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줄면 정말 위험할까? 중고생 논·서술형 주제토론 수업 2
승지홍 지음 / 글담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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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화로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마주하게 된 문제로부터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올바른 길을 나아가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긴 호흡을 가진 매체를 거부하며, 생각을 덮어두고 짧게 즐기는 숏폼(짧은 영상)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우리는 점차 성숙한 시민으로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생각하는 토론 방식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서로 다른 의견을 마주하게 될 때, 상대가 나와 왜 다른 의견을 가졌는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날 선 공격성을 앞세워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를 굴복시키고자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듯하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고민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찾을 수 있다지만, 그런 이상과는 달리 안타깝게도 현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향해가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에게는 상대의 의견을 온전히 수용하진 못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을 전제로 한 토론 능력이 더욱 절실해진다. 이를 위해선 우선적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으며, 어떠한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편향된 한쪽의 의견만을 접하는 것이 아닌, ‘나와 반대되는 의견도 함께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능력 향상의 기회는 특히 두뇌와 학습 능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청소년기에 주어지는데, <인구가 줄면 정말 위험할까?>는 그런 청소년기에 놓인 독자를 대상으로 앞서 말했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물론 청소년이 아닌 독자라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사회 문제로 여겨지는 ‘인구’를 주제로 한 5가지 논제의 관련 용어를 살펴보고, 찬반 이론을 정리한 뒤, 최종적으로 독자는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체계적으로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각 장마다 내용에 찬반 이론을 보고 정리하는 겸 필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해당 논제를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 있고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현 한국의 사회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그런지 난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또한, 이 책은 가볍게 읽어보고 인구를 주제로 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청소년이, 이후 조금 더 심화적인 단계의 논제로 건너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되어준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토론하는 과정을 읽음으로써, 넓은 시야와 성숙한 사고 능력을 가진 미래 시민으로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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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의 시작 (트윙클 에디션) - 관계, 일, 인생이 풀리는 매력의 법칙
희렌최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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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사회성이 없고 남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던 나로서는, 늘 이런 나와는 정반대인 사람들이 신기했다. 어색하지 않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 따라갈 수 없는 유연한 화법과 태도로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그들의 모습이 내게는 참 낯설었다.

그런 사람들은 이른바 ‘호감’이 있었다. 그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았고, 남들에게 기쁨과 동경을 주는 만큼 스스로에게도 당당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강한 생동력이 있었다. 그런 모습은 다른 말로는 ‘매력’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쉽게도 내게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천성적으로 내향적인 성격인 탓도 있을 것이다. 나는 사람과 어울리는 일이 늘 고역이었다. 다른 사람과는 무슨 대화를 해야 하는지도 고민이었고, 그만큼 누군가와 별로 말을 섞고 싶은 의향도 없었다. 그래서 단체 생활이 필수적이었던 학창 시절에는, 마치 주변의 다른 퍼즐과는 크기가 맞지 않아 끼여있지 못한 채 엉성하게 들떠버린 퍼즐 조각 같은 기분으로 살았다.

그래서 한편으로 궁금했다. 이런 나와는 정반대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남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렇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은 이미 천성적으로 변하지 않는 어떠한 특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어떠한 천부적인 재능과 같은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호감의 시작>을 읽어 보니 마냥 그런 건 아닌 듯싶었다. 따로 배우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천부적으로 호감을 줄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나도 그런 재능의 특징을 파악하고 학습한다면 마찬가지로 호감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직업적으로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만난 천여 명에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얻어낸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고 다시 보고 싶은 호감을 주는 사람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책에서 풀어낸다.

또한, 누군가에게 호감을 주는 방법 외에도, 스스로 단단히 자존감을 챙길 수 있는 방법도 담겨 있다. 복잡한 인간관계에 쉽게 상처 받지 않고, 상처 받더라도 탄력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내면을 가꿀 수 있다.

저자의 진솔한 경험이 담겨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는 점이 좋았다. 더불어 글 말미에 전체적인 내용이 한 번 더 정리되어 있고, 저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로 연결될 수 있는 QR코드가 기재되어 있다. 영상 매체와 함께 보니 전체적인 핵심을 정리할 수 있었고 내용도 더 깊이 와 닿았다.

성공적인 인간관계 및 높은 회복탄력성을 가진 내면을 동시에 얻고 싶다면 이 <호감의 시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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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
세달 닐리.폴 레오나르디 지음, 조성숙 옮김 / 윌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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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변혁적 발전이 예견되는 미래를 보면, 우리는 어떻게 AI를 이해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차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도래에 맞춰 인간은 어떻게 일해야 할까? 발전하는 흐름을 보면, 미래 그 어떤 직종도 AI와 그에 관련한 디지털 기술로부터 무관할 수 없는 전망이 예상된다. 따라서 AI의 발전은 더디더라도 멈출 수는 없어 보인다.

이제 우리는 배움과 적응이라는 선택지를 통해 좋든 싫든 조금씩 AI를 삶에 녹여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떤 학습이 필요한지, 전문가에 비견한 지식 학습이 요구되는지와 같은 의문이 들 것이다.

<AI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에서는 우선적으로는 ‘디지털 마인드셋’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이를 위해 AI의 몇 가지 기술적 주제(알고리즘, 데이터 등)를 전부가 아닌 30%만 이해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그 말에 따라 이 책은 디지털 마인드셋의 세 가지 핵심인 ‘협업’, ‘연산’, ‘변화’를 통해 목차를 총 3부로 나누어 딱 필요한 30%만을 핵심적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디지털 마인드셋이란, 데이터와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한 우리 나름의 접근법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AI에게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따라, AI를 생각하는 방식과 대응하는 행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차후 AI를 통해 발전할 디지털 시대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책 한 권에 알고리즘의 구조를 이해하며 헤매지 않고, 무한한 빅데이터에서 올바른 지식을 선별할 수 있으며, 변화하는 일자리 트렌드에 따라 기계와 사람과 어떻게 협업하고 소통하며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등의 방법이 담겨있다.

변화를 앞둔 시대에 마냥 두려운 마음이 들 때, 앞으로 자신이 어떤 태도와 시각으로 다가올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AI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그 구조를 간단히 파악해 볼 수도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선 AI(기계)를 기계로 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기계가 아무리 사람처럼 정교한 외형과 행동 능력을 갖췄다고 해도, 사람과 똑같이 대한다면 오히려 기계의 능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없다고 한다. 기계와의 성공적인 상호작용을 위해선 기계에 통하는 기술로만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즉, 인간에게 적용되는 사회적 범주는 기계를 이해시키기 어렵다.

다만, 특정 분야의 주어진 지시를 수행하는 제한된 능력을 가진 현재의 인공지능(ANI)을 넘어, 스스로 학습하여 새롭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일반지능(AGI) 또는 인간의 통제 없이도 스스로 목적, 목표, 전략을 개발하여 지속적인 지능을 확장하는 인공초지능(ASI)으로 기계가 진화하게 된다면?

이는 또 깊이 생각해 볼 문제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아직은 상당히 멀어 보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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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는 대한민국 -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사회경제학
김현성 지음 / 사이드웨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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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망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익숙하다 못해 지긋지긋할 정도다. 그럼에도, 이 나라에 애정을 갖고 망해가는 나라를 살려 보겠다며 선뜻 나서는 이는 드물어 보인다. 오히려 다 같이 나라가 이 모양인 걸 자조하며, 차라리 파국을 맞이하는 걸 재촉하는 듯하다. 한국을 보면 마치 이곳저곳에서 구멍이 뚫려 침몰하는 배를 보는 것 같다.

좁아터진 서울 및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 가까이 모여 있는, 죽어라 일해도 내 집 마련은커녕 당장 내일을 살아가는 것도 힘겨운, 노년에 빈곤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일터에 떠밀리듯 나가야 하는, 결혼 및 출산이 사치와 죄악이 되는, 약자가 약자 혐오를 하는 구조에 놓인, 경쟁하고 또 경쟁해야 하는 한국은 숨 쉴 여유조차 없는 각자도생의 나라가 됐다.

누군가는 그 까닭을 한국인의 품성을 문제로 든다. 원체 한국인은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며, 정신이 궁핍해서 물질적인 것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 앞선 현상들이 일어난 거라고 말이다. 얼핏 보면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유심히 이 현상을 바라보던 이 책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저자는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한국이 이렇게 병들게 된 까닭은 한국인의 품성 탓이 아니라, 더 근원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근원적인 이유는 ‘돈’이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돈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구조’ 때문이다. 저자는 왜 한국이 망국을 맞이하고 있으며 과거의 경제적 성장 구조와 지금의 경제적 성장 구조가 무엇이 다른지 등 한국의 경제적 구조 특징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다양한 통계를 통해 분석한다. 한국이 망해가는 까닭을 경제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본인이 이전에 읽었던 지음미디어 출판사의 <환자명 대한민국>이라는 책과도 일맥상통해서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직접적으로 한국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운명을 마주한 것 같아 암울했다. 앞선 사회적 현상 및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아무리 한국이 싫다 해도, 내가 속한 나라가 망한다는 거의 확실한 전망을 조목조목 통계로 비판하는 책을 보면 슬퍼질 수밖에 없다.

사회로 나갈 시기를 맞이한 한국의 청년인 입장으로서 이 책은 참 아팠다. 한국의 저출산 대책으로 쪼이고 댄스라는 저질스러운 행사를 서울시의원이라는 사람이 주최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 나라의 국민을 인간이 아닌 가축으로 보는 이 나라에서 나는 과연 행복하게 삶을 보낼 수 있을까? 그저 착잡한 마음만 든다.

문제 해결을 위한 자세한 저자의 견해는 책의 말미에 담겨 있는데, 정리하면 저자는 정부가 바뀌어야 한다고 한다. 정부가 나라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고, 나라를 가난하게 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과정에는 국민 간의 이해와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이해와 합의를 통해 나라를 바꿔가야 하지만, 문제는 그만큼의 여유를 기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해결책이 아예 없을 만큼 망가진 건 아닌 듯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걱정이다. 이미 굳어진 경제적 구조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와 정부에 반발심을 품은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과연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위해 선뜻 나서줄 정치적 지도자를 기대할 수 있을까? 각자의 파이만 챙기기에도 먹고살기 바쁜 이 나라에서 우리는 과연 지금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현상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나는 그저 이 나라에서 빈곤에 떠밀려 자살하는 결말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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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와 빵칼
청예 지음 / 허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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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자기 검열의 시대이다. 조금의 흠결도 누군가에겐 큰 균열이 되어 평생 꼬리표가 된다. 우리는 도덕 아닌 도덕이라는 가면을 쓰고, 누군가에 대한 평가에 엄격히 군다. 서로서로 평가하는 게 너무도 익숙하고, 때론 무례하다는 걸 잊어버린 시대. 보이는 것만 보고 단편적으로 판단을 일삼는 이 시대, 당연하게 굳어져 이제는 일상이 된 그런 시대를 우리와 마찬가지로 살아가는 한 여자가 있다.

여자의 이름은 영아. 27세 유치원 교사로 항상 잘 웃고, 남을 배려하고, 욕지거리가 나오는 상황도 잘 참는 사람이다. 그러니 자신이 정한 도덕의 정의를 친구도 같이 실천해 줘야 하는 성미를 가진 친구의 비위도 잘 맞춰주고, 5년이나 사귀었지만 별 감흥이 안 드는 남자 친구도 그저 자신을 좋아해 주고 좋은 사람인 것 같으니 계속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어떻게 인내하고만 살 수 있을까? 인내가 강한 영아에게도 어느 순간 균열이 찾아온다. 예전에 인내심 강한 자기 모습을 되찾고 싶었던 영아는 한 의학연구센터에서 정서를 조절하는 간단한 뇌 시술을 받게 된다. 그 이후 영아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이야기가 <오렌지와 빵칼>이다.

뇌 시술을 받은 영아는 소위 ‘도덕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이해할 수 없고 불쾌하기도 한 모습을 보인다. 답답한 상황에서 늘 꾹 참기만을 택했던 영아는 이제 참지 않는다. 평소 짜증 나게 굴던 사람과 상황에 반항하기도 하고, 더욱이 남의 불행을 보며 느끼는 행복(샤덴 프로이데)을 깨닫게 된다.
사회적으로 처참히 망해버린 누군가의 인생, 토막난 인체 등 이름 모를 누군가의 괴로움으로 점철된 삶과 상황을 관음하며 영아는 질질 침까지 흘려가며 쾌락에 겨운 웃음을 뿜는다.

사실 이런 모습은 그리 놀라운 것 없다. 우리 모두 도덕이라는 통제의 가면 아래, 그와는 전혀 동떨어진 쾌락이라는 자유를 하나쯤은 품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 솔직해져 보자. 우리 모두 각자의 도덕적 정의를 가지고 있는 것만큼 각자의 샤덴 프로이데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를. 당장에 샤덴 프로이데는 익명이 보장된 온라인 공간만 봐도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두 사이코패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오렌지와 빵칼>은 늘 도덕이라는 여러 잣대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우리의 또 다른 이면적인 모습에 주목한다. 이 작품을 읽을 때 드는 충동적이고, 폭력적이고, 그래서 상당히 불편하기까지 한 복잡한 감정은 작가가 그런 이면적인 모습을 영아라는 인물을 통해 불쾌하리만치 잘 조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 불쾌하다는 느낌은 한편으로 우리가 지극히 도덕적인 인간이라는 사실도 함께 조명하는 듯하다. 또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와 동시에 반전 있는 스토리텔링도 좋았다.

보통 소설책은 마냥 시간 때우기처럼 느껴져서 직접 돈 주고 사지는 않는데, 이 책은 뭔가 강렬히 끌려서 사서 보게 됐다. 결론은 왜 금방 3쇄가 됐는지 알 것 같았던 소설. 상큼하면서도 서늘하고, 묵직하니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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