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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극장 - 막이 내리고 비로소 시작되는 아버지, 어머니의 인생 이야기
노명우 지음 / 사계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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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흔히

이 이야기를 쓰기위해 작가가 되었다거나, 작가가 되면 꼭 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거나 할 때 그 이야기는 대개 그의 가족사를 다룬 자전적 소설인 경우가 많다. 작가는 영화처럼 재생될 수 없는 기억의 조각들을 사실의 얼개와 허구의 디테일 속에 담아낸다. 기억이 흐트러질 수록 상상력은 더 확장되므로 애써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사실과 허구는 뒤엉키고, 기억에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자전적 소설이란 대개 그렇다.

 

저자는 사회학자다. 사회학자는 어떻게 자전적 기록을 남겨야 하나.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오래된 기억은 파편적이다. 사회학자는 작가가 아니므로 상상력을 동원할 수 없다. 이렇다 할 기록이나 사진도 없이 돌아가신 부모님의 일생을 사회학자는 기록으로 남겨서 그들의 영전에 헌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신문에 이름 석 자 한 번 올린 적 없는 부모의 그저 그런 일생이 무슨 관심이나 끌겠는가. 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그 후 1년 남짓 만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허물어진 기억과 어머니의 짧은 증언만을 가지고 사회학자는 고민했다. 지극히 사회학적으로 재현해내야 했다. 파편화된 기억의 큰 틈을 매운 것은 영화였다.

 

부모의 성긴 기억을 날줄로 하고, 당대를 풍미했던 영화들을 씨줄로 하여 사회학자는 조밀하게 관찰하고 이야기들을 엮었다. 막연한 추정이나 상상 없이 매우 입체적이고 감각적으로 한 가족의 현대사를 재구성해 냈다. 작가의 글을 자전적 소설이라 한다면 사회학자의 이 글은 자전적 다큐멘터리라 할 만하다. 누구나 가지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사회학자의 직업적 소명이 걸작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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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어머니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세상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건 사회학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평생을 그저 자신의 기구한 팔자라고만 생각했던 인생의 굴곡 뒤에 커다란 사회적, 역사적 배경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아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사회학자가 되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동안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자의 성격을 꼭 닮은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주변사람들은 힘들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치매를 앓다가 눈을 감았고, 어머니는 너무나 얌전하게 소리 소문 없이 병을 앓다가 끝까지 곱고 침착한 모습으로, 병문안 손님 대접에 막내아들 점심까지 챙기고 난 뒤 두어 시간 만에 가만가만 인생극장을 떠났다.’

 

시간은 흐른다. 시간이 흐르기에 인생극장의 막이 올랐고, 그 막은 다시 내려가야 한다. 나의 부모가 인생극장의 무대에 올랐다가 퇴장하고, 나는 그 무대를 물려받았다. 무대 장치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부모를 우리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고, 무대 장치 또한 투덜댄다고 바뀌지 아니하니 그것을 원망하며 째려보기 보다는 찬찬히 살펴보는 편을 택하는 게 더 현명할 지도 모른다. 유산이 꼭 재산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하는 건 아니다.’

 

발터 벤야민이 말했듯이 자식은 부모와 장례식을 통해 의례적인 이별을 마치지만, 자식이 부모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말은 장례식에서 곧바로 나오지 않는다. 자식이 부모에게 지상의 언어로 표현하는 마지막 말은 장례식이 끝나고도 한참 후, 이별로 인한 고통의 시간이 충분히 지난 후, 부모를 부모로서만이 아니라, 나보다 인생을 먼저 살았던 자연인으로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떠오른다.’ /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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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기억할 것인가 - 화폐 인물로 만나는 시대의 도전자들
알파고 시나씨 지음 / 헤이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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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지폐를 만들려고 할 때 어떤 인물을 모델로 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지금의 신사임당으로 결정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불만이었다. 화폐의 인물이 모두 조선의 유교적 색채가 짙은 인물들이고, 신사임당이 우리나라 여성의 정체성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나라의 자부심을 드러내는데 김구, 윤봉길, 유관순 같은 독립운동가들이 왜 배제되는 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외국의 화폐 인물들은 대개 그 나라의 건국, 독립영웅이라는 점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으나, 화폐인물을 소재로 한 책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어떤 분야건 세상에 없는 걸 만들어낸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기획자체가 매우 신선한데, 더 놀라게 한 것은 외국인(저자는 터어키인이다)이 한국어로 책을 썼다는 점이다.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컨텐츠라고 해도 문장이 허술하면 책은 읽히지 않을 것이고 좋은 책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책의 글이 아주 좋다. 전문가의 퇴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외국인이 쓴 문장이라고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잘 정돈된 글이다.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에는 우리가 아는 유명한 역사적인 인물도 나오지만 대부분 잘 알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눈에 띄는 대로 익숙한 인물들, 조지워싱턴, 제퍼슨, 링컨, 간디, 마오쩌둥 같은 인물들에 대해서는 깊은 지식이 없었으나 호기심을 느낄 정도는 아니어서, 이름은 들어봤지만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읽었다. 한 나라의 화폐에 실릴 정도의 인물이라면 그 나라 사람들에게는 항상 함께 하고 싶은 영웅이었을 것이므로 그 인물들의 간단한 역사라도 알아 둔다면 언젠가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났을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공통된 현상은 아니지만 그 나라의 가장 고액권에는 대개 건국영웅이나 독립영웅이 있었다. 베네수엘라의 가장 큰 돈인 100볼리바르에는 독립영웅 시몬 볼리바르가 인쇄되어 있는데, 화폐의 주인공이 바로 돈의 단위다.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돈 단위가 이 아니라 세종이 되는 식이다. 볼리바르가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지역 전체를 독립으로 이끈 전쟁영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에 존경심이 얼마나 컸으면 이름을 화폐단위로 삼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였다.

 

좀 더 특이했던 건 국가의 영웅만이 아니라 예술가를 화폐의 주인공으로 삼은 경우다. 프리다 칼로가 유명한 화가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멕시코 화폐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칼로가 화가일 뿐 아니라 멕시코 문화의 정체성을 알린 아이콘이었고 여성의 권익을 위해 정치적인 목소리도 활발하게 내었다는 건 새로 알게 된 사실이다. 역시 사회변혁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국가적인 영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거다.

 

저자의 고향인 터어키공화국의 건국영웅 케말 파샤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터키 화폐의 5리라짜리에는 케말파샤의 측면사진이 있는데, 화폐의 액면가가 올라갈수록 초상화가 점점 정면사진으로 변하고 살짝 미소짓는 모습에서 200리라에 이르면 완전히 웃는 모습으로 바뀐다. 그래서 터키에는 돈이 없으면 케말파샤도 웃어주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책은 소재의 특이함 만큼이나 화폐의 인물들 면면도 특이하다. 인류 공통의 보편적인 업적을 남긴 이들도 있지만 대개는 한 국가의 탄생과 성장에 기여한 인물이나 민족의 정체성을 나타낸 인물, 개인이 처한 시대의 역경을 극복하고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둔 인물들이 골고루 표상되어 있다. 우리나라 화폐도 이제 유교적 전통을 상징하는 특정 시대의 인물에 국한되지 말고 시대와 역사를 아울러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변혁적인 인물들이나 미래지향적인 인물들을 후보로 올릴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특이한 소재의 책이 호기심을 주기에는 충분하나, 자칫 기존의 개방된 정보들을 단순하게 편집하고 나열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책의 깊이를 놓칠 수 있다. 이 책도 다소 그런 측면이 있으나 이런 정보가 하나의 책으로 엮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장의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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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2 - 그리스.로마 문명과 미술 : 인간, 세상의 중심에 서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2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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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란 이런 책을 말한다. 작가는 잘 쓰고 출판사는 잘 만들었다.

그리스 로마의 미술을 주제로 하였는데, 책의 형식을 빌렸지만 저자 앞에서 직접 교양강의를 듣는 느낌이다. 그냥 듣는다기 보다는 생생한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하다. 실제 저자는 독자가 궁금해 할 만한 내용이나, 꼭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질문의 형식으로 대신 물어주고 그에 맞는 설명을 한다. 그런데 그 설명이 너무 친절하고 세심하다. 글의 내용에 맞는 풍부한 작품을 보기 좋은 위치에 실은 것은 물론이고, 앞에 나온 작품을 다시 설명하거나 다른 작품과 비교할 때 그 작품을 다시 가져와서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건 매우 특이하고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편집이다. 멋진 인테리어를 한 맛집에서 친절하고 예쁜 여주인을 만난 듯, 산뜻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대중교양서에 맞게 일정한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시종일관 전문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것도 책의 품위를 더해 준다. 줄을 그을 곳이 많다.

책의 두툼한 두께에 질릴 법도 하지만, 술술 잘 읽힌다. 글자크기도 눈이 쏙 들어오고 문장도 매우 평이하고 안정되어 있다. 한마디로 쉽고도 격이 높은 책이다. 좋은 책을 만나 기쁘다.

독서회 때문에 2권만을 읽었으나, 1권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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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쿠 - 2016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정광모 지음 / 산지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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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쿠는 한마디로 새로움이다. 작가의 첫 단편집 작화증 사내도 소재나 이야기 방식이 새롭다는 생각을 했는데, 토스쿠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움을 맛볼수 있었다. 우선, 작품의 제목이자 작품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토스쿠라는 신조어에서부터 새로움....낯섦, 어색함, 모호함.. 등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주고 있다.

 

작가는 글을 통해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낼 의무를 가진다. 새로운 인물, 새로운 플롯, 새로운 표현.... 토스쿠가 인간과 세계의 새로운 존재방식으로 창조되었다는 점에서 작가는 그 책무를 제대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은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하는 나는 누구인가? 세상은 어떻게 실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작가는 그 안내자 역할을 한다. 존재와 실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은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숙제다. 과학자는 실험과 검증으로, 예술가는 색과 소리로, 작가는 언어로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찾아간다. 

 

 

토스쿠는 작가가 만들어 낸 전혀 새로운 존재이자 그 존재와 만나게 하는 통로, 공간을 뭉뚱그린 매우 창의적인 개념이면서 하나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같은 시공간을 살아가는 도플갱어도 아니고, 나의 분신인 아바타도 아니고, 평행우주 속을 살아가는 또 다른 존재도 아니며. 한 몸 안의 다중인격도 아니다.

 

나의 전부이기도 하고 일부이기도 한 존재, 나의 현재 모습보다 낫기도 하고, 못하기도 한 또 다른 자아. 현재와 별 다를 것 없는 아주 평범한 세계, 차안과 피안의 경계간에 단절이 없는 세계. 모호함 그 자체이다. 마치 하나의 개체가 두 곳에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역학의 세계와도 닮았다.

 

그러면, 작가는 토스쿠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 문학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면 독자의 것이 된다는 말이 있으므로 굳이 작가의 의도를 알려고 할 필요가 없고, ‘토스쿠가 새롭게 창조된 이미지이므로 많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

 

처음에는 평행우주속의 또 다른 나를 떠올렸다. 현실이 힘들 때, 우리가 사는 우주와는 다른 우주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또 다른 나를 상상하면서 느끼는 위안을 생각하면 진짜 평행우주라는 존재가 있었으면 하는 상상을 하게된다.

 

그런데, 토스쿠는 현재, 여기와는 단절된 전혀 모르는 어떤 존재나 세계가 아니라, 항상 나와 연결되어 있으며 나를 반영한다. 내가 숨기고 있는 것,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이 혼재된 또 다른 나이자, 그 또 다른 나로 가는 통로이다.

 

토스쿠는 이 소설에서 또 다른 큰 뼈대를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바다와도 연결된다. 플라스틱은 평균 분해기간이 약 100만년이나 될 정도로 불멸에 가까운 쓰레기이다. 우리가 우리속에 늘 도사리고 있는 토스쿠라는 또 다른 진실을 잊고 있는 것 처럼, 우리의 화려하고 깔끔한 현실 저 멀리에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이 생명의 바다를 부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토스쿠는 실체가 모호한 또 다른 자신이지만, 언젠가 이 세상을 덮칠지 모르는 플라스틱 바다처럼 항상 나를 주시하며 유령선 처럼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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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지도 최승필 법 시리즈
최승필 지음 / 헤이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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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교양서라고 하면 대개 사회를 떠들썩 하게한 사건 중심의 법창야화식 넌픽션이거나, 법조인 특히 판검사 출신의 자기자랑식 무용담이거나 부끄러운 사법의 역사를 파헤치고 고발한 책들이 주류를 이룬다. 가끔은 법이론에 기반한 밀도 높은 책들도 출판되기는 하였으나 어려운 법률용어에 기가 질리고 만다.

 

법의 지도는 참 독특한 영역의 법교양서다. 이제까지의 접근과는 전혀 다르다. 법과 정치, 사회, 경제의 영역이 겹치는 모든 교과서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상당히 대중적이면서도 학문적인 태도를 잃지 않고 있다. 우선 현대사회를 규율하는 법제도들이 어떤 역사적 기반에서 태동하였는지를 밀도 있게 풀어내면서 동서고금의 다양한 사례들까지 꼼꼼하게 제시하고 있다. 게다가 법과 현실의 괴리에 대한 상당한 철학적인 담론까지도 다루고 있어서 책을 더욱 깊게 읽도록 유도한다. 특히 일반인의 평균과 배심제도(책에서 언급한 영화 ‘12인의 성난사람들VOD로 다운받아 두었다), 식민시대에 대한 통찰, 규제와 공무원집단의 역학관계, 소득에 따라 벌금을 달리 매기는 징벌적 벌금제도, 재정위기를 대하는 유럽국가들의 태도를 다룬 부분들이 기억에 남는다. 경제, 국제금융분야를 다룬 부분에서는 속도가 다소 더디게 넘어갔으나 국제금융시장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현재 우리사회와 국가, 국제관계에서 유효하게 돌아가는 법과 제도가 어떤 기원에서 유래한 것이며 현실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어떤 역작용이 있는지에 대해 보다 깊이있는 통찰을 얻고자 한다면 이 책을 두 번 정도는 읽을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책이 장하성 교수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인데, 밑줄을 긋지 않은 페이지가 없을 정도로 공감이 가고 인상적인 책이었다. ‘법의 지도를 다 읽고 난 다음에야 두 책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란 걸 알았다.

 

 

책을 읽으며 무수하게 밑줄을 그었으나, 대략 네부분만 추린다.

 

.., 하지만 구성만이 그들(배심원)에게 일반인의 평균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필요한 것은 우리가 타인의 일에 대해서 가질 수 있는 편견과 무관심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인의 평균은 간단해 보이면서도 실지로는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개념이기도 하다. / p68

 

투명성 기구 증 국제기구에서 발표하는 부패지수를 살펴보면 식민의 시대를 거친 나라들이 대체로 부패지수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 역시 경험의 산물이다. 식민의 시대에서의 자원배분은 조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식민지를 지배했던 지배세력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부와 권력을 축적하기 쉬웠다. 지배세력은 식민지배에 우호적이거나 협조적인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힘을 집중시켰다. 그 힘은 법을 우회하거나 법의 예외를 만들어냈다.. 해방이 된 후에도 그러한 사회적 역학관계는 쉽게 변하지 않았다. / p82~83

 

규제를 규제해야 하는 이유 중 한가지는 규제가 부패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규제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은 막강한 힘을 갖는다. 그리고 해당규제를 우회하거나 뛰어넘고 싶다면 공무원을 통할 수 밖에 없다. 법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문제는 그 법이 재량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입법 기술 및 행정현실상 재량을 두는 것은 불가피하다. / p 189

 

위기를 맞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한 이익이 존재하고 힘이 있는 집단이 그 이익을 과도하게 추구하면서 사회적 균형이 깨진다. 그리고 위기가 또 찾아오고 고통은 모두가 공유하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법과 제도의 역할이다. 사회적인 균형 또는 견제기능이 발휘됨으로써 리스크의 크기가 과도하게 커져가거나 혹은 사회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들이 적절한 선에서 견제되는 메커니즘이 있었야 한다. 그 메커니즘이 바로 법이다. 법을 공부하거나 업으로 한다는 것은 단지 법조문을 읽고 해석하고 소송기술을 활용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제 법률가들도 사회적 큰 흐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크고 멀리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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