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속의 거미 블랙 캣(Black Cat) 4
아사구레 미쓰후미 지음 / 영림카디널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소리를 찾아가는 기묘한 추리과정.약간 지루한 감도 가끔 들지만 독특한 추리소설을 찾는다면 추천

전체적으로 기묘한 몽롱한 분위기가 책 전체에 퍼져 있다.그 분위기에 취한다면 괜찮겠지만 약간만 삐끗하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글이 될 수 있다.

난 반쯤만 취해서 조금 지루했다.하지만 참 독특한 글이다.<소리>에 대한 천착이랄까? <향수>의 주인공이 냄새에 미쳤던 것처럼 주인공은 <소리>에 미친 듯 보인다.(그정도로 극단적인 건 아니지만) 섬세하고 기묘한 묘사와 심리 표현이 가장 특징이자 장점이다.

추리 부분은 좀 약한 감이 있어,완벽한 추리를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 터.오히려 몽롱한 환상소설 느낌이 나서 어쩐지 엔티노벨스러웠다.(공의 경계같은 묘-한 글 있잖은가)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의 묘사가 현대인의 고독감과 소외감 등을 싸하게 느끼게 하여,순문학의 느낌도 꽤 나는 편이다.그런 걸(환상소설) 좋아하신다면 맘에 드실 터. 추천 타겟은 그분들,그리고 추리라면 일단 본다!는 분들,독특한 추리소설을 원하셨던 분들,소리에 관한 소설을 원하시는 분.

고독한 악기 수리공 다치바나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가려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그 이후 청각이 이상하게 발달하고 예민해져 아주 작은 소리,멀리의 소리까지 들려 괴로워하고 소리 멀미에 시달리게 된다.심지어 그 감각과 상태에 조금 익숙해진 이후에는 소리를 통해 그 소리의 상황은 물론이고 감정들까지도 알아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 그는 새 집에 살다 이사간(행방이 묘연한) 미모의 피아니스트의 행방을 뒤쫓게 된다.그녀가 두고 간 소리나는 돌을 시작점으로 삼아.여러 곳을 두드리며 그 반향과 잔향들을 비교하여 여기는 뭐가 놓였다,그녀의 동선은 어떠하고 키와 몸무게는 어떻다,성격을 어떠하고 등등을 소리 하나만으로 추측해내는 다치바나.

그리고 그는 그녀의 실종에 의문을 품고 하나하나 추적해 간다.그 과정 자체는 소리 이외에는 별다를 것 없이 평범하며,수수께끼의 해결도 시원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유야무야라는 느낌이 들어버렸다.허탈하다고 해야 하나.확실히 추리는 약하지만 기묘한 느낌이 드는 독특한 글이다.(라지만 아무에게나 추천하기는 좀 그렇다.취향을 확실히 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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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볼 1
키리노 나츠오 지음, 권남희 옮김 / 산성미디어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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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심리 추리? 전작에서 급격 선회.

<얼굴에 내리쏟아지는 비>와 다르다는 뜻이에요.<부드러운 볼>은 <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란 제목으로 바뀌어 재판되었습니다.정통 추리를 기대하고 읽으시면 약간 실망하실 겁니다. 추리적 요소는 그리 강하지 않고,문체나 표현도 추리보다는 순문학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나오키상 수상작이니 재미의 요소도 그럭저럭 괜찮구요 속도감이나 흡입력이 좀 떨어졌지만, 역시 멋진 심리묘사와 캐릭터 표현은 여전합니다.바닷가 시골 마을에서의 탈출을 꿈꾸던 카스미는 집을 나와 도쿄로 가고,멋진 남편과 결혼도 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즐기던 중 불륜에 빠져들게 됩니다. 

상대 남자 부부와 함께 별장을 찾아 남몰래 밀회를 즐기던 카스미.그런데 그녀의 큰딸 유카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그녀는 자신을 자책하며 아이를 찾아 헤매고, 이 일로 인해 가정은 붕괴되고 여러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4년 뒤.아이를 찾는 걸 도와주겠다는 시한부 인생의 형사 우츠미와 함께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유카 찾기에 돌입합니다.그러던 중 많은 일들을 겪고,카스미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아이의 유괴,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어나는 카스미의 심리적 변화와 성장,그리고 우츠미의 변화가 참 잘 묘사되어 있어요.일종의 로드무비에 성장소설같기도 합니다.추리로서는 그리 눈여겨볼 만하지는 않을지 몰라도,꽤 괜찮은 작품입니다.심리에 중점을 둔 추리를 좋아하신다면,잔잔한 심리성장소설을 원하신다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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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3
기리노 나츠오 지음, 홍영의 옮김 / 다리미디어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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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키리노 나츠오의 작품은 버릴 게 없다.현실적인 심리묘사와 속도감 있는 진행,충격적 소재.멋진 추리소설.

어느 날 평범했던 주부들이 살인자가 되고 시체를 토막내기 시작한다? 일단 충격적 소재 때문에 선정적인 싸구려로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가벼운 소설이 아닙니다.도시락 공장에서 일하는 동료인 네 여자 야요이,마사코,쿠니코,요시에.어느 날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소심하고 얌전한 주부 야요이는 충동적으로 남편을 살해하고 맙니다.

그녀는 조용하지만 어딘지 모를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압도하는 든든한 마사코에게 전화를 걸어 대책을 논의합니다.마사코는 약간의 보수를 받고 시체를 처리해 주기로 합니다.하지만 혼자서는 시체 옮기기도 쉽지 않은 일.쿠니코와 요시에의 도움을 받아 마사코는 시체를 토막내어 분산시켜 버립니다.경찰은 야요이 남편의 실종을 수사하고 그러던 중 발견된 시체 일부.

살인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루어지지만 그녀들에 대한 의심은 거두어지고 여자 문제로 의심스러운 일이 있었던 사타케가 용의자로 붙잡힙니다.사타케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지만 덕분에 숨겨왔던 전과가 드러나버리고,예전처럼 살기가 힘들어지자 스스로 사건의 진범을 찾기로 합니다. 

그는 점점 사건의 진상을 풀어가고 그녀들에게 다가가고,한편 시체 처리에 관한 얘기를 들은 마사코의 지인은 그녀에게 시체를 토막내는 아르바이트를 부탁합니다.동의한 그녀는 요시에와 일을 시작하고,사타케는 그녀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합니다.

주목할 점은 충격적 소재가 아니라 그걸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입니다.일단 이런저런 사건들이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진행되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손에 땀을 쥐기도 하고,섬뜩하기도 하고.영화로 만들어도 꽤 괜찮겠어요.하지만 그러면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던 캐릭터들의 심리묘사가 관건이 되겠죠.

그녀들은 보통의 여성들입니다.시어머니 수발과 생활고에 힘들어하기도 하고,아이만을 바라보고 남편의 폭행에 힘들어하기도 하고,말썽을 부리는 아들과 멀어진 남편에게 거리감을 느끼고,쇼핑과 남자가 낙인 속물이기도 하고.그런데 그런 그녀들은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변화합니다.아니,변화한다기보다 숨겨져 있던 부분들을 발견한다는 게 더 맞겠죠.그런 점이 더욱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강인한 하드보일드형이었던 마사코보다는,얌전하고 착한 여성이었던 야요이가 남편을 죽인 이후 보이는 이런저런 변화들과 인내로만 살아왔던 요시에가 어떻게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하는지에 대한 묘사가 정말로 탁월합니다.무엇보다 대단한 점은 <정말로 이럴 수 있겠다,이렇겠다>는 생각이 가슴에 닿아오는 점입니다.

일어나는 일들과 심리의 변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이해되는 걸요.그녀들의 심리와 입장이 이해되고,정말로 그녀들이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일 수 있다는 점이,그렇게 느껴지도록 쓰여진 글이 대단하고 그리하여 더욱 섬뜩합니다.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또한 정말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껴져 더욱 섬뜩하고 닿아왔던 것처럼요.

추리소설 팬들에게 강력추천,그리고 멋진 심리묘사를 원하시는 분들께도 추천.속도감 있게 쓰여진 재미있는 글인만큼 재미있는 글을 원하셨던 분들에게도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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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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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막히게 멋지다. 분류하자면 사회파 추리 쪽인데,현대사회의 병폐에 휩쓸린 가해자와 피해자.재미도 있고 생각도 하게 하고,꽉 찬 느낌.

오랜만에 읽는 정말 멋진 추리소설.일본 20세기 추리 베스트 2위란다,사실 그럴 만한 책이고.추리 애호가라면 안 보면 후회하실 듯.(본 분들은 다들 칭찬!)한 권 내내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이야기에는 빈 자리가 없다.흡입력,복합적인 캐릭터,심리묘사,스토리텔링 모두 최상급이며 거기에다 사회 문제를 생생하게 파고드는 힘이 대단하다.

부상으로 일을 잠시 쉬고 있는 혼마 형사.어느 날 그의 친척 가즈야가 실종된 자신의 약혼녀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해 온다.가즈야가 개인파산을 추궁하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세키네 쇼코.혼마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쇼코의 흔적을 쫓다 생각도 못한 진실에 부딪히게 된다.

쇼코로 알려진 그녀는 세키네 쇼코가 아니었다! 그리하여 쇼코로 알려진 여성을 찾는 데에 의문이 더 따라붙는다.그녀는 누구인가? 그리고 신분의 원 주인인 진짜 쇼코는 어떻게 된 것인가?

그리하여 중반을 넘어선 이야기는 쇼코의 인생을 훔친 여자,긴조 교코의 삶과 행적을 뒤쫓고 세키네 쇼코의 실종을 쫓아간다.교코가 어째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었는지,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파헤치는 것.혼마 형사는 천재적 탐정과는 거리가 멀며,개미처럼 꼼꼼히 묻고 물어가며 하나씩 흩어진 조각들을 짜맞춘다.그 과정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것이 가장 큰 재미.

하지만 역시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신용불량,개인파산이란 문제를 소설의 소재이자 배경으로 환상적인 솜씨로 녹여낸 점이다.이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그런 것들을 절절하게 다가오게 한다.

이런 점에서 사회파 추리소설의 면모를 훌륭히 드러내고 있는데,여기에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덧붙여져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높여 준다. 분명 살인자인 교코이지만,그녀가 어째서 그런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읽으면서 이해하게 되어버린 것이다.그리하여 혼마 형사처럼,나는 그녀를 슬프고 안타까운 감정을 가지고 바라보게 될 수밖에 없다.

추리 팬들께 강추,재미있고 괜찮은 작품을 읽고 싶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

PS: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교코가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핏발이 선 눈으로 관보를 뒤지며 "아버지! 제발 죽어 줘! 죽어 줘!'를 속으로 외치는 것을 남편이 알아채는 장면.섬뜩하면서 참 슬프고,사진처럼 머릿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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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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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싹하고 기이한 이야기가 펼쳐진다.호러팬과 추리 팬들 둘다에 추천.

환상 소설을 주로 써 연명하는 소설가 세키구치는 헌책방 주인이며 신관인 교코쿠도와 절친한 사이이다.그는 어쩌다 남편이 갑자기 밀실에서 사라지고,이후 2년 동안 임신하고 있다는 여자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고 거절하지만 이야기에 관심이 생긴다.그러던 중 선배인 탐정 에노카즈에게 갔다가 마침 그 사건의 추리를 의뢰받는 자리에 있게 되고,그의 조수로서 사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미리니름 방지를 위해 요까지만)

대체적인 줄거리는 이렇다.슬쩍만 보아도 기이한 이야기구나-하는 생각이 들 테고,추리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두 가지 관점을 다 만족시켜 줄 것이다.그의 글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기이한 오싹함일 텐데,단어 하나하나가 그렇다기보다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의 전개와 독특한 배경,묘하고 알기 힘든 복잡한 캐릭터들,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일본 괴담들이 분위기를 그렇게 이끌어 간다.

초반의 의식과 무의식,그리고 일본 설화들에 대한 장황한 설명들이 주욱 지루할 정도로 이어지는데,이해가 안 간다거나 읽기 싫다면 약간만 읽다 넘어가도 큰 상관은 없다.(하지만 나름대로 알게 되는 건 많다,특히 교코쿠도의 견해들,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심령술이 어쩌고 했던 것.)

스윽 건너뛰고 사건의 흐름만 따라가면 우리는 사건의 배경이 된 병원과 미모의 자매,신생아 실종 사건들 등 실종된 남편과 임신한 아내 이외에도 궁금한 것들이 계속 늘어나게 된다.이 의문점들은 나중에 하나로 엮여 풀리게 되지만,작가가 그리 친절한 편도 아니고 기묘한 결말이라 허걱 소리가 절로 나온다.

실종된 남편-그가 죽었다는 것은 초반에 확인된다-시체의 처리나 임산부의 트릭은 처음 보는 것들은 아니다.하지만 이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들이 오히려 신이하다.이야기의 기이함도 기이함이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인간 심리의 기묘함,복잡성과 섬뜩함이다.덕분에 이야기는 더욱 오싹하고 묘한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전해준다.(그래서 읽고 나면 기분이 좀 찝찝해지긴 하지만)이야기를 지나치게 꼬았다는 느낌도 들지만,허를 찌르는 트릭도 볼만하고,그만이 낼 수 있는 기묘한 오싹함과 어두운 심리의 파고들기는 유일무이하다.

호러를 좋아하시는 분,추리 팬,독특한 글을 읽고 싶어하시는 분들께 추천한다.단,이야기가 조금 잔혹하다.(망량의 상자는 더하다)아,그리고 일본 패전 얼마 후가 배경인데 나름대로 그 시대상에 대해서도 그럭저럭 엿볼 수 있다.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시대라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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