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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달린 여행자
멜리사 마인츠 지음, 김숲 옮김, 박진영 감수 / 도서출판 가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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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사 마인츠의 '깃털 달린 여행자'는 어려서부터 새를 보러다닌 전문가가 쓴 쉽고도 알찬 책이다. 관심 만큼 알기 어려운 새에 대해 재미있고 내실 있게 알게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샀다. 이주(移住)는 엄청난 지리적 변화를 내포한 말이다. 새들은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번식하기 위해 이주한다. 많은 철새는 육추(育雛)에 앞서 심한 먹이 경쟁을 피해 여러 지역으로 이주한다. 뻐꾸기, 물총새, 붉은뺨도요 등의 새들은 대부분 위험천만하게도 새끼들이 혼자 힘으로 첫 여정을 마주하도록 내버려두고 먼저 떠난다.

 

새들은 각기 다른 서식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깃털을 갖도록 진화했다. 어떤 새들은 포식자를 만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암벽이나 외딴 섬에서 육추를 하기도 한다. 날지 않고 걸어서 이동하는 새도 있다. 에뮤가 그렇다. 사실 철새는 1년 내내 그리고 매년 움직인다. 새의 이주는 요인과 형태에 따라 10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계절성 이주, 고도에 따른 이주, 위도에 따른 이주, 경도에 따른 이주, 깃털 갈이 이주, 순환 이주, 방랑자 이주, 침입 이주, 표류 이주, 뛰어넘기 이주, 분산 이주, 역방향 이주 등이다.

 

철새가 같은 길을 오고간다는 이야기는 오해다. 철새는 대부분 일정한 범위 내에서 고리형 경로를 만들어 순환 이주를 한다. 방랑자 이주는 그때 그때 최상의 자원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다. 어느 한 지역에 새들이 갑자기 느는 것을 침입 이주라 한다. 표류 이주는 탈진 때문에, 폭풍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서식지 가장자리에 앉는 것이다. 뛰어넘기 이주는 같은 종의 텃새나 단거리를 이동하는 철새 무리와 섞이지 않고 대부분의 무리를 뛰어넘어 이동하는 것이다.

 

한 새가 한 가지 형태의 이주만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철새의 이주 경로 중 대부분은 경도(동서) 이주보다 위도(남북) 이주다. 새로 난 깃털은 새들이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멀리까지 날 수 있게 해줄뿐 아니라 공기의 흐름을 더 잘 타도록 비행능력을 향상시켜 장애물이나 포식자를 재빨리 피하게 해준다. 이주 몇 주전부터 달라지는 일조시간은 새의 뇌에서 호르몬이 변하도록 자극해 새들이 포만감을 덜 느끼고 더 많이 먹게 만든다. 이는 이주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비축하는 과정이다.

 

새들은 불필요한 부위의 무게를 줄인다. 새들은 여정을 시작하기 며칠 또는 몇 주전부터 불안해 서성인다. 이를 이망증(移望症; 이동하면서 사는 습성이 있는 동물 특히 철새가 제 때 이동하지 못했을 때 보이는 여러 가지 특이한 불안증세; Zugunruhe)이라 한다. 이런 상태는 새장 속에 갇혀 이주할 수 없는 새에게서도 발견된다. 단거리 이주를 하는 새는 변화를 덜 겪고 더 길고 힘든 여정을 떠나는 새일수록 광범위한 변화를 겪는다. 새들이 경로를 따라 이동해 도착하는 핵심적인 중간기착지는 탐조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철새 도래지는 대개 서식지 환경이 변하는 가장자리에 있다. 광활한 바다를 건너 마주한 연안의 첫 번째 섬, 습지, 혹독한 사막에 인접한 숲, 정글 가장자리 등이다. 이런 곳에서 새들은 지리적 장애물을 이미 넘었거나 마주하기 직전 상태로 쉬며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종, 비행형태, 대기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철새들은 함께 나는 과정에서 최대 10~20%까지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심지어 비슷한 조건에서 혼자 날아가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날 수 있다. 무리를 지어 날아가면 경로 선택에도 여러 마리가 참여하므로 올바른 방향을 찾기에 더 유리하다.

 

혼자 생활하는 습성이 있는 맹금류는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으며 이주할 때도 함께 다니지 않는다. 이들은 그저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대륙 사이의 지형적 특성 탓에 익히 잘 알려진 좁은 비행 경로로 다함께 빨려들어가고 있을뿐이며 그 모습이 마치 사회적이지 않은 이들이 잠시 무리를 이룬 것 같은 환상을 만들어냈다. 새들은 이주하는 동안 영역을 지키고 짝짓기 상대를 유혹하는 데 관심을 쏟는 대신 오로지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몸을 잘 충전하는 데만 집중한다.

 

이 시기에 한 공간에서 대규모로 먹이 활동을 하는 벌새를 발견하면 이들이 무리행동을 한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실은 좁은 기류를 따라서 동시에 이주하는 맹금류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벌새는 꽃망울이 터질 때 이동한다. 그들은 이주 시기와 경로를 꽃 피는 일정에 맞춘다. 꽃들이 가장 많이 피어나 꿀이 풍부해지는 때와 장소를 자신의 이주 경로에 연결해 이동 중 사용할 에너지를 만든다. 새들에게 적합한 서식지가 많이 사라진 지역에서는 공동묘지도 유용한 피난처가 된다. 묘지 주변은 성숙한 나무가 자라고 상대적으로 조용하며 간섭이 적어 새들은 고인처럼 평화와 안식을 취할 수 있다.

 

제각기 다른 여정을 떠나는 새들을 추적한 결과 철새는 짧게 자주 쉬어가기보다 길게 서너 번만 쉬기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통과서식지는 다양한 철새를 끌어들여 탐조인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다. 새들은 길을 찾는 데 다음의 기술을 활용한다. 자기장 감지, 지리학적 지도, 별자리 지도, 배운 길 등이다. 새들이 이주하는 시기에 크립토크롬이라는 단백질이 농도가 높아지고 시간대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철새가 지구 자기장을 본다는 의미이며 그 덕분에 이주하는 동안 매우 정확한 방향성을 띨 수 있다.

 

대륙개개비의 부리에서 자철석을 포함한 철 광물이 놀라울 정도로 많이 발견되었다. 연구자들은 그 화합물질이 새의 뇌로 전달되어 몸속에 내재된 비행 지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새들은 사람보다 훨씬 예민한 시력과 청력을 지닌 덕에 몸속에 서식지간의 이주 경로를 담은 자기만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새들은 강물이 굽이치는 소리, 암석 해변에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선 숲 사이로 바람이 부는 소리 등으로 지형을 느낄 수 있다.

 

밤에 이동하는 새들은 체내에 저장된 별자리 지도와 눈에 띄는 별의 위치를 이용해 길을 찾는다. GPS나 온라인 지도가 존재하기 몇 백년 전에는 사람도 낯선 곳을 여행할 때 별자리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다. 새들은 자외선을 꿰뚫어볼 수 있다. 흐린 날씨에도 자외선의 최대 80퍼센트는 구름을 통과한다. 항해사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별과 태양이 새들에겐 비행 단서가 된다. 어떤 새들은 경험이 많은 새들에게서 이주 경로를 배운다. 수많은 철새가 한 가지 항해술만으로 긴 이주를 안전하게 끝낼 수 없고 여정 전반의 환경 변화에 따라 여러 기술을 작용하면서 날아간다.

 

별자리 지도는 낮에 이동하는 새들에게는 별로 유용하지 않고 지리학적 지도는 지형의 세부를 정확히 볼 수 없는 밤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온이 낮은 밤에는 낮보다 대기가 덜 불안정하기 때문에 몸집이 작은 새들이 에너지를 덜 사용하면서 더 부드럽게 이동할 수 있다. 낮에 이동하는 새들은 온난기류와 같은 기상의 혜택을 받아 산 위로 훨씬 쉽게 날 수 있다. 많은 새들이 이주하는 도중에 길을 잃고 예상 경로와 서식지에서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벗어난 곳에서 발견되곤 한다. 지형을 기준으로 길을 찾는 철새는 지리적 풍경이 바뀌면 혼란에 빠진다.

 

별빛과 별자리 지도로 방향을 찾는 철새들은 복잡한 빛 풍경의 변화로 인해 혼란을 겪는다. 새들이 별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하는 빛공해는 큰 문제다. 불안정한 기후 변화로 인해 해안선이 달라지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사막이 넓어지고 수목한계선이 변하는 등 지형이 바뀌는 것도 철새의 이주를 방해한다. 통과서식지의 파괴도 이주의 성공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지속적 개발, 농경지 확장, 자연재해의 결과 해안선과 강바닥, 숲 가장자리 경계선 등이 달라지면 새들의 머릿속에 저장된 지리학적 지도가 바뀌어 길을 잃을 수 있다.

 

새도 사람만큼이나 자연재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일년 내내 한자리에서 서식하는 텃새는 철새보다 성격이 강하고 호기심이 많고 지능이 더 뛰어나다. 지구상 모든 지역은 텃새의 서식지다. 새들은 단일반구서파수면을 취한다. 뇌의 절반은 최소의 기능만 하면서 쉬고 나머지 반만 깨어서 활동하는 것이다. 이는 하루 50분 이하다. 미국쑥독새는 겨울잠을 자는 유일한 새다. 동굴과 암석으로 이루어진 틈새에서 잠을 자며 겨울을 난다. 17세기 말 새들이 달로 이주한다는 내용이 하버드대학교와 예일대학교 등에서 가르쳐지기도 했다.

 

오늘날 철새에 관해 가장 널리 퍼진 위험한 설화 중 하나는 철새에게 먹이를 주면 멀리 이동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현지의 계절 변화에 적응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은 그 반대다. 건강하고 영양 가득한 먹이는 철새가 여정을 준비하거나 이동하는 중에 몸을 재충전하는 데 도움을 주어서 새들이 더 성공적으로 이주할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종들이 환경변화에 각기 다르게 적응한다. 철새는 여정 중 재충전을 위해 영양분이 가득한 먹이만큼이나 깨끗하고 신선한 물을 필요로 한다. 단지 목을 축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유체역학적 비행을 위해 깃털을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깨끗한 물로 자주 목욕해야 하고 깃털 고르기도 해야 한다. 모든 종류의 새들에게 적합한 목욕탕의 깊이는 2.5~5cm 정도다. 새들은 작은 연못으로 흘러드는 분수나 폭포와 같이 흐르는 물에서 생기는 포말과 파도에 큰 관심을 갖는다. 저자는 철새들이 어마어마한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돕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그저 우리 스스로 철새의 여정을 즐기는 것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얇지만 흥미로운 내용이 많은 책은 이렇게 끝난다. 새에 대한 다른 책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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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꾼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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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천위안의 책이다.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편’이다. 어려움을 무릅쓰고도 곁에 두어야 할 사람이 있다란 챕터부터 영웅은 사라지지 않는다란 챕터까지 이어진 책이다. 저자는 큰 뜻을 품었다면 웅덩이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말라고 말한다. 저자는 계책을 쓰지 않을 때 신통하게 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도한 칭찬과 인정은 양날의 칼이다. 단기적인 효과를 추구하면 반드시 장기적인 우환이 생긴다.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지 말라는 말이다. 멀리 보고 나가야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당장 발밑의 웅덩이를 피했다고 삶의 협곡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부탁할 때는 상대의 거절을 염두에 두어라. 원수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때도 있다. 운명을 바꾸는 것은 종종 우연한 사건이다. 어제 읽은 한 권의 책, 지금 만난 한 명의 사람, 순간에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전환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겪고 있는 일들이나 스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집중해보자. 제갈량은 평생 겸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유비의 죽음이 제갈량의 마음에 사명감을 심어 주었다. 자신의 능력이 무력하다고 느낄 때 신적 메시아에 의지하게 된다. 이때 운명론자가 된다. 포기하지 않는 자의 뜻이라야 어둠을 뚫는다. 저자는 말리노브스키의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을 예로 들며 문명사회에 사는 현대인도 불확실한 위험에 맞닥뜨리면 미신에 기댄다고 말한다.

 

저자는 신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당신 자신이 버린 자신감뿐이라 말한다. 당신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라 말한다. 8부 ‘제갈량, 자신과 싸우다‘에서 저자는 인생 최대의 적은 자신이라 말한다. 가장 어려운 싸움은 자기 내면의 갈등을 이겨내는 것이라 말한다.

 

권위를 내려놓고 자기 역할에 충실할 때 지지자가 생긴다. 적과 같은 배를 탔다면 한눈 팔지 말라. 같은 말이라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하찮은 재주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순리를 거스르는 운명은 없다. 이길 확률이 낮을수록 기대치가 높아진다. 집착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 저자는 이기적임을 인정하자고 말한다. 대신 이기심이 자신과 타인에게 긍정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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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 2 - 청소년을 위한 논어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 2
판덩 지음, 하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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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孔子)는 꽉 막힌 꼰대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저자의 책이다. 저자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감정이 파도치듯 넘나드는 질풍노도의 청소년 시기에 특히 ‘논어’는 특효의 처방전 같다고 말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바는 군자불기(君子不器)의 가르침이다. 하나의 기능이나 목적에 한정되지 않는 전인적 인간을 말하는 것이다.

 

저자가 이해한 공부에 대한 책인 ‘논어’의 핵심 가치는 배움이다. 공자는 학여불급 유공실지(學如不及 猶恐失之)의 인물이다. 배우기를 항상 모자란 듯이 여기고 배운 것을 잃을까 두려워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끊임 없이 배우는 자세로 살 것을 가르치는 말이다. 저자는 공자가 술이부작(述而不作)한 사람이라 말한다. 파벌을 만들어 자신의 이론을 정리하고자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선인들의 이야기를 기술하고 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공자는 질문을 활용해 제자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다. 제자들 스스로 생각하게 한 것이다. 질문은 상대의 마음을 흔들고 생각을 피어나게 하는 힘을 가졌다. 저자는 공자와 제자들 사이에 지적 능력의 엄청난 차이가 생긴 이유를 뇌에서 찾는다. 공자는 어릴 때부터 공부해 신경세포 사슬의 구조가 훨씬 더 복잡하고 풍부했으며 가르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체계화했다.

 

저자는 공부는 늘 수직상승만 하는 것이 아니니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하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임곗값을 넘는 공부다. 묘이불수 수이불실(苗而不穗 穗而不實)이란 말이 있다. 싹이 돋았으나 꽃이 피지 않은 것, 꽃이 피었으나 열매를 맺지 못한 것을 말한다. 공자는 오로지 학문에만 매진하다가 숨을 거둔 안회를 매우 안타까워 했다. 안회는 묘이불수 또는 수이불실의 예에 속하는 사람이다.

 

위의 두 말을 밀운불우(密雲不雨)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안회는 자신이 모르는 문제나 새로운 지식을 접하면 질문하기에 급급하기보다 먼저 스스로 생각하고 그 안에 숨은 뜻을 깨닫기 전까지 천천히 곱씹어 보았다. 공자는 안회가 진짜로 가르침을 이해했으며 항상 스스로 생각하고 그 내용을 삶에 적용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저자는 기회와 인연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공은 적절한 기회를 만났기 때문에 이뤄지는 것인 경우가 많다. 공자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의 인물이었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크게 어긋남이 없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를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응하되 정도를 지켜야 하는 경지라 말한다. 임기응변의 핵심은 정도를 지키는 것이다.

 

공자는 일찍이 자신이 종일 먹지 않고 밤새 눕지도 않고서 생각해 보았으나 유익함이 없어 배우는 것만 못하더라고 말했다. 저자는 중국의 현대문학가 양장이 한 소녀에게 “당신의 문제는 고민만 너무 많이 하고 책을 읽지 않는 것”이라 말한 사실을 전한다. 생각만 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의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공자는 1) 인자한 사람이 되고자 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우둔해지고, 2)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자 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까불게 되고, 3)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되고자 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자신을 해치게 되고, 4) 올곧은 사람이 되고자 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가혹해지고, 5) 용맹스러운 사람이 되고자 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난폭해지고, 6) 굳센 사람이 되고자 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무모해진다고 말했다. 배움은 이만큼 중요하다.

 

저자는 매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주, 매월, 매분기, 상반기, 하반기별로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어떤 수확이 있었는지 정리하라고 말한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방법적인 면도 포함하는 말이다. 저자는 공부의 시작은 연필을 쥐는 것부터라고 말한다. 저자는 공부를 즐기는 사람에게 정해진 스승은 없다고 말한다. 공자는 중용과 조화, 적절함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저자는 배움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의 인생은 한계가 없다고 말한다. 공자는 자신은 시로 시작해서 예로 일어섰고 음악으로 완성했다고 말했다. 흥어시(興於詩) 입어예(立於禮) 성어악(成於樂)이란 말이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공부다. 저자는 늦더라도 무엇이든 배우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라고 말한다. 공자의 말 가운데 내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다식어조수초목지명(多識於鳥獸草木之名) 즉 새와 짐승과 초목의 이름을 많이 알라는 말이다. 글만이 아니라 새, 짐승, 조수, 초목의 이름을 아는 것도 공부다. 돌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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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 HEAR - 듣기는 어떻게 나의 영향력을 높이는가?
야마네 히로시 지음, 신찬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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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이야기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은 심리학적으로 공통된 잘 듣는 기술을 구사한다. 비결은 수용, 공감, 자기일치에 있다. 수용은 상대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상상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자기일치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깨닫는 것, 그리고 나는 이걸로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듣는 기술은 본질적으로 내가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가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이야기 하게 만들 것인가다. 저자는 심리상담사란 세상에서 가장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 말한다. 상담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다. 듣는 기술을 잘 활용하면 대화를 나누면서 욱하거나 화가 치미는 일도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는 소중한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주라고 말한다. 책은 전체 여섯 파트로 이루어졌다. 일단 들어라, 말하지 말라, 조언하지 말라, 침묵을 견뎌라, 경청하지 말라, 듣는 것을 즐겨라 등이다. 화술을 갈고 닦기보다 이야기를 잘 듣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더 쉽다고 저자는 말한다.

 

왜?라는 질문은 일단 접어두고 그렇군, 그렇구나 같은 반응을 보이자. 머리를 완전하게 비우고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이야기하는 것과 듣는 것의 비율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듣는 사람이 변하면 말하는 사람도 변한다. 하버드 대학교의 사회인지 및 감정신경과학 연구소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쾌락이라고 말했다.

 

들어준다는 것은 알아준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잘 들으려면 무엇보다 피로감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들어주면 상대는 기분 좋게 이야기할 수 있다. 뭔가를 알려주고 싶어도 참아라. 상대의 말을 평가하지 말라. 궁금한 것이 있어도 참아라. 진지한 사람은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이다. 자기 긍정감이 낮으면 남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듣는 사람은 상대를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대화해야 한다. 심리상담사는 상대가 안심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항상 러닝(learning)이라는 키워드를 인식한다. 티칭(teaching)도 아니고 코칭(coaching)도 아닌 러닝이다. 잘 듣는 사람은 어떤 상대와 대화하더라도 배우자라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잘못 되었어도 일단 들어주라. 공감은 하되 동감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공감은 나도 그렇게 느끼는 것이고 동감은 생각이나 의견이 같은 것이다. 조금 두루뭉술하게 질문하라. 취미는 무엇인가요? 대신 요즘 관심 가는 일이 있나요?처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듣기 전문가는 리액션 전문가다. 대화의 템포를 맞추어라. 잘 듣는다는 것은 상대의 속마음에 다가가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들어가면 생각이 정리된다. 상대가 안고 있는 문제는 나의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과제분리라고 한다. 듣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다.

 

내 마음이 충만할 때 들어줄 수 있다. 저자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컨디션이 아니면 차라리 상담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상대의 침묵에는 말없이 기다리라. 상대가 침묵한다는 것은 이야기할 수 없는 상태임을 말해준다. 애써 말하지 않아도 된다. 서서히 마음을 열어라. 결론은 이야기하는 사람이 내리는 것이다.

 

매일 듣는 연습을 한다. 꼭 필요한 것만 확실하게 듣는다. 말속에 숨은 감정을 파악하라. 이야기의 80, 90퍼센트는 중요하지 않는 내용이다. 심리상담사는 상대가 기 싸움을 걸어와도 신경 쓰지 않는다. 기 싸움을 걸어오는 사람 만큼 힘든 유형이 있다. 그런데 말이야를 남발하는 사람이다.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성과도 좋다. 피할 수 없는 대화는 걸러서 들어라. 들을수록 유익한 정보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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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 - 평화와 공존의 공간 되찾기, 인류학자의 제언
강주원 지음 / 눌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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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주원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마주보는 중국 단둥에서 15개월 간 현장 연구를 한 인류학자다. 저자는 자신의 ‘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를 한반도 안에서 느꼈던 자신의 무지함과 낯섦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디에서 왔는지 파악하는 여정을 담은 책이라 설명한다. 저자는 압록강과 두만강을 언급한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압록강은 서쪽, 두만강은 동쪽에 자리한다.

 

저자는 압록강의 물결은 흐르고 흐르다 황해를 만나고 대동강과 한강에서 흘러나온 물과 섞인다고 쓴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에서 임진강을 거론하지 않았음에 주목했다. 저자는 그 강의 목소리와 삶을 모르고 한국 사회에서 살아오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 글을 접하고 나를 돌아보았다. 임진강이 흐르는 곳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 강에 대해 잘 몰라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임진강이 납북 단절만을 상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의 책을 통해 임진강 하류에 중립 수역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저자는 2000년 여름 두만강 주변에 철조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말한다. 국경 철조망이 아닌 경계를 표시하는 철조망은 있었다. 저자는 철조망이 단절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말을 하기 위해 38도선을 이야기한다.

 

저자에 의하면 38도선은 2년여에 걸쳐 생긴 도로차단기 또는 나무 표지판이었다. 한국전쟁 이전까지 사람들은 장사 등을 위해 남북을 오갔다. 저자에 의하면 휴전선 역시 전체가 촘촘하게 가설되지 않은 ‘ 말뚝을 이은 가상의 선’이다. 휴전선을 설치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4년이다. 휴전선은 설치 시점과 (사람들에게) 알려진 시점이 다른 모호한 존재다.

 

한국전쟁 이후 휴전선에는 말뚝만이 존재했다. 1968년에서 1972년 사이에 휴전선이 아닌 DMZ의 끝 안팎에 철조망이 생겼다. 철조망의 역사는 분단 세월과 일치하지 않는다. 남방한계선이 아닌 한강하구에 철책이 있다. 1970년 설치된 것이다. 고양과 건너편 김포 양쪽 강변에 22.6km의 철책이 세워졌다. 동해안에도 목책에 이어 철책이 설치되었다.

 

한국 사회는 1968년 전후까지 남방한계선 철조망 없이 살아왔다. 1968년 전후부터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이 아닌 남방한계선에 철조망이 설치되었다. 저자는 이를 한국사회가 만든 구조물이라 말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는 가까이 있지도 않은 DMZ를 여기저기에 가져다 붙인다고 말한다. 민통선이고 한강 하구이고 한강 하류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철조망이 있는 지역을 DMZ라 부르는 것이다.

 

책을 통해 남방한계선의 낡은 철조망을 교체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것은 당연히 군사분계선의 철조망이 아니라(군사분계선 즉 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 남방한계선의 철조망이다. 저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휴전선 철조망을 사람들의 뇌리에서 걷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라고 말한다.

 

정리하면 우리나라에는 동해안 군 경계 철조망, 서해안 군 경계 철조망, 민통선 철조망, 남방한계선 철조망이 있다. 난지도 노을 공원을 지나 가양대교 북단 언저리에서 도로명은 강변북로에서 자유로로 바뀐다. 저자는 한강 철조망은 자신에게 한강과 임진강 주변의 민통선과 남방한계선 철조망의 역사를 아울러야 함을 알려줬다고 말한다.

 

군사분계선은 서쪽 임진강에서 동쪽 고성까지 1292개의 말뚝으로 구분된 선이다. 휴전선과 임진강은 늘 평행선이 아니다. 파주 휴전선은 동서 또는 남북으로 놓여 있다. 파주 임진강은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임진강은 문산대교 언저리에서 방향을 바꿔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 한강하구와 만난다. 장단반도는 휴전선 남쪽이 아니라 오른편으로 3km 떨어진 민북(민통선 이북) 지역이다.

 

자유로를 뒤로하고 동쪽으로 37번 국도를 달려도 철조망 때문에 접근이 힘든 임진강이 한동안 이어진다. 그 길을 약 20km 가다보면 철조망이 없는 임진강변에 고구려 시대의 호로고루가 자리하고 있다. DMZ와 민북지역을 구별하지 않고 생각(말)하는 시대의 오류를 지적하며 저자는 한국사회는 중립 수역의 존재와 성격을 잊거나 모르고 지내고 있다고 덧붙인다.

 

문제는 한강 하구 즉 중립수역은 남북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물길인데 이를 비무장지대로 생각하는 오류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중립수역은 파주 탄현면 만우리에서 강화 서도면 말도에 이르는 67km의 물길이다. 휴전선과 DMZ는 육지에만 있고 중립수역에는 없다. 저자는 한강 하구와 임진강 하류 중립 수역이라 부르자고 말한다.

 

저자는 통제(統制)는 금지의 의미가 아님을 받아들이자고 말한다. 통제는 제한하거나 제약하는 것이다. 저자는 민통선 이전 명칭이 있음을 말한다. 귀농선(歸農線)이다. 국가와 군대의 통제 속에서 귀농선과 민통선, 그리고 민북 지역의 역사는 다양했고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은 다채롭다. 저자는 자유로 임진강을 바라보는 시야가 확보되면 일제강점기 연천 고랑포의 화신 백화점으로 가던 뱃길이 그려질 것이라 말한다.(169 페이지)

 

북한과 남한은 한강 하구와 임진강 하류를 함께 뱃길로 이용하지 않고 살아왔다. 저자는 임진강 하류와 더불어 중립 수역인 한강하구에 꾸준히 갈 것을 다짐한다고 말한다. 자유로 한강과 임진강의 철조망 모양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민통선이 어떤 방식으로 점차 북상하는지, DMZ 안과 밖에서 일상의 삶은 어떻게 깊어가는지, 임진강 하류는 중립 수역으로 인식되는지를 놓치지 않고 남기고자 노력할 것이라 말한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연구하기 시작한 뒤 임진강과 한강을 연구하게 된 저자의 책을 흥미 있게 읽었다. 내가 사는 곳을 흐르는 임진강 이야기가 흥미를 끌었다. 임진강 하류와 더불어 중립 수역인 한강하구에 꾸준히 갈 것을 다짐한다는 저자의 말을 들으며 나는 임진강, 한탄강을 자주 갈 것을 다짐한다고 말한다.

 

파주 옆 연천의 민통선을 넘어가“귀하는 지금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관할하는 비무장지대로 진입(접근)하고 있는 중임”이라는 간판을 보았다는 저자의 말에 나는 임진강평화습지원을 찾아가는 길에 그 문구를 보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많이 배운 책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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