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공백기
심혜영 지음 / 푸른문학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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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청춘 공백기 /신혜영 글/ 푸른 문학 출판

마음의 감기를 달고 산다는 작가는 30대를 넘어서 십 년간의 방황과 젊은 날의 미래에 대한 불안함 그리고 절망 등을 참 솔직하게도 적어내려간다. 어떤 대목에서는 이 시기를 당신만 그렇게 보낸 것이 아닐 거예요. 그러니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요.라고 토닥 토닥 해주고 싶기도 하다. 너무나 자신에게 솔직해서 더 많이 힘들었을 청춘의 고백 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순간의 감정을 참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렇게 기록하니 책이 되는 거였구나.

작가는 자신이 이 시대의 보통 사람이며 소시민이라고 말한다. 책의 내용이 낯설지 않은 것은 나 역시 청중의 고백기를 거쳐간 보통 사람이기 때문이다. 맞아 맞아 손뼉을 치기도 하면서 공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 순간을 예민하게 잡지 못하고 놓쳐버린다.

"우리에게는 가끔 실컷 울어야 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내 감정에 솔직하기 어려운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속에서 매 순간 내 감정에 솔직할 수는 없더라도, 내 감정이 아프지 않게 나를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 111p

어른들은 잘 울지 못한다. 더욱이 맨정신으로는 울 자신이 없어서, 울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서 그게 술이든 노래든 무엇인가에 의존해야만 비로소 눈물이 나기도 한다. 울고 싶을 때마다 울면 나약해 보일까 봐 그랬을까. 내 감정이 아프지 않게 나를 돌보자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마치 과거의 일기장을 보듯 동류의 아픔이 느껴진다.

"사람마다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내가 속한 세계로부터 벗어날수록 실감하게 됐다. 나는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

비에 젖은 새를 위해 우산을 준비하고 집 없는 아기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작가에게 현실은 너무 각박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같은 마음으로 울고 웃으며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대하소설처럼 특별하게 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큰 슬픔에 눈물 빼지도 않는다. 너무나 일상적인 삶을 차분하게 써 내려간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억지 위로가 아니라 우리 모두 그런 순간이 있어 하면서 말 걸어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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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 25년간 부검을 하며 깨달은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
프로일라인 토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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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표지에 사랑스러운 고양이, 그리고 커피 한 잔이 주는 분위기와는 달리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과 만나있다. 그러나 끝까지 읽다 보면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란 생각이 든다. 어쩜 이 핑크는 작가가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세상 살아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가 죽음에 대하여 초월할 수 있을까, 가족을 떠나보내기도 하고 친구를 떠나보내기도 하지만 떠나보내는 그 순간까지도 이것이 우리에게 닥쳐올 일이란 걸 애써 외면하면서 먼 나라 이야기처럼 군다. 나 자신이 아직 죽지 않았으므로.

자신의 의식이란 것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시체를 다루는 일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작가는 초지일관 시체를 다루는 일에 진심이고 열심이다. 전문학교를 나와 장애인 또는 양로원, 유치원 관련 일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하여 끊임없이 생각하며 오직 시신을 접하고 닦고 내부 장기를 분리하고 깨끗이 정리하는 일을 하는 부검 어시스트가 되었다.

시체와 죽음이라고 하면 우선 어둠과 두려움이 떠오른다. 죽음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시체 자체를 보는 일 조차도 많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시체라는 단어, 죽음의 의미가 유쾌한 의미를 가질 수도 없는데 책 곳곳에서 시체를 찬양하는 표현을 찾을 수 있는 걸 보면 프로일라인 토트만큼 시체를, 죽음을 밝게 표현한 작가는 없을듯하다.

"나는 시신을 보았다. 정말로 멋진 시신이었다. 양로원에서 보살핌을 잘 받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눈과 입은 닫혀있었고 몸은 깨끗한 시트로 덮여있었다. 내가 마침내 노인의 시신과 단둘이 있게 되었을 때, 낯선 동시에 익숙한 느낌이 몰려왔다. 불쾌한 냄새가 나거나 전율이 일어나진 않았다. 그저 신기함과 기쁨, 감사한 느낌이 들 뿐이었다." 56p

작가는 이리저리 돌고 돌아 어찌어찌 부검어시스트가 된 것이 아니고 부검어시스트가 될 수 있다면 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오로지 죽은 이들을 해부해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좋은 성적을 받아서 2년이나 빨리 신비의 세계인 부검 어시스트 교육 기관에 입학원서를 제출했다. "55p

시체를 해부하는 일이 이리도 좋을 수가 있을까?
시신 해부보다 더 힘든 일은 " 한 인간으로서 유족의 슬픔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83p

책의 들어가기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의 목표는 " 죽은 사람과 무엇보다도 슬픔에 빠진 유족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는 것 "9p.이라고 했다. 작가는 가까운 가족들을 떠나보내며 죽음의 실체와 시신을 떠나보낸 뒤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에 의심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누군가 꿈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났다거나 망자를 어떠한 형태로든 만났다고 하는 영적이 경험에 다하여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직까지 그런 영적 경험을 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믿기 어렵지만, 어쨌든 동양이든 서양이든 그런 동일한 정서가 있기는 한 모양이다. 부검 어시스트의 직무에는 고인과 유족 간의 의미 있는 작별을 만들어줄 의무도 있는지 부검이 끝난 시신을 유족들이 충분히 애도할 수 있도록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한다. 작가에게는 죽음이 끝이 아니면 다른 세계로 가는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이 책에는 코로나19시기의 어려운 시기, 아기 시신을 다루는 일, 부검 어시스트로 사는 일상의 어려움 등 어떤 페이지는 끝까지 읽는 것이 힘든 곳도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저자가 시신과 유족에 대한 태도에서 보이는 진심을 의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부검 어시스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애도 상담가가 되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한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어떠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든 그것은 존중받아야만 한다. 그것은 그들의 일부이며 절대 함부로 평가할 것이 아니다. 유족이야말로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다."266p 이 문장들 만으로도 이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꼭 어딘가 있어야만 되는 이들의 고마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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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시크릿 - 레시피를 연마하는 셰프의 삶을 살아라
심은일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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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셰프를 꿈꾼 것은 아니라고 했다. 먹고살려니 해야 했고 많이 하다 보니 제일 잘하는 일이 되었다 했다. 제일 잘하다 보니 그 일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 일이 '평생직업'이 되었다 했다.

저자의 약력은 일반적인 요리사들과 달랐다.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무슨 무슨 유명한 요리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다. 특이한 점은 3백 페이지가 넘는 책에 요리사가 썼다고 하기에는 각종 요리 사진이 몇 장 없다. 그만큼 셰프로 살아가는, 살아온 삶에 대하여 할 말이 많다는 것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요리사라는 직함만 빼면 한 인간의 열정과 용기 끊임없는 근성의 결과물이다.
작가의 글은 때론 거칠고 양보가 없다. 욕을 처먹고, 머리가 나쁘고. 인간쓰레기라는 등 웬만한 에세이에서는 보기 드문 단어들을 날것 그대로 쏟아 낸다. 어쩌면 힘겨웠던 젊은 시절 생존을 위해 배워야 했던 고된 삶의 흔적 같다. 그럼에도 셰프가 되고자 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이십 년 넘게 직접 부딪히면 얻은 귀한 경험과 정보를 아낌없이 나눠준다. 한 번쯤 셰프가 되고 싶은 꿈을 꾸어본 사람들이라면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 같다. 무턱대고 덤벼들지도 말고 쉽게 포기하지도 말하면서도 독자들한테 쉽지 않은 길이라고 솔직히 말한다. 셰프는 될 수 있지만 셰프의 삶이랑은 다른 문제인가 보다.
그중에서 훌륭한 셰프의 삶을 살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조건 중에 '나 자신을 사랑하라'159p 쓰여있는데 결국은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끌고 나갈 수 있는 힘의 근원은 자기에 대한 사랑이다. 이 책은 셰프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쓰긴 했지만 책안의 내용들은 모든 직업에 통용된다 하겠다. 성실함, 끈기와 도전, 최고를 위한 노력 등 어떤 직업에서든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셰프의 시크릿'이 아니라 '모든 삶의 시크릿'이라 하여도 공감하는데 무리가 없겠다.

지금 삶이 조금 권태롭다면 이 책을 꼼꼼히 보길 권한다. 자꾸만 읽다 보면 내가 너무 대충 사는 거 아닌가라는 반성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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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적인 연애사
오후 지음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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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책을 읽으며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법을 이해하고 싶었다. 이 책은 그동안 읽어온 책 중에 아마도 가장 나이가 어린 작가에 속한다. 책은 줄곧 낯설고 사십 대 후반의 지극히 일반인인 내가 이해하기에 낯선 언어들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퀴어 퍼레이드, 코스튬, 범성애, 폴리아모리, 모토가미, 킨키, 팬 섹슈얼, BDSM 등의 단어들은 너무 낯설어 단어 뜻을 찾아 보아야만 했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은 해본다는 작가의 취향은 나를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이끌었다. 좋다 나쁘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사적이 연애가 지금 이 시대에 가능하고 그 세대들 가운데는 그럴 수도 있고 지극히 개인의 취향이니 존중된다는 것 아닌가. 내가 만약 이 책을 읽지 않고 이런 성문화를 접했다면 좋게는 말하지 못했겠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 여자친구들에게 추천사를 받고 헤어진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사귈 때 같이 키우던 강아지를 여전히 산책시키고, 그 무엇 하나 일반적이지 않다.

책에서 다루는 많은 내용이 어색했지만 또래의 젊은이에게 물어보니 요즘 젊은 세대들은 그리 이상할 것 없다는 반응들이다.
작가는 "연애가 없으면 인생이 재미가 없다. 연애가 주는 슬픔과 기쁨과 마음 졸임, 분노, 열정 그 모든 것이 인생의 재미" 103p 라고 말한다. 인생의 재미라? 내가 정말 꼰대인 모양이다. 작가의 이런 연애사가 불편하고 이해가 어려운 걸 보면. 그러나 과거에 머무를 수 없기에 과거의 것만 고집해서도 안된다. 그런 면에서 이렇게 지극히 사적이지만 여러 가지 세대 간의 문화를 다룬 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연애는 이해가 아니라 오해의 영역이다. 23p

짝사랑은 완벽하다. 받는 것이 전혀 없는데도 상대방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 43P

"꼰대들이 하는 말에는 언제나 일말의 진실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소년 시절의 감정이 결코 하찮거나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인생 최고의 순간은 찾아오는 게 아니다. 내가 인생을 걸면 최고의 순간이 되는 거지. 49p"

지나고 보니 젊고 너무 어렸던 그 시기에 추억들은 확실히 인생 사이사이의 소금 같은 존재인 것은 맞다. 그러니 소중하게 그때의 감정도 지켜주는 것이 마땅하겠다.

너무나 사적인 개인의 연애사가 궁금하여 읽게 된 이 책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성적 취향과 세대 간의 문화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아직은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있지만 얼마 안 가 이해할수 있겠지. 처음에는 난감했지만 , 요즘은 이렇게 생각들이 변해가는 구나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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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 묻고 생각이 답하다 -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한 작은 깨달음
박희재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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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 묻고 생각이 답하다] 박희재 지음/ 도도

이 세상 모든 존재는 비범하다. 그 존재하는 것이 비범함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작가는 독자를 이끈다.

책의 구성은 한 챕터 안에 인상 깊게 읽은 구절에서 따온 에피소드도 있고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어피소드들을 이리저리 섞어가며 자기의 의견을 말한다. 대개의 내용들은 그러니 이러해야 한다의 내용들이 많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범위가 매우 넓어서 간혹 집중력을 흩뜨리기도 한다.

이 책 곳곳에서 작은 차이와 습관을 발견하는 것에 대하여 강조한다. 어느 무명배우의 오디션 성공기도 그 만의 작은 차이에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작은 차이가 모여 큰 차이를 만들고, 습관이 모여 성품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습관을 바꿔야 하고 현재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68p

위의 말처럼 이런 습관을 바꾸는 것은 분명 자기혁명의 시작이라는 작가의 말에 백 프로 공감한다. 실천이 어려워서 매번 시도하고 실패를 반복한다

특히 3장에서는 최근의 세대 간의 갈등과 문화 차이 등에서 오는 문제들을 짚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새로 바뀐 정권교체를 통해 세대 간의 갈등을 보여주고 그 가운데 각자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자 하는지, 오히려 나이만 먹고 구습의 젖어 불합리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실수를 범한다고 독자에게 묻는다. 내가 눈여겨본 '청년의 숙제를 국가가 뒤집어쓰지 마라' 는 내용에서 2030세대의 표를 끌어들이기 위한 정치판의 행태를 비웃기도 하고 지금 불행하다면 모두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는 행태 역시 비웃는다. 지금은 청년들은 구세대에 분노하고 자신들의 기회와 희망을 뺏었다고 느낀다. 이번 생은 망했다고 그런 그들에게 더 이상 한탄하지 말고 희망과 의지를 기르라는 말은 청년들에게 얼마나 많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까.

"버려야 될 기준은 머리의 판단이다. 머리는 영악하며 이익을 좇는 경향이 다분하다.~ 취해야 할 기준은 가슴의 판단이다. 가슴은 곧 마음이며 양심의 소리다. 157p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우리가 내려야 할 판단의 기준을 정해주었다. 그러나 머리속 판단과 가슴의 판단이 과연 옳은가. 옛날에야 그렇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집약된 데이터가 많은 시대에는 설득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이 책 안에는 수많은 순간의 에피소드들이 빼곡히 채워져있다. 어떤 것들은 내용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어떤 것들은 별개이다. 이 책 제목처럼 인생의 수많은 순간이 마치 우주의 별처럼 빛난다. 소제목을 따라서 구미에 당기는 데로 페이지를 펴서 읽다 보면 어느새 또 하나의 세상과 만나고 있음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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