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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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89019861

 

  요즘 들어 캐주얼한 느낌의 책이 인기인 것 같다. 얼마 전에 히트 쳤던 이석원님의 책들을 비롯해 유명인이 아니어도, 특별한 일을 이루지 않아도 자신의 생활에서 느끼는 것들을 감각적이고 대중적인 책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아마도 블로그를 비롯한 다양한 SNS에 자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글쓰기 실력을 다지고, 생각을 많이 한 후 자신만의 느낌을 글로 엮어내기 때문이 아닐까? 국문학이나 문예창작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누구의 강요도 없이 책을 좋아했던 사람들, 사색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띤 글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클 것이다.

 

  이 책 제목이 너무 좋았다. 남들보다 부족해 보이는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조금 느릴 뿐이라고, 나만의 페이스로 잘 가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는 의미 같아 의연해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잘 하는 것이 있고 못하는 게 있다. 못하는 것만 가지고 자신을 비하하거나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사람이 행복감이 큰 것은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평범한 사람이 쓴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책을 읽고 나면 좋았든 싫었든 다음에 읽을 책을 생각하듯, 사랑도 여행도 이전의 만족도와 상관없이 다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과거에 얽매여 한탄만 하기보다는 다음은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희망적이다.

 

- "그래서 너는? 네 인생의 전성기는 언제였냐니까!?" 딴 생각에 대답이 늦어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어른들. "아직…… 안 온 것 같은데요?" 정적. 나를 빤히 보는 어른들 머리 위로 수많은 말풍선들이 떠 있는 느낌. 그리고 그 말풍선들은,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듯 느껴졌다. ‘역시, 너는 아직 젊구나!’ (75쪽)

- 무엇보다 여행과 사랑이 닮은 점은, 이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여행이 좋았든 나빴든,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우리는, 다시 여행을 꿈꾼다.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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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클래식 보물창고 19
찰스 디킨스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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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87521121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스크루우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구두쇠로 대변되는 그의 이름은 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해졌습니다. 이 인물은 찰스 디킨스에 의해 창조되었습니다. 영화 <마틸다>의 주인공 마틸다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디킨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의 책을 아직 많이 접하지 못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풍자적이고, 유머가 있어 읽는 동안 미소 짓게 됩니다. 얼마 전에 같은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보았는데 영화가 얼마나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천하의 구두쇠, 한여름에도 찬바람이 쌩쌩 불 정도로 얼굴 표정까지 굳어버린 스크루지는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함께 할 가족도, 기쁨을 나눌 친구도 없이, 게다가 자신이 외롭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돈을 지킬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말하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 같습니다. 그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할 리는 없겠지요? 자신의 직원의 노동력까지 착취하며 쥐꼬리만 한 월급을 줍니다.

 

  그러던 그에게 엄청난 일들이 일어납니다. 헛것이 보이고, 들리기 시작합니다. 오래 전에 죽은 동업자 말리가 쇠사슬을 쩔그렁거리며 나타나 겁을 주고, 또 다른 유령은 그를 과거와 미래로 데려가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최후의 순간이 다가올 것이고, 그 이후에 사람들이 어떻게 평할지 늘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라면 그와 같이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미래를 본 그는 새로운 사람이 됩니다.

 

  하루아침에 변해버린 그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은 처음에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사람이 갑자기 변하는 건 정말 드문 일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걸 본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디킨스의 유쾌한 개과천선 이야기입니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습니다.

 

- 오! 하지만 스크루지 그는 맷돌 손잡이를 틀어쥔 손처럼 인색하기 짝이 없는 구두쇠였으니! 쥐어짜고, 비틀고, 움켜쥐고, 박박 긁어모으고, 들들 볶아대는 탐욕스러운 늙은 죄인! 제아무리 쳐도 불꽃 한 번 너그럽게 일으키지 않는 부싯돌처럼 무정하고 날카로웠다. 굴처럼 속을 알 수 없으며 옹고집에다 독불장군이었다. 내면에 들어찬 차가움 때문에 스크루지의 늙은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뾰족한 코는 보기 흉한 매부리코가 되고, 뺨에는 주름이 지고, 걸음걸이는 뻣뻣해졌다. 눈은 벌겋게 충혈되고, 얇은 입술은 시퍼렇게 변하고,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약삭빠르게 입을 놀렸다. 얼음장 같은 서리가 스크루지의 이마에, 눈썹에, 억센 턱에 내려앉았다. 스크루지만 나타났다 하면 주변 기온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스크루지의 사무실은 삼복더위에도 찬바람이 쌩쌩 불었고,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눈곱만큼도 더 따뜻해지지 않았다.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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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처럼 써라 - 헤밍웨이, 포크너, 샐린저 외 18인의 작법 분석
윌리엄 케인 지음, 김민수 옮김 / 이론과실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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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87215034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을 신청했다가 너무 좋아서 구입을 했다가격이 높긴 했지만 강의 수강료라 여기니 생각이 바뀌었다이 책은 두고두고 나의 작법 안내서가 될 듯하요즘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리사이틀을 보러 다니면서 느낀 것이 많이 볼수록 뭔가를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비단 연주뿐 아니라 무대매너나 레파토리 구성그리고 관객들에 대한 배려까지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이 책은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그런 모델을 제시한다아무 것도 모르는 채 글을 쓰는 것보다는 대가들의 경험과 습관그리고 작법에 대한 것을 알고 쓴다면 글의 완성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이 책에는 발자크디킨스허먼 멜빌도스토예프스키카프카,로렌스포크너헤밍웨이오웰샐린저스티븐 킹을 비롯한 18명의 거장들의 글쓰기 방법이 나온다그들이 창작했던 장소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고그런 것들을 잘 활용해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지를 분석한 책이다그동안 여러 작법 책에서 보아온 것들이 한 권에 총망라 되어 있었다그 어느 책보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은 책이기도 했다.

 

  작가들 중 많은 이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장소나 시간에 대작들을 완성했다사이버 세계에서까지 늘 북적거려 세상과 차단될 겨를이 없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사람들이 카페를 찾아 글을 쓰거나 집을 떠나 외딴 곳에서 글을 쓰는 이유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정유정 작가는 사찰에 들어가 베스트셀러를 썼다그렇다고 직장 생활을 하고아이들을 키우는 내가 세상과 단절된 곳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단지 내 하루 시간 속에서 잠깐이나마 글쓰기를 위해 남겨두는 배려 정도면 족하다.

 

  내가 쓰는 글을 읽어보면 서스펜스가 없다이 책에는 서스펜스가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나는 내가 만든 등장인물이 너무 고생하는 게 마음이 아파서 그런지 덜 고생시키는 듯하다특히 등장인물이 다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건 아직은 못하겠다몇 년 후에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그 말은 내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뜻이리라내 책이고밑줄을 잔뜩 그어 두었는데도 굳이 또 본문 내용으로 옮긴 이유는 거장들의 뛰어난 비법들을 마음에 새기고자 함일 것이다.

  


- 작가로 성공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바로 사람들로부터의 격리와 집중이다. (29쪽)

- 디킨스가 소설 연재를 앞두고 몇 달 전부터 줄거리를 만들어 놓을 만큼 이야기 자체에 신경을 썼고, 그의 줄거리가 강력한 흡인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이전에 그는 인물 풍자에 관한 한 최초이자 최고의 작가라 할 수 있었다. (41쪽)

- 상상력을 끝까지 밀고 나가라. 특히 유머를 잃지 말고 터무니없는 상상과 풍자를 활용하라. (42쪽)

- 유머는 심각하기만 한 작품에 인간적인 요소를 집어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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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 없이도 끄떡없이 산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21
이병승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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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극이냐 비극이냐가 문학으로서의 성패를 가늠할 수도 있음을 요즘 들어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남편과 영화와 원작 책이 서로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에는 주인공이 사는데 책은 죽는다고 했더니 책은 죽어야지하는 것이었다. 왜 영화는 해피 엔딩이 먹히는데 책은 비극으로 끝나야 알아주는 걸까?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주인공을 고생시켜야 성공적인 작품이 된다니 작가들은 참 고약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사실 문학적 가치가 높은지는 모르나 적어도 나에게 참 깊이 다가왔다.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 자신의 높은 어휘력을 자랑하지도,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심연의 슬픔으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도 아닌데 그래, 그렇지 하며 공감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희망적이고 밝은 게 마음에 들었다. 살다 보면 앞뒤 좌우 모두 꽉 막힌 듯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헤쳐 나갈 수 있는 게 또 인생이니 자신을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너무 슬픈 시인들이 시를 통해 자신의 슬픔을 조금 덜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슬픔을 읽으며 이 사람도 그랬구나 하고 비슷한 슬픔을 가진 독자가 위로를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직은 희극이 좋다.

 

  이 시들을 읽다 보면 불꽃같던 청년 시절 사회를 향해 뜨거운 불화살 시위 한 번 제대로 당겨보지 못하고 어느새 평범한 중년을 맞이하는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보다 어쩌면 현재의 자신에 만족하는 소시민적인 우리들의 모습 말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상을 향하는 마음을 잊고 싶지 않은 작은 돈키호테로 남고 싶은 시인과 나.

 

- 야생(16-17쪽)
구질구질 비오는 새벽 한시
식당에서 내놓은 쓰레기 봉투를 뒤지던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젖은 털 사이엔 상처가 보이고
새끼를 밴 듯 서럽게 부푼 배
공격이나, 그냥 갈 거냐를 묻는 노란 눈동자
도망칠 것인지 말지를 가늠하는 몸의 자세
경계의 활처럼 휜 등뼈와
가시처럼 뭉쳐진 젖은 털
한 발로 누른 닭 뼈
순간, 물웅덩이는 아프리카 초원의 늪으로 변하고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밤 새워 일할 작정으로 야식거리를 사들고 가던
내 우산 위에는 배고픈 검은 독수리 몇 마리
앉아 있는 듯 묵직한데
튕기는 빗소리 둥둥둥 북소리로 아득한
도시에 겹쳐진 야생의 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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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덕혜옹주 (개정판)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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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84697737


  오래 전 이 책을 감명 깊게 읽고 조선 마지막 황녀에 대해 알게 되었다우리 민족의 흔적이 속속들이 남아있는 대마도 여행 때 그녀의 결혼 봉축기념비를 찾아 그녀의 삶을 되새긴 기억이 난다영화가 나온다기에 기다렸다가 기대 이상의 감명을 받았다영화에서 책과 조금 다르게 다루어진 부분이 있어 책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급작스럽게 바뀌어 가는 외세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유 없는 인생을 살았던 그녀의 가슴 속 응어리가 얼마나 단단했을까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를 떠나 일본으로 간 그녀는 학교에서도 괴롭힘을 당하고원치 않는 일본인과 결혼을 하게 된다그녀의 정신이 온전하다면 이상할 정도로 기구한 인생이다.

 

  영화에서는 극적 구성을 위해 김장한과 독립운동을 부각시켰다영화보다 책이 그녀의 삶을 더 처절히 비춘다영화에서는 복순이 한국으로 쫓겨 가지만 책은 일본에서 떠돌다 덕혜의 마지막 탈출을 돕는 것으로 나온다책과 영화 모두 실제 사실과는 다르겠지만 그로 인해 그녀에 대한 관심과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으니 큰 몫을 했다고 믿는다.역사 속 잊혀 가는 이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 양 귀인이 옹주를 끌어안았다. 머리채의 떨잠이 불안한 듯이 파르르 떨었다. 서늘한 바람이 두 사람의 곁을 훑고 지나갔다. (44쪽)

- 독립투사에게 가족은 죄의 근원이라 들었소. 가족 때문에 전향하고 동료를 배반한 사람이 부지기수요. (89쪽)

-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3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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