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만나는 미술관 - 그림이 먼저 알아차리는 24가지 감정 이야기
김병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평점 :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잊은 줄 알았던 기억, 깊숙이 묻어둔 상처. 그림은 이러한 마음의 조각들을 조용히 비추는 거울이다. 말없이 우리 앞에 놓인 그림을 바라볼 때, 사람은 오히려 가장 솔직해진다. 20여 년간의 상담과 치료 현장에서 정신과전문의 김병수 원장은 이러한 순간을 수없이 목격해왔다. 그는 환자들의 마음을 그림과 함께 열어가며, 한 장의 그림이 수많은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를 만나는 미술관》은 그가 경험한 치유의 장면들을 중심으로, 열정·고통·자존감·행복 등 24가지 감정과 이를 비추는 그림들을 엮어낸 내면의 처방전이다. 폴 세잔, 마크 로스코, 윌리엄 터너, 앙리 마티스, 필립 거스턴, 캐럴 웨이트, 에드워드 호퍼, 조지아 오키프 등 세계 미술사의 주요 화가들이 남긴 42점의 작품과 함께, 우리는 그림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다시 찾아내고, 오래된 상처를 어루만지며, 진정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흰 벽으로 둘러싸인 미술관에 들어가 조용히 작품을 바라보자. 스쳐 지나가듯 감상하지 말고, 한 작품 앞에 적어도 10분 동안 머물며 깊이 교감해 보자.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며 화폭에 펼쳐진 선과 색채를 바라본다. 작품 앞에서 사진 한 장을 남기기보다, 단 10분 만이라도 한 그림에 온전히 몰두해 보자. 작품이 우리에게 스스로를 드러낼 시간을 주는 것이다. 미술 감상을 위해 특별한 지식은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눈 앞에 펼쳐진 그림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렇게 몰두하다 보면, 스쳐 가며 감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p15
감정은 계절이다. 지금은 따뜻한 봄일지라도, 등골 서늘해지는 겨울이 반드시 찾아오듯, 감정도 계절처럼 변한다. 감정이 들쭉날쭉하더라도 너무 놀라거나 겁먹을 필요는 없다. 즐거운 일을 경험하면 기분이 들뜨고, 슬픈 일이 닥치면 우울해지는 게 당연하다. 화가 나면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주는 연습'을 하면 좋다. 있지도 않은 일을 머릿속에 그리며 큰일 났다고 벌벌 떨게 아니라 "그건 어차피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흘러가게 놓아 두는 것이다. 추운게 싫다고 겨울을 몰아낼 수 없듯,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감정을 없앨 수는 없다. p51
세상은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삶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괴롭다고 하루 종일 얼굴 찌뿌리고 있을 수 만은 없다. 파랗게 겁에 질린채 우왕좌왕하기보다는 주어진 일과를 마치고, 운동도 하고, 음악고 듣고, 책을 읽고, 친구와 수다를 떨고,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기도하고, 가족과 함께 밥을 먹어야 한다. 이것이 비록 폭풍우를 잠재우진 못할지라도 상처 난 영혼을 어루만져줄 순 있다. 성난 바다를 떠도는 배 위에서 겁이 나더라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머물며 자기 삶에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소중한 것을 위해 멈추지 말고 노를 계속 저어야 한다. P61
애써 외로움을 부정할 필요도 없고, 외로워지지 말라도 억지로 등을 떠밀지도 않는다. 심지어 사랑하는 뮤즈가 옆에 있어도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런 기분을 혼자 감당하라고 외치기 보다는 외로움은 누구도 떨칠 수 없는 보편 감정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잊지 않게끔 해준다. 미술이 인간 존재의 실존적 고통을 없애 주지 못해도 그것의 형태를 보여줄 수는 있다. 우리는 그것을 응시함으로써 고통을 견딜 수 있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미술이 우리에게 주는 조용한 구원이다. P121
프리드리히는 위로를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슬픔과 공존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사라진 이를 잊는 것이 아니라 그 부재를 품은 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애도란 상처를 덮는 일이 아니라 그 상처와 함께 존재하는 법을 배워가는 작업이다. 시간이 그 깊이를 무디게 만들 수는 있어도 슬픔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를 잃은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밥을 먹고, 길을 걷고, 일을 한다. 그렇게 매일을 살아내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언제나 ‘그 사람의 빈자리’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슬픔을 지워내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곁에 남는 것이 애도의 본질이다. p168~169

지난 주엔 이상하리만치 많은 부고를 접했다.
동창들의 어머니 소천 소식도 마음이 아팠지만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나와 나이가 같은 둘째동생의 동서가
췌장암 말기로 하늘나라로 갔다는 것...
경제신문에 실린 정도로 여성 CEO로 바쁜 일상을 보냈던 동생의 동서가
지난해부터 사업을 다 정리했음에도, 집안대소사에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그뒤에 이런 사연이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더 놀라기도 했고,
혼자 얘기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을까하는
안쓰러움에 요며칠 뒤숭숭하니 우울하고 마음이 안좋다. ㅠ.ㅠ
집에 있자니 더 심란해서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삶의 많은 문제는 결국 '마음'의 문제다.
마음을 제대로 들여바돠야 비로소 실마리가 보인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병수 원장이 엮어낸
내면을 위한 그림 처방전
'나를 만나는 미술관'
이 책은 42점의 작품과 함께 24가지 감정들을 풀어낸 책으로
나와 늘 함께하는 우울과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서
이번엔 죄책감과 애도에 관한 부분이 가장 공감되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액상 프로방스의 풍경 생 빅투아르 산을 그렸다는 세잔,
감상자가 마티에르 matiere(화면 위에 물감이 두껍게 쌓이거나 질감이 도드라져,
눈으로 보기에도 만져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회화의 물질감)와 연결되기를 원했다는 로스코,
'날아오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추락하고 있는걸까?' 고민하게 만드는 이카루스를 그린 마티스,
제대로 허무를 느끼게 했던 어둡고 메말라버린 중년의 모습, 정원의 데이지를 그린 캐럴 웨이트의 작품등 24가지 감정이야기를 읽다보니 뒤죽박죽 헝크러진 내 감정도 조금은
정리되고 차분해짐을 느낀다.
저자는 행복해지기 위해
잘먹고, 햇빛을 보며 움직이고, 충분히 자야한다고 이야기한다.
뻔한 말이지만 우울과 함께 찾아오는 무기력에 빠지면
이 조차 쉽지 않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노력해보자.
여기서 주저 앉을 수는 없으니...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천차만별.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 살아간다.
그러니 정해진 답은 없다.
누구의 삶이 옳거나 그르거나, 그런 건 없다는 말이다.
누군가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보탠다면 단호히 거부하라.
우리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양식으로 자기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P2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