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에 빠지다 나의 문화 교과서 1
허영한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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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에 관심을 있지만 쉽게 관람 기회를 잡기 어려웠는데 오페라 음악에 대해 작년에 강의를 들으면서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를 지금까지 두 편정도 봤는데 미리 공부하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감동이 크지 않았던 것 같아 앞으로 오페라를 볼 기회가 있으면 미리 그 오페라와 작곡가에 대해 알아보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긴 하지만 오페라 초보인 나에겐 아주 유익한 책이었다. 이 책은 오페라 감상의 기초, 오페라 감상법, 그리고 명작 오페라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내가 봤던 오페라 카르멘도 소개되어 있어 반가웠고 내가 미리 이 책을 읽고 갔다면 그 감동이 더 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오페라의 장면과 대사의 일부 그리고 줄거리가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어 이해가 쉽다. 여기에 소개된 오페라에서 사용되는 음악도 들어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천재 모차르트가 작곡한 <<요술피리>>가 보고싶어졌다. 그 음악과 극의 어우러짐을 느껴보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나비부인>>도 너무 보고 싶다. 예전에 본 뮤지컬 미스 사이공과 비슷한 내용이라고 하는데 오페라에서는 그 애절한 사랑이 일본을 배경으로 어떻게 표현해 냈는지 궁금해서이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싶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

1. 어린 사랑 <<사랑의 묘약>> -가에타노 도니체티

2. 젊은 사랑 <<라 보엠>> -지아코모 푸치니

3. 사랑과 미움의 대결 <<마술피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4. 순수한 사랑의 승리 <<시빌리아의 이발사>> -조아키노 로시니

5. 사랑과 희생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가에타노 도니체티

6. 아버지와 딸 <<리골레토>> -주세페 베르디

7. 아버지와 아들 <<라 트라비아타>> -주세페 베르디

8. 동양 여인의 사랑 <<나비부인>> -지아코모 푸치니

9. 치명적인 사랑 <<카르멘>> -조르쥬 비제

10. 사랑을 모르는 여인 <<투란도트>> -지아코모 푸치니

 

---본문 내용---

-브라보! 브라보!

 오페라에서 성악가의 노래 끝에 외치는 '브라보(bravo)'는 이탈리아어로 우리말의 '멋지다'에 해당한다. 여자 성악가에게는 '브라바(brava)'라고 해야 한다. 둘 이상의 성악가에게는 '브라비(bravi)'라고 한다. 단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브라보를 외치는 일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래가 끝나면 잠시 감동의 여운을 음미한 다음 열광적친 박수를 보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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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창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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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이웃 테츠쇼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도키오>>. 3월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게 해 준 소설이다.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책이었다. 세상에도 없는 병명을 만든 작가의 발상처럼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의 아들의 영혼이 20년 전 아버지의 청년시절에 가사상태의 다른 사람의 몸을 입고 찾아가 한탕주의에 빠진 아버지의 출생에 얽힌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다니며 아버지의 사라진 애인을 찾기 위해 온갖 모험을 한다는 황당하기까지 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읽는 동안 모든 게 실제 상황인양 그들의 모험 여행을 따라 가슴 졸이며 읽어나가게 되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를 변화시키는 아들. 너무 멋진 도키오. 실제로는 몸이 점점 굳어져 죽어가는 유전병에 걸렸지만 과거로 간 그는 너무 완벽하고 착한 아들이다. '이런 아들이 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갖고 있었던 일본 작가에 대한 편견을 살짝 깨게 되었다. 소설 중간중간에 나오는 일본사회의 퇴폐문화와 평범하고 바른 일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일본의 사회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시간여행의 앞뒤를 맞춰 나가면서 예전에 보았던 '백 투더 퓨처'를 떠올려 비교해 보기도 했다. 이 소설의 작가가 사회의 병든 부분을 치유하고자 하는 생각을 거부감 들지 않게 작품 속에 녹여 놓았다는 것을 느끼고 참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 번 주장하는 것을 듣는 것보다 소설을 통해 접하는 밝은 사회 만들기는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은 건 처음인데 앞으로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이런 작품을 써 보고 싶다.

 

 

 

 

 

----본문 내용----

 

  "지금 시대는 궁상을 떨어봐야 나만 손해야. 허풍이든 뭐든 좋으니까 큰 건수에 승부를 거는 놈이 이기는 거야."

  "하지만 인생은 돈이 다가 아니잖아요."

  "무슨 소리야? 마지막에는 돈이라고. 그래서 일본이 전쟁 뒤에도 밑바닥에서 다시 일어선 거 아냐? 외국 놈들은 일본인을 갖고 토끼장 같은 집에 산다느니, 일벌레라느니 지껄인다지만 그거야 단순히 패자의 시샘이지. 그런 놈들은 돈다발로 따귀를 갈겨주면 돼."

  다쿠미의 말에 도키오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러고 나서 다시 창을 내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런 기세로 일본인은 전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벌어들일 거예요.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은. 경기가 좋아져서 모두들 다투듯 사치를 부리게 될 거라고요. 축제 분위기로 들뜨겠지요. 하지만 그 뒤에는 뭐가 남을 것 같아요?"

  "뭐가 남느냐고? 그렇게만 되면 만만세 아냐?"

  도키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꿈이라는 건 항상 어느 순간 갑자기 깨어나는 법이거든요. 거품이 꺼지듯이 말이죠. 부풀대로 부풀었다가 툭, 하고 터지면 그걸로 끝. 그 뒤에는 허무함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성실하게 소박하게 쌓아올린 것이 없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의지가 되어주는 게 없어요. 그때 일본인은 깨달을 거예요."

  "뭘 말이야?"

  "자신들이 잃은 것들에 대해. 앞으로 10년 남짓 지나면 누구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거예요. 그중에는 아까 다쿠미 씨가 말한 '인정'이라는 것도 포함될 거고요."

.

.

.

 

  언젠가 도키오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미래에서 왔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게 가장 적절한 대답 같다는 생각도 든다. 미래에서, 형편없는 아버지를 도와주러 나타났다... 참 그럴 듯한 이야기다.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 생각했다.

  뭐, 어때, 이 녀석이 누구인지는 언젠가 본인의 입으로 털어놓게 될 것이다.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분명한 건 이 녀석과 같이 있으면 자신이 조금씩 변해간다는 사실이다. 물론 바람직한 방향으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다쿠미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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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 산다는 것 - 우리 시대 작가 17인이 말하는 나의 삶 나의 글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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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블로그 이웃의 추천을 보고 도서관에 가서 검색했을 때의 기쁨이란.. 그런데 제목도 눈의 띄지 않는 이 책의 겉표지를 보라. 추천 받지 않았다면 내가 10년을 이 도서관을 다닌들 발견할 수 있었으랴? 새삼 이웃분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는 17명의 내로라는 소설가들의 짧은 글이 들어있다.

 

  작품들이 낯익은 김경욱씨는 작자, 화자, 주인공 그리고 독자의 관계를 썼고, 역시 청소년 소설로 익숙한 김애란씨는 대학시절 처음으로 제대로 된 책을 접한 이야기로부터 발전하는 책읽기와 그녀의 사고의 자람을 엿볼 수 있게 썼다. 내겐 익숙하지 않은 김연수씨는 그의 인생에서의 음악의 비중과 음악에서의 접었던 꿈을 소설을 통해 펼친 이야기를 적었다. 김인숙씨는 북경에서 신채호 선생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근대문학 연구학자들과 함께 다니며 퍼즐을 맞추듯 그녀의 생각의 조각들을 맞춰보려 한다. 너무 생소한 김종광씨는 겸손하게 그의 소설을 발췌해 가며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비평하며 더 나은 소설을 쓰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김훈'에서 잠깐 멈췄다. 그 역시 겸손한데다 3인칭으로 세상에 없는 인물을 창작하는 어색함과 두려움을 잘 나타냈다. 나도 그부분이 참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이렇게 유명한 작가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걸 알고 위안이 되었다. 개구쟁이같은 박민규씨는 심심하고 무료한 일상을 다양한 소재를 엮어 이야기하다가 결국 소설을 쓰기로 결론을 내린다. 참 싱겁기도 한데 웃음을 자아내는 그의 핑퐁같은 소재 건너뛰기가 재미있다. 서하진씨는 평범한 일상 가운데서 심하게 두려웠던 기억같은 홀로 있었던 일들이 소설을 쓰는 힘이었다고 고백한다.

 

  생물학을 포기하고 글을 쓰게 된 심윤경씨는 그녀의 늦깎이 작가의 인정받기까지의 오랜 기다림을 적었다. 어떻게 보면 그녀가 말한 것처럼 헤어나올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글짓기의 마력에 빠진 중독된 사람들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갑자기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윤성희씨는 자신이 쓴 소설을 쓸 당시의 생각들을 적었는데 늘 '만약에', '왜?', '과연?'이란 질문을 쓰는 내내 스스로에게 한다는 아이디어를 적었다. 윤영수씨는 소설가로서 작품을 낸 뒤에 느끼는 후회와 자책감 등 실제적인 소설가의 애환을 잘 드러내 주었고, 이순원씨는 그간 자신이 써 온 소설의 배경이나 당시의 생각들을 쭉 적었다.

 

  이혜경씨는 학창시절 책읽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을 떠올리며 책 읽기가 그녀의 삶을 알차게 만든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전경린은 소설을 시작하기까지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며 1/3을 넘기기 시작하면 뭘 하든 그 소설 생각만 하며 어떤 때는 누웠다가도 몇 번이고 일어나 쓴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그녀가 한 '소설은 자신이 잘 아는 것으로부터 모르는 것을 향해 간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시작은 내가 하지만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며 나를 이끄는 그 느낌을 나도 가져보고 싶다.

 

  허성란씨는 어린시절 한글을 막 뗄 무렵 한때 출판사를 전전했던 아버지를 통해 당시에는 귀한 올컬러 <<세계어린이명화>>를 접하면서 그 그림 속의 인물들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걸 통해 그녀의 사고와 생각을 깊고 넓게 펼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그 책 하나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녀의 능력이 참 대단해 보였다.

 

  한창운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섬에 잠깐 머물다 남편을 두고 섬을 떠나기로 결정하는 동네 주민의 대화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은 세상의 축소판인 섬에서의 생활과 주민이 한 명 줄어드는 데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그녀의 여정을 상상하는 면이 재미있다. 섬에서의 단순한 삶과 그 속에서 묻어 나오는 외로움 등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함정임씨는 그녀에게 소설을 위한 영감을 주는 것들을 기록하며 사소하게 지나는 모든 것들이 글감이 됨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들은 크든 작든 자신을 글쟁이로 만든 계기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린시절 책방을 하시던 부모님으로 인해 책과 함께 자라거나 바닷가에서 외로움을 달래거나 책 하나가 계기가 되거나..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고독을 글로 승화시킨다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소설가나 작가 자신에 대한 글을 읽으면 고독이 느껴진다. 철저히 혼자만의 창작의 시간.. 물론 글을 쓰기까지 누구를 만나거나 어딜 갈 수는 있겠지만 글을 쓰는 동안은 철저히 혼자가 된다는 사실..

 

 

---본문 내용---

 

김훈: 나는 3인칭 주어를 거의 쓰지 못한다. 나는 그것이 무섭고 낯설다. 가끔씩 3인칭 주어를 끌어다놓고 문장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3인칭 주어를 뒷받침할 만한 술어를 찾아내기란 대체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쓴 3인칭 문당은 그 허우대만 3인칭일 뿐 결국은 1인칭에 불과하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하는 수 없이 원고를 편집자에게 넘긴다. 이게 아니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무엇인지는 알기어렵다. 가장 절망적인 장벽은 그 3인칭 인물의 이름을 지어야 하는 일이다. 허구의 고유명사를 지어내는 일은 그 인물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감당해내야 하는 일일 터인데, 내 언어의 힘으로 그 일을 감당해낸다는 것은 말짱 개수작이라고 느껴진다. 갑이라고 인물의 이름을 지었다고 할 때, 그 갑이 누구인지 어찌 내가 설명하거나 묘사해낼 수 있겠는가. 인간이 언어로 3인칭을 진술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하여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그 누구가 대체 누구일 것인가.

 

박민규: 심심하다. 정말 할 일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할 일을 떠올리지 못하다 나는 문득 '소설'을 떠올린다. 맞다 참, 그러고 보니 소설이란 게 있었지. 얼마나 심심했던지 나는 그때부터 부랴부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문득 그런 게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드는데, 그런 게 없어도 또 다행 아니겠냐고 나는 비로소 생각하는 것이다. 점점점

 

이혜경: 한동안 책 읽기를 소홀히 했다. 책을 열심히 읽는 시기와 책을 덜 읽는 시기는 삶의 모양새가 조금 다르다. 책 읽기에 소홀한 기간이 길어지면, 나는 농활 나온 도시 학생들이 심은 뜬 모처럼 느껴진다. 시간은 어영부영 잘도 흐르고,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 난데없이 부지런해지기도 한다. 부지런히 사람을 만나고 부지런히 수다를 떨고, 부지런히 이것저것을 만들고, 그리고 부지런히 수면 시간을 챙긴다. 다행히 나의 부실한체력은 그런 부지런함이 길어지지 못하도록 발을 건다. 땅에 엎어졌다 일어나서 뒤돌아보면, 내가 저지른 크고 작은 실수들이 파쇄석을 밟는 것처럼 자그락거린다. 책을 비교적 성실하게 읽는 시기엔 숙련딘 농부가 심은 모처럼 뿌리를 내린다. 이대로 여름을 나고 가을이 되면 태풍을 만나 결국 쭉정이가 될 때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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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왔다 1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1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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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택 작가가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시가 있는 아침을 바탕으로 엮은 시집이다. 여러 시인들을 한번에 접할 수 있어서 좋았고, 김용택 작가의 코멘트를 통해 시인의 삶을 살짝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떤 시는 눈물 나게도 했고, 웃으며 읽은 시도 있었다. 앞으로는 이 시인들의 시집을 사서 읽어 보고 싶다. 나도 김작가님처럼 시집이 너덜너덜하게 되도록 들고 다니며 읽어 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어두운 시대일수록 그 정수인 시가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 시대를 상상할수록 얼마나 밝은 미래에 대한 소망이 간절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김작가가 통한한 것처럼 요즘의 시인들은 시대가 너무 좋아 정말 느슨해졌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시집을 사서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젠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집을 하나씩 모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본문 내용---

 

           病床錄 -김관식

 

병명도 모르는 채 시름시름 앓으며

몸져 누운 지 이제 10.

고속도로는 뚫려도 내가 살 길은 없는 것이냐.

, , , , ……

오장이 어디 한 군데 성한 데 없이

생물학 교실의 골격 표본처럼

뼈만 앙상한 이 극한 상황에서……

어두운 밤 턴넬을 지내는

디이젤의 엔진 소리

나는 또 숨이 가쁘다 열이 오른다

기침이 난다.

머리맡을 뒤져도 물 한 모금 없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등잔에 불을 붙인다.

방안 하나 가득 찬 철 모르는 어린것들.

제멋대로 그저 아무렇게나 가로세로 드러누워

고단한 숨결은 한창 얼크러졌는데

문득 둘째의 등록금과 발가락 나온 운동화가 어른거린다.

내가 막상 가는 날은 너희는 누구에게 손을 벌리랴.

가여운 내 아들딸들아,

가난함에 행여 주눅들지 말라.

사람은 우환에 살고 안락에서 죽는 것,

백금 도가니에 넣어 단련할수록 훌륭한 보검이 된다.

아하, 새벽은 아직 멀었나보다.

 

 

     나무에 깃들여 -정현종

 

나무들은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김용택: 나무는 사람들이 건들지만 않으면 태어난 그 자리에서 평생을 산다. 나무는 공부도 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지도 않고, 태어난 제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모든 것들이 찾아온다. , , 바람, , , 그리고 사람들. 나무는 그러면서 세상에 필요한 것들을 아낌없이 나누어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부, 아름다운 국가, 아름다운 삶.

 

-내 생각: 늘 접하는 우리 주변의 것들에 늘 감사하자.

 

 

      입춘단상 -박형진

 

바람 잔 날

무료히 양지쪽에 나앉아서

한 방울

두 방울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녹아내리는

추녀 물을 세어본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천원짜리 한 장 없이

용케도 겨울을 보냈구나

흘러가는 물방울에

봄이 잦아들었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책 -김수영 金秀映

 

  책을 한권 가지고 있었지요. 까만 표지에 손바닥만한 작은 책이지요. 첫장을 넘기면 눈이 내리곤 하지요.

 

  바람도 잠든 숲속, 잠든 현사시나무들 투명한 물관만 깨어 있었지요. 가장 크고 우람한 현사시나무 밑에 당신은 멈추었지요. 당신이 나무둥치에 등을 기대자 비로소 눈이 내리기 시작했지요. 어디에든 닿기만 하면 녹아버리는 눈. 그때쯤 해서 꽃눈이 깨어났겠지요.

 

  때늦은 봄눈이었구요, 눈은 밤마다 빛나는 구슬이었지요.

 

  나는 한때 사랑의 시들이 씌어진 책을 가지고 있었지요. 서리가 나들나들 닳은 옛날 책이지요. 읽는 순간 봄눈처럼 녹아버리는, 아름다운 구절들로 가득 차 있는 아주 작은 책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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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바이올린 교본 7 스즈키 바이올린 교본 7
세광음악 편집부 엮음 / 세광음악출판사 / 199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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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에 Cd까지 있어 연습하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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