풍부한 석회암 지대란 사비(부여) 시기 백제의 중심지였던 충청도(금강 유역) 일대를 의미한다.   &nbsp;  고구려 임진강 유역은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임진강 상·중류(북한 지역)는 지질학적으로 고생대 조선누층군의 '하부 대석회암통'에 속하는 울창한 석회암 지대다. 반면 남한의 연천·포천·철원 일대는 약 5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현무암(변성암, 화강암, 응회암 중심) 지대가 주를 이룬다. 만일 고구려가 본국(평양이나 임진강 북한 지역)에서 쓰던 전통 방식으로 무덤을 만들고자 했다면 임진강 상류에서 석회암을 가져와 구워 쓰거나 평양의 전통 방식을 그대로 썼을 것이다. 하지만 연천 신답리 고분은 연천 주변 강가나 서해안에서 구하기 쉬운 조개껍데기(패회)를 기본 원료로 썼다. 즉 먼 북방에서 석회암을 공수해 오지 않고 연천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원료를 택한 것이다.  &nbsp;  정리하면 고구려가 남진하여 차지한 최전방 방어선인 연천 현지에서 무덤을 축조할 때는 북방의 석회암을 가져오지 않고 현지의 조개껍데기(패회)를 썼다. 이때 한성에서 생포한 백제 기술자들의 배합 노하우가 융합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과학적인 분석 결과다. 지리적 지질 분포와 고고학적 유물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고생대 조선누층군의 '대석회암통(大石灰岩統)'은 고생대 초기(캄브리아기~오르도비스기에 해당하는 약 5억~4억 5천만 년 전) 한반도가 따뜻한 얕은 바다(해성층)였을 때 산호나 조개껍데기 같은 석회질 생물체와 침전물이 수천 미터 두께로 쌓여 형성된 한반도 최대의 석회암 지층을 뜻하는 지질학적 명칭이다.   &nbsp;  고생대 초기(5억~4억 5천만 년 전) 한반도의 상당 지역(평남분지, 태백산분지)이 따뜻한 얕은 바다(조선해)여서 거대한 석회암 지층을 형성했던 것과 달리 남한의 연천 지역은 당시 바다가 아닌 거대한 대륙판의 일부(경기육괴)로서 육지 환경이었거나 지질학적 공백(결층)에 해당한다. 연천, 경기, 충청, 전라도 일부가 속한 경기 육괴는 당시 남중국판(Yangtze Craton)의 일부였다. 고생대 초기에 이 지역은 바다로 덮여 석회암을 쌓던 지역이 아니라, 오랜 기간 퇴적이 일어나지 않거나 침식을 받던 육지 환경(지질학적 공백 또는 결층)이었다. 북한, 강원도 삼척·태백 일대가 속한 평남분지와 태백산분지는 당시 북중국판(Sino-Korean Craton)의 일부였다.   &nbsp;  이 두 지역은 고생대 캄브리아기~오르도비스기(약 5억 년 전)에 따뜻하고 얕은 바다인 조선해(조선누층군) 환경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석회암 지층이 형성되었다. 연천의 미산층(Misan Formation)은 원래부터 현재의 한반도 위치에 있던 지층이 아니다. 당시 적도 부근에 있던 남중국판의 얕은 바다(대륙붕)에서 쌓인 퇴적물이 약 2억 5천만 년 전 대륙 충돌과 함께 지금의 연천 위치로 이동해 들어온 것이다. 고생대 중기인 데본기(약 4억 년 전) 남중국판은 현재의 위치가 아니라 적도에 가까운 따뜻한 남반구 혹은 적도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당시 남중국판 가장자리의 얕은 바다(대륙붕 환경)에서는 모래, 진흙, 그리고 조개껍데기 같은 석회질 물질이 번갈아 쌓이고 있었다. 이 퇴적물들이 굳어 훗날 연천 미산층의 원암(원래 암석)이 되었다. 즉, 미산층은 '태생 자체가 남중국판 출신'인 해성층(바다에서 쌓인 지층)이다.   &nbsp;  2억 5천만 년 전(고생대 말~중생대 초) 적도 부근에 있던 남중국판이 서서히 북상하면서, 북쪽에 있던 북중국판과 격렬하게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대륙 충돌(송림변동) 과정에서 두 대륙 사이에 끼어있던 남중국판의 조각들과 미산층 지층이 강하게 쥐어짜이며 북중국판 밑으로 섭입하거나 밀려 올라갔다. 이때 충돌의 직접적인 '칼자국'이자 경계선이 된 곳이 바로 임진강대이며 미산층은 이 충돌대에 갇힌 채 지금의 경기 연천 지역으로 완전히 편입되었다. 단순히 위치만 이동한 것이 아니다. 두 거대 대륙판이 부딪치는 엄청난 압력과 열을 받았기 때문에 미산층은 원래의 퇴적암 형태를 잃어버렸다. 모래와 진흙, 석회질층이 번갈아 쌓여있던 구조는 고온·고압을 받아 '변성사질암'과 '석회질 규산염암'이 시루떡처럼 번갈아 나타나는 변성퇴적암(연천층군 미산층)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nbsp;  551년 고구려 왕은 양원왕(陽原王)이다. 551년 고구려가 돌궐과의 전쟁에 몰두하는 동안 신라와 백제의 연합군은 한강 유역 고구려 요새들에 대한 기습 공격을 감행하였다. 고구려는 한순간에 한강 유역뿐 아니라 동해안의 옛 옥저, 동해의 고지까지 모든 잃었다. 552년 더욱 강력해진 돌궐이 유연을 멸망시키는 등 대외 정세는 고구려에 이전보다 더 불리하게 돌아갔다. 양원왕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평양의 평지성과 산성의 기능을 모두 갖춘 새로운 형태의 고구려 성인 장안성을 쌓기 시작했다. 557년 서위가 망하고 북주가 들어서면서 고구려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더욱 더 빠르게 세력 재편을 향한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었다.(136 페이지)   &nbsp;  아차산성을 지키던 신라군의 화살이 공성전(攻城戰)을 지휘하던 온달 장군의 갑옷을 꿰뚫고 말았다. 장수를 잃은 고구려 군은 떨어진 사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아차산성 일대에서 물러났다. 이제 신라가 한강 유역 전체와 동해안 북쪽 지역을 차지한 것이 고구려가 전략상 후퇴를 단행했기 때문만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온달 장군의 전사를 계기로 한반도 정세에서 고구려가 누리던 절대적 우위는 회복할 수 없는 과거의 일임이 재확인되었다. 고구려로서는 남쪽 전선에도 북쪽 전선에 버금가는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141 페이지)   &nbsp;  559년에 즉위한 평원왕은 32년에 이르는 재위 기간에 격변하는 동아시아 정세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고구려의 영광을 되찾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안으로는 민심을 다독이고 인재를 모았으며 밖으로는 수시로 중국 왕조들에 사절을 보내 대륙 정세의 흐름을 읽고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우호적 외교관계를 유지하려 애썼다. 평원왕대 평양 장안성 축조 공사는 계속되었고 요하부터 평양에 이르는 전략적 요충의 성과 요새의 보수 작업도 꾸준히 이루어졌다.(147 페이지)   &nbsp;  연천 호로고루는 551년 고구려가 한강 유역을 상실한 시점부터 668년 고구려가 멸망할 때까지 약 120여 년 동안 고구려의 남쪽 국경을 지키는 최전방 방어 기지이자 국경 방어사령부 역할을 수행했다. 수(隋)나라는 고구려를 무리하게 침공하다가 건국 37년 만에 허망하게 멸망한 중국의 단명 통일 왕조다. 수나라가 무너진 혼란을 수습하고 중원을 차지한 나라가 바로 고구려의 다음 숙적이 되는 당(唐)나라(618년~907년)다. 수나라는 단명했지만 고구려의 역사와 국운을 송두리째 흔들 만큼 치명적이고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쳤다. 16년간 이어진 4차례의 전쟁 동안 고구려 전역(특히 요동 지역)이 전쟁터가 되었다. 백성들이 농사 대신 성을 지키고 군량미를 조달하느라 생산 기반이 황폐해졌다.  &nbsp;  북쪽의 거대한 위협에 모든 국력을 쏟아부어야 했기 때문에 신라에게 빼앗긴 죽령 이북의 한강 유역 영토를 무력으로 되찾을 여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수나라가 멸망한 후에도 고구려는 언제 다시 중국 제국이 침략할지 몰라 극심한 안보 불안에 시달렸다. 이에 대비해 16년에 걸쳐 요동 국경에 천리장성을 쌓는 대공사를 진행하며 국력을 연이어 소모했다. 이 장기적인 국가 위기 속에서 군부 강경파였던 연개소문이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이는 고구려 지배층 내부의 심각한 분열로 이어져 훗날 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고구려가 수나라를 멸망으로 몰고 갈 정도로 강대하다는 사실은 새로 들어선 당나라에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왔다.   &nbsp;  당나라는 수나라의 실패를 거울삼아 철저한 준비를 거쳐 고구려를 다시 침공하게 되었으며, 결국 고구려는 수·당과 도합 70여 년에 걸친 장기 전쟁을 치르며 완전히 고갈되었다. 결과적으로 수나라와의 전쟁은 고구려 군사력의 위대함을 증명한 빛나는 승리(살수대첩)였지만 동시에 고구려의 생명력을 갉아먹어 훗날 나당연합군에게 멸망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역사의 변곡점이었다. 645년 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646년 천리장성이 완공되어 요동 방어선이 더 두터워지자 고구려는 자주 군대를 내어 신라의 변경을 두드렸다. 백제와 고구려에 협공당하는 꼴이 된 신라가 당에 구원을 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nbsp;  648년 신라의 김춘추와 당태종 사이에 맺어진 비밀 군사 동맹으로 당은 고구려 외에 백제와 신라도 넘볼 수 있게 되었다. 665년 연개소문이 죽은 뒤 고구려 지배층의 권력투쟁은 극에 달했다. 패배한 자들이 자신의 세력과 함께 적국 신라와 당으로 망명하면서 저들이 지배하던 땅과 백성들을 졸지에 속한 나라가 바뀌는 웃지 못할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667년 당이 다시 한 번 대군을 일으킬 즈음 고구려는 이미 철벽을 자랑하던 국경 방어선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 668년 9월 서쪽에서 당, 남쪽에서 신라의 공격을 동시에 받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평양성은 적의 대군에 포위되었다. 겹겹이 포위된 채 공격받기 시작한 평양성은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246 페이지)   &nbsp;  연천 무등리 2보루는 완전한 형태의 고구려 철갑옷과 제철 유적이 발견된 고구려 최고의 군수·병참 기지다. 임진강 서쪽 구릉(해발 93m)에 위치한 이 보루는 남쪽 국경의 다른 고구려 성곽들과 구별되는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고고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2보루 내부에서는 1,500년 전 고구려 장수나 보병이 입었던 철제 찰갑(비늘갑옷)과 투구 1벌이 통째로 주저앉은 온전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남한 지역 고구려 유적 중 이처럼 완벽한 형태의 보병용 찰갑이 출토된 것은 무등리 2보루가 처음으로, 고구려 무기 제작 및 방어구 구조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가 되었다.   &nbsp;  보루 내부에서 철을 제련할 때 나오는 금속 찌꺼기(슬래그)와 제철 작업 흔적이 대량 발견되었다. 군사들이 단순히 주둔만 하던 다른 보루들과 달리 이곳은 소규모 용광로를 갖추고 철제 무기와 군수품을 직접 제작하여 인근 보루들에 보급하는 병참사령부 역할을 했다. 6~9세기경의 쌀, 좁쌀 등의 탄화 곡물과 함께 수레 부속기, 농경용 보습 등이 다량 수습되었다. 동쪽과 남쪽이 험준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지형을 활용해 후방에서 조달한 군량미를 안전하게 보관하던 창고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nbsp;  둘레 약 350m의 석축 산성으로 대강 다듬은 현무암 석재 사이에 점토(찰흙)를 함께 채워 넣는 특이한 방식으로 성벽을 견고하게 다졌다. 성벽 외면에 점토를 두껍게 덧대어 붕괴를 막았고 성벽을 지탱하기 위해 나무 기둥을 박았던 구멍(영정주 흔적)과 적을 측면에서 공격할 수 있는 치(雉), 배수로 등이 확인되었다. 바로 옆에 있는 무등리 1보루가 행정 관청(치소) 역할을 했다면, 2보루는 철갑옷, 제철장, 곡물창고를 갖춘 핵심 군수기지로서 두 보루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임진강 변의 유연나루(교통로)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nbsp;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833/90/cover150/897094829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8339093</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양자역학은 불가능하고 신기하게 보이더라도 물리학의 일반 원리에 맞는 과학 이론임을 역설하는 책 - [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 - 나의 첫 양자 수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86179</link><pubDate>Sat, 11 Jul 2026 19: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861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039715&TPaperId=173861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458/81/coveroff/k21203971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039715&TPaperId=173861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 - 나의 첫 양자 수업</a><br/>채드 오젤 지음, 이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05월<br/></td></tr></table><br/>물리학 박사이자 화학물리학 박사 채드 오젤(Chad Orzel)의 [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는 상대성 이론과 함께 현대 물리학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양자역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책이다. 제목에 나오는 강아지는 어떤 의미일까?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강아지에게 양자역학을 가르친다고 하는 것이다. 강아지는 사람과 다르게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않는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 양자역학이 난해하고 난감해 보이는 것은 양자역학이 세상에 대한 우리의 상식적인 기대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저자가 의미하는 바는 양자역학을 배우려면 강아지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nbsp;  처음에 양자론을 정립하도록 만들어준 발견은 빛과 물질이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입자 - 파동 이중성이었다. 일반적으로 파동이라고 생각하는 빛도 어떤 실험에서는 입자의 흐름처럼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입자의 흐름이라고 생각하는 전자빔도 어떤 실험에서는 파동처럼 보인다는 사실들도 밝혀졌다. 저자는 앞부분에서 입자와 파동의 차이를 설명한다. 파동 자체는 공간에서 변이의 확산일 뿐 물리적으로 분명한 위치와 속도를 갖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입자는 한 개, 두 개, 세 개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파동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nbsp;  양자 물리학을 이해하려면 파동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예전에는 비교할 수 없었던 빛과 소리는 지금은 파동의 상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이야기된다. 빛과 소리는 장애물을 만났을 때 차이가 나타난다. 빛의 파동은 직선으로 지나가지만 소리의 파동은 장애물을 돌아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소리의 파동은 상당히 넓게 회절되기 때문에 심하게 꺾인 길에서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일상적인 물체는 빛의 파장보다 너무 크기 때문에 회절을 관찰할 수 없다. 그러나 충분히 작은 장애물에서는 빛의 파동적 특성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를 찾을 수 있다.   &nbsp;  플랑크의 편법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당시 물리학자들은 빛을 끊어짐 없이 이어져 있는 물(water)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빛을 연속적인 파동으로 생각하니 에너지가 무한대로 나오는 이상한 현상이 생겼다. 플랑크는 빛을 모래알처럼 쪼개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플랑크의 편법은 물리학자들이 연속적인 파동이라고 생각해 왔던 빛을 입자의 경우처럼 물의 연속적인 덩어리의 흐름으로 보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플랑크의 가상적인 진동자는 빛을 불연속적인 밝기 단위의 입자로만 방출할 수 있다. 그 진동자가 바로 양자 물리학의 양자라는 개념이다.   &nbsp;  플랑크가 빛의 양자에 해당하는 광자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플랑크는 빛이 불연속적인 양자의 흐름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누군가가 자신이 사용한 이상한 편법을 쓰지 않고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플랑크의 불연속적인 에너지 계산법을 적용한 결과 주파수가 낮을 때는 고전역학의 비례 그래프를 따르다가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에너지가 무한대로 가지 않고 다시 0으로 떨어지는 완벽한 곡선을 얻게 되었다.   &nbsp;  닐스 보어는 플랑크의 불연속성 개념을 원자 구조에 도입하여 전자가 아무 궤도에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에너지 준위를 가진 궤도에만 존재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광자는 밝기가 아니라 진동수와 관계가 있다. 진동수가 너무 작으면 빛이 아무리 밝아도 전자가 방출되지 않고 진동수가 커지면 아무리 빛이 희미해도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방출된다. 빛의 밝기는 광자의 개수이고 진동수는 광자 하나의 에너지이다. 빛을 불연속적인 입자의 흐름으로 생각해야 했지만 그런 입자들이 여전히 파동과 마찬가지로 진동수를 가지고 있고 간섭 패턴도 만들어냈다.   &nbsp;  아인슈타인, 밀리컨, 콤프턴은 모두 빛의 입자성을 밝혀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루이 드 브로이는 빛과 물질 사이의 대칭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자와 같은 물질적 입자도 파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빛 파동이 입자처럼 행동한다면 입자도 파동처럼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드 브로이는 운동량이 파장에 의해서 결정되는 광자와 마찬가지로 전자와 같은 물질적 입자도 운동량에 의해서 결정되는 파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데이비슨, 거머, 톰슨의 실험에 이어서 과학자들은 모든 아원자 입자들이 파동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nbsp;  입자의 질량이 증가하면 파장은 점점 더 짧아지기 때문에 직접 파동의 효과를 관찰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불확정성 원리는 단순히 측정 자체가 시스템의 상태를 바꾼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양자 불확정성은 양자 물체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나타나는 결과로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근본적인 한계에 해당한다. 불확정성이 측정에 의한 시스템의 상태 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1920~1930년대에 등장했다.   &nbsp;  마당에 있는 토끼의 위치와 운동량을 아주 정확하게 알아내고 싶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토끼의 위치를 더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면 토끼가 달아나버리기 때문에 토끼의 속도가 변한다. 아무리 느리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더라도 언젠가는 토끼가 도망칠 것이다. 결국 토끼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모두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토끼처럼 지각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도망칠 수 없는 전자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전자의 위치를 측정하려면 빛의 광자가 반사되도록 해서 산란된 빛을 현미경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전자를 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   &nbsp;  광자도 운동량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광자가 전자에 의해 반사되면 전자의 운동량도 변한다. 현미경의 렌즈는 어느 정도 범위의 각도에서 광자를 수집하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난 후에는 전자의 운동량이 불확실해진다. 전자가 어느 쪽으로 움직였는지를 정확하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자 이론에서는 위치와 속도에 관한 양들이 처음부터 정의되지 않는다. 불확정성은 측정의 실질적인 한계에 대한 법칙이 아니라 현실의 한계에 대한 법칙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측정하기 전에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의 값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값을 물어보는 것부터가 의미가 없다.(68 페이지)  &nbsp;  양자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 모두가 불확실하다고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파동 함수는 양자역학에서 입자의 위치를 수학적으로 나타낸 식을 의미한다.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지만 이를 제곱하면 위치에서 입자가 발견될 확률을 알게 해준다.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운동량의 불확정성과 위치의 불확정성이 지나치게 크지 않은 하나의 파동 다발을 얻는 것이다. 불확정성 원리의 의미는 단순히 위치와 운동량을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의미에서는 그런 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nbsp;  전자의 파동적 성질을 설명하려면 전자가 행성과 같다는 생각 자체를 포기해야만 한다. 대신 전자가 원자핵 주변을 일종의 구름처럼 흐릿한 모양으로 떠다닌다고 생각해야 한다.(83 페이지) 전자의 위치는 불확실하지만 원자핵 주변으로 한정되어 있고, 운동량도 불확실하지만 전자가 원자핵 주위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범위로 제한된다. 일상적인 대상은 너무 크기 때문에 양자역학적 불확정성을 확인할 수가 없다. 아주 작은 입자가 아주 작은 공간에 갇혀 있어야만 불확정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nbsp;  전자가 언제나 위치와 운동량 모두에 대해 불확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 에너지가 절대 0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전자의 일부이면서도 에너지가 0이 되려면 전자가 움직이지 않고 원자핵에 멈춰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살펴보았듯이 그런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전자를 원자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려면 원자핵에 중심을 둔 폭이 좁은 전자의 파동 다발을 만들어야 하고 그런 다발에는 운동량이 0이 아닌 상태들이 대단히 많이 포함되게 된다. 그래서 수소에서 가장 낮은 에너지를 가진 상태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에너지는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85 페이지)   &nbsp;  영점 에너지는 갇힌 입자가 가질 수 있는 절대적 최소 한계가 된다. 시스템을 아무리 조심스럽게 만들어도 입자는 언제나 움직이고 작은 무작위적 요동 때문에 입자가 움직이는 속도의 크기와 방향은 끊임없이 바뀐다. 영점 에너지는 양자 물리학에서 우리의 직관과 가장 확실하게 어긋나는 아이디어 중 하나로 세상에 완벽하게 정지하고 있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시스템으로부터 모든 에너지를 빼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언제나 약간의 에너지는 남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심지어 텅 빈 공간도 영점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nbsp;  양자 효과에 의한 불확정성은 일반적으로 매우 작아서 현실적으로 거시적 대상은 확실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 과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세상이 얼마나 철저하게 고전 역학적인가 하는 점이다. 양자 물리학에서는 파동처럼 행동하는 입자, 서로 다른 두 곳에 존재하는 대상, 죽어 있으면서 살아 있기도 한 고양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놀라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자는 양자 법칙이 일상적인 강아지와 고양이를 포함한 거시적 세계에서 곧바로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nbsp;  양자역학에서 이론을 지배하고 파동 함수를 계산해주고 행동을 예측해주는 수학적 방정식이 있지만 파동 함수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양자역학의 철학적 문제는 대부분 이론의 해석에 대한 것이다. 파동 함수, 허용 상태, 확률, 측정은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이다. 모든 것은 파동 함수를 가지고 있고 파동 함수는 어디를 살펴 보거나 상관없이 어떤 값을 갖게 된다. 양자론에서는 주어진 대상이 언제나 어떤 상태에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전자는 중간 에너지 상태를 거치지 않고 순간적으로 도약한다. 두 상태 사이의 극적인 변화를 양자 도약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nbsp;  실제로 에너지도 약에 해당하는 상태 변화에는 전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전자는 특정한 파장의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한다. 파동 함수는 확실성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철학적 문제가 끼어든다. 고전 물리학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양자적 무작위적 확률은 매우 난감한 개념이다. 물리학에서는 최후의 나비가 날개짓을 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완전히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실험을 반복하더라도 두 번째 실험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여러 가지 가능한 결과의 확률을 알 수 있을 뿐이다.   &nbsp;  상자를 열어서 두 상자 중 어느 하나에 과자가 들어 있는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과자가 왼쪽 상자와 오른쪽 상자 모두에 들어 있는 것으로 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빛의 편광은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인 중첩, 측정, 확률을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 양자 지우개라는 개념이 있다. 이것을 이해하면 양자 물리학의 핵심적인 요소를 모두 이해하는 셈이라고 한다. 이는 입자의 경로 정보(어디로 갔는지)를 지워서 사라졌던 파동의 간섭무늬를 되살리는 실험장치나 현상을 말한다.   &nbsp;  코펜하겐 해석 진영은 미시적 물리학과 거시적 물리학 사이에 엄격한 경계선을 설정함으로써 중첩과 측정의 문제를 회피해보려고 노력했다. 양자, 전자, 원자, 분자와 같은 미시적 대상은 양자역학의 법칙에 의해서 지배되지만 강아지, 물리학자, 측정 장치와 같은 거시적 대상은 고전 물리학에 의해서 지배된다.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는 절대적으로 구분이 되기 때문에 거시적 대상이 양자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는 절대 볼 수 없다. 양자 측정에는 거시적 측정장치와 미시적 대상의 상호작용이 필요하고 그런 상호작용이 미시적 대상의 상태를 변화시킨다. 그런 상황을 일반적으로 파동 함수가 단 하나의 상태로 붕괴된다고 표현한다.   &nbsp;  유진 위그너는 파동 함수가 붕괴되는 것이 친구가 상자를 열었을 때인지 아니면 자신이 그 결과를 통보 받았을 때인지를 물었다. 역학은 미시적 물체와 그런 물체로 구성된 집단의 성질을 설명하는 데는 훌륭하지만 우리가 보는 세상은 고집스럽고 놀라울 정도로 고전적이다. 미시적 세상과 거시적 세상의 절대적 구분을 고집하는 코펜하겐 방식은 많은 물리학자들에게 문제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코펜하겐 해석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말해주지만 그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는 설명해주지 못했다.   &nbsp;  양자역학의 해석 문제는 미시 세계의 확률적 법칙과 거시 세계의 결정론적 법칙 사이의 극명한 차이를 어떻게 연결하고 설명할 것인가에서부터 시작한다. 코펜하겐 해석에 만족한 물리학자는 거의 없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다중 세계 해석이다. 그들에 의하면 똑같은 사건이 우리가 경험하는 것과는 다른 과정으로 진행되는 무한히 많은 대안 우주가 있다. 파동 함수는 언제나 부드럽고 연속적으로 변화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파동 함수의 어느 한 가지만 경험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가지를 보게 되는지는 확률적으로 결정된다.   &nbsp;  결어긋남은 파동 함수의 서로 다른 가지들이 상호작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코펜하겐 해석이나 다중 세계 해석은 물론이고 다른 해석을 좋아하는지에 상관없이 측정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파동 함수의 물리적 붕괴가 포함되거나 또는 계속 확장되고 진화하는 파동 함수의 여러 가지 중 어느 하나만을 인식하거나 상관없이 측정은 능동적인 과정이다. 상태를 측정하기 전까지 물체는 모든 가능한 상태의 양자적 중첩 상태로 존재하지만 측정을 한 후에는 즉시 하나의 상태로만 관찰된다.(161 페이지)   &nbsp;  본문에는 양자 제논 효과도 나온다. 제논의 역설의 양자적 해석이다. 1990년 콜로라도에 있는 국립 표준기술연구소의 데이브 와인랜드 연구진의 웨인 이타노가 베릴륨 이온을 이용한 실험으로 양자 제논 효과를 분명하게 확인했다. 터널 현상은 담장을 향해 달려가는 강아지의 경우처럼 장애물을 향해서 움직이는 입자가 마치 장애물이 없는 것처럼 장애물을 통과해 버리는,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양자 현상이다. 양자 입자는 물질의 파동적 성질 때문에 고전 물리학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단단한 물체 속으로 파고 들어가거나 지나가 버릴 수 있다. 가장 분명한 에너지의 형태는 움직이는 물체가 가지고 있는 운동 에너지이다.   &nbsp;  일상적인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 에너지는 질량에 속도의 제곱을 곱한 양의 절반에 해당한다. 운동 에너지는 언제나 0보다 큰 값을 가지며 질량이나 속도가 늘어날수록 커진다. 움직이지 않는 물체는 다른 물체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가능성을 퍼텐셜 에너지라고 부른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무거운 물체는 퍼텐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 물체는 움직이지 않지만 지나치게 활동적인 강아지가 테이블에 부딪혀서 바닥으로 떨어지면 운동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183 페이지)   &nbsp;  에너지는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에서 특히 중요하다. 양자 입자는 잘 정의된 위치나 속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전 물리학에서처럼 그런 성질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양자역학에서도 에너지는 보존되기 때문에 에너지를 이용해서 양자 시스템을 설명할 수 있다. 얽힘(entanglement)은 기본적으로 두 물체의 상태 사이의 상관성을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언제나 원인으로부터 결과에 이르는 경로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결정론적 우주관을 철저하게 믿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그는 양자역학에 대해서 심각한 철학적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그는 측정하기 전까지는 양자 입자의 성질이 결정되어 있지 않고 확률적인 값을 가진다는 생각을 매우 불편하게 생각했다.  &nbsp;  1930년대 초가 되면서 아인슈타인은 어쩔 수 없이 불확정성을 인정했지만 여전히 양자 이론을 불편하게 느꼈다. 양자역학은 고전 물리학에서와는 달리 멀리 떨어진 측정들도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에서 비국소적 이론이다. 국소성은 고전 물리학의 핵심이기 때문에 의문을 품을 수 없다. 국소성에 따르면 원인과 결과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 간격이 필요하다. 공간 이동은 비국소적 상관성을 응용하는 가장 널리 알려진 예일 것이다. 사람들은 이름만으로도 수많은 상상을 하게 되어서 순간적으로 물질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스타트랙]과 같은 과학 소설을 떠올리게 된다.  &nbsp;  A에서 출발한 물체가 부드러운 폭음과 함께 사라졌다가 멀리 떨어진 B에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 소설에서 보았던 것과 비교하면 실제 양자 공간 이동은 실망스럽게 보인다. 양자 공간 이동은 물체 자체가 아니라 물체의 양자 상태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더욱이 정보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이동의 속도도 빛보다 느리다. 과학 소설에서 꿈꾸는 공간 이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간 이동의 핵심은 원격 복사라고 할 수 있다. 한 곳에 있는 물체를 다른 곳에 있는 복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는 팩스 장치가 고전 물리학을 이용한 공간 이동의 예가 될 수 있다.   &nbsp;  중간 이동이 가능한 것은 양자 물리학이 비국소적이기 때문이다. 공간 이동 개념은 1993년에 처음 소개되었고 1997년에 안톤 자일링거가 이끄는 인스부르크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증명되었다. 그들은 자외선 레이저에서 나온 광자를 두 개의 적외선 광자로 변환시켜주는 결정을 통과시켜서 얽힌 광자를 만들었다. 각각의 적외선 광자의 에너지는 본래 자외선 광자의 절반이 되었다. 그들은 두 차례에 걸쳐서 레이저를 결정해 통과시킴으로써 모두 4개의 광자를 만들었다. 광자 2와 광자 3의 쌍은 공간 이동에 필요한 얽힌 쌍으로 사용했고 나머지 두 개의 광자 중 하나인 광자 1은 공간 이동이 될 상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편광기를 통과시켰다. 나머지 광자 4는 언제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를 사용했다.   &nbsp;  저자는 물체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굳이 양자 공간 이동을 이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양자 공간 이동은 특정한 상태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준다. 그렇다면 양자 공간 이동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명이 없는 물체를 옮기는 데에는 양자 공간 이동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식이 있는 대상을 옮기는 경우에는 반드시 양자 공간 이동이 필요하다. 의식은 근원적으로 양자역학적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도 있다. 로저 펜로즈는 [황제의 새 마음]에서 그렇게 주장했다.   &nbsp;  그런 주장이 옳다면 사람이나 강아지의 뇌 상태를 제대로 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팩스 장치가 아니라 양자 공간 이동장치가 필요하다. 우리는 사람을 공간 이동시킬 수 있는 단계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양자 공간 이동에 대한 관심은 훨씬 더 작은 물체에 한정되어 있다. 위치와 운동량에 대한 불확정성 외에 에너지와 시간의 불확정성도 있다. 직접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입자인 가상 입자는 심각한 과학 이론에서는 지나치게 환상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런 입자들이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빛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양자 전기 역학 또는 QED라고 부르는 이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nbsp;  가상 입자는 우리가 직접 관찰할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짧은 시간 동안에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러나 가상 입자와의 상호작용이 전자의 상호작용 방식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그런 입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 효과는 아주 작지만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있고 그 결과가 실험 결과와 소수점 아래 14 자리까지 일치한다. 이런 실험은 QED가 옳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뿐 아니라 수십억 달러가 필요한 입자가속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새로운 아원자 입자의 존재를 알아 낼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nbsp;  저자는 양자역학은 마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무리 불가능하고 신기하게 보이더라도 양자역학은 물리학의 일반 원리에 맞는 과학 이론이다. 현상이나 장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양자라는 단어가 공짜로 에너지를 만들어 주거나 메시지를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보내도록 해주지는 않는다. 양자역학의 원리는 우주의 심오한 구조 속에 들어 있다. 양자역학은 그런 법칙을 따를 뿐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그런 법칙이 양자적 특성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양자역학의 여러 가지 예측이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일상적인 통찰과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모든 상식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nbsp;  특히 양자역학은 사실이기에는 너무 그럴듯한 것은 거의 확실히 엉터리라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상식 법칙을 넘어서지 않는다. 양자 물리학에 따르면 영점 에너지는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는 경우에도 존재하는 에너지다. 운동 에너지를 최소값으로 만들고 퍼텐셜 에너지를 증가시킬 수 있는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모두 제거해 버림으로써 양자 시스템으로부터 추출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꺼내더라도 여전히 시스템에는 잔류 에너지가 남는다.   &nbsp;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와 마찬가지로 영점 에너지는 물질의 기본적인 파동적 성질에서 비롯되는 결과이다. 우리가 불확정성에 의한 한계를 넘어설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점 에너지를 이용해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없다. 영점 에너지를 이용하려는 시도는 광자의 절반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요구는 의미가 없다. 양자 자유 에너지에서 주로 언급되는 또 다른 요소는 진공 에너지다. 이것은 QED에 따르면 반드시 존재하는 가상 입자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빈 공간의 영점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영점 에너지 주장의 변종이다.   &nbsp;  양자역학을 잘못 이용하는 또 다른 주요 분야가 대체의학이다. 서점과 인터넷은 양자역학이 건강과 부와 장수의 열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런 주장에서 가장 흔하게 활용되는 것이 바로 양자 측정이다. 사기꾼들은 양자 이론에서 측정하기 전까지는 상태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래서 자신이 건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열쇠라고 주장한다. 그런 식이라면 스스로에게 양자 제논 효과 실험을 반복하면 영원히 사는 것도 가능해진다. 자신이 언제나 건강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그런 양자 측정이 몸이 병들지 않도록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nbsp;  저자는 양자 효과는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연구대상이 커질수록 확인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양자 중첩 상태가 확인된 가장 큰 물체는 수십억 개의 전자가 모인 경우이고, 양자 제논 효과는 하나의 입자에서만 확인되었다. 양자역학은 이상하지만 훌륭한 이론이고 흥미로운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대부분의 현대 기술은 어떤 식으로든지 양자역학에 의존한다.   &nbsp;  현대 전자 장치와 컴퓨터 칩은 양자역학에 의해 작동하고 현대 통신에 사용하는 레이저나 LED와 같은 공학 장치도 기본적으로 양자 장치이다. 놀라운 사실은 양자역학이 기적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의 예측이 일상적인 통찰과 어긋나기는 하지만 이론 그 자체가 상식을 완전히 넘어서는 것은 아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결과를 약속하는 사람은 거짓을 말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 있다.   &nbsp;    &nbsp;    &nbsp;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458/81/cover150/k21203971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4588186</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암석, 대기, 바다, 얼음, 생명체의 상호작용을 논한 책 - [찻잔 속 물리학 - 런던 대학교 물리학 교수가 들려주는 일상 속 과학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79049</link><pubDate>Tue, 07 Jul 2026 18: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7904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42532522&TPaperId=173790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3919/56/coveroff/k04253252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42532522&TPaperId=1737904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찻잔 속 물리학 - 런던 대학교 물리학 교수가 들려주는 일상 속 과학 이야기</a><br/>헬렌 체르스키, 하인해 / 북라이프 / 2018년 03월<br/></td></tr></table><br/>물리학자이자 해양학자인 헬렌 체르스키의 책이다. 헬렌 체르스키는 자연과 사물을 설명할 때 '기계(Machine)'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저자가 대상을 기계로 표현하는 이유는 물리학자이자 해양과학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체르스키는 바다나 인체를 단순한 물질의 덩어리가 아니라, 태양에너지나 영양소를 받아 전 지구적·생명체적 규모로 순환시키는 동적인 독립 시스템으로 바라본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바다의 해류와 밀도 변화, 인체의 세포와 근육 움직임이 모두 정교한 물리학적 규칙에 의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다.  &nbsp;  저자는 물리학은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도구가 되며 관심 있는 현상들을 설명해주기에 물리학을 공부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물리학의 몇 가지 기본 원리를 알면 세상은 장난감 상자가 된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물리학은 동일한 패턴이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멋지다. 과학은 사실은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사물을 이해하는 논리적 과정이다. 저자는 말한다. 과학의 핵심은 가능한 한 모든 증거를 검토해 스스로 실험한 후 자신만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nbsp;  저자는 자신은 해수면의 물리 현상을 연구한다고 말한다. 실험주의자라 바다에 나가 하늘과 바다의 복잡하고 아름다운 경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것이 자신이 하는 일의 일부라고 말한다.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1687년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두 물체 사이의 중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규칙을 토대로 지구의 각 부분이 서로 당기는 힘을 합하면 옆으로 작용하는 힘은 상쇄되어 결과적으로 지구 중심을 향해 아래로 작용하는 힘만 남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nbsp;  저자는 지구의 거대한 엔진인 바다는 다른 모든 것처럼 중력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한다. 바닷물이 담긴 그릇을 계속 젓는 것은 열과 염분이다. 이들이 중요한 이유는 밀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밀도가 다른 각 부분의 유체는 중력 싸움에 적응하기 위해 유동한다. 바다의 염도는 모든 곳에서 균일하지 않다. 약 3.1%에서 3.8% 사이로 차이가 큰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문제다. 탄산음료에 설탕을 넣으면 밀도가 높아지듯 바닷물은 다량의 소금 때문에 담수보다 밀도가 높다. 뜨거운 물이 따뜻한 물보다 밀도가 높다.  &nbsp;  바다의 온도는 극지방에서는 섭씨 0도까지 내려가고 적도 부근에서는 섭씨 30도에 이른다. 따라서 차갑고 염도가 높은 물은 가라앉고 따뜻하고 염도가 낮은 물은 떠오른다. 물은 이 같이 단순한 원칙에 따라 지구 위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한 방울의 바닷물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까지는 수천 년이 걸린다. 북대서양에서 바닷물은 바람에 열을 빼앗겨 온도가 내려간다. 해수면이 얼어 생긴 얼음은 주로 물로 이루어지고 소금은 바닷물에 남는다. 이 과정에서 바닷물은 온도가 더욱 내려가고 염도와 밀도는 높아져 중력의 법칙에 따라 해저 바닥을 향해 밑으로 가라앉아 밀도가 낮은 물을 밀어낸다. 이후 해저 바닥을 천천히 유영하다가 강물처럼 협곡을 흐르고 산등성이에 부딪히기도 한다.   &nbsp;  북대서양에서 출발한 바닷물은 해저에서 1초에 몇 센티미터씩 남쪽으로 흐르고 약 1000년 뒤 첫 장애물인 남극대륙에 도달한다. 그리고 대륙 때문에 남쪽으로 이동하는 길이 막히면서 동쪽으로 움직이다가 남극해를 만난다. 지구 바닥의 거대한 해양 교차로인 남극해는 남극대륙을 감싸고 돌면서 대서양 하단, 인도양, 태평양과 결합해 모든 바닷물을 연결한다. 북대서양에서 출발해 천천히 흐르던 엄청난 양의 바닷물은 남극대륙 주변을 돌다가 다시 북으로 이동해 인도양이나 태평양으로 향한다. 약 1600년 동안 한 줄기의 햇살도 받은 적 없던 물이 주변의 물과 점차 섞여 밀도가 내려가면 해수면으로 떠오른다. 그곳에서 빗물, 강물, 얼음이 녹은 물로 염분이 희석되고 바람이 일으킨 해류에 밀려 다시 북대서양에 돌아오는 여정은 재개되고 반복된다. 이를 열염분 순환이라고 부르며 이 같이 바닷 물이 역전되는 현상을 해양 컨베이어 벨트라고 한다.   &nbsp;  지구의 기상 패턴 뒤에는 열-염분 순환이라는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극단적 기상 상황을 잠재우는 안정적 열 저장고 위에서 변덕스럽고 얇은 대기층이 움직인다. 바람이 일으키는 해수면의 표층 해류는 몇 세기 동안 탐험가와 상인을 실어 날랐다. 그런데 해양의 컨베이어 시스템은 탐험가와 상인 만큼 인류 문명에 중요한 요소인 열을 이동시킨다. 모든 관심은 대기가 받지만 배후 세력은 바다다. 지구본이나 지구의 위성 사진을 볼 기회가 있다면 바다를 그저 대륙 사이를 메우는 파란 공간으로만 생각하지 말자. 천천히 움직이는 거대한 해류를 이끄는 중력을 상상하면서 파란 부분이 지구의 가장 큰 엔진임을 기억하자.(93 페이지)   &nbsp;  케첩은 특이하게도 천천히 밀면 거의 고체처럼 움직인다. 하지만 빠르게 힘을 가해 움직이면 액체처럼 쉽게 흐른다. 케첩이 병 바닥이나 포테이토칩 위에 있다면 가해지는 힘은 약한 중력 뿐이므로 고체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세게 흔들어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액체처럼 매우 빠르게 이동한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빠르게 하는지 느리게 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점액은 당단백질이라고 부르는 아주 긴 분자들이 섞인 젤(gel)이다. 젤은 가만히 있을 때는 사슬 사이에 화학적 연결고리들이 생성되어 고체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세게 밀면 바로 고리들이 끊어지면서 스파게티 면 가닥처럼 긴 분자들이 풀어진다. 그대로 몇 초가 지나면 다시 고리들이 생기며 젤이 된다.   &nbsp;  흘러내리지 않는 페인트 역시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페인트는 가만히 있으면 걸쭉하고 찐득하다. 하지만 붓으로 누르면 점성이 떨어져 벽에 얇게 펴 바를 수 있다. 그리고 붓을 떼면 바로 점성이 높아져 마르기 전까지 벽에서 흘러내리지 않는다.  &nbsp;  빗방울이 바위 위로 떨어지면 시간 척도는 달라진다. 빗방울이 떨어진 바위는 화강암이다. 인간의 기억에서 움직이거나 변한 적이 없다. 하지만 4억 년 전 남반구에 거대한 화산 분출이 있었고 아래에서 나온 마그마가 화산암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이후 수천 년 동안 마그마가 식으면서 서서히 여러 모양의 결정으로 분리되고 단단한 화강암이 되었다. 시간이 더 흘러 커다란 돌덩이는 빙하기를 거치면서 쪼개지고 식물과 얼음에 의해 깎이고 비에 침식되었다. 그러다가 화산활동이 뜸해지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폭발로 화산활동이 끝난 후 대륙의 일부였던 암석이 북쪽으로 이동해 왔다. 지구가, 지표면에 잘 맞지 않는 퍼즐 조각처럼 이리저리 끼워 맞추는 동안 여러 종과 지질학적 시대가 출현했다가 사라졌다.   &nbsp;  거대한 화산이 폭발한 후 지구가 살아오는 시간 중 10분의 1 만큼의 기간이 지난 지금 화산이 남긴 것은 폭발 후 밖으로 튀어나온 내장의 잔해다. 그 잔해 중 하나가 영국 제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1345미터의 벤 네비스 산이다.   &nbsp;  최근 과학자들은 생명이 약 37억 년 전 심해 열수 분출구에서 시작되었다고 추측한다. 분출구 안은 따뜻한 알칼리성 물이었다. 바깥은 약산성의 차가운 바닷물이었다. 분출구 표면에서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이 섞이면서 평형이 이루어졌다. 초기 생명체는 평형으로 가는 경로 가운데서 수문 역할을 하다가 탄생했다고 여겨진다. 평형 상태로 가는 흐름은 방향을 틀어 최초의 생체 분자들을 만들었다. 최초의 수문은 성벽 즉 생명이 있는 안과 생명이 없는 밖을 구별하는 세포막으로 진화했다. 최초의 세포는 평형 상태로 가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 남았고 평형 상태를 피해야만 정교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세계로 가는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nbsp;  우주의 다른 세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주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항성과 행성의 수는 아주 많기 때문에 생명체가 출현하기 위한 조건이 아무리 까다롭더라도 어디선가는 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우주 생명체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우리에게 전파 신호를 보낼 가능성은 낮다.   &nbsp;  무엇보다도 우주는 엄청나게 광활해서 전파 신호를 개발한 문명은 우리에게 보낸 신호가 도달하기 한참 전에 멸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생명체가 전혀 의도치 않게 우주로 신호로 보낼 수는 있다. 하와이에 있는 마우나케아 산 정상의 산등성이 위에 한 쌍의 망원경 돔이 나란히 있다. 돔은 처음 봤을 때 우주를 쏘아보는 거대한 개구리의 눈 같다고 생각했다. 이곳의 이름은 켁 천문대로 태양계 밖 생명체를 최초로 발견할 거대한 눈동자가 있다.   &nbsp;  물의 신기한 동결 현상은 꽁꽁 언 북극해에서 가장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노르웨이 최북단에 있는 해변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북극해가 보인다. 얼음이 없는 여름 동안 24시간 내내 끊이지 않는 햇빛은 작은 해양 식물로 조성된 이동하는 거대한 숲에 영향을 공급하고 물고기, 고래, 바다 표범이 이곳에서 배를 채운다. 여름이 끝나가면 빛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한여름에도 섭씨 6도에 불과했던 해수면 온도는 더욱 낮아진다. 서로 미끄러지듯 지나다니던 물 분자의 속도도 느려진다.   &nbsp;  이곳의 물은 염도가 높아 영하 1.8도까지 액체 상태로 머물 수 있지만 맑은 날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 얼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얼음 쪼가리가 물 위로 떠오르고 가장 느린 물 분자들이 얼음에 부딪히면서 그대로 달라붙는다. 하지만 아무 곳에나 달라붙을 수는 없다. 분자는 얼음에 부딪혀 결합할 때 다른 분자의 위치에 따라 정해진 위치에 자리를 잡는다. 분자들이 서로 부딪히며 움직이던 구조는 규칙적인 육각형 격자로 배열되는 결정 형태로 바뀐다. 온도가 떨어질수록 얼음 결정은 커진다.    &nbsp;  얼음 결정이 독특한 이유는 엄격하게 정렬된 분자들이 따뜻한 온도에서 돌아다닐 때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물질은 분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때보다 규칙적인 격자 형태로 정렬될 때 간격이 좁다. 하지만 물은 그렇지 않다. 결정체는 크기가 커지면서 주변 물보다 밀도가 낮아져 위로 떠오른다. 물은 얼면서 부피가 커진다. 그렇지 않다면 얼음은 가라앉아 극지방의 바다는 지금과 매우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온도가 떨어질수록 얼음은 커지고 바다 위를 덮은 단단하고 하얀 부분은 늘어난다.   &nbsp;  전자는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게 춤춘다. 전자의 춤이 만든 화면을 보기 위해서는 수많은 작은 부품들이 정확한 시간에 정확하게 작동해야 한다. 따라서 초기 텔레비전에는 다이얼과 단추가 많았고 텔레비전 주인들은 이를 조작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nbsp;  나침반의 주요 목적은 길을 찾는 것이다. 둥근 지구의 표면 위에서 길을 찾는 일은 언제나 어렵지만 수 세기 동안 탐험가들은 지구의 자기장을 믿고 의지했다. 지구는 자북극과 자 남극이 있어 누구라도 나침반을 이용해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자성은 단순하고 저렴하며 결코 닳지 않는 훌륭한 항해 도구다. 하지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첫 번째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로 지구의 자극은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극은 이동할 뿐 아니라 이동거리가 엄청나게 길 수 있다.   &nbsp;  우리 발 아래 깊은 곳에 있는 외핵은 철이 풍부하고 천천히 회전하고 있다. 열은 지구 중심에서 지표면으로 옮겨가고 지구가 회전하면서 용해된 암석 또한 회전한다. 느리게 움직이는 외핵에 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전기 전도체 역할을 하고 따라서 토스터의 전자석처럼 행동할 수 있다. 외핵이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전류가 지구의 자성을 생성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은 용해 된 암석이 느리게 이동하며 일어난다.    &nbsp;  시간이 흐르면서 암석의 움직임이 변하기 때문에 자극들이 이동한다. 철 함유량이 높은 외핵 암석은 지구 전체가 회전하면서 같이 회전하기 때문에 자극은 지구의 자전축을 따라 대략 정렬되지만 대략 일 뿐이다. 따라서 정확한 방향으로 항해를 해야 한다면 자북극과 진북은 동일하지 않으므로 현재 자북과 진북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지도는 자북극과 진북 모두 알려준다.   &nbsp;  저자는 우리 몸은 다양한 종류의 원자로 구성되지만 원자들이 배열되는 방식 때문에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직접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줄 도구를 만드는 데 능숙한 전문가다. 우리는 손 안에 끓는 물을 담을 수 없지만 강철로 된 주전자는 할 수 있다.   &nbsp;  우리는 밀봉된 용기가 아니므로 말린 잎을 보관할 수 없지만 유리병이 대신 해줄 수 있다. 우리는 집게발이나 껍데기, 상아가 없지만 칼과 옷, 통조림 따개를 만들 수 있다. 세라믹 컵 덕분에 연약하고 민감한 우리 손가락에 열에너지를 전달하지 않고 뜨거운 음료를 담을 수 있다. 금속, 플라스틱, 유리, 세라믹은 나무, 종이, 가죽같이 생물학적 물질과 함께 인간의 대리인 역할을 한다.(338 페이지)   &nbsp;  우주의 모든 물질은 수소, 탄소, 산소 등 동일한 기본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연필심(흑연)과 다이아몬드가 완전히 다른 성질을 갖는 것처럼, 원자가 '어떻게 배열되느냐'에 따라 그 물질이 할 수 있는 일과 성질이 완전히 결정된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의 종류는 사실 지구상의 흙이나 돌, 또는 다른 동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인간이라는 형태로 원자들이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걸어 다니고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그 배열의 규칙(뼈의 강도, 근육의 수축 한계, 신경 전달 속도)을 벗어나는 일(예: 날개 없이 하늘을 날거나, 벽을 통과하는 일)은 절대 할 수 없다.   &nbsp;  밖으로 나가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 너머로 세상을 볼 수 있다. 지구 시스템의 다섯 가지 구성요소인 암석, 대기, 바다, 얼음, 생명체는 서로 상호작용한다. 구성요소마다 고유의 리듬과 역학이 있지만 지구가 다양성을 갖는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춤이 구성 요소들을 연결하기 때문이다. 구성 요소들은 모두 같은 힘에 이끌리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비슷한 현상들이 발견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들로 이루어진 하늘의 공기는 부력에 따라 이동한다.   &nbsp;  우리가 나온 건물의 난방에 의해 온도가 올라간 공기는 주변 공기보다 밀도가 낮아 위로 떠오른다. 따뜻한 지면에서 올라온 공기 기둥은 수 킬로미터에 이르고 1km를 오르는데 약 5분이 걸린다. 차갑고 밀도가 높은 공기는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아래에서 흐른다. 이러한 대류의 패턴은 우리가 보고 있는 풍경 전반에 걸쳐 있다. 공기는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깊은 바다의 표면을 바라보면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력이 존재한다.   &nbsp;  물은 1번에 한 알갱이씩 깎여나가므로 자갈들은 수백만 번의 무작위적인 충돌로 지금의 모양을 갖춘 것이다. 아주 작은 알갱이를 깎는 것은 1/1000초면 충분하지만 자갈은 수년 동안 서서히 마모된 후에야 반질반질해진다. 지질 연대에서 해변은 일시적이다. 새로 공급되는 자갈과 모래의 양이 바다로 씻겨 사라지는 양보다 클 때만 유지될 수 있다. 앞으로 수개월 그리고 수년 동안 모래는 바다의 움직임에 따라 바다로 들어갔다가 해변으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가 해변의 조수를 사랑하는 이유는 모래가 하루에 두 번씩 밀물과 썰물에 의해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nbsp;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찻잔 안에서 폭풍이 보인다는 말이다. 자연의 원리를 꿰뚫어 보는 과학의 힘을 상상하게 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3919/56/cover150/k04253252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9195691</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생화학적 협력의 춤으로 모든 존재의 탄생, 사랑, 질병, 죽음 등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단백질 이야기 - [춤추는 단백질 - 탄생, 사랑, 변신, 그리고 죽음을 순환하는 생명의 과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73641</link><pubDate>Sat, 04 Jul 2026 18: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7364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5968267&TPaperId=1737364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96/27/coveroff/896596826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5968267&TPaperId=1737364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춤추는 단백질 - 탄생, 사랑, 변신, 그리고 죽음을 순환하는 생명의 과학</a><br/>샤히르 S. 리즈크.매기 M. 핑크 지음, 홍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샤히르 리즈크, 매기 핑크의 [춤추는 단백질]의 원제는 [The Color of North]다. 눈 속에 있는 크립토크롬이라는 단백질 덕분에 방향을 색으로 인지하고 북쪽으로 날아가는 새들을 염두에 둔 제목이다. 단백질은 생명을 유지하는 일을 한다. 물고기와 개구리가 한겨울 혹독한 추위에서 얼어 죽지 않는 것은 혈액 속 얼음 결정의 성장을 막아주는 단백질이 있기 때문이다. 박테리아가 끓는 물 속에서, 심해 열수구의 극한 압력 속에서도 번성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단백질은 식물과 박테리아에게 기억하는 능력을 부여한다. 인류는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단백질을 직접 설계하고 있다.   &nbsp;  저자는 단백질의 구조를 해독하는 일은 몹시 어렵지만 모든 단백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비밀은 그 고유한 구조에 달려 있기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DNA는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설명서다. 일어나야 할 때와 잠자리에 들어야 할 때를 알려주는 것도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말 그대로 우리 주변 환경을 해석해주는 존재다. 간세포와 뇌세포의 차이는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어떤 유전자를 읽느냐에 달려 있다. 비유하자면 모든 세포는 같은 악보를 가지고 있지만 각자 자신에게 맞는 악기만 골라 연주한다. 그래서 세포 안의 DNA는 그 세포가 누구의 것인지를 알려주고 세포가 실제로 만들어내는 단백질은 그 세포가 어떤 세포인지를 알려준다.  &nbsp;  각 세포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DNA가 대본이라면 단백질은 그 이야기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주인공이다. 그러나 단백질이 DNA로부터 직접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과정에는 중간 단계가 있다. 이때 DNA에 담긴 유전자의 정보를 읽어 단백질을 만드는 언어로 옮겨주는 매개분자인 RNA가 등장한다. RNA는 DNA의 지시를 받아 단백질의 구성 단위들을 정해진 순서대로 하나씩 이어 붙인다. 마치 요리사가 레시피를 보고 재료를 순서대로 넣어 요리를 완성하는 것처럼. 이렇게 DNA에서 RNA를 거쳐 단백질로 이어지는 흐름을 생물학의 중심 원리(central dogma)라고 한다.   &nbsp;  설계도(DNA)가 있고 그것을 읽는 컴퓨터(RNA)가 있고 실제로 일하는 일꾼(단백질)이 있는 셈이다. 단백질의 종류는 다양하다. 많은 단백질이 진화를 거치고도 거의 변하지 않은 채 남아 있지만 일부 단백질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특성을 발전시켜왔다. 박테리아가 원자로 내부의 강한 방사선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해수면에서 수 킬로미터 아래 심해 열수구 근처의 엄청난 압력과 고온에서 미생물이 버틸 수 있는 것도 모두 단백질 덕분이다. 철새가 수천 km를 날아가면서도 길을 잃지 않는 것은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는 단백질이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nbsp;  겨울 가자미의 세포는 결빙 방지 단백질(antifreeze protein) 덕분에 영하의 물속에서도 손상되지 않는다. 인간은 특유의 독창성을 발휘해 추위와 싸울 우리만의 방법을 개발했다. 우리 조상들은 중앙난방이 생기기 훨씬 이전에 짐승 가족으로 만든 옷을 발명해 유라시아의 가장 추운 지역으로 과감히 나아갔다. 또한 모든 기술 중에서 가장 독특한 기술인 불을 다루는 능력을 터득해 원래라면 사람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번성할 수 있었다. 불을 피우거나 중앙난방을 발명할 능력이 없는 다른 생물들은 저마다 추위에 대처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겨울잠을 자거나 두꺼운 지방층을 축적하거나 결빙 방지 단백질을 이용해 얼음 결정으로 인한 손상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nbsp;  개구리는 빙핵형성 단백질(ice nucleating protein)의 도움을 받아 이 문제를 해결한다. 가자미나 딱정벌레의 결빙 방지 단백질이 얼음 결정이 자라는 것을 막는 것과는 반대로 개구리의 빙핵형성 단백질은 오히려 결빙을 촉진한다. 단 얼음이 마구잡이로 자라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세포 바깥쪽을 향해서만 얼음 결정이 자라도록 유도해 각 세포를 얼음 껍질로 감싼다. 덕분에 세포 안의 내용물은 길고 혹독한 겨울 내내 안전하게 보존된다. 물론 단백질만으로는 부족하다. 개구리에게는 또 다른 핵심 분자인 포도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포도당 농도가 올라가면 세포 내부를 메이플 시럽처럼 걸쭉하게 만들어 세포 안의 물이 어는 온도를 크게 낮춘다.   &nbsp;  세포 밖에서는 빙핵형성 단백질이 세포를 얼음 껍질로 감싸고, 세포 안에서는 포도당이 내용물을 지킨다. 이 둘의 협력으로 개구리의 몸 전체는 얼어붙지만 세포는 살아 있는 상태로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구조 단백질은 대부분 물로 이루어진 세포가 흐물흐물해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화학이라는 언어로 소통하는 단백질들이 하나의 단위로 기능하는 생화학적 춤을 말한다. 인간이 거미줄과 누에실을 원래 용도와 전혀 다른 목적으로 활용해 온 것처럼 생명체들도 오랜 진화 과정에서 이미 가진 단백질을 새로운 용도에 맞게 바꿔왔다. "새로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있던 것이 쓰임을 바꿀 뿐이다."(73 페이지) 자연은 새로운 것을 처음부터 만들기보다 이미 가진 구조를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는 데 능숙하다.(77 페이지)   &nbsp;  레이우엔훅이 현미경 아래에서 관찰한 극미동물들을 춤추게 했던 단백질이 인간의 세포골격을 이루는 단백질과 많은 특성과 구조를 공유한다. 저자는 단백질은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주변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깊이 관여한다고 말한다.(81 페이지) 저자는 망막의 광수용체 세포에서 발견되는 빛에 민감한 단백질 그룹인 옵신(opsin)에 대해 말한다. 옵신은 빛에 의해 활성화될 때마다 비틀리고 굽어지며 뒤틀려 주변의 다른 단백질들과 부딪힌다. 이런 비틀림은 연속적이고 정교한 분자들의 춤으로 이어진다.(89 페이지)   &nbsp;  인간이 가진 옵신의 수는 셋이다. 많은 생명체가 세 가지 이상의 옵신을 가지고 있다. 갯가재는 12개의 옵신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빨간, 파란, 초록에 각기 반응하는 옵신이 서로 다르게 반응하여 수천만 가지의 색을 인식하게 된다. 우리가 암석의 색을 인지하는 원리는 우리 눈의 망막에 있는 세 가지 옵신이 흡수하는 빛의 조합에 의해 결정된다. 암석 자체의 색은 그 안에 포함된 광물 성분과 화학 원소에 의해 물리적으로 결정되지만 우리가 그것을 녹색 암석, 붉은색 암석으로 구분하여 보는 것은 세 가지 옵신의 메커니즘에 의해서다. 즉 지질학적 성분과 생물학적 시각 시스템의 합작품이다.   &nbsp;  크립토크롬은 옵신보다 오래전부터 빛을 감지해온 단백질이다. 크립토크롬은 탄소, 산소, 수소, 질소처럼 자성(磁性)을 띠지 않는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어 자석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런데 각 원소 안에는 아주 작은 전자들이 있다. 전자는 보통 둘씩 쌍을 이룬다. 이들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정렬되어 자기적 성질을 상쇄한다. 그런데 햇빛이 새의 눈으로 들어가 크립토크롬에 닿으면 빛 에너지가, 쌍을 이루고 있는 전자 하나를 떼어낸다. 바로 이 홀로 남겨진 전자가 나침반 바늘처럼 지구 자기장에 맞추어 정렬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방향 정보가 울새에게 북쪽이 어디인지 알려준다.(122 페이지) 크립토크롬이 전자 쌍을 갈라놓는 순간 새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북쪽이라는 독특한 색을 하늘에서 본다.   &nbsp;  인간도 크립토크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DNA 복구 기능은 사라졌고 빛에 반응해 수면과 각성주기를 조절하는 기능은 가능하다. 식물도 크립토크롬을 이용해 빛을 감지해 그 방향으로 자란다. 세 종류의 옵신만으로 수천만 가지의 색을 볼 수 있듯 다섯 가지 미각 수용체로 거의 무한에 가까운 풍미의 조합을 만들어낸다.(104 페이지) 냄새를 맡는 데는 훨씬 많은 수용체가 필요하다. 1000 가지 중 제 기능을 하는 것은 400 가지다. 우리는 1조 가지의 냄새를 식별할 수 있다.   &nbsp;  생명체가 육지로 진출하기 전 원시 바다에서 살아 남으려면 물속에서 냄새 맡는 능력이 필요했다. 최근 실험에 따르면 신생아는 태아 시절이나 모유 수유 시절 엄마가 섭취한 음식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진화적 이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엄마가 먹었던 음식은 안전하다는 가장 초기의 기억에 바탕한 이끌림이라 할 수 있다. 시각이 완전히 발달하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는 엄마의 냄새로 엄마를 알아본다. 후각은 원초적이다. 공기 중에 떠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분자들을 포착하는 일은 쉽지 않다. 후각 수용체가 극도로 민감해야 하는 이유다.   &nbsp;  수용체는 우리가 같은 세상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창문이지만 이를 사용하는 방식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감각 수용체를 이루는 유전자 구성에 아주 작은 변화만 있어도 음식에 대한 선호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시각, 후각, 미각은 저마다 다른 감각이지만 세 감각은 서로 다른 색깔로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함께 빚어낸다. 분자 수준에서 보면 이 세 감각은 동일한 기본 원리를 공유한다. 실제로 옵신, 후각 수용체, 미각 수용체 대부분은 하나의 단백질 계열에 속하며 특유의 바구니 모양 구조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nbsp;  고통, 기쁨, 두려움, 불안, 우울, 황홀감, 후회, 심지어 사랑까지 이 모든 감정은 단 하나의 수용체가 아니라 수천 종의 단백질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산물이다.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 단백질이 있다.(118 페이지) 잠을 자는 동안에도 수용체들은 쉬지 않는다. 이들이 서로 협력한 덕분에 우리는 꿈속에서도 보고 냄새 맡고 걷고 말할 수 있다. 근육은 가만히 있는데 꿈속에서 뛰어다닐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뇌와 몸 사이의 연결이 일시적으로 끊어져 있는 덕분에 꿈속에서 아무리 격렬하게 움직여도 실제로 다치지 않는다.   &nbsp;  GPCR은 미각, 시각, 후각을 통해 세상을 감지하는 능력의 중심에 있으며 우리 몸의 서로 다른 부분 사이의 소통에서도 빠질 수 없는 역할을 한다. 냄새와 맛, 호르몬, 약물로부터 정밀한 화학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하나의 감각, 감정 혹은 기억으로 번역해낸다. 결국 세상 속에서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감각을 형성하는 것도 이 작은 단백질들이다.(120 페이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는 우리가 갖추지 못한 모든 동물들의 놀라운 감각은 분자 수준에서 단백질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nbsp;  저자는 진화는 더 우수한 것을 향한 발전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방향으로 일어나는 느린 변화라 말한다.(124 페이지) 라이너스 폴링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여 현대 분자생물학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다른 화학자들이 분자를 이해하려면 양자 물리학의 복잡한 수학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자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파동 함수를 다루는 방식으로만 분자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폴링은 달랐다. 그는 형태에 주목했다. 원자들이 저마다 고유한 크기와 결합 각도를 가진 퍼즐 조각처럼 서로 맞물려 분자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다.   &nbsp;  자물쇠와 열쇠처럼 딱 맞는 형태의 원자끼리만 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른 화학자들은 건축자재(원자) 하나하나의 미세한 진동과 물리적 성질을 수학적으로 완벽히 계산하느라 건물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면 폴링은 블록(원자)의 크기와 결합 각도를 확인한 뒤 레고 블록을 맞추듯 직접 손으로 조립해가며 전체적인 빌딩(단백질 구조)의 형태를 완성한 것이다. 폴링은 원소마다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nbsp;  1950년대 후반 DNA의 언어가 어떻게 단백질의 언어로 번역되는지를 밝히는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가 확립되었다. 이로써 DNA는 생명의 설계도, 단백질은 설계도에 따라 일을 하는 완성품이라는 관점이 자리잡았다. 유전자는 DNA 언어로 쓰인 연속된 글자들이다. 유전자로 번역되면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글자들이 정확한 순서로 길게 이어진 사슬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온갖 일을 한다.(137 페이지) 수소 결합 하나하나는 약하지만 아미노산 서열의 반복적인 패턴 때문에 수많은 수소 결합이 한꺼번에 형성된다.   &nbsp;  이 결합들은 핵심 구조를 안정적으로 붙들어 두면서도 단백질이 기능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유연하게 구부러지고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수많은 단백질을 이루는 두 구조 중 알파 나선은 건물의 기둥이나 대들보, 베타 시트는 벽, 천장, 바닥에 해당한다. 이 두 구조를 조합하면 강도와 유연성을 갖추면서도 거의 무한에 가까운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알파 나선과 베타 시트는 단백질이 접히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대표적인 단백질의 2차 구조다. 단백질은 크고 복잡한 분자다.   &nbsp;  제인 리처드슨이 리본 다이어그램을 고안해 단백질 구조를 시각화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 리본 다이어그램에서 알파 나선은 비틀린 리본으로, 베타 시트는 나란히 놓인 평평한 화살표로 표현된다.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서로 다른 이유는 결국 단백질에 있다. 살아 있는 모든 세포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서열과 조성(造成)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변화들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생명의 다양성을 만들어낸 것이다.(159 페이지)   &nbsp;  단백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매일 단백질을 접한다. 콩, 우유, 고기처럼 우리가 먹는 많은 음식에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뒤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로 다시 만들어진다. 효소는 아미노산이 고유한 순서로 연결되어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로 접힌 단백질이다. 효소가 다른 단백질과 다른 점은 화학반응을 직접 일으킨다는 점이다. 효소는 반응 속도를 엄청나게 높여 생명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효소 자신은 변하지 않는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체 분자가 효소의 손을 거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nbsp;  그레첸 앤더슨은 효소를 불씨에 비유했다. 저자는 그레첸 앤더슨을 효소 같은 사람에 비유했다. 당신을 알아보고, 당신 안의 잠재력을 알아채고 당신을 끌어당겨 안으로 품고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때로는 당신을 뒤틀고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준비가 되면 손을 놓는다. 변화하고 재구성된 새로운 당신을 세상으로 내보낸다.   &nbsp;  식물의 자외선 차단제 역할을 하던 페닐프로파노이드가 효소의 작용에 의해 리그닌이 되었다. 이 리그닌 덕분에 나무가 높이 자랐고 그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더욱 많이 흡수하게 된 만큼 산소가 많이 배출되어 데본기가 막을 내리고 석탄기가 시작되었다. 산소가 풍부해진 지구에서 생명은 폭발적으로 번성했다. 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나무에서 목질을 만드는 한 줌의 효소였다.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등장하기까지 약 6000만년이 걸렸다.   &nbsp;  저자는 인간이 무수히 버리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들을 연구하는 최신 이슈를 전한다. 효소는 귀중한 영양분을 순환시키는 자연의 방식이고 그렇게 돌아간 영양분은 다른 생명체로 흡수된다.(198 페이지) 흥미롭게도 루시페린은 먹이사슬을 타고 퍼져나간다. 이 덕분에 바다의 수많은 생물이 빛을 낼 수 있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바다는 하나의 거대한 발광(發光) 네트워크다. 혈액응고 인자가 너무 늦게 활성화되면 출혈이 멈추지 않고 너무 일찍 활성화되면 혈전이 생긴다. 활성화와 억제의 정밀한 균형 위에서 우리 몸은 매 순간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nbsp;  에쿼린은 발광 해파리에서 발견되는 칼슘 결합 발광 단백질이다. 루시페린과 대비된다. 단백질은 생명체를 만들고 생명의 반응을 촉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죽음의 도구로도 진화해왔다.(268 페이지) 가장 위험한 독소가 반드시 동물에게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식물 역시 포식자를 막기 위해 단백질 독소를 진화시켜왔다.(277 페이지) 독은 용량에 달려있다. 인슐린조차 과다 투여되면 치명적이다.(282 페이지) 방울뱀의 인테그릴린은 혈전 위험이 높은 환자의 항응고제로 사용된다. 먹이감의 피를 멈추지 않게 하던 단백질이 이제는 혈전으로 인한 죽음을 막는 약이 된 것이다.   &nbsp;  뒷마당 흙 속에 사는 박테리아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소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수수께끼다. 어쩌면 그것이 진화의 본모습인지도 모른다. 목적도 방향도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때로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생명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289, 290 페이지) 생존하기 위해 죽여야 하는 세상에서 모든 생명체는 어느 정도 독성을 띠는 존재다. 삶이라는 극장에서 살인은 이야기의 줄거리이고 단백질은 주연을 맡는다. 결국 막이 내리면 우리 모두에게 죽음이 찾아오며 그 배후에는 어김없이 단백질이 있다.   &nbsp;  단백질은 질병과도 관계된다. 저자는 한때 뉴런의 건축가였던 단백질들이 뉴런 사이의 신호 전달을 가로막는 잔해가 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치매와 기억상실 증상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 알츠하이머 공히 잘못 접힌 단백질들로 뒤엉킨 그물망이 관계한다. 단백질은 유전물질 없이 스스로를 복제하고 전파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다. 저자는 점액을, 달라붙을 만큼은 끈적이되 쉽게 흐를 만큼은 유동적인 적절한 점도를 유지하는 것이라 설명한다.(311 페이지)   &nbsp;  효소 하나하나, 단백질 하나하나가 생명이라는 교향곡을 이루는 음표다. 그중 단 하나라도 음이 어긋나면 그 여파는 오케스트라 전체로 퍼져나간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과학자들은 이 흐트러진 선율을 다시 조율하는데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최신 연구들은 알츠하이머처럼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질환부터 낭포성 섬유증처럼 유전되는 질환까지 치료와 예방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맞춤형 접근법의 문을 열었다. 대부분의 단백질 기반 질환들은 여전히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저자는 유전자 편집의 희망은 단순히 오류를 바로잡는 데 있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창조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nbsp;  생명의 진화는 선형적인 진보가 아니다. 수많은 가지마다 잎사귀가 무성한 거대한 나무로 상상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문제가 항상 단백질의 지나친 활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단백질이 제 기능을 못해 질병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기능상실은 유전 질환에서 특히 흔하게 나타난다. 문제는 망가진 것을 고치는 일이 작동하는 것을 멈추는 일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341 페이지)   &nbsp;  저자는 우리가 아는 단백질의 세계는 거대한 빙산 위의 눈송이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아주 짧은 단백질이라도 꿈틀대고 비틀리면서 서로 다른 부위가 결합할 수 있는 방식은 거의 무한에 가깝다. 지구 온도 상승, 온실가스 배출 증가, 매년 쌓여가는 오염물질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단백질 공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352 페이지) 저자는 모든 생명체 안에서 단백질은 그들만의 세계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역동적이고 서로 호응하며 끊임없이 생동하는 세계라고 말한다. 단백질은 단순한 분자 기계가 아니다. 여러 면에서 단백질은 미시 세계에서 기적을 행하는 존재들이다.(357 페이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96/27/cover150/896596826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962766</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몸의 사막화로 인한 병과 해결책까지 다룬, 인문학적 건강 책 - [몸이 메마르면 병이 된다 - 만성 질환의 고리를 끊는 근본 치료 혁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68489</link><pubDate>Wed, 01 Jul 2026 19: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6848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139292&TPaperId=1736848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19/23/coveroff/k31213929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139292&TPaperId=1736848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몸이 메마르면 병이 된다 - 만성 질환의 고리를 끊는 근본 치료 혁명</a><br/>손원록 지음 / 푸른숲 / 2026년 05월<br/></td></tr></table><br/>현대인이 겪는 질병과 고통의 근본 원인이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메마름증에 있다고 보는 책이다. 우리의 몸이, 생명 활동 그 자체가 지나치게 타오르며 고갈되고 있는 상태 즉 몸이라는 토양 자체가 사막화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저자(약리학 박사/ 약사인 ‘현강; 玄江‘ 신원록)는 세 가지 지나침을 이야기한다. 1) 숨이 얕고 빨라지는 과호흡, 2) 신경이 항상 곤두서 있는 과흥분, 3) 몸이 쉼 없이 에너지를 태우는 과대사가 그것이다. 저자는 2000년 전의 화(禍)와 지금 우리가 겪는 열(熱)은 그 근본 결이 다르다고 말한다.   &nbsp;  현대 의학은 병든 잎사귀를 떼어내는 데 집중하고 한의학은 숲 전체의 기운을 말하지만 정작 잎사귀를 병들게 한 오염된 토양 즉 현대인의 삶 그 자체를 바꾸는 데는 구체적인 답을 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현대 의학이 인체를 바라보는 관점에 뿌리 깊게 존재하는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생명체는 기계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기계는 부품을 갈아 끼우면 새것처럼 작동하지만 생명체는 전체적인 환경과 관계를 고려하지 않으면 아무리 비싼 새 부품을 넣어도 금방 다시 망가진다.   &nbsp;  우리는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모양이 어떤지, 어떤 유전자가 암을 유발하는지까지 알게 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너무 작게 쪼개어 보다 보니 정작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전체 그림은 놓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너무 많이 먹어서 혈관에 기름이 끼는 대사증후군, 24시간 쏟아지는 정보 자극으로 인한 뇌의 과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경쟁사회의 압박감 등이 우리 몸에 열을 만든다.   &nbsp;  책을 읽으면 현대인들이 얼마나 편의주의적이고 자기 몸을 망치는지 알게 된다. 두통이라는 것은 뇌가 지쳤으니 쉬라는 신호인데 진통제를 먹고 밤새 야근을 한다. 이것은 불이 났는데 불을 끌 생각은 하지 않고 시끄럽다고 화재경보기의 전선만 잘라버리는 것과 같다. 집은 타고 있는데 경보음만 끄고 안심하는 꼴이다. 저자는 높은 혈압, 높은 혈당, 높은 염증 수치가 새로운 정상으로 굳어버리는 것, 몸이 비상사태를 일상으로 착각해버리는 것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겪는 만성질환의 뿌리이자 자신이 말하는 메마름증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nbsp;  저자는 병원에서 말하는 자율신경실조증을 생명력의 고갈이라 부른다. 저자는 닫힏 계 안에서 에너지가 계속 투입되면 압력이 높아지듯 우리 몸속에 갇힌 에너지는 필연적으로 열로 변질된다고 말한다. 이 열은 장작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외부 감염에 대항하는 건강한 실열(實熱)이 아니라 엔진 오일이 바닥난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엔진 내부에서 마찰로 인해 뿜어져 나오는 파괴적인 고열과 같다. 물(진액; 津液)이 고갈된 솥에서 은근하면서도 집요하게 배어 나와 솥 자체를 달구는 마른 열이다. 한의학에선 이를 허열(虛熱) 또는 조열(潮熱)이라 정의한다.   &nbsp;  한의학에서 진액은 우리 몸속의 모든 정상적인 수분을 통칭한다. 현대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혈액, 림프액, 뇌척수액, 관절액, 점액, 침, 눈물, 세포 내액, 세포 간질액 등을 모두 포함한다. 진액이 부족해지면 관절이 뻣뻣해지고 위장이 손상되며 눈이 건조해진다. 진액이 부족하면 영양 공급이 차단되고 독소가 축적된다. 진액이 부족하면 체온 조절에 실패하고 열이 축적된다.진액이 부족하면 조직이 손상에 취약해진다. 진액이 부족하면 산성화가 진행되고 뼈가 약해진다.  &nbsp;  종합하면 진액이 부족하면 혈액이 순환이 나빠져 고혈압과 동맥경화가 생기고 점막이 마르고 손상되어 위염, 식도염, 건조증이 발생하며 관절액이 줄어들어 관절염과 통증이 수반되고 뇌척수액이 감소하여 두통과 인지기능 저하가 일어나며 림프 순환이 막혀 부종과 면역력 저하가 일어나고 몸속의 열을 식힐 수 없어 몸은 계속 뜨거워지고 세포는 타들어간다.(56 페이지) 메마름증의 열은 체온계로는 측정되지 않는다. 체온을 재도 정상 온도인 36.5도가 측정된다. 하지만 메마름증 환자는 열감을 느낀다.   &nbsp;  얼굴은 화끈거리는데 손발은 차갑고 밤에는 식은땀이 난다. 이것이 바로 허열, 마른 열이다. 체온계는 피부 표면 또는 구강 점막의 온도를 측정할 수는 있어도 조직 깊숙한 곳 즉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대사 열이나 염증 열은 측정하지 못한다. 현대 과학은 이를 산화 스트레스로 설명한다. 세포 안에서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생성되면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고 세포막이 산화되며 DNA가 공격받는다.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지만 체온계로는 잡히지 않는다.   &nbsp;  저자는 냄비 뚜껑을 열어 놓고 가스 불을 최대로 한 경우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냄비 뚜껑을 활짝 열어놓았기에 수증기가 거침없이 빠져나가는 것을 과호흡에 비유한다. 가스 불을 최대로 키웠기에 물이 격렬히 끓어오르는 것을 과흥분에 비유한다. 냄비 안에 물 외에도 첨가물을 넣은 것은 물이 걸쭉해진 상태로 빠르게 말라붙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를 과대사에 비유한다.   &nbsp;  이산화탄소는 적혈구가 산소를 효율적으로 내려놓게 하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현대인이 숨을 헐떡이지 않더라도 세포 단위에서는 매 순간 보글보글 끓으며 스스로를 태우는 끓는 냄비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본문에 한 여성 요가 강사의 사례가 나온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픈 증상(편두통)과 손발이 찬 증상(수족냉증)으로 상담을 받게 된 사람이다. 정밀검사 결과 그녀는 혈중 이산화탄소 분압이 정상치 이하로 떨어진 상태였다. 습관적으로 몰아쉬는 과도한 들숨과 잦은 한숨이 원인이 된 것이다.   &nbsp;  반드시는 아니지만 적혈구가 산소를 내려놓기 위해 이산화탄소가 필요한데 과한 들숨 등으로 그런 촉매제 역할을 하는 이산화탄소 수치가 부족해진 것이다. 헤모글로빈은 주변 환경에 따라 구조가 변하는 단백질이다. 이산화탄소가 없으면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려는 성질이 아주 강해져 산소를 내려놓지 않는다. 그래서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품은 채 조직을 그냥 지나쳐 조직은 저산소 상태에 빠지게 된다. 요가 강사의 폐와 동맥혈에는 산소 포화도가 99%로 차고 넘치지만 정작 산소가 필요한 뇌세포와 손발 끝의 말초 조직들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발견자인 크리스티안 보어의 이름을 따서 보어 효과(Bohr effect)라고 한다. 이렇게 작위적인 것은 좋지 않다.   &nbsp;  저자는 과호흡은 단순한 호흡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음양 밸런스를 무너뜨려 전신을 사막처럼 건조하게 태워버리는 재앙의 불씨라고 말한다. 저자는 과흥분 상태는 자율신경계의 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을 완전히 붕괴시킨다고 말한다. 과흥분은 우리 몸을 사막화시키는 주범이다. 과대사는 과호흡, 과흥분과 연동되는 연쇄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좋은 장작(탄수화물, 지방)을 적절한 산소와 함께 태우면 깨끗한 물과 이산화탄소만 남지만 젖은 장작(단백질, 불완전 연소)를 마구잡이로 태우면 독성 찌꺼기가 남는다고.   &nbsp;  과대사는 필연적으로 엄청난 양의 젖산, 암모니아, 요산, 케톤체, 활성산소를 만들어낸다. 저자는 주말 내내 쉬어도 피곤하다, 자고 일어나도 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프다고 호소하는 것은 단순한 체력 저하 때문이 아니라 몸속에 가득 찬 독성 매연인 담음, 어혈, 뼛속 진액을 태우는 허열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몸이 스스로 균형(항상성)을 맞추려는 노력을 현대 의학은 종종 질병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약물로 강제 진압하려 든다고 말한다. 가장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치료를 위해 먹는 화학약품들 자체가 우리 몸을 물리적으로 메마르게 한다는 것이다.(88 페이지)   &nbsp;  몸이 건조해지면 우리 몸의 항상성은 깨지고 교감신경은 더욱 항진되어 다시 3과 현상을 부채질한다. 약이 병을 만들고 그 병 때문에 또 약을 먹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겪는 탈수가 단순히 마시는 물의 양이 부족한 상태라면 메마름증은 우리 몸의 수분을 세포 내에 잡아두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의미한다. 아쿠아포린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물 전용 통로다. 우리가 마신 물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 말 그대로 우리를 살리는 생명수가 되려면 반드시 이 물을 통과해야 한다.   &nbsp;  스트레스 상태 즉 과흥분이 지속되면 우리 몸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세포막을 경직시키고 아쿠아포린의 활성도를 떨어뜨린다. 문이 닫힌 상태에서 물만 부으니 물은 세포 밖인 혈관과 조직 사이에 고여 부종을 만들거나 그대로 신장으로 배출된다. 또한 물을 잡아 두는 힘은 미네랄 특히 전해질 미네랄에서 나온다.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적절한 농도로 존재해야 삼투압 원리에 의해 물이 세포 내외로 오갈 수 있다. 맹물만 과도하게 마시는 행위는 오히려 체내 미네랄 농도를 희석시켜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물을 더 빨리 배출하게 만드는 자발적 탈수를 유도한다.   &nbsp;  진액이 고갈되면 가장 먼저 혈장의 수분이 줄어들어 피가 농축되고 끈적해진다. 필요한 것은 억지로 피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끓어오르는 냄비에 불을 끄고 과열된 혈액을 식혀주며 말라버린 혈관에 맑은 물을 채워주는 정적(靜的) 치유이다. 피가 끈적해지면 심장이 더 강하게 펌프질을 한다. 이것이 고혈압이다. 혈압약은 끈적한 피는 그대로 두고 심장박동을 줄여 압력을 낮춤으로써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게 해 뇌혈류량을 30~40%까지 감소하게 한다. 그래서 어지러움과 무기력증이 생긴다. 필요한 것은 혈압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피를 맑게 하는 것이다.   &nbsp;  통상 위장 점막세포는 3~5일마다 완전히 교체된다. 그런데 혈류가 부족하면 재생이 멈춘다. 낡은 세포는 떨어져 나가지만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점막이 점점 얇아진다. 통증을 완화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진통제나 근육 이완제를 먹는다. 하지만 진통제는 뇌로 가는 통증 신호만 차단할 뿐 메마른 근육에 물을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약을 분해하느라 간과 신장의 수분을 다 써버려 근육을 더욱 말려 버리는 악순환을 만든다.(113 페이지)   &nbsp;  골(骨)은 뼈를 비롯해 골수, 관절액, 뇌수(腦髓)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과대사는 체내에 산성 노폐물을 축적시킨다. 우리 몸은 ph 7.35-7.45의 약알칼리성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ph가 0.1만 벗어나도 효소 기능이 망가지고 0.2 이상 벗어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골다공증을 칼슘 섭취 부족이나 노화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생리학적 관점에서는 현대인의 골다공증은 몸이 산성으로 변하는 대사성 산증에 대한 방어기제다. 혈액이 과대사로 인해 산성화가 되면 우리 몸은 약알칼리성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뼈에서 알칼리성 미네랄인 칼슘을 녹여내어 혈액으로 가져온다. 이를 골융해라고 한다.   &nbsp;  메마르고 척박한 저산소 환경에서 살아남은 세포가 독하게 변형을 일으킨 것이 암이다. 골다공증약은 뼈가 부서지는 것은 막을 수는 있지만 새 뼈를 만들지는 못한다. 혈액은 영양과 수분을 실어 나르는 보급 트럭이다. 혈액이 끈적해져서 흐름이 막히면 보급로가 끊긴 근육과 뼈는 굶주리게 된다.(125 페이지) 놀라운 사실은 우리 뇌의 75~80%가 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근육(70%), 뼈(30%)보다 높은 수분 함량이다. 뇌가 이토록 축축한 물주머니여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생각, 감정, 기억이라는 모든 정보가 전기의 형태로 오직 물을 통해서만 흐르기 때문이다.  &nbsp;  뇌세포 간의 소통은 전기신호로 이루어진다. 뇌가 메말라 수분이 부족해지면 전도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신호가 가야 할 곳에 가지 못하고 끊어지면 마치 전구가 깜빡거리다 꺼지듯 우울과 무기력이 찾아온다. 반대로 신호가 엉뚱한 곳으로 튀어 합선을 일으키면 제멋대로 불꽃이 튀듯 불안과 공황, 환청이 발생한다. 과호흡은 뇌혈류를 감소시키고 과흥분은 뇌를 과열시킨다. 과대사는 뇌에 노폐물을 축적시킨다. 수면은 뇌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체온 항상성의 일환이다.   &nbsp;  잠이 들면 체온이 1도 정도 떨어져 뇌가 쉬는데 메마름증 환자는 뇌가 항상 과열되어 있어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뇌세포가 식지 않으니 피로 물질인 아데노신이 아무리 쌓여도 잠들지 못한다. 저자는 치매, 파킨슨병, 우울증, 공황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메마름이 부르는 5대 뇌질환이라 규정한다. 뇌가 과열된 원인 즉 3과로 인한 메마름증 자체를 해결하지 못한 채 억지로 수치만 맞추는 강제된 평형은 약을 끊는 순간 언제든 다시 무너질 수 있다.   &nbsp;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여전히 불이 타고 있는 상태다. 뜨겁고 건조한 뇌를 시원하고 촉촉하게 바꿔주면 신경전달물질은 저절로 균형을 찾는다. 이것이 바로 뇌의 신경가소성이다. 과거에는 뇌세포가 죽으면 재생되지 않는다고 믿었지만 최신 연구에 따르면 뇌는 환경만 갖추어지면 죽을 때까지 변하고 새로운 회로를 만들고 회복할 수 있는 놀라운 장기다. 이 회복의 열쇠가 바로 진액이다.(158 페이지)  &nbsp;  저자는 통합의약학의 첫 번째 원칙은 증상이 아닌 사람을 보는 것, 두 번째 원칙은 숫자가 아닌 감각을 보는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항상성은 38억 년 생명 진화가 선물한 위대한 지혜라고 전제하며 병은 단순한 세균의 침입이나 암세포의 발생만 의미하지 않고 근본적으로는 내 몸에 항상성 유지 능력이 한계치를 넘어 붕괴된 상태라고 말한다. 3과는 항상성을 깨뜨리는 주범들이다.(169 페이지) 메마름증의 치유도 우리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스스로 진액을 채우고 과열을 시키며 항상성을 회복하도록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nbsp;  저자는 잠에서 깨어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따뜻한 물 300~500ml를 천천히 마실 것을 주문한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물 한 잔은 간밤에 쌓인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라는 첫 신호다. 저자는 청열 해독(淸熱解毒)의 대표 식품으로 녹두차를 권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과호흡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고 말한다. 1분간 호흡 횟수가 16회 이상이면 과호흡이다. 오늘날 과흥분을 일으키는 최대 원인은 디지털 기기다.   &nbsp;  저자는 잠들기 2시간 전에 모든 디지털 기기를 끌 것을 주문한다. 처음에는 불안하고 무료할 수 있지만 2주가 지나면 오히려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평온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또한 스마트폰 없이 식사할 것을 권한다. 식사 중에는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음식의 맛, 식감, 향에 집중한다. 바로 마음 챙김 식사다. 천천히 씹고 음식의 온도를 느끼고 입안에서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한다. 이렇게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과식도 방지한다.   &nbsp;  바싹 마른 몸을 윤택하게 하려면 단순히 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부족하다. 세포 하나하나가수분을 머금고 있을 수 있도록 진액을 채워주어야 한다. 저자가 추천하는 식품은 제철 채소와 과일, 마, 연근, 오크라, 미역, 다시마, 매생이 등의 점액질 식품, 발효 식품 등이다. 이런 음식을 먹어 메마름증을 치료하는 것을 자윤(滋潤)이라 한다. 저자는 진정한 치유는 무엇을 더 먹느냐가 아니라 우리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되찾아주느냐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208 페이지)&nbsp;  &nbsp;  저자는 고혈압이든 당뇨든 암이든 상관없이 모든 만성 질환의 깊은 뿌리에는 처절한 메마름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는 몸이라는 숲을 가꾸는 현명하고 부지런한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치유는 병원이 아니라 우리의 식탁, 침실, 마음 속에서 일어난다. 저자는 평온함이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적막이나 죽은 듯한 고요가 아니라고 말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세상 속에서도 내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유연하게 흔들리며 균형을 잡는 힘, 어떤 시련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라 말한다.(217 페이지)   &nbsp;  [몸이 메마르면 병이 된다]란 책의 출간 소식을 처음 접하고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다. 어제(2026년 6월 30일)까지 대부분 과학책 특히 지구과학책으로 구성된 76권의 책을 읽은 2026년 상반기를 보내고 드물게 읽게 된 책이다. 책을 사서 제목이 보이지 않게 포장을 할까 망설였다. 나는 책이 말하는 메마름이 살이 마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지만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내 몸을 보고 내가 체중을 늘리기 위해 책을 사 읽는 것이라고 생각할까 보아서였다. 다행히 혼자 근무하는 날인 오늘 책을 모두 읽고 서평까지 썼다.   &nbsp;  책을 읽으며 나는 책에 나오는 사례자들 만큼 심한 상황은 아님을 알고 안도했다. 하지만 나는 나대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으니 알맞은 긴장으로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또한 책이 저자의 어린 시절의 스트레스로부터 비롯된 메마름증으로 인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으니 저자에게 감사해야 하리라. 책은 의외의 진실들을 알게 해주었다. 감사하다. 재독할 만한 책이다. 추천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19/23/cover150/k3121392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192308</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 지역이 아님을 알게 하는 지진 교과서 - [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65272</link><pubDate>Tue, 30 Jun 2026 18: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6527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038713&TPaperId=1736527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38/3/coveroff/k21203871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038713&TPaperId=1736527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a><br/>홍태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04월<br/></td></tr></table><br/>일본이 가라앉고 있다는 말 만큼 비상식적인 말이 우리나라는 일본이 막아줘서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각판을 움직여 지진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은 맨틀 대류다. 지구 내부의 열이 고갈되면 외핵이 고체가 된다. 지구 중심부는 엄청난 무게로 짓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체가 되지 않는 것은 열 때문이다. 그런데 열이 사라지면 압력만 남아 고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장이 사라져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정리하면 열의 차이 때문에 맨틀이 대류하고 그로 인해 지진이 일어나기에 열을 원망할 수 있지만 열이 사라지면 외핵이 고체화되어 자기장이 없어지게 되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지구 자기장은 외핵의 액체 상태의 철, 니켈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거대한 발전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긴다. 지진(과 화산)이 특정 지역을 파괴하는 재앙이라면 지구 자기장이 사라지는 것은 지구 전체의 생명체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성급 대재앙이다. 비유하면 지진(과 화산)은 지구라는 행성이 숨을 쉬며 생기는 상처라면 자기장 소멸은 지구의 심장이 멈추어 모든 생명 줄이 끊어지는 것과 같다.   &nbsp;  초기 지구는 불균질한 물질들이 뒤섞인 거대한 고체 덩어리였으나 시간이 흐르며 물질의 밀도 차이에 따라 층상 구조로 분화되었다. 그에 따라 내핵과 맨틀 사이에 액체 상태의 외핵이 생겨 지구는 마치 작은 공을 품고 있는 큰 공처럼 독특한 구조를 갖게 되었다. 지진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지구 내부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지진은 대부분 지각판의 경계에서 일어난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지구 표면은 여러 개의 지각판으로 나뉘어 있으며 맨틀 대류의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움직인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지각판은 다양한 방향으로 계속 이동한다. 해양 판과 대륙 판이 충돌하면 밀도가 높은 해양 판이 대륙 판 아래로 내려가지만 인도 판과 유라시아 판처럼 둘 다 대륙 판일 경우 밀도가 유사해 수평 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히말라야 산맥과 티벳 공원은 지속적으로 고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지각판의 충돌과 변형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nbsp;  지각판의 이동은 맨틀 대류와 중앙 해령에서의 판 생성 속도뿐 아니라 인접한 판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형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각 충돌대마다 침강판의 모양과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지구 내부의 순환 운동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각판의 움직임에 따라 형성되는 단층이 있다. 매우 깊은 곳에서는 높은 온도와 압력 때문에 암석이 연성 변형을 일으킴으로 응력이 해소되어 지진이 일어나기 어렵다. 모든 단층이 지진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는 많은 단층이 있지만 과거에 지진을 일으켰던 단층이라도 현재의 응력 환경이 달라졌다면 더 이상 활동하지 않을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할 때 단층은 한꺼번에 파열되기보다 순차적으로 파열되는 경우가 많다. 단층 파열은 단층에 쌓였던 응력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대부분은 단층의 일부에서 시작해 국소적으로 진행된다. 응력이 한꺼번에 해소되지 않고 작은 파열로 나뉘어 발생하면 여러 번의 작은 지진이 일어나게 된다.   &nbsp;  우리나라의 경우 북북동 - 남남서 방향의 주향이동단층에서 주로 지진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판 내부에 위치하지만 주변 판들의 상호작용으로 끊임없이 밀어내는 힘을 강하게 받고 있다. 인도 - 오스트레일리아 판이 유라시아 판을 북동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태평양 판과 필리핀 해판은 유라시아 판 아래로 섭입하며 서쪽 방향으로 강력한 힘을 가한다. 이 두 거대한 힘이 한반도 주변에서 상쇄, 중첩되면서 현재 한반도 지각 내부에는 동서(또는 동북동 서남서) 방향의 최대 수평 압축 응력이 일정하게 작용하고 있다. 동서 방향으로 강력하게 쥐어짜는 판의 힘이 한반도에 가해지는데 마침 비스듬하게 누워 있던 과거의 북북동 - 남남서 방향의 단층들이 물리적으로 가장 미끄러지기 쉬운 조건이 되어 이곳에서 지진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방출된다.   &nbsp;  지진은 지구 내부에 쌓이는 보이지 않는 힘인 응력에서 비롯된다. 응력은 작용 방향에 대한 상대적 위치에 따라 해당 매질에 압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장력(張力)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즉 압축력은 플러스 응력에 해당하고 장력은 마이너스 응력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응력 증가라고 하면 이러한 압축력이나 장력의 크기가 커지는 것을 말한다. 압축력은 물질을 안쪽으로 밀어붙여 단단하게 만들고 장력은 바깥으로 잡아당겨 팽팽하게 만난다. 이 두 가지 힘이 지구 내부에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할 때, 특히 암반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때 약한 부분이 파열되며 단층 운동이 일어나 지진이 발생한다. 단층이 움직이면서 수축이 일어난 곳에서는 압축력이 더욱 증가하고 팽창이 일어난 곳에서는 기존에 작용하고 있던 압축력이 감소한다. 응력이 증가한 지역은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능력이 감소한 지역은 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   &nbsp;  역사적으로 대규모 지진은 강력한 응력 전이를 일으키며 연쇄적인 지진을 촉발하거나 화산활동을 유발했다. 응력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지각판 운동과 같은 지질학적 원인뿐 아니라 물과 같은 외부 요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물은 단층대의 압축 응력을 낮추어 지진 발생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유발지진(induced earthquake), 촉발지진(triggered earthquake)이 있다. 유발 지진은 원인 요소의 자극 범위 내에서 발생한 지진, 촉발 지진은 자극 범위 밖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정리하면 유발 지진은 지진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았던 기존 단층에 인간 활동이 직접적이고 지배적인 영향을 미쳐 발생한 지진이고, 촉발 지진은 이미 응력이 임계점에 도달한 단층에서 외부 요인이 작은 방아쇠 역할을 하여 발생한 지진이다.   &nbsp;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대부분은 주로 5-15km 사이의 깊이의 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천발지진이다. 판 내부에서도 응력이 축적되면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지구 자전은 지구 시스템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지구의 초대륙 분리와 충돌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맨틀 대류의 열원 역할을 하는 액체 외핵이 지구 자전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연구에서는 엘니뇨와 같은 기후변화가 지구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후변화가 다시 지구 자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55 페이지) 초대형 지진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연속적인 변화를 촉발하는 시작점이다. 지각판이 받는 응력은 열대류에서 온다. 판의 경계에서 오랜 시간 축적되어 지진, 화산 분화, 산맥 형성의 결과를 낳는다. 1) 상부 맨틀의 연약권이 열대류로 인해 수평으로 움직일 때 그 위의 지각판이 함께 끌려갈 때 응력이 발생한다. 2) 해령에서 중력에 의해 새 판이 미끄러져 내려올 때 기존 판에 응력이 가해진다. 3) 차갑고 무거워진 판이 해구에서 맨틀에서 가라 앉을 때 중력에 의해 판 전체를 아래로 강하게 잡아당긴다. 이는 판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nbsp;  지진의 주기와 빈도는 지질학적 단서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복잡성과 변동성 때문에 완벽한 예측이 어렵다. 규모는 지진 발생으로 방출된 에너지의 절대 양을 나타내는 척도다. 진도는 어떤 장소에서 사람이 느끼는 흔들림의 크기를 나타내는 상대적인 척도다. 지진동(地震動)이란 지진파가 지표면에 도착했을 때 발생하는 지반의 흔들림을 나타내는 말이다. 지진 재해는 지진동의 크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진 규모가 클수록 지진파의 진폭이 커지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진폭은 감소한다. 또한 진원의 깊이가 깊을수록 지표에서 관측되는 지진파의 진폭은 작아진다. 지진의 매질은 암석과 토양이다. 지진 피해를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는 액상화 현상이다. 액상화(liquefaction)란 지반 내 공극에 포화된 물이 지진 진동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배출되며 매질이 진흙처럼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nbsp;  이 과정에서 매질의 전단 강도가 급격히 감소하고 지반의 강도 역시 약화된다. 그 결과 건물이 기울거나 전도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지진은 다른 자연재해와 결합될 때 피해가 더욱 심각해진다. 쓰나미라고도 하는 지진 해일은 지진이 해저에서 발생할 때 해저 지반이 크게 흔들리면서 바닷물이 이동하며 발생하는 대형 해일이다. 해저 지형에 따라 이동속도가 달라지며 특히 해안가 근처에서는 파고(波高)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지진 해일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이 해저 지반을 크게 흔들어 그 위의 바닷물을 이동시키면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바닷물은 부피 변화를 일으키며 그로 인해 무게도 변한다. 이때 발생한 중력파가 해일을 일으킨다.   &nbsp;  지진 재해와 관련해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작은 지진이 많이 발생하면 단층면의 응력이 해소되어 지진 위험이 줄어들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진이 발생하면 해당 단층면의 응력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은 지진들이 해소하는 응력량은 매우 적다. 하지만 단층면을 약화시키는 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은 지진들이 단층면 여기저기를 조금씩 파괴하며 결과적으로 큰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약한 단층면을 만들어낸다. 약해진 단층면 한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단층면 전체가 연쇄적으로 부서지며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작은 지진이 많아지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 지진학적으로 작은 지진의 빈도가 높아지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nbsp;  지진광은 지진 발생 전후에 대기 중에서 관측되는 발광 현상이다. 지각에 작용하는 응력에 의해 특정 광물들이 반응하면서 발생한다. 이 현상은 주로 규모 5.0 이상의 지진 발생과 관련이 있으며 기록도 많이 남아 있다. 한반도는 지각판의 경계에서 멀리 떨어진 판의 내부에 위치해 있다. 판 내부 환경에서는 응력이 누적되는 속도가 판 경계부에 비해 느리고 같은 규모의 지진이 다시 발생하는 시간도 길다. 이로 인해 한반도가 일본과 같은 판 경계부보다 지진 발생 빈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큰 지진은 모두 길게는 수천 년 동안 누적된 응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는 대부분의 지진이 5-15km 깊이에서 발생하며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으면 단층은 지표에 드러나지 않을 확률이 크다.   &nbsp;  한반도의 지각은 오래되고 단단한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어 강한 지진파가 멀리까지 전달된다. 이는 한 차례의 강진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반도의 지진 잠재성을 평가하고 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활성 단층에 대한 조사와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한반도는 고생대에 형성된 세 개의 육괴(陸塊)와 이들 사이에 놓인 습곡대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견고한 암반 지역에서는 지진파가 먼 거리를 전파하더라도 진폭이 크게 감소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이는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강한 지진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영향을 수도권 지역에서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nbsp;  지표 퇴적층이 있는 지역에서는 지진파가 증폭되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퇴적층이 지진파를 더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지진 피해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한반도와 동해의 형성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중생대 말기 지구조(地構造) 운동으로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분리되었고 이 과정에서 동해가 형성되었다. 동해가 생겨남으로써 현재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에 존재하는 고열개(古裂開) 구조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 고열개 구조는 수평 장력에 의해 만들어진 정단층 구조인데 지금도 태평양 판과 유라시아 판이 충돌하면서 동해 지역에는 압축력이 가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동해 지역에서는 역단층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nbsp;  규모 5 이상의 중규모 지진도 자주 발생하며 앞으로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령도 근해에는 한반도의 형성과 관련된 충돌대가 존재하는데 이곳에서는 남북 방향의 수평 장력이 작용하여 동서 방향으로 주형을 가진 정단층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단층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은 응력이 점차 누적됨에 따라 대규모 지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내륙지역에서도 지질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특히 양산단층은 영덕에서 양산, 부산을 있는 170km에 이르는 거대한 단층으로 이 단층에서 이미 여러 차례 지진 활동이 관측된 바 있다. 양산단층 전체의 활성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지역적으로 특정 구간에서 지진 활동이 확인되고 있다. 강원도 북부와 수도권을 지나가는 추가령 단층대도 중요한 지질 경계면으로 이 지역에서도 지질 활동이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지질 경계면들은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145 페이지)   &nbsp;  판 경계 지역이 아닌 판의 내부에 자리하는 한반도는 지진 발생 주기가 긴 지역이다. 지반이 튼튼하고 안정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힘이 가해져도 웬만해서는 끊어지지 않는다. 임계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결국 지진 주기가 긴 것이다. 추가령은 지구대(地溝帶; rift valley)가 아니라 구조곡(構造谷: tectonic valley)이다. 지구대는 땅이 양옆으로 잡아당겨지는 힘을 받아 지각이 갈라지면서 가운데 부분이 통째로 내려앉은 거대한 골짜기이다. 구조곡은 단층이나 습곡 등의 지각변동으로 인해 암석이 부서져 단층선(약해진 선)을 따라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여나간(차별 침식을 받은) 골짜기이다. 추가령에는 땅이 꺼진 흔적이 없다. 추가령은 땅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 남북으로 서로 엇갈려 미끄러진 주향 이동 단층이다.   &nbsp;  단층 운동으로 암석이 심하게 부서져서 만들어진 틈새를 따라 한강과 임진강, 한탄강 줄기가 흐르며 그 부위만 집중적으로 깎아냈다. 1900년대 초 일본의 고토 분지로가 한반도 지형을 처음 조사할 때 서울 - 원산 사이의 길고 평평한 골짜기만 보고 구조적 조사 없이 추가령 지구대라 불렀다. 현재 학계에서는 추가령 구조곡 또는 추가령 단층대라 부른다. 지구대를 만드는 인장력의 출처는 맨틀의 열대류와 지각판의 이동이다. 구조곡은 인장력과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지만 핵심 동력은 부서진 틈새를 골라 깎아내는 물과 바람의 침식작용이다.   &nbsp;  지진이 드물게 발생하는 지역일수록 큰 지진의 발생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수도권도 큰 지진의 예외 지역일 수 없다. 수도권에서는 미소지진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응력이 축적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서울 북서부와 북한산 일대,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는 미소지진이 지속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 주요 원인으로 추가령 단층대와 연결된 심부 단층이 지목된다.(155 페이지) 추가령 단층대는 단지 지표면의 스크래치가 아니라 심부 단층이다. 신생대 제4기의 화산활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옛날 방식인 1기, 2기, 3기는 고생대, 중생대, 고제3기, 신제3기로 바뀌었고 인간의 시대인 제4기만 그 특별함을 인정받아 오늘날까지 신생대의 마지막 단계를 뜻하는 용어로 공식 인정받고 있다.   &nbsp;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38/3/cover150/k21203871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2380367</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복잡하고 어려운 지진 이야기를 쉽게 설명한 책 - [지진은 이렇게 일어난다 - 지진의 발생 원인, 피해 사례, 예측과 방재 대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58486</link><pubDate>Sat, 27 Jun 2026 17: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5848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530032&TPaperId=173584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0516/90/coveroff/k67253003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72530032&TPaperId=1735848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진은 이렇게 일어난다 - 지진의 발생 원인, 피해 사례, 예측과 방재 대책</a><br/>뉴턴코리아 편집부 지음 / 아이뉴턴(뉴턴코리아) / 2017년 03월<br/></td></tr></table><br/><br>전 세계 육지 면적의 0.3 %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일본이 받는 전 세계에서 방출되는 지진 에너지의 비중은 10~20%라고 한다. 이를 감안하면 지진과 화산활동은 특정 장소에 편중되어 발생한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초거대 지진이 주로 발생하는 곳은 환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이다. 이들은 모두 판이 침강하는 곳이다. 일본은 전 세계 지진, 화산 활동의 90%가 집중되는 환태평양 조산대의 중심지역이다. 지구 부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암석층인 맨틀의 심층에서 끓어오르는 상승류와, 지표면에서 가라앉는 하강류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nbsp;  이들은 맨틀이 지구 내부의 열을 외부로 달아나게 하도록 대류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맨틀 대류는 좌우 사방으로 대단히 불균형적으로 발생한다. 지구 내부의 온도 분포, 물질의 성분, 판의 운동 상태가 지역마다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맨틀 대류는 매우 비대칭적이며 불균일하다. 핵과 맨틀의 경계면 온도가 균일하지 않아 아프리카, 태평양 하부 등 특정 지역에서만 초대형 상승류인 수퍼 플룸이 발생한다. 맨틀 내부의 화학적 조성과 밀도가 구역마다 달라 점성에 차이가 생겨 대류와 형태에 변화가 생긴다.   &nbsp;  남비에서 물이 가열되어 대류하는 것과 맨틀이 대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수퍼 플룸은 맨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물질의 상승 흐름 자체이고 핫 스팟(열점)은 플룸이 지표면과 만나 마그마를 분출하는 국소적인 지점을 뜻한다. 2011년 3월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거대 지진은 해양 판과 대륙 판의 경계에서 일어난 판 경계 지진이다. 평상시에 이 영역은 단단히 붙어 있는데 해양 판이 대륙 판을 억지로 끌어들여 뒤틀리게 된다. 마침내 대륙 판의 반발력이 한계를 넘어서면 일시에 튀어 올라 거대한 지진이 발생한다.   &nbsp;  단층은 지층이나 지형이 어긋난 곳을 말하며 활성 단층은 장래에 지진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단층을 말한다. 단층을 만드는 힘은 판이 서로 미는 힘(압축력), 당기는 힘(인장력), 엇갈리는 힘(전단력; 剪斷力)의 작용에 의해 생긴다. 전단력은 가위로 종이를 자를 때 날 두 개가 엇갈리며 종이를 끊어 끊어내는 힘과 같다. 거대한 암석층이 수평으로 서로 스쳐 지나갈 때 전단력이 작용한다.   &nbsp;  일본 열도는 네 개의 판(북아메리카 판, 유라시아 판, 필리핀 해판, 태평양 판)이 서로 미는 한복판에 자리한다. 땅의 단층을 발견하는 방법에는 항공 사진 판독, 굴착 조사, 물리 탐사 등이 있다. 액상화(liquefaction)는 강한 지진 흔들림 때문에 단단했던 땅이 순간적으로 흙탕물처럼 걸쭉하게 변하는 것을 말한다. 판끼리의 접착이 강한 곳과 강하지 않은 곳이 있다.   &nbsp;  판과 판이 만나는 경계면에서 어느 곳은 본드로 붙여놓은 것처럼 강력하게 맞물려 있고, 어느 곳은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흘러간다. 경계면의 거칠기, 온도와 압력, 물의 유무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다. 대륙 판 아래로 파고드는 해양 판에 거대한 해양 산맥이나 울퉁불퉁한 암석 돌기들이 많으면 서로 깍지를 끼는 것처럼 꽉 맞물리게 된다. 이러면 판이 강력하게 맞물리게 된다.   &nbsp;  표면이, 부드러운 평원이거나 매끄러운 퇴적물들로 덮여 있으면 판이 미끄러져 들어가게 된다. 지하 약 10~30km 깊이는 온도와 압력이 적당히 높아서 암석이 매우 단단하고 강한 마찰력을 갖는다. 이 구간이 가장 강하게 접착되어 에너지를 모으다가 한 번에 터지는 거대 지진의 중심지가 된다. 경계면에 수분이 없고 건조한 상태라면 암석끼리 서로 맞닿아 엄청난 마찰력이 생긴다. 서로 꽉 붙잡고 떨어지지 않는 상태가 된다. 물이 풍부한 곳에서는 접착력이 약해진다. 판과 함께 땅속으로 끌려 들어가면서 엄청난 압력을 받는 바닷물이 암석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면 판 사이를 살짝 띄워 마찰력을 줄여 미끄러지게 한다.   &nbsp;  일반적으로 암석은 광물의 입자가 모여 생긴 것이다. 따라서 암석의 내부에는 입자끼리의 틈이 무수히 존재한다. 물이 풍부한 환경이라면 이 틈에 물이 스며든다. 이 물의 압력을 간극(間隙) 수압이라고 한다. 암석의 간극 수압이 높을수록 광물 입자 사이의 틈을 벌리려고 하는 작용이 강해져 광물 입자끼리의 결합이 느슨해진다. 판 경계 등 단층의 암석의 간극 수압이 높은 경우에는 단층의 마찰이 작아져 지진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nbsp;  일반적으로 판 내부 지진의 특징은 판 경계부에서 발생하는 지진과 비교해 지진이 시간적, 지역적으로 불규칙하고 산만하게 발생하며 빈도도 상대적으로 낮고 크기도 작다. 이는 판 내부의 경우 단층의 활동 주기가 길어서 수만 년 또는 수십만 년에 한 번씩 움직이면서 지진을 발생시키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nbsp;  판 내부 지진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세 가지다. 1) 판의 경계부에서 판이 서로 밀거나 당길 때 발생하는 거대한 힘이 내부까지 거미줄처럼 전달된다. 2) 땅속 깊은 곳에는 수억년 전 판이 합쳐지거나 찢어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옛 단층들이 숨어 있다. 평소에는 붙어 있던 이 약한 틈새가 판 경계에서 밀려온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끊어지며 지진이 발생한다.(판의 경계도 넓은 의미에서 단층이다.) 3) 빙하가 녹아 지각의 무게가 가벼워져 땅이 솟아오르거나 강한 침식작용으로 지형의 무게 균형이 깨질 때 지각이 수직으로 움직이며 내부 단층을 자극하기도 한다.   &nbsp;  지진은 70km까지 천발 지진, 70km~300km의 중발 지진, 300~800km의 심발 지진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주는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수십 km 이내에서 발생하는 천발 지진이다. 진원이 깊으면 지진파가 지표까지 도달하는 동안 에너지가 약해져서 큰 지진이라고 해도 피해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판의 접촉면 가운데 특히 접착이 강한 영역을 에스페리티(asperity)라고 한다.   &nbsp;  에스페리티 영역은 접착면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끊어질 때 순식간에 엇갈려 움직임으로써 격렬한 요동의 발생원이 된다.(asperity는 가혹함을 의미) 거친 콘크리트 바닥 위에 무거운 벽돌을 올려놓고 고무줄로 묶어 잡아당긴다고 생각하자. 고무줄을 당겨도 벽돌은 바닥과의 마찰력 때문에 한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벽돌 바닥과 콘크리트가 물려 있는 그 지점을 에스페리티라고 한다. 고무줄을 계속 당겨 고무줄의 탄성이 마찰력을 이기는 순간 벽돌이 옆으로 튕겨 나간다. 이렇게 튕겨 나가는 현상을 지진이라 한다.   &nbsp;  2010년 1월 거대한 지진이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를 습격했다. 지진은 약 200만 명이 생활하는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강타했고 발표된 사망자 수는 23만 명을 넘었다. 지진은 1995년 일본에 막대한 피해를 준 한신-아와지 대지진과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아이티 지진이라는 말에 왜 거기에서 지진이 일어났는가 하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카리브해에서 과거에 대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이 없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nbsp;  카리브해 주변에서 1977년~2007년의 30년 사이에 발생한 지진을 나타낸 그림을 보면 이 일대가 결코 조용한 곳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를 둘러싸듯이 많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이 지역은 지진이 드문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지대다. 카리브해의 주변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데는 판이 관계한다.   &nbsp;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때 성공이 전리층이 교란되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원인은 쓰나미로 간주된다. 달에서도 지진이 일어난다. 이를 월진(月震; moonquake)이라 한다. 달은 지구와 달리 판구조 운동이 일어나지 않지만 다른 원인으로 지진이 일어난다. 1) 달이 식으면서 쪼그라드는 열수축. 2) 지구 중력이 잡아당기는 힘인 조석력. 3) 낮과 밤의 극심한 온도차.(낮은 120도, 밤은 영하 130도) 4) 대기가 없어 막지 못하는 운석 충돌 등이다.   &nbsp;  지열의 절반은 지구 탄생 무렵의 흔적이라고 한다. 지구 탄생 무렵의 흔적과 지구 내부의 방사성 물질에 의한 열이 양대 요인이다. 지구 내부의 방사성 붕괴열의 대부분은 맨틀에서 유래한다. 이는 맨틀이 지구 전체 부피의 8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핵에서는 방사성 붕괴 열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우라늄이나 토륨 같은 방사성 원소는 산소와 친한 원소여서 철과 니켈 중심의 핵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핵의 열은 대부분 지구가 처음 만들어질 때 갇힌 원시열이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0516/90/cover150/k67253003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5169054</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카툰에 담은 지구과학의 깊이와 재미, 생각거리 - [우주 정복 만화, 지학툰 - 우리 주변의 과학을 정복하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49706</link><pubDate>Mon, 22 Jun 2026 22: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497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135713&TPaperId=173497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57/21/coveroff/k52213571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135713&TPaperId=173497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주 정복 만화, 지학툰 - 우리 주변의 과학을 정복하다</a><br/>콜프 지음 / 사회평론 / 2026년 01월<br/></td></tr></table><br/>[우주 정복 만화, 지학툰]의 우주는 우리 주변이란 의미다. 저자 콜프는 콜드 프론트(cold front) 즉 한랭 전선의 약자(略字)라고 한다. 한랭 전선이 왔다는 것은 곧 비가 물러나고 맑은 날씨가 찾아올 것이라는 의미라며 저자는 인생의 힘든 일 또한 한랭 전선처럼 곧 지나가리라 약속된 것이라 믿고 싶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른 과학들이 원리를 바탕으로 현상을 예측하는 학문이라면 지구과학은 현상을 바탕으로 그에 맞는 원리를 짜맞추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nbsp;  이에 대해 AI는 지구과학은 단순히 현상에 맞춰 원리를 짜맞추는 학문이 아니라 현상을 바탕으로 원리를 역추적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귀납적, 연역적 통합과학이라 말한다. 지구, 우주, 과거의 역사는 실험실에 집어넣고 재현할 수 없다. 인류에게는 이미 완성된 지구라는 결과가 주어졌다. 지구과학이 현상에 맞춰 원리를 짜맞추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후 변화, 지층 등 나타난 흔적을 보고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역으로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nbsp;  수긍할 수 있는 점은 지구과학은 오직 지구와 우주에서의 현상만 다루기에 범위가 많이 좁다는 점이다. 저자는 백두산 이야기를 한다. 화산이 폭발할 때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요소는 크게 네 가지다. 용암, 화산이류(泥流), 화산쇄설물(瑣屑物), 지진 등이다. 지진 해일을 뜻하는 쓰나미(つなみ; 津波)는 일본어다. 많이 느려진 앞의 파도와 느려진 중간 파도와 조금 느려진 뒤의 파도가 겹치면서 어마어마한 높이의 쓰나미가 완성된다.   &nbsp;  깊은 바다에서 해안가로 갈수록 수심이 급격히 얕아진다. 파도의 속도는 수심에 비례하므로 가장 앞 부분이 가장 먼저 느려진다. 뒤따라오는 파도는 여전히 빨라 앞 파도와의 간격(파장)이 좁아진다. 갈 곳을 잃은 거대한 에너지가 위로 솟구치며 벽처럼 높아진다. 깊은 바다에서 시속 700~800km였던 쓰나미는 해안가에 도달하면 시속 30~40km로 느려지는 대신 높이는 수십 배 이상 증폭된다. 이를 천수효과(淺水效果; shallow effect)라 한다.   &nbsp;  지구과학이 화학으로 넘어가는 계기는 암석도 결국 광물이라는 화학 결정의 혼합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지질학이란 결국 돌의 일생, 크게 보면 지구라는 살아 있는 돌의 일생에 대한 학문이라고. 화산학자 에릭 클레메티가 쓴 ‘지질학은 암석 그 자체가 아니’라는 글이 눈에 띈다. 클레메티는 지질학(geo)은 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클레메티는 지질학자(그리고 고생물학자)들이 밖에 나가서 암석, 광물, 화석을 찾아 이름표를 붙이고 박물관이나 먼지 쌓인 서랍에 보관하는 것은 지질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빅토리아 시대의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한다.   &nbsp;  클레메티는 지질학자가 되거나 지질학 수업을 듣다 보면 이 분야에 대해 생각하려면 종합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라 말한다. “물리학? 물론이죠. 화학? 당연하죠. 생물학? 당연히요. 인류학? 당연히요. 고고학? 맞아요. 기상학? 네. 기후학? 두말할 필요 없죠. 천문학? 두고 보세요!” 클레메티는 현대 지질학은 지구(그리고 그 너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한다고 말한다. 이는 지질학자들이 지구 내부와 외부를 형성하는 과정들을 연구함을 의미한다. 클레메티는 오해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은 돌을 정말로 좋아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다. 돌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것 이상으로 지질 과정을 아우르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온 나에게 에릭 클레메티의 글은 반갑기 그지 없는 글이다.   &nbsp;  저자는 지구가 품고 있는 내부 에너지의 대부분은 지구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갖고 있었던 열에너지라고 말한다. AI는 지구 내부의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며 내는 열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지구는 새로운 산과 계곡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행성이다. 맨틀과 암석의 차이가 중요하다. 맨틀은 지구 내부의 구조를 나누는 공간의 이름이고 암석은 맨틀을 채우는 물질이다.   &nbsp;  역사상 유례없이 온 세계가 지구과학에 열을 올리던 때가 있었다. 바로 2차 세계대전 때다. 이때 각광을 받은 것이 잠수함이다. 이때 중요해진 것이 해저 지형과 해저탐사다. 해리 헤스가 발견한 것 가운데 기요(Guyot)가 있다. 꼭대기가 평평한 모양의 거대한 심해 화산이다. 해리 헤스가 발견한 기요는 해저 확장설을 증명한 결정적 물증이다. 기요의 가장 큰 수수께끼는 파도에 의해 깎여 평평해진 꼭대기가 왜 지금은 파도가 치지 않는 심해에 있는가였다. 기요는 해양 판이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수직으로 침강한다는 판 구조론의 핵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nbsp;  해리 헤스는 해양 바닥의 나이가 지구의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젊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또한 해양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의 양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서양 중앙 해령은 마리 샤프라는 지질학자가 발견한 지형이다. 대서양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맥이며 가운데가 움푹 파인 V자 모양의 계곡을 가지고 있다. 마리 샤프는 지도교수인 브루스 히젠에게 이것이 대륙이 찢겨나간 흔적이 아닌지 조심스레 물었다.  &nbsp;  대서양 중앙 해령이 있는 곳은 다른 곳보다 뿜어내는 열의 양이 많았다. 그곳에 쌓여 있는 먼지(퇴적물)의 나이는 중앙에서 가장 적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많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와다치 기요오(和達清夫; 1902~1995)는 지하 300km 이상 깊은 곳에서 발생하는 지진인 '심발지진'의 존재를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그는 일본의 지진을 조사한 결과 해구가 있는 태평양 쪽에서는 얕은 지진이, 동해로 갈수록 깊은 지진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nbsp;  논문은 일본어로 쓰였기 때문에 조용히 묻히고 말았다. 그로부터 20년 후 거의 똑같은 내용의 논문을 미국의 지진학자 휴고 베니오프가 내놓으면서 이 지진대에 베니오프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결국 이 지진대의 이름은 중립적인 섭입대로 정해졌다. 태평양 쪽에서 얕은 지진이 발생하고, 동해로 갈수록 지진이 깊어지는 이유는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며 비스듬하게 땅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해양판인 태평양판은 대륙판인 유라시아판(또는 북미판/필리핀판)과 충돌할 때 무겁기 때문에 아래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때 판과 판이 만나 꺾여 들어가는 시작점(일본 동쪽 태평양 바다)이 해구다.   &nbsp;  두 거대한 판이 맞부딪치며 들어갈 때 엄청난 마찰과 압력이 생긴다. 판이 대각선 아래로 깊숙이 들어감에 따라 마찰이 일어나는 지점(지진의 진원)도 동쪽에서 서쪽(동해 및 한반도 방향)으로 갈수록 점점 깊어진다.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갈 때 꺾여 들어간다는 뜻은 대각선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판이 대각선으로 깊숙이 들어가기에 꺾여 들어가는 시작점(해구)에서 멀어질수록 지진이 발생하는 깊이가 대각선 방향을 따라 천발(淺發)-중발(中發)-심발(深發) 지진으로 깊어진다.   &nbsp;  대서양 중앙해령이 찢어지고 있던 이유는 해령을 중심으로 해저가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스의 발견에 따르면 찢어진 자리에서는 맨틀 물질이 올라와 새로운 지각을 만들고 있었다. 그럼 해저는 무한정 커지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어딘가에선 땅이 다른 땅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렇게 땅은 해령에서 태어나 해구에서 소멸하는 우리네 인생 같은 순환을 겪는다. 헤스는 아서 홈스라는 과학자가 제시한 맨틀 대류설을 채택했다. 부분 용용 상태인 맨틀이 상승하는 곳에서는 땅과 땅이 벌어지고, 맨틀이 하강하는 곳에서는 땅과 땅이 모여든다는 설이다.   &nbsp;  맨틀은 감람석이라는 초록색 광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초록색을 띤다. 맨틀 물질이 상승하는 해령은 뜨겁고, 하강하는 해구는 차갑다. 달이나 수성, 화성의 땅은 생동하지 않고 죽어 있다. 그곳에서는 화산도, 지진도, 새로운 암석의 탄생도 없다. 저자는 화학과 지구과학은 정반대의 학문이라 말한다. 화학은 원자 세계를 연구하는 만큼 정확성과 정밀성이 생명이라면 지구과학은 지구와 우주를 연구하는 만큼 자료 하나하나보다는 큰 경향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nbsp;  클레어 패터슨(Clair Cameron Patterson; 1922~1995)은 지구의 정확한 나이를 최초로 밝혀내고 전 세계적인 납 오염 규제를 이끌어내어 인류를 구한 미국의 지구화학자이자 환경운동가다. SiO₂(이산화규소)는 밝은 색이니 함량이 적으면 어두운 색이 되고 반대는 밝은 색이 된다.   &nbsp;  제주도는 땅까지 검은색인데 같은 현무암 지대인 연천은 땅까지 검지는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화산 활동의 시기(지질학적 나이)와 기후로 인한 풍화 작용의 차이 때문이다. 50만 년 전~10만년전에 화산이 분출한 연천은 제주도보다 훨씬 오래전에 용암이 분출했다. 오랜 시간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현무암 속 철분이 공기 및 물과 만나 산화되었다. 이 때문에 검은색이 아니라 붉은색이나 황토색 토양으로 변했다.   &nbsp;  약 2만~수천 년 전에 화산이 분출한 제주도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젊은 땅이다. 용암이 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무암 고유의 검은 빛깔(휘석, 감람석 등의 광물 색상)이 토양에 그대로 남아 있다. 손영운은 연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땅에 속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토양 색을 보면 제주도가 최근에 화산이 분출했음을 알 수 있다. 과학교사 출신의 저술가 손영운이 연천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땅"이라고 표현한 것은 맞지만 실제 지질학적으로 화산 활동이 가장 최근까지 일어난 곳은 제주도(및 울릉도, 백두산)가 맞다.   &nbsp;  손영운 저자가 연천을 '가장 젊은 땅'이라고 부른 것은 한반도 내륙 기준이거나 교과서적 의미에서 신생대 제4기 분출 지형의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한 문학적·대중적 수사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화산재로 덮여 있으며 물이 잘 빠지는 환경 덕분에 화산재 유기물이 씻겨 내려가지 않고 한데 엉겨 붙어 짙은 검은색의 토양층을 형성하고 있다.   &nbsp;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저자는 온실 기체가 바로 우리 지구의 패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온실 기체는 지구가 방출하는 열을 흡수하여 지구에 되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패딩이 점점 두꺼워지면서 지구의 체온은 필요 이상으로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즉 화석연료들이 지구의 패딩을 더 두껍게 만들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누리던 것을 조금씩 내려놓으면 된다.   &nbsp;  오존층 파괴와 미세먼지는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없다. 오존층 파괴의 경우 주원인인 프레온 가스가 매우 강력한 온실 기체이긴 하지만 오존층이 파괴되면 자외선 차단이 어려워져서 문제일뿐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미세먼지의 경우 호흡기 깊숙이 들어와 여러 질환을 유발해서 문제이지 같은 대기 문제라는 것 빼고는 지구온난화와는 상관이 없다. 오히려 심한 미세먼지는 햇빛을 차단해 기온을 낮춘다.   &nbsp;  앙리 푸앵카레는 “과학자는 자연이 쓸모 있기 때문에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아름다움에서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만약 자연이 아름답지 않다면 알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장영실은 세종에게 북극성은 전하의 별입니다란 말을 했는가. 영화 속 허구다. 영화 ‘천문’에 세종대왕과 장영실이 별을 보며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장영실이 세종대왕을 가리켜 ‘저기 북극성이 전하 이십니다’라고 말하자 세종대왕은 ‘그건 아니다, 북극성은 중국 황제만이 칭할 수 있다’고 주의를 준다.   &nbsp;  북극성 이야기는 천문학 영역에 속한다. 지구과학이 다루어야 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13 페이지) 칼 세이건이 우주를 코스모스, 스페이스, 유니버스로 분류한 것처럼 지구를 나누어 볼 수 있을까? 일상의 공간인 지표(Earth-Space),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성된 지질학적·물리적 행성으로서의 지구인 물리적 지구(Earth-Universe), 생물권과 비생물권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스스로 환경을 조절하는 복합 생태계 즉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자 생명의 요람인 가이아(Earth-Cosmos)는 어떤가.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57/21/cover150/k52213571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572170</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지진이란 자연현상을 두고 벌어진 대응과 해석의 파노라마의 역사 - [지진 - 두렵거나, 외면하거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45572</link><pubDate>Sat, 20 Jun 2026 18: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4557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12533458&TPaperId=1734557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703/39/coveroff/600084294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12533458&TPaperId=1734557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진 - 두렵거나, 외면하거나</a><br/>앤드루 로빈슨 지음, 김지원 옮김 / 반니 / 2015년 04월<br/></td></tr></table><br/>영국 출신의 화학자 앤드루 로빈슨은 [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에서 지각판의 경계에서 멀리 떨어져 둔하고 무딘 영국 같은 나라도 지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말을 한다. 책에 의하면 지진 학자들은 전 세계 국토 면적의 0.3%에 해당하는 일본이 연간 받는 전 세계 방출 지진 에너지의 비율은 10%라고 분석한다. 1812년 베네수엘라 대지진은 자연재해,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행동과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진 해석에 관해 큰 시사점을 주는 사건이다. 가톨릭 사제들은 지진이 독립을 선언한 죄에 대한 신의 형벌이라 주장했다. 이에 분노한 시몬 볼리바르(1783-1830)는 만약 자연이 우리를 대적한다면 우리는 자연과 싸워 그것이 우리에게 복종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nbsp;  이 지진은 볼리바르에게 큰 영향을 미쳐 볼리바르가 다른 나라로 가 더 큰 정부를 세워 결과적으로 베네수엘라의 해방을 이루게 했다. 시몬 볼리바르는 스페인의 식민지배로부터 남미의 6개국(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파나마, 볼리비아)을 해방시킨 영웅이다. 저자는 구역 성경에 나오는 도시인 예리코(여리고)의 성벽 붕괴 사건을 지진이 초래한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가령 발굴자들은 예리코의 무너진 벽 아래에서 곡식을 발견했다.   &nbsp;  도시가 적들에게 침공을 당했다면 귀중한 곡식은 분명히 침입자들이 빼앗았을 것이다. 저자는 고고학자들은 문화적인 변이를 인간의 역할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지진이나 다른 자연재해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역사가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히로시마와 아우슈비츠가 20세기에 일어난 전 세계적인 재앙의 상징으로 절대 잊히지 않는 반면 샌프란시스코와 도쿄가 지진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었어도 별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nbsp;  자연재해 중 거의 유일무이하게 세계적으로 기록되는 게 폼페이이다. 하지만 이는 주민들이 베수비오 화산의 임박한 폭발을 암시하는 경고를 무시해서 위기를 자초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반면 아무런 전제 없이 덮쳤던 리스본 지진은 도시에 있던 그 어떤 사람에게도 재앙에서 탈출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영국 국교회의 성직자 윌리엄 워버튼(1698-1779)은 친구에게 "이 끔찍한 일을 인간의 불경을 하늘이 응징하는 거라 생각하는 건 굉장히 섬뜩하네. 하지만 우리가 아버지가 계시지 않은 세상에 고독하게 버려져 있다고 생각하는 건 10 배는 더 무시무시하네."라고 말했다. 전전긍긍의 심정을 잘 드러내주는 말이다.   &nbsp;  저자는 진도(震度)와 규모(規模)를 구분해 설명한다. 진도는 지진 때문에 사람이 인지한 것을 측정하는 것이고, 규모는 과학적 도구가 인지한 것이다. AI는 지진의 규모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방출된 에너지의 총량을 뜻하며, 지진의 진도는 특정 위치에서 사람이 느낀 흔들림의 정도와 피해 규모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규모는 지진이 일어난 위치가 어디든 관측 장소에 상관없이 단 하나의 고유한 값을 갖는다. 지진의 진도는 진원에서 가까울수록 높고 멀수록 낮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값이 여러 개로 나뉜다. 관찰자에게서 가까운 소규모 지진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강한 지진보다 더 높은 진도로 느껴질 수 있다. 규모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은 대다수의 지진 학자들이 일반 대중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이다.   &nbsp;  지진파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지하에 있는 지진의 중심점에서 곧장 위에 있는 지표면으로 퍼져나가는 중심파가 있고 중심파의 일부가 지면에 도착한 다음 변형되어서 생기는 표면파가 있다. 중심파는 1차파인 P파와 2차파인 S파로 나뉜다. S파는 전파처럼 양옆으로 파동을 가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더 느리고 액체를 통과할 수 없다. 그리고 지면을 수직과 수평 방향으로 흔든다. 건물들은 수평 응력을 별로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P파보다 S파에 훨씬 큰 피해를 입는다. 지진의 진앙이 지 진 기록계에서 멀수록 빠른 P파와 느린 S파의 도착 간격이 더 커진다. 러브파와 레일리파는 두 가지 주된 표면 파다.   &nbsp;  진앙과 진도보다 좀 더 복잡한 개념인 규모 측정법을 만들기 위해 지진의 크기를 결정하고 싶었던 20세기 지진 학자들은 문제에 맞닥뜨렸다. 진앙에서 관찰자까지의 거리에 따라 다양하게 나오는 여러 가지 진도 계급 대신에 각각의 지진에 딱 하나의 숫자를 부여하는 계급을 어떻게 고안하느냐 하는 거였다. 규모 8의 지진은 규모 7의 지진 보다 지면을 10배 더 강하게 흔들고 규모 6의 지진보다 100배 더 강하게 흔든다. 하지만 만약 규모 6의 지진의 진앙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한다면 규모 8의 지진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nbsp;  나무로 지은 일본 전통 가옥은 지진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화재에 취약한 반면 벽돌과 돌로 지은 서구식 건물은 화재에는 강하지만 지진에 고스란히 무너졌다. 나무는 휘어지더라도 부러지지 않고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탄성이 뛰어나다. 목재는 돌이나 벽돌보다 훨씬 가볍다. 지진이 건물에 가하는 힘은 건물의 무게에 비례함으로 가벼운 목조건물이 받는 충격이 훨씬 적다. 나무는 유기물이므로 불에 잘 탄다. 돌과 벽돌은 불에 타지 않은 광물성 재료다. 외벽이 타지 않아 인근 건물로 불이 옮겨 붙는 것을 막아준다.   &nbsp;  돌과 벽돌은 위에서 누르는 힘(압축력)에는 잘 견디지만 옆으로 당기는 힘(인장력)이나 흔드는 힘(전단력)에는 약하다. 지진으로 좌우 흔들림이 발생하면 결합부위가 쉽게 갈라져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돌과 벽들은 매우 무겁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이 받는 흔들림의 에너지가 목조건물보다 훨씬 커서 파괴력이 배가(倍加)된다. 물론 대지진이 화재로 이어짐을 유의해야 한다. 켈빈 경이라는 애칭을 가진 윌리엄 톰슨 같은 지질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이 지구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엑스레이를 제공하면서 지진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nbsp;  지진파가 지각, 맨틀, 핵의 여러 부분을 지나 멀리 있는 지진기록계에 잡힐 때의 속도와 경로를 계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세기 초 지진학은 점차 지구 물리학이라는 넓은 분야의 일부로 여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언제, 어디서, 왜 지진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보편적인 이론은 없는 상태였다. 1960년대에 생겨난 판 구조론이 지진 발생을 거시적인 면에서 성공적으로 설명해준다. 물론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미시적인 면, 다시 말해 지진이 일어날 때 지하의 바위들은 어떻게 되는지 같은 것들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진이 일어난 후에 제시된 한 세기 전의 이론에 지금까지 의존하고 있다. 단층에 관한 모든 오류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nbsp;  지진학자 수단 휴는 지질학에서 판 구조론의 중요성을 의학에서 심장마비를 진단하기 위한 혈액순환의 중요성에 비견했다.(158 페이지) 세계 지진의 대다수는 판 경계에서 일어난다. 섭입은 밀도가 상당히 다른 두 개의 판이 충돌하는 판의 경계라면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밀도가 더 높은 판이 밀도가 낮은 판 아래로 섭입된다. 반대로 부딪히는 두 판의 밀도가 비슷하다면 섭입은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산악지대가 생기고 지진이 일어나긴 하겠지만 화산 폭발은 없을 것이다. 지진을 일으키는 응력은 단층을 잘라내고 비비고, 양옆에서 잡아 당기고, 옆에서 압축한 방식으로 힘을 행사한다.   &nbsp;  저자는 오늘날 캘리포니아에서는 지진 학자들과 지구 물리학자, 공학자, 건축가, 보험 업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잘못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진 예측은 유혹적인 신기루이다. 계속해서 손짓을 하지만 항상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대지진이 일어나면 지진학의 외곽에 있는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지진을 예측했다고 주장하며 그들의 소위 실적을 가지고서 미래의 지진을 예측하려 한다. 지진학 전문가들은 대지진이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하는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긴 하지만 이런 사건이 언제 일어날지는 여전히 그들의 예지 범위 밖에 있다. 하지만 지진 학자들은 종종 추측을 하고 싶은 유혹에 넘어간다.(205 페이지)   &nbsp;  장기 예측을 하려는 과학자들의 소망은 주로 탄성 반발 모형으로부터 생겨난 순환적 개념을 핵심으로 한다. 즉 단층 응력이 꾸준한 속도로 쌓여 가다가 정기적으로 단층 파열이 갑자기 일어나면 해소된다는 개념인데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반대로 짧게 말하자면 전조가 대단히 중요하고 좀 더 확장해서 보자면 이를 관찰하고 측정할 기계들과 사람들, 사회 조직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전조로 볼 만한 증상으로는 초기 미진, 지면 압력의 변화, 지면의 기울어짐이나 상승 저항감, 지역 자기장과 중력장의 변화, 지하수 수위 변화, 라돈가스의 방출, 낮은 소리, 섬광과 동물들의 기묘한 행동 같은 것들이다.   &nbsp;  이런 전조 중 몇 가지는 대지진이 일어나기 몇 달 전 심지어는 몇 년 전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몇 가지는 지진이 일어나기 며칠이나 몇 시간 전에 일어난다. 장기적인 지진 예측은 장기적인 날씨 예보 보다 훨씬 더 성공률이 낮고 위험도는 어마어마하게 높다. 지질학적 변이 과정은 굉장히 느려서 설령 한 세기 분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해도 겨우 1분 관찰하고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려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다. 지진 예측 분야는 어떤 의견에도 완전히 열려 있는 상태이다. 많은 예측이 비과학적이고 유사 과학적인 방식으로 행해지고 있고 대다수는 무시된다. 하지만 종종 불분명한 이유로 이 가운데 하나가 퍼져서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nbsp;  1989년 로마 프리에타 지진은 우리가 일어나길 바라는 곳에서 일어나지도 않았고 예측할 수도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지각 단층을 열심히 연구했지만 지진이 어떻게, 왜 일어나고 재발하는지에 관한 우리의 지식이 이제 걸음마 단계이고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준다. 이스라엘 출신의 지구물리학자 아모스 누르(Amos Nur; 1938-2024)가 쓴 [아포칼립스; 지진, 고고학 그리고 신의 분노]는 주목할 책이다.   &nbsp;  이 책에서 저자는 고대 도시 몰락은 전쟁이 아닌 지진 등의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보았다. 가령 누르는 예리코 성벽 붕괴를 요르단 지구대의 활발한 단층 운동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누르 교수는 판 내부의 고대 단층이 축적된 응력을 견디지 못하고 깨지면서 재앙적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PS 관측 결과 매년 mm 단위로 판이 자세하게 뒤틀리며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저자는 2008년 영국 지진 때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이긴 해도 자신이 사는 아파트가 흔들렸다는 사실을 말한다. 그래서 그는 아무래도 이제는 침대 바로 위에 설치한 책장의 무거운 지구과학책 무더기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걸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703/39/cover150/600084294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7033989</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독자들이 비문학 책들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한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40545</link><pubDate>Wed, 17 Jun 2026 20: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40545</guid><description><![CDATA[나; 최근 한 대형 서점 집계에 의하면 독자들이 비문학 책들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한다. 정서, 공감 등의 키워드로 말할 수 있는 소설, 시 등이 아닌 지식 분야는 유튜브에서 알거나 AI에게 물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AI는 지식 양과 정확도 등에서 놀랍다. 하지만 충실한 답 또는 소재를 얻으려면 단편적이어서는 안 되고 거듭 묻고 답에 따라 생각을 바꿔 의미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AI만으로는 안 되고 책을 통독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도 책의 메인 스트림에서도 소재를 얻지만 예상하지 않은 부분, 곁가지에서 의미 있는 글감이나 생각거리를 얻곤 한다. AI와 함께 책이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nbsp;  AI; 질문자님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며, AI 시대에 책을 '통독(처음부터 끝까지 전체를 읽음)'해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짚어내셨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의 단편적인 습득을 넘어 깊이 있는 사고를 하려면 말씀하신 대로 AI와 책의 상호작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질문자님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와 AI 시대에 책 읽기가 왜 더 중요해지는지 구조적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nbsp;  1. 질문의 수준이 답의 수준을 결정합니다.AI의 한계: AI는 사용자가 입력한 프롬프트(질문)의 범위 안에서만 최적의 답을 도출합니다.   &nbsp;  통독의 역할: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저자의 방대한 논리 구조와 맥락을 흡수하게 됩니다.  &nbsp;  상호 작용: 이 맥락을 이해해야만 단편적인 질문을 넘어 AI에게 '거듭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고체계가 형성됩니다.  &nbsp;  2. '곁가지'에서 발견하는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AI의 한계: AI는 목적 지향적입니다. 가장 확률이 높고 정제된 정보만을 지름길로 안내하므로 예측 불가능한 발견이 어렵습니다.   &nbsp;  통독의 역할: 저자가 본문 옆에 곁들인 에피소드, 각주, 혹은 메인 스트림에서 벗어난 문제 제기 등에서 생각지 못한 글감과 영감이 나옵니다.  &nbsp;  상호 작용: 우연히 책에서 만난 곁가지 지식이 AI의 정교한 데이터 분석력과 결합할 때 세상에 없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합니다.  &nbsp;  3. 정보(Information)와 지혜(Wisdom)의 차이AI의 영역: 유튜브와 AI는 파편화된 '정보'와 '지식'을 빠르게 전달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nbsp;  책의 영역: 비문학 책은 저자가 수년 동안 연구하고 고민한 끝에 정립한 하나의 '세계관'이자 '지혜'의 집약체입니다.   &nbsp;  상호 작용: 책을 통해 벼려진 비판적 사고 능력이 있어야만, AI가 내놓는 수많은 답변 중에서 거짓을 걸러내고 진정한 가치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nbsp;  결론적으로 "AI 시대의 독서는 지식을 외우기 위함이 아니라 AI를 제대로 부리기 위한 '생각의 근육'을 키우기 위함"이라는 질문자님의 시각은 매우 미래지향적이고 타당합니다. AI를 최고의 파트너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결국 책을 통해 깊은 사유 능력을 길러낸 독자들일 것입니다.  &nbsp;  ]]></description></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맨틀, 마그마, 해령, 섭입대 등으로 푸는 고체 지구의 신비 - [대륙은 살아 있다 - 청소년을 위한 46억 년 지구 과학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40353</link><pubDate>Wed, 17 Jun 2026 17: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4035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446249&TPaperId=173403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328/80/coveroff/897044624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0446249&TPaperId=1734035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대륙은 살아 있다 - 청소년을 위한 46억 년 지구 과학 이야기</a><br/>다케우치 히토시 지음, 원종관 옮김 / 전파과학사 / 2023년 08월<br/></td></tr></table><br/>대서양 중앙부에는 거의 남북 방향의 큰 해저 산맥이 있다. 이를 대서양 중앙 해령이라 부른다. 이는 전 대양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단 1개의 거대한 해령 시스템이다. 수많은 지엽적인 해령들이 흩어져 있는 태평양과 달리 대서양은 하나의 거대한 수중 산맥이 바다 한가운데를 S자 모양으로 관통하며 동서 분할을 이루고 있다. 대서양 중앙 해령을 이루는 부분은 대서양의 너비인 약 6천km의 거의 3분의 1인 2천km에 달한다. 중앙 해령은 그 양측에 있는 깊이 5천m 정도의 해저에서 3000m의 높이로 치솟아 있다.   &nbsp;  1850년대 미국의 해양학자 매튜 폰테인 모리(Matthew Fontaine Maury)가 대서양 횡단 해저 케이블 설치를 위한 탐사 자료를 분석하여 바닷속 산맥의 존재를 처음으로 추론했고 1872~1876년 영국의 탐사선 'HMS 챌린저호(HMS Challenger)'의 과학 탐사를 통해 대서양 한가운데에 거대한 해저 능선이 뻗어 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되었다.   &nbsp;  1920년대 독일의 메테오(Meteor) 탐험대가 음파 탐지기를 이용해 해령이, 단절되지 않은 거대한 산맥임을 밝혀냈다. 1953년 마리 샤프(Marie Tharp)와 브루스 히젠(Bruce Heezen)이 해저 지형과 지진대 데이터를 정밀 매핑하여 해령 중앙에 '열곡'이 존재함을 밝혀내 판구조론과 해저 확장설을 입증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대서양 중앙 해령은 아이슬란드 섬을 꿰뚫고 있다. 아이슬란드에는 중앙 지구(地溝)라 불리는 유명한 열목이 있다. 열목(裂目; rift)은 열곡(裂谷)의 의미로 보인다.   &nbsp;  열하분출(Fissure eruption)이 중심분출(Central eruption)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것의 핵심 메커니즘은 마그마 통로의 국지화(Localization)와 열적 집중(Thermal focusing)이다. 초기에는 긴 균열을 따라 동시 분출하던 마그마가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가 가장 강한 특정 지점으로만 흐름이 집중되며 하나의 독립된 화구(Venting pipe)를 형성하게 된다. 마그마 방의 높은 압력으로 인해 지각에 긴 균열이 생기면 마그마가 선형(Line)을 이루며 동시에 뿜어져 나온다.   &nbsp;  분출이 시작된 후 마그마 방 내부의 초기 과잉 압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가스가 빠져나가면서 균열 전체를 밀어 올리던 추진력이 약해진다. 추진력이 약해지면 마그마의 유량이 줄어든다. 유량이 줄어든 구역에서는 차가운 주변 암석과의 접촉으로 인해 마그마의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마그마가 굳으며 균열의 대부분이 서서히 막히게 된다. 균열의 모든 곳이 동시에 막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폭이 조금 더 넓거나 마그마 공급 속도가 빨랐던 특정 지점은 마그마가 계속 흐르면서 주변 암석을 지속적으로 가열한다.   &nbsp;  이로 인해 해당 지점은 냉각되지 않고 오히려 주변 암석을 녹이며 통로를 넓히게 된다. 결과적으로 모든 마그마의 흐름이 이 몇 개의 통로(Point)로만 집중되는 국지화 현상이 일어난다. 선형의 균열 중에서 살아남은 특정 지점들은 점차 원통형의 마그마 통로(Conduit)로 발달한다. 마그마가 이 집중된 통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직 분출하면서 화산재와 용암이 통로 주변에 겹겹이 쌓이게 되고, 최종적으로 우리가 흔히 아는 원추형 형태의 중심분출 화산을 형성하게 된다.   &nbsp;  정리하면 열하분출이 중심분출로 바뀌는 메커니즘은 균열 전체의 압력 감소와 냉각으로 인해 대부분의 통로가 막히고 열적으로 가장 유리한 특정 지점으로만 마그마의 유량이 집중(국지화)되는 과정이다.   &nbsp;  대서양의 중앙지구는 대서양 중앙 해령의 협곡이 육지에 연장된 부분이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제 4기의 화산활동 및 지진의 대부분은 이 중앙 지구에 집중된다. 중앙 지구 바닥에는 아이슬란드 말로 기아(gia)라고 불리는 수직 열목이 발달되어 있다. 이 열목은 지구를 이루는 단층과 나란하다. 중앙 지구에 있는 그 주향에 직각인 방향의 장력이 작용하는 것으로 믿고 있으며 중앙 지구의 너비가 1000년간 1km당 3.5m의 비율로 넓어졌다는 것이 알려졌다.   &nbsp;  태평양과 달리 대서양에는 불의 고리가 없다. 결정적인 이유는 대서양의 가장자리에 판이 소멸하는 섭입대(해구)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서양 가장자리에 섭입대(해구)가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서양은 탄생한 지 약 1억 8,000만 년에서 2억 년밖에 되지 않은 지질학적으로 매우 젊은 대양이기 때문이다.   &nbsp;  섭입대(Subduction zone)는 한 판이 다른 판 밑으로 파고들어 소멸하는 경계로,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지진과 폭발적인 화산 활동을 일으키는 핵심 공장 역할을 한다. 섭입대는 두껍고 단단한 암석판 두 개가 정면으로 맞부딪히며 파고드는 곳이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마찰력이 발생한다. 내려가는 해양판과 위에 있는 대륙판이 맞물려 엄청난 에너지가 축적된다. 판이 지하 깊숙이 뚫고 들어가기 때문에 얕은 곳(천발 지진)뿐만 아니라 지하 300~700km 깊은 곳(심발 지진)까지 판이 부서지며 연속적인 지진대를 형성한다. 섭입대가 없는 대서양 해령은 얕은 지진만 일어난다.   &nbsp;  섭입대 화산의 진짜 원인은 해양판이 머금고 간 물(Water)에 있다. 해양판이 가라앉을 때 바닷물과 반응했던 해저 퇴적물과 함수광물이 지하 깊은 곳까지 함께 끌려 들어간다. 지하 약 100km 깊이에 도달하면 엄청난 압력과 열에 의해 이 광물 속에서 물이 짜여 나온다. 이 물이 상부 맨틀의 암석과 섞이면 암석이 녹기 시작하는 온도가 뚝 떨어진다. 이로 인해 맨틀이 녹아 마그마가 형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그마는 물(수증기)과 가스 함량이 매우 높아 엄청난 압력을 품고 있다. 지표면으로 뚫고 나올 때 마치 흔든 샴페인처럼 콰쾅 하고 폭발적인 분출을 일으키며, 이 화산들이 바다 위에 줄을 지어 일본 열도 같은 호상열도나 안데스산맥 같은 거대한 화산호를 만든다.   &nbsp;  물은 판과 판이 부딪히고 긁히며 지구상에서 가장 깊고 강한 초대형 지진을 일으키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맨틀에 투입되어 마그마를 만들고 가스 압력을 높여 대규모 폭발을 일으키는 화산 가속기이기도 하다. 섭입대가 촘촘히 둘러싼 태평양은 지진과 화산이 끊이지 않는 '불의 고리'가 되었고 섭입대가 없이 판이 부드럽게 찢어지기만 하는 대서양은 변두리가 매우 조용하고 안전한 곳이다.  &nbsp;  저자는 지구의 지각은 유체라고 하기보다 탄성적인 고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얼음의 유체성은 얼음 알맹이와 알맹이 사이에 있는 염분을 함유하는 물의 막에서 기인한다. 암염(巖鹽; rock salt)도 고체로서 유체의 성질을 띤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용기 역시 고체가 액체와 같은 성질을 나타내는 사례 중 하나다.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솟아오른 것은 반도를 덮고 있던 빙하가 녹았기 때문이다. 변환 단층은 맨틀 대류와 판의 이동속도 차이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지구 자기장의 방향이 오늘날과 반대 방향으로 된 것을 지구 자기장의 반전이라 부른다.   &nbsp;  지자기의 역전을 읽어내는 첨단 기구를 SQUID(superconducting quantum interference device)라 한다. 초전도 양자 간섭 장치라 한다. 1964년 발명되었다. SQUID 발명 이전 과학자들은 비정적 자력계, 스피너 자력계, 플 럭스 게이트 자력계 등으로 자기장을 읽었다. 해저는 자기 테이프와 같다. 대양 한가운데서 분출한 용암이 굳을 때 당시 지구 자기장 방향이 지구의 암석에 고스란히 기록된다는 뜻이다.   &nbsp;  저자는 현대 지구과학은 이은 자국이 없는 직물과 같아서 한쪽에서 얻은 성과는 즉시 다른 쪽으로 옮겨간다는 말을 한다. 화성암의 잔류자기, 해저 퇴적물의 잔류자기, 해양 지역에서의 지자기 이상은 지구과학의 3위 일체라고 불린다.(160 페이지) 아직 2억 년이 되지 않은 대서양 해저는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대서양에는 두 개(소앤틸리스, 스코샤)의 공식 섭입대와 하나(지브롤터)의 잠재적 섭입대가 있다.   &nbsp;  이는 13개~15개의 섭입대를 가진 태평양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이 차이는 해양 지각의 나이와 그로 인한 밀도와 두께의 차이로 인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섭입대의 숫자가 적으면 해양 확장이 어려워진다. 섭입대가 별로 없는 대서양이 계속 확장할 수 있는 것은 지구 반대편 태평양에 섭 입대가 충분해 그만큼의 면적을 받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장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대서양은 판의 이동 속도가 아주 느린 바다다. 그러나 아무리 느려도 발산형 경계라면 해령이 생긴다.   &nbsp;  일반 단층은 지각 내부의 응력으로 인해 암석이 부러져 어긋난 구간을 말한다. 변환 단층은 두 판이 서로 스쳐 지나가는 판의 경계 자체를 의미한다. 동일한 해령 축에서 멀어지는 판이라도 회전 적도에 가까운 부분은 빠르게 이동하고 회전 극에 가까운 부분은 느리게 이동한다. 일직선이던 해령 구조가 위도별 속도 차이(가속도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뚝뚝 끊어 가로로 찢어진다.   &nbsp;  이 찢어진 틈을 경계로 양옆 지각이 서로 다른 속도로 지나감에 따라 변환 단층이 만들어진다. 해저 확장 과정에서 생성된 지자기 줄무늬가 변환 단층을 경계로 어긋나 있는 현상은 판이 양옆으로 이동했다는 강력한 증거다. 판 구조론에서의 판의 운동은 평면 위의 직선 운동이 아니라 구체 위에서 특정 회전축(Euler pole)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3차원 운동이다. 하나의 판의 내부에서도 위치에 따라 이동속도의 차이가 난다.   &nbsp;  하지만 판 전체가 하나의 단단한 회전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쉽게 갈라지지 않는다. 동해 생성 배경은 맨틀 대류가 풀지 못한 수수께끼다. 일반적으로 바다는 해령에서 생긴다. 그러나 동해는 다른 판이 땅속으로 들어가며 대륙 가장자리를 찢어 넓게 펼친 곳에 만들어진 바다다. 대륙판 밑으로 파고드는 태평양 판이 무거워 해구의 위치가 바다 쪽으로 밀려나는 것을 해구 후퇴(trench retreat)라고 한다.   &nbsp;  맨틀 대류는 부분적으로 특정 부위를 따뜻하게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식히는 역할을 한다. 대류에서는 끌어 올려지는 한편 그것과 같은 부피의 물질이 지구 내부로 다시 흘러 들어가 지구 표면에서는 축적이 일어나지 않는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2328/80/cover150/897044624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3288000</link></image></item><item><author>벤투의스케치북</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화학의 A에서 Z까지... -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 화학 편 - 원자 결합부터 화학 변화까지 계산 없이 쏙쏙 이해하는 화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32946</link><pubDate>Sat, 13 Jun 2026 21: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63054172/1733294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52939832&TPaperId=1733294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670/84/coveroff/k05293983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52939832&TPaperId=1733294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 화학 편 - 원자 결합부터 화학 변화까지 계산 없이 쏙쏙 이해하는 화학</a><br/>사마키 다케오 지음, 최윤영 옮김, 이준호 감수 / 유노책주 / 2024년 04월<br/></td></tr></table><br/>화학물질이라고 하면 폭발물이나 독극물과 같은 무서운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인간을 포함해 공기, 물, 음식, 의복, 건축물, 흙, 암석 등 주위의 온갖 사물을 이루고 있는 물질 역시 화학물질이다. 물질을 이루는 원자의 결합 방식이 바뀌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는 변화를 화학변화라 한다.   &nbsp;  얼음에 가해진 열이 물 분자 사이의 결합을 끊으면 성질이 바뀌는 것과 감람암에 물이 닿으면 사문암이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전자는 물리적 변화이고 후자는 화학적 변화다. 김은 눈에 보이고 수증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수증기와 달리 액체다. 수증기가 공기 중으로 나왔을 때 작은 물방울로 변한 것이 우리가 보는 김이다. 수증기는 무색투명해서 분자도 보이지 않는다. 1500배 정도 배율의 성능 좋은 광학 현미경으로도 이 물 분자를 볼 수 없다.   &nbsp;  수증기는 100°C에서 더 나아가 200°C, 300°C를 넘는 고온의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수증기를 과열(過熱) 수증기라 한다. 과열 수증기에 성냥을 가져다 대면 불이 붙고 종이도 태울 수 있다. 수증기에 젖는 것이 아니라 수증기에 타는 것이다. 물의 경우 고체보다 액체가 더 가벼운 이유는 물 분자의 결합 방식에 있다.   &nbsp;  물 분자는 한 개의 산소 원자의 두 개의 수소 원자가 결합해 만들어진다. 여기서 두 수소 원자는 일정 각도(104.5°)를 이루는 꺾은 선 모양을 하고 있다. 물 분자의 수소 원자와 주변의 다른 물 분자의 산소 원자는 양전하와 음전하로 서로를 끌어당긴다. 이 결합을 수소 결합이라고 한다. 수소 결합은 일반 분자 간의 끌어당김보다 강력하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물 분자는 분자 내의 전기적 치우침이 큰 분자라고 할 수 있다.   &nbsp;  수소 결합으로 만들어진 결정은 육각형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다. 얼음은 수소결합 때문 틈새가 커진 경우다. 물이 녹아 액체가 되면 상당수의 수소 결합이 끊어지고 물 분자가 무질서하게 움직인다. 수소 결합이 사라지면 물 분자 사이의 틈이 메워져 밀도가 커진다. 얼음의 결합각은 109.5°이고 물의 결합각은 104.5°이다.   &nbsp;  물은 유리도 녹인다. 근육 조직의 약 72% 정도가 수분이다. 남성은 60%가 물로 이루어졌고 여성은 55%가 물로 이루어졌다. 보통 남성이 여성보다 더 활력 있어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근육이 많아 신체에 더 많은 수분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물은 영양분이나 산소를 운반하고 신체에 필요한 다양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체온이나 삼투압을 조절하고 위생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생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nbsp;  그렇기에 인류는 정착 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깨끗한 물이 있는 곳에 모여 살았다. 물을 다른 말로 디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라 한다. 수소 두개, 산소 하나라는 뜻이다. 대류권은 다른 대기권과 비교했을 때 고도에 따른 온도 변화가 유독 심하다. 성층권에서는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따뜻해지고 지표면에 가까워질수록 온도가 내려간다. 산소는 생물의 호흡이나 물체 연소에 꼭 필요한 기체다. 물에 어느 정도 녹기 때문에 물고기 등의 수중 생물이 물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nbsp;  질소는 다른 물질과 반응하기 어려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산소에 노출된 식품은 변질되기 쉬우므로 식품을 담은 용기 안에 질소를 충전해 이를 막기도 한다. 아르곤은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는 기체다. 그래서 공기 중에 조용히 존재하다가 1894년이 되어서야 발견되었다. 반응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게으름뱅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Argos에서 이름을 따왔다.   &nbsp;  흥미로운 사실은 공기가 희박해져도 공기의 성분 조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구상에서 공기의 성분비는 거의 모든 곳에서 동일하다. 지상의 건조한 공기는 약 78%가 질소, 약 21%가 산소로 전체 공기의 99%가 이 두 가지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이 밖에 아르곤 0.9%, 이산화탄소 0.04% 등이 포함된다. 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장소나 계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nbsp;  침팬지 등이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지만 도구를 만들기 위한 도구를 만드는 동물은 인간 외에는 없다. 인간이 구석기를 만들기 위해 격지를 활용한 것도 도구를 위한 도구의 사용예이다. 불로 조리를 하기 위해 그릇을 만든 것도 도구를 위한 도구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불을 사용한다. 언제부터, 어떻게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nbsp;  화산 폭발이나 낙뢰로 화재가 일어났을 때 얻은 불씨를 이용해 생활하는 데 불을 활용하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처음에 인류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불씨만을 허용했을 것이나 점차 스스로 불을 피울 수 있게 되었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인간은 사물(나무)의 심장 속에 숨겨진 열정과 사랑을 끌어내려는 에로틱한 몽상 때문에 불을 만들어내게 되었다고 말한다. 바슐라르는 막스 뮐러의 말을 인용하여 불은 두 나뭇 조각에서 태어난 자식이라는 말을 했다.   &nbsp;  불은 자신을 낳아준 부모라는 나무를 태우는 존재다. 이는 불이 가진 모순을 드러내는 말이다. 인류는 불을 다룰 수 있었기에 화학 변화도 일으킬 수 있었다. 근대화학의 아버지인 라 부아지에는 칼 빌헬름 셀레와 조지프 프리스틀리가 독자적으로 발견한 지중해 기체를 산소라 명명했고 물질이 연소하는 이유가 가연성 물질과 산소의 화학 변화 때문임을 밝혔다. 화학에서는 라부아지에의 이론에 설명을 추가해 물질이 열과 빛을 내며 격렬하게 산소와 반응하는 현상을 연소(燃燒)라 정의한다.   &nbsp;  석유난로는 등유를 넣어 사용한다. 등유의 인화점이 상온보다 높아 심지 부분만 연소되기 때문이다. 휘발유는 절대 안 된다. 휘발유는 인화점이 낮아서 불을 붙이면 심지뿐 아니라 휘발유 본체가 연소하기 때문이다. 금속은 다른 물질에 비해 유독 전기가 잘 통한다. 사실 금속에서 광택이 나는 이유와 전기가 잘 통하는 이유는 서로 같다. 금속만의 독특한 원자 결합 방식 때문이다.   &nbsp;  금속 원자들은 다른 금속 원자와 결합할 때 자신들의 가장 바깥에 있는 전자를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로 내놓인 전자들은 일종의 구름 형태로 존재하며 원자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이를 전자 구름이라고 부른다. 전자들은 이 전자 구름 속에서 서로 결합하고 덕분에 금속 원자들은 재료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금속의 결합 방식을 금속 결합이라고 한다. 이때 전기로 이루어진 전자들이 전자 구름으로 이루어진 금속의 표면과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다님으로써 금속 전체에 전기가 잘 통하게 된다.   &nbsp;  전자 구름은 가시광선을 받으면 흡수했다가 다시 내보내는 방식으로 빛을 반사한다. 이는 금속에서 광택이 나는 이유이다. 원소명은 상당히 애매하게 사용되고 있다. 산소라고 했을 때 그것이 원소의 산소를 가리키는지, 오존과 구별되는 홑원소 물질의 산소인지, 산소 분자인지,산소 원자를 말하는 것인지 문맥을 보며 추측할 수밖에 없다.   &nbsp;  스테인레스는 철에 크로뮴과 니켈을 더해 만든 합금이다. 스테인레스가 녹이 슬지 않는 이유는 매우 치밀한 산화 피막 즉 녹으로 보호되어 있기 때문이다. 토기는 주로 입자가 아주 미세하고 무른 흙인 점토로 만든다. 점토는 물을 넣고 반죽하면 적당한 끈기가 생겨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이를 불에 구우면 전과 달리 매우 딱딱해진다.   &nbsp;  점토는 암석이 침식되거나 풍화되면서 만들어진 퇴적물이다. 점토를 구성하는 물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산화규소이다. 이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무기 고분자로 한 덩어리가 하나의 분자로 구성된다. 이는 원자들이 공유 결합으로 수없이 많이 연결되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는 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 곳이라 집을 짓는 데 목재를 사용할 수 없었다.  &nbsp;  그래서 햇볕에 말린 벽돌로 담장과 건물을 세우며 도시를 형성했다. 그러나 흙 벽들은 비바람을 맞으면 흙으로 되돌아가버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메소포타미아와는 달리 인더스 문명에서는 구운 벽돌을 사용했다. 이를 소성(燒成) 벽돌이라고 한다. 당시 인더스강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단단한 소성 벽돌 문명이 확산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소성 벽돌을 이용해 집을 만들었고 집집마다 우물, 부엌, 빨래터를 두었다.   &nbsp;  생활 하수를 배출할 수 있는 하수도 또한 소성 벽돌을 이용해 만들었다. 소성 벽돌을 이용해 매우 치밀하게 도시 전반을 건설한 것이다. 인더스 문명은 기원전 1700년경에 멸망한다. 그 이후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소성 벽돌을 이용한 도시 건설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소성 벽돌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과도하게 산림을 벌채하면서 주위의 자연환경이 무너졌고 인더스강이 대홍수를 일으킨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nbsp;  고대 로마의 나폴리 근교 지역에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시멘트가 존재했다. 바로 화산재다. 고대 로마인들이 화산재를 굳혀 만든 콘크리트를 로마 콘크리트라 부른다. 로마 콘크리트를 이용해 만든 대표적 건물이 바로 판테온 신전이다. 일부 신전의 지붕은 지은 지 200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견고하다.   &nbsp;  판테온 신전은 층마다 다른 시멘트가 사용돼 쉽게 파손되지 않는다. 위로 올라갈수록 콘크리트의 무게와 밀도를 줄인 것이다. 이를 밀도 점층공법이라 한다. 이것이 고대 로마제국의 멸망으로 끊긴 기술이다. 판테온 신전은 현재도 남아있는 세계 최대의 무근(無筋) 즉 철근이 들어 있지 않은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은 천연 대리암으로만 지워진 건물이다.   &nbsp;  유리는 수소와 결합한 상태여서 추가로 산소와 만난다고 하더라도 더는 산화되지 않는다. 유리는 황산, 염산, 질산 같은 산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화학약품을 유리병에 넣어 보관하는 이유이다. 유리는 고무나 나무 조각과 같이 전기가 흐르지 않는 절연체이기도 하다. 유리는 고온에 노출되면 일정 온도에서 액화하지 않고 점차 부드러워져 마침내 유동성을 갖는다. 그래서 유리는 딱딱하지만 매우 점성이 높은 일종의 액체라고도 볼 수 있다.   &nbsp;  가스는 원래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스는 냄새가 나는 미량의 기체를 섞어 가스 노출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했다. 불꽃놀이는 금속이 불에서 얻은 열에너지를 빛 에너지로 바꿔 방출하는 과정을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이다. 불꽃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금속도 있다. 이것은 전자가 고에너지 상태에서 저에너지 상태로 돌아갈 때 가시광선이 아닌 빛을 내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nbsp;  니트로 글리세린은 니트로 셀룰로우스와 마찬가지로 화약으로 이용하기가 어려워 현대에는 주로 심장약의 재료로 활용한다. 결국 흑색 화약은 새로운 화약이 발명되었음에도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사용되었다. 보르도액이라는 농약이 있다. 프랑스 보르도는 프랑스에서 포도가 잘 재배되는 한 지역의 이름이다. 이 지방에서는 포도를 자주 도둑맞았다. 그래서 황산구리와 석회를 섞은 혼합액을 포도에 살포해 도난을 방지하고자 했다.   &nbsp;  그러자 포도나무에 발생하는 포도 녹음병의 발병률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황산구리와 석회 혼합액을 사용함으로써 녹은 병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 농약을 마을 이름을 따서 보르도액이라 불렀다. 즉 농약은 포도 도둑을 쫓아내려 다 탄생한 것이다.(포도 도둑을 막으려다가 탄생한 것이 농약이 아니라 살균제라는 말이 있다.)   &nbsp;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이후 미국과 세계가 개발도상국의 말라리아 퇴치를 원조가 중단되자 개발도상국에서 말라리아로 사망한 사람이 수백만 명이나 되었다는 사실도 있다. DDT가 말라리아를 죽이는 데 큰 몫을 한 것이다. 처음 발명되었을 때 꿈의 물질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환경 오염 물질로 낙인찍힌 것이 프레온이다. 반면 대체 프레온은 온실효과가 강하다. 현재는 이소부탄이라는 탄소와 수소가 결합한 물질을 사용한다. 다만 이소부탄은 불을 붙이면 연소해 불편하다. 냉장고, 에어컨 등에는 여전히 대체 프레온을 사용한다.   &nbsp;  이는 석면(石綿; Asbestos)의 사례를 닮았다. 석면은 과거에 신이 내린 선물, 기적의 물질(Miracle Mineral) 또는 꿈의 소재로 불리며 전 세계 산업계의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석면은 현재 인체에 명백히 유해한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되었다.   &nbsp;  천연 염료 가운데 쪽이나 꼭두서니는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 염색에 사용되었다. 페루, 멕시코 등의 선인장에 기생하는 곤충인 연지벌레 암컷의 체내에 존재하는 붉은 색소로 만든 염료가 코치닐이다. 마야문명과 잉카 문명 때부터 립스틱으로, 천을 염색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페루 등 남미에서는 현재도 선인장을 재배해 이를 먹이로 하는 연지벌레를 대량 사육한다. 음료수 라벨에 코치닐 추출물, 카민(Carmine), 식품첨가물 분류 코드 ‘E120으로 표기되어 있다면 이 성분이 들어간 것이다. 연지(胭脂) 벌레를 cochineal insect라 한다.   &nbsp;  아닐린은 모브(mauve)를 탄생시킨 매트릭스이자 핵심 원료다. 인디고(쪽)에서 아닐린(방향족 아민 화합물로 투명한 기름 같은 액체)을 발견했고 아닐린으로 모브(부드러운 연보라색)를 창조했다. 물론 지금은 모브를 염색에 사용하지 않는다. 염료는 섬유와 끈끈하게 잘 얽히며 쉽게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섬유 분자의 틈새에 색소 분자가 들어가 화학적으로 결합해 단단히 부착되어야 한다. 염색 견뢰도(Color Fastness)는 염색된 섬유나 가죽 제품이 세탁, 햇빛, 마찰 등 외부 자극을 받았을 때 원래의 색을 얼마나 잘 유지하는가를 나타내는 저항성(품질 표준)이다.   &nbsp;  안료는 물과 기름에 녹지 않고 염료는 녹는다. 고대인들은 산화철 분말에 짐승의 기름 등을 섞어 사용했다. 산화철 분말은 지금도 적색 안료로 사용된다. 수지(樹脂)에는 천연과 합성 두 가지가 있다. 플라스틱은 합성 수지다. 수지란 나무껍질에 상처를 내면 분비되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굳은 것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송진(松津)이다. 플라스틱은 가소성(可塑性) 또는 소성(塑性)을 의미한다. 소성이란 물질에 가해지는 압력이 강해 탄성을 잃은 상태 즉 변형된 채로 있는 성질을 말한다.   &nbsp;  플라스틱은 인위적으로 만든 물건이어서 먹이로 삼는 미생물이 없어 자연 분해가 어렵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과 제품성은 동일하지만 사용 후 미생물의 작용을 통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는 훌륭한 기술이지만 별도의 수거 및 전문 퇴비화 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만 효과를 내는 미완의 대안이다.   &nbsp;  원유를 채굴하면 가장 먼저 분별 증류를 한다. 분별 증류란 두 개 이상의 물질이 섞여 있는 용액에서 끓는 점의 차이를 이용해 성분을 나누는 방법이다. 분별 증류를 이용하면 휘발유, 액화 석유 가스, 나프타, 등유, 경유 등을 얻을 수 있다. 원유에 포함된 나프타, 등유, 경유 등의 끓는점이 다른 이유는 각 성분을 구성하는 탄화수소 분자의 크기(탄소 개수)와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탄화수소 분자가 무겁다(분자량이 크다)는 말과 탄소와 수소의 양(개수)이 많다는 말은 동의어다. 탄화수소 양이 많으면 끓는점이 높다.   &nbsp;  원유에서 이들을 뽑아낸 후 얻어지는 점성유를 중질유라 한다. 중질유는 선박 연료로 사용된다. 이를 한 번 더 분별 증류하면 끈끈한 고체 상태의 아스팔트가 된다. 경질유는 끓는점이 비교적 낮고(대략 200℃ 이하), 탄소 개수가 적어 비중이 작고 끈적임 없이 투명하게 흐르는 기름들이다. 석유가스, 휘발유, 항공유 및 등유, 석유 나프타 등은 경질유다. 경유는 중간유다. 윤활유, 아스팔트, 벙커C유(선박용 연료) 등은 중질유다. 경질유가 비싸고 고급이다. 중질유와 경질유 가운데 경질유가 먼저 나온다. 끓는점이 낮아 먼저 분리되는 경질유가 더 비싼 이유는 현대 산업에서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훨씬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nbsp;  대형 화물선이나 화력발전소는 하루에 소비하는 연료의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 중질유는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 기반이라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가격이 매우 싸다. 대형 산업에서는 연료비가 곧 사업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에 환경 규제를 만족하는 선에서 가장 단가가 낮은 중질유를 쓰는 것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중질유는 상온에서 조청처럼 끈적거리고 불순물이 많아 승용차 같은 소형 정밀 엔진에 넣으면 노즐이 바로 막히고 엔진이 터진다. 중질유는 가벼운 경질유에 비해 탄소 원자가 빽빽하게 뭉쳐 있는 무거운 구조여서 부피당 발열량(에너지 밀도)이 매우 높아 한 번 불이 붙으면 엄청나게 강하고 지속적인 열을 내뿜는다. 수만 톤의 화물을 싣고 태평양을 건너야 하는 대형 선박이나 끊임없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 화력발전소에 필요한 지치지 않는 강력한 뚝배기 같은 화력을 제공하기에 완벽한 연료다. 벙커C유라는 이름은 선박의 연료 창고(Bunker)에 들어가는 가장 무거운 C등급 중유라는 뜻이다. C유란 점도가 높다는 의미다. A유는 점도가 낮다는 의미다. B유는 중간 점도라는 의미다.   &nbsp;  석유 생성 가설에는 생물 기원설과 비생물 기원설이 있다. 석유 속 헤모글로빈 고리 모양의 분자 때문에 생물 유래설이 유력하다. 비생물 기원설은 지구가 만들어질 당시 내부에 갇힌 탄화수소가 열과 압력으로 변한다는 주장이다. 과거 생물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장소에서도 유전(油田)이 발견되기 때문에 비생물 기원설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 원유가 비생물 기원(무기원설) 기름이라면 화석 연료라는 표현은 과학적으로 틀린 말이 된다. 이 경우 지하 광물 자원 또는 탄화수소 연료라고 해야 할 것이다.   &nbsp;  현재 과학이 목표로 하는 것은 녹색 화학이다. 녹색 화학이란 유해물질 배출을 최소화 하고 폐기물의 발생량을 줄이며 에너지와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방법을 생각하고 환경오염 예방을 위한 실시간 분석을 진행하는 등의 다섯 가지 목표를 추구하는 화학이다.&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670/84/cover150/k05293983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6708456</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