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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의 삶과 양자역학으로 본 주자학
주종옥 지음 / 동방문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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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朱熹)의 존칭인 주자에서 이름이 유래한 주자학(朱子學)은 공자의 유학(儒學)을 중심으로 노장(老莊) 사상 및 불교사상을 통합한 동아시아 철학의 정수이며 생활 패턴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새 학문이다. 주희는 1130년에 태어나 1200년에 타계한 사상가이자 개혁가였다. 송(宋)은 북송(960년-1127년)과 남송(1127년 -1279년)으로 나뉜다. 송이 이렇게 두 시기로 나뉘는 것은 여진족이 이끄는 금나라의 침공으로 인한 것이다. 주희의 부친은 주송(朱松)이고 모친은 축오랑(祝五娘)이다. 축(祝)은 빌다, 축원하다, 베를 짜다 외에 박수 무당을 뜻하기도 한다. 


병중의 주송은 주희에게 적계(籍溪) 호헌, 백수(白水) 유면지, 병산(屛山) 유자휘 등 자신의 세 친구에게서 가르침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유면지는 주희를 친자식처럼 교육시켰고 자신의 딸(유청사; 劉淸四)을 주희에게 출가시켰다. 유자휘는 주희에게 과거 공부를 하도록 독려했다. 조광윤(趙匡胤)이 세운 송(宋)의 수도는 개봉(開封)이었다. 남송 시대의 유학은 진시황의 분서갱유로부터 당나라, 오대 십국시대를 거치면서 쇠퇴할 대로 쇠퇴하였고 오랜 내우외환으로 빈곤과 사회의 불안감이 쌓이고 쌓여 도덕은 사라지고 욕망만이 넘쳐나고 있었다. 


중원이 함락되고 전쟁과 농민봉기로 백성들은 이리저리 피난을 다니면서 전통유가의 문화적인 가치와 규범을 상실한 채 새로운 시대정신과 문화를 주도해줄 성인을 고대하고 있었다. 송은 과거제도를 활성화하고 과거제도를 통해 선발된 관료들에 의한 문치주의를 실시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 시작하였다. 1147년 주희는 우수한 성적으로 과거를 통과했다. 과거의 수석 합격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상위 합격자들은 금나라와의 강화조약 체결을 지지했으나 주희는 강화에 반대했다. 주희는 19세에 과거 시험을 통과한 후 20대 초반에 여러 지방의 명유(名儒) 및 현자(賢者)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가르침을 쉽고 빠르게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불교와 도교를 넘나들며 폭과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경지에 도달했다. 


유교 경전을 비롯해 불교 경전, 도교 경전들을 탐독하며 푹 빠져 지냈다. 주희의 학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연평(延平) 이통(李?)이다. 주희 부친 주송과 수십년 교제한 이통은 몇 구절의 가르침으로 주희를 불교와 도교로부터 유학으로 돌아오게 이끌었다. 주희가 이통으로부터 받은 가르침 중 이일분수(理一分殊)를 빼놓을 수 없다. 일에는 크고 작은 것이 있지만 이치에는 크고 작은 것이 없다는 의미, 천도의 본말은 하나로 관통한다는 의미(26 페이지)다. 


주희는 사회의 부패와 모순을 일소하기 위해 애썼다. 주희는 주부(主簿) 직무를 수행하며 틈나는 대로 학문의 진흥에 심혈을 기울였다. 주희는 학생들에게 의리로 마음을 기르고 과거 공부에서 벗어나 도를 배우고 뜻을 세우며 장구(章句)의 학문에서 성의 정심을 추구하도록 지도했다. 이러한 리학 교육의 종지를 살려 학교에 법제를 제정하였으며 강의하고 토론하는 방법을 수립하여 시행하였다. 아울러 친히 재생들에게 강의하고 감독하며 재생들을 격려하였다. 주희가 경학을 전수하고 학문을 강론하자 수십 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배출되어 새로운 학파를 이루게 되었다. 


당시는 한(漢), 당(唐)의 장구(章句)를 위주로 한 훈고학과 불교와 도교의 흥행으로 공자, 맹자가 인(仁)을 중추로 삼아 세웠던 극기 복례와 인본적 윤리체계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주희의 리학은 공자 맹자의 인(仁)으로 돌아가는 것으로서 리를 중추로 삼아 격물치지의 인식론, 성의 정심의 도덕관, 수제치평(修齊治平)의 인생관을 삼위일체로 하는 인본 윤리 체계였다. 주희는 계속되는 사회 혼란으로 무너진 풍속을 바로잡는 근본이 예(禮)에 있다고 보고 주례, 의례 등을 참고로 제례와 혼례의 표준을 만들어 가르쳤다. 


1163년 11월 6일 주희는 등대(登對)하여 황제에게 격물치지와 현실에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 이통의 리학을 바탕으로 상세히 설명하면서 효종이 군주로서 저지른 허물을 지적하고 조정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주자가 효종의 면전에서 세 차례 차자(箚子)를 읽어 내려가면서 강화 논의를 강하게 비판하자 황제가 얼굴에 노기를 띠면서 언짢아 하였다. 11월 12일 주희를 몹시 달가워하지 않던 효종은 결국 주희를 무학박사(武學博士)에 제수(除授)하였다. 무학박사는 국립대학에 해당하는 국자감에서 병서, 궁마, 무예를 가르치는 직책으로 유학자를 이 직책에 임명하였다는 것은 조정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것을 의미했다.


효종은 주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164년 11월 금과의 관계를 숙질로 하고 매년 세공을 바치는 것으로 강화를 맺었다. 주희는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효종이 유학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지자 그 해 12월 12일 도성 임안을 떠났다. 그때 마침 스승 이통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에 핑계를 대고 서둘러 떠났다. 1175년 7월 주희는 노봉(蘆峰) 운곡(雲谷)에 새로운 거처인 회암(晦庵)을 짓고 저술에 몰두했다. 주희는 세 성인 역 즉 복희(伏羲)의 역, 문왕(文王)의 역, 공자(公子)의 역을 탐구하여 역의 역사를 거꾸로 올라가 본래의 뜻을 밝히고 정이(程?)의 의리역과 소옹(邵雍; 소강절)의 상수역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였다. 


1193년 무렵 주희가 큰 선비라는 명성이 금나라에까지 전해졌다. 북방의 금나라 통치자와 조정에서는 유학을 높이면서 주희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고 남송은 매년 원단을 축하하는 사절단을 금나라에 보냈다. 그해 초에도 사절단이 금 나라로 갔다. 금나라 조정에서 남송으로부터 파견된 대신에게 뜻밖에 남조 주선생님께서는 요즘 어떤 일을 하시느냐고 물었다. 그 대신이 이를 조정에 보고하자 조정 대신들이 앞 다투어 주희를 천거하여 산중에서 내려오게 하였다. 1193년 11월 주희는 지담주 호남 안무사에 제수되었다. 주희는 담주에 도착하자마자 병비를 정돈하고 지방행정을 맑게 하고 학풍을 바로잡는 세 방면의 개혁을 전개하였다. 


이어서 악록서원을 복원한 후 서원의 규모를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주학을 선풍처럼 일으켰다. 1194년 즉위한 영종은 간사한 신하들의 권력농단을 폭로하고 황제에게 성의정심의 공부가 부족하다고 책망하는 주희에 대해 분노해 주희를 40여일만에 도성에서 쫓아내버렸다. 반도학파들은 조정에 있던 도학자들을 온갖 죄상을 씌워 유배 보내고 마침내 1197년 정월 도학의 영수인 주희도 여러 가지 죄상을 나열하여 탄핵한 후 파직하였다. 1198년 반도학파들은 주희를 포함한 위역당적(僞逆黨籍) 59인의 명단을 열거한 후 도학을 위학으로 규정하고 위학을 금지한다는 조칙을 세상에 공포하였다.


당적에 포함된 도학자들은 정신적인 억압과 곤경 속에 울화병이 들어 하나씩 죽었다. 주희가 그토록 아끼던 채원정(蔡元定)도 유배지에서 화병으로 죽고 말았다. 주희 사후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우상화와 신격화 운동이 일어났다. 1209년 문(文)이라는 시호가 하사되어 주문공(朱文公)으로 높여졌다. 주희의 사서집주가 국학으로 채택되었고 태사(太師)에 추증되었으며 주돈이, 장재, 정호, 정이와 함께 다섯 도통의 성인의 지위에 올랐다. 1335년 주희를 제국공(齊國公)으로 봉하고 문묘(文廟)를 세우게 하여 공자와 같은 반열에 올리고 봄, 가을로 공자와 같이 제사를 지내도록 하였다.


1712년에는 강희제(姜熙帝)가 조서를 내려 주희를 공묘십철(孔廟十哲)의 반열에 배사토록 승격시키고 주희의 위패를 대성전 안으로 들였으며 주자전서, 성리정의를 편집한 뒤 전국에 반포하게 했다. 주희가 구축한 방대한 인본주의 주자학 체계는 선(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윤리이성으로 동양의 정신문화와 전통을 대표하고 현재까지도 우리들 마음속에 깊이 흐르고 있다. 1175년 주희는 여조겸과 함께 송나라 성리학자인 주돈이, 장재, 정호, 정이의 어록과 문집에서 정수가 되는 말을 편찬하여 근사록(近思錄)을 만들었다. 근사록이란 논어 자장 편에 나오는 널리 배우고 뜻을 돈독히 하여 절실하게 묻고 가까이부터 생각하면 인(仁)은 그 가운데 있다(박학이독지 절문이근사 인재기중의; 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주희는 그 중 모든 학문사변의 일인 박학, 독지, 절문, 근사에 종사하면 마음이 밖으로 달아나지 않고 존양할 수 있어 자연히 인(仁)이 그 가운데 있게 된다고 했다. 주자학은 위진 남북조 시대 이래 도교와 불교의 현실탈피 정신을 비판하고 현세에 가치를 두며 유교 본래의 예교주의를 부활시키는 것을 기치로 내걸고 일어났다. 주자학은 도교사상이 지닌 우주론과 불교의 심오한 심성론 등 철학 이론을 흡수하여 종전의 유교에는 없던 우주론, 존재론, 심성론, 인식론 등을 갖춘 종합적인 철학 체계를 확립하였다. 주자학은 도교나 불교처럼 내면주의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고 사물에 대한 주지적이고 합리적인 탐구를 중시하며 존덕성(尊德性)과 도문학(道問學)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인 격물치지(格物致知)를 제시하였다. 


명은 원(元)대를 거쳐 한족이 다시 천하를 통일하여 민족주의 고취와 함께 중국 고유의 사상을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주자학은 그에 가장 적합한 학문으로 여겨졌다. 송대 주자학에서 형이상학이 발전하게 된 것은 불가의 공(空)과 도가의 무위(無爲)에 답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우주론과 형이상학을 건설해야 했으므로 태극(太極), 리(理), 기(氣) 등의 새로운 개념을 창출하였다.(99 페이지) 그러나 명초에는 불교나 도가의 도전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고조되지 않았다. 


주자학적 자연법의 특징은 존재와 당위를 일치시켰다는 점이다. 즉 존재가 당위가 된다. 이것을 주자학적 용어로 말하면 존재의 근거 또는 원리인 소위연지고(所以然之故)는 존재의 규범적 양태 또는 존재가 실현해야 할 규범인 소당연지칙(所當然之則)과 등치라는 것이다. 이것을 주자는 모두 리로 나타내었다. 그러므로 주자학에서 리는 이중 구조를 갖는다. 청대의 대표적인 도학자인 안원(顔元)은 송의 도학자들이 한(漢), 진(晉)의 불교, 도교의 집대성자일 뿐 요순, 주 공, 공자의 전통 계승자는 아니라고 여겼다. 


안원은 기를 우주의 근본으로 여기며 만물의 성은 리가 부여된 것이고 만물의 기질은 기가 응결된 것이라고 하면서 리와 기는 하나로 융합되어 있어 천명지성과 기질지성으로 나눌 수 없고 도심과 인심을 나눌 필요도 없다고 보았다. 주자학은 군자와 성인을 논하고 천하를 논하지만 그 출발점은 자기 자신의 일상생활에 둔다. 일상생활에서 자기 자신의 삶을 꾸준히 향상시키는 가운데 자신의 인격이 완성된다. 자신의 삶이 완성되면 저절로 가족과 사회와 국가와 세계로 확충되어가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문이다. 


또한 주자학은 경험적 반성을 통해 올바른 삶의 방향을 인식하고 반드시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자학은 국가의 전례와 사회와 가정의 종법제도, 관혼상제 등 제반 의식과 절차를 개량하고 건전한 풍속을 조성해 나감으로써 조선시대 전반의 생활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쳤다. 주자학은 조선에서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정치체제와 개인의 사유체계에서 제일의 동력원이 되었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알게 모르게 그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 


상(商) 나라 때부터 유자(儒者) 계층이 비로소 육체노동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독립적으로 전문화되어 갔다. 그들은 각종 의례를 주관하면서 복잡하고 번거롭고 산만했던 기존 의례의 수준을 높이고 규범화했다. 상당수의 유자들은 장례만 주관하던 천민이었지만 이때부터 전문 지식계층으로 신분 상승했다. 나아가 단순히 상례, 장례, 제례 사무만 보던 유자들이 국가의 중요한 전례와 종교 행사 및 민간의 각종 문화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에 따라 국가에 없어서는 안 되는 특수한 계층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주(周) 나라에 와서 천(天)은 상나라 때의 권위적인 천인관계를 넘어 윤리적 색채가 더해져서 화복(禍福)을 관장하는 존재가 되었다. 천은 화복을 집행하는 권위자일뿐 아니라 덕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도덕적 존재이기도 했다. 기원전 1046년경에 상을 멸망시킨 주나라는 호경(鎬京)으로부터 낙읍(洛邑)으로 도읍을 옮기고 봉건제도를 실시하였다. 서주 초에 주공(周公)이 예악을 정하였다. 이는 주례라는 엄격하고 치밀한 예절규범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강화되었다. 의식주를 비롯해 모든 생활방식이 신분에 따라 정해진 절차와 제약을 따르게 하는 독특한 중국의 예문화가 만들어졌다. 


유교를 창시한 공자는 주나라의 관제와 예법을 꾸준히 공부하면서 학생을 받아 제자로 가르쳤다. 시(詩), 서(書), 역(易), 악경(樂經), 예기(禮記), 춘추(春秋) 등 6경을 정리하였고 상, 주 이래 전통적인 고대의 천명사상을 계승, 발전시켰다. 고대 유학에서도 부분적으로 태극이나 음양이론에 대해 논하였지만 이를 우주론이나 존재론으로까지 천의무봉하게 엮어내지는 못하다가 남송의 주희에 이르러 비로소 치밀하게 다듬어져 이론화되었다.


자연현상을 근거로 탄생한 음양개념은 노자에 이르러 도와 함께 존재의 근원을 설명하는 개념이 되었다. 복희씨 팔괘도는 대립적 위치에 있는 괘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늘과 땅이 서로 교감하여 만물을 낳고 못의 기운이 산으로 올라가 구름과 비가 되며 물과 불은 상극관계이면서도 서로 감응하여 유기적인 관계를 상징한다. 복희씨 팔괘도는 주역이 그리는 이상적인 자연계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현실세계의 모습과는 다르다. 현실세계는 언제나 조화, 부조화, 균형, 불균형이 공존하기에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나타낸 것이 문왕 팔괘도다. 


이 괘도에서는 감괘(坎卦)와 리괘(離卦)를 제외한 모든 괘가 서로 부조화 상태에 있다. 복희씨 팔괘도가 자연세계의 공간적인 구조를 설명한 것이라면 문왕 팔괘도는 자연의 시간적 변화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복희씨 팔괘도가 현실화되기 이전의 이상세계를 그린 것이라는 의미에서 선천도라 할 수 있고 문왕 팔괘도는 현실 세계를 그린 것이라는 의미에서 후천도라 할 수 있다. 복희씨와 우임금이 팔괘를 만들고 문왕이 64괘로 나누고 괘사를 붙였으며 그의 아들 주공이 효사를 지어 완성하였고 공자가 십익(十翼)을 붙였다는 것이 통설이다. 


음양이 우주 발생의 기원을 설명하는 추상적 개념이라면 오행은 자연과 우주를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를 인간생활과 밀접한 구체적인 물질로 설명하는 개념이다. 한(漢)의 동중서는 천(天)이 말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지만 음양오행의 자연적 요소로 재변을 일으켜 인간에게 상벌을 주는 존재라는 천인감응설을 주장하여 의지의 천, 주재자로서의 천 개념을 부활시켰다. 황노(黃老; 황제, 노자) 계열 학맥을 잇는 회남자(淮南子)의 저자들은 도의 무위의 특성을 강조하여 자연감응설을 제기하였다. 


서주(西周)가 몰락하고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자 크고 작은 수많은 나라들이 출현하였고 그들 간의 전쟁 횟수가 1,200회를 넘는 등 전쟁으로 인하여 사회가 극도로 혼란에 빠져 고대에서 이어져온 오랜 천관의 변화를 재촉하였다. 주희는 북송 오자 각자가 조금씩 연구한 개념들을 종합하고 다듬어서 주자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틀을 제시하였다. 주희는 인의 개념을 정성스럽게 다듬어서 사람의 마음이 가지고 있는 본래적인 덕성이며 사랑의 리라고 정의하고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까지 연결시키면서 윤리 도덕의 원천으로까지 높였다. 


지구는 시속 1,700km 속도로 자전하면서 시속 107,000km 속도로 공전한다. 태양계는 시속 80만 km의 속도로 은하중심을 한 바퀴 도는데 2억년 정도가 소요되고 지금까지 23번 정도 돌았다고 한다. 우주가 폭발한 지 30만년쯤 되었을 때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고 전자들이 원자핵과 결합하면서 우주가 투명해졌고 빛과 물질이 분리되면서 빛이 빠져나왔다. 시간이 흐르고 우주가 계속 팽창하면서 이 빛은 매우 약하지만 우주 전체를 채우고 있다. 이 빛의 온도는 영하 273도 정도다. 이 빛은 마이크로파여서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다. 이 빛을 우주배경복사라 한다. 


우주배경복사는 빅뱅의 가장 강력한 증거이자 우주 초기의 여러 정보를 알려주는 가장 귀중한 유물이다. 우주가 팽창을 거듭함에 따라 온도가 내려갔고 우주에 남아있던 빛의 파장이 길어져 적외선이 되면서 우주가 캄캄해졌다. 이 빛의 스펙트럼은 에너지를 전부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있는 흑체 스펙트럼과 같다. 온도 차이는 위치에 따라 10만분의 1 정도다. 현재까지 우주의 팽창을 고려한 우주의 크기는 420억 광년 정도다. 공간은 물질이 있는 곳에, 시간은 사건이 있는 곳에 존재한다. 물질과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의 시간과 공간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시간과 공간이 얽혀 있다는 의미의 시공간을 이야기한다. 장회익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우주는 138억년전에 빅뱅으로부터 급격한 팽창과 함께 출현했는데 이 최초의 순간에 공간과 시간을 포함해 모든 것이 크기를 헤아릴 수 없는 아주 작은 점에서 출발했다. 그 안에는 어떤 것도 구분할 수 없고 대칭 상태이며 완전한 혼돈 상태로 이러한 상태를 무극(無極)이라 부르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으로 그 안에 앞으로 우주만물을 생성시킬 수 있는 기본원리와 소재 원형이 분화되지 않은 상태로 잠재되어 있는데 이를 태극(太極)이라 한다. 무극이면서 태극이란 말이 가능하다.’(‘자연철학강의’ 503 페이지) 


닐스 보어는 동양의 태극과 음양이론이 양자역학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선언했다.(155 페이지) 조셉 니덤은 ‘아마도 가장 현대적인 유럽의 자연과학의 이론적 기초는 노장과 주돈이, 주자와 같은 인물들의 은혜를 입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란 말을 했다. 아인슈타인, 칼 세이건, 호킹, 파인만 등은 우주의 구조를 심도 있게 연구해보고 그 신비로움에 경의를 표하면서 우주 자체는 신이라고 언급했다. 


무극은 기가 무한대로 펼쳐져 있는 상태 즉 물리학에서 허용하는 측정범위를 넘어선 양자요동이 끝없이 펼쳐진 상태라 보면 좋다. 태극은 우주를 운행시키는 모든 리(理)의 총화이다. 무극과 태극은 절대 분리될 수 없는 단일체로 이것이 바로 우주라는 의미다. 무극과 태극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주희는 동정무단(動靜無斷), 음양무시(陰陽無始)의 우주를 말하였다. 리(理)는 원래 옥(玉)에 나타나는 무늬를 이르던 말로 후에 철학적 개념이 부여되어 사물에 내재하는 원리, 우주의 근본 도리 등을 지칭하게 되었다. 


주희가 언급한 태극은 천지만물의 리다. 주희의 이일분수 사상은 이통의 사상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주희의 핵심 개념은 이선기후(理先氣後)다. 주희는 인간도 우주만물이 유행하는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생명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유기체적 세계관을 제시했다. 그는 이런 세계관에 윤리적 의미를 부여하여 자연과 인간의 윤리를 통합시키는 독창적인 철학을 개발하였다. 유기체적 세계관에서 리는 우주 만물을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망이면서 네트워크망에 있는 조직의 패턴이다. 


주자학의 리는 음양오행의 기를 능동적으로 주재하여 우주 만물을 운영하며 존재론적 당위성과 윤리적, 도덕적 의미까지 부여하였다. 데카르트는 신으로부터 철학을 독립시켜 자연의 실체를 사유(思惟)의 실체와 연장(延長)의 실체로 나눔으로써 근대철학을 열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은 사실 환영(幻影)에 지나지 않는다. 잠재의식의 보강작업을 거쳐 조작된 것이란 의미다. 두뇌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하여 시야에 들어오는 정보 중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은 스쳐 지나가고 저장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는 현대 양자역학적 용어로 주자학의 기는 넒의 의미에서 에너지로, 리는 정보로 정의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의존할 수 있는 기가 없으면 리가 발현될 수 없지만 리가 없으면 기도 무용지물이 된다. 주희는 정이가 말한 성즉리(性卽理)의 관점을 받아들여 성을 형이상의 도덕본체로 설명한다. 형이하의 측면에서 심은 기의 핵심이지만 심 가운데 부여된 리는 형이상의 심이다. 주희는 성(性)은 태극과 같고 심은 음양과 같다고 말했다. 텅 비어 있고 밝으면서도 만물에 감응하는 것이 심이고 만물에 감응할 때 그 속에 들어 있는 도리가 성이며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정이다.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이 아직 발동하지 않은 상태를 중(中)이라 하고 이미 발동하였지만 모두 정당한 법도에 들어맞는 상태를 화(和)라 한다. 주희의 성즉리 체계에서 성은 천리가 사람과 사물에게 품수(稟受)된 것이다. 리일분수는 전체 또는 일반을 가리키며 세계의 통일성을 대표한다. 분수(分殊)는 부분 또는 개별을 가리킨다. 세계의 다양성을 대표한다. 전자 크기의 10만배 크기가 원자핵 크기이고 원자핵 크기의 10만배 크기가 원자 전체의 크기다. 


몸의 다른 세포는 다 바뀌어도 뇌세포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197 페이지) 핵심은 뇌세포는 변함없이 존재하므로 항상 나는 나라는 것이다.(김대식 지음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95 페이지) 우리의 뇌는 진화적 계층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고고학 박물관이다. 아래로부터 뇌간(파충류의 뇌), 해마(현재의 뇌), 대뇌피질(미래의 뇌)의 구조다. 나의 본질은 정보다. 생명은 정보 자체가 유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자학뿐 아니라 중국 고대철학에서 우주와 자연은 천(天)이라 불렸다. 천은 무극이자 태극을 달리 부르는 명칭으로 태극이 음양을 낳는 까닭을 도(道)라 하고 자연의 이법과 모든 사물들에게 부여하는 속성을 리(理)라 하였다. 


주희가 태어나기 전 북방에서 일어난 거란이 성장하여 국호를 요(遼)로 바꾸고 송을 압박했고 여진 세력도 금(金)을 세우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송은 금과 연합하여 요를 멸하였으나 금에게 송의 수도 개봉(開封)이 함락되고 황제 휘종과 흠종이 금에 끌려갔다. 1127년 5월 남경에서 고종이 즉위하면서 남송시대가 시작되었다. 남송은 주화파 진회의 주도로 금에게 막대한 공물을 바치는 조건으로 화친하며 명운을 연장하고 있었다. 주희는 백약이 무효한 관료들의 부패로 썩어빠진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고 황제를 교육하면서 백성들의 도덕을 바로잡아 북방의 옛 강토(疆土)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실천을 바탕으로 한 내성외왕(內聖外王)의 새로운 학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주희는 법가를 공리주의에 빠진 형이상학이 없는 사상으로 보았다. 주자학이 다른 철학이나 학문과 확연하게 다른 부분은 학자는 국가나 사회 또는 백성들을 위하여 도심을 실현하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한 데 있다.(223 페이지) 양자역학에서는 파동함수를 통하지 않고서는 양자들의 행동을 알 수 없다. 양자들은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하다가 우리가 관찰하거나 측정하면 파동함수가 붕괴해 한 가지 상태로 결정된다. 


주자학은 1313년 원나라 인종 때부터 1912년 청나라 말까지 600년간 중국의 관료선발 기본교재 및 교육과정으로 지정되었다. 주희는 고종, 효종, 광종, 영종 등 네 황제에게 국가 당면 현안을 해결할 정책을 제안하는 봉사(封事)를 수차례 올리고 시강을 하고 직접 주대하여 직언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관직에 있을 때는 토지 경계를 바로잡았고 조세제도를 개혁하였고 재난이 닥쳤을 때 부세를 경감하였고 사창(社倉)을 지어 백성들을 구제하였고 지방 호족들의 탈세를 막고 불법을 탄핵하는 등 과감한 개혁정책을 펼쳤다. 각종 의례가 인간의 감정을 솔직하고 적절하게 표출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략하게 하고 음식을 검소하게 하는 등 풍속을 바로잡았다. 항상 거친 음식과 의복으로 검소한 생활을 몸소 실천하였다.(246 페이지) 


주자학의 유기체적 세계관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자학의 유기체적 세계관에서 리는 우주만물을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이면서 이를 유지하고 운영해나가는 정보다. 유기체적 세계관을 양자역학적으로 장(場)이론이라 할 수 있다. 우주 전체는 힉스장 즉 부단(不斷)한 양자요동으로 춤춘다. 우주 공간 자체는 소립자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부단히 역동적으로 생성, 소멸한다. 도덕은 단순한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행동하는 것, 헌신하는 것이다. 주자학은 정신, 육체의 일원론이다. 주자학은 실천을 우선하는 실용주의다. 주자학이 우리 시대에 유용하게 활용될 여지는 크다. 이런 점에서 주종욱의 책은 주목할 만하다. 궁금증은 주자학을 근본으로 한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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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 물리 편 - 사진과 그림으로 단번에 이해하는 81가지 친절한 물리 안내서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송경원 옮김, 가와무라 야스후미 외 감수 / 유노책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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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은 왜 붉을까?란 제목의 챕터에 하늘의 색은 무지개 색 순서대로 변한다는 글이 있다. 빨주노초파남보가 아니라 보남파초노주빨이리라. 하늘의 색깔은 빛과 공기의 조화에 의해 나타난다.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빛이 산란하지 않아 검은색이다. 빛은 파장이 짧을수록 산란이 잘 일어난다. 구름은 물 등의 수많은 입자가 모여 만들어진다. 물 입자는 공기 입자보다 크기 때문에 태양 빛이 구름을 통과하면 모든 색의 빛을 다 산란시킨다.(Mie Scattering) 미에는 발견자인 구스타프 미에에서 온 이름이다. 이 때문에 하얗게 보인다. 파란색 빛이나 보라색 빛은 파장이 짧아 산란하기 쉬워 다른 색빛들보다 훨씬 많이 흩어진다. 그래서 우리 눈에 하늘은 물론 하늘이 비친 바다도 파랗게 보인다. 


바닷물이 파란 또다른 이유는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빛 등은 바다에 닿는 순간 물에 흡수되지만 빨간색 계열과 반대되는 파란색 계열의 빛은 바닷물을 통과해 바닷속 물질이나 플랑크톤 등에 부딪히며 반사, 산란되어 바다가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박명은 태양이 지평선 아래에 있더라도 일부 빛이 상층 공기층에서 반사, 산란하여 발생하는 현상이다. 일출 전이나 일몰 후 얼마 동안 태양이 보이지 않아도 하늘이 희미하게 밝은 것을 박명(薄明)이라 한다. 빛은 평평한 면에 부딪힐 때의 각도(입사각)와 반사될 때의 각도(반사각)가 같다. 물체가 빛을 받을 때 반사하는 정도인 반사율이 높으면 거울처럼 실물을 비춰낸다. 입사각이 70도를 넘으면 반사율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호수 수면을 바라보는 각도가 수평에 가까워질수록 거울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등대의 불빛은 전구 앞에 놓인 프레넬 렌즈를 통해 한곳에 모인다. 이렇게 모인 빛은 일직선으로 나아가므로 멀리까지 전달된다. 프레넬 렌즈는 두껍고 무거운 볼록렌즈 대신 볼록렌즈의 표면 부분만 모아 조합한 것이다. 빛은 공기 중에서 물속이나 유리 등 다른 물질로 들어갈 때 꺾이는 성질이 있다. 빛은 색에 따라 꺾이는 각도가 다르다. 비 갠 직후 공기 중에 물방울이 떠다닐 때 태양을 등지고 서면 태양 빛이 물방울에 부딪혀 일곱 가지 색으로 나뉜 무지개를 볼 수 있다. 태양 빛이 물방울 속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여러 색으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무지개는 지면에서 위로 42도 부근에서 보인다.(빛은 색에 따라 꺾이는 각도가 다른 점 참고) 아침에는 서쪽 하늘, 저녁에는 동쪽 하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태양이 머리 위에 떠 있는 낮에는 지면과의 각도가 42도를 넘어 무지개를 보기 어렵다. 무지개는 원래 원형이지만 아랫부분이 지면에 가려 반원 형태로 보인다. 


비행기를 타거나 등산 중 절벽에 서면 아랫부분까지 둥근 무지개를 볼 수 있다. 사막이나 한여름의 고속도로 등에서 땅바닥에 물이 고인 것처럼 보이는 것을 땅거울이라 한다. 땅거울은 실제 위치보다 아래에 사물이 보이는 아래신기루의 하나다. 바닷물은 거의 이동하지 않고 바람에 의해 생긴 해수면의 진동이 주위로 퍼져나가면서 에너지만 전달된다. 어떤 한곳에서 생긴 진동이 주위로 퍼져나가는 현상을 파동이라 한다. 영하 10도 이하의 기온이 지속되면 호수 표면은 얼어붙는다. 밤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낮 동안 얼어 있던 호수 표면의 얼음이 수축하면서 균열이 생기고 그 틈으로 물이 들어가 얇은 얼음이 생긴다. 낮이 되어 기온이 오르면 얼음이 팽창하여 밤에 만들어진 얇은 얼음이 깨지면서 솟아올라 얼음길이 생긴다. 


얼음 위가 미끄러운 이유는 신발과 얼음의 표면 사이에 생기는 얇은 물막 때문이다. 얼음은 압력을 받으면 물로 변하는 성질이 있다. 얼음은 압력을 받으면 녹는점이 낮아져 물로 변하다가 압력이 사라지면 다시 얼음으로 돌아간다. 강의 상류는 경사가 급하고 흐르는 물의 속도가 빠르므로 침식 작용이나 운반 작용이 더욱 활발하다. 이렇게 오랜 시간 침식 작용과 운반 작용이 반복해서 일어나면 좁고 길게 파인 V자 형태의 계곡이 만들어진다. 


높은 곳에 있는 폭포 물은 위치 에너지(포텐셜 에너지)를 갖는다. 이 물이 중력을 받아 아래로 떨어지면 물의 위치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로 바뀐다. 폭포 아래에 있는 웅덩이에 부딪힌 다음에는 운동 에너지가 열 에너지로 전환되어 물의 온도를 높이는 데 사용된다. 연잎이 물을 튕겨 내는 것을 연잎 효과라 한다. 이슬은 기온이 낮아지는 새벽에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축하여 생긴 물방울이다. 이 물방울이 동그란 모양을 유지하는 것은 표면 장력의 작용 때문이다. 액체는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뭉치려는 성질이 있다. 각 물질의 분자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분자간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체처럼 움직이는 물질은 분자간 힘이 표면의 면적을 되도록 작게 만들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 힘을 계면장력이라 한다. 액체일 때는 표면 장력이라 한다. 물은 액체 중에서도 표면 장력이 크다. 


난류(亂流)로 인해 유체 마찰을 줄이는 구조를 리블렛이라 한다. 공기에도 무게가 있다. 기압은 위에서 아래로만 작용하는 힘이 아니다. 아래에서든 옆에서든 똑같이 작용한다. 공기 중에서 낙하하는 물체에는 중력과 공기 저항력이 작용한다. 무거운 쇠구슬에는 공기 저항력보다 중력이 훨씬 크게 작용하므로 쇠구슬은 가벼운 나뭇잎보다 빨리 땅에 떨어진다. 낙하산처럼 무게에 비해 면적이 넓은 나뭇잎에는 중력이 작게 작용하고 공기 저항력은 크게 작용하므로 낙하 속도가 느려진다. 나뭇잎은 떨어지면서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공기 저항력도 그때마다 달라진다. 


오로라는 북극이나 남극 주변 지역에서 관측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 현상이다. 오로라가 생기는 원리는 지구의 자기장 및 플라스마와 관련이 있다. 지구는 북극과 남극에 자극을 가진 하나의 커다란 자석이다. 북극과 남극 사이에는 자기력이 작용한다. 자기력이 작용하는 공간을 자기장이라 한다. 태양에서 우주 공간으로 방출된 플라스마(전기를 띤 입자)의 흐름을 태양풍이라 한다. 지구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자기장이 둘러싸고 있어서 태양풍은 지구를 피해 휘어진 형태로 지구 뒤쪽으로 흘러가 플라스마 덩어리를 만든다. 그 후 플라스마 속의 전자가 지구의 자기력선을 따라 가속되어 극지방으로 쏟아져 내린다. 이때 전자는 대기 중의 원자나 분자와 부딪혀 빛을 낸다. 이를 오로라라 한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전기를 띤 입자가 지구 상공에서 대기와 부딪혀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전자는 부딪히는 원자나 분자의 종류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타난다. 모래사장과 바닷물은 똑같이 뜨거워지지 않는다. 비열 차이 때문이다. 비열이란 물질 1그램의 온도를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다. 물의 비열은 다른 물질보다 훨씬 크다. 모래의 비열은 바닷물보다 작기 때문에 온도가 빨리 올라가 금방 뜨거워진다. 밤에는 낮과 반대로 모래사장보다 바닷물이 더 따뜻하다. 모래는 비열이 작아서 금방 식는 데 비해 바닷물은 비열이 커 온도가 잘 변하지 않는다. 


GPS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고도 약 20,000km 상공에서 약 30대의 GPS 위성이 지구 주위를 돈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약 10-33억년전 지하 약 200km 부근의 맨틀 내 깊숙한 곳에서 생성된 탄소 결정체다. 맨틀 내에서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는 수억년 전 화산이 분출할 때 마그마와 함께 지표면 근처까지 빠르게 이동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상승하면 다이아몬드도 흑연으로 변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올라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만들어진 화성암을 킴벌라이트라 한다. 때로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다. 남아프리카 등에 분포한다. 


지구의 공전 운동에 따라 별의 위치가 달라지는 현상을 시차(視差)라 한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왜 떨어지지 않을까? 매우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속 약 2.8만 km의 매우 빠른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기에 떨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1만년 이상 시간이 흐르면 생물의 뼈는 주변의 돌과 거의 같은 성분을 지닌 화석이 된다. 화석 중에는 동물의 피부 무늬나 깃털의 흔적, 발자국, 식물의 잎맥 등이 도장이 찍히듯 진흙에 각인된 뒤 오랜 시간에 걸쳐 진흙이 단단한 암석으로 변하면서 만들어진 생흔화석도 있다.


맨틀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고체이지만 오랜 시간에 천천히 움직인다. 지하 200km 정도에 있는 상부 맨틀은 온도가 약 1,500도에 달한다. 특히 주변보다 온도가 더 높은 부분은 위로 이동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주변의 압력이 점차 낮아지므로 지하 100km 부분에서 맨틀은 끈적끈적한 액체가 된다. 이것이 마그마다. 마그마가 더 위로 올라가면 지하 1-10km 부근에서 많은 양의 마그마가 섞여 있는 마그마 방이 만들어진다. 지표면에 가까울수록 주변의 압력이 더욱 낮아지기 때문에 마그마에 녹아 있던 물이나 이산화탄소는 거품으로 변한다. 압력이 낮아지면 녹는점이나 끓는점이 비교적 낮은 물질은 액체나 기체로 변해 밖으로 빠져나온다. 거품을 포함한 마그마는 주변 암석보다 가벼워서 지표면의 갈라진 틈을 통해 지상으로 뿜어져 나온다. 이를 분화라 한다. 


태고의 지구는 자전 주기가 약 다섯 시간이었다. 달이 미치는 인력의 영향으로 서서히 속도가 느려져 지금과 같은 주기가 되었다. 지구의 자전은 조석(潮汐) 마찰로 인해 조금씩 느려진 것으로 추측된다. 달과 지구는 서로 인력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달과 가까운 쪽에서는 달이 바닷물을 끌어당겨 밀물이 된다. 지구가 달과 지구의 공통 질량 중심을 회전하면서 나타나는 원심력 때문에 달 반대쪽의 먼바다에서도 바닷물이 부풀어 올라 밀물이 된다. 이때 중간에 있는 바다는 바닷물이 쪼그라들어 해수면이 낮아지는 썰물이 된다. 


유성의 정체는 대부분 우주 공간을 떠도는 티끌이나 먼지다. 이 티끌이나 먼지가 지구 중력에 이끌려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것이다. 크기가 큰 티끌이나 먼지는 다 타지 않고 지상으로 떨어진다. 이것을 운석이라 한다. 태양보다 30배 이상 질량이 큰 항성이 수명을 다하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뒤 계속 수축하다가 블랙홀이 된다. 딸기처럼 붉은빛 또는 분홍빛 달이 뜨는 이유는 아침 해나 석양이 붉게 보이는 것과 원리가 같다. 지평선 가까이에 달이 있을 때 달빛 중 빨간색 빛이 대기에 흡수되지 않고 우리 눈에 도달하기 때문에 붉게 보인다. 수퍼문의 반대는 마이크로문이다. 


달과 태양은 지구에서 바라볼 때 겉보기 크기가 거의 같지만 달이 지구에 가까이 왔을 때는 달의 겉보기 크기가 조금 더 크다. 이때 일식이 일어나면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평소에는 태양 빛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개기일식 때면 관측할 수 있는 태양의 대기층을 코로나라 한다. 달이 지구에서 멀어졌을 때 일식이 일어나면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해 태양의 가장자리가 반지와 같은 모양으로 빛난다. 이를 금환일식이라 한다. 6,600만년전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 충돌한 운석은 지름 약 160km의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양초는 심지에 불을 붙이면 양초의 재료인 왁스가 녹아 액체가 되고 이 액체 왁스가 심지를 타고 올라가 불이 붙은 심지에 가까워지면 기체로 변한다. 그 기체(왁스 증기)가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 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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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미션 이야기 -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의
황정아 지음 / 플루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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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宇宙船)은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나가는 모든 인공적 물체다. 우주선 중 지구 주위를 주기적으로 도는 모든 물체를 인공위성이라 한다. 400km 고도에서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정거장도 인공위성의 일종이다. 540km 고도에서 지구 주위를 돌며 먼 우주를 관측하는 허블우주망원경도 인공위성의 일종이다. 화성, 목성 등 태양계의 다른 천체 주변까지 멀리 나가 비행하는 우주선은 우주 탐사선 또는 탐사선이라 불린다. 


발사 후 원하는 목표 지점으로 유도하는 기능이 있으면 미사일, 없으면 로켓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방향을 유도하는 기능이 있는 로켓들이 개발되고 있다. 인공위성을 우주로 실어나르는 데 필요한 로켓을 제작하는 기술은 군사용 대륙간 탄도 미사일 제작 기술과 같다. 미사일의 로켓 꼭대기에 인공위성을 실으면 우주용 로켓이고 미사일을 실으면 군사용 로켓이 된다. 작은 나사 같은 것, 또는 작은 기술이라도 인공위성과 로켓 개발과 관련된 기술은 국가간 이전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한미 미사일 지침 같은 불공정한 규제가 생겼으나 2021년 5월 21일 폐지되었다. 


액체연료는 고체연료보다 다루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액체연료로만 발사체를 만드는 나라는 거의 없다.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은 원하는 궤도에서 추력(비행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단순하게 비유하면 인공위성은 승객이고, 로켓은 버스나 택시다. 인공위성은 특수 목적을 위해 우주로 보내는 물체다. 위성을 원하는 궤도로 보내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로켓이 필요하다. 로켓은 연료와 화학 반응물 등 추진체를 연소하여 인공위성을 목적지인 궤도에 올려놓는다.


위성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연소를 끝낸 로켓은 일반적으로 분리되어 지상으로 떨어진다. 이때 분리된 로켓의 잔해물들은 대부분 해상으로 떨어지도록 설계한다. 인공위성은 임무, 형상, 궤도, 무게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위성이 갈 수 있는 자리를 임무 궤도라고 한다. 이 궤도에 따라 위성이 움직이는 고도가 달라진다. 임무가 지구 관측인지, 통신이나 기상인지 등에 따라 저궤도(250~2000km), 중궤도(2000~36000km), 정지궤도(36000km)로 달라진다. 궤도는 위성이 우주에서 다니는 길이다.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 수 있는 36000km의 정지궤도가 주목된다. 


모든 위성이 원궤도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위성체의 궤도가 완벽한 원에서 벗어나 있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 이심률(離心律; eccentricity)이다. 이심률이 0이면 완벽한 원이고 0~1 사이면 타원궤도고 1은 포물선 탈출궤도이고 1보다 크면 쌍곡선 궤도다. 타원궤도에서 초점에서의 거리가 가장 먼 지점이 원지점이고 가장 가까운 지점이 근지점이다. 이 두 지점을 연결한 선이 궤도의 장축선이다. 지구 정지궤도는 적도상의 원궤도를 말한다. 정지궤도 위성은 지구 반지름(6400km)의 6.6배에 해당하는 고도 36000km 정도에서 움직인다. 


정지궤도의 단점은 궤도면이 적도로 제한되어 있어 자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이다. 이를 우주영토 경쟁이라 한다. 몰니야궤도는 이심률이 매우 커서 원지점이 39400km이고 근지점은 1000km다. 한번 발사한 인공위성은 지구로 돌아올 수 없다. 우주 공간에서 계속 살아남아야 하는 인공위성은 태양전지판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다. 인공위성은 태양이 내뿜는 복사열을 쉬지 않고 받는다. 지구가 미치는 중력의 영향도 끊임없이 변한다. 다른 행성이나 혜성처럼 지구 바깥에서 작용하는 힘도 인공위성에 영향을 미친다. 


위성의 자세는 중력과 복사압 때문에 계속 흔들리고 틀어진다.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와야 임무를 오래 수행할 수 있다. 인공위성이 살아가는 우주는 환경이 극한적인 곳이다. 인공위성은 크게 버스(본체)와 탑재체로 나뉜다.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면 고온 가스가 발생하는데 이 가스는 식으며 새 별을 탄생시킨다. 고온가스를 규명하면 우리 은하의 진화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원자외선 분광기는 초신성 폭발과 그 주변에 분포하는 성간물질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실도 많이 발견했다. 원자외선 분광기는 오로라를 광학적으로 관측하는 동시에 자외선 영역에서 우주 전체를 관측하는 우주망원경 역할을 한다. 


우주 환경 시험이 중요하다. 이는 위성체가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고 그보다 먼저 발사 과정에서 지구의 중력을 벗어날 때 급격한 중력가속도 변화와 충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성이 우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지상에서 미리 확인해야 한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맞게 가능한 한 많은 시험을 해보는 것 외에는 우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진동 시험은 위성체의 임무나 모양에 관계 없이 필요하다. 이 시험은 발사체에 실린 위성체가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 우주로 갈 때 발생하는 강한 진동과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 부품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진동 시험에도 종류가 있다. 위성체에 가해지는 다양한 진동 중 주기적인 진동을 가정하는 시험을 정현파 진동 시험이라 한다. 정현파는 같은 파형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외부 자극을 의미한다. 주기적 신호의 시간 간격을 주파수라고 한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주파수가 공교롭게도 위성체 고유 진동수와 일치하면 공진(共振)이 나타날 수 있다. 공진이란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외부 환경의 진동수가 비슷하거나 일치하여 물체의 진동이 커지는 것을 말한다. 소리가 만들어내는 음파에도 물리력이 존재한다. 음파의 주파수에 해당하는 외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대 음향 진동 환경은 발사체가 지구 표면을 출발하는 이륙 개시 순간과 속도가 높아지면서 음속을 통과하여 초음속으로 넘어가는 순간 발생한다. 지속 시간은 최대 10초 이내다. 발사 과정에서 변화하는 음향 진동은 기계적으로 발생하는 진동과 함께 위성체 부품에 심한 랜덤 진동 형태로 전달된다. 우리나라의 로켓 발사장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다. 다양한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까닭에 대부분의 위성을 해외 발사장에서 해외 발사체로 발사하고 있다. 애지중지 소중하게 만든 인공위성을 인천국제공항까지 보내 비행기에 실어서 운송하고 이후 해외 공항에서 발사장이 있는 외딴 지역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발사 센터는 주로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과 동떨어진 해안에 있다. 


인공위성이 우주로 나가기 위해서는 지구의 강한 중력 영향권을 벗어나야 한다. 지구가 잡아당기는 중력을 이겨내고 대기권 밖으로 나가려면 매우 큰 운동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운동에너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로켓이다. 로켓은 뉴턴의 운동 3법칙 중 세 번째인 작용 - 반작용 법칙에 따라 중력을 이기는 힘을 얻는다. 로켓의 엔진이 연료를 태우고 가스를 지구 표면 방향으로 분사하면 그와 같은 힘으로 가스 분사의 반대 방향인 우주로 날아간다. 


많은 나라가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데 결정적 변수는 발사 비용이다. 중대형 로켓의 경우 1kg당 2,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인공위성을 만들고 우주로 발사했다고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인공위성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인공위성과 지상의 통신이 마지막 고비다. 위성을 힘들게 우주로 보내는 데에는 목적이 있다. 


과학위성이라면 과학적 이론을 입증할 관측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고 상용위성이라면 산업체에 꼭 필요한 정보가 있어서 우주에 보내는 것이다. 위성은 지상국과의 교신이 가능해지면 우주에서 획득한 날것의 자료를 그대로 보낸다.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1차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 지상국의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다. 우주 탐사는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정말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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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가 남다른 과학고전
조숙경 지음 / 타임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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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 박사 조숙경의 ‘클래스가 남다른 과학 고전‘은 20세기 과학 고전 12권에 대한 설명을 씨줄로 삼고 저자가 해당 책 또는 저자들과 이룬 접점을 날줄로 삼아 써내려간 책이다. 저자는 개별 고전들에 각각 제목을 붙였다. 가령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에 대해서는 과학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란 제목을 붙였고,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대해서는 과학은 유토피아를 가져오는가?란 제목을 붙인 것이다. 각 고전에 얽힌 이야기를 쓰고 별도의 편성으로 짧게 원저를 소개했다. 저자는 책을 쓰면서 책의 내용을 얼마나 그리고 어느 정도 깊이로 다루어야 하는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말한다. 가령 저자는 자신이 읽은 방식으로만 기술하다 보면 신선하다는 평가는 있겠지만 일부 독자의 흥미를 잃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20세기 과학 고전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소 고색창연할 수 있지만 문제의식이 분명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책을 고른 것이다. 하이젠베르크가 보어를 만나지 못했다면 과학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란 궁금증을 표한 저자는 사람(과의 만남), 사건(과의 만남)을 주요 주제로 삼아 책을 서술하였다. 저자는 자신이 갖가지 난관을 헤치며 과학사 학도로 변신해 간 것은 파인만이 말한 것처럼 과학이 자신에게 아주 재미있고 즐거운 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게 가장 흥미 있는 책은 제이컵 브로노프스키의 인간 등정의 발자취다. 이 장의 제목은 누가 아우슈비츠의 비극을 가져왔는가?다. 저자는 앨런 차머스의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접하고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되지 않아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지만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을 실천하기로 하고 다섯 번쯤 읽으니 내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는 말을 했다. 브로노프스키는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요인에 대해 탐색했다. 그 중 하나로 브로노프스키는 인간은 어떻게 동물과 다른 여러 가지 손재주와 관찰력을 갖추었으며 깊은 사고를 하는 존재가 되었는가?를 들었다.


브로노프스키는 손은 정신의 칼날이라는 조각가 헨리 무어의 말을 인용한 인물이기도 하다. 브로노프스키는 특이한 존재인 인간을 동물과 달리 풍경 속의 한 형상이 아니라 풍경을 만들어가는 주체라고 설명하며 인간을 그런 주체가 되게 한 요인으로 상상력, 이성, 정서적 예민함, 강인함을 들었다. 브로노프스키는 이 네 요인을 키워드로 책을 서술했다. 브로노프스키는 원자폭탄이 가져온 엄청난 비극과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일어난 참혹한 폐해는 과학적 연구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과 지식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으며 행동한 인간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을 했다. 


이를 보며 나는 조선이 망한 것은 성리학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교조적으로 수용한 조선 집권층의 경직성과 폐쇄성 때문이라는 생각을 반추해 보았다. 브로노프스키의 책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다윈이 규명한 시간적 순방향으로 흐르는 생물학적 진화와 대비되는 시간적 역방향으로 흐르는 문화적 진화다. 저자가 다룬 세 번째 책은 과학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설명한 칼 포퍼의 과학적 발견의 논리다. 포퍼는 과학이 다른 어떤 학문보다 끊임없이 발전한 것은 반증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한 인물로 그에 의하면 어떤 과학 이론도 참임을 보장받을 수 없으며 반증될 수 있을뿐이다. 


사람과 사건을 논했거니와 저자는 우리나라에 과학사를 도입한 김영식 교수와의 만남을 인상적으로 풀어냈다. 즉 왜 공부를 계속하려고 하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오라는 김영식 교수의 말에 저자는 학자란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고, 제대로 된 글을 쓰려고 계속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런 사연과 함께 소개된 책은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다. 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 패러다임이다. 언어학에서 가져온 개념인 패러다임은 한 시대가 공유하는 과학적 사고와 이론, 법칙 등 연구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쿤의 패러다임 이론의 주요 특징은 과학 발전이 점진적이고 누적적인 것이 아니라 불연속적이고 혁명적이라는 점이다. 


과학자들이 한 패러다임에서 다른 패러다임으로 옮겨가는 것은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실험 결과를 해석했다기보다 게슈탈트 전환과 같은 상당히 돌발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주목할 만하다. 쿤의 주장은 과학 지식이 관찰과 실험을 거쳐 누적적으로 축적될 뿐 아니라 진보한다는 귀납주의적이고 실증주의적인 과학관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패러다임의 근본적 창출을 이루어낸 사람들은 기존 패러다임에 익숙하지 않거나 그것에서 이익을 취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기존 패러다임에서 자유롭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안을 볼 수 있는 젊은 세대와 이방인들이라는 쿤의 말로부터 용기와 희망을 가졌다고 말했다. 


저자는 스스로를 삶의 대부분을 경계인으로 산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관찰은 객관적인가?란 제목으로 노우드 러셀 헨슨의 과학적 발견의 패턴을 설명한다. 저자는 남편과 함께 헨슨의 책을 1년 안에 번역 해내리라는 자신감을 가졌지만 5년이 걸렸다고 했다. 헨슨은 과학철학이 없는 과학사는 맹목적이고 과학사가 없는 과학철학은 공허하다는 말을 했다. 헨슨의 책은 꼭 읽을 필요가 있다. 저자에 의하면 헨슨은 현대물리학의 본질적 특성인 소립자 묘사 불가능성과 개별성, 파동 - 입자 이중성, 불확정성 원리, 상보성 원리 등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이들 개념을 얻는 과정은 철학자들이 제시하는 단순한 귀납 과정이나 가설 연역 과정이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하고 역동적이며 심오한 지적 투쟁의 과정인 귀추라고 주장했다.


헨슨은 관찰에서 이론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찰이 이론 의존적이라는 주장을 한다. 헨슨에 의하면 과학자들은 실험으로 얻은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는 개념적 패턴에 짜맞출 수 있기를 열망하며 기존 지식 안에 유형화하거나 통합시키려 한다. 저자는 박사 논문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은 독창성이라 말한다. 누구도 제시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론이나 설명 또는 해석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장에서 저자는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를 다룬다. 제목은 과학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다. 이 장은 하이젠베르크와 보어의 만남을 다룬 장이다. 원자폭탄 투하 소식을 듣고 커다란 충격에 빠진 하이젠베르크는 과학자의 발견이 대참사로 이어졌을 때 그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라고 물었다. 하이젠베르크는 과학 발전이 선한 방향으로 향하고 지식 확장이 인간의 복지를 위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지만 과학적 결과가 어떻게 사용될지 아직 모르는 과학자가 과학 연구물 사용 결과에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자는 하이젠베르크가 자신에게 진정한 전문가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분명한 답을 제시해주었다고 말한다. 전문가란 그가 관계하는 분야에서 매우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전문으로 하는 분야에서 사람들이 범할 수 있는 가장 큼직한 오류도 알고 있어서 그 오류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는 전문가란 좁은 분야에서 저지를 수 있는 온갖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이라는 보어의 말과 결이 다르다. 


DDT의 문제점을 널리 알린 레이첼 카슨이 공산주의자일 것이라는 추측까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일곱 번째 장에서 그 유명한 침묵의 봄을 만난다. 제목 자체가 시적이거니와 카슨은 작가가 되려 한 인물답게 환경 고발서임에도 소설처럼 부드럽게 읽히는 책을 썼다. 개인적인 일이지만 나에게 카슨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의 저자로 더 유명하다. 카슨은 침묵의 봄을 암 투병 중에 썼다. 


찰스 스노의 두 문화는 낮에는 과학자들과 실험실에서 지내고 밤에는 문학 동료들과 어울리던 저자의 이력이 낳은 문제작이다. 두 진영인들은 어울리지 않았다. 서로 몰이해한 결과다. 아홉 번째 책으로 왓슨의 이중나선을 다룬 저자는 최후 승리자로서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는 이중나선이 로잘린드 프랭클린이라는 사라져 간 과학자의 존재를 다시 부각했고 프랭클린의 성과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고 썼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과학 고전에 든 것이 재미 있다. 저자는 왜 SF(사이언스 픽션)를 미래 사회학이라고 말하는지 십분 이해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brave는 ’멋진‘이라고 하기보다 용감한, 무모하면서 무지한 등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용어는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폭풍우)에서 따온 것으로 미래 과학 기술이 폭풍처럼 인간 사회의 모든 것을 휩쓸 것이라는 무서운 메시지를 전하는 경고나 마찬가지다. 등장 인물 존이 이 문장을 사용한 것은 소마(정신안정제)를 배급받으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할 때다.


다소 생소한 책이 열한 번째 장에서 다룬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다. 인류는 계속 발전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설명한 책이다. 흥미로운 점은 리프킨이 스티븐 제이 굴드에게서 심각한 과학적 오류를 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엔트로피는 물리적 현상에 방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리프킨은 과학과 기술이 더 질서 있는 사회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고 기존의 에너지가 새로운 에너지로 대체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은 사실 에너지 전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열두 번째 책은 로이 포터의 2500년 과학사를 움직인 인물들이다. 제목은 과학에서도 만남은 중요한가?다. 포터는 과학자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 시대와 문화를 이해해야 할뿐 아니라 그들의 장점은 물론 한계까지도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터는 역사를 위인론으로 쓰던 시대는 지났으며 과학의 진보를 영웅적 정신의 승리로 보는 것은 천박하다고 말했다. 


과학자의 개별 업적은 그가 살았던 시대정신의 총합이지 과학적 천재의 두뇌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이를 풀이하면 위대한 과학자가 위대한 성과를 낸 것은 시대와, 사람과 만났기 때문이라는 말이 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궁금증이 생긴다. 저자에게 책 또는 저자와 연관된 바가 많지 않았다면 어떤 과학 책을 썼을까?란 궁금증이다. 책에 대해 비판할 부분이 아예 없었을까?란 궁금증에서 나오는 아쉬움도 든다. 그럼에도 이 책은 알기 쉽게, 저자 자신의 경험과 관련지어 수준 높은 책들을 논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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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이어온 빛 - 광합성의 신비
라파엘 조빈 지음, 이현숙 옮김, 안태석 감수 / 북스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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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조빈의 ‘생명을 이어온 빛‘은 광합성의 신비를 밝힌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참고 문헌으로 쓰기에 충분하지 않지만 아주 작게나마 자연의 신비를 발견할 때 과학자들이 느끼는 환희와 경이로움을 어느 정도 접할 수 있을 책이라 말한다. 광합성은 생물학에서 흔히 화학적, 지질학적, 우주적 압력을 견뎌내려 반응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인간 종은 광합성의 직접적 산물이다. 광합성은 복잡한 세상에 다시 균형을 찾아줄 만큼 충분히 크고, 빠르고, 강력한 힘이자 더 늦기 전에 황폐해진 생태계를 바로잡을 가장 해볼 만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광합성이란 생명체가 빛 에너지를 포착해 물과 기체 같은 단순 자연 화합물을 결합해 더 복잡하고 더 유익한 화합물로 변환하여 성장과 번식, 발아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생명에 활기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초록 잎을 가진 육상 식물만이 아니라 물 속에 사는 생명체도 광합성을 한다. 식물이 흙을 먹는다고 여겨지던 시대도 있었고 물을 먹는다고 여겨지던 시대도 있었다. 저자는 세 과학자를 언급한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부생고다. 오늘날 우리가 광합성을 하도록 처음 공부할 때 배우는 화학 반응식에서 균형이 맞도록 이산화탄소 소모와 산소 생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한 인물이다. 


이 식에 의하면 물과 이산화탄소가 햇빛과 결합해 식물의 녹색 엽록체 안에서 포도당과 산소로 바뀌는 과정이 해명된다. 광합성이란 이름을 제안한 사람은 미국의 식물학자 찰스 레이드 반스다. 19세기 말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대기의 태양열을 가둔다는 의견이 처음 대두되었다. 스웨덴의 첫 노벨상 수상자인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광합성이 과도하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지구를 식게 만들고 그 결과 빙하기가 시작되는 원리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 과학자들은 포도당을 생성하지 않고도 광합성을 하는 기이한 미생물도 찾아냈다. 


육상 식물은 쉽게 접할 수 있고 이해하기도 쉬워서 가장 잘 아는 광합성 생물이지만 낯선 극한 환경에 살거나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서 광합성 하는 생명체들이 훨씬 더 많다. 지구는 약 45억 4,000만년전 우주에서 빙빙 돌고 있는 소용돌이(태양)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 조각에서 탄생하였다. 녹은 불덩이 속에서 금속성 암석, 먼지, 물과 같은 물질 찌꺼기들이 엄청나게 커다란 힘으로 맞부딪히며 한꺼번에 녹아 지구를 만들어냈다. 맨 처음 대기는 증기가 과열된 상태로 암석에서 금속을 만들 정도로 뜨거웠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금속은 가라앉아 자성을 띤 지구의 핵을 이루었고 가벼운 무기질은 표면으로 솟아올랐다. 화학 물질로 구성된 이 마녀의 혼합물은 이후 식을 대로 식어 산성의 대기를 응결시키며 암석을 깎아낼 정도로 부식성이 강한 비를 내리게 하였고 이는 최초로 바다가 형성될 때까지 수억 년간 이어졌다. 냉각 현상이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초기 태양은 비교적 크기도 작고 빛을 많이 내뿜지도 않아서 우리가 오늘날 보는 빛의 70% 정도밖에 만들어내지 않았다. 


다행히 초기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외에도 대기를 따뜻하게 하는 메탄이 100만개의 분자 중 100개 정도 있었다. 이는 현재 대기 중에 있는 메탄의 50배가 넘는 농도다. 대기 중 황과 탄소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며 카르보닐 황화물이라는 새 화합물을 만들었고 이 역시 얼마 안 되는 햇빛을 가두어 어린 지구를 온난하게 유지되게 했고 바다는 열을 흡수하는 기체인 이산화탄소, 메탄, 카르보닐 화합물의 장막에 덮여 액체 상태를 유지하였다. 유독한 가스에 싸여 산성의 습기를 머금은 그을린 세상은 황량할 뿐 아니라 오늘날 생명체라고 알려진 존재에게는 살 수 없는 곳이었다. 


바다에는 물을 뿌연 갈색으로 얼룩지게 만드는 철 화합물이 잔뜩 녹아 있었다. 이 철 화합물은 물을 투과하는 빛을 차단했다. 이렇게 숨 막히고 부식성이 강한 세상에 생명의 전제 조건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였다. 외계에서 아미노산과 탄소를 가지고 온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초기 바다의 화학적 수프를 휘저어 놓았다. 대기 중에 있던 따뜻한 카르보닐 황화물이 응결되며 펩티드와 아미노산을 형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혼돈 속에서도 지구에 최초의 생명이 융합할 수 있었던 필수 구성 요소이자 근본 양양분이었다. 


얕은 연안 지역이나 심해의 뜨거운 분출구, 아니면 눈의 결정이나 흙속 어딘가에 단순한 유기 분자들이 번식을 위해 모일 만한 조건을 갖춘 안정적인 공간이 있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유기 분자들은 스스로 조립하고 에너지를 흡수하는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내며 자신을 똑같이 복제하기 시작하였다. 대략 42억 8000만년전쯤 생명이 탄생하였다. 유전적 증거에 기반하면 오늘날까지 생명체와 인간에게 존재하는 유전자 355개를 가진 모든 생물의 마지막 공통 조상이 38억년 이전에 등장하였다. 


최초의 마법 같은 생명 생성 이벤트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광합성 과정이 시작되었다. 이는 우리가 오늘날 고세균류라고 부르는 미생물 속에서 발견한 광합성 절차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고세균류에게 메탄을 생성하는 능력이 생겼다. 이는 고세균류가 아미노산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한 복잡한 유기물을 분해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광합성이 생명의 탄생 초기에 시작되었다 해도 말이 되는 이유는 세포를 결합하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였고 당시에는 섭취할 먹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먹이사슬은 존재하지 않았다. 생명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초기 지구의 어두운 산성 구름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흐릿한 태양 에너지 즉 햇빛이라도 거두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린란드의 구조물에서 발견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화석화된 퇴적구조다. 화석화된 미생물 매트가 겹겹이 층을 이룬 형태로 성장기인 여름에 한 겹이 만들어지면 겨울 동안 진흙으로 된 퇴적물 층이 그 위를 덮으며 번갈아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에너지원으로 햇빛과 유기 분자가 필요한 고세균류와 달리 남세균은 햇빛을 이용해 물을 분해하여 산소를 만드는 획기적 능력을 발달시켰다. 이 미생물의 수가 증가하며 세균성 광합성이 늘어났고 바닷물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 및 대기 중 이산화탄소까지 소비하여 지금의 알칼리성 푸른 바다를 만들며 세상을 서서히 바꾸어나갔다. 


이들이 만들어낸 노폐물이 산소다. 남세균이 점점 해안 지대를 점령해나가며 산소를 더 많이 방출하면서 바다는 조금씩 투명해졌다. 빛이 더 깊이 뚫고 들어가면서 더 많은 생명체가 깊은 곳에서도 자랄 수 있었다. 용존 철이 산소와 결합하면 용해되지 않는 침전 화합물을 형성한다. 지질학적 연구에서 남세균이 광합성을 하면서 방출하는 산소가 바다에 녹아 있는 철을 산화시켜 결정체로 만들었다. 약 28억년전쯤 매우 거대한 철 퇴적물의 띠(철광석)가 만들어졌다. 바다에서 용존 철이 침전하여 없어지자 산소 폐기물은 대기에 축적되기 시작하였고 당시의 생물체에게 독성물질로 작용해 지구상의 생명체를 거의 전멸시켰다. 24억년전 있었던 대기 중 산소 축적 즉 대산소 발생사건이다. 


광호흡이란 것이 있다. 광합성과 반대로 포도당을 이산화탄소, 물,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고세균은 산소가 없던 시기까지의 세상에 잘 적응하였다. 남세균류는 광합성을 하며 산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면서 점차 세상을 바꾸었다. 고세균류는 산소의 독성 때문에 메탄을 생성하기 어렵게 되었다. 남세균류의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소비하며 스트로마톨라이트 상태의 미생물 덩어리 형태로 엉겨 붙었다. 이에 더해 산소의 독성으로 인해 고세균이 사라진 결과 메탄이 감소하고, 대기 상층부에서 수증기와 결합한 산소가 메탄을 분해한 데 이어 화산활동마저 잠잠해 대기 중 메탄 양은 더 줄었다. 이것이 24억년전부터 21억년전 사이에 있었던 휴로니안 빙하기에 대한 설명이다. 


빛을 생명으로 바꾸는 과정인 광합성은 복잡한 생명체가 진화하기도 전에 지구에 사는 초기 생명체를 거의 전멸시킨 아이러니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남세균은 눈 속에 사는 새로운 광합성 조류(藻類)로 세상에 적응하며 지구를 살렸다. 눈과 얼음 속에서 자라는 빙설 조류는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하여 눈과 얼음을 녹게 했다. 지구가 탄생하고 초기 40억년 동안 육지에는 생명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해로운 자외선 때문이었다. 산소가 만들어지면서 대기권에 오존층이 형성되어 결과적으로 자외선이 차단되었다.


조류는 균류와 공생하면서 육지에서 살 수 있는 아주 단순한 형태의 이끼나 지의류가 되었다. 단순한 이끼는 증식하면서 유기산을 배출하기 시작하며 암석의 풍화를 촉진했다. 이들은 육지에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암석들을 무기질과 영양분으로 분해하였다. 이 무기질은 바다로 씻겨 내려가 엄청난 규모의 조류 대증식을 초래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급격히 감소시켜 5억 4500만년전 역사상 세 번째 빙하기를 초래하였다.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이 대기 중으로 산소를 방출한 결과 지구는 주기적으로 빙하기를 겪었다.


대기 중 산소가 주는 전반적 혜택이 산소를 해독하는 데 드는 에너지보다 크기 때문에 여러 생태계가 곳곳에서 생겨났다. 그 결과 더 많은 생명체가 더 많은 암석을 갈아 부수었고 더 많은 생명체가 이용할 수 있도록 영양분을 더 많이 만들어내면서 생물량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 지구 전체의 생물들이 훨씬 더 다양해질 수 있었다. 식물은 흙을 먹지 않지만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 흙을 필요로 한다. 식물은 흙을 옮기기도 해야 한다. 그리 많이 느껴지지는 않겠지만 10년마다 지표면의 약 2cm가 씻겨 나간다. 흙의 이동으로 세상에 있는 모든 생태계는 생존에 필요한 광물질을 얻는다. 


과도한 영양분이 강을 통해 바다로 씻겨 들어가면 생태계를 교란하는 조류의 대증식(부영양화)이 발생한다. 순환하는 영양분의 핵심은 질소다. 질소는 단백질을 비롯 여러 생물학적 분자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모든 생명체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또 다른 필수 영양분은 인(燐)이다. DNA 등 세포의 유전 정보를 담은 분자를 구성하는 물질이다. 세 번째 중대 영양분은 철이다. 철이 부족하면 광합성 활동이 대체로 줄어들고 특히 바다에서 더 심해진다. 전 세계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 폭풍은 해양 생태계 성장에 필수인 철을 공급한다.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에게 가장 필수적인 영양분은 탄소다. 탄소 저장에 바다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닷물이 이산화탄소의 93%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빛을 생명으로 전환하는 마법 같은 과정은 가장 깊은 바다 밑바닥부터 가장 높은 산꼭대기까지 어디에서나 일어난다. 광합성은 산소가 없이도 일어나고 이산화탄소가 아닌 다른 종류의 탄소원에서도 활발히 진행된다. 최근 몇 년간 과학자들은 공생이 생명 자체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발견하고 있다. 정통적 견해는 진화가 경쟁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지구 역사 전반에 걸쳐 변화를 만든 가장 강력한 힘은 광합성이었다. 광합성은 대기와 바닷물의 탄소 농도 조절자이자 모든 생명체를 위한 식량 생산자다. 바다는 수생 광합성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비교적 탄소가 풍부한 환경이다. 생명체들은 꽤 멀거나 깊은 곳에 있는 영양분을 수송하는 해류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뿌리, 줄기, 잎이 필요 없다. 물속에 있어서 자신의 몸체로 수분을 퍼 올릴 필요도 없다. 광합성이 너무 과하면 지구는 빙하기 상태가 되고 너무 적으면 더워졌다. 


과학자들은 광호흡이라는 문제와 씨름하느라 애썼다. 광호흡은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가 자신이 생산하는 산소를 다루는 데 애를 먹으며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으로 생명체의 탄소 고정 능력을 약 25% 감소시킨다. 광호흡이 진화적 낭비가 아니라는 말도 있다. 저자는 코로나 19 대유행도 삼림 파괴와 농업 개발에서 유래하였다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말한다. 책임이 한 나라, 대통령, 기업과 인종 집단에 있지 않은 것처럼 태양 표면의 폭발이나 거대한 화산 폭발 같은 외부 힘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역사를 통틀어 지구에 기근, 화재와 홍수를 비롯해 재난과 역병을 풀어놓은 우리 모두, 바로 인간에게 있다. 


우리는 식물이 서로 어떻게 소통하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많이 알아내야 한다. 저자는 미래에는 세포들이 서로 협력하여 광합성을 하는 방법으로 진화한다면 햇빛만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이제 우리는 모든 행동이 연결된 더 큰 계획에서 우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몸은 우리가 함부로 버렸지만 다시 식탁 위로 돌아오는 플라스틱으로 채워진다. 


우리는 세계 각지에서 생태계의 막대한 피해를 입힌 책임을 납세자들, 다른 나라들, 특히 다음 세대에게 떠넘김으로써 외부화(비용 전가)한다. 우리가 창출한 역사에 남을 만한 엄청난 부는 대부분 천연자원에서 직접 얻어낸 것이지만 뒷정리는 남에게 맡기고 있다. 나무만 길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생물량을 늘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인공 새집을 만들고 벌통을 짓고 공동 텃밭을 가꾸고 도시 공간에 알맞은 편리한 화분과 화단을 만들 수 있다. 퇴비를 주고 유기 폐기물로 비료를 만들자. 비료를 잘게 잘라 식묽과 나무 생물량에 골고루 섞어주면 몇 주 안에 신선하고 영양분이 풍부한 흙이 만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탄소를 가두어두고 지역 환경에서 살아가기 알맞은 식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광합성은 우리가 세계를 복원하는 동안 존재한 가장 강력한 힘이다. 저자는 햇빛을 수확하여 지구가 다시 자라게 하자고 말한다. 책을 다 읽으면 저자의 책이 아름답고 복잡한 시스템을 분석하지 않는 대신 사람과 지구에 어떤 가치와 영향력이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광합성의 신비라는 제목을 광합성, 그리고 광합성에 거는 모든 것이라고 바꾸면 어떨지? 저자의 문제의식에 충분히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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