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네 이웃의 식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의적인 표현같기도 하고 평범하면서도 건조한 제목인데 어울리는 표제다. 효내 요진 단희 교원 네쌍의 부부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이라는 가상의 공간. 한때는 나도 이런 저렴한 주택을 신혼부부들에게 좋은 취지로 제공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아파트가 드문 시골이나 외지엔 이런 주택만 있는 곳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런 정책을 유지하고 부부들이 세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강제적 조건이 좀 씁쓸하다. 이 책은 페미니즘 도서는 아니지만 여자들이 읽기엔 다소 불편하다. 이웃집 여자에게 껄떡대거나 잘난체하고 돈은 벌지 않고 내 아이하나 케어 못하면서 큰소리만 떵떵 치는 남편, 시누이 남편에게 아내 말없이 돈을 보태주고 정작 실직당하고선 집안엔 돈 한 푼 안 갖다주고 중고나라에 궁상을 떨며 진상녀로 아내가 소문 날때까지 허리띠를 졸라맨 사정은 아는지 모르는지.. 요진이란 여자도 조금 답답하다. 부당한 신체접촉에 대뜸 항의도 못하고 미적대다 결국엔 갈등으로 남편과 갈라설때쯤 되니 그 진상이 자연히 드러난다.

남의 얘기 하기 좋아하고 떠벌리기 좋아하는 여자. 우아한척 아이들에게 유기농 등 좋은것만 고집하는 홍단희.
육아로 경력단절이 될까 전전긍긍하며 아이를 보는 와중에도 일을 놓지못하는 효내. 효내는 이 집단의 룰에 소극적이나 조금은 이해가 간다. 어차피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는 허울뿐인 육아공동체인듯하고 모여봐야 니 아이 내 아이 신경 쓰인다.

종국엔 교원만이 이 주택에 남아 세 아이를 얻는데 성공하지만 앞길이 평탄할지 소설의 뒷 이야기가 자못 궁금해진다. 말미에 입주한 새로운 여성은 과연 이 주택에 얼마나 버틸지.. 자신의 다짐이 금방 무너지고 요진처럼 금방 떠나게되진 않을지..

가상의 이야기지만 있을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라 못내 불편했고 정곡을 찌르는 인물들의 대사와 생각이 지금 내 이웃과 나 자신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구병모 작가님 책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