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의 불꽃 - 청년 전태일의 꿈 근현대사 100년 동화
윤자명 지음, 김규택 그림 / 풀빛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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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과 이야기를 엮은 동화책이다. 전태일의 일화뿐만 아니라 1970년대 시대상이 어떠했는지 잘 보여준다. 목차만으로 이 시대가 얼마나 고단한 시대였는지 알 수 있다. 첫 번째 딸로 태어나서 편에서는 국민학교도 겨우 졸업한 순옥이는 중학교에 다닐 수가 없다. 공부도 잘하지만 딸이라는 이유로 기울어가는 집의 경제적인 힘이 되어야 한다. 위에 오빠가 있으면 오빠의 학비를 벌어야 하고 아래로 동생들이 줄줄이 달려있으면 동생들을 위해 자신의 삶은 포기하고 때로는 가장이 되고 엄마도 되고 힘을 보태야만 했다. 행여 딸이 되어 공부라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면 나쁜 년, 독한 년 이란 소리를 귀가 닳도록 들어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그 당시에는 가난하고 자식은 많다 보니 이런 상황이 어는 한집에 치우친 이야기가 아니어서 다들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 그로부터 불과 삼십 년이나 지났을까?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했고 사람들은 더 이상 과거에 묻혀 자신을 희생하고 살지 않는다.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아도 핸드폰이나 컵 화면을 통해 수업이 가능하고 더 이상 딸이라고 공부를 안 시키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너무 풍요로움 속에 살고 있고 웬만해선 노동 현장으로 등 떠밀리지 않는다. 고작 삼십 년 정도 흘렀을 뿐이나 삶의 방법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이런 시대가 가능하기까지는 노동자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불태워가면서까지 희생한 청년 전태일이 있었기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풀빵 하나로 한 끼를 때우고 가족을 위해 밤낮없이 묵묵히 일하고 아파도 일자릴 잃어버릴까 염려되어 아파도 일해야 하는 이런 시대의 이야기는 분명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분명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일 것이다. 아이들은 오래된 위인전을 읽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다. 책 전반에는 이 시대적이 상황들을 이해하기 쉽게 잘 써놓았지만 정작 다루고 싶어 하는 근로기준법과 청년 전태일이 분신을 하기까지의 활동이 너무 많이 생략되어 있는듯하여 아쉽다. 옛날 옛적에는 이렇게 살았어가 아니라 전태일의 활동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봉제공장에 취직한 순옥이는 순옥이라는 이름보다는 4번 시다로 불리었다. 4번 미싱사가 일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온갖 잡일과 심부름을 도맡아아 하는 것이 시다가 할 일이었다. 중학시절 몇몇 친구들은 도시에 있는 봉제공장에 일하러 가기 위해 산업체 고등학교에 다니기도 했다. 그때는 물어보지 못했다. 얼마나 고단했는지, 밤늦게까지 일하고 겨우 쪽잠을 자며 한글 자라도 더 배우려고 했던 그들의 노력을 너무 가벼이 본 것 같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지금이 얼마나 풍요로운 시기인지 조금은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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