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은둔의 역사 -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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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역사를 연구한 저자가 약 400년 동안의 혼자 있기를 최초로 다룬 대중서로, 우리에게 특별한 시간여행을 권하는 책이다.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왔고, 사랑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내가 연결되며 흔치 않은 위로를 느끼게 된다.

눈부신 범위의 문학과 자료를 아우르며 변화하는 혼자의 역사를 세세히 따라간다. 무인도에 고립됐던 로빈슨 크루소는 속편에서 런던으로 돌아와 자신은 “수많은 인파 속에서 진정한 혼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람들 속에서 혼자만의 여유를 갖는 일 또는 집단에서 벗어나 혼자 된 시간을 즐겁게 마주하는 법은 현재까지도 우리의 관심사이다. 그 방편으로 독서, 우표 수집, 자수, 애완동물의 유행부터 단독 세계일주라는 극한의 은둔까지 각종 여가활동이 탄생하고 취미로 자리 잡는 과정이 펼쳐진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책의 서장에서는 '고독에 관한 세기의 고전'이 다룬 18세기와 이전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치어만은 책 전반에 걸쳐 '혼자의 장점들'과 '집단의 편리성과 축복' 사이 균형을 잡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혼자나 집단생활 각각 따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한쪽이 다른 쪽 때문에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과연 적정한 상태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제부터 살피려고 한다. 지난 세기 동안 사람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대했는지 파악하고자 한다. 지금 겪는 ‘외로움이라는 병’과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은 사실 2,000년 넘게 시와 산문에서 나타난 딜레마의 변주이기 때문이다. p13


낡은 옷을 걸치고 길에 나서면 적절한 방식으로 세상의 적절한 곳에 들어서게 된다. 도보 여행이 단지 장난, 소풍, 놀이일지라도. 신선하고 자유로운 공기 속으로 들어간다. 일상생활의 말 없는 가식에서 해방된다. p233


"고통 받은 3년간 강렬한 희열의 순간들을 경험했습니다. 작가님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읽을 때가 그런 순간이었지요. 저는 이 책에서 희망을 가질 이유들을 발견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님의 목소리, 존재감이었어요. 잔인한 무채색 세계를 묘사하는 작가의 환희와 그것을 너무도 우중충하고 무기력하게 표현하는 희열. 그게 거의 몸으로 느껴지지요.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고, 난 더는 혼자가 아닙니다. 감옥에서 더 이상 버림 받지 않았습니다." p261


안전하고 생산적인 고독은 선택이 만들어낸다. 개인은 자유롭게 고독한 상태로 들어가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치머만은 '외로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으나, '파괴적인 고독'이란 표현이 현대에 사용하는 외로움과 같은 뜻이다. p295


"발전하는 기술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활 방식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우리가 고독과 맺는 관계는 계속해서 변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초월한 고독의 의미가 존재한다. 온갖 논의가 있어도, 은둔과 사회성에 큰 변화가 생겨도, 고독의 경험에는 뚜렷한 핵심이 남아 있다. 1791년 요한 치머만이 고독을 두고 “자기 회복을 위한 성향”이라고 한 정의는 우리 시대에도 유효하다. p323


어떤 측면에서 이것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의 역사였다. 혼자만의 ‘평화와 고요함’은 역사적으로 쉽사리 간과되지만, 과거 대다수 사람들이 집이나 직장에서 노동을 마치고 회복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혼자 있기의 다양한 형태를 추적해 살펴보면, 평화와 고요를 누리는데 신체 활동이 중요하단 점을 알 수 있다. 불편한 다리로 유럽을 누빈 워즈워스와 런던 거리를 정처없이 활보한 '경쾌한 풋내기' 디킨스부터 북적대는 집에서 가끔 개 산책을 나온 이들까지, 몸을 움직이는 동안 마음이 가라앉고 정리됐다. 역사에서 방치됐지만 이 책에서 되살린 조용한 취미들도 마찬가지였다. p325




신간코너를 기웃거리다 발견한 책

'낭만적 은둔의 역사'


설명절만 지나면 큰 딸 방을 서재로 꾸미고

한편엔 이젤을 세워 그림도 열심히 그리고

아직 완성하지 못한 곡 '원스'도 제대로 연주해보리라 다짐했었는데

바쁜시간을 보내고,

미뤄두었던 병원투어까지 마친 지금의 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매일하던 포스팅도 망서리게되는

무기력에 빠져있다. ㅠ.ㅠ


주말에 잠시 들렸던 큰 딸의 신혼집은

사위와 딸의 취미를 반영한 듯

마치 보드게임 카페처럼 꾸며

재밌게 잘 지내는 듯 보이니 안심이고,

집과 회사만 오고갔다는데도

코로나 확진으로 애를 태웠던 꼬맹이도

이젠 회복되어 온갖 밀키트로

요리솜씨(?)를 뽐내며 입맛을 찾고 있다니

정말 다행이다.  


걷기

독서

우표 수집

자수

애완동물

.

.

.

.

.


혼자만의

평화와 고요함...

내게도 곧 찾아와 주길...



“고독 속에서 각자는 혼자이면서 외롭지 않다.

왜냐하면 긍정적인 방식으로 자신과 행복하게 지내기 때문이다.”

그런 몰입이 부족하면 외로움이 시작된다.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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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음악책 - 내 삶을 최적화하는 상황별 음악 사용법
마르쿠스 헨리크 지음, 강희진 옮김 / 웨일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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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음악의 세계로 이끄는 가장 지적인 안내서이자, 음악이 우리 인생을 어떻게 개선하는지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독일에서 독창적인 음악 테라피를 통해 대중의 고민을 해결하고 인간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해 온 마르쿠스 헨리크는 인류가 음악을 통해 발전해 왔으며, 음악을 제대로 들음으로써 더 나은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뇌 기능을 활성화하고, 창의력과 영감을 자극하고, 막연한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부스터를 달아주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음악 사용법을 소개한다.

운동은 꾸준히 하는데 효과가 미미해 실망스러운가?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얻고 싶은가? 실연의 아픔으로 고통스러운가? 이제 작심삼일은 그만하고 싶은가?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사회생활과 잔뜩 꼬인 인간관계로 오늘밤도 잠 못 이루고 있는가?

그렇다면 기억하라, 답은 음악에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음악을 들음으로써 생존했듯, 당신도 음악을 들음으로써 좀처럼 보이지 않는 삶의 난제에 돌파구를 찾아나갈 수 있다. 《쓸모 있는 음악책》은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음악의 쓸모를 파헤치고, 사회 전반에 음악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책을 다 읽을 때쯤에는 모두가 음악을 더 똑똑하게 활용하여 더 나은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아이를 달래고 재우기 위해 엄마가 부르는 자장가가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음악의 기원이 아닐까? 수십만 년 전부터 엄마들은 내 아이가 쌔근쌔근 편안히 잘 자기를 바라는 마음에 단순한 멜로디로 된 노래를 읊조리곤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기에 엄청난 과학적 비밀이 숨어 있었다. 자장가를 들려주는 동안 아이의 몸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할 만큼 중대한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그 호르몬이 영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던 시절 생사를 가를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래는 물리적인 신체 접촉을 대체하는 기능도 지니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스킨십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익숙한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아이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엄마가 손빨래를 하면서 노래를 들려주면 누워 있는 아기는 어느 정도 편안하다고 느낀다. P18~19


사실을 몰랐던 이들에게는 비보悲報일지 모르겠지만, 녹음한 목소리가 남들이 듣는 내 목소리가 맞다. 내가 말할 때 내 귀에 들리는 목소리가 아니라 녹음한 목소리가 바로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 모두가 듣는 내 목소리다.
그렇다면 왜 내 귀에만 내 목소리가 다르게 들릴까? 범인은 바로 우리의 두부頭部다. 살아 있는 한 언제나 목 위에 이고 다녀야 하는 머리는 마치 보스Bose 스피커처럼 작동한다. 내가 내는 목소리의 주파수를 증폭시키거나 목소리에 실제와 약간 다른 울림을 싣는 것이다. 구강, 비강, 후두부 등 각종 기관이 사운드에 영향을 미친다. 음파가 외부에서 귓속으로 들어오기도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서도 공명이 이루어진다. 즉 외부와 내부의 공명이 뒤섞이면서 귀에 들리는 소리를 진짜 자신의 목소리라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어색하게 느끼는 현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전문 용어도 있다. 심리학계에서는 이러한 음성 직면voice confrontation 현상에 대해 무려 50년 전부터 수많은 연구와 설문조사를 진행해 왔다. 1967년에 실시한 어느 조사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단박에 인지하지 못한 이가 무려 전체 응답자의 62퍼센트에 달했다. 나머지 38퍼센트도 “어라? 많이 들어본 목소리 같긴 한데…” 정도의 반응밖에 보이지 않았다. P79~80


콘서트를 간다는 것은 곧 인지력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공연장에 가기 전부터 이미 내가 만나게 될 밴드나 오케스트라 혹은 솔로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공연 포스터나 팸플릿도 공부한다. 공연장에 가면 생각할 것도 많고 누릴 것도 많다.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 뇌에도 발동이 걸리고, 음악이 주는 감동과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행복 호르몬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지 못한다. 지금 막 귀를 통해 뇌로 흘러 들어가는 음악을 처리하느라 우리 뇌는 분명 조깅을 하고 있지만, 그 사실을 의식할 필요 없이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라이브 공연이 주는 인지력 강화 효과다. P133


음악이 어떻게 이렇게 큰 기능을 발휘할까? 의학계에서는 우리 뇌의 멜로디나 가사를 저장하는 공간이 치매로 인한 타격에 한동안 공격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 말한다.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노래에 관한 기억만큼은 다시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그 부위가 다시 가동되면 뇌의 다른 영역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 부위가 활성화되면서 이웃 부위들도 다시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음악은 그저 어렴풋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의학적으로 우리 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 P143


《체력 및 컨디션 연구 저널Journal of Strength and Conditioning Research》은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주기적으로 달리기 훈련을 하는 이들에게 한 번은 음악을 들으며, 한 번은 음악 없이 5킬로미터씩을 달리게 한 뒤 결과를 측정했다. 음악을 듣지 않은 경우 평균 27분 20초가 걸렸고, 음악을 들으며 달린 경우에는 평균 26분 45초만에 주파했다. 35초를 단축한 것이다. 나라면 그 35초를 가쁜 숨을 얼른 가라앉히는 데 쓰겠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
운동하는 동안 음악을 들으면 산소 공급이 원활해진다. 평소보다 여유로운 상태에서 심호흡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음악은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진정 효과도 지니고 있다. 자세 교정 효과도 있다. 허리를 펴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것이 합쳐지면 신체 기능이 향상하고, 결과적으로 운동 효과도 높아진다. P170


모든 결심은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세운 목표에는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이 담겨있다. 음악은 목표와 희망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고리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혹독한 봉쇄 조치가 지속되던 무렵, 폴 매카트니가 직접 쓴 골들을 모아 솔로 앨범을 냈다. 기타, 베이스, 타악기, 피아노, 쳄발로 등 모든 악기도 직접 연주했다! 그중 한 곳의 제목이 <시즈 더 레이 Seize the day>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는 뜻이다. 모든 걸 다 가져본 78세의 남자, 가보지 않은 곳이 없고 체험하지 않은 게 엇은 매카트니가 팬데믹으로 고립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외쳤고, 많은 이들이 크게 감동했다. p180


음악은 아직 의사들의 처방전 목록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처방할 수 는 있다. 자신에게 악기 하나를 선물해 보자. 샤워부스에서 열창을 해보자. 굳이 물세례가 없어도 된다. 목욕탕 특유의 울림만으로도 충분히 도취될 수 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취약 계층 어린이들의 음악 교육을 지원하는 학원이나 단체를 후원하다면 그보다 더 멋진 일은 없을 것이다. p279



나의 아침의 선물받은 라디오를 켜고

CBS 음악 FM '정민아의 Amazing Grace'로 시작된다.

해외찬양이 나오는 시간이라 가사를 정확히 알긴 어렵겠지만

귀에 익숙한 멜로디의 곡들로 차분하고 은혜로운 아침을 열 수 있어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아나운서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곤 한다.


곧잘 그 음악을 듣던 추억에 빠지곤 하는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을 지나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당신에게'가 시작될 쯤이면

아침에 할 일들을 마치고 커피 한 잔 들고

책을 읽고 했는데 어느날 제동이 걸렸다.


오래 자리를 지키신던 강석우님이 건강상의 이유로 갑자기 그만두시고나니

낯선 DJ이의 진행이 영 어색하고 불편해서 한동안 라디오를 듣지 못했는데

오늘 아침,

다시 듣는 스페셜 DJ 장현성님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는

마음의 편안과 위로를 준다.


새해계획중

기타와 칼림바를 다시 배우는 것 외에도

고전읽기와 함께 클래식곡들도 많이 듣고

콘서트나 음악회도 자주 가야지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만나게 된

'쓸모있는 음악책'


이 책은 뇌 과학, 심리학, 인류학, 과학계에서 입증해 낸

음악과 인간의 상관관계를  지루하지 않게 들려준다.


-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을 때

두 세트는 음악을 들으며

한세트는 음악 없이 운동하고

조깅할 때는 60bpm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110~130bpm

속도를 내고 싶을 때는 130~160bpm의 곡이 효과적


- 식욕을 조절하기 힘들 때

느린 템포의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


-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의도적으로 머릿속에 중독성있는 선율을 떠올리고

끊임없이 흥얼거릴 것...



한동안 몸을 움츠리게 했던

추운 날씨가 물러가고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햇볕이 봄을 알린다.

오랜만에 산책에 나서야겠다.

좋은 음악과 함께...




 


"음악만 잘 들어도,
일상은 더 나은 쪽으로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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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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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동네의 후미진 골목길.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은 가정집들 사이에 평범한 동네 서점 하나가 들어선다. 바로 휴남동 서점. 슬픈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얼굴에 아무런 의욕도 보이지 않는 서점 주인 영주는 처음 몇 달간은 자신이 손님인 듯 일은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책만 읽는다.

그렇게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둘 되찾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소진되고 텅 빈 것만 같았던 내면의 느낌이 서서히 사라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자신이 꽤 건강해졌다는 사실을. 그 순간부터 휴남동 서점은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 된다. 사람이 모이고 감정이 모이고 저마다의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으로.

크고 작은 상처와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휴남동 서점이라는 공간을 안식처로 삼아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배려와 친절,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 등 우리가 잃어버린 채 살고 있지만 사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가득한 책이다. 출간 즉시 전자책 TOP 10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수많은 독자의 찬사를 받은 소설이 독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마침내 종이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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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나무라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잊을 만하면 환청처럼 들려왔다. 뜸해지는가 싶다가도 기억 저 너머에서 한순간에 달려들었다. 이럴 때마다 영주는 조금이라도 무너졌다. 하지만 더는 무너지기 싫어 영주는 떠나온 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마치 떠나온 사람들에 관한 이 세상 모든 이야기를 모으려는 것처럼 굴었다. 영주의 몸 어딘가엔 떠나온 이들이 모여 사는 장소가 있다. 그 장소엔 그들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넘쳐난다. 그들이 떠나온 이유, 떠날 때의 심정, 떠날 때 필요했던 용기, 떠나고 나서의 생활, 시간이 흐르고 나서의 감정 변화, 그들의 행복과 불행과 기쁨과 슬픔. 영주는 원할 때면 언제든 그 장소로 찾아가 그들 곁에 그녀 자신을 눕혔다. 누워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통해 영주를 다독여줬다. p30


“네가 저번에 그랬잖아. 소설 주인공은 다 조금이나마 어긋난 사람들이라서 결국 보통 사람을 대변한다고. 우린 다 어긋나 있어서 서로 부딪치다 보면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그렇다는 건 너도 보통 사람이라는 거잖아.”
지미가 독백처럼 말을 이었다.
“우리가 다 그런 거지. 다 해를 끼치고 살지. 그러다 가끔 좋은 일도 하고.”p103


“하루 중 이 시간만 확보하면 그런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우리 인간은 복잡하게 만들어졌지만 어느 면에선 꽤 단순해. 이런 시간만 있으면 돼. 숨통 트이는 시간. 하루에 10분이라도, 한 시간이라도. 아, 살아 있어서 이런 기분을 맛보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시간.”p195


“바로 그게 수행의 기본자세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존재하기. 지금 민준 씨가 그걸 하고 있는 거예요.”
“수행요?”
“흔히들 현재를 살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말이 쉽지 현재에 산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죠? 현재에 산다는 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그 행위에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한다는 걸 말해요. 숨을 쉴 땐 들숨 날숨에만 집중하고, 걸을 땐 걷기에만 집중하고, 달릴 땐 달리기에만.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과거, 미래는 잊고요.”p279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일주일에 한 두번은 온라인서점에서 신간서적을 살핀다.

어느날인가 따뜻한 느낌의 표지의 이 책이 궁금해져서 북카트에 넣어 두었었는데

지난주,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내 마음을 아시는 듯 책을 보내주셔서

갑자기 찾아온 한파에 집콕하며 잘 읽었다. 


이 책은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으로 밀리의 서재에 공개된 후

많은 독자들의 요구에 의해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그럴만 했네....^^;



서점

커피

영화

사람과의 관계

.

.

.

.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으며

오래전 꿈꿨던 북카페의 꿈을 살며시 다시 꺼내 놓기 시작했다.


출근후

좋아하는 음악의 볼륨을 올리고

책들과 인사하는 내모습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신이 난다. ^^

잘 로스팅된 커피를 내리며 시작하는 아침...

가끔은 초콜릿 콕콕 박힌 쿠키도 구워야지.

수세미는 동물모양으로도 떠 볼꺼야.

근데 책구성은 어찌하지?

베스트셀러는?!...

그래. 나도 베스트셀러는 배제하는게 좋겠어.

세상엔 너무나 좋은 수많은 책들이 있는 걸...


여기까진 몽글몽글 기분이 좋아졌는데

그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손님으로 만나는 상상을 하는 순간,

꿈은 이내 현실이 되고 한껏 펼쳤던 상상의 나래도

쉬이 접을 수 밖에 없었다. ㅠ.ㅠ


우리동네에도

휴남동 서점같은 동네서점이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커피가 그리울 때 부담없이 찾아가

생각지도 못한 책을 만나기도 하고

책에서 읽은 좋은 이야기를 풀어 놓을 수 있는...


 

“서점에서 일을 하는 동안 전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책에서 배운 것들을 상상 속에서만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거든요.

저는 많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며 조금씩 더 나누고 베풀고자 했어요.

 네, 전 나누고 베풀자고 굳게 다짐해야만 나누고 베풀 수 있는 사람이에요.

원래 태어난 바가 품이 크고 너그럽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요.

이곳에서 생활하며 저는 ‘앞으로도’ 계속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거예요.

책에서 읽은 좋은 이야기들이 책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게 하고 싶어요.

내 삶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도

남에게 들려줄 만한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p34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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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출간 5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김수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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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 스테디셀러 1위. 빅데이터로도 증명된 ‘나로 살기’ 열풍을 이끌며 시대정신을 만든 책. 2016년 출간 이후 국내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전국 서점 26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 책이자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K-에세이의 대표작인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출간 5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자가 사회학과 사회 심리학을 읽기 쉬운 에세이로 풀어내고자 했던 게 첫 시작이었다. 다시 말해, 동시대의 사회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마음과 사고방식을 담으려 한 책이기에, 시간이 흐른 만큼 새로 수정하고 더할 내용이 많이 생겨 5년 만의 개정증보판을 출간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내용과 표현을 다듬는 것은 물론, 새로운 글과 그림도 여럿 추가하여 완성도를 한껏 높였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한마디로 이 책은 ‘아닐 수도 있지’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어 그 생각을 담고, 그 생각으로 쓴 책입니다. 작은 의문에서 저는 많은 답을 얻었고, 허위를 걷어낸 나 자신을 받아들일 용기를 내게 됐습니다. 그때의 제가 느낀 해방감이 참 좋아서,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p8

내 삶에는 많은 제약이 있고 보장된 것은 없지만, 보통의 삶에도 허락된 많은 것이 있다. 어른의 사춘기는 지금의 자신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채울 수 있을 때 종결되는 것이며 우리는 그 순간 진짜 어른이 될 것이다. p53


만약 당신이 끊임없이 불안을 충전하고 있다면, 혹은 당신이 꿈꿨던 미래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자신에게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면, 스스로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삶이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것일 뿐 그 어떤 삶도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열심히 사는 것도, 열심히 배우는 것도 마음껏 하시라. 하지만 누구의 삶도 모욕할 수 없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p68

자신을 비난하려는 마음을 끈질기게 설득하고 과거의 상처에서 걸어 나오며 본래의 자신을 마주하고 내면의 힘을 다져야 한다. 자기 사랑의 지도는 이 과정을 통해서 완성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지루하고 지난한 여정을 견뎌낸 사람만이 자신의 삶을 완성할 수 있다. p154


언제든 관계를 끊어도 상관없다 여기는 게 자존감이 아니고, 자기표현으로부터 도망치는 한 관계의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원활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건강한 관계를 기르며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일구는 것. 어려워도, 당장 원하는 답은 아닐지라도, 행복을 위해 우리가 배우고 나아가야 할 길이다. p207



'내 나이엔 아닐꺼야'하며 미루고 미루다

책이 출간되고 한참 뒤,

지난해에야 읽었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탓에 갖고 싶던 책이었는데

증보판출시와 함께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읽는중이다. 



스스로를 충분히 의식하지 못한 채,

타인과 사회의 시선에 질질 끌려 사는 것으론

결코 자존감에 닿을 수 없다.

그렇기에 단단한 자존감을 세우기 위한 첫걸음은 분명하다.

'나답게 살아가는 것.'


새해가 되면 이런 저런 결심들을 하곤하지만

2022년 만큼은 건강과 함께

그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거하며

나답게 즐겁게 사는게 새해를 맞은 내 바램이다.


누구나 돌려놓고 싶은 시간이 있으리라...

나는 오래전 그때,

학력고사를 보던 고3 수험생시절이 바로 그 시절이다.

대입시험 앞두고 3개월 공부해서 서울대에 가셨다는 아빠와

시험성적이 너무 좋아 원래 가려던 가정학과 대신

이대 의대를 가게 되었다는 엄마...

그의 장녀인 나도 당연히 공부를 잘할꺼라 믿으셨겠지만

난 학력고사를 망치고 재수의 길을 걸어야 했다.

내 낙방소식에  며칠을 앓아 누우셨던 아버지를 뵈며

아무렇치 않은 듯 무심한 얼굴로 재수학원을 알아봤었는데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때 생각을 하면

너무나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 ㅠ.ㅠ


시험이 인생에 전부는 아니라지만

아주 가끔은 내가 그때 부모님이 원하시던 대학을 합격했으면

'지금 내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하는

하나마나한 생각을 하곤한다.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노라 수없이 이야기 하면서도

누구에겐가로 향한 원망과 잊고 싶은 기억들...


이런 마음의 짐을 덜어 내며

걱정을 사서 하는 내가 앞으로 해야할 일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삶을 무겁게 만드는 불필요한 욕망과

잘못한 것 없는 부끄러움에 대한 최후통첩!


나, 이제 자유롭게 살고 싶다....



삶이란 오랜 여정이다.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해야 지치지 않는다.

그러니 삶의 무게가 버거워졌다면

불안한 마음에 버리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마주하고

그것들을 덜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여행 내내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짐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삶을 무겁게 만드는 불필요한 욕망과

잘못한 것 없는 부끄러움과

지치게만 하는 과잉된 관계.

이 모든 것에 대한 최후통첩.

그 포기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p26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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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
무레 요코 지음, 이현욱 옮김 / 경향BP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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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지 않은 독설로 사이다처럼 상쾌하게 답답한 가슴을 뚫어 주는 무레 요코의 에세이집. 중년이 되며 경험한 경쾌하고 유머 넘치는 일상 이야기들을 담았다. 어느 날 문득 중년이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무레 요코의 일상 이야기는 심플한 위로가 된다. 예고 없이 중년이 되었지만 지금의 내 나이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게 해 준다.

<인터넷알라딘제공>



중년이 되면 누구나 몸이 약해졌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사전에서 '중년'을 찾아보니 '40대에서 50대 후반까지'라고 되어 있는데 내 연령은 현재 중년의 우두머리로 2년 정도 지나면 '노년'의 가장 막내가 될 것이다.

일상생활속에서 '이럴 수가'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일이 계속 생기기 때문에 젊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인식하는데도 최근에 '어?'하고 놀라는 일이 많아졌다. 내 또래 친구들도 젊었을 때와 지금이 다르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아는데도 놀랄 일이 너무 많다고 탄식했다. p101


인테리어를 생각해서 보기 좋게 수납할 수 있는 가구를 사려고도 생각했지만 그것도 역시 큰 물건이 늘어나는 것이 된다. 어쨌든 물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데 마음이 흔들려서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넓지 않아도 되니까 간소한 집에서 일을 하고 취미도 즐기면서 산뜻하게 노후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끊임없이 나오는 물건을 선별해서 쓰레기봉투에 버리기에 급급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p215


쇼윈도에 비치는 자신의 새우등을 보고 흠칫 놀라거나 변변찮은 사람이 걸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자신이었거나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모두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래도 같은 나이의 사람들과 비교하면 자기가 더 어려보인다고 소소한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가만히 마음속에 담아 두면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는 웃으며 친구를 위로 했다.

"모두 어느 정도는 그렇게 자기가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신경쓰지마." p219


젊었을때는 예순을 지난 사람은 모두 어른이고 무슨일이 일어나도 태연할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경험이 쌓여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는 이런 상태이다. 안타깝게도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247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

'카모메 식당'의 저자 무레 요코의 책을 읽고 있다.


정신없이 설명절을 보내고 여행까지 다녀왔더니

피곤한 탓인지 부쩍 늙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여유있던 금요일 염색을 하고 긴머리를 다듬었다.

기분은 나아졌으나 문제는 염색약 때문인지 두피가 가렵다. ㅠ.ㅠ


나이 먹는 것을 느끼는 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현재 내가 가장 힘든 건 깊은 주름도 관절통증도 아닌 가려움증인 것 같다.

특히 겨울에 더 심해지는데 아직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한다.

그냥 이 증상도 '나이 들면 가려움이 몸에서 배어 나오는 걸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효자손 곁에 두고 음식 조심하며 그러려니 살아가야 하는것이겠지?!... ㅠ.ㅠ


밀라논나님처럼 짦은 커트를 하고 염색을 하지 말아볼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59세까진 중년이라니 중년까진 염색을 해보는걸로...


나도 저자처럼

BTS노래에 맞춰 춤을 추다가 숨이 가빠져 힘들어하기도 하고,

에스컬레이터에 탈 때도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해 주저 한다.

예전엔 급할 것도 없는데 성큼성큼 오르거나 내려가기도 했지만 

무릎다친후로 손잡이 꽉잡고 내자리를 지킨지가 쫌 되었다.

글자를 엉뚱하게 읽거나 잘 알고 있던 단어가 도통 생각이 안나서

'그거 있잖아, 그거!'를 외치기도 하고

몸이 예전같지 않으니 없던 건강염려증도 생기고

때론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나이가 들어도 괜찮다고

여전히 나답게 살 수 있다고 유쾌한 위로를 건넨다.


내일은 건강검진

또 다음날은 임플란트 예약이 되어있다.


벌써부터 검사결과도 걱정되고

간단하다는 수술도 겁이 나지만

'다 잘될꺼라' 믿으며

한 주일을 시작해보려 한다.


젊어도 늙어도

건강이 제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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