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감각 - 매력적인 사람의 감각적 언어 표현에 대하여
한경혜 지음 / 애플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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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는 표면적인 의미 아래 숨어있는 미묘한 느낌이 있다. 그것을 ‘뉘앙스’라고 한다. 이 책의 말을 빌려 더 깊이 이야기하면, 말에는 ‘표정’이 있다. 이 뉘앙스를 말의 표정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어 하나만 바뀌어도 상대에게 전해지는 의미가 바뀔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있나 보다.

매력적이고 품격 있으며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은 대개 말을 잘한다. 사람마다 말을 잘하는 요소에 대한 생각은 다르겠지만, 본인의 생각으로 말을 잘하는 사람의 요소는 앞서 말한 뉘앙스, ‘말의 표정을 파악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비슷한 단어라도 상황에 적확하게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힘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는 듯하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이러한 말의 특성을 점점 잃어가는 것 같다. 대면으로 전해지던 말은 비대면의 문자로 바뀌어, 상대에게 전달되는 깊이와 그 의미가 점점 축약되고 있다. 더불어 그러한 문자에 담기는 사람들의 정서도 점차 메말라가고 있음을 느낀다. 메말라가는 문자에 더불어 자연스레 현실 세계에서 말 또한 연쇄적으로 메말라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말의 힘을 되살려줄 ‘표현의 감각’이 필요하다.

<표현의 감각>은 상황과 문맥에 어울리는 적절한 말과 단어 사용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특이하게도 이론서가 아니라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비정규직 시대, 정규직 전환을 위해 디자인 회사에 다니던 세연이라는 인물이 실직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았다.

구구절절 이론서보다는, 오히려 소설이어서 더 물 흐르듯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해진 것 같다. 소설은 표현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니 말이다. 소설의 인물이 마주하는 사건이 현실 세계의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해서 그 상황에 더욱 공감가기도 한다.

문득 말에 대한 표현이 상대에게 조금 더 잘 전해지고, 더불어 상대가 이를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감이 비롯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말은 의사소통이고, 의사소통은 공감을 통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떨까? 이러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사회는 서로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말이 사용되기 바쁘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와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한 말은 잘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표현의 감각>은 그런 맥락에서 상대를 향한 경청과 배려를 위한, 더 나아가서는 스스로를 매력적이고 감각적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말을 쓰는 법을 알려준다. 말에 담긴 표정을 알 수 있는 법은 덤이다.

말 잘하고 글 잘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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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세대 -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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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초, 아동 청소년을 향한 스마트폰 보급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작된 소셜 미디어, 온라인 비디오게임, 인터넷 기반 활동은 이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아동기 대재편’을 일으켰다.

대면적인 소통과 놀이를 통한 아동기를 보냈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Z세대에 속하는 이들은 뇌가 자라는 시기에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를 보냈다. 집 근처의 놀이터에서 이루어지는 친구와의 대면적인 소통 방식보다, Z세대 아이들에게는 디지털 화면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소통 방식이 더 익숙한 상황이다.

이를테면,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가 대표적이다. 소셜 미디어는 비체화 및 비동기화된 방식에 의존하며, 남에게 보이기 위해 꾸며낸 상황이 가득하다. 성인보다 절제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이 끝없는 정보와 겉치레의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화면 기반 디지털 미디어는 아이의 온전한 사회적 연결을 박탈함으로써, 사회 및 문화 학습에 민감한 시기에 형성되는 정체성과 가치관에도 영향을 준다. 더불어 정서 및 신체, 수면 패턴에까지 그 영향은 광범위하다.

정리하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사춘기를 보낸 세대는 우울증, 자해, 자살 비율이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증가했다. <불안 세대>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는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아동 청소년 사이에 정신 질환이 유례없이 급증한 현상을, 앞서 설명한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 대재편을 이유로 든다.

저자는 책에서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의 메커니즘을 통해 이것이 어떻게 아동 청소년의 발달을 방해하고, 정신 질환을 초래하며 악화시키는지 파악한다. 더불어 이러한 대재편의 한가운데서 건강한 아동기를 위해 정부 및 관련 회사, 학교에서 부모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각 장의 끝에는 저자가 중요히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 요약이 정리되어 있어, 체계적인 내용 정리가 가능해 좋았다.

생각해보면 스마트폰 기반으로 아동기 대재편이 일어난 후, 아동 청소년이 인간으로서 핵심적으로 필요한 어떠한 소통 방식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특히 대면적이고 세심한 소통에 점점 미숙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누군가와 마주보고 감사와 인사를 전할 수 있는 능력, 본인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전반적인 어휘력 능력, 감정 표출 및 표현을 성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 등 많은 것이 부재에 놓인 것 같다.

급진적인 기술 발달로 인한 편의를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 우리는 어쩌면 한 사회에서 서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올바른 인간으로서 성장의 시기와 기회를 점점 잃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책을 읽고 느낀 중요한 점은 아동 청소년에게 현실 세계에서 과잉보호하는 것의 반이라도 온라인 세계에서의 보호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실 세계에서는 아동 청소년에게 닥칠 온갖 위험을 피하고자, 단체 하는 스포츠 활동에서 다양한 제약을 둔 사례를 예시로 들며 설명한다.
이렇듯 현실 세계에서는 아동 청소년이 받을 수 있는 작은 물리적 충격 및 정서적 충돌을 피하고자 갖은 노력을 하지만, 되레 온라인에서는 엄격하고 섬세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이다.
오히려 온라인의 느슨한 규제와 중독성이, 아동 청소년에게 심각한 정서적 충돌과 더불어 자해 및 자살로 이를 수 있는 물리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잠시 생각해 본다면 과연 무엇이 더 아동 청소년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미국과 유럽 국가 중심을 배경으로 쓰였지만, 책에서 다루는 현상은 국제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을 갖고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책에서 다루는 문제는 국가 막론하고 모두가 함께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느낀다. 이를 위해 특히 사회 간의 깊은 연대가 절실해 보인다.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 대재편 현상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단체적으로 해결을 시도했을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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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지음, 김현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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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으로 우리에게 나이 든다는 사실은 두려움을 일으킨다. 그 까닭은 나이 드는 것이 죽음을 향하는 일련의 과정이며,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얻는 것보다 상실하게 되는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 들며 자연히 노쇠의 과정을 거치는 몸은 우리를 점점 의존적인 존재로 변모하게 만든다. 걷는 것, 책을 보는 것,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행위에 대한 인지능력이 하락하면서 자신이 점점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우울함에 빠지기도 한다.

개개인의 생산성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나이 듦의 과정을 눈엣가시로 여기곤 한다. 특히 나이 드는 과정을 늦추기 위해, 갖은 미용 시술을 과도할 정도로 병행하는 기형적인 행태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로는 늙기 전에 일찍이 인위적으로 삶을 스스로 끝내겠다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면모는 나이 듦과 노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우리의 보편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단면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유한한 삶을 부여받은 인간으로서는, 나이 드는 것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앞선 과정을 거부하며 인위적인 기술을 통해 영원한 삶과 젊음을 꿈꾸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으나, 대부분의 사람은 자연적으로 나이 들고 죽음에 이를 것이다.

이렇듯 운명적으로 유한한 삶이 가혹하고 비참하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자연스레 나이 드는 과정에 지나치게 두려움을 느끼는 탓’에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충분히 만끽하지 못하리라는 사실이 더 안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들어서도 젊었을 때와 달리, 어쩌면 젊을 때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을 느끼며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에서 그 답을 전한다.
72세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 책의 저자는 심리학 교수로서 자신의 경험과 학문적 연구, 동년배의 대화를 바탕으로 본 책을 펴냈다.
저자는 책에서 노년기에 필요한 유연한 태도와 사고방식을 소개하며, 훗날 마냥 끔찍한 불행으로 점철되어 있을 것만 같은 ‘우리가 상상하는 보편적인 노년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나이 듦을 지나며 건강, 능력, 인연 등 우리가 상실하는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상실을 거듭하면서도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해당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과 마음가짐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어 좋았다. 더불어 상실로 변화하게 된 환경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기쁨을 만끽할 수 있으며, 자신이 누릴 수 있었던 지난 날의 다양한 요소에 대한 깊은 감사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깨달을 수 있었다.

정리하면 <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는 노년기에는 모든 감각이 쇠락하고 끝내 죽어갈 순간만 남겨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감성적이고 유연하며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하여 남은 삶을 행복하고 충만하게 지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책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함께 나이 들고 있는 모든 이의 책장에 넣어두고 싶어지는 책이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었다. 외적인 측면에 강하게 집착하는 한국인으로서는 나이 드는 과정에 강렬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 사회는 개인주의가 나날이 강해지는 와중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이러한 성향은, 노년기에 들어섰을 때 필연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어려움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미리 어떻게 노년기를 맞이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이 책은 노년기의 돌봄과 의존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한다. 삶에서 노년기를 마주하는 모든 사람은 돌봄과 어느 정도의 의존이 필요하다. 심지어 노년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유아기, 청소년기, 성년기 등 삶의 모든 과정에서 그 기간은 상이할지언정 순간적으로 누군가의 돌봄과 의존이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노년기에 받는 돌봄과 의존을 스스로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과정으로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비록 노년기에는 젊을 때와 다르게 많은 돌봄과 의존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부분이 모든 노인을 무력하고 가치 창출이 어려운 존재로 여기게 하는 시각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었다.

부디 우리 사회가 넓은 시각에서 돌봄과 의존에 다정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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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설계자들 - 알고리즘이 세상을 왜곡하는 방식에 대하여
터바이어스 로즈-스톡웰 지음, 홍선영 옮김 / 시공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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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는 디지털 시스템과 소셜 미디어 및 알고리즘의 발달로, 전 세계 사람 간의 광범위하고 동시다발적인 소통이 가능해진 놀라운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을 시작으로, 실시간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온 세상의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어 유의미한 정보를 취사선택할 시간도 부족할 정도다.

이러한 변화는 초반엔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빠른 소통의 가능과 더불어, 연결성을 특성으로 갖는 소셜 미디어에서는 사람 간의 연결이 공감을 증식시켰다. 예를 들면,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소식을 접한 사람이 그 소식을 주변에 공유하고, 해당 소식을 접한 또 다른 사람이 마찬가지로 소식을 공유함으로써 널리 퍼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 해당 소식을 공유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 소식에 관해 의견을 덧붙일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검이었다. 앞선 첨단적 소통을 통한 공감의 증식은 분노의 증식을 유발했다. 소셜 미디어가 사람의 감정을 선동하고, 정보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불이 붙었다. 거기에 후발주자로 발전을 거듭한 알고리즘은 이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되었다.

감정은 전염이 쉽다. 특히 인간은 자극적인 감정에 취약하며, 분노라는 감정은 강력히 그에 해당하는 감정이기에 더욱 위험성을 갖는다. 소셜 미디어는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통해 무럭무럭 분노를 먹고 자라난다.

우리는 긍정적인 뉴스보다는 부정적인 뉴스에 더 눈길을 준다. 뉴스 제목을 자극적으로 쓰는 까닭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또한, 뉴스는 보는 이로부터 분노의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면 돈이 된다. 분노는 사람의 이목을 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분노는 정치적 측면에서 이용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정치적 분열을 통한 프로파간다가 그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의 우리는 앞선 사실을 깨닫기는커녕, 그저 분노에 휩쓸리기에 바쁠 뿐이다.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의 합작이 우리를 얼마나 양극단으로 갈라놓았는지, 우리의 심리가 어떤 식으로 이용당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기회조차 생각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의 위험한 힘에 대응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세상의 혼란은 곧 현실 세계의 혼란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분노를 겨냥한 거짓되고 혼란스러운 정보와 논쟁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우리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성숙한 토론 및 대응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분노 설계자들>은 이러한 맥락을 통해 만들어진 책이다. 미디어 연구원으로서 소셜 미디어의 발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저자는,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이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고 공격적으로 만들었는지 파악한다. 한 마디로 디지털 세상의 어두운 측면을 조명한 책이다.

이 책은 분노를 먹고 사는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이라는 논제를 바탕으로 한 저자의 경험,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이 유발한 분노에 휩쓸리는 우리의 심리 메커니즘, 우리가 근원적으로 이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상세히 포괄한 책이라 좋았다.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이 유발하는 분노의 감정에 무분별하게 휩쓸리고 싶지 않다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

부디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돕고, 공용으로 거주하는 이 세계에 대한 진실을 정직히 조명하고, 사회적 책임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디지털 도구가 인간에게 더욱 유익하고 아름다운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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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 소소하지만 위대한 50가지 인생의 순간
메건 헤이즈 지음, 엘레나 브릭센코바 그림, 최다인 옮김 / 애플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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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지구에 존재하는 나라는 200여 개이며, 구분할 수 있는 언어는 그보다 훨씬 많은 총 7천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수많은 언어를 살피다 보면 이따금 단순히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지칭하는 의미를 넘어, 해당 언어를 쓰는 문화권에 속해있는 사람만의 특별한 감성과 의미가 담긴 단어가 있음을 알게 된다.

가령, 예시로 들 수 있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단어로는 영어에서 기분 좋은 우연을 뜻하는 ‘세렌디피티’가 있다. 또한, 기분 좋고 편안하며 포근한 기분을 뜻하는 스웨덴어의 ‘뮈시그’, 나에게 있어 살아가는 존재 의미와 목표 및 보람을 뜻하는 일본어의 ‘이키가이’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예쁜 뜻과 아름다운 어감을 가진 단어가 정말 많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는 모두 공통되게 사람에게 ‘행복’을 느끼도록 한다.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는 이렇듯 서로 간의 언어로서는 해석이 어렵지만, 마음으로서는 해석이 가능하고 나아가 ‘느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세계 각지의 언어로 쓴 단어의 모음집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나라의 단어부터,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이 쓰는 단어까지 무궁무진한 범위와 문화를 포괄한다.

이렇게 다양한 단어를 통해, 독자는 언어가 주는 풍부함과 무한한 표현의 가능성에 대한 경이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각자의 언어와 문화에서 말하는 ‘행복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봄으로써, 우리 삶에서 무엇을 추구해야 더 깊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준다.

단어의 힘은 특별하다. 책을 읽고 난 뒤 깨닫기를, 단어는 비단 무언가를 지칭하는 의미를 담은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을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지혜까지도 담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문득 한국어에도 이런 단어가 분명히 있겠다고 생각하고 찾아봤더니, 참 많았다. 개중에서 어감과 뜻이 마음에 들었던 몇 가지를 꼽자면 어린 아이가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습을 뜻하는 ‘도담도담’, 궃은날 구름 사이에 잠깐 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별을 뜻하는 ‘여우별’이 있었다.

새삼 인간의 입은 하나인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어감과 뜻이 예쁘고 아름다운 단어를 셀 수 없이 많이 담을 수 있는지 놀라웠다.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는 세속적인 자극과 목표에 안중이라 비로소 돌아볼 수 없었던 가치를 일깨우고, 마치 손때묻지 않은 소박하고 귀중한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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