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 영혼이 쉴 수 있는 곳을 가꾸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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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04457947

 

  어린 시절 장난꾸러기,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아들이었던 헤세는 이후 여러 나라를 떠돌다 자신의 국가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스위스에 정착하게 됩니다. 그가 평온한 시간을 보낸 건 아마도 중년 이후가 아닐까 합니다.

 

  그가 가장 안정적인 시간을 보내는 동안 눈이 좋지 않아 좋아하던 글쓰기도, 그림도 오랫동안 집중해서 할 수 없어 정원에서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정원 일을 정말 좋아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세 들어 사는 집에서도 정원을 가꾸었고, 나중에는 집을 짓기도 했습니다. 여러 식물들의 이름과 손질 방법을 알고 있었고, 늘 정원가위와 주머니칼을 들고 다닐 정도로 즐기며 일을 했습니다. 그의 정원은 그림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외로운 타지 생활의 위로자가 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고향에 좀처럼 돌아가기 어려웠던 그는 자연을 고향 삼아 지냈는지 모릅니다.

  ​한동안 잘 나가던 그가 말년에 스스로를 가난한 문인으로 여기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느 축제 때 헤세의 밤을 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그는 사람들에게 헤세도 오느냐고 묻자 오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는 내용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왜 자신이 헤세라고 밝히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젊었을 시절 그가 썼던 시를 다른 사람들이 엉터리를 섞어 낭송하고, 노래한다면 낯 뜨거울 것 같기도 합니다.

 

  평화를 사랑했던 헤세, 제국주의 야욕에 동조하라는 국가의 요구를 거절했던 그는 전쟁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였습니다. 은둔 생활을 하며 세상으로부터 초연한 것처럼 보였던 그는 자연 속에서 삶의 기쁨을 찾았습니다. 힘든 노동 뒤에 오는 달콤한 휴식을 즐길 줄 알았던 사람입니다.

      

- 잠깐씩 여행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나는 매일 정원에서 몇 시간씩 보냈다. 수년 동안 해마다 땅을 파고 나무를 심고 씨를 뿌리고 물과 거름을 주고 과일을 수확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원 일을 직접 했다. 추운 계절이 되면 늘 정원 한 모퉁이에 불을 피워 놓고 잡초와 오래된 나무뿌리, 온갖 쓰레기를 태워 재로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내 곁에 있기를 좋아했고 자기들이 주워온 보릿대나 갈대를 불 속에 던지면서 그 불에다 감자나 밤을 구워 먹기도 했다. 한번은 내가 가지고 있던 주머니칼이 불 속으로 떨어져 손잡이에 불탄 자국이 생겼다. 그 자국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어 세상의 칼들을 모두 한데 섞어 놓더라도 그 자국을 보고 내 칼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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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인생미답 - 살다 보면 누구나 마주하는 작고 소소한 질문들
김미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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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02217143

 

 

  한동안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스타강사 김미경. 그녀의 책들을 여러 번 읽으며 도전을 받았는데 얼마 전 큰 사건이 터지면서 명성만큼이나 거대한 비난을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사건의 내막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공인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하는 의견과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립했던 기억이 납니다.

 

  50줄을 넘어선 그녀는 어쨌든 다시 일어났고, 더 강해졌습니다. 그 강함은 세파를 겪으며 더 넓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포용하는 부드러움에서 나옴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있잖아요로 시작하는 각각의 글들은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합니다. <<언니의 독설>>에 들어있었던 독기가 빠졌다고나 할까요? 훨씬 포용적이고 푸근한 느낌입니다. ‘그러면 좀 어때요?’ 하는 투로 다 괜찮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 같은 다독거림이 있습니다.

 

  상상하기 두려운 노년의 시간으로 향하는 징검다리를 걸으며 우리는 좌절하게 될까요? 오히려 지금의 내가 더 좋다고 말할까요? 김미경씨는 두 번째 자세를 택했습니다. ‘주름 좀 있으면 어때요? 아무나 못 만드는 훈장이예요.’하면서 말이죠. 일본어를 배우고, 남는 시간에 옷을 만드는 전직 피아노 강사 김미경. 누가 뭐래도 솔직하고 바지런한 그녀가 좋습니다. 나이를 이긴 그녀의 끝없는 도전을 응원합니다.

 

- 어느 날은 저한테 묻더라고요. 대표님은 내년, 내후년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구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런 계획이 없어요. 희망이 없다는 말하고는 달라요. 꼭 추진해야 할 무엇, 내년에 그걸 하기 위해 지금부터 이걸 하는 게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건 이런 거예요. 오늘과 가까운 미래가 뭐죠? 내일, 모레, 글피, 다음 주, 다음 달, 이런 건 오늘과 가까운 미래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오늘과 가까운 미래가 훨씬 소중하다는 걸 느껴요. 오늘과 먼 미래 있잖아요. 5년 후, 10년 후. 오늘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뭐가 올지 모른다고요. 그런데 오늘과 가까운 미래는 뭐가 올지 대충 예측을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오늘과 먼 미래보다는 오늘과 가까운 미래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거기에 집중을 한다, 그 말이죠.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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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락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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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99237015

 

  이번달 함께 읽는 책으로 정한 이 얇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시작했을 때, 책을 참 잘 정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군더더기 없는 우아한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중간을 넘어가면서 등장하는 동성애 성향을 가진 페긴(친구 딸)이 벌이는 낯선 일들의 적나라한 묘사에 잠깐 놀라기도 했다. 한 편의 연극 공연을 보는 듯한 짧은 소설이 강렬하다.

 

  한동안 무대를 주름잡던 연극배우 사이먼은 무력감에 시달리다 못해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아픔을 겪은 한 여성은 그곳에서 나간 후 소원하던 일을 이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할 궁리를 하던 사이먼은 난데없이 찾아온 친구 딸 페긴을 만나면서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키운다. 동성애자인 페긴을 변화시켜 남들처럼 평범한 노후를 보내고 싶었던 사이먼은 모든 것이 자신의 상상이었음을 깨닫고 나락으로 치닫는다.

 

  무대에서의 연기를 더 이상 하지 못하는 대신 자신의 인생을 연극처럼 마친 사이먼을 보면서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자신의 마음과 다르게 점점 고장나 가는 몸, 의지와 다르게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에 대해 좌절할 수밖에 없는 것이 보통의 사람들이다. 그가 만약 화려한 젊은 시절을 보냈을 경우 더 그럴 것이다. 왕성한 활동을 하던 헤밍웨이가 말년에 뜸한 것을 놓고 우울증이라고 생각하거나 엽총사고를 자살로 추정하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노년의 시절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몸이 아픈 것도,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지는 것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한 행복하게 지내려고 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과거를 회상하며 무능한 자신을 한탄하며 세월을 보내야 할까? 이 책에서 사이먼이 마지막으로 연기했던 체호프의 연극대본 <<갈매기>>를 읽어보고 싶다.

 

- "우리는 잃기도 하고 얻기도 해요. 전부 종잡을 수 없는 일이죠. 종잡을 수 없음이 지닌 무한한 힘. 반전 가능성. 그래요, 예측 불가한 반전과 그것이 지닌 위력이죠."



- 그는 그림을 그리는 자기 모습을 그렸다. 치료사가 그에게 무엇을 그린 거냐고 묻자 그는 대답했다. "정신이 망가져 제 발로 정신병원에 들어온 남자가 미술치료를 받으러 가서 치료사에게 그림을 그리라는 요구를 받는 그림이오." "그럼 사이먼 씨, 당신의 그림에 제목을 붙인다면 뭐가 좋을까요?" "그거야 쉽소. ‘젠장 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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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작가 수업 - 키웨스트와 아바나에서의 일 년
아널드 새뮤얼슨 지음, 백정국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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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99234019

 

  헤밍웨이가 살아 돌아와 하룻밤 함께 삶과 문학에 이야기를 나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가 살아있었을 동안 그의 작품에 반해 먼 길을 찾아갔던 사람이 있었다. 이 책을 쓴 아널드 새무얼슨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헤밍웨이처럼 걸작을 쓸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작가를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그는 글 쓰는 것 뿐 아니라 삶의 지혜와 철학을 배운다. 이 책은 그가 작가와 지낸 일 년 여의 생활을 쓴 것이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헤밍웨이는 낭만적이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할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다. 유명해진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 귀찮게 했을까? 아마도 처음에는 아널드를 그런 사람 중 하나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널드의 눈에 비친 순수한 열정을 읽어내고 자신의 곁에 둔다. 꿈만 같았을 법한 그 제안에 아널드는 그곳에 눌러앉아 헤밍웨이의 배에서 잠을 자며 그의 배를 지킨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헤밍웨이가 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는 내용을 받아 적기만 한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사실 글쓰기에 대한 내용은 이 책에서 아주 조금 그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은 그가 지인들을 태우고 배에서 지내는 이야기와 큰 물고기들을 잡는 내용이다. 그 속에서 작가의 인품이 드러난다. 자신이 데리고 있는 몇 명의 하인들을 대하는 진심어린 태도와 그들을 위해 많은 돈을 아낌없이 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인종차별의 시대이니만큼 흑인에 대해서는 평등한 시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획기적이었을 거라고 믿는다.

 

  이 책을 읽은 후 헤밍웨이의 말년에 자살로 추정되는 의문의 엽총 사고에 대해 알게 되었다. 대작가였던 그에게도 슬럼프가 있었으며 몇 주 동안 한 줄도 쓰지 못했던 시간들이 있었음을 그는 이 책의 대화문 속에서 고백하고 있다. 아널드는 이후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헤밍웨이는 그를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년의 아널드는 결국 바이올린을 켜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대작가에게 사사 받고도 글을 쓰다 마는 사람이 있고, 스스로 노력해서 죽을 때까지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글 쓰는 일에 재능이 있는지는 써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바이올린을 켤 줄 아는 아널드(그래서 나에게 더 친근했는지도 모른다)마에스트로라 부르며 아들처럼 다정하게 대했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상상하며 헤밍웨이에 대해 잘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된 것이 기쁘다. 물론 이 책에서 곳곳에 등장하는 글쓰기에 대한 보석 같은 멘트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 헤밍웨이가 권한 책들 (36-37쪽)

보바리 부인, 더블린 사람들(제임스 조이스), 적과 흑, 인간의 굴레,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토마스 만), 환호와 작별(조지 무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옥스퍼드 영시집, 거대한 방(커밍스), 폭풍의 언덕, 저 멀리 그 옛날에(허드슨), 아메리칸(헨리 제임스)



- 제발 생계를 위해 소설에 매달리지는 마. 통속소설 같은 사이비 작품을 쓰기 시작하면 다른 걸 쓰는 법을 절대 배우지 못해. 먹고살 만큼 돈을 모을 때까지만 하다가 좋은 작품을 쓰겠다고 생각하는 통속작가들을 나도 많이 알지만, 씨도 안 먹히는 얘기야. (86-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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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영역 기출분석의 절대적 코드
장진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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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98621927

 

  예전에 텝스시험을 대비해 공부를 할 때 여러 번 시험을 치면 유형을 알 수 있어서 실력도 실력이지만 시험 유형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은 기억이 납니다. 수능도 비슷한가봅니다. 그동안 출제되었던 수능 영어 문제들을 분석한 책이 나왔습니다. 문제집으로는 많이 봤지만 단행본은 처음 접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 유형들에 답하는 방법이 아주 자세히 나와 있어 고3인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영어공부의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읽고, 많이 듣는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장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1점을 더 올리는 것도 아주 중요하므로 자신이 아는 것을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런 유형 분석만으로 시험을 잘 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기본을 잘 다져놓지 않으면 그 문제가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는 데만도 시간을 많이 쏟게 될 테니까요.

 

  몇 년 전 미국으로 유학 간 박원희씨가 쓴 책에서 읽은 '시험기간에도 원서 읽기로 정한 저녁 1시간을 지키려고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 정도의 집요함과 끈기가 있어야 무슨 일이든 이루어낼 수 있겠지요? 수능을 앞둔 친구들일지라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목표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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