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혼자도 좋지만 둘은 더 좋아 ㅣ 정원 그림책
스티브 스몰 지음, 안지원 옮김 / 봄의정원 / 2022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을 싫어하는 오리가 있다. 물 웅덩이를 쏙쏙 피해서 걷고, 헤엄치는 것이 싫어서 보트를 이용하는 보기 드믄 캐릭터다. 혹여나 물이 튈까봐 노란 비옷과 장화, 방수 모자, 우산이 외출 필수품인 오리는 편안한 집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때 마시는 따뜻한 차가 오리가 가까이 하는 유일한 액체라 할 수 있다.
비바람이 심한 어느 밤, 길 잃은 개구리를 마주한 오리는 개구리에게 잘 곳을 내어준다. 개구리는 내내 비를 맞고 있었지만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는지 표정이 밝다. 취향도 개성도 다른 두 친구는 함께 하는 시간동안 서로에게 녹아든다. 서두르지 않고 서로를 인정하면서,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관계가 되어간다. 오리는 비상시를 대비하여 외출할 때 개구리의 우산도 챙겨나가고, 개구리는 오리와 차를 마시고 책도 읽으며 시간을 함께 보낸다.
개구리가 집을 찾아 떠나자 오리는 허전한 마음에 개구리를 만나러 간다. 비바람 속에 강을 지나야 했고 그 과정에 분신 같은 장화도 진흙탕에서 벗겨져 버린대다가 강한 바람은 우산도 방수 모자도 날려 버린다. 비를 쫄딱 맞고 맨발로 연못을 걸어 개구리를 찾아나선 길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이 과정에서 오리는 두려움과 직면할 용기가 생겼고, 편안함과 익숙함보다 더 의미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물을 좋아하는 개구리는 오리가 선물해 준 책이 비에 젖지 않도록 우산으로 받치고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반가움에 서로 끌어 안는 순간에도 오리 머리에 빗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우산을 씌워주며 배려해준다.
저마다의 향을 내는 향료가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향수가 탄생하는 것처럼 둘은 균형있게 잘 어우러진다. 해가 내리쬐는 노란 책을 보던 오리가 개구리를 위해 비 내리는 파란 바다 책을 읽어주고, 둘이 함께 하면서 해가 뜬 바다 표지의 초록책을 읽게 되는 디테일도 참 따뜻하다. 둘은 각자의 컬러가 스며들어 또 다른 컬러를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관계가 되었다.
오리는 개구리를 알기 전 혼자 지내는 시간동안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내면을 갖추어 나갔던 것 같다. 고립된 시간에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었던 덕에 기꺼이 개구리를 맞아들일 마음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이런 오리는 개구리와 함께 하는 동안 연결감을 느끼게 되었고, 혼자서도 좋지만 둘이서는 더 좋음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스스로를 방수 물품 속에 가두던 오리는 이제는 가벼운 차림으로 외출을 한다. 개구리와 같은 모자를 쓰고 새로운 친구와도 어울린다. 외부와 소통하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창이 열린 모습이다. 그것은 지붕에 생긴 여닫이 창으로도 표현된다.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에 서로 다른 둘이 한 공간에서 각자의 안락함을 누리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혼자의 영역을 존중하면서도 연결된 관계의 안정감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볼 것 많은 그림에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색감, 다정한 스토리로 마음까지 밝아지는 그림책이다.
ㅡ봄의정원출판사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