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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어 평전은 번역본이 한 권 있는 정도다. 보어가 전문가란 아주 좁은 영역에서 저지를 수 있는 온갖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는 정도만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 말의 진위를 평전을 통해 알고 싶다. 짐 오타비아니의 '닐스 보어'란 책을 소개하는 글에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네란 아인슈타인의 말에 보어가 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과학자의 일이 아닙니다란 말을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보어는 대립적인 것은 상보적(相補的)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보어가 주역(周易)의 사유로 무장했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보어의 진술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과학자의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아인슈타인에게 한 말이 아니었어도 그 자체로 흥미로운 말이다. 사실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과의 대화가 아니었다면 나오기 어려웠을 말이다.

물리학자 이현경이 쓴 책 가운데 '아인슈타인 & 보어'가 있는 것을 보아서는 두 사람의 대립은 가십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과학은 미래로 흐른다'에도 보어의 사상이 짧게나마 소개되어 있다. 오늘 이 책을 구입한 것은 보어 때문이 아니다. 구입하고 보니 보어에 대한 글이 있었다. 다른 의도로 또는 목적으로 피셔의 책을 샀고 그 책에 보어에 대한 내용이 있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 보어 생각을 하게 된 것이고 우연히 보어에 대한 내용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상보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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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그렉 보웬이 주먹 도끼를 발견한 것 만큼이나 의미 있는 사건은 1995년 경기도의 모 중학교 과학교사 임헌영씨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물거미를 발견한 것이다. 내가 사는 연천 전곡의 한 마을(은대리)에서였다. 당시 물거미는 전차 바퀴 자국에 만들어진 얕은 물웅덩이에서 발견되었다. 학철부어(?轍?魚)란 말이 있다.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에 있는 붕어란 뜻이다.

 

아주 위급한 경우 또는 몹시 고단하고 옹색한 상황을 비유하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당시 물거미는 그랬겠지만 지금은 어떨까? 천연 기념물로 지정된 이 물거미는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올해 개체수가 늘었다는 말을 들었다. 용암 분출, 점토층 형성에 의한 습지 조성이 빚어낸 역진화 등으로 인해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이 생명체를 친견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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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라도 가서 모셔와야 할 책(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모든 것의 기원')을 알게 되었다. 문제의식이 적절한 데다가 압쇄암(mylonite)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책이어서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 지구 내부에 대해 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현무암과 화강암의 관계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훤히란 말은 ‘앞이 탁 트여 매우 넓고 시원스럽게’, ‘무슨 일의 조리나 속내가 뚜렷하게’를 뜻하니 내 막막함 또는 답답함을 없애줄 좋은 책을 표현할 만하다.(압쇄암은 단층이나 습곡 작용으로 부서져 광물이 가루가 되거나 길게 늘어난 상태에서 굳은 변성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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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먼 틸든의 책(‘숲 자연 문화유산 해설’)에서 존 뮤어(John Muir; 1838 - 1914)에 관한 지식을 얻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미국인이었던 뮤어는 근대적인 자연(숲 또는 환경)과 관련해 최초로 해설이라는 말을 사용한 인물이다.(1888년 이후 미국 로키산맥에서 숲 해설을 한 에노스 밀즈를 숲 해설의 기원자로 본다.)

 

이 부분에서 궁금한 것은 존 뮤어가 자연을 설명하는 자신의 행위(우리가 해설이라 부르는)를 무엇이라 표현했을까?란 점이다. 1872년 뮤어는 옐로스톤 공원이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 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물론 그는 흑인과 미국 원주민들을 더럽고 게으른 사람들로 묘사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를 설명할 때 나오는 단어가 존 뮤어 트레일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킹스 협곡(canyon), 세쿼이아 국립 공원을 통과하는 캘리포니아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장거리 코스로 뮤어가 개발한 길이다. 트레일(trail)은 길, 코스 등을 의미한다.(‘트레일블레이저; trailblazer‘는 개척자, 선구자라는 의미다.)

 

다시 틸든의 책으로 돌아가자. 틸든은 그의 책에서 해설을 공적 봉사라는 의미로 썼다. 1957년에 출간된 "해설 분야의 기념비적 저서"인 이 책에 파스칼의 말이 인용되었다. 파스칼에 의하면 대화가 너무 길면 지나치게 많은 진실 때문에 당황스러울 정도로 뜻을 알기 어렵고 간단해도 뜻을 알기 어렵다. 파스칼은 그런 점을 지나치게 멀리 있는 사물도 지나치게 가깝게 있는 사물도 똑같이 볼 수 없는 것에 비유했다.(143 페이지)

 

틸든은 주제의 한계를 완벽히 이해하고 잘 경험할 때 생기는 바람직한 절제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147 페이지) 깊게 새길 말이다. 정리하면 존 뮤어가 해설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고 1888년 에노스 밀즈가 처음 숲해설을 했다.(1888년 밀즈의 나이는 19세였다.)

 

당시는 공적 봉사 개념의 해설을 했기에 시간을 정해놓고 해설을 했다기보다 듣는 사람들과 교감하는 가운데 상황과 대상에 따라 시간을 신축성 있게 썼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틸든이 말했듯 듣는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자극을 유발하고 한 부분보다 전체를 전하려 했을 것이다. 틸든은 해설의 기본 목표는 상세한 부분이 아무리 흥미 있다 해도 부분보다 전체를 표현하는 것이라 말했다.(81 페이지)

 

그에 의하면 전체는 무한대라 할 수 있는 총체와 다른 개념이다. 틸든은 우리 모두는 판에 박힌 연설을 할까 두려워 하지만 직감이나 계획을 잘 짜서 극적으로 전체를 전달한다면 진부한 표현들을 거의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83 페이지) 내가 이해한 바로는 전체를 전하는 것은 처음과 끝을 가진 스토리로 전체적 그림을 상상하게 하는 것이다.

 

실력은 40분이든 한 시간이든 시간이 정해진 해설을 할 때 드러난다. 관건은 무력한 해설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듣는 사람들의 관심사나 지역에 관해 적절하게 질문도 하고 지적 욕구를 자극하기도 하고 주제에 수렴하는 쉽고 새롭고 적절한 세부 지식들로 전체상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해설 경험이 늘수록 생각이 늘기 마련이다. 실수로부터 배우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구상한 주제에 맞는 자료를 찾고 정리해 숙지하는 것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익숙해질 것이다. 폭 넓게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틸든은 요약에 대한 본능은 형태를 설명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 설명했다. 그는 예술가는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모든 자료를 냉정하게 삭제한다고 말했다.(64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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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才人) 폭포 해설을 하고 나면 아쉬움이 들곤 한다. 하나의 주제로 재인폭포와 폭포 주변 지형들을 해설하겠다는 다짐을 실천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오늘 비교적 그에 접근한 해설을 했다. 대상자분들이 지리(地理) 교사들이기에 어느 정도는 가능했다. 동료 해설사로부터 많은 장면 전환을 지양(止揚)하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감사하다. 물론 이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지질시대에 대해 공부해야 할 것이다. 오늘 한 이야기를 더 촘촘하게, 덜 어렵게 연결할 필요가 있다. 아직 내 재인폭포 해설은 실험(實驗) 단계다.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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