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노는 법 - 동화를 쓰려는 분들께
위기철 지음 / 창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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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18543244

 

  도서관에 갔다가 얼마 전 재미있게 읽었던 <<아홉 살 인생>>의 작가 위기철님의 동화쓰기 책을 발견했다. 아동문학에도 관심이 있던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빌려와 읽었다. 딱딱한 문학입문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넷 용어와 입말이 들어 있는 재치 있는 책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데도 찔림과 교훈이 느껴졌다.

 

  작가는 초보 작가들에게 경험을 바탕으로 글 쓰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쓰기 전에 미리 분량을 생각해야 고루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고, 마지막 부분을 염두에 두고 써야 배가 산으로 가지 않는다고 했다. 주인공은 조금 밋밋하게, 다른 등장인물을 오히려 독특하게 하는 것이 좋고, 플롯은 사실상 영화에서처럼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작가가 인물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쓰기보다 주변 분위기를 통해 어렴풋이 들려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꿈꾸었으나 이루지 못했다 말하는 겸손한 태도 때문인지 읽는 동안 거들먹거리는 유명 작가의 오만함을 느낄 수 없어 좋았다. 잠깐 쓰고 누워 쉬다 또 쓴다는 자신을 본받지 말고 글을 쓰는 시간을 정해두고 쓰는 서양 작가들을 배우라고 하지만 나도 왠지 저자의 방식대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방구석에서만 쓰지 말고 밖에 나가 경험을 많이 쌓으라는 조언이 가슴에 와 닿는다. 가장 인상적인 건 셀 수 없는 퇴고의 반복에 관한 내용인데 인쇄해서 소리 내어 읽어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글을 잡으면 물 흐르듯 쉼 없이 읽게 되나보다

 

- 존이 학교 가는 길에 제인을 만났든 악어를 만났든, 또는 악어가 학교 가는 길에 존을 만났든, 여러분은 그냥 선언만 하면 됩니다. "자, 이게 현실이야. 그러니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잔말 말고 들어!" 얼마든지 도도하게 굴 수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독자들은 비굴한 작가보다 자신을 확확 끌고 갈 카리스마 있는 작가를 더 좋아하거든요. (88쪽)



- 플롯은 연극, 영화, 드라마처럼 관객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서는 필수 과목일 수도 있겠지만, 문학처럼 독자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서는 그저 선택과목일 뿐입니다. 그러니 동화를 쓰겠다는 분들이 괜히 작품에다 플롯 이론을 적용하려 애써 봐야 본전도 못 챙기기 쉽습니다. 영화와 동화는 경기 종목이 다르거든요.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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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 - 불멸의 고전 <월든>에서 배우는 충만한 인생의 조건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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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13752784


  예전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쓴 책을 읽고 자연 속에서 삶의 본질에 가까이 가고자 애썼던 모습에 감탄한 적이 있었다예전부터 막연하게 자연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원주택을 꿈꾸기도 했다이런 꿈을 10년 동안 실천한 사람이 있다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소로우의 <<월든>>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읽고 또 읽으며 자연의 삶을 꿈꾸었던 저자는 결혼을 해 두 딸이 뛰어다닐 때쯤 시골 마을로 들어가 그곳에서 살며 소로우가 살았던 삶을 곱씹었다나뭇가지를 주워 불을 떼고웬만한 야채는 모두 기르거나 뜯어 먹었던 풍요로운 삶을 살았던 것이다돈이 많아서 풍성한 게 아니라 가진 게 없어도 마음이 부자인 생활이었다.

 

  불편함이 많은 만큼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했을 것이다다른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지낸 만큼 지척의 이웃이 소중했을 것이다아등바등 출근 전쟁에 시달리지 않고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으니 부자였다시간은 돈이니까우리는 어쩌면 돈을 위해 우리의 시간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조금 덜 쓰고덜 가져도 잘 살 수 있는데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닐까?

 

  우리나라나 일본은 남들의 이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남들이 갖춘 건 나도 갖추고 살아야 속이 편하다누가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면 준명품이라도 들고 다녀야 내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요즘은 개성 시대로 변해 가는 과도기여서 예전보다는 명품족이 줄어든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심으로 남을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기를 세우기 위해가정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온갖 그릇들을 꺼내놓는 것을 저자는 싫어했다소중한 사람에게 직접 키운 야채로 대접하는 따스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철마다 세일 기간에 맞춰 쇼핑하는 것도 어쩌면 자기과시인지 모른다.그렇다고 오래 되고 너덜너덜한 옷을 입는 것이 미덕은 아닐 것이다꼭 비싸거나 새 옷이 아니어도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다면 족하다.

 

  저자는 이런 삶을 살면서 아마도 주변의 눈총을 조금은 받았을 것 같다당장 내가 그런 삶을 살고자 한다면 주변에서 이상한 눈초리로 볼 것 같기도 하다그런 면에서 저자는 참 용감한 사람이다남들의 기준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으로 살고아이들도 키워냈으니까.

 

  이 책을 읽고 <<월든>>을 주문했다. 저자가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었다는 그 책을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그 책을 읽은 사람이 모두 자연에서 살고자 하진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 정신(자본에 휘둘리지않고작은 것을 사랑하는)만은 누구나 본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즘은철학교수는 있는데 철학자는 없다는 소로우의 인용문이 떠오른다내 삶 속에서 작은 철학자로 살고 싶다사색하고자연과 최대한 교감하고옳다고 여기는 일에 대해서는 용기를 내어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엄밀히 말해 한 계절만 입고 나면 옷이 작아지는 아이들처럼 쑥쑥 키가 자라지 않는 이상, 해마다 새 옷이 필요한 어른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옷을 새로 산다. 몸의 요구가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37쪽)

- 직장을 그만두고 보니 옛 동료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남과 나를 비교할 일이 없어지고 보니 여유가 생긴 것일까. 왜 나는 내 속도대로 남이 따라와 주지 못한다고 화를 내야만 했을까. 아무리 봄이 왔다고 세상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어도 마당의 꽃들은 자기 안의 속도대로 피고 졌다. 그들이 누가 누구를 시기하고 손가락질 하겠는가. (90-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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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이미지 / 허밍버드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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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13774788


  예전에 한 선생님 교실에서 배워서 남 주자.’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아마도 흔하게 사용되는 말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 말을 처음 본 나로서는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다지금까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공부하기를 강요받아왔던 나는 공부해서 남 주자는 말이 그렇게 멋지게 들릴 수가 없었다그런 울림이 있는 문구를 만드는 것그게 바로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카피라이터가 하는 일일 것이다.

 

  글을 자주 쓰면서 제목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많다다른 사람을 혹하게 해서 내 글을 읽게 하겠다는 생각도 있겠지만, 내가 글을 쓰면서 가장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갈무리하는 일이 글을 쓰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이다단지 글의 제목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문구를 만들 일이 가끔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한 박자 쉬게 된다그런 일에 익숙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카피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그건 사실 고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일상생활에 늘 카피 생각을 하고 임하니 보이는 것마다 광고의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보통 사람들의 눈과는 다른 몇 배로 촉이 좋은 눈을 가진 사람이다그렇다고 우리가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블로그를 3년 동안 운영하면서 썼던 수많은 글에 제목을 정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걸 보면 말이다.

 

  저자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이 책에 쏟아놓았다많이 쓰고 많이 지우라는 것다른 데서 따서 조금씩 바꾸라는 것어미사전을 이용해 끝 글자를 맞추는 것광고를 볼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 카피를 만드는 것재활용도 중요하다는 것(사장된 카피가 다른 광고에서 빛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만든 카피들을 소중히 보관하는 것 모두 좋은 정보다가장 중요한 건 카피 만드는 걸 막연히 어렵게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그가 만든 카피들 중 어려운 말이 들어가 있는 건 없다우리가 늘 평소에 사용하는 말이다그런 말들을 목적에 맞게 끌어왔을 뿐이다마인드맵처럼 일단 생각나는 대로 많이 쓰고 나서 항목별로 나눈 후 의미가 약한 것들을 지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요즘 광고들을 보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할 때가 많다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사람은 했고나는 하지 않았다는 차이일 뿐이다앞으로 내가 만드는 작은 문구 하나라도도 생각을 담아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울림을 주는 문구들을 생각해 보고 싶다.



- 카피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입니다. 영어로 말하면 make가 아니라 search입니다.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늘 쓰는 말, 우리 곁에 늘 놓인 말 중에서 지금 내가 표현하려는 것에 딱 맞는 말을 찾는 것입니다. 여기저기 두리번두리번 살피다 ‘이거다!’하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그대로 들고 와 종이 위에 내려놓는 것입니다. 이게 카피입니다. 손이 아니라 눈으로 쓰는 것입니다. (117-118쪽)

- 가끔은 엉뚱한 헤드라인을 던져 소비자를 붙잡으십시오. 호기심을 자극하는 헤드라인은 바디카피를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듭니다. 헤드라인이 엉뚱할수록, 뚱딴지같을수록, 말이 안 될수록 소비자 시선은 그 광고에서 쉽게 도망치지 못합니다.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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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질서 - 노르웨이·핀란드 교육에서 배우다
안애경 지음 / 마음산책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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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11558559

 

  건축에 관심이 많은 둘째가 도서관에 반납해 달라고 하며 이 책을 내밀었습니다. 공부하는 틈틈이 재미있게 읽고 있던 책입니다. 핀란드의 교육이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던 나는 반납하기 전에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소리 없는 질서, 이 책의 제목은 노르웨이와 핀란드 두 나라의 교육을 잘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추운 나라라는 생각 때문에 쉽게 여행 가려는 마음을 잘 먹지 않는 나라들이라 그런지 거리감이 있고 신비해 보입니다. 핀란드의 자유로우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교육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있지만 노르웨이의 학교 이야기는 신선했습니다.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거리공연을 하는 아이들, 간호사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직접 휠체어에 타고 수업을 받는 학생들, 집보다 더 좋은 시설을 지닌 아름다운 친환경 학교 건물, 담장이 없이 마을을 위해 오픈된 학교 시설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핀란드는 생각했던 대로 노작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교사들은 잡무 없이 수업 준비에 전념하며, 식판이 아닌 도자기 그릇에 스스로 메뉴를 담고, 유리컵에 우유를 먹으며 우아한 식사예절과 조심성을 배웁니다. 일제식 수업, 담으로 가려진 교실들을 지닌 우리나라의 학교들과는 다르게 교실 벽이 유리로 되어 있고, 학생들이 저마다 컴퓨터를 이용해 스스로 공부하고, 교사들은 조력하는 그룹학습에 길들여진 핀란드의 아이들은 행복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노작활동을 좋아하는 아들이 학교에 갖춰진 여러 가지 도구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이유를 알았습니다.

  각 나라마다 처해진 환경과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다른 나라의 좋은 점을 받아들이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좋은 점들을 접목하기 위해 고려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킴이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와 언제든 학교를 이웃을 위해 개방하고,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칼을 바르게 사용할 수 있게 손에 쥐어 주는 그 나라들의 차이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남의 떡이라 더 커 보이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가장 부러운 것이 잡무에 시달리지 않는 교사들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각종 공문 수발과 행사 기획, 준비로 바쁜 우리나라 선생님들이 한편 대단해 보이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수업 준비만 하면 된다니 얼마나 깊이 있는 수업을 할 수 있을까요? 결과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 같습니다.

- 독창적인 디자인 안에는 분명히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이 있다. 학교로 들어가고 나가는 문들은 모두 개방된다. 학교 담을 쌓지 않는다. 학교가 사회 안에서 소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변 마을과 자연스럽게 연계성을 갖는다. 따라서 학교 주변에는 어떤 상업적인 시설도 들어설 수 없다. 건축 자재는 위생적이고 친환경적인 것을 사용한다. 에너지 자원 절약을 위해 열 효율성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추운 겨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오랜 전통이 적용된다. 큰 유리창을 내어 자연광선을 최대한 이용하고, 주변 자연 풍광이 그대로 투영되도록 설계한다. 공간을 활용하는 기능에서는 최첨단 시설을 갖추며 인테리어는 친환경적인 나무 자재로 마감한다. 노르웨이 학교 디자인에서는 밝은 색상을 과감하고 유희적으로 조화시키는 특징이 있다.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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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01-3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무에 시달리지 않는 교사, 눈에 들어오네요. 그 시간을 학생들에게 관심으로 돌려줄 수 있겠지요.

kelly110 2016-02-11 08: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실무사님들이 들어오면서 예전보다 줄긴 했어요^^
그래도 업무에 따라 일이 아직 많답니다*^^*
감사해요~
 
몽실 언니 - 개정판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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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11545525

 

 
 
 
   한국전쟁 당시 영상들을 보면 짧은 단발머리를 한 채 철퍼덕 앉아 망연자실 울고 있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누군가의 어머니, 또는 할머니로 자랐을 그 아이의 사진을 보면 함께 울고 싶어집니다. 이 책의 주인공 몽실이도 어린 나이에 너무나 큰 상처들을 경험합니다. 지금 태어난 걸 감사하기에는 마음 한구석이 너무나 저려 오는 당시에 살았던 수많은 몽실이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울컥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가진 재산을 모두 사회에 헌납하고 가진 것 없이 최후를 맞으신 고 권정생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이 책을 읽으며 어려움을 당하고도 오뚜기처럼 일어나던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들을 떠올렸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들마저 사랑할 줄 알았던 성자 몽실이는 아직도 우리들의 마음에 남아 울리는 감동을 줍니다.

 

  자신은 먹지 않고 동생을 먹이고, 자신을 욕하는 사람들에게 대꾸하기 보다는 그냥 피하는 어떻게 보면 너무 미련하기까지 한 그녀의 행동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건 당시 그런 삶을 살았던 우리 할머니들이 떠올라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나라 역사 중 가장 암울하고 힘든 시기 중 하나인 당시를 살았던 그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이 이루어 놓은 풍성함에 감사할 줄 알아야겠습니다.

 

  몽실이 만났던 인민군과 국군은 모두 우리나라 사람입니다. 물론 그들 중 생각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서로를 죽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따스한 마음을 지닌 같은 민족입니다. 전혀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남북한이 점차 교류하다 하나가 되는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물론 우리만의 노력으로는 가능하지 않겠지요? 북한에서도 고집을 버리고 더 늦기 전에 오픈마인드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는 몽실언니처럼 고생만 하며 평생을 사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해방이 되고부터 오 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우리는 아직도 우리의 갈 길을 바로 알지 못하여 나라가 두 동강으로 갈라져서 서로가 네가 옳으냐 내가 옳으냐 싸움만 하고 있습니다. 누가 옳은지 우리는 바른길을 알아야 합니다. 항간에 떠도는 말로는 미국을 믿지 마라, 소련에 속지 마라, 일본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떤 큰 힘이든지 남의 힘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소련의 힘을 의지하면 소련의 식민지가 되고, 미국을 의지하면 곧 미국의 식민지가 되고 맙니다. 일제 삼십오 년은 어리석은 우리 어른들이 일본의 힘을 의지하려다가 결국 나라를 송두리째 일본에 맡겨 버린 결과가 되었지요. 을사보호조약이란 게 바로 그런 못난 약속이었습니다. (67-68쪽)



- 난남이는 몽실의 튼튼한 어깨에 얼굴을 기대었다. 언니이면서 어머니 같은 몽실이었다. 갓난아기 때부터 암죽을 끓여 먹이며 키워 준 언니였다. 깡통으로 구걸해 온 밥을 먹지 않고 먹이며 키워 준 언니였다. 깡통으로 구걸해 온 밥을 먹지 않고 먹여 준 언니, 그 언니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난남의 핏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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