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 코미디언 무어 씨의 문화충돌 라이프
이안 무어 지음, 박상현 옮김 / 남해의봄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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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기에 관한 책에서 얼핏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책 제목을 적어 두었었는데 즐겨 가는 도서관에 이 책이 있어 데리고 왔다영국과 프랑스에서 왜 왔다갔다 하며 살았던 것인지 궁금했고 둘 사이에는 어떤 문화적 차이가 있을지도 알아보고 싶었다생각보다 두꺼운 책이었는데 내부의 본문 글씨가 파란색이어서 독특했다사실 나로 인해 이번 달 인문학 모임에서 함께 읽을 책으로 정하기도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중간에 읽는 걸 멈출 뻔했다. 유럽 스탠드업 코미디를 이해하기 어려운 아시아인이랄까? 동물이라는 범 세계적 주제가 주를 이루는 중반 이후부터 웃기고 재미있었다.

 

  영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저자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연을 하느라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장거리 운전에 지친 그는 이사를 하기로 하는데 공연 끝에 지친 몸을 평화롭게 쉬게 할 수 있는 아내 나탈리의 친정이 있는 프랑스 시골의 집을 찾아냈다영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이다계약 후 갑자기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어렵게 들어오긴 했지만 영국 가는 저가항공이 있는 세 군데의 공항에서 각 한 시간 반 거리의 그곳에서의 새로운 출발에 단꿈을 꾸고 있었다하지만 시골 생활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동물을 사랑하는 아내 나탈리가 그녀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남자 아이 셋에 개고양이토끼(일찍 죽긴 했지만)까지 키우게 된 그는 집에 오는 것이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노동의 시작임을 알게 된다.

 

  그는 영국 '모드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데 모드족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 검색해 보니 패션에 민감하고 음악에 관심이 많은 조금 이전 세대를 이르는 말이고 단지 패션이나 음악 뿐 아니라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하나의 문화임을 알게 되었다그는 길에 다닐 때도 농장 일을 할 때도 멋진 차림을 고수하길 좋아한다깔끔한 그의 성격과는 다르게 수더분한 아내는 집에 함께 있어도 얼굴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동물 가족을 돌보느라 바쁘다그는 서서히 시골 생활에 적응하게 되고심지어 아내가 3주간 집을 비운 동안 혼란은 있었지만 아이들과 동물들을 훌륭히 건사하기도 한다.

 

  사실 앞 부분을 읽는 동안은 내용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영국인으로 느낀 프랑스 문화에 대해 쓴 것이지만 나에게는 영국도프랑스도 익숙하지 않은 문화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스탠드업 코al디라는 장르도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인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어떤 것인지 모르고영국이나 프랑스나 나에겐 모두 외국인 그곳의 차이점도 잘 모르는 나는 문화 이야기가 어렵게 느껴졌다하지만 중반 이후를 지나면서 이야기의 상당 부분이 동물 농장이 된다문화보다는 프랑스 시골에서 동물들과 공생하는 법에 대한 내용들이 나열되는데 그의 생활이 너무 웃기고 재미있어 피식피식 웃으며 읽었다그 부분은 책장도 잘 넘어갔다심지어 이런 곳에서 나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뱀과 두더지가 나오더라도 말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의 사진과 짤막한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다책 읽는 동안 궁금했던 것이 조금은 해소되었다마음씨 좋은 아내는 상상했던 것처럼 후덕한 인상이었고, 생각보다는 얌전한 저자의 옷차림이 단정하고 패셔너블했다꽃이 만발한 집은 너무나 아름다웠다이 책을 읽고 잠시나마 농가 주택을 검색해보기도 했다시골에서 사는 삶이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꼭 해 보고 싶다책을 출간할 당시 그곳에서 산지 11년 되었다고 했다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영국인이 느끼는 프랑스 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동물들과의 해프닝에 미소 짓게 되는 책이다.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5426585



- 프랑스의 의료체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들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아프면 언제든 의사를 볼 수 있고, 그런 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수술할 때 얼마의 돈을 내는 것도 전혀 아깝지 않다. 현재 프랑스의 진료비는 22유로이고, 그나마도 나중에 돌려받는다. 그래도 22유로를 받는 이유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프지도 않은 사람들이 의사랑 잡담하러 병원에 오기 때문이다. ... 불쌍한 영국의 의료체계는 의료서비스가 무조건 무상이어야 한다고 믿는 국민들의 기대로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영국에서 완전한 무상 의료 서비스는 지속 불가능하다.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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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Wild - 송인섭 교수의 AI시대의 감성 창조 교육법
송인섭 지음 / 다산에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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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몇 개월 전 학교 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했던 책이다한동안 다른 분이 빌려갔었는지 안 보였는데 이번에 AI 수업을 준비하는 중이어서인지 눈에 띄어 얼른 빌려 왔다좋든 싫든 우리는 로봇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거부하거나 비판만 한다고 그런 날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이 말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에도 기존의 방법을 답습할 것이 아니라 엄청난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우리는 코로나 19라는 특수 상황에 직면하면서 의도치 않게 그 시대를 빠르게 맞이하게 되었다학교 현장은 처음에 엄청난 혼란의 연속이었다아이들의 등교가 미뤄지고선생님들은 온라인 개학이라는 사태를 맞게 된다줌이나 온라인 수업 기반이 아직 익숙지 않았던 우리 학년은 시작을 카카오 라이브톡으로 했다아침 조회를 단톡 방에서 라이브톡으로 하고아이들의 반응을 대화창 메시지로 받았다하지만 그것도 우리에겐 신선한 충격이었고아이들도 새로운 방법들에 적응을 해 나갔다하지만 라이브톡으로 수업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영상을 만들거나 링크를 공유해 아이들의 학습을 유도했다하지만 확인할 방법이 많지 않았던 선생님들은 사진으로 과제를 받는 일로 하루를 보냈다올해의 학생들은 작년을 겪었기 때문에 기기적 결함이나 학습 기기가 없어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작년에는 과도기여서 부모님의 핸드폰을 빌려 과제를 제출하는 일도 있었고옆반 아이들 몇 명은 1학기 말부터 시작한 줌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시간을 늘려 가며 줌 수업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줌으로 수업하는 노하우를 쌓아가게 된 것이다아이들은 자유시간이 많아지면서 자기 주도 학습이 엄청나게 좋아지거나 자유시간을 게임으로 채우며 나태해지기도 하는 걸 보았다


  이런 시대를 맞은 우리는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어쩌면 온라인 수업을 등교 수업과 병행하게 될지도 모른다불편한 점도 있지만 분명 장점도 많기 때문이다아이들은 집에서 자율적으로 공부 계획을 세워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단순 암기보다는 자유롭게 검색하거나 책을 읽는 시간사색하는 시간을 통해 통찰력을 키워 갈 수도 있다물론 학교는 아이들의 개인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으로 살아갈 미래는 지금의 직업 중 없어지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 이야기한다지금 암기 위주의 공부나 주입식 수업을 통해 배운 지식은 나중에 사용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학교나 학원에서 남들도 다 하니까 하는 공부보다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책과 경험을 통해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 미래 사회의 인재가 되기 위해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그러기 위해 입시 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하겠지만어쨌든 앞으로는 좋은 대학을 나와 튼튼한 평생직장에 취직할 생각을 하는 건 무의미해질지 모른다그렇다고 공부하는 것 자체를 멈춰서는 안 된다공부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컴퓨터처럼 외워서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는 인재가 될 수 없다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며특히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앞으로 개인 공부보다 소그룹 활동을 많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요즘 줌 수업 중 적어도 한 번은 소그룹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처음에는 어색할지 모르나 소수의 모임에서 의견을 내고 친구들의 말에 경청하며 하나의 결과를 이루어가는 과정은 아이들의 사회지수나 감성지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다중지능 이론에 의하면 아이들은 저마다 높은 지수를 가진 분야가 있음을 알게 된다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누구나 가진 지능 중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 분야에 재능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저는... 을 못해요.'하고 말하는 학생들에게 우리는 누구나 그 분야의 지능도 가지고 있음을그리고 개발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음을 말해 주고 자신감을 갖도록 해 주어야겠다그리고 어느 한두 분야가 두드러질 때 그것을 더욱 잘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줄 경우 다른 분야로도 전이됨을 기억해야 한다교육적 자극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다중지능을 발전시키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은 교사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


  책에서 나온 한 실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두 팀으로 나누어 그들이 이룬 성과에 대해 한 팀은 '똑똑하다'라고 칭찬을 하고또 한 팀은 '열심히 했다'라고 칭찬을 했다다음 과제에 당면했을 때똑똑하다는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또 그 말을 듣기 위해 능력보다 쉬운 문제를 선택해 해결하고자 했고열심히 했다는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보다 어려운 문제를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교사로서 앞으로 아이들을 칭찬할 때 마음에 새겨야 할 내용이다아이들의 장기적인 발전과 능력 향상그리고 동기유발을 위해 '똑똑하다'보다는 '정말 열심히 했음'을 칭찬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AI 시대에 각광받을 아이들의 감성과 창조성로봇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희소성을 찾아낼 수 있도록 아이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자신감을 키워주어야 한다자생력을 가진 아이들이 저마다 미래의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스스로 동기를 불러일으키도록 교사와 부모는 관찰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로봇과 공생하며 로봇으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풍성한 삶을 누리는 사람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 팟티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cast/206415



- 존 듀이가 주장한 경험 교육은 다른 교육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며 전인교육으로 발전했다. 전인교육이란 인간이 지니고 있는 모든 자질을 전면적으로, 또 조화롭게 육성하려는 교육을 말한다. 인간은 신체적, 지적, 정의적, 심리체동적 특징 등 여러 요소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전체를 이루는 존재다.... 학습자가 갖고 있는 모든 자질을 조화롭게 육성하려는 전인교육을 달리 표현하면 아마도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변화나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전인적 특성을 만드는 교육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격동의 변화를 대처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그렇다. 전인교육은 어떠한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말하는 ‘자생력‘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교육이다.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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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난생처음 시리즈 4
이경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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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가끔 받는다올해 목표가 출간이라는 걸 어떻게 안 건지 출판이나 책에 관한 책들을 보내주시기도 하는데 이 책도 제목만 보고 앞뒤 가릴 것 없이 바로 감사하다는 답신을 보냈다이삼 일을 기다려 책을 받았는데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와 표지 그림도내지도 마음에 들었다출판사 이름마저 예뻤다그동안 '난생처음시리즈를 출간해 왔다는 걸 알고 나도 '난생처음 바이올린'을 이 출판사에서 출간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평범한 직장인엄밀히 말하면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는 고졸 사원이지만 그는 젊은 시절부터 글을 써 왔다악필인 그에게 키보드와 PC통신은 글쓰기에 날개를 달아주었다낯선 여성과의 대화로관심 있던 랩 음악에 대한 글로 글쓰기의 지평을 넓히던스스로 가방 끈 짧다 여기던 그가 어느 날 한 대학 교수에게서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에세이를 쓸 결심을 하게 된다이후 한 작가와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첫 소설을 집필한다예순여섯 군데의 출판사에 투고를 한 후 출판한 첫 책과 이어 나온 골프 에세이그리고 세 번째로 출간한 것이 이 책이다유난히 출판인들의 글을 찾아 읽는 작가의 의도가 궁금했다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듯 그는 출판사 대표나 편집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그들의 저작을 통해 심리를 파헤쳐 왔다그래서인지아니면 그의 글솜씨가 천재적인 것인지그것도 아니면 운이 좋은 것인지 길지 않은 기간에 세 권의 책을 출간했다니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본인은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요즘 시대에 그의 앞길이 구만리나 다름없다앞으로 또 어떤 책들을 줄지어 출간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유머 사이트에 글을 쓰기도 했다는 저자의 글은 웃음을 띠게 만든다특히 마지막을 공들여 웃음 코드를 넣었다는 그의 말처럼 앞 장들에 비해 네 번째 장에 웃음의 요소가 많았다글을 주로 회사에서 쓴다는 말을 보고 회사에서 알게 되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버지 회사였고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평생 보장된 직장이긴 하지만 그는 하루빨리 전업작가가 되기를 바란다아마 부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글만 써도 먹고살 수 있기를 바랄지 모른다글 쓰는 일은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즐거움이기도 하기 때문에 즐거운 일을 매일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나 역시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재즈가 흐르는 집 근처 한적한 카페로 향한다누가 시킨다고 할 일이 아니니까책 읽고 글 쓰는 순간이 기쁨이니까.

 

  요즘은 블로그를 기반으로 브런치와 클리앙에 글을 쓰고 팟티에 책 리뷰를 녹음해서 올리고 있다하나의 콘텐츠를 우려먹는 방법이긴 하지만 조회 수가 조금씩 늘어나는 걸 보는 것도가끔 달리는 댓글도 즐거움이다. (이 책을 통해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책 홍보 글도 올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어떤 책에서든 배우는 게 있다.) 무슨 영화를 누리자고 이 고생을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이걸 하지 않으면 또 무엇을 하겠는가요즘은 글쓰기와 바이올린 연습으로 나의 여가시간이 채워지고 있다원래는 바이올린 연습 모임과 연주로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게 일상이었는데 코로나가 나를 두 가지에만 집중하도록 만들고 있다.

 

  저자가 스스로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글 쓰는 솜씨를 보면 많이 배운 사람처럼 느껴진다가방 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어차피 평생 배우는 것이 삶인 것을대학 졸업 후 책 한 자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보다 매일 책 읽고 글 쓰며 자신을 연마하는 사람이 더 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앞으로 저자의 행보가 기대된다나도 언젠가는 티라미수 출판사와 인연을 맺기를 기도하며 혼자 상상의 이불을 덮고 단꿈을 꾼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느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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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그리어 헨드릭스.세라 페카넨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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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서평 제의를 받고 제목을 보니 내용이 궁금해져 선뜻 읽어보고 싶다고 답을 보냈습니다책을 받고 보니 469쪽이나 되는 꽤나 두꺼운 책이었습니다. 이삼 일 바쁘기도 하고읽고 있던 책도 있어 두었다가 비 내리는 토요일 하루 종일 앉아 끝까지 읽었습니다솔직히 중간에 끊을 수 없을 정도로 뒤가 궁금했습니다아침 산책길에 들고 나갔다가(산책길을 느리게 걸으며 책을 읽는 게 요즘 취미입니다책이 너무 무거워 앞부분만 조금 읽고는 옆구리에 끼고 걸었습니다돌아오는 길벤치에 앉아 다시 읽었는데 시작부터 큰 사건과 함께 급속도로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뉴욕 33번가의 지하철역 바로 앞 열차를 놓친 셰이는 자신과 함께 남은 한 수상한 남자를 피해 다른 여성 쪽으로 걸어갑니다그녀의 도움을 받고자 했던 셰이는 돌연 선로로 뛰어드는 그녀를 보고 기겁합니다낯선 남자로부터 보호 받기 바랐던 여자는 오히려 자신이 보호해 주었어야 했던 사람인 것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게다가 붙잡았다면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상황이라면 그 트라우마를 견디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경찰로부터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된 셰이는 그녀의 집에 찾아다가 우연히 추모식에 참여하게 됩니다이미 그곳에는 셰이를 기다리는 카산드라와 제인 자매를 비롯한 친구들이 있었지요외로운 도시 뉴욕에서 짝사랑하던 하우스 메이트 션을 다른 여성에게 뺏기고직장마저 잃은 임시직 프리랜서이제는 남의 자살까지 목격한 셰이에게 그 고독감은 더했을 것입니다그런 그녀에게 나타난 멋지고 친절한 카산드라제인 자매는 어쩌면 구원자처럼 느껴졌을지 모릅니다계속된 우연은 운명이라 여기게 되었고자신을 반기는 그들에게 서서히 의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소심하고의기소침하고트라우마에 지쳐 상담까지 받으러 다니던 셰이는 새로운 기회가 왔음을 직감합니다.

 

  400쪽이 넘는 이 책을 하루 만에 읽은 것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하는 흡인력 덕분일 것입니다각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설득력있게 들려줍니다뉴욕 곳곳의 풍경이나 도시 분위기그리고 등장인물의 외모나 심리 묘사가 뛰어납니다곳곳에 혀를 내두르게 하는 반전까지 재미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셰이가 데이터북이라는 두꺼운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기록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통계 수치로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을 가진데다가 기업들이 제품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데이터를 분석하는 그녀의 숫자 기록 역사는 열한 살로 거슬러 올라갑니다그녀의 데이터북’ 기록의 일부로 시작되는 각 장의 첫머리가 그 장의 내용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합니다출처를 밝히지 않은 그 기록들에는 어느 정도 사실을 바탕으로 픽션이 가미되었음을 저자는 말합니다.

 

  최근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100명 중 한 명꼴로 그런 성향을 가졌고그 중 가정환경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이 책 속 인물들도 어린 시절 고통스러운 기억을 갖지 않았다면 그냥 평범하게 살았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사실 그들의 일탈에는 이유가 있습니다그 내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머지않아 그들은 극악무도한 인간들을 이곳저곳에서 목격하기 시작했다이 세상에는 끔찍한 악행이 너무도 많이 벌어지고 있었다왜 가해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계속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는데무고한 사람들은 고통 받아야 하는가?”(316법을 피해 악행을 저지르는 이들에 대한 복수 부분에서 선과 도덕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여러 인물 각각의 특징과 모자이크 같은 사건들의 짜 맞춤은 한 명이 하기에는 무척이나 어려운 작업일지 모릅니다실제로 저자인 세라 페카넨과 그리어 헨드릭스는 작가와 편집자로 만나 오래 함께해 온 20년 친구이자 동료라 합니다이들이 쓴 다른 소설 <우리 사이의 그녀>와 <익명의 소녀>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422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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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신경썼더니 지친다 - 섬세하고 세심한 사람들을 위한 실전 안내서
다케다 유키 지음, 전경아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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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귀여워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받아 읽어보았습니다예민하기도때로 무던하기도 하다고 생각했는데 스물 세 항목 중 11(12개가 기준)가 저에게 해당되는 걸 보니 예민한 편에 속하나봅니다.

 

  이 책에서는 예민하다는 말보다는 섬세하다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고 있는데 비슷한 말이어도 어감이 완전 다릅니다섬세한 사람은 작은 소리에도 신경 쓰고, 특정 냄새를 견디기 힘들어할 수 있으며 상대의 말을 오해하거나 곱씹는 등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배려심이 많고, 변화를 잘 알아차리고 도덕적이고 작은 것에 감동 받는 등 좋은 점도 정말 많습니다중요한 건 스스로를 잘 챙겨야 한다는 것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레이더를 세우기보다 가끔은 자리를 뜰 줄도 아는 자기배려도 필요합니다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도 있습니다.

 

  예민혹은 섬세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성향을 알고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합니다자신이 후각시각촉각청각미각 중 어느 것에 특히 민감한지 알 필요도 있습니다생각해 보면 저는 청각에 좀 민감한 것 같습니다아마도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이 조금은 그런 성향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바이올린 연주자들 중 예민한 분들이 많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카페에서 내가 아는 노래가 나오거나 가사가 들리면 책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귀마개까지 할 건 아니지만 그럴 땐 가끔 빗소리 영상을 틀어놓기도 합니다.

 

  책을 읽고 예민한 성향인 사람 본인은 괴로울지 모르나 소설(특히 1인칭)의 훌륭한 등장인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무언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관찰하고세밀하게 느끼고상대의 생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난 소설의 한 장면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만약 예민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주변의 세심한 이들에 대한 배려심을 갖기 위해 그들의 성향을 알아둘 필요도 있습니다소리에 민감한 이를 위해 TV 소리를 낮추거나 시각에 예민한 분을 위해 집을 정리하는 일촉각에 민감한 자녀를 위해 부드러운 재질의 옷이나 이불을 장만해주는 일도 포함됩니다특히 예민한 이들이 나를 너무 배려하느라 힘을 소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주는 마음을 갖는다면 소중한 관계를 오래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이 섬세한 사람이라면 머리를 너무 많이 쓰기보다 단순 작업이 맞을지 모릅니다멀티태스킹보다는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해치우고느리지만 꼼꼼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잘하지 못하는 걸 하면서 힘을 소진하기보다는 물 흘러가듯 매사 순조롭게 맡길 필요가 있습니다그리고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망가는 것을 비겁하게 생각지 말아야겠습니다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일입니다.

 

  주변 섬세한 분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입니다작은 일에도 감동을 느끼는 섬세한 분들이여, 파이팅!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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