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
티에리 코엔 지음, 박명숙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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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

운명적 사랑을 믿는 남자와 거듭된 사랑의 실패로 자기 안에 갇힌 여자. 두 사람이 그려가는 몽환적 사랑 이야기인 이 책은, 비슷한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욤 뮈소의 <구해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황도 다르고, 인물도 다르며, 내용도 다른데 꿈이라는 요소 때문인지,, 또다른 무엇인지 아직은 정확한 그 무엇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책을 읽어가며 <구해줘>와 겹쳐졌다. 사실 <구해줘>는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대충대충~ 설렁설렁 읽었던 터라 기억이 희미하다. 아이가 친구에게 빌려온 책이기 때문에 혹여라도 책장에 표시라도 남길까봐 조심스럽게 읽은 탓도 있겠지만.  나중에 도서관에 가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운명적 사랑이 있을까?  꿈 속으로 찾아온 여인을 사랑하기에 이르렀던 우리의 남자 주인공 요나는 큰 키,근육질 몸매, 서글서글하면서도 약간 다부진 고집이 엿보이는 선한 눈매를 가진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여자 주인공 리오르는 외모 전체에서 은은한 매력을 내뿜지만 화려하지 않은 미모의 소유자이고.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던 두 사람이지만 부모님을 한날 한시에 잃은 요나의 꿈 속에 갈색머리의 여인이 나타나고 요나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지만 그녀는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물론 요나의 꿈이니까.. 그러던 어느날 부모님을 잃은 요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 시달리다 마침내 모든 것을 잊고 글쓰기에 몰입한다. 그리하여 탄생한 요나의 첫 번째 소설은 달콤한 사랑 이야기였고 급기야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쏱아부었던 소설이 유명세를 타자 출판사에서는 두 번째 소설을 종용하지만 요나는 더이상 글을 쓸 수 없다고 밀어낸다. 그러나 편집자의 끈질긴 설득 끝에 두 번째 소설을 출간했지만 비평가들의 쓴 소리만 난무할 뿐 잊혀진 소설로 남는다. 더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한 요나는 우연한 기회에 독특한 분위기의 서점에서 구인광고를 보고 취업을 결심한다. 또한 리오르는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그녀 또래의 환자 세레나의 개인 간호사로 일하게 되었고 세레나는 로맨스 소설에 심취해 리오르와 달콤한 소설 읽기에 빠졌고 새로운 소설을 찾아 요나가 있는 서점에서 요나의 첫 번째 소설을 읽게된다. 이것은 운명적 사랑을 예견하는 것인가?... 꿈속에서 보았던 여인과 너무나 닮은 리오를 보고 첫눈에 반한 요나.. 다시는 남자를 믿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다가오는 모든 이들을 밀어내는 리오르..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러브스토리~~ .

 

-사랑이란 한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하기 위한 말이라 믿어왔습니다. 태어나는 순간 한 존재를 짝지어 주는 운명 같은 것 말이죠. 함께 성장하면서 덜 이기적이고,현명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존재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중요한 가치를 지키면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그 유일한 상대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면 그 사람을 영영만날 수 없겠지요. - 310p-

 

자신의 재능을 믿지 못해 5년 동안 글을 쓰지 않는 작가 요나에게 정체불명의 후원자는 통장에 익명으로 돈을 보내오는데 그는 누구인가? 또한 리오르의 친구이자 서로 꼭 닮은 세레나는 누구인가? 요나의 꿈속에 나타난 여인은 과연 리오르일까? 요나는 빛과 같은 소설을 다시 한번 쓸 수 있을까? 운명적 사랑을 믿었던 요나와 사랑을 믿지 않는 리오르에게 진실한 사랑은 찾아올 것인가? 그 주인공은 누구일까? .. ㅎㅎ <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는 백마 탄 왕자님, 혹은 운명적 사랑을 믿는 20대가 읽으면 좋을것 같다.

 

-독서란 말이지, 대형서점들이 보여주는 것 같은 소비행위가 아니네. 그보다 훨씬 소중한 것을 담고 있지. 독자와 책들의 관계는 비의적인 논리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게,요나. 우리는 각자 어떤 책을 만나기로 운명 지어져 있네. 자신의 운명 같은 책 말이지. 삶의 의미를 부여해 주고 고통과 희망에 길을 밝혀주며 인생의 나아갈 길과 지켜야 할 가치를 알려주고 죽을때까지 그를 동반해 줄 책을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다는 얘기네. 그런 게 바로 "빛과 같은 소설'인 거야. - 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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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인격 - 우리 안에 숨은 거짓말쟁이, 사기꾼, 죄인에 관한 놀라운 진실
데이비드 데스테노 & 피에르카를로 발데솔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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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인격>

 인격이란 인간에게서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는 성격 및 경향과 그에 따른 독자적인 행동경향을 뜻하고(네이버 백과), 웹스터 사전에서는 인격을 '개인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정신적이고 윤리적인 특성의 복합체'라고 정의한다. 즉 인격은 안정되고 고정된 것이라는 인식이 오래 전부터 보편적으로 존재했으며 , 사람들은 인격이 어린시절의 학습과 경험으로 형성되어 뿌리 깊은 기질에 내면화되고 고착화된채 이후 삶에서 행동을 이끈다고 믿는다. -

 

올곧은 성품과 바른 생활이 신조였던 사람들은 주변 인물들에게 바른사람, 즉 인격이 높은 사람으로 인식되지만 단 한번의 큰 실수를 하게 되면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잊을만하면 티비에서 곧은 성품으로 알려진 유명 인사들의(종교인의) 몰지각한 행위가 보도되고 , 대중은 아무 의심 없이 믿어왔던 그들의 인격이 이것밖에 되지 않았음에 충격을 받는다. 또한 늘 바르지 못한 생활을 일삼던 사람은 보잘것 없는 인격으로 치부되어 그가 어떤 일을 하건 '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라고 못박듯 그의 인격을 낮추어 본다. 그리고 그 보잘것 없는 인격이었던 사람이 어느날 위험한 상황에서 누군가를 구했다면  가볍게, 때론 놀란듯이 어깨를 툭~ 치면서 치하를 하거나 용감했다는 말을 해주지만 금방 잊혀진 사건이 되고 만다. 이것은 오랫동안 보아왔던 그 사람의 보잘것 없는 인격이라는 잣대에서 갑자기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격상되어 보여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래된 직감 체계는 비교적 최근에발달한 합리적 사고와 마찬가지로 장기 이익과 단기 이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했다. 따라서 거짓말을 해서 내 이익을 챙기고 싶은 충동도 들지만 동시에 죄책감도 든다. 누군가에게 혐오감이 들다가도 고통에 빠진 사람을 보면 연민이 생긴다. 이런 감정은 오래전에 생긴 직감에서 나온 흔한 반응이며, 우리를 이렇게 또는 저렇게 행동하라고 다그치는 자동 엔진이다. 이 감정을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의 시작으로 볼 수도 있다. 개미와 베짱이는 태곳적에 생긴 직감 계산법에 따라 움직이는 인격 저울에서 시작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저울이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그리고 우리가 의식적으로 의지와 분석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저울을 기울이려는 싸움이 시작된다. - 35p-

 

말하자면 개미는 장기적인 이익이고 베짱이는 단기적인 이익을 뜻하는 심리적 욕구를 뜻한다. 순간적인 선택에서 개미가 이긴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주변 사람들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혹은 스스로의 인격이라 믿어왔던 것에서 벗어남 없이 행동하지만 , 베짱이 쪽으로 저울이 기울면 본인도 예측하지 못했던 행위를 하고, 스스로의 합리적 사고를 동원해 저울질을 끝낸다. 선과 악의 행위 뿐만 아니라 자부심,오만과 편견, 거짓말과 사기꾼 기질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무시하거나 일부러 거스른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이 옳다고 생각했던 게 상대적이었다고 보아야 옳다. 위선은 자신의 도덕적 믿음을 어기는 것이라기보다 주어진 시점에서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맞게 도덕적 믿음을 바꾸는 것이다- 44p-

 

어느날 문득, 내가 혹은 저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다면 자기 안에 잠자고 있던 태곳적 베짱이와 개미의 싸움에서 베짱이가 이겼다는 것을 깨닫고, 이후의 싸움과 저울질에서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하고 이기는 싸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돌발적인 상황을 최소화 하면서 높은 인격으로 자기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행동을 결정한 것은 우리 정신체계의 불완전함,그리고 상호작용과 상황의 가변성이었다. 어느 날에는 누군가의 은혜에 보답하고, 내가 대접 받고 싶은 대로 상대를 대접하리라고 결심할 수 있다. 그랬다가 또 어느날에는 주머니에 돈을 챙겨 사라질 수도 있다.- 210p

 

<숨겨진 인격>의 저자 데이비드 데스테노 와 피에르카를로 발데솔로는 다양한 주제에 관한 연구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사회심리학자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상식을 뒤엎은 실험을 했으며 본문에 여러가지 실험 상황이 들어있다. 사랑과 질투를 비롯해 외적으로 편향적이지 않았다고 믿었던 사람들의 본성이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편향적이었음을 알려주었고 , 괜찮은 사람, 바른 사람이라고 믿었던 인물의 타락이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그들의 마음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를 알아보았다. 이렇듯 내 안에도 거짓말과 사기꾼 기질이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은 나의 인격이라기 보다 정신체계의 불완전함과 상호작용, 상황의 가변성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늘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지금까지의 내가 아닌 또다른 '나'가 될 수 있음을.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돌발 행동,행위,사랑과 질투,거짓말과 진실,편협과 오만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세상은 얼마나 지루하고 심심할까? ...

 

-우리 정신은 어떤 사람의 행동을 기초로 고상하다거나 추잡하다거나 믿음직스럽다거나 못 믿겠다거나 하는 인격의 색깔을 눈으로 본 뒤에, 그 사람을 그중 하나로 못 박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고상하다고 규정한 사람이 옹졸하게 행동하면 우리는 그가 인격을 벗어난 행동을 했다고 단정한다. 우리 머릿속에는 고상함은 자줏빛처럼 명확한 범주에 속해서 다른 색으로 번지지 않는다. (중략) 겁쟁이와 영웅, 편협한 사람과 관대한 사람, 문란한 사람과 순결한 사람, 성인과 죄인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이해한다면, 우리 스스로 또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이 인격을 벗어난 행동을 할 때 곧잘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더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 273~2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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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박이정 지음, 이우정 극본 / 21세기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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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

최근에 무거운 소재의 책을 많이 읽었기에 몸도 마음도 축~ 가라앉았는데 어제는 상큼한 소설 한편을 읽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몰입했고, 지나간 추억을 되새기며 때로는 웃고 , 때로는 추억에 정신을 맡긴채  설레임으로 그렇게 밤을 또 지새웠던 책이 북21에서 출간되었는데, 이 소설은 이미 티비에서 방영되었고 많은 시청률을 자랑했던 드라마 극본이기도 하다. 드라마를 제대로 본적은 없지만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면서 몇 몇 장면을 보았는데 책을 읽다보니 '아~윤윤재 역할은 서인국이 맡았겠구나~, 펑퍼짐한 얼굴에 왈가닥 시원은 표지의 여인이겠구나~~ ' 하면서 나름대로 대입을 해보며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는데, 복고 열풍을 일으켰던  영화 <써니>도 많이 생각났다.

 

 

 

내게도 저 시절이 있었는데~~, 내게도 저런 친구들이 있었는데~~, 좋아하던 영화배우의 브로마이드로 도배를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연락이 두절된 친구들도 그립고, 무엇을 해도 예쁜 나이였던 고교시절이 많이 그립다. 원래부터 이 나이였던 것은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생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 삶이라는 바다 한가운데 던져진 작은 물고기마냥 매일을 허우적대며, 삶에 찌든 모습으로, 내가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에서 허둥대며 방황하던 내게 <응답하라 1997>은 설레임을 한아름 안겨주었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을 만큼 재미 있지만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잊고 있었던 시절로 독자들을 이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는 시간동안은 마치 타이머신을 타고 있었던것 마냥 신났는데 3040 세대의 큰 공감을 불러올만큼 상큼 발랄한 소설이다. 40대는 영화 <써니>에 더 큰 공감을 하겠지만 약간 비켜난들 어떠하리~~. <응답하라 1997>도 다마고치,pcs,cd플레이어,,, 잊고 살았던 그 시절로 독자를 이끌어준다~.

 

 

소설 속의 윤윤제는 공부면 공부,운동이면 운동,게임이면 게임,, 못하는게 없는 멋진 아이다. 그런 윤재의 곁에는 약간은 펑퍼짐하고 HOT의 토니의 광팬이자  빠순이 성시원이 늘 함께였고 , 애교 넘치는 유정, 공부는 약간 못하지만 분위기 메이커인 성재,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는 준희, 서울에서 전학온 학찬은 온갖 야동을 섭렵한 야동계의 황제로 부산 광안고의  새로운 멤버로 자리잡았다. 약간은 억센 부산 사투리가 소설 속에도 그대로 드러나 등장인물의 매력을 한층 더 살려주었으며 풋풋한 학창시절을 맛있게 그려내고 있다.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는 첫사랑의 기억도 살랑살랑 봄바람 불듯 소설과 함께 되살아나 설레임에 젖어들게 만들었으며 ,함께가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기며 이리저리 몰려다녔던 옛친구들이 많이 생각났던 그런 소설이다.

 

 

-"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딱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우리 형. 나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한 우리 형이고.... 다른 한 명이 니. 성시원인데, 우리 형이 니가 좋단다. 그것도 많이... 내처럼. 내 어떡하까? 어떡하면 좋겠노? 어떡하냐고,가시나야!" - 198P

 

 

소년이었던 윤제는 어느덧 남자가 되어 시원에게 사랑을 느끼고 수능이 끝나는 날 고백하려했지만 시원을 만나기로 했던 날,,,  10분 먼저 윤제의 형은 동생에게 자신은 시원을 여자로서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자신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했던 형 태웅의 고백에 윤제는 시원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런 윤제의 곁에는 준희가 언제나 함께였고 ,그 역시 이루지 못할 사랑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있다. 이렇듯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과 우정이 여물어가는 소설에서 시원네 가족은 없어서는 안 될 맛깔스러운 양념 역할을 하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윤제는 시원을 향한 사랑을 멈출 수 있을까? 시원은 형 태웅의 사랑을 받아들일까? 준희의 가슴 아픈 사랑은....?

 

 

-10대가 질풍노도의 시기인 건, 아직 세상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답을 찾아 이리 쿵 저리 쿵 숱한 시행착오만을 반복하다가 마지막 순간, 기적적으로 정답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성인이 되어 크고 작은 이별을 하게 된다. - 203P-

 

-그래,로맨스도 지나면 일상이 되고 생활이 온다. 순수함은 때묻어가고,열정은 얼어붙어가고,젊음은 영악함으로 나이 들어간다. 그리하여 순수했던 시절의 첫사랑은 고단하고 지난한 일상이 되는 거다. 이게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나. - 3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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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 - 2012 뉴베리 아너 상 마음이 자라는 나무 32
유진 옐친 지음, 김영선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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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혼북이 뽑은 최고의 소설,2012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교실은 친구는 넘어서야 하는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 함께 할때 행복해지는 관계가 될 수 있을 때 교실의 험악한 모습이 사라지고 가고 싶은 학교, 즐거운 학교, 늘 함께이고 싶은 친구가 있는 교실이다.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교실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학생들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서열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여 아이들이 저마다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갈 수 있게끔 돕는 일이야말로 교육이 해야할 일 아닐까 생각하고, 성적표가 아이의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는것은 아닌데 우리나라는 성적표와 부모의 재력이 많은 것을 좌우한다고 느껴질 때도 많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교실을 만들려면 성적 위주, 학벌 위주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길이 첫 번째일것 같다.

 

아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와 교실의 풍경을 뒤로하고, 이 책은 스탈린 시대의 교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시절을 견뎌내야만 했던 작가여서 그런가 모든 것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스탈린 시대를 지나 히틀러 집권 당시를 배경으로 쓰여진 책은 다양하다. 이 책도 맥락은 같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이 어떻게 공산주의라는 이념에 물들어갔으며,어떻게 독재자의 품에서 벗어나 신념의 올곧음을 실천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스탈린의 소년단원이 되고 싶은 아이 사샤는 아빠와 단둘이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 KGB에 근무하는 아빠는 늘 번쩍이는 구두와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여 함께 사는 이웃들의 선망을 받는 가운데 사샤는 학교에서 소년단의 기수 역할을 하게 되었고 아빠는 귀빈으로 교장선생님의 초대를 받았다.

 

내일이면 붉은 스카프를 매고 소년단원으로서의 시작을 기대했지만 한밤중에 찾아온 KGB장교는 아빠를 체포해 끌고갔고,그들의 방은 이웃인 스투카초프가 차지해버렸다. 홀로 남은 사샤는 아버지가 마련해준 붉은 스카프 한장만 가진 채 고모네 집으로 갔지만 고모부는 사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고 거절한다. 내일이 되면 잘못된 부분이 바로잡아지고 스탈린 동지가 아빠를 무사히 데려다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은채 사샤는 다음날 학교에 등교했다. 그러나  소년단 발대식 깃발을 가져오다 실수로 스탈린 동상의 코가 깨졌고 사샤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사건은 연이어 발생하는데...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 변함 없는 공상당원으로 충실함을 보여주기 위해,친구를 고발해야 하는 상황, 아버지를 비판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샤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소설은 사샤의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로 구성되었다. 어른과 아이, 신념과 독재에 관한 내용으로 내가 살기 위해서는 이웃을 고발해야 하는 상황, 친구를 밀고해야 하는 상황이 긴박하게 펼쳐지며 사샤의 두려움이 무엇에서 기인한 것인지 ,지금까지 믿어왔고 찬양해 마지 않았던  체제의 거짓을 깨닫는 과정으로 연결되며,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와 잔인함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푸른나무에서 출간된 에바,문원 출판사의 엄마는 반역자, 시소출판사의 아우슈비츠의 바이올린,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안네의 일기 등이 있다.

 

-"우리는 너에게 케이지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주려는 거야. 네가 할 일은 딱 하나야. 귀를 기울이고 눈을 크게 뜨고,너희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행위를 신고하는면 돼. 네 가슴 깊은 곳에 새겨진 공산주의에 대한 헌신을 네 안내자로 삼으면 될 거야. 네 아빠처럼 우리의 비밀 요원이 되는 거지. 스탈린 동지는 네 아빠를 '우리의 심장부에서 해충을 청소하는 강철 빗자루'라고 말?어. 우리에게 신고할 거리를 잔뜩 가져오렴, 사샤. 그럼 언젠가 스탈린 동지를 직접 만날수도 있을 거야. 한번 상상해 봐." -1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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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파코 로카 지음, 김현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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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한 줄 한 줄 깊어가는 '주름'처럼 쌓아온 인생의 마지막 날, 당신은 무엇을 기억하겠습니까 ?...

노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현실이고 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얼마전에 티비에서 죽음에 관련된 오락 프로를 봤는데 참가자가 많이 울어서 더이상 진행을 하지 못했던 장면이 생각난다. 죽음을 전제로 내게 가장 소중했던,, 기억하고 싶었던 목록을 작성한 뒤 그것을 하나씩 하나씩 지워나가는 장면이었는데 출연자 못지않게 나도 가슴이 먹먹해져 한참을 울었다. 무엇을 지워야 하나.. 보통은 자신에게 소중했던 물건들이 하나씩 자리를 차지하고 늘 옆에 끼고 살았던 휴대폰 과 사진들,, 수첩들을 하나씩 지워가며 차마 지우지 못하고 남는 것은 가족들이었기에 가족이라는 의미와 죽음,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을 했더랬다..

 

가족 중에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났다. 우리 할머니도 알츠하이머, 즉 치매 환자셨기에 어린날에 보았던 하루, 또 하루는 지옥과도 같음을 안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슬픈 현실도 나는 안다.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도 안다...기억을 하나씩 하나씩 잃어버려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픔을 조금은 알것도 같다. 가끔씩 돌아오는 정신의 암담담을 느꼈던 할머님을 통해 나는 보았고 알아버렸다... 알기에 서글프고, 서글프기에 무섭기도 하다.

 

자꾸만 없어지는 기억 속에서 남겨진 가족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요양원이라는 곳에 모신다 한들 누가 그들을 탓할 수 있을까 . 그 깊은 심연을 나는 보았고 느꼈기에 책을 읽어가며 할머니를 추억했다. 치매 환자로 인한 고통으로 몸부림치던 어머님을 보았기에 나는 우울했다.. <주름>은 스페인 작가 파코 로카의 친구 디에고의 아버지 에밀리오씨의 이야기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아버지를 닮기 시작하면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거라고 한단다..거울 속의 모습이 작가의 아버지를 닮기 시작했다면 ,내가 보고 있는  거울 속의 나는 내 어머니를 닮았다는 것을 느껴본다. 이렇게 나이를 먹고 노환이 찾아와 어쩌면 내게도 생길 수 있는 병이기에 가슴이 먹먹했다...

 

에밀리오의 자식들은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셨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젊은 시절의 자신인데 돌아보면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의 처연함...  얼만큼 가슴이 먹먹해져올까. 노년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추억을 되새기며 즐거웠던 일을 생각하고 더 즐거운 일을 찾아야 할 노년이면 좋으련만 모두 그렇지 못하듯 치매라는 병 때문에 하나씩 하나씩 빠져나가는 기억을 잡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름>에는 요양원의 생활이 이런것이었구나 싶을 만큼 공감되게 그려졌다.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하나씩 기억을 잃어가는 진행 단계를 걷고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에밀리오와 그의 병원 친구는 탈출을 감행한다. 하루를 살더라도 제대로 ,사람 답게 살아보려고... 그러나 기억을 잃어버린 노인들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이 책에는 두 편의 만화가 들어있다. <주름>과 <등대>. 등대는 스페인 내전 상황에서 패전 뒤 가까스로 살아남아 섬으로 떠밀려온  열여덟살 병사와 외로운 등대지기 노인의 이야기다. 청년은 등대지기로 부터 모비딕이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불리우지만, 살아갈 희망이 없었기에 하루 하루 무의미한 삶을 이어가던 중 노인이 만들고 있는 배와 환상의 섬 라퓨타에 대해 듣는다. 그리고 난파되어 섬까지 떠밀려온 자재로 배를 만들어 라퓨타에 가기로 하는데...

 

<등대>역시 가슴 아픈 이야기임에는 틀림 없다. 작가가 여러번 수정을 거쳐 세상에 내보낸 책이니만큼 애정도 깊겠지만 책을 읽어가는 독자 역시 책에 애정을 느낄듯하다. 짧은 컷 만화지만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있을 그런 책... 이 책이 내게 그러하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추억을 잃는다는 것... 머리에서 사진이 한장씩 날아가는 책표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것 같다...

 

인생의 마지막 날,, 나는 무엇을 기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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