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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정아은 지음 / 마름모 / 2023년 10월
평점 :
읽고 쓰는 삶의 최전선에 있는 작가의 삶이 궁금했다. 잘 정돈된 글 뭉치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작가는 어떤 노고를 겪는지, 마냥 배부른 직업은 아닐 텐데도 작가로서 삶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과연 그게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리고 나는 왜 그러한 삶을 동경하고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왜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싶은지 간접적으로 알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됐다.
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1, 2부는 ‘쓰는 기술’에 대해, 3, 4부는 ‘쓰는 이의 삶’에 관한 성격을 띤다. 수많은 글쓰기 기술을 다루는 책을 보았지만, 비로소 이 책에서 진리를 말해주고 있었다. ‘글쓰기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는 것’. 글 쓰는 주체의 특성이 잘 드러났는지의 여부가 관건일 뿐이라고. 조금은 모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라 사실 명확히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저자가 언급했듯이 ‘일단 글은 많이 써봐야 한다’라는 사실은 확실히 알게 됐다.
많이 쓰고, 추후 다듬는다. 그런데 대개는 반대로 한다. 다듬고, 다음에 쓰려고 한다. 어떤 글을 쓸지 우선 머리에서 보글보글 단어와 문장을 끓이고만 있다. 사실 그러면 애초에 못 쓴다. 그렇게 쭉 끓이기만 하다가, 대개 머리에 담아둔 글은 몽땅 휘발된다. 환상적인 문장을 떠올린 것 같은데 아주 말끔히 지워져 기억이 나질 않게 된다.
우리는 글을 잘 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잘 쓰겠다는 집념이 글쓰기를 망친다. 그러니 일단은 ‘잘 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많이 쓰자’라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할까, 글을 조금 더 많이 쓸 수 있는 환경을 어떤 식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또 어떻게 써야 할까 하는 부분을 저자가 겪고 느꼈던 바를 통해 안내한다.
글에는 다양한 갈래가 있다. 서평, 칼럼, 에세이, 논픽션, 소설 등. 책에서는 이러한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세부적으로 알려준다. 여러 특성을 가진 글의 갈래를 보며, 내가 진정으로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고민할 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에 대해 깨닫는 것만으로도, 무얼 써야 하는지 몰라 막막한 기분과 멍한 눈빛으로 새하얀 화면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는 시간은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작가로서의 자아를 밝혀준 한겨례문학상 수상 이후, 호기롭게 보낸 원고들이 거절당하기를 반복. 그럼에도 작가의 길을 걷는 것을 멈추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를 담은 저자의 서사는, 읽고 쓰는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건넨다. 온전한 밥벌이도 어려운 직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면, 그 일을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일을 통해 인정받고 싶으니까. 그게 삶의 행복이니까. 그래서 그런 거라고.
배를 주릴 각오를 감내하며, 묵묵히 글을 써내는 작가의 삶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작가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작가로서 어떻게 글을 써서 먹고살았으며, 읽고 쓰는 세계에 단단히 얽힌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 제각각의 삶을 이어가는지 다채로운 이모저모를 알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