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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다 간다. 올해 읽은 책 가운데 인상 깊은 책을 고르는 것은 미루고 오늘은 에른스트 페터 피셔 이야기를 할까 한다. 올 9월에 읽은 ‘과학은 미래로 흐른다’가 내가 가장 최근 읽은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책이다. 이 책 외에 내가 읽고 소장하고 있는 그의 책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아인슈타인과 피카소가 만나 영화관에 가다’, ‘빛보다 빠른 생각 아인슈타인’ 등이다.

 

최근 읽은 김기봉 교수의 ‘역사학 너머의 역사’에서 갈릴레이와 브루노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관련 자료를 찾다가 피셔의 ‘금지된 지식’이란 책을 만났다. 피셔의 ‘또 다른 교양’이 더 관심을 끄니 ‘금지된 지식’은 후일을 기약해야겠다.

 

제3장 유럽 근대 과학의 탄생이란 챕터에 수록된 글들이 눈길을 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회(轉回) / 코페르니쿠스적 귀결 / 인간의 코페르니쿠스적 분열 / 가설과 그것의 실험 / 운동 속의 세계 / 운동의 법칙 / 빛의 운동 등이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는 말만을 들어본 입장으로는 그의 이름 뒤에 전회는 물론, 귀결, 분열 등의 명사가 붙은 글들을 읽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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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에 닥치고 계산하라는 말이 있다. 물질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는 코펜하겐 해석이 당혹스럽지만 실재가 그러니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살 수 없다. 이 말을 지질학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지질학과 기독교 신앙'에 지질학은 물리학에 비해 비약이 많다는 내용이 있다. 내가 지질학을 배우며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자주 만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정이야 어떻든 어려운 부분 앞에서 그냥 그렇겠지, 하고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최근 연천 지질공원의 대표 명소인 재인폭포에 관한 기본적이며 핵심적인 전제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흥미롭고도 당혹스러운 사실이다. 그냥 그런가, 하고 넘어가지 않고 헤아리고 궁리한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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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신이치는 제가 좋아하는 생물학자입니다. 2008년 ‘생물과 무생물 사이’, 2009년 ‘모자란 남자들’을 읽은 데 이어 2010년 ‘동적 평형’을 읽은 지 12년만인 올해 ‘생명해류’를 읽었습니다. 아니 만났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책을 선택해 읽은 것이지만 후쿠오카 신이치가 말한 대로 “작가를 발굴하고 치켜세우고 달래고 얼러서 글을 쓰게 하는 사람”인 편집자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본 책이 제 앞에도 나타났기에 저는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을뿐입니다.

 

앞의 세 책은 생물학 전문 책이지만 ‘생명해류’는 일정 부분 지질학과도 관련이 있는 생물학 책입니다. 제게는 정독한 세 권의 저자가 쓴 신간이지만 지질학과 연관이 없었다면 읽지 않았을 것입니다. 벌써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이번에 읽은 ‘생명 해류’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작가는 혼신을 다해 작품을 쓴다. 작품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그리고 그때만의 에너지라는 게 있다. 그래서 비슷한 것은 이제 쓸 수 없다. 인생작은 2개일 수 없다. 두 번째는 언제나 빛바랜 하찮은 것일뿐이다.”

 

언제일지 모르나 다음에 나올 책은 ‘생명해류’와 다르되 지질학의 성과나 내용도 반영되는 책이기를 기대합니다. 세 권의 생물학 책에 이어 지질학적 내용이 반영된 책이 나온 것은 작가의 집필 계획 또는 사상의 변천에 따른 것인지 편집자의 의도를 따른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작가는 평소부터 다윈이 탐험한 진화론의 산실인 갈라파고스 제도(諸島)를 그대로 밟기를 소망했었습니다.

 

그의 그런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갈라파고스 관련 강연 등을 보고 출판사측에서 탐사 제안이 온 것입니다. 저자는 다윈의 고향이라 불리는 갈라파고스는 사실은 가장 다윈적이지 않은 곳이라고 말합니다. 근거는 갈라파고스 생물들은 광대한 생태적 지위를 누리며 서로 자유롭게, 생존의 선택지를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생존경쟁이나 자연도태의 압력에 노출되지 않고 오로지 좋아하는 장소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좋아하는 먹이, 좋아하는 행동양식을 선택하면 되었다는 것입니다.

 

‘생명해류’를 흥미 있게 읽은 것은 남미대륙에서 1000km 떨어진 태평양 한복판의 갈라파고스를 탐사한 생물학자의 지질 내용도 반영한 글이기 때문입니다. ‘생명해류’는 작년에 읽은 윌리엄 글래슬리의 ‘근원의 시간 속으로’와 대조적입니다. 이 책은 지질학자의 지질탐험기입니다.

 

대조적이라 했지만 이런 부분은 어떤가요? “이곳 바다에서는 바다를 둘러싸는 암석의 일부였던 원자가 표면에서 떨어져나간 뒤 조류(潮流)의 흐름에 따라 자유로이 떠다니고 있다. 이 원자는 단순한 열역학으로 싸인 대화를 통해, 바람에 실려온 먼지, 성간(星間)입자, 분해된 동물의 사체, 썩어가는 식물에서 온 다른 원자들과 뒤섞인다. 그들은 우리가 이해할 수도, 인지하지도 못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들의 대화는 하나의 개체로 통합되고 진화하면서, 생명체나 화학적 퇴적물 혹은 단순한 용해 분자를 구성하는 존재가 된다. 그들은 깊이 흘러들어가거나 바다의 표면으로 솟아오르고 증발한다. 히말라야 산맥의 눈송이가 되고 갠지스강의 홍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따금 우리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179 페이지)

 

"별이 바위에 스며들어 꽃이 되었다.”는 오규원 시인의 시 구절을 다시, 더 구체적으로 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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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 또는 지구과학 책을 꽤 비효율적으로 샀다. 정리 해본 결과 알게 된 바다. 가지고 있는 책에 찾아 헤매는 답이 있는지도 모르고 다른 책을 샀을 수도 있다. 그런 까닭에 얇은 책들을 들춰본다. 나는 어쩌면 무엇이라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내용을 찾아 다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질해설사가 되기 전 산 책, 정통 지구과학 책이라 할 수 없는 책도 포함되어 있다. 오늘 재인폭포에 온 한 분과 대화를 나누었다. 최근 그랜드 캐니언에 다녀오셨다는 분이다.

 

어제 마침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를 산 뒤 아직 한 페이지도 읽지 못해 아쉬움을 느낀 나는 집으로 돌아와 지구과학 또는 지질 책 소장 목록을 작성했다. 목록 작성이 책을 체계적으로 읽는데 어느 만큼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리와 기록을 위해 내 자리 옆에 쌓아둠으로써 수시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효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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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관점이 하나가 아닌 것처럼, 과학에도 유일한 관점 같은 것은 없다. 과학은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관점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다.”(프리먼 다이슨 지음 ‘과학의 반역’ 중)

 

“수학이나 과학 분야의 질문에는 단 한 가지 정답만이 존재할 거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책에서 보이고 싶었다.”(‘생명을 묻다’ 저자 정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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