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부정스럽게 여겨지는 감정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는 어떠한가. 대개 부정스럽다고 여겨지는 분노, 질투, 앙심, 경멸과 같은 감정은 부끄러운 것이며 재빨리 뽑아내야 하는 잡초와 같이 치부한다.
더 나아가면 그러한 감정은 인간이 스스로 통제해야 하고, 긍정스러운 감정으로 치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이렇듯 보통 부정스럽다고 일컬어지는 감정은 우리의 삶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그러나 《악마와 함께 춤을 》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그저 있는 그대로 그 감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이다. 우리에게 해롭다고 느껴지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자는 그동안 우리가 분노 및 질투와 같은 감정을 오해하고 제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라 주장한다.
저자는 오히려 우리가 부정스럽게 생각하는 감정을 정원의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지렁이로 비유하여,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고 성숙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부정스러운 감정을 억누르거나, 다른 감정으로 대체하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깊은 내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음을 일깨운다.
저자는 핵심 주장으로, 감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그 ‘감정에서 비롯한 고통에 대응해 뭔가를 하려고 애쓸 때 발생한다’라는 것이다. 식칼을 예로 든다면,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을 죽이는 끔찍한 흉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감정도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설명하고 있다.
독자는 책을 통해 인간이 분노, 질투, 앙심, 경멸 등의 감정에 빠지는 메커니즘과 이유를 알 수 있으며 이를 진솔하게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과정을 연습할 수 있다. 더불어 사회에서 앞선 감정이 어째서 그토록 부정하게 여겨지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와 역사적 맥락을 통해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조지 오웰, 간디, 스토아학파, 공자,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불교철학, 몽테뉴, 스피노자, 장 자크 루소,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저명한 철학자와 철학 단체 등의 의견을 살펴보며, 그들은 부정하다고 여겨지는 감정에 어떤 입장과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 덧붙임을 바탕으로 독자도 나름대로의 의견을 정립할 수 있다.
개인 감상으로는, 인간이 분노와 질투 등의 감정을 느끼는 근본 이유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어 명쾌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앞선 까닭에 정확한 해답은 없겠지만, 납득할 수 있는 정답으로는 ‘우리가 각자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그러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분노는 부당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나를 변호하고자 하는 감정이다. 시기는 내가 스스로 목표치에 맞는 삶을 잘살고 있는지 남들과 비교를 통해, 적확한 기준을 측정할 수 있게 하는 감정이다. 앙심은 내 인생의 주인이 내 것임을 결정하고 주장하고자 하는 감정이다. 경멸은 인생에서 자아가 흔들릴 때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감정이다.
우리가 이러한 감정을 부끄럽거나 숨겨야 하는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오히려 그것을 나를 위한 양분이자 거름으로 여기며 마음껏 느끼게 된다면, 어쩌면 긍정적인 감정으로만 가득 채운 삶보다 훨씬 풍요롭고 성숙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쭉 읽으며 든 생각으로는, 감정을 검열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지극히 인간스러워지고 싶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앞서 언급했던 부정스러운 감정은 인간성을 해치는 동물스럽고 야생에 가까운 감정인 것이다. 하지만 마냥 그러한 감정을 묻어두고 피하려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를 통해 내 삶에 어떤 거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생각하려는 태도가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성’에 더욱 부합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PS. 주제가 재밌고 흥미로워서 배송 받고 하루 만에 다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