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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스반테 페보의 성취를 살피려니 PCR, 이집트학, 미라 등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게 된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를 해독한 그는 이집트학을 할까 고생물학을 할까 고민했던 인물이다. 이집트학을 택하지 않았지만 미라에 대한 관심이 그의 길을 인도했음이 의미 있는 사안이다. 그는 네안데르탈인의 팔 뼈에서 추출한 DNA를 PCR(중합효소연쇄반응법)로 증폭해 성취를 이루었다.

 

관건은 그토록 오래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정보가 파괴되지 않은 채 이어져왔다는 점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만들던 사람들이 한 것처럼 조직을 건조시키면 DNA가 오랫동안 남을 것이라는 추측이 빛을 발했다. 2014년 출간(2015년 번역 출간)된 페보의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를 읽으며 하는 생각이다. 기사도 중요하고 서평도 중요하지만 최선은 책을 완독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좋은 책을 찾고자 애쓰는 마음은 그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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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오신 세 여자분께 방문자센터 해설을 했습니다. 일행중에 답사도 많이 하셨고 문화유산에 대한 지식도 많은 의상학 전공자가 계셔서 즐거웠습니다. 전공 이야기를 듣고 네안데르탈인이 귀가 있는 바늘을 만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발굴 이야기를 하니 의상학 전공자들도 무덤속 옷을 확인하고 복원하는 등의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습니다. 엄청난 냄새가 난다고 하네요. 저는 의상의 상이 치마 상(裳)이라며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적상산(赤裳山) 사고 이야기도 했습니다.

 

동굴 이야기를 하시기에 저는 동굴에 그려진 손 이야기와 함께 손은 정신의 칼날이라는 제이콥 브로노프스키의 말을 했습니다. 숭의전에 다녀오셨다기에 8대 임금 현종이 경기(京畿)제를 처음 시행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다른 곳과 달리 경기는 두 고을의 첫 글자를 딴 이름이 아니라 서울을 지원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생긴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가령 경기 기(畿)의 밭 전(田)과 창 과(戈)가 그 증거입니다.

 

오늘 한 것처럼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넘나들며 하는 해설이 좋습니다. 오늘의 수확은 전공자를 통해 나비 박사 석주명의 여동생 석주선씨가 전통 의상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래 해설해 주시기 바랍니다'란 말을 듣고 점심 맛있게 드세요 라고 했습니다. 의상학 전공자이신 고창 출신의 그분은 저희보다 선생님이 더 잘 드셔야겠습니다란 말씀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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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각 꽃잎이 떨어져도 봄빛은 줄어드는 것을”이란 두보(杜甫)의 시 한 구절이 인용된 시는 조용미 시인의 ‘探梅行‘이다. “병중 매화를 보려 나선다/ 매화 보려면 아픈 것일까...“로 시작하는 시다. 시인에게는 ’탐매‘란 시도 있다. ”..멀리서, 내게 맞는 봄을 찾아, 해마다 이 늙은 매화나/ 무 아래 서 있다 가느라 나도 모르게 나이를 먹었다...“란 구절이 있는 시다.

 

탐매행은 한자로, 탐매는 한글로 쓴 데 어떤 이유가 있을까? 두보의 시가 인용된 ’探梅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구절이 있다. ”暗香에 病이 깊어가는 것인가/ 매화나무에 흰 나비가/ 꽃잎인 듯 나비인 듯/ 날아다닌다“ 암향에 병이 깊어가는 것인가...

 

이를 보며 李白의 ’정야사(靜夜思)‘란 시의 한 구절을 생각한다. ”床前明月光/ 疑是地上霜...”(상전명월광/ 의시지상상); “침대 머리 맡으로 흘러든 밝은 달 빛/ 땅에 서리가 내렸나 했네..” 흰 나비와 꽃잎 vs 달빛과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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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조선 지식인 지도'에 미수 허목 선생이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 유형원, 김창협, 김창흡 등은 관심을 끈다. '17세기 군주와 신하의 소통 방식'에 예송논쟁 챕터가 있다. '다시는 신을 부르지 마옵소서'에 미수 허목 선생의 장령(掌令; 사헌부 정 4품) 사직 상소가 들어 있다. '역사 문해력 수업'을 읽어야겠다. '역사적 시간의 세 층위; 파도의 시간, 해류의 시간, 해구의 시간'을 비롯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모든 역사서술이 진실이 되지는 못한다. 사실관계의 조합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확인된 사실들 사이에도 빈틈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는 이 공백지대를 경험에 의거한 추측, 상상, 해석으로 메워가면서 역사를 서술한다. 그러므로 최고의 역사가가 최선을 다해 쓴 역사도 실체적 진실이 아닌 부분적 진실만을 드러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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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용암의 다른 이름인 베개 현무암이란 이름을 처음 만난 것은 지질학자 윌리엄 글래슬리의 '근원의 시간 속으로'란 책에서다. 베개용암과 베개 현무암은 같은 말이지만 근원인 용암과 그 결과물인 현무암을 같은 차원으로 보는 것은 흥미롭다. 표면이 유리질인 베개 현무암(이 용어가 베개 용암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을 보며 돌베개란 말을 생각한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돌베개를 생각했었고 나아가 독립운동가 김준엽 님이 쓴 항일 투쟁기인 '돌베개'란 작품도 생각했었다. 김준엽 님의 돌베개란 제목은 역경(逆境)을 이긴 독실한 신앙인 저자의 의지와 역정(歷程)이 반영된 제목이다.

 

그 이후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통해 흐르는 물로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을 한다는 이야기도 생각하게 되었다. 흐르는 물로 양치질을 하고 돌로 베개를 삼겠다는 수류침석(漱流枕石)을 잘못 들은 한 사람이 돌로 양치질을 하고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겠다는 말을 한 데서 수석침류(漱石枕流)란 말이 생겼다. 나쓰메 소세키 즉 夏目漱石은 그로부터 비롯된 나쓰메 긴노스케(夏目金之助)의 필명이다.

 

'포천의 농촌유산과 에코뮤지엄'은 베개용암을 한탄강 8경의 마지막으로 꼽았다. 이 책에 의하면 조선시대 사대부에게 산수(山水)는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정신수양과 학문정진의 기반이 되는 곳이다. 물과 용암이 만나 만들어진 베개용암 역시 산(山), 수(水)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그간 돌에만 초점을 맞추어온 점이 안타깝다. 포천 고모리 호수공원에 시비(詩碑)가 있는 김종삼 시인의 데뷔작은 '돌각담'이다. 이 시에 돌담이 무너졌다 다시 쌓았다 쌓았다 쌓았다 쌓았다.. 란 구절이 있다. 이경돈은 언어의 돌각담을 쌓고 또 쌓으며 십자가에 꽂히고 또 꽂으며 시로서 약속의 땅이 있다는 광야를 헤매는 존재로 김종삼 시인을 풀었다.

 

지어야 할 언어의 집이 있어 이런 시와 평론이 눈에 들어 왔을 것이다. 주상절리 현무암, 주상절리 하식절벽, 베개 현무암, 클링커, 백의리층 등 돌의 다채(多彩)를 보고도 건성건성 보아넘겼던 불성실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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