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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태조왕건의 동상 - 황제제도.고구려 문화 전통의 형상화
노명호 지음 / 지식산업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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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4대 임금 광종이 아버지 태조 왕건을 위해 개경에 진전(眞殿)인 봉은사를 짓고 동상(銅像)을 만들어 모셨다.(광종은 어머니 신명왕후를 위해 불일사를 창건했다. 고려 말까지 기록에 자주 등장한 봉은사는 조선 개국 후 기록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도 개성의 다른 사찰들이 언급되었으나 봉은사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봉은사 태조 진전의 태조 조각상이 마전으로 옮겨질 때 봉은사는 폐사된 것으로 보인다.)

 

현종 2년 거란이 개경을 열흘 정도 점령했을 때 태묘가 불탔다는 기록이 있는 것과 달리 봉은사는 전화(戰禍)를 입었다는 기록이 없다. 현종은 봉은사 태조 진전을 대대적으로 중신(重新)했다. 고려 사람들은 나라를 세운 태조를 신처럼 받들어 나라의 중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제사를 지냈다. 1392년 고려 태조에 대한 제사를 마전군으로 옮겨 거행하는 절차가 시작되었다.

 

고려 태조를 모신 사당(옛 앙암재)에 고려 태조묘(太祖廟)란 이름이 붙었다. 혜종, 현종, 원종, 충럴왕(8월 11일), 성종, 문종(8월 12일)을 고려 태조묘에 합제(合祭)하는 것이 결정되었다. 다음날인 8월 13일 고려 태조의 동상을 마전군으로 옮겼다. 2개월 후 고려 왕조의 태묘(太廟)를 헐었다. 1397년(태조 6년) 마전에 고려의 사당을 지었다. 1423년(세종 5년) 고려 태조의 동상을 위판으로 바꾸어 제사지내게 되었다.

 

1429년(세종 11년) 고려 태조의 동상과 혜종의 소상(塑像)을 현릉 옆에 묻었다. 1992년 고려 태종 능 확장 공사 중 고려 태조 동상이 발견되었다. 발굴 과정이 아닌 공사 과정에 발견한 것이어서 오른쪽 다리가 부러지고 여러 곳이 찌그러졌다. 통천관도 많이 훼손되었다. 1997년 10월 모 신문에 일본인 한국미술사 전공자 기쿠다케 준이치 교수가 촬영한 고려 태조 동상 사진이 실렸다. 고려 태조 동상은 개성의 고려 역사박물관에 전시되었다가 현재는 평양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고려 태조는 후삼국을 통일한 데 이어 발해 세자 대광현(大光顯)과 유민들을 받아들였고 만주 동남부의 여진과 발해 유민들을 규합해 대륙의 신흥 초강대 세력인 거란을 상대하는 동맹을 이룬 영웅이다. 고려의 칭제(稱帝)는 고려가 구심점이 되는 대거란(對契丹) 동맹에서 강력한 권위가 필요한 고려 군주의 위상에 부합한다. 고려 태조 동상은 통천관(通天冠)을 쓴 모습이다. 여진 부족들은 고려에 방물을 바치고 고려는 답례품을 하사했다.

 

여진 부족들은 고려 군주에게 황제에게 보내는 문서인 표문(表文)을 올렸다. 통천관 착용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태자나 제후가 쓰는 관은 원유관(遠遊冠)이다. 통천관은 진나라 때 황제의 관으로 쓰기 시작했고 한대 이후 널리 쓰였다. 고려 태조 동상은 하단에 폭 2. 5cm의 띠를 두르고 있고 높이 10. 3cm의 오각형 금박산(金博山)을 포함하고 있다. 금박산은 도교에서 통용되는 신성한 산이다.(금동대향로에서도 박산을 볼 수 있다.)

 

원래 통천관에만 있다가 당(唐) 대부터 원유관에도 포함되었다. 구별을 위해 양(梁)의 숫자나 매미 문양의 숫자에 차등을 두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쓴 통천관의 양의 갯수는 24개다. 양은 관의 전면에서 솟아올라 뒤로 꺾이어 관의 후면에 연결되는 폭이 좁은 띠 모양의 융기된 선이다. 고려 태조 동상은 고려 임금이나 고위 대신들만이 공식적으로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옷, 옥대(玉帶), 가죽신 착용을 전제로 만든 착의형 나체상이다.

 

이는 실제의 사람 형상에 되도록 가깝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다. 1203년(신종 6년) 최충헌이 봉은사의 태조 진전에 제사하고 겉옷과 내의를 바쳤다. 고려 태조의 착의형 나체상은 제례용 상징물이라는 점에서 인접지역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이는 고려의 토속신앙에서 유래했다. 원종 11년, 충렬왕 16년 태조 상을 소상(塑像)으로 표현한 기록이 있다.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 보이는 태조 왕건을 지칭한 소상, 주상(鑄像)은 같은 것을 다르게 표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오랜 역사 과정에서 초기 제작에 대한 전승이 희미해진 가운데 당시의 조각상 표면에 따라 소상으로 불리다가 금속 주조 부분이 노출되고 나서 주상으로 불린 것으로 보아야 한다. 고려 태조 동상은 불상과 다르면서도 불상 같은 느낌을 준다. 광종대(代)에 태묘는 없었다. 성종대에 태묘를 건축했다. 성종 2년 박사 임노성이 송나라에서 태묘당도(太廟堂圖), 태묘당기(太廟堂記) 등을 가져와 바쳤다. 진전(眞殿)에 조각상이나 어진(御眞)을 모신 것과 달리 태묘에는 나무 위패인 목주를 모셨다.

 

진전은 임금의 초상화인 어진을 봉안(奉安), 향사(饗祀)하는 곳이다. 1009년 강조(康兆)가 일으킨 정변으로 목종이 폐위되고 현종(顯宗)이 즉위한 뒤 성종대의 화이론계 정책도 끝났다. 최대의 군사적 위협 세력인 거란을 무시하며 국초 이래로 강화해 온 대거란 군비를 축소하고, 침략군의 출발 첩보가 있어도 거란에 대해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아 국방과 외교에 일대 위기를 초래할 정도로 송나라와의 사대관계에만 경도되었었다.

 

그들에 의해 고려의 태묘도 5묘제로 운영되었다. 현종 즉위와 함께 천하다원론자들이 정책을 주도했다. 천하다원론자들은 송(宋)이나 거란 등과 마찬가지로 고려도 나름의 소천하(小天下)라고 생각했다. 1232년(고종 19년) 6월 고려는 몽골 침입을 피해 강화도로 천도했다. 강화도가 고려의 수도 이던 때를 강도(江都) 시기라 한다. 이때 고려 태조 왕건 동상도 함께 피난했다.

 

'고려사'는 고려 태조의 진전 명칭을 봉은사 태조진전, 봉은사 진전, 효사관(孝思觀), 경명전(景命殿) 등으로 기록했다. 관(觀)에 누각이라는 의미가 있다. 건물 외형을 두고 쓴 말인 듯 하다. 고려 왕실의 최고 상징물이었던 고려 태조의 진전과 동상은 조선 왕실에게 이중의 의미를 가졌다. 옛 왕조에 대한 충성을 뿌리뽑고 조선 건국을 굳히기 위해 제거해야 할 전왕조의 1차적 정치 상징물인 한편 도의(道義)로 보면 선대가 고려의 신하였던 조선 왕실에게는 예우해야 할 대상이었다.

 

'고려 태조 왕건의 동상'은 저자가 2005년 개성에서 열린 개성지역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남북공동학술토론회 및 유적답사에 학술토론회의 남한측 사회로 참여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저자는 고려 태조와 혜종 등 7왕의 묘를 마전현여 세웠다는 조선 정종(定宗) 1년 4월의 기록을 태조묘에 합사(合祀)하던 혜종 이하의 왕들을 명목상 개별묘로 바꾸었을뿐 건물 상태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한다.

 

앙암사의 고려(前朝) 태조묘는 사위사(四位祠)로 바뀌어 불린 뒤 숭의전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고려 태조의 동상과 진영(眞影)은 개경 봉은사에서 마전현으로 옮겨졌다가 충북 청주 문의현으로 옮겨진 뒤 세종 대에 현릉(顯陵) 옆에 묻혔다. 저자는 고려 태조 동상을 묻은 것을 고려 왕실의 권위를 깎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지 않는다.

 

태조 이성계가 즉위하자마자 고려의 태묘를 헐고 조선의 종묘를 세운 뒤 고려 태묘의 위패들과 고려 태조 동상을 작고 누추한 지방 사찰(마전현 앙암사)로 옮긴 것만으로 충분히 고려 왕실의 권위가 부정되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앙암사의 제사 대상이 8위에서 4위로 축소한 것은 이미 완전 붕괴된 고려 왕실의 권위를 새삼 깎는 차원이기보다 제례법이 정비된 결과로 본다.

 

저자는 세종대에는 고려 왕실 권위를 깎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 조선 왕실이 전대 왕실에 대한 예우에 너무 야박하다는 세평을 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4위사에서 숭의전으로의 명칭 변경이 논의된 것은 문종대이지만 왕의 죽음으로 아들 단종대에 마무리되었다. 조선이 고려 태조의 동상을 묻은 것은 동상이 불교식이어서인 점과 주인공이 황제가 쓰는 통천관을 썼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영정은 두루마리 형태여서 말아 놓으면 존재가 쉽사리 드러나지 않지만 성인 크기의 동상은 덮어 두어도 존재를 감추기가 어려웠을 바 매장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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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멘탈이지만 절대 깨지지 않아 -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자주 흔들리는 사람들을 잡아줄 마음 강화 습관
기무라 코노미 지음, 오정화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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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항상 긍정적이고 표정이 밝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멘탈이 강한 사람들은 화가 나고 비관적인 생각이 들 때 얼른 궤도 수정을 해 우울한 기분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중요한 것은 강한 멘탈이 아니라 회복력이다. 멘탈이 약하면 약한 대로 괜찮다. 멘탈이 무너졌다면 생각을 멈춰라. 저자는 멘탈이 무너졌을 때 빠르게 일반 모드로 회복할 수 있는 데에 능하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것은 연습의 결과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감정 조절에도 능하다.

 

자신도 파악할 수 없는 마음속 응어리의 해상도를 높이려면 말로 표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감정에 민감해져야 한다. 색의 종류를 많이 아는 화가가 그림을 섬세하게 그릴 수 있는 것을 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면 막연한 불안감만 커진다.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이해하는 데도 필요하다. 저자는 멘탈이 약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실은 섬세한 사람이라 말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파악하는 데 서툰 이유는 주변 눈치를 보는 문화의 영향이 크다. 사람들이 모두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남보다 잘하는 것 찾아보기도 추천할 만하다. 우리의 뇌 속에서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일시적으로 정보를 보존하고 처리하는 작업 기억이라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인간이 한 번에 생각할 수 있는 작업 기억은 5가지다. 불안할 때일수록 불안을 제공한 원인이 사실인지 망상인지 검증하고 사고의 폭주를 멈추어야 한다.

 

부럽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도 해보자고 생각하자. 2가지 선택지가 있다. 3년 후에는 나도 저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하나다.

 

저자의 말 중 인상적인 것은 장애인은 한정된 것에만 의존할 수 있고 비장애인은 다양한 것에 의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의존하는 대상이 많을수록 좋다. 흥미로운 점은 하루 2시간 연속으로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에 대해 평가할 때는 지나치게 엄격하게 점수를 매기지 않아도 괜찮다. 열심히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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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가 기후 위기랑 무슨 상관이야 - 안전한 내일을 위한 어린이 환경 교과서, 2023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정지윤 지음, 조천호 감수 / 파란의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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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가 기후 위기랑 무슨 상관이야‘는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도 읽을 만한 책이다. 아니 어른들이 더 읽어야 할 책이다. 푸른 하늘, 산 등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사는 정지윤이란 분이 대기과학자 조천호 저술가의 감수를 받아 내용을 구성하고 그림까지 그렸다. 이 책은 한 마디로 기후 위기와 탄소의 강력한 연관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기 구성 요소들 중 0.04%에 지나지 않지만 지구의 급소를 때리는 온실가스는 종류에 따라 수십 년에서 수천 년 동안 공기 중에 남아 누적된 채로 미래 세대에게 넘겨진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오르면 생기는 본격 기후 위기가 2030년대에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2050년대에는 우리를 파국에 이르게 하는 2도 온도 상승이 전망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미래 기후는 인간이 하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지구 온도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바뀌는 날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전역의 계절을 평균해 구하는 온도를 말한다. 기후란 날마다 변하는 날씨들의 정보를 30년 넘게 모아 평균을 낸 수치다. 매일 변화하는 기온, 강수, 바람 등의 정보를 평균하는 것이다. 빙하기 때부터 지구 온도가 5도 오르는 데 1만년이 걸렸으니 평균 2천년에 1도가 오른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1도 오르는 데 170년이 걸렸다. 170년이란 산업혁명부터 지금까지를 말한다. 기후 차이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지구의 둥근 모양이다. 이 때문에 태양 열을 골고루 받지 못한다. 넘치거나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태풍은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다양한 활동들 가운데 하나다. 태풍의 풍이 바람이란 말을 통해 알 수 있듯 바람이 큰 역할을 한다.

 

지구는 추운 곳은 덜 춥게, 더운 곳은 덜 덥게 해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너무 빠르게 오르는 온도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조절 작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다. 제트 기류란 것이 있다. 적도의 뜨거운 공기와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만나는 부분에 생기는 바람층을 말한다. 좁은 지역에서 부는 쏘는 듯한 강한 바람으로 두 공기를 잘 섞어 공기가 잘 흐르게 해준다. 그런데 지금 북극과 남극의 온도 차이가 줄어 제트기류가 힘을 쓰지 못한다. 그 결과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졌다. 제트 기류가 힘을 쓰지 못해 북극의 찬 공기의 하강을 막지 못하고 있다. 물론 북극이 뜨거워졌지만 여전히 북극은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다.

 

북극의 하얀 빙하는 햇빛을 반사해 지구 온도 상승을 막는다. 이에 비례해 어두운 빛을 내는 바다가 넓어져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한다. 바다도 물이니까 뜨거워지면 부피가 늘어나 해수면이 올라간다. 바닷물은 뜨거워지면서 수증기를 많이 발생시킨다. 비를 부린 수증기는 주변으로 이동하고 점점 차가워지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공기가 내려가기만 하니까 비를 내릴 구름을 만들 수 없어 가뭄이 들기도 한다. 문제의 근원은 탄소, 아니 탄소를 집중적으로 내보내는 우리다. 탄소는 누구하고나 쉽게 친해지는 성질 때문에 어디에나 있다. 모든 생명체의 몸 속에 탄소가 있다. 산소, 질소, 아르곤, 온실 가스 등으로 이루어진 공기층을 알 필요가 있다. 빠져나가는 열의 일부를 막아 지구를 너무 뜨겁지 않게 해 살기 좋게 해주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는 석탄과 석유에서 만들어진 탄소로 구성된 대표적 온실가스다. 온실가스 때문에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온도가 높은 것이다. 지금껏 늘어나는 탄소를 흡수해주던 바다도 그 능력에 한계에 이르고 있다. 대륙 이동, 운석 충돌, 거대 화산 폭발 등은 기후를 급격히 변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지금의 급격한 온도 변화는 인류의 책임이다. 플라스틱 병을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생긴다. 최초의 석유를 높은 열로 가열해 플라스틱 원료를 분리해 내는 과정에서다. 높은 열로 가열하려고 석탄이나 석유를 태우기 때문이다. 이 병들을 차로 나르는 중에 탄소가 나온다. 방방곡곡 실어나른 플라스틱 병을 냉장 보관하는 중에 온실가스가 생긴다. 우리는 이런 병을 너무 쉽게 버린다. 이것이 바로 플라스틱 병이 만드는 탄소 발자국이다. 발자국이란 이동 경로를 말하는 듯 하다.

 

우리가 탄소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지금의 세상을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 햇살이나 바람 등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전기 자동차도 만들어 사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를 흡수하는 산림이나 갯벌을 잘 가꾸어야 한다. 석탄을 태워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를 내보내는 전기를 아껴쓰는 것도 방법이다. 고기를 적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 쓰레기 분리배출을 잘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나바다 운동은 변함없이 중요하다. 목표는 탄소중립이다. 탄소 배출과 흡수 사이의 균형을 말한다. 자기 집에 불이 난 것처럼 재빨리 행동하라는 스웨덴의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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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식물처럼 삽니다 - 식물의 속도에서 배운 16가지 삶의 철학
마커스 브릿지워터 지음, 선영화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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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밀어붙이기보다 북돋울 때 비로소 시작되며 그러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식물 애호가이자 교육자, 가든 마커스의 운영자인 마커스 브릿지워터가 '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식물처럼 삽니다'에서 소개한 핵심 구절이다. 저자는 자신을 성장시켜줄 다섯 가지 도구를 언급한다. 씨앗; 선택과 경험, 토양; 공동체와 환경, 수분 측정기; 관점 대 인식, 삽; 유용한 도구 대 해로운 무기, 정원사; 생명과 세계 등이다.

 

식물에게 농약보다 더 해로운 것은 비료라고 한다. 비료는 식물을 빨리 자라게 한다. 그 결과 식물은 허약하게 자랄 수 밖에 없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식물처럼 삽니다'는 마음, 몸, 영혼의 순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책이다. 저자는 마약, 폭력, 범죄가 만연한 플로리다주 젤우드 지역의 입양 가정에서 자란 사람으로 어린 시절 발음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머리털이 빠지는 지병이 있다는 이유로, 학급에서 피부색이 다른 유일한 학생이라는 이유로 학교폭력과 인종차별을 당했다.

 

하지만 양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식물 돌보는 법을 배우면서 꿋꿋하게 자라 식물의 지혜를 전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강연하며 살고 있다. 저자는 학교 폭력에 시달릴 때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공격자의 면전에 미소를 지은 것이다. 저자는 관찰을 통해 자신의 모습과 생각,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능력은 성장에 필수적이다.

 

저자가 식물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삶의 지혜를 얻었는지 보자. 저자는 라벤더와 장미를 예로 든다. 두 식물은 서로 도움을 주는 공영식물이다. 장미는 식물에 해를 끼치는 진딧물을 유인하고 라벤더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를 끌어들인다. 이를 예로 들며 저자는 현재의 취미, 습관, 일과가 어울리지 못한 채로 삶의 질을 저해한다면 과감히 솎아버리라고 조언한다.

 

저자의 논지에 필수적인 항목은 인내다. 인내심은 무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계속 집중하고 관찰하는 태도이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극적 실천 행위다. 영혼을 돌보는 일은 식물 한 포기를 키워내는 과정과 같다. 모두의 영혼에는 성장 잠재력이 숨어 있고 적절하게 관리하면 꽃을 피워낼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저자는 공동체를 에너지와 자원, 환경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공동체의 개념을 사람에 한정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공동체는 사람뿐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와 공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고 말한다.

 

식물학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고 스스로 식물 전문가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저자는 성장을 일구는 일이 늘 즐거웠다고 덧붙인다. 저자가 밝히는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는 이유는 1) 식물이 원하는 환경과 공동체를 조성하는 것, 2) 친절하고 끈기 있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식물을 돌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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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게너가 들려주는 대륙 이동 이야기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34
좌용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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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용주 교수의 '베게너가 들려주는 대륙 이동 이야기'는 17세기 영국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경험론 철학자답게 그는 대륙의 해안선이 닮았다는 말을 했다. 1620년의 일이었다. 이와 관련해 지질학적 증거에 근거해 과학적 가설을 세운 사람은 알프레드 베게너다. 대륙의 해안선이 닮았다는 것은 옛날에 대륙이 하나로 뭉쳐 있었다는 의미다.

 

닮은 해안선은 1) 아프리카 서쪽 해안선과 남아메리카 동쪽 해안선, 2) 아프리카 북서쪽 해안선과 북아메리카 동쪽 해안선이다. 남극대륙과 호주 대륙도 닮았다. 예전에 붙어 있었다는 의미다. 지금의 대륙은 판게아라는 수퍼 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지금의 위치에 자리잡았다. 이때는 대륙도 하나였고 바다도 하나였다.

 

판달라사라는 이름의 바다로 모든 대륙을 둘러싸는 무척 큰 바다다. 북의 로라시아 대륙과 남의 곤드와나 대륙 사이에 테티스라는 바다가 있었다. 후에 지중해가 되는 바다다. 판게아가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한 것은 약 2억년전 정도의 일이다. 생물 화석도 대륙 분리의 증거가 된다. 오래전 지구 위에 살던 생물들이 죽어 땅에 묻히면 화석이 된다.

 

죽은 생물들 위에 점토나 모래 같은 물질이 두껍게 쌓여 퇴적층을 형성하고 단단하게 굳어 암석이 된다. 이 속에 생물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게 된다.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과거에 붙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대륙들에서는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같은 종류의 암석들이 분포하고 그것들에서 같은 종류의 화석들이 발견된다.

 

동물과 달리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식물이 서로 다른 대륙에서 같이 나타난다. 지각과 맨틀 이야기를 하자. 지각은 가벼운 물질로 구성되었고 맨틀은 무거운 물질로 구성되었다. 가벼운 지각이 무거운 맨틀 위에 떠 있다. 지각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지표 위에 솟구치는 높이와 맨틀에 잠기는 깊이가 증가한다. 가벼운 지각이 저절로 가라앉을 수 없다.

 

이를 지각평형설(isostasy)이라 한다. 높은 만큼 깊어야 균형이 잘 잡힌다는 뜻이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의 육교를 통해 동물들이 오고감으로써 두 대륙에 같은 종류의 동물들이 살았고 지금 대륙이 분리된 것은 육교가 가라앉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지각평형설에 위배된다. 대륙 이동의 증거들 가운데 기후 증거도 있다.

 

대륙과 기후도, 해양과 기후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암석들은 과거 지구 기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석탄은 높은 습도를, 사막의 모래로 이루어진 사암은 아주 건조했던 기후를, 소금과 석고는 온난하고 증발이 많았던 기후를, 빙하의 흔적은 지구의 아주 추웠던 기후를 말해준다. 빙하는 흘러가면서 조각난 돌들을 운반하고 두껍게 쌓기도 한다.

 

이렇게 쌓인 것을 빙하퇴적물이라 한다. 단단히 굳으면 빙하퇴적암이 된다. 19세기 중반, 후반에 걸쳐 인도, 호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여러 지역에서 많은 빙하퇴적암이 발견되었다. 빙하퇴적암만으로 예전에 빙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빙하는 흘러가면서 아래의 암석과 마찰을 일으켜 그 표면에 날카로운 홈을 파놓는다.

 

빙하에 의한 마찰 흔적을 빙하찰흔이라 한다. 이 날카로운 홈들은 빙하가 흘렀다는 증거이자 빙하 유동의 방향을 알려주는 증거다. 흥미로운 점은 적도 부근에 빙하의 흔적이 있고 빙하찰흔의 방향이 바다에서 육지로 났다는 사실이다. 3억년전에 빙하기가 찾아왔다. 3억년전의 빙하 흔적은 대륙이 판게아를 이루었을 때 지구에 있었던 빙하기의 흔적이다.

 

빙하의 분포가 판게아의 남쪽에 모여 있고 빙하가 흐른 방향은 일정하게 남극을 중심으로 바깥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빙하 흔적은 대륙이 떨어질 때 이동한 것이다. 빙하 흔적이 적도에 남은 것이 아니라 빙하 흔적이 남겨진 대륙이 적도 부근으로 이동한 것이다. 대륙 이동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영국의 한 지질학자가 굉장한 아이디어를 냈다.

 

대륙 아래의 맨틀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대륙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대륙을 이동시키는 힘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지구 내부에는 방사성 붕괴를 하는 원소들이 여럿 있다. 이 원소들이 오랜 기간 동안 방사성 붕괴를 했다면 지구 내부에는 상당히 많은 열이 모여 있을 것이다. 이 열이 대륙 아래 맨틀을 데웠다고 생각한 것이다.

 

영국의 지질학자 아서 홈즈는 지구 내부의 방사성원소가 열을 발생시키고 그 열이 맨틀을 가열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가열된 맨틀은 물리적인 법칙에 의해 대류함으로써 뜨거워진 맨틀이 상승하고 옆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방사성 붕괴로 열을 받아 뜨거워진다 해도 기본적으로 고체인 맨틀이 어떻게 대류를 할까? 가열된 맨틀은 짧은 시간에는 고체로서의 성질을 가지지만 아주 오랜 시간으로 보면 서서히 운동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지게 된다.

 

맨틀이 대류한다고 할 때 한 번 순환하는 데 1억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 정도의 시간이라면 맨틀은 충분히 대류할 수 있다. 커다란 대륙 아래로 가열된 맨틀이 상승한다. 이 흐름에 의해 대륙이 옆으로 갈라진다. 맨틀이 수평으로 흐를 때 대륙은 좌우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대륙들 사이로 새로운 바다가 만들어진다. 옆으로 이동해간 대륙은 거기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계속 두꺼워진다. 거기서 높은 산맥이 만들어진다.

 

이동해 간 대륙의 끝자락 바로 아래로 맨틀의 흐름은 하강한다. 거기에 깊은 골짜기인 해구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아서 홈즈의 생각이었다. 이를 맨틀 대류설이라 한다. 방사성 가열은 맨틀의 상승과 하강이라는 거대한 세포를 만든다. 대륙 아래에서 상승하고 퍼져나가는 대류 세포는 대륙을 분리시키고 대륙의 조각들은 양쪽으로 이동한다.

 

그 사이에 새로운 해저가 만들어진다. 대륙은 계속 이동하지만 맨틀 흐름의 하강이 생기는 장소에서 멈추게 된다. 가벼운 대륙 물질들이 무거운 맨틀 아래로 가라앉을 수 없기 때문에 그것들은 주변부에 쌓여 산맥을 형성하게 된다. 또는 대륙 주변부의 지표에는 지향사란 움푹 팬 지형이 생기고 거기서 퇴적물이 쌓인다. 이 지향사의 퇴적물은 계속 옆에서 밀어붙이는 힘에 의해 솟구쳐 올라 산맥이 될 수 있다.

 

홈즈의 이런 생각은 왜 산맥들이 생기고, 그것들은 왜 대륙 주변부에 주로 나타나는가, 하는 의문을 한 번에 풀 수 있게 했다. 해저를 자세히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해저에는 들판도 있고 산도 있고 산맥도 있고 골짜기도 있다. 편평하기만 한 땅이 아니라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바다 한가운데 해령이 있고 끝자락에 해구가 있다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맨틀 대류설을 떠올린 과학자들은 맨틀이 솟아오르는 장소에 해령처럼 솟아오르는 지역이 생기고 맨틀이 가라앉는 장소에 해구처럼 깊은 골짜기가 생긴다고 추측했다. 상승한 맨틀은 옆으로 퍼져나간다. 왼쪽 옆으로 움직이는 맨틀은 시간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무거워진다. 이 맨틀이 드디어 대륙을 만나게 되면 더 이상 옆으로 갈 수가 없게 된다.

 

그때 차갑고 무거워진 맨틀은 아래로 흘러 내려간다. 그곳에 깊은 골짜기인 해구가 만들어진다. 맨틀은 해령에서 올라가서 옆으로 이동하다가 해구에서 다시 내려간다. 깊은 곳에서 옆으로 움직이던 맨틀은 해령 바로 아랫 부분에 와서 다시 솟아오른다. 전체가 하나의 순환을 이루는 것이다. 맨틀 위 대륙 지각이 맨틀과 함께 움직인다.

 

대륙 지각은 옆으로 이동하는 맨틀을 타고 함께 이동한다. 후에 만들어진 해저 지각도 움직여 이동한다. 즉 해저가 갈라지는 것이다. 해저 지각의 중심부가 계속 갈라지면 빈 공간이 생긴다. 그러면 그곳을 계속 올라오는 맨틀 물질의 일부가 채운다. 이 물질을 마그마라고 한다. 이 마그마로부터 만들어지는 해저의 암석이 현무암이다.

 

해저 지각은 대부분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맨틀로부터 온 물질이다. 맨틀이 대류하면서 해저가 갈라지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사람은 미국의 지질학자였던 헤스와 디츠이다. 이들에 의해 발표된 해저 지각이 갈라지고 이동한다는 이론을 해저확장설이라 한다. 이로써 대륙이동설이 부활하게 되었다. 지구의 자전축과 자기장의 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진짜 북쪽인 진북과 나침판이 가리키는 북쪽인 자북 사이에는 차이가 생긴다. 이 차이를 편각이라 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자북이 진북보다 서쪽으로 6도에서 7도 정도 떨어져 있다. 맨틀 대류가 상승하는 곳에서 해령이 생기고 해령에서는 마그마가 분출하여 새로운 해저 지각이 만들어진다. 마그마는 해저에 분출하여 식으면서 현무암의 암석을 만든다. 해령에서 만들어진 현무암의 해저 지각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맨틀이 양 옆으로 이동함에 따라 해저 지각도 갈라져 옆으로 이동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약 2억 년보다 오래된 해저 지각은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해령에서 만들어진 해저 지각이 옆으로 이동하다가 도착하는 마지막 장소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골짜기인 해구이다.

 

해저 지각은 해구에서 맨틀 아래로 기어 내려간다. 해구에서는 맨틀 흐름이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해저 지각은 맨틀 대류가 상승하는 해령에서 탄생하고 수평운동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다 해구에서 맨틀로 되돌아간다. 이것을 맨틀 대류의 순환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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