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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가 우주에 존재하는가? - 최신 소립자론 입문 대우휴먼사이언스 7
무라야마 히토시 지음, 김소연 옮김, 박성찬 감수 / 아카넷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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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소립자 이론에 의하면 물질은 반드시 자신과 짝을 이루는 반물질과 함께 태어난다. 이를 쌍생성(pair production)이라 한다. 물질과 짝을 이루는 반물질이 만나면 쌍소멸(pair annihilation) 현상이 일어난다. 둘 다 소멸한다는 의미다. 물질로서는 소멸하지만 사라진 다음에는 물질과 반물질의 무게만큼 에너지가 발생한다. 쌍소멸은 물질과 반물질의 무게가 에너지로 변하는 현상이다.

 

쌍소멸로 만들어진 에너지에서는 다른 물질과 그 물질의 반물질이 태어난다. 물질과 반물질의 관계는 나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의 관계와 같다. 물질과 반물질의 전기적 성질은 대칭 관계다. 우주 탄생 직후 물질이 반물질에 비해 10억개 당 2개 정도 많았다. 우리는 학교에서 만물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배웠지만 이 우주에 있는 원자를 모두 모아도 5%도 되지 않는다. 우주의 23%는 암흑물질, 73%는 암흑 에너지다.

 

암흑물질의 유력 후보로 중성미자의 친척을 생각할 수 있다. 중성미자는 태양 같은 별로부터 대량으로 방출되어 1초 동안 수백 조개나 되는 양이 우리 몸을 통과한다. 중성미자는 중력이나 전자기력에 반응하지 않기에 우리 몸을 통과하여 빠져나간다. 우리는 이를 느낄 수 없다. 음전기를 띤 전자를 포함하는 원자가 전기적으로 중성인 데서 양전기를 띠는 양성자의 존재를 알아냈다.

 

베타선(전자)이 방출된 전과 후를 비교해 보니 반응 후에 에너지가 감소했다. 볼프강 파울리는 분명 에너지가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겉보기만 그럴 뿐 사실은 에너지가 보존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입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입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으로 예상되었기에 중성자라고 불렀다. 그런데 파울리가 가설을 세운 지 2년 후에 영국의 제임스 채드윅이 원자핵 내부에 양성자 외에 또 다른 입자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도 중성의 입자였기에 그는 그 입자를 중성자라 이름했다. 페르미는 파울리가 예언한 입자를 연구해 논문을 쓰려 했는데 입자의 이름이 없어지면 불가능한 일이 된다. 그래서 중성미자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프레데릭 라이네스와 클라이드 카원이 중성미자를 발견했다. 파울리가 중성미자 가설을 발표한 후 발견되기까지 24년이 걸렸다. 우리 주변의 물질을 일일이 분해하면 전자, 업 쿼크, 다운 쿼크의 세 가지 소립자로 귀결된다.

 

쿼크는 머리 겔만이 아일랜드의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經夜)’에 나오는 새가 우는 쿼크라는 소리를 따 이름지은 것이다. 페르미온은 물질을 만드는 소립자, 보손은 힘을 만드는 소립자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마찰력, 원심력, 표면장력, 수직항력 등 다양한 힘을 접하기에 힘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주에 존재하는 힘은 전자기력, 강한 힘, 약한 힘, 중력 등 네 가지가 전부다.

 

각각의 힘에는 힘을 전달하는 소립자가 존재한다. 전자기력은 광자(빛 입자)에 의해 전달된다. 빛은 파동처럼 행동하지만 미시 세계에서는 입자적 성질이 강해진다. 자석이 못을 끌어당기는 경우에도 미시적 관점에서는 자석과 못 사이에서 캐치볼하듯 광자를 주고받아 전자기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구 내부는 6000도나 되는 고온이 유지되면서 액체 금속으로 만들어진 외핵이나 맨틀이 대류하는 내부 활동을 지탱하는데 태양으로부터 전달되는 에너지만으로는 이 정도의 온도를 유지할 수 없다.

 

지구 내부로부터 활동을 지탱할 수 있는 정도의 에너지가 공급되고 있다는 의미다. 약한 힘이 관련되어 있다. 자구 내부에서는 많은 방사성 원자가 자연붕괴를 일으키며 열을 방출한다. 이 열이 내부 온도를 유지하는 데 이용된다. 힘은 소립자에 의해 전달된다. 그런 소립자를 보손이라 한다. 네 가지 힘 가운데 전자기력은 광자, 강한 힘은 글루온, 약한 힘은 위크보손 등 각각의 힘을 전달하는 보손이 발견되었다.

 

중력을 전달하는 보손은 발견되지 않았다. 중력자라는 이름은 있지만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다. 중력은 다른 세 개의 힘에 비해 현저히 약하다. 소립자의 세계에서는 대칭이 중요하다. 물리학에서는 좌우나 상하를 바꾸어도 물리법칙에 변화가 없는 것을 패리티(반전성) 대칭성이라 부른다. CP에서 C는 입자와 반입자의 교체를 의미한다. P는 패리티 대칭성이다. 물질과 반물질이 완전히 행동을 같이 한다면 이 우주에는 은하도, 별도, 우리도 존재할 수 없었다.

 

반물질이 소멸하고 물질이 남기 위해서는 물질과 반물질 간의 대칭성이 약간 어긋나 있어야 한다. 초신성 폭발시 발생하는 에너지의 99퍼센트는 중성미자로 변해 별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초신성 폭발 전에는 수명이 다한 별은 폭삭 쪼그라들며 밀도가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에 중성미자조차 별에 갇힌다. 그래서 에너지를 충분히 저장하게 되고 중성미자가 별의 폭발에 도움을 준다. 사실 별이 반짝 하며 밝아지는 것은 몇 시간 후다.

 

이 이론을 중성미자 트래핑(가둠)설이라 한다. 가미오칸데(중성미자를 관측하기 위해 일본 기후현 가미오카 광산 지하 700m에 설치됐던 물리학과 천문학 관측 장치) 관측 자료를 보면 사토 박사의 이론대로 중성미자가 포착되고 몇 시간 후에 초신성 폭발이 관측되었다. 지금까지 우주를 보려면 가시광선을 사용한 광학현미경이나 전파를 사용한 전파망원경 등을 이용했는데 중성미자를 사용해 우주를 관측할 수도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1998년 중성미자에 무게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는 표준이론이 중성미자가 완전히 0이라는 전제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중성미자는 지구 내부도 빠져나간다.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중성미자는 지구를 통과하는 동안 타우 중성미자로 변했다가 뮤우 중성미자가 되기를 반복한다. 이를 중성미자 진동이라 한다. 중성미자 진동이 일어난다는 것은 시간 경과에 따라 입자가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중성미자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중성미자에 무게가 있다는 의미다. 지구 반대편에서 오는 중성미자가 다른 것으로 바뀐 것은 다른 것으로 바뀔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는 시간을 느낀다는 것이고 이는 중성미자에 무게가 있다는 의미다. 태양은 1초 동안 40억 킬로그램씩 가벼워지며 우리에게 빛과 열을 보내고 있다. 중성미자는 태양 중심부에서 만들어지므로 중성미자를 사용하면 태양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X선으로 촬영한 것처럼 사진 찍을 수 있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열을 받고 있고 우리는 덕분에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동시에 지구도 우주 공간으로 40조 와트의 열을 방출한다. 태양으로부터 받은 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열이다. 지구가 방출하는 열의 양 가운데 태양에서 오는 열의 양은 전체의 절반이다. 지구 내부에서도 중성미자가 만들어지고 있다. 우라늄이나 헬륨 같은 원자가 붕괴하면서 중성미자를 만들고 있다. 나머지 반은 지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중성미자는 가볍다. 전자의 1/100에 불과하다. 중성미자는 전기가 없으므로 반물질도 전기가 0이다. 중성미자는 예외 없이 왼쪽 돌기다. 이는 추월하면 오른쪽 돌기로 보일 것이란 의미다. 그런데 오른쪽 돌기는 볼 수 없었다. 중성미자는 추월해서는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중성미자가 우주에서 가장 빠르다는 즉 빛 속도와 같다는 의미다. 광속으로 움직이려면 무게가 있으면 안 되기에 무게가 없다고 여겨온 것이다.

 

중성미자는 모두 왼쪽 돌기, 반중성미자는 오른쪽 돌기다. 중성미자를 추월해 본 오른쪽 돌기 중성미자는 어쩌면 반중성미자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시계 방향 중성미자가 반중성미자라면 우리가 이 우주에 존재하는 것은 반중성미자 덕분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질은 반물질과 만나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방출하며 소멸해 버린다. 물질과 반물질은 항상 1:1로 짝을 이루어 소멸하면서 에너지로 변하고 그 에너지는 다시 한 쌍의 물질과 반물질을 생성한다.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의 차이를 알면 우주가 시작되었을 무렵 왜 물질이 남고 반물질은 소멸해 버렸는지 하는 물음에 가까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성미자 외에 우리의 존재 자체와 관련된 증요 입자가 힉스 입자다. 소립자 표준이론에서는 모든 소립자는 원래 무게가 없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쿼크, 전자, 중성미자 등 대부분의 소립자는 무게가 있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힉스 입자다. 일반적 소립자는 공간을 통과할 때 힉스 입자의 방해를 받아 무게를 얻는다.

 

힉스 입자는 신의 입자라 불린다. 처음에는 리언 레더먼이 30년 이상 열심히 찾아 헤맸지만 모습을 볼 수 없어서 goddamn이라 불렀는데 후에 god particle이 된 것이다. LHC(large hadron collider; 양성자를 충돌시키는 대형 장치)에서는 양성자를 굉장한 속도로 가속 충돌시킨다. 가장 간단하게 양성자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수소 원자에서 전자를 제거하는 것이다. 두 개의 양성자를 충돌시키는 실험에서 흥미로운 것은 충돌 순간 물질이 새롭게 생성되는 현상이다.

 

에너지 질량 등가성에 의해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소립자 물리학에서는 99.7%의 확실성을 3 시그마(표준편차)라 부른다. 아틀라스와 CMS는 모두 힉스 입자를 찾는 실험이지만 그 자체를 찾는 것이 아니라 힉스 입자가 발생한 후에 생기는 흔적 같은 것을 관측하는 것이다. 힉스 입자의 흔적은 몇몇 형태로 나타난다. 그 중 하나가 광자다.

 

조금 이상한 이야기이지만 빛은 빛으로 볼 수 없다. 빛과 빛은 충돌하지 않기 때문에 존재해도 느낄 수 없다. 최근에는 뮤온을 화산의 분화 예측에 응용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뮤온은 우리 몸뿐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을 통과한다. 사물의 밀도에 따라 붕괴하는 방법에 차이가 난다. 마그마처럼 액체이면서 밀도가 낮은 장소는 많이 통과하고 고체인 바위 부분은 통과하는 양이 적어지기 때문에 마그마가 화산의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수소원자의 원자핵인 양성자는 핵융합 반응의 원료다. 전기했듯 태양은 1초에 40억 kg씩 줄어들며 우리에게 빛을 준다. 핵융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에너지뿐 아니라 중성미자이기도 하다. 중성미자가 발생하는 데는 약한 힘이 작용한다. 이 힘은 1 나노미터의 1/ 10억이라는 아주 짧은 거리까지밖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것이 무엇인가에 의해 핵융합이나 핵분열에 영향을 미치니 우리도 중성미자의 덕을 보는 것이다.

 

이 약한 힘이 바로 전자기력이다. 전자기력은 거의 무한대라 할 정도로 힘의 영향력이 멀리까지 미친다. 우주 초기와 달리 지금은 왜 위크보손과 광자에 구별이 생기고 약한 힘과 전자기력이 다른 힘으로 취급될까? 이 두 힘 사이에 대칭성이 깨졌기 때문이다. 이 대칭성 깨짐에 힉스 입자가 관련되었다. 원래 같은 힘이었던 약한 힘과 전자기력을 구별하게 하는 것이 힉스입자였다. 힉스입자는 에너지가 낮아지면 자연히 대칭성이 깨지는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힉스입자가 일으킨 대칭성 깨짐은 약한 힘과 전자기력을 구별할 뿐 아니라 소립자에 무게를 부여하는 중요 시스템이다. 힉스 입자에도 수증기, 물, 얼음의 상전이 현상이 일어난다. 우주가 갓 시작되었을 때 주변 온도도 높아 힉스 입자도 고에너지 상태였고 그에 따라 수증기처럼 여기저기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당시는 모든 입자가 이런 상태에서 구별 없이 마음대로 날아다녔기 때문에 대칭성이 유지된 것이다.

 

우주가 식어가자 물이 얼음으로 변했듯 힉스입자도 꽁꽁 얼었다. 이 상태가 되면 얼음의 경우는 개개 물 분자의 자리가 정해져 결정을 만드는데 개별 분자가 구별되어 대칭성이 깨진다. 힉스입자가 얼어붙어 있을 때는 대칭성이 깨져 있으므로 그 영향을 받아 약한 힘과 전자기력이 구별되거나 소립자가 무게를 느끼게 된 것이다. 물이 얼음이 되는 상전이가 발생하는 온도는 0도씨이다.

 

힉스입자가 얼어붙어 상전이가 발생하는 온도는 4000조도씨다. 소립자는 기본적으로 빛의 속도로 날아가려는 존재인데 진공 안에 힉스입자가 가득 차 있어서 앞길이 가로막혀 빛의 속도보다 느려진다. 느려진다는 것은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이고 이는 그만큼 무게를 느껴 무거워진다는 의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소립자는 얼어붙은 우주 공간에서 가득 차 있는 힉스 입자의 방해를 받아서 멀리까지 가지 못한다. 학자들은 움직이기 어려워진 만큼 무게를 얻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에 걸리는 바는 실제 상황이 우리가 이론적으로 생각하는 대로인가, 하는 점이다. 힉스 입자가 진공 중에 가득차 있는 덕에 원자가 그 자리에 정지해 있는 질서가 생기는 것이므로 힉스 입자는 아주 중요한 존재다. 이렇기에 신의 입자라 불러도 좋은 것이다. 다른 소립자와 달리 힉스 입자는 스핀이 없다. 저자는 힉스 입자가 기분 나쁘고 싫어 힉스 리스 이론을 주장한 적이 있는데 발견이 되었기에 사죄한다고 말한다.

 

힉스 입자는 4차원 세계에서는 스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4차원 외의 여분의 차원에서는 돌고 있을 수도 있다. 우주의 시작이라고 알려진 빅뱅 이전에 인플레이션 현상이 있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원자보다 훨씬 작았다. 1초도 지나지 않아 수 밀리미터 크기로 넓어지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며 단번에 커진 후 빅뱅이 일어나 현재 우주의 모습이 되어갔다.

 

우주가 초고온, 초고밀도의 아주 작은 불덩이 상태로 태어났다고 주장한 가모프는 불덩이 우주의 흔적(우주배경복사)이 마이크로파인 전파로 관측될 수 있다고 예언했다. 우주배경복사는 어느 방향에서도 똑같이 관측할 수 있고 온도는 마이너스 270.3도씨이다. 탄생 초기의 작은 우주는 세탁기에서 이제 막 꺼낸 쭈글쭈글한 상태에 비유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남으로써 갑자기 다리미질을 한 것처럼 펴져서 에너지가 균일한 상태가 되면서 팽창했다.

 

주름이 펴지고 전체가 평평해진 상태에서 빅뱅이 일어났기 때문에 현재의 우주도 거의 균일한 상태가 된 것이다. 빅뱅 후의 열의 잔해인 우주배경복사가 거의 요철이 없는 상태인 것은 인플레이션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주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성미자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주름을 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역할도 한다. 열심히 다림질한 곳 옆에 자연스럽게 주름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참 편하게 생각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주 초창기에는 가능한 일이다. 당시의 우주는 원자보다 작았기에 소립자들의 역할이 대단했다. 소립자는 좁은 곳에 갇히면 요동한다. 원자보다 작은 우주에서는 인플레이션으로 주름을 폈지만 소립자가 좁은 곳에 갇혀 있는 효과로 인해 요동이 생긴다. 소립자의 세계에서는 불확정성관계라는 다소 이상한 규칙이 있다. 미시세계에서는 에너지 보존법칙은 조금 무시해도 좋다.

 

우주는 137억년전에 빅뱅을 일으켰다. 당시 우주는 너무 뜨거워 물질과 에너지가 지나치게 한 곳에 밀집되어 있었기 때문에 빛이 직진하지 못하고 갇혀 있던 시기가 있었다. 빛이 직진하게 된 것은 우주 탄생으로부터 38만년이 지난 후였다. 빛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탄생 후 38만년 후의 우주까지다. 우리가 이 우주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느 순간에 입자와 반입자의 수가 어긋나야 한다. 이때 큰 역할을 한 것이 중성미자다.

 

우주에서 최초로 생긴 원소는 수소와 헬륨이다. 수소와 헬륨 모두 가스이므로 양이 적을 때는 대단히 가볍지만 많이 모이면 무거워져 자기들의 무게로 인해 중심 부분이 꼭꼭 채워진 고밀도 상태가 된다. 어느 정도의 밀도가 핵융합이 시작되어 열과 빛을 방출한다. 처음에 핵융합의 원료로 사용된 것은 수소원자였다. 네 개의 수소원자가 결합되어 하나의 헬륨 원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생기고 열과 빛을 방출한다.

 

수소원자가 없어지자 헬륨 원자가 융합해 탄소원자와 산소원자가 만들어진다. 헬륨이 없어지자 탄소와 산소를 원료삼아 네온, 마그네슘, 규소, 철 등이 만들어진다. 별은 우리 몸의 기본이 되는 원소의 제조기이기도 하다. 별의 핵융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철까지다. 무게가 태양의 8배 정도까지인 별은 탄소와 산소가 결합됨으로써 핵융합이 멈추고 백색왜성이 되지만 8배 이상인 경우 핵융합은 철까지 진행되어 최종적으로는 초신성폭발을 일으킨다.

 

이 초신성 폭발이 철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핵융합을 끝낸 별은 중심부분이 식어가면서 굉장한 기세로 식어간다. 그러면 중심부분이 초고밀도가 되고 대폭발을 일으킨다. 이 폭발로 많은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진다. 초신성폭발은 새로운 별의 재료가 되는 가스나 먼지를 우주공간에 뿌리는 역할을 한다. 흩뿌려진 가스와 먼지는 중력이 강한 곳으로 모이고 새로운 별을 만든다.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 중력이 너무 강하면 별들은 모두 블랙홀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만큼 중력의 강도는 적당하다. 중성자의 무게도 절묘해서 조금만 더 무거웠다면 이 우주에 존재 가능한 원소는 수소뿐이었을 것이며 지구와 인간도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공 에너지도 알맞게 작아서 우주가 이만큼 커질 수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실험실에서 빅뱅을 재현하기 위해 소립자 가속기라는 장치를 사용해 보니 에너지에서 물질이 만들어질 때 반드시 반물질이 함께 만들어진다. 불덩이 같은 에너지였던 빅뱅은 물질과 반물질을 똑같이 만들었을 테고 그 후 물질과 반물질은 다 같이 만나 소멸하여 에너지로 돌아갔을 텐데 우주는 텅 비지 않고 우리가 우주에 존재한다. 빅뱅으로 생성된 물질과 반물질의 균형을 살짝 깬 것이 중성미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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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色을 입다 - 10가지 색, 100가지 패션, 1000가지 세계사
캐롤라인 영 지음, 명선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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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영의 ‘패션, 색(色)을 입다’는 의상과 의복에서 열 가지 색이 지닌 중요성을 탐구한 책이다. 열 가지 색이란 검은색, 보라색, 파란색, 녹색, 노란색, 주황색, 갈색, 빨간색, 분홍색, 흰색이다. 블랙은 물체가 가시적 파장을 삼켜 색 스펙트럼의 모든 빛을 흡수하고 나서야 비로소 눈에 보인다. 블랙이 색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은 블랙 지방시 드레스를 기억하는가. 또한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에 나오는 검은 옷을 입고 홀로 선 인물을 기억하는가. 그런가 하면 마릴린 몬로는 어떤가. 보라색은 호불호가 갈리는 색이다. 흥미로운 점은 보랏빛이 많이 감퇴한 독특한 모브색이 폐경성 모브라고 칭해진다는 것이다. 모브는 mauve다.

 

이 색은 핑크 - 퍼플 색조를 띤 당아욱 꽃에서 이름을 따온 색이다. 아르누보 운동을 대표하는 보라색은 1960년대 후반 히피 운동의 사이키델릭을 나타내기도 한다. 지미 헨드릭스는 보라색을 스모키 사이키델릭과 연관지어 퍼플 헤이즈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헨드릭스는 자신이 볼 수 있는 색은 보라색뿐이라며 마약 중독을 자백했다. 보라는 민주당의 파란색과 공화당의 빨간색이 섞인, 통합을 뜻하는 색이기도 하다.

 

1774년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짝사랑 때문에 자살을 택한 젊은 예술가의 이야기를 담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출간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베르테르는 파란 연미복을 입고 노란 조끼와 반바지를 입은 캐릭터다. 파란색은 슬픈 감정과 연관성이 있지만 하늘과 바다 사이의 공간을 나타낸다. 충성스럽고 진실하며 차분하게 여겨지는 색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파란색을 자주 언급하는 것이 아닐까?

 

'위대한 유산’에서 기네스 펠트로가 입은 그린색 의상을 기억하는가. 녹색은 우리에게 필수 요소인 물과 생명, 머리를 맑게 하고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식물과 나무에서 나오는 풍부한 산소를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죽음과 부패를 상징하는 곰팡이, 독이나 독성도 보여준다. 압생트는 쑥으로 숙성시킨 녹색의 독주를 의미한다. 녹색은 에덴동산의 뱀이 화와를 유혹하여 사과를 먹게 함으로써 사람을 타락시킨 색이다.

 

모든 함축성과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는 녹색은 현실의 억압으로부터 쉼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휴식과 같은 색감이다. 노란색은 꽃잎을 활짝 펴고 햇볕을 정면으로 받는 해바라기나 1990년대 광란의 포스터 또는 티셔츠에 인쇄된 형광노랑빛 스마일 페이스와 같이 여름날과 낙관주의를 연상하게 한다. 노란색의 황금빛이 비슷한 색조의 귀금속만큼이나 항상 가치 있게 여겨진 것은 아니었다.

 

중세 시대의 노란색은 온통 부정적 이미지였다. 노란색은 질병, 질환 및 황달을 암시했으며 4대 체액 중 하나인 황담즙과도 관련이 있다. 노란색 직물을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천연 물질이 있었지만 노랑은 오래 지속되는 빨강과 파랑에 비해 빠르게 퇴색했기에 불신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선사시대 동굴 벽화에 사용한 고운 점토와 산화철로 만든 붉은빛이 감도는 황토색 염료를 비롯하여 고대 이집트인들이 무덤에 칠한 유독성 광물 색소 리얼가(realgar) 등 오렌지빛은 오래전부터 사용되었다.

 

그러나 오렌지색이 무지개의 공식 색상으로 이름을 가진 것은 최근 일이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이 오랑주리 미술관이다. 오랑주리는 오렌지 온실이란 의미다. 갈색 천은 사회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남겨둔 저렴하고 거친 직물이었다. 1970년대는 세계적으로 정치적 격변과 불안정의 시기였다. 그래서일까. 자연의 색과 가깝고 전통적이며 인정적인 오렌지와 녹색이 결합된 갈색 톤이 사랑받았다.

 

빨간색은 사이렌, 교통, 정지신호, 영화‘이유 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이 입은 바람막이처럼 경고의 신호를 나타낸다. 구석기 시대에도 빨간색은 보호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에콰도르 북부에서 칠레 남부에 이르는 지역을 지배했던 잉카는 붉은 색을 고대 신화적 기원과 연관지었다. 18세기 암스테르담 염색업자들은 코치닐(Cochineal; 연지벌레 암컷) 염료에 소금과 강황을 첨가하여 짙고 보랏빛이 감도는 진홍색과 밝고 진한 선홍색, 스칼렛 오렌지를 만들어냈다.

 

참나무 수액을 먹고 사는 이 작은 곤충으로부터 염료를 추출하는 것은 무척 힘든 과정이다. 붉은 염료는 암컷에서만 나오는데 알을 낳을 준비를 하는 순간에 포획해야 한다. 햇볕에 말리고 으깨는 과정에서 붉은 즙이 분비된다. 아메리카 대륙의 코치닐과 경쟁할 붉은 염료는 없었다. 가시배 선인장을 먹고 자라는 이 곤충은 가장 밝으며 빛이 바래지 않는 붉은 색을 만들어낸다.

 

연지벌레처럼 미국산 코치닐 역시 암컷만을 사용해 햇볕에 말리고 물에 담가 추출하지만 연지벌레 염료 추출물의 10배를 생성하기에 이내 모든 붉은 염료를 대체했다. 빨강은 혁명의 색이기도 하다. 미국인과 유럽인은 핑크색을 가장 분열적인 색이라 생각하지만 일본에서는 귀엽다는 뜻의 가와이로 인식한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는 포스트 페미니스트 렌즈로 프랑스 왕비의 삶을 펑크적 요소와 핑크의 달콤함으로 표현했다. 섬세한 흰색 직물의 아름다움에는 식민주의, 노예제도, 섬유 산업의 노동자 착취라는 진정한 공포가 비밀리에 숨어 있다. 패션과 얽힌 색의 역사를 알려면 읽을 책이 ‘패션, 색을 입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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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 지구상 가장 찬란했던 진화와 멸종의 연대기
스티브 브루사테 지음, 양병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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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브 브루사테의 책이다. 저자는 화석은 고생물학계의 화폐이며 지구의 역사를 말해주는 가장 위대한 내러티브라고 말한다. 묘하게도 화석(化石)의 화와 화폐(貨幣)의 화에 공통 글자가 있다. 화(化)란 글자다. 저자는 이치괄라스토(아르헨티나)의 화석들은 명실상부한 역사적 유물로 수도승들이 양피지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하기 수백만년전 선사시대의 역사를 아는 데 도움이 되는 1차 자료원이라고 말한다.(59 페이지)

 

저자는 공룡은 외계 괴생명체도, 실패자도, 부적합자도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약 1억 5천만년 동안 번성했다. 그들의 고향은 우리와 똑같은 지구였고 우리와 똑같은 기후 및 환경변화의 변덕에 시달렸다. 그들은 환경에 탁월하게 적응했지만 결국 갑작스러운 위기에 대응하지 못해 대부분 멸종했다. 저자는 맨틀에 대해 설명한다. 맨틀이란 지각 - 맨틀 - 핵이라는 지구의 샌드위치 구조에서 중간층을 이루는 단단한 암석이다. 매우 뜨거운 데다 무지막지한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오랜 지질 시대에 걸쳐 엄청나게 끈끈한 실리 퍼티(silly putty; 점탄성을 가진 비뉴턴 유체 형태의 규소 고분자 장난감)처럼 흐를 수 있다.

 

사실 맨틀은 강물과 같은 흐름을 가지고 있다. 이 흐름은 판 구조론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추동하는 힘으로 얇은 외부 지각을 깨트려 판으로 만든다. 이 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해 상대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맨틀 흐름이 없다면 산맥이나 바다나 거주 가능한 지표면이 없었을 것이다. 맨틀은 그러나 어쩌다 한 번씩 제멋대로 흐른다. 액체 암석의 뜨거운 증기가 빠져나와 지표면으로 살금살금 올라가기 시작하여 결국 화산을 통해 갑자기 분출한다. 폭발하는 화산은 용암뿐 아니라 열, 먼지, 독성가스까지 내뿜는다.

 

용암과 달리 이 물질들은 지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페름기 말의 암울한 운명을 결정지은 핵심 요인은 바로 이 물질들로 수백만년 동안 지속된 연쇄적 파괴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세상은 비가역적으로 변화다. 지구상에서는 지난 5억년 동안 다섯 번에 걸쳐 특별히 심각한 대멸종이 발생했다. 가장 유명한 것은 6600만년전인 백악기 말기의 공룡이 몰살당한 사건이다. 물론 백악기 말기의 대멸종이 끔찍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페름기 말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공룡은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에 걸쳐 살았다. 공룡은 생명사에서 비교적 신참이다.

 

페름기 - 트라이아스기 경계에서는 모든 것이 바뀌므로 대멸종의 자취를 더듬는 것은 한 장은 영어로, 다른 장은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신비로운 책을 읽는 것과 같다. 공룡이란 식물을 먹는 이구아노돈, 고기를 먹는 메갈로사우르스, 그리고 그들의 공통 조상의 모든 후손을 포함하는 그룹의 일원이다.(45 페이지) 최초의 진정한 공룡은 페름기 대멸종이 일어난 2억 5천 2백만년전 이후인 2억 4000만년전에서 2억 3000만년전에 등장했다. 백악기 대 멸종은 6천 6백만년전에 일어났다.

 

방사성 연대측정은 용암에서 고형화된 현무암이나 화강암과 같은 액상 용융체에서 냉각된 암석에서만 작동한다. 그런데 공룡의 화석을 포함하는 이암(泥巖)이나 사암(砂巖) 같은 암석은 이런 식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퇴적층을 가져온 바람이나 물의 흐름을 통해 형성되었다. 따라서 이런 암석의 연대를 측정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간혹 운 좋은 고생물학자들은 2개의 측정 가능한 화산암층 사이에 낀 공룡 뼈를 발견하여 공룡이 살았던 시기의 범위를 구할 수 있다. 사암은 강물의 진행 경로를 따라 형성된 것이고 이암은 강물에서 탈출한 미세 입자들이 주변의 범람원에 퇴적되어 형성된 것이다.

 

저자는 초대륙인 판게아, 전 지구적 해양인 판탈라사로 이루어진 시기는 지리학이 제일 쉬운 과목이었을 것이라 말한다. 습윤한 지역을 선호했던 초창기 공룡들은 언더독이었다. 저자는 조지아 오키프 이야기를 한다. 오키프는 뉴멕시코 북부의 아비큐라는 작은 마을 근처의 파스텔처럼 메마른 땅에서 그림을 그렸다. 오키프 그림의 주된 모티프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의 시뻘건 절벽, 흰색과 붉은색 줄무늬가 울긋불긋하게 아로새겨진 협곡이었다. 진화생물학에서는 상이한 생물종이 생활방식과 환경의 유사성 때문에 비슷비슷해지는 현상을 수렴이라 한다.

 

저자는 공룡과 악어의 수렴을 말한다. 저자는 페름기 대멸종 이후 중구난방의 진화가 진행되었다고 말한다. 일일이 막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방향의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진화를 막아낼 필요가 있을까? 衆口亂方으로 쓰고 싶다. 중과 구는 같은 자이지만 어려울 난은 어지러울 난으로, 막을 방은 모(방향) 방으로 바꾼 것이다. 저자의 말을 반영해 말하면 원칙 없고 혼란스러운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는 현상 이면에 규칙성이나 질서가 존재한다 해도 그런 점을 알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방향 또는 다방향으로 무언가 일어나거나 향한다고 해서 그것이 무질서함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빛은 어떤가?

 

트라이아스기 말과 쥐라기 초의 승자는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공룡이다.(118 페이지) 공룡이 초기의 슬럼프에서 벗어나 우리의 상상력을 부추기는 거대한 군림(君臨) 동물이 된 것은 페름기 대멸종 때문이다.(106 페이지) 본문에 펠리세이드 이야기가 나온다. 강 또는 바다와 맞닿은 절벽이지만 지질학적으로 말하면 허드슨강 건너편에 자리한 뉴저지쪽 관입암상이다. 화산의 내부 배관시스템의 일부인 관입암상은 암석으로 굳기 전에는 지하의 마그마를 운반하는 파이프였다. 그것은 때로 마그마를 지표로 운반하는 도관이며 때로 화산 시스템의 막다른 길(마그마가 탈출할 수 없는 막다른 길)이다.

 

펠리세이드는 판게아가 갈라진 결과물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공룡 시대의 서막이 열린 것은 쥐라기였다. 저자는 1억 7000만년 전 공룡들이 한바탕 춤을 추었던 무도회장을 발견한 셈이란 말을 한다.(128 페이지) 모든 것은 목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용각류만이 보유한 가장 독특한 특징을 하나만 든다면 단연코 길고 막대기 같고 나긋나긋한 목이라고 덧붙인다. 저자에 의하면 용각류가 목을 체리피커(자신에게 필요한 것만을 쏙쏙 빼먹는 사람)처럼 움직였다는 것(목을 상하좌우 자유자재로 움직였다는 것)은 경쟁자들보다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면서 더 많은 먹이를 먹을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용각류는 놀랄 정도로 빨리 성장했고 조류의 폐와 매우 비슷한 매우 효율적인 폐를 가졌다. 새들의 폐에서는 공기가 일방통행을 한다. 들이마실 때는 물론 내쉴 때도 산소를 섭취할 수 있다. 기다란 목, 빠른 성장속도, 효율적인 폐, 골격 정량화 시스템, 신체를 냉각하는 기낭 등이 관건이다. 용각류는 공룡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큰 초식공룡이다. 쥐라기 후기에 관한 한 우리는 두 가지 행운을 누리고 있다. 첫째 그 시기에는 전 세계의 강, 호수, 바다 주변에 엄청나게 다양한 공룡이 무리 지어 살았다. 물가는 화석이 퇴적층에 묻혀 암석으로 변하기에 맞춤한 곳이다.

 

둘째 그 시기의 암석은 오늘날 고생물학자들이 탐사하기에 편리한 장소에 노출되어 있다. T. 렉스(T. 렉스는 티라노사우르스의 학명이다.)가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었다면 트리케라톱스는 다량의 식물을 후다닥 먹어치우는 데 능했다.(277 페이지) 공룡을 연구하거나 그들의 뼈를 수집하거나 심지어 공룡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들 중에서도 프란츠 놉처 본 펠쇠실바(1877 - 1933)에 비견될 사람은 없었다. 저자는 그를 공룡 남작이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294 페이지) 그는 첩보활동, 언어학, 문화인류학, 고생물학, 모터사이클링, 책략의 전문가일뿐 아니라 매우 뛰어난 지질학자이기도 했다.

 

섬은 진화의 실험실과 비슷하며 커다란 땅덩어리에 작동하는 통상적인 법칙 중 일부가 작동하지 않는다. 섬은 외딴 곳에 있으므로 자신의 서식지에서 이탈한 종이 바람이나 뗏목을 타고 유입되는 사건이 으레 무작위로 발생한다. 섬에는 공간이 부족하므로 자원이 부족하고 일부 종들은 크게 성장할 수 없다. 그리고 섬은 본토에서 격리되어 있으므로 식물과 동물이 영광의 고립 속에서 진화하고 그들의 DNA는 대륙에 사는 사촌들의 DNA와 단절된다. 그리하여 근친 교배된 섬 서식 세대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더욱더 다르고 특이해진다.(298 페이지) 이를 섬효과(island effect in action)이라 한다.

 

사람들이 “내가 보유한 화석의 정체를 알려달라”고 의뢰하는 것들 가운데 기형적인 암석이거나 그냥 콘크리트 덩어리인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303 페이지) 본문에는 백악기 말기에 트란실바니아 섬에 살았던 덩치 작은 최상위 포식자 발라우르 본독(발라우르는 공룡, 본독은 다부지다란 의미)도 나온다. 모든 새가 공룡과 같은 계통에서 진화했다. 새는 공룡에 속한다. 새들은 공룡스럽다. 새들은 공룡의 여러 하위 분류군 중 하나일뿐이다. 저자는 박쥐가 생쥐, 여우, 코끼리 등과 다르지만 포유류이듯 날개가 진화하여 비행 능력이 발달한 새도 특이한 유형의 공룡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익룡은 공룡도 아니고 새도 아니었다. 익룡은 공룡의 친척이다. 공룡을 연구하는 고생물학자들이 발견한 사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만 들라면 단연코 새는 공룡이라는 깨달음이다.(315 페이지) 공룡은 표류하는 대륙과 변화하는 해수면과 기후변화와 호시탐탐 왕관을 노리는 경쟁자들의 위협에 적응함으로써 지구를 매우 오랫동안 지배했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우리 인간까지 만들어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주변에도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불가지론(agnosticism)이란 용어를 창시한 토머스 헨리 헉슬리는 스스로를 다윈의 불독으로 부른 인물로 새는 공룡의 후손이라는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공룡과 새의 관련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소수의 보수파들에게 결정타를 날린 것은 일부 공룡에 실제로 깃털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피부, 근육, 힘줄, 내장, 깃털 같은 연조직은 죽음. 부패, 매몰의 황폐화를 견뎌내고 화석이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본문에는 일상 생활을 영위하던 중 화산 폭발에 포획되어 폼페이 스타일로 보존된 공룡들 이야기도 나온다.(325 페이지) T. 렉스나 알로사우르스 같은 우락부락한 조상으로부터 작고 빨리 성장하고 피가 따뜻하고 하늘을 나는 새가 형성되는 것 같은 현상을 도약의 전형적 사례다.

 

생물학자들은 이를 중대한 진화적 전환점이라 한다. 이를 연구하려면 화석이 필요하다. 중대한 진화적 전환이란 연구실에서 재현하거나 자연계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현상과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326 페이지) 새는 수각류와 수백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오늘날 고생물학자들은 새를 헉슬리의 시조새, 현생 조류, 쥐라기 공통 조상의 모든 후손을 포함하는 집단에 부합하는 모든 종으로 정의한다. 깃털은 새의 전유물과 거리가 멀며 지구상에 새가 등장하기 한참 전에 육상생활을 하던 수각류들이 비행과 무관하게 발달시킨 것이다.

 

뒷다리는 모든 공룡을 규정하는 본질적인 특징이자 세상을 그토록 오랫동안 지배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뒷다리가 진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똑바로 서서 걷는 공룡 일부는 양쪽 쇄골을 융합하여 차골(叉骨)이라는 새로운 구조를 발달시켰다. 그것은 외견상 소폭의 변화이지만 그 덕에 견갑대가 안정화되었다. 잠행하는 개 크기의 포식자는 먹잇감을 움켜쥘 때의 충격력을 더 잘 흡수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한참 후 새들은 차골을 받아들여 날개를 펄럭일 때 에너지를 저장하는 스프링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원시 수각류들은 궁극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짐작하지 못했다. 마치 프로펠러의 발명자가 후에 누군가 이것을 비행기에 장착하겠지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가령 갈매기가 가진 특징은 새의 전매특허가 아니라 공룡으로부터 물려받은 속성이라 말한다. 관류 폐와 비교적 빠른 성장은 정력적인 삶에 걸맞은 새로운 생계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결과로 갖게 된 부산물이다. 새들의 전형적인 수면자세와 알껍데기를 만들기 위해 뼈에서 칼슘을 동원하는 방식은 새가 등장하기 한참 전 공룡들 사이에서 처음 나타났다.(336 페이지)

 

깃털은 자연계의 궁극적 스위스 군용 칼이다. 과시, 보온, 알과 새끼 보호, 비행에 사용될 수 있는 다목적 도구다. 저자는 공룡이 그처럼 외견상 부적절한 날개를 발달시킨 이유가 무엇일까?란 의문을 가질 법 하지만 오늘날의 새들이 날개를 비행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공룡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비행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만일 덩치가 작고 팔이 길고 뇌가 큰 사냥꾼이 보온용 깃털과 배우자 유혹용 날개까지 가지고 있다면 땅을 박차고 솟아올라 공중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데 별로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다소 어설픈 비행 능력을 가진 공룡이 날갯짓하며 먹고 먹히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그 순간 자연선택이 개입해 그의 후손들을 한결 더 나은 비행사로 빚어냈을 것이다. 세련된 디자인이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더욱 잘, 멀리, 빨리 날 수 있는 공룡이 등장해오다 마침내 현대적인 스타일의 새가 탄생했을 것이다. 이처럼 장구한 세월을 거친 전환은 생명의 역사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상황 전개를 완전히 바꿔놓는 사람이나 아이디어나 사건)로 절정을 이루었다.(348 페이지) 공룡 시대에는 많은 새가 살았다. 처음으로 날개를 펄럭인 비행사의 기원은 1억 5000만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헉슬리의 프랑켄슈타인 동물인 시조새가 그때 살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6600만년전 백악기의 대멸종 상황을 아주 리얼하게 서술한다. 유리질 암석비란 말이 눈길을 끈다. 소행성 충돌이 백악기를 마감하며 공룡의 사망진단서에 서명한 그날 상상을 불허하는 규모의 파국이 일어났다. 물론 다행히도 인간은 아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소행성의 직경은 약 10km로 에베레스트산에 버금가는 크기였다. 소행성은 시속 10만 8000km로 날아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트기보다 100배 빠른 속도였다. TNT 100조톤의 위력을 발휘했다. 핵폭탄 10억개의 에너지에 해당하는 위력이다. 지각을 뚫고 40km까지 내려가 맨틀에 진입했으며 직경 160km 이상의 충돌구를 남겼다.

 

충돌 때 다른 먼지나 찌꺼기와 함께 공중으로 솟아오른 그을음이 문제였다. 그것은 너무 가벼워 땅으로 되돌아 올 수 없었으므로 대기 중에 떠다니며 지구를 순환하는 기류에 축적되어 지구 전체를 어두컴컴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백악기의 석회암을 멸종 후 고제3기의 석회암과 구분해주는‘두께 약 1cm의 점토층인 유난히 부드럽고 섬세한 암석’을 책갈피라 언급한다.(371 페이지) 저자는 자신이 묘사한 6600만년전 소행성 대충돌 사건을 월터 앨버레즈가 연구했음을 말한다.(368 페이지) 앨버레즈는 화석이 풍부한 백악기 석회암과 척박한 고제3기 석회암 사이의 가느다란 점토띠에 핵심 열쇠가 있다고 생각했다.(374 페이지)

 

점토층이 갑자기 형성되었다면 그것은 백악기가 대참사와 함께 파국적으로 마감된 것이 틀림 없다는 증거였다. 지질학자인 월터 앨버레즈는 물리학자인 아버지 루이스 앨버레즈와 함께 점토층에 미량의 이리듐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매우 신속하게 생성된 것이고 다량의 이리듐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훨씬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라고 추론했다.(375 페이지) 이리듐은 지구에는 극히 드물지만 우주 공간에는 훨씬 흔하다. 지구상에는 특이한 유형의 석영이 존재한다. 이는 광물질을 포함한 비행체가 충돌해 결정구조를 관통하는 평행띠라는 숨길 수 없는 징후를 남겼다.

 

이 충격 석영은 종전에 두 군데에서만 발견되었다. 하나는 핵폭탄 실험으로 허물어진 건물의 돌무더기였고 다른 하나는 유성의 충돌구였다. 이는 충격석영이 폭발 사건의 맹렬한 충격파로 형성되었음을 뒷받침한다. 지구상에는 소구체나 텍타이트(운석 충돌에 의하여 형성된 작고 검은 유리질 조각으로 구성된 광물)라는 것도 존재했다. 이것들은 구(球)나 창(槍) 모양의 유리질 총알로 대기중에 떠다니던 대형 충돌의 용융물이 지상으로 낙하하며 냉각되어 형성된 것이다.

 

멕시코만 주변에서는 쓰나미 흔적이 발견되었다. 연대 측정 결과 백악기 - 고제3기 경계와 동일한 것으로 보아 석영이 충격을 받고 텍타이트가 낙하하던 바로 그때 무지막지한 지진이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1990년대가 밝아올 즈음 기다리고 기다리던 충돌구가 발견되었다. 공룡들은 헬크리크의 암석들이 형성되던 기간 내내 번성했으며 아무리 인도의 화산이 분출하고 기온과 해수면이 변화했어도 소행성이 들이닥치기 직전까지는 건재했다. 소행성 충돌 이후 만들어진 고제3기 암석에서는 공룡 화석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어느 곳에서도 뼈 하나, 발자국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갑작스럽고 극적이고 파국적인 사건의 결과임을 의미하며 소행성이야말로 명백한 주범임ㅇ을 의미한다. 저자는 소행성이 없었다면 공룡 멸종도 없었을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한다. 소행성이 모든 동물들을 죽인 것은 아니다. 수많은 동물이 끝까지 살아남았다. 개구리, 도롱뇽, 도마뱀과 뱀, 거북, 악어, 포유동물..그리고 일부 공룡이 새의 탈을 쓰고 살아 남았다.

 

백악기 마지막에 비조류 공룡들이 모조리 죽은 이유는 무엇일까? 공룡들은 몸집이 커서 땅굴 속으로 날쌔게 피신한 뒤 불폭풍이 그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일부 양서류나 파충류와 달리 그들은 몇 달 동안 굶으며 버틸 수 없었다.

 

공룡들이 첫 승기를 잡은 것은 2억 5천만년전인 페름기에 지구상의 거의 모든 종을 휩쓴 끔찍한 화산 폭발이 일어난 뒤였고 그 후 트라이아스기 말기에 이르러 행운에 힘입어 경쟁자인 악어류를 따돌리고 두 번째 대멸종을 통과했다. 그러나 삼세번은 없었다. 공룡의 제국은 끝났는지 모르지만 공룡은 버젓이 살아 있다. 2억여년 전 트라이아스기, 판게아의 지독한 불확실성 속에서 포유류와 공룡은 나란히 출발했다. 만일 소행성이 충돌하지 않았다면, 만일 소행성 충돌이 멸종과 진화의 연쇄반응을 촉발하지 않았다면 공룡은 아직도 지구상에 남아 있을 것이고 우리는 남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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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사로잡는 말센스의 비밀 - 모르니까 서툴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한 대화의 기술
장차오 지음, 하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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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관의 한계라는 말이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이다. 이 심오한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언어의 달인 장차오(張超)의‘마음을 사로잡는 말센스의 비밀’에서 접한 말이다. 철학자의 말이 커뮤니케이션 강사의 책에 인용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인용이다. 저자는 말하기는 기술이라기보다 타인을 생각하는 배려에 가깝다고 말한다.

 

배려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한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연결고리를 잘 찾아야 한다. 본문에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그 사람에 관한 자료와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라는. 해설에서 나는 이런 방식을 활용한다. 다른 곳에서 온 분들에게 내가 사는 A 지점과 그분들의 거주지와 연결되는 화제를 반영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상대의 손톱 색깔이라도 기억하라는 말을 한다. 당연히 칭찬도 기술적으로 해야 한다. 나는 너보다 더 힘들다는 말은 힘 빠지는 위로다. 상대가 많은 것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을 때는 원인을 캐묻지 말아야 한다. 나쁜 말투가 위험한 이유는 내가 더 비참하다는 말을 하려다가 자신의 정보를 너무 많이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사례 별로 나쁜 말투, 평범한 말투, 센스 있는 말투를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있다. 화려한 말재간보다 내면의 풍부한 감정을 전달하라. 솔직하다고 착각하는 무뢰한들을 조심하라. 아니 그런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솔직하게 말한다는 것은 상대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편안하게 하려면 그의 단점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나의 실수나 단점을 말하는 셀프 디스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과(謝過)도 조심해야 한다. 사과는 제대로 하자. 1) 가감 없이 사실만을 이야기 한다. 2) 다른 사람은 평가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만 이야기 한다. 3) 도리를 따지지 말고 자신이 느낀 바를 이야기 한다. 이는 울화통 터지는 상황에서 조리 있게 표현하는 세 가지 원칙이다.

 

화가 날 때는 심호흡을 세 번 정도 하자. 말을 아무리 잘해도 화제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 생각을 바꾸면 관계가 편해진다. 이 즈음에서 나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인가, 생각해본다. 평범한 것 같다. 반성이 필요하다. 세상에 단 한 가지도 공통점이 없는 관계는 없다. 적절한 잘난 척도 상대의 감정에 맞춰서 하라.

 

똑똑한 사람만이 실천하는 경청의 세 가지 기술이 있다. 1) 사전 준비를 한다. 2) 세부사항과 접속사까지 귀담아 듣는다. 3)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경청한다 등이다. 저자는 경청(傾聽)이란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것이란 말을 한다.

 

조금만 주의 깊게 주의를 살펴보면 능력 있는 사람일수록 열린 마음으로 편안하게 말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수치나 데이터보다 강한 스토리의 힘을 활용하자. 인지상정의 스토리로 상대를 감동시켜라. 인내심을 잃는 순간 대화의 먹잇감이 됨을 기억하라. 좋은 질문은 때로 천 마디 말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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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논어를 만나 행복해졌다 - 나로 살아가기 위한 든든한 인생 주춧돌, 논어 한마디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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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의 저자인 판덩의 ‘나는 논어를 만나 행복해졌다’다. 술이부작(述而不作)이란 말이 첫 구절로 나온다. 계승하되 창작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구절이다.(述에는 짓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계승하다는 의미도 있다.) 공자는 네 가지 걱정거리를 말했다. 덕을 닦지 않는 것, 학문을 전수하지 않는 것, 의로움을 듣고도 옮기지 않는 것, 선하지 않은 것을 고치지 못하는 것 등이다.

 

공자는 신신여야(申申如也)하고 요요여야(夭夭如也)했다. 신신은 편안하고도 느긋한 모습을 말한다. 요요는 아름답고 무성하게 핀 잎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공자는 꿈속에서도 주공(周公)을 그리워 했다. 공자는 번민하지 않으면 일깨워주지 않았고 애써 표현하지 않으면 말해주지 않았다. 저자는 수천 년이 흘러 문명은 발달했지만 오히려 교육은 퇴보하고 있다고 말한다. 뇌를 퇴화시키는 주입식 교육 방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굳건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상을 당한 사람 곁에서는 배부르게 먹지 않았다. 공자는 원한다고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부자가 되는 것은 결과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공자는 예를 중시한 분이다. 그러면서도 소(韶)를 듣고 고기 맛을 몰랐을 정도의 분이기도 했다.

 

공자가 쓴 수(水)는 차가운 물을 의미한다. 뜨거운 물은 탕(湯)이라 한다. 저자는 나에게 몇 년의 시간을 빌려주어 쉰 살 떼에 역(易)을 배울 수 있다면 큰 허물이 없게 될 것이란 공자의 말을, 세기의 학자 공자도 학습의 게으름을 후회한다고 풀었다. 공자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하지 않았다.

 

저자는 공자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그 중 선한 점을 가려 따르고 선하지 못한 점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 부분을, 부(負)의 엔트로피를 설명한 것이라 설명한다. 부의 엔트로피는 엔트로피 증가 행위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저자는 부의 엔트로피 행위를 통해서 엄격하게 자신을 단속하고 타인의 선한 점을 가려 따르고 단점을 바로잡는 성장의 마인드셋을 하자고 말한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자신은 너희들에게 숨기는 게 없다고 말했다. 너희들과 함께 행동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자는 수단과 방법은 가려야 함을 가르쳤다. 저자는 섣부른 행동의 이면에 무지(無知)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위선을 보이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결국 언젠가 민낯이 드러날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노자가 성인은 배를 위할 뿐 눈을 위하지 않는다(爲腹不爲目)고 말한 것을 지적한다. 배를 위한다는 것은 배불리 먹으면 만족한다는 의미다. 눈을 위한다는 것은 감각적인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상태는 사치스럽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검소하지도 않은 중용의 상태다. 공자는 중용의 도를 강조했다. 중용은 예와 도덕에 부합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예에 부합하는 것은 규범의 경계를 아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중심적 사고의 덫을 조심하라고 말한다. 배움을 향한 두 가지 길은 박학(博學)과 정통(正統)이다. 공자는 함부로 추측하지 않았다. 독단적이지 않았다. 고집하지 않았다. 아집에 갇혀 자신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지 않았다. 공자는 꾸밈없고 솔직함으로 무장한 시대의 현인이었다.

 

예와 교양은 자신을 보호하는 최적의 방법이다. 마음에 드는 말은 한 사람의 인생은 임곗값을 돌파하는 과정이란 말이다. 저자는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를, 사람의 본심은 겪어 보아야 알 수 있다는 말로 풀어낸다. 유교의 미덕은 무엇일까? 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이리라.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용맹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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