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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실험, 무엇이 문제일까? ㅣ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14
전채은.한진수 지음 / 동아엠앤비 / 2022년 10월
평점 :
어느 날 티비에서 비글들로 동물실험을 하는 것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처음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까지 동물을 학대할 수 있나 개탄했지만, 그 결과로 약물이며 화장품이며 여러 생활용품 등등 행복을 누리고 있는 건 나 자신이라는 생각에 현타가 왔다. 그동안 동물들의 희생으로 인간이 풍요를 누릴 권리는 누가 주었단 말인가?
내 지식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한 결론을 내릴수도 없었고 그저 보이는 실험동물들이 안타깝고 불쌍할 뿐이었다. 그렇게 동물실험에 대해 잠시 잊고 있는 사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동물실험 무엇이 문제일까?]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도 서울대학교에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없이 사역견 비글 메이를 학대하며 실험한 사건이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고 이로인해 동물실험의 문제가 재기된 건에 대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인간 생체실험이 불가한 현 시점에서 동물실험은 '필요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동물을 불필요하게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은 가능할지에 대해 저자도 의문을 품고 책을 시작하고 있다. 특히나 의학과 생명과학연구자가 되길 희망하는 청소년에게 동물 실험에 관한 올바른 이해가 필히 필요하고 그렇기에 이 책을 청소년들이 꼭 읽어주기를 바란다.
목차를 보면 총 5부로 구성되었고, 각 부마다 '꼭꼭 찝어 생각 정리하기'를 통해 내용을 요약해서 질문에 답을 해 주어서 학생들이 다시한 번 생각해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1부 동물 실험의 역사 부분에서 동물실험의 정의와 종류에 대해 설명하고, 동물실험에 대한 생각들에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여주고 있다. 의외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철학자(데카르트, 제러미 벤담 등)들도 이 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동물 관련 법들이 어떤 과정으로 제정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나라의 '동물보호법 제23조'의 기본원칙인 3R(Reduction, Replacement, Refinement)이 제정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3R은 현재까지도 실험실 내 동물의 복지를 위해 널리 쓰이는 원칙이라고 한다.
그 외에 동물실험 관련 유명 사건들을 첨부하여 왜 우리가 동물실험의 복지에 대해 생각을 해야하는지 다시 한 번 진정성을 갖도록 해준다.
2부 동물 실험 관련 법률 및 논쟁에서는 국내 동물보호법의 역사와 앞으로 더 다룰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대해 설명하면서 국외의 동물보호법과 비교해보고 있다.
그리고 옛날 자행되었던 학생용 해부실습에 대한 법률 제정과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해부실습을 제한을 해야하는 이유 4가지를 들며 법적으로 규제하고, 대체 모델을 도입하여 반복적 실습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공혈견에 대한 이슈와 함께 반려동물 헌혈카를 통해 기부로 혈액을 공급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음을 전했다.
3부 동물 실험의 종류에선 크게 의학용 실험과 독성실험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 실험의 목적과 대체로 어떤 실험들이 진행되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이 부분에선 화장품 피부테스트로 동물실험이 자행되는 현재, 비건인증을 통해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을 알 수 있도록 로고로 표시 되어져 있고 점점 환경을 생각하는 화장품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부 동물 실험에 관한 찬반양론에서 본격적으로 철학적 관점에서 윤리적으로 무엇을 고려해야하는지 근거를 들어 동물실험 옹호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주장을 다 보여주고 있다.
인간을 위해 동물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권한은 과연 어디에서 나왔는가?
공리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 교수는 결과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동물을 희생하여 인간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면 희생에 따른 이익이 클 때에만 허용될 수 있다고 한다. 그 옹호 주장의 근거로
첫째, 인간과 동물은 생물학적으로 유사하다는 것.
둘째,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는 동물 실험이 꼭 필요하다는 것. 특히 질병에 대한 백신 개발 과정에서 임상실험에서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동물 실험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
그렇다면 반대하는 주장의 근거는?
첫째, 인간과 동물이 유사하다면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것. 예시로 탈리도마이드 약의 임상실험의 실패를 들고 있다.
둘째, 동물 실험이 과연 인간에게 이익이 되는지. 예시로 소아마비 백신 연구에서 원숭이 실험보단 인간 연구에서 발견된 점을 들고 있다. 임상에서의 연구에 먼저 집중했다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을거라는 것.
이 파트에서는 동물실험 외에 과학연구를 위해 주목해야할 대안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 이 분야에서만큼은 동물실험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환자에 관한 임상 연구, 시함관 연구와 줄기세포, 부검과 의학,수학적 모델링, 출하 후 약물 감독 등이 이에 포함된다.
5부에서는 실험동물 복지의 위반 사례들과 그에 대한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동물 복지라는 개념이 잡히기 전의 실험들은 얼마나 잔인한지 여러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쟁점1. 신약 개발, 50%의 확률, 동전 뒤집기인가, 과학자의 윤리인가. 신약 개발에 있어 부작용에 대한 안정성 확보를 위해 동물실험은 필수지만 개발기술이 발달하고 3R의 원칙이 보편화되어 동물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쟁점2. 코로나 19, 백신 개발 전망과 동물 모델 개발의 전망. 완벽한 동물 모델이란 없고 향후 다양한 동물 모델이 개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서고 있는 인간의 도전에 동물은 또하나의 중요한 자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쟁점3. 동물 복제 기술, 명과 암
특정 유전형질을 보유한 개체를 대량 복제하면 인체 질환 모델 실험동물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돌연변이나 대량난자 생산으로 인한 동물 희생 때문에 복제 기술에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
※쟁점4. 동물 실험을 수행하는 사람들
동물실험으로 고통받는 건 그를 행하는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동물에게 PRT(긍정강화훈련, positive reinforcement training)이 필수적이다. 동물행동심리를 기반으로 한 훈련기법으로 먹이를 통해 동물이 연구자들과 친밀감을 형성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것이다.
동물 행동 풍부화는 기본제공 뿐 아니라 동물 자체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은 동물과 거리를 두어 심리타격을 줄여야한다.
5부2장에서 실험실 내 3R의 실현 방법들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 실험실에 들어온 동물을 바로 실험실 안으로 넣어도 될까? : 대부분 전문적인 실험동물 생산 기관에서 구입, 검수는 실험동물기술원이나 실험동물 전문 수의사에게 맡긴다. 검역기간 동안엔 사육환경에 적응하도록 한다.
* 실험실 동물들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공조시스템을 통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환기를 시키고, 외과수술하는 곳에서도 헤파필터 이용해 공기여과를 적절하게 해준다. 사육자도 입실 전 샤워하고 개인보호장비를 착용, 사료나 기구는 모두 멸균한다.
* 실험실 동물들은 어떤 것을 먹을까?: 조건에 따라 영양소를 첨가하여 급여하고 기록하여 비만을 예방.
* 실험용 동물은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할까? : 적절한 면적을 갖춘 NRC(national research council)기준을 참고로 집을 마련.
* 올바른 실험계획 세우기 : 우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하기. 중복된 실험은 아닌지 검색하기. 실험의 목적에 맞게 동물의 종, 계통, 마릿수를 정하기. 실험가설 올바르게 세우기.
* 적절한 실험동물 수 사용하기
* 통증 경감
* 안락사(euthanasia; good death): 최대한 고통을 주지 않는 방법을 선택, 수행하는 사람은 세심하게 배려.
이렇게 이 책 한권에 동물 실험의 역사와 여러 사례들, 그로인한 쟁점과 철학적 관점들, 동물 복지를 지키며 실행 할 수 있는 동물실험 방법들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책을 읽고 나름 요약해보면서 아직도 생각해 볼 거리들이 많이 있지만 기술이 발전되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됨에 따라 불필요한 동물 실험이 많이 줄었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동물실험은 없을 거라 장담은 못하지만 동물들의 희생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그 희생이 헛되지 않게 치밀한 가설과 계획을 통해 실험 결과를 만들겠다는 책임과 사명에 대해 연구자들의 교육을 강화하길 바란다. 관련 학과를 지향하는 학생들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접근하길 바라며, 이 책을 통해 여러 쟁점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봤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지원을 받아 진실되게 리뷰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