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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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크>

김혜나 작가는 <제리>로 2010년 제34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그녀의 첫 번째 소설<제리>를 건너뛴 채 두 번째 소설을 읽었는데 이 소설 한편으로 그녀의 시선이 세상 어디쯤 머물러 있는가 어렴풋이 보여지는것 같다. 물론 책 한권으로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알 수  없겠지만, 왠지 이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들은 세상 속에 머물러 있지만 다수에 머물지 못하고 스스로 소수자의 삶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할것 같다. 이 책 이외에도 그녀의 첫 소설 <제리>를 대충 살펴보니 <정크>와 밀접하게 닿아있다고 느꼈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사실 이 책은 19금 표시를 해야할것 같다. 우리 집 책장에 있는 수 천권의 책 중에서 19금으로 분류해 감춰놓은 책이 두 권 있었다.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그 주인공인데 <정크>까지 세 권으로 늘어났다. 위의 두 권은 감춰두다가, 궁금해하던  지인에게 선물했기에 지금은 우리 책장에 없는데 <정크>도 조만간 원하는 사람에게 선물 해야겠다.

 

김혜나 작가는  무라카미 류의 영향을 받은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어떤 내용인지 세세한 부분은 잊었지만,예전에 썼던 리뷰를 살펴보니 '오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은' 느낌과 부분적으로 기억나는 불쾌한 장면들은 여전해 생생한데 ,<정크> 또한 편하게~ 쭉쭉~ 읽어내려갈 수 없었다.<정크>는 불쾌하다는 표현까지는 아니지만 쉽게 책장을 넘길수만은 없었다. 아마도 이런 느낌은 내가 다수에 포함된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크. 정크푸드, 쓰레기, 쓰레기 음식,인간쓰레기...이 소설에서 표현되는 정크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고, 성적 소수자이면서  이 시대의 루저로 불리우는 한 젊은이의 외로움과 방황을 말하고 있다.

 

노래방 도우미가 직업인 엄마는 날마다 죽을만큼 술을 마시고 들어와 죽은 듯이 잠을 자고, 가끔 오는 아버지는 몇 만원을 탁자에 두고 아들의 존재가 부재이기를 바라는 모호한 표현을 하며 성재의 가슴에 날카로운 바람을 만들어간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엄마의 화장품으로 얼굴을 색칠하며, 자신에게 부족한 무엇인가를 채우려 했던 성재의 화장은 그를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이끌었지만, 그는 어느 곳에도 취업하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스무살에 만난 애인 민수형은 어느덧 결혼을 했고 아이까지 낳은 이중적인 생활을 하면서 성재와의 밀회를 즐기지만 성재는 민수형이 자신만의 사랑이 아님에 방황한다. 방황의 끝은 언제나 게이들이 모여드는 바에서 찜질방으로 끝나지만, 그래도 언젠가 적당한 회사에 직장인으로 살 수 있을거라는 믿음은 성재의 가슴 한켠에 희망의 불씨로 남겨두었다.

 

그러나 독자인 나는  손을 내밀어 그를 잡아주어야 하는지,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타인의 삶을 관망하듯 외면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아버지가 있지만 내 아버지가 아니고,애인이 있지만 내 애인이 아니며, 꿈이 있지만 꿈에 다가설 수 없다며 절망하는 성재의 사랑과 절망 사이의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봐야하는 나도 아프긴 마찬가지다. 평범한 내가 성적 소수자들의 사랑과 절망을 어떻게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까마는 될 수 있으면 이해해보려고 노력은 해보았다. 물뽕이 무엇인지, 랏슈가 무엇인지, 게이 바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찜질방이나 극장에서 벌어지는 동성애가 편하지는 않다. 88만원 세대라며 취업의 고통을 토론하는 20대의 이야기도 알고, 낙타가 바늘 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이 시대의 취업 상황도 안다. 대부분이 비정규직을 전전할 수 밖에 없기에 아프고 또 아프다는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은 성재가 처한 슬픈 현실에 덧씌워져 어둠의 이중고리를 만들고 있었기에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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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언어 - 주도권 게임에서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마티아스 뇔케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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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권력의 언어>

책 제목이 상당히 묵직하다. 권력과 언어라...

잘 선택한 말 한마디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고, 대화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이야기를 풀어 놓은 내용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면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좌중을 흔드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 있는듯 없는듯 존재감이 희미하여 나중에는 그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애매한 사람도 존재한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말 한마디로 인해 내가 상대방 보다 우위에 설 수 있으며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면 무엇보다 큰 무기인것임에는 틀림 없다. 사업체를 이끄는 리더의 경우에는 평사원 위에 서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고, 좌중의 의견을 들어주면서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교묘함 까지 두루두루 갖춰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알면 도움이 된다. 권력의 언어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표현할 수도 있고, 평등한 관계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며 가장 기본적인 관계에서도 누가 대화의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결정한 쪽의 의견을 따르게 마련인데 권력의 언어를 잘 습득하고 노력하다 보면 일상생활에서 크게 유용할것 같다.

 

때로는 직접적인 표현은 말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말을 빙빙 돌리거나 부드럽게 표현하면 진지한 대접과 응답을 기대할 수 없다.- 본문 28p에 적당한 예시가 나와있어 옮겨보면 - 스미스의 책상이 난장판이다. 그의 상사 라우라가 들어와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묻는다. "여기서 어떻게 일을 합니까?"스미스가 명랑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 전 전혀 문제 없는데요." 라우라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나라면 절대로 일을 못하겠구먼." 그녀가 다시 고개를 저으며 나간다. 잠시 후 팀장 한나가 들어온다. "이게 뭐야? "놀란 그녀가 스미스에게 명령한다. "스미스 씨, 당장 정리하세요." 스미스씨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부장님이 지시하신 업무 때문에 바빠서 조금 있다 하려고 하는데요." 한나는 차갑게 "그렇다면 더욱 청소를 해야겠군요." -

 

지시를 내릴 때는 변명이나 설명이 필요 없단다. 남성들도 부드럽게 표현한다며 에둘러 말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여성들은 당시 상황이나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일의 연속성을 고려해 부드러운 표현을 쓰게되면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먹혀들지 않는단다. 지시를 내릴 때는 변명이나 설명이 필요 없으며 우리의 예상과 달리 변명이나 설명은 말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며 오히려 지시를 약하게 만든다. 이런 경우는 아이들에게 지시를 내릴 때 자주 겪는 일이기도 하다. 육아서를 너무 열심히 본 나머지 아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시 보다는 부탁을 해보라는 전문가의 조언에 충실했지만 아이들은 내뜻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이해를 한듯하다.지금 부터  권력의 언어를 연습해 방법을 바꿔야겠다.. ㅡ.ㅡ;

 

가족을 비롯해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세상에 언어 만큼 파급효과가 큰 무기도 없는것 같다. 언어는 잘 사용하면 희망과 용기,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지만 , 날카로운 비판이나 험담,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사람들의 언어를 지속적으로 들어야하는 입장이라면 이것 만큼 큰 고문 도구가 없다. 티비를 봐도 그렇고, 대담이나 토론을 지켜봐도 누가 상대방 보다 우위에 서 있는가는 언어로 확연히 구분된다. 여기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 뉴욕의 사회심리학자 벤지온 카노비츠가 실시한 실험인데 복사기에서 복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들어와서 자기가 먼저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일단 " 제가 먼저 해도 될까요?" 라고 묻는 경우 대다수의 사람은 거절한다. 승낙을 받은 비율은 40%에 불과하다. 하지만 '왜나하면'이라는 말과 함꼐 무엇이건 이유를 듣는 경우에는 승낙을 받은 비율이 93%까지 치솟는다. 설사 그 이유가 별로 타당하지 않다 하더라도..-

 

-미시건대학교의 사회심라학자 브래드 버시맨은 적절한 분량의 화는 명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가끔씩 책상을 내려치는 사람이 제 뜻을 관철시킨다는 것이다. 나아가 강하고 용감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이런 주장은 스탠포드대학교의 심리학자 라리사 티덴스의 연구 결과로도 입증된 바 있다. 그녀에 따르면 화를 밖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강하고 현명하다는 평을 받을 뿐 아니라 ,그들의 분노가 우리 눈에 정당할 경우에는 정의감 넘친다는 평가마저 받는다고 한다. (중략) 화는 상황에 따라 존경을 선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감정의 폭발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어떤 상황에서 등장하는지, 어떻게 진행되는지다. 단,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은 주도권을 잡을 수 없으며 화를 낼 때는 사전에 정확하게 계산을 해야 한다.  -

-80p~ -

 

가장 잘 먹히는 말은 고르고 고른 표현도, 전문용어도 ,요즘 인기 있는 유행어도 아니다. 설사 주제가 지극히 전문적이거나 트렌디하다해도 핵심 메시지는 일상어로 짠 직물이어야 한다.- 166p- 왜 일상어일까?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한다면 훨씬 더 상대방의 호응을 얻어내기 쉽지 않을까? 하지만 저자 마티아스 뇔케는 일상어가 친숙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권력의 언어 >에는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사례와 실험 결과가 무수히 포함되어있다. 고압적인 지시만을 일삼는 상사를 대하는 방법, 회의에서 항상 불평불만을 내뱉는 사람을 다루는 방법, 무조건 화 부터 내고 보는 사람, 자신의 의견만을 관철시키려 고집을 피우는 사람,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그것에서 희열을 느끼거나 상대방 보다 우위에 서고 싶어하는 비열한 사례까지 차근차근 읽어보며 대화의 흐름을 매끄럽게 가다듬으면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되어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좋은 방법도 있지만 약간 비열해보이고 치사해 보이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독자가 옥석을 가려내어, 담아둘 것과 버릴것을 택하면 그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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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날은 없다 단비청소년 문학 1
조에 벡 지음, 정성원 옮김 / 단비청소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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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날은 없다>

열여섯 사내아이의 성장 소설인 이 책을 읽어가며 열여섯 보다 한 살 어린 우리 아이를 생각했다. 블로그는 물론이고 카카오 스토리에 쓰는 글을 혹시 누가 볼까봐 꽁꽁 감춰두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공유하는 우리 아이. 아이가 쓴 글의 내용은 어떤 것일까 매우 궁금했지만 아이의 사생활이기에 애써 꺼내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기분이 특히 좋아진 날, 자신의 글이 친구들이나 이웃들의 좋다는  호평에 힘입어 가끔씩은 내게도 보여준다. 이러이러한 글을 올렸는데 호응도가 대단했다며 엄마가 보기에는 어떠냐는 조언까지~~ 그럴때 아이가 쓴 글들을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애쓰기 보다 아이가 보여주는 만큼, 보이고 싶어하는 만큼만,, 딱 거기까지만 보고자 노력한다. 나도 십대 시절의 비밀 일기를 써봤고,  고민도 해봤으며, 어설픈 자작 소설까지 써봤기에 감추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열여섯 주인공 에드바르트는 개학날이 다가오자 죽고 싶은 마음 뿐이다. 블로그에 고민을 쓰면서 죽고 싶다는 속내를 써놓지만, 심각한 고민이 있어서라기 보다 친구들에 비해 2차 성장징이 늦게 나타나는 자신의 몸에 불만이 많다. 조금 느긋하게 생각해도 되련만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의 상반신 사진을 찍고 ,아빠가 쓰는 카페인 샴푸가 머리카락을 자라게 한다기에 가슴 털에도 효과가 있을까 싶어 듬뿍 바르기도 하지만 에드바르트의 가슴에는 털한가닥 날 생각도 않고 ,모두들 변성기가 오면서 굵직하게 변한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 받는데 반해 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가느다랗기에 온통 불만 투성이다. 그런데 설상가상 학급에서 가장 장난꾸러기이자 친구들을 놀리는 맛에 사는 헹크는 키가 작은 에드바르트를 계집애라 부르며 수시로 놀리고 , 에드바르트의 굴욕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전송하기에 이른다. 에드바르트는 건강한 청소년 답게 콘스탄체에게 관심이 있지만 그녀는 미소년인 그를 본체만체 외면하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날 에드바르트는 인터넷에서 저작권이 없는 또래 청소년의 사진을 구입하고 페이스북에 가상의 인물을 만들기에 이르렀다.제이슨이라 불리우는 또하나의 에드바르트는 콘스탄체에게 친구신청을 하고 그녀는 그와 친구가 되었다. 가상의 제이슨을 좋아하는 콘스탄체, 콘스탄체의 일상을 알고싶은 실존의 에드바르트, 두 사람은 거짓된 우정을 나누던 중 정체가 탄로날 것을 두려워한 에드바르트는 제이슨을 이제 그만 죽이기로 작정한다. 알레르기로 입원한 병원에서 의료진의 실수로 죽음을 맞이한 제이슨. 그런 제이슨의 추모 페이지를 만든 콘스탄체와 헹크는 사귀는 사이로 발전했고, 갑자기 전학온 칼리는 헹크의 못된 행동에 멋지게 선방 날리고 에드바르트와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옆집 할아버지가 키우는 푸들의 개똥 때문에 가까워진 타넨바움 할아버지는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는데... 콘스탄체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불러일으킨 작은 거짓말은 세계로 뻗어나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는데 에드바르트는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해나갈까?  

 

에드바르트와 친구들의 발랄한 일상을 그리고 있는 <죽고 싶은 날은 없다>는 한참 민감한 시기의 청소년 아이들의 속내를 볼 수 있었기에 재미있게 읽었고, 에드바르트의 부모를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내 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길 원해서,모두들 보내는데 내 아이만 보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학원이나 과외를 시키는 우리나라 부모들과는 달리 그들은 모두가 1,2등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좋겠지만 강요는 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자리가 있는건데 불안감과 조급증에 짖눌린 나를 보며 반성도 했더랬다. 조에 벡의 <죽고 싶은 날은 없다>는 청소년 성장소설로 재미있게 읽었긴 하지만 번역상의 문제인지,작가의 표현이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너무 급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은 안타까웠다. 

 

- 우린 단지 너한테 강요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란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1이나 2를 받을 필요는 없는 거니까. 우린 네가 학업성적이 좋아야 살 가치가 있다는 믿음 속에서 자라는 걸 바라지 않거든.- 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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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다리 2
줄리 오린저 지음, 박아람 옮김 / 민음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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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다리 2 >

연인들이 흔히 그러하듯 클러러와 언드러시 또한 작은 오해와 큰 비밀 사이에서 갈등하고 토닥이며 다투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1권의 주요 내용이었다면 2권은 그들만의 작은 세상인 파리에서 독자들을 세상 밖으로 던져버리듯 매몰차게 흘러간다.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듯 클러러와 언드러시는 서로를 향한 사랑을 멈출 수 없어 결혼을 약속하고 다음 주에 식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모든 계획은  전쟁의 기운에 휩싸인 파리와 조국 헝가리를 비롯해 유럽 전역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고 학생 비자로 머물던 프랑스에서 언드러시는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었다. 클러러와의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조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레비~. 금방 돌아올 것이라 안심시키지만 그녀는 사랑하는 이와 언제나 함께이기 위해, 전쟁이 터졌을 때 헤어져있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신분이 들통날 위험을 감수하고 그를 따라 조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의 결실인 아이가 잉태되었고 레비는 징집되었다. 임신한 몸으로 생계를 꾸려야하는 클러러. 아내와 뱃속의 아이가 안타까운 레비.. 두 사람의 상황 보다 더 끔찍한 일은  유대인 말살 정책에 혈안이 되었던 히틀러의 정책이었고, 독일은 주변 국가에게 유대인 말살 정책에 동조할것을 요구한다. 그때문에 레비를 비롯한  유대인들은 최악의 군생활을 해나가야 한다. 병사들은 매 순간순간 목숨을 걸어야 할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고 , 굶주림과 동상,온갖 질병에 노출된 레비와 병사들의 참혹한 생활이 너무 아프게 그려져 책을 읽는 내내 차가운 바람에 온몸이 노출되듯 그렇게 지속해야 했다.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포화 속에서도 우정은 피어나며, 굶주림 속에서 처참하게 목숨을 잃었던 수 많은 영혼들..총과 칼,폭탄이 난무하는 세계대전 한가운데 서 있는 레비와 클러러에게 어떤 결말이 주어질까.. 마치 잘 만들어진 흑백 영화를 본듯한 이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역사적 사건들을 들춰보며 공부했을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는 클러러를 생각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터마시를,부모님을,티보르를 그리고 마차시를 생각해야 한다고 ,절망적이지 않은 척해야 했다.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자신을 속여야 했다. 사랑의 간계에 맹렬히 가담해야 했다.- - 294p-

 

<보이지 않는 다리>는 각 권당 500p가 넘는 장편소설이며 시작과 기본은 로맨스 소설 형식을 취했지만 ,언드러시와 클러러의 사랑 이야기 외에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시대를 다룬 정치적 역사소설로도 볼 수 있다.  세계2차대전은 1939년 부터 1945년까지 유럽,아시아,북아프리카,태평양 등지에서 독일,이탈리아,일본을 중심으로 한 주축국과 영국,프랑스,미국,소련 등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 사이에 벌어진 세계 규모의 전쟁이며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명과 재신 피해를 낳은 전쟁이기도 하다. 그 시대를 살아내야만 했던 클러러와 언드러시의 지독한 사랑과 혹독한 세계 정세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생명이 잉태되는 과정 속에 역사적 사건들이 소설 속에 녹아져있기에 로맨스가 곁들여진 역사 소설이라 불러도 될듯하다.

 

-제 2차 세계대전은 흔히 1939년 9월1일에 일어난 독일의 폴란드 침공과 이에 대한 영국과 프랑스의 대독 선전포고에서 발발하여,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으로 종결된 것으로 여긴다. 이 기간 동안 1941년 독일의 소련 공격과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계기로 발발한 태평양 전쟁 등의 과정을 거쳐 세계적 규모로 확대되었다.1939년 9월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막이 오른 이 전쟁은 독일,이탈리아,일본 등 파시즘 국가와 미국,영국,프랑스,소련 등 연합국가의 대전으로 발전하여 1975년 8월 일본의 항복으로 끝날 때까지 5000만 명에 이른 전사와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 네이버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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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다리 1
줄리 오린저 지음, 박아람 옮김 / 민음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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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다리 1/민음사/줄리 오린저>

책 표지 사진을 찍어 놓으니 상당히 흐릿하다. 그 이유는 표지 겉장이 기름종이 같은 재질로, 다른 책들과 다른 느낌이었고 , 책을 읽어가며 흑백 영화를 본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표지와 사진,내용이 그럴듯하게 어울린다.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흑백 영화가 많이 생각난다.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어긋난 길을 가다가 마지막에 서로를 향한 사랑을 깨닫고, 기차 역에서 재회를 하는 장면이 지금까지도 기억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잊었던 그 시절의 감수성을 찾아보았다. 중절모를 쓴 남자와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기차 역에서 서로 포옹하던 장면~~ 영화 제목과 내용은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그때 느꼈던 설레임이란~~ .

 

<보이지 않는 다리 >1권의 무대는 헝가리와 프랑스이며 시대적 배경은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시점이다. 유럽이 온통 전쟁의 기운에 휩싸였고 독일 내 유대인들은 히틀러의 정책 때문에 여러가지 압력을 받던 그 시절. 남자 주인공 언드러시 레비는 우연히 제출한 건축 모형이 유명 인사의 눈에 띄어 장학금을 받고 프랑스의 에콜 스페시알에 입학 허가를 받는다. 유학에 필요한 돈을 환전하기 위해 들른 은행에서 귀부인과 마주쳤고 그녀는 프랑스에 있는 자신의 아들에게 보낼 소포를 인편으로 배달해줄것을 부탁한다. 젊은 하스 부인에게서 소포를 건네받은 레비는 소포 외에, 하스 노부인은 c.모르겐슈테른 앞으로 보내는 편지 한통을 건네받고 프랑스에 도착하면 우체통에 넣어줄것을 부탁받는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흔쾌히 승낙하고, 가족들의 사랑과 믿음으로 유럽을 횡단해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언드러시는 소포와 편지를 전달한뒤 까맣게 잊어버리고 바쁜 학교생활에 적응을 해나간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던 어느날 극장에서 일하는 마담의 제의로 클러러 모르겐슈테른의 집에 초대를 받는다. 마치 예견된 만남이자 운명적 사랑인것처럼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해버렸다. 스물 두살의 건축공학도와 서른 한살의 성숙한 여인 클러러는 전생의 연인이, 이 생에 다시 만난것과 같은 불꽃을 내뿜으며 사랑의 항해를 하지만 이별 또한 예견하지 못한 곳으로 부터 시작되기에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며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만다. 

 

무엇하나 내보일 것 없는 가난한 학생 신분이었던 레비는 누구의 도움 없이 현재의 자기를 성공적으로 이끈 클러러의 사랑에 안달하며  성숙한 남자, 직업을 가진 진짜 남자가 나타나면 자신을 떠날것이라 믿는 레비의 어린 사랑과 자신의 과거를 철저히 감추며 살아왔던 클러러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는데...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가득한 그들의 사랑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가 1권의 중요한 부분이었고, 클러러가 열여섯에 낳은 딸  엘리자베트의 출생의 비밀 또한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으며,,어린 나이에 출산과 양육을 혼자 감당해야했던 그녀의  고단했던 삶을 짐작하게 만들어 연민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그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은 무엇인가? 그녀는 부모와 조국 헝가리를 왜 등지고 신분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나? 사랑과 비밀의 기로에 놓인 그녀의 선택은? 언드러시 레비의 어리고 지독한 사랑은 클러러에게 와닿았을까?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의 신분이 들킬 위험이 있는데 조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할까?..

 

 

<보이지 않는 다리 >1권을 읽어가며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과거가 있다면 꼭 알아야 할까? 물론 서로에게 비밀이 없는 관계가 가장 좋지만 꼭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비밀스러운  과거는 두 사람의 미래에 얼만큼의 영향을 미칠까? 위에서도 밝혔듯 이 소설의 1권은 남녀의 지독한 사랑을 주제로 만들어진 한편의 흑백 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유럽의 어둡고 긴박한 세계 상황은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 외의 또다른 긴장을 조성했고 ,500p가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술술~ 흘러 내 안에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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