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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난 게 아니라 예민하고 섬세한 겁니다 - 세상과 불화하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는 법
제나라 네렌버그 지음, 김진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큰 소리가 나면 유난히 놀라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자극이 일어나면 불쾌해지고, 경쟁하거나 남이 지켜보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많은 일을 겪어낸 날에는 어둑한 방으로 물러나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컨디션이 회복되는 사람들……. ‘매우 민감한 사람(HSP)’을 묘사하는 이러한 항목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예민해서야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겠느냐’는 핀잔도 들어봤을지 모르겠다.
이에 쓴웃음을 지으며 스스로를 ‘사회 부적응자’라고 자평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확실히 예민한 사람은 어디서든 무난하게 타인과 어울리는 이를 선호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 느리고 서툴고 부족하고 유별나다고 폄하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이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방편을 쓴다. 바로 본래의 자기를 숨기고 예민하지 않은 척, 쿨한 척, 다른 사람과 똑같은 척 가면을 쓰는 것.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면 불필요하게 우울과 불안, 수치심, 죄책감, 낮은 자존감, 왜곡된 자아상, 번아웃 등에 시달리기 쉽기 때문이다.
책은 민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신경다양성을 지닌 이들이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연구 결과와 사례를 제시함과 동시에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감정 및 행동 조절 기법도 알려준다. 그동안 세상의 몰이해와 스스로의 채찍질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민감한 여성이라면 자극 넘치는 세상에서 소외되거나 고립되지 않으면서도,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책에서 배울 수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전 세계의 여성들이 이런 경험을 한다. 과거에는 여성들이 '히스테리'를 부린다더니 이제는 '불안해한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숨겨진 자신의 일면을 비추는 다른 거울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들이 만나는 의사나 치료사도 마찬가지다.
감각은 영혼에 이르는 길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글자 그대로 믿는다. 눈앞의 광경, 소리, 맛, 감촉, 냄새는 우리의 정신건강 및 정신적 고통과 상응하며, 그 정도는 민감성에 따라 달라진다. 겹겹이 둘러싸인 양파를 떠올려보자. 우리 존재의 중심에는 유전자, 생물학적 특성, 유년기 경험뿐 아니라 감각 특성, 다시 말해 우리 신경계가 감각세계에 어떻게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는지, 무엇이 우리를 기분 좋게 하고 역겹게 하는지가 자리한다. 이 모든 구성요소는 인생 전반에 걸쳐 상호작용을 하면서 우리 감정과 행동의 층위를 형성한다. 불안이나 우울증,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치료사나 의사를 찾을 때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밖에 없다. 이는 감정과 행동의 바깥층만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겪는 문제를 진단할 모든 기준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감각은 빠져 있다. 우리를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가 완전히 무시를 당하는 셈이다. p18-19
우리는 열이면 열 모두 달라서 ‘옳거나’, ‘바르거나’, ‘표준적인’ 인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어떤 경향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기에 ‘신경전형적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두뇌와 기질 차이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이뤄질수록 제각기 다른 두뇌 특성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리라고 믿는다. 여러 색깔을 보면서 특정 색이 다른 색보다 더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듯이 말이다. p31
심리학의 프레임이 상황과 맥락에 따라 바뀐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표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의학계와 정신의학계의 치료 속에서 우리는 분명 차별과 병리화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린버그는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DSM》을 쓴 저자들조차 그 안에 어떤 유형의 고통이 담겨 있는지, 그와 같은 고통이 왜 발생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의사들의 흰 가운 안에 숨어 있다가 그다음에 드러날 편견과 차별의 사례를 도대체 무슨 근거로 알아볼 수 있을까?”
역사와 언어, 맥락, 권력은 누가 ‘정상’이고 누가 ‘이상하다’는 누명을 쓰는지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다. 민감성, 특히 민감한 여성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의료계와 과학계에서 지금껏 사용해온 표현으로 인해 민감성의 개념과 그에 대한 인식이 변질됐고 민감성은 질병으로 간주됐으며,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민감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새로 배울 때이다. p56
많은 여성이 감각 과부하로 압도당할 때 ‘공황발작’ 같은 대중심리학 용어에 현혹된다. 하지만 실제로 감각처리장애가 있는 성인 여성에게 공황장애 치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렇기에 판단과 이해의 바탕이 되는 준거 기준이 중요하다. 잘못된 진단과 초점이 빗나간 치료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수년 동안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아동기 경험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헤맬 수도 있다. 하지만 노리스는 프로이트 학파에서 말하는 심각한 아동기 트라우마가 늘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감각 과부하는 불안과 유사해 보이지만, 여성들이 감각과 관련된 정보를 더 많이 알게 된다면 심리치료사를 비롯한 여러 치료사들과 감각 차원의 문제를 더 원활하게 공유하고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p148
신경다양성 패러다임은 기계론적 관점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바람직하지 않거나, 도움이 안 되거나, 비생산적’이라고 여겨지는 특성을 완화하려 드는 대신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 인간의 경험, 그중에서도 특히 ‘장애’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새로이 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바로 신경다양성 운동이다. 신경다양성 지지자들은 신경다양인이 경험하는 불안을 제거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우리가 사회에서 경험하는 인식의 차이가 어떻게 신경다양인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불안정감과 소외감, 고독, 우울을 불러오는지 밝히는 데 중점을 둔다. p179-180
“그 [진단] 이후로 모든 것이 굉장히 명료하고 확실하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안심했죠. 더 이상 평범해지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하기를 반복하지 않아도 됐으니까요. 제 모습 그대로 살아도 된다는 것, 제가 망가졌거나 실패자가 아니라는 것, 제 경험이 그저 상상에 불과한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 자신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까지 서른여덟 해가 걸린 거죠. 이 새로운 렌즈를 통해 제 과거 전체를 정돈하고 분별하는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에요. 시간이 걸리는 일이죠.” p269
사람들이 자기 내면의 삶을 타인에게 털어놓고 이야기 나누며 연대감을 느끼기 전까지는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한 면모가 드러날까 두려워하며 혼잣말로 이렇게 되뇐다. '내 아픈구석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러고는 자기 모습을 숨기고 동떨어지고 고립된 인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고립은 신체적.정신적 증상으로 발현된다.
교류를 늘려야 한다거나 외로움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 즉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 특히 정신건강 문제를 터놓고 나누는 것이 다른 사라모가 관계를 맺는 지름길이다. 어떻게 반응하고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내 쪽에서 먼저 문을 열어야 다른 사람이 문을 열도록 도울 수 있다. 시간이 다소 걸릴 지도 모르지만, 머잖아 주위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이 더 편안하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그러면 스트레스가 줄고 우리 모두 더 건강하고 친밀한 삶을 누릴 수 있다. p311-312
길게만 느껴졌던 추석연휴...
이제야 비로소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이번 추석은 어찌보면 예비사위 백년손님을 치룬날만 빼면
추석전주부터 새손님 맞을 걱정으로 벌써 그로기 상태인
부실한(?) 언니를 배려해 막내동생집에서 친정모임을 가졌던 탓에
몸은 편하게 보냈던 것 같다.
결혼하고 30년 넘게 양가의 맏이 노릇을 했으니
동생의 호의를 고마운 마음만 잊지 않고
편하게 받아드려도 될터인데
몸이 편한 것과 별개로 마음은 넘 불편해서
다음부턴 좀 힘들어도
우리집에서 모이자고 다짐에 다짐을 했다.ㅠ.ㅠ
위와 같은 상황에서 읽은
'유별난 게 아니라 예민하고 섬세한 겁니다'
'신경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듯 한데
신경다양인에게 유용한 의사소통 방법,
집과 업무 환경을 평안하게 가꾸는 법 등을 소개하며
신경다양인의 재능이 세상 속에서 꽃피울 때 모두에게 더 나은 내일이 열린다고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참고할만한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근간에 이런류의 책들을 많이 읽고 학습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지인들의 배려와 응원으로
예전보단 불안감도 많이 사라지고 자존감도 회복되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복직하기엔 자신이 없다.
오늘은 늘 연락이 오던 과장님 대신
학원원장님이 직접 연락을 주셨는데
고민끝에 겨울방학특강까지 잠시 더 쉬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괴퍅한(?) 마눌의 눈치를 보면서도
꿋꿋이 조선시대남자로 살아가는 김씨도
내가 괴퍅한것도 아니고 유별난것도 아니고
사실은 예민하고 섬세한 아줌마라는 걸
조금씩 알아주기를...
이 책은 내가 아니라 김씨가 읽어야 한다고 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