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는 사회 - 왜 우리는 삶에서 고통을 추방하는가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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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책이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페이지수가 적어서 골라본 책인데 아니나 다를까 굉장히 어려운 책이다. 페이지수가 적은 이유는 그 적은 페이지에 방대한 내용을 압축해 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책을 받아 책장을 넘긴 후였다.

우리는 왜 고통을 싫어할까? 왜 고통을 밀어낼수록 고통을 더욱 경계하게 될까? 인간의, 그리고 사회의 '고통'에 대해 철학적인 고찰을 하는 책이다.

이 책의 '생존' 챕터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마비되어버린 우리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거울이다. 바이러스는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오늘날에는 마치 우리가 영구적인 전쟁상태에 있기나 한 것처럼 생존이 절대화된다. 삶의 모든 힘이 삶을 연장하는 데 사용된다." 저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건강과 생존에만 주목하는 현 사회를 '생존사회'라고 부르며 삶이 생존으로 얼어붙었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그래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뭐지?'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도 많았다. 바이러스로 인해 통제되는 우리의 일상과 좁아진 자유의 범위를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이런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렇게 안 하면 어쩔 건데?'라는 반감이 들기도 했고.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고통을 해소하려고만 하지 말고 고통을 느끼고 고통에 대한 의식을 가져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고통을 해소하려는 '긍정심리학'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고통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건 그저 상황을 회피하는 것 혹은 외면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알아야 그 고통의 원인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고, 그래야 비로소 '고통 없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만성 마취'에 빠진 정치와 예술을 경계한다.

사실 나도 저자의 입장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고통을 피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그런 것은 국소마취일 뿐이다. 고통의 원인을 찾고 해결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해결 방법을 찾고 해결하는 것이 또다른 고통을 낳을지라도. 결국에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다만, 책이 더 길어져도 좋으니 충분한 설명과 윤문이 더해졌을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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