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 이야기 - 나의 어머니, 오드리를 기억하며, 2024 행복한 아침독서 선정도서 그림책 숲 30
션 & 카린 헵번 페러 지음, 도미니크 코르바송 외 그림, 이현아 옮김 / 브와포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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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이라 하면 「로마의 휴일」에서 상큼한 미소와 발랄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을 지닌 앤 공주가 먼저 떠오른다. 어린 시절, 화면을 통해 본 로마 배경도 환상적이었지만, 영화 속 오드리 헵번은 존재만으로도 빛이 났고 분명히 흑백 화면을 보았는데도 컬러가 더해진 듯한 마법의 순간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어진 영화마다 기품있는 패션 스타로서 '헵번 스타일'을 유행시키고, 시대의 아이콘으로 한 세기를 풍미한 매력적인 배우는 노년의 삶까지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이런 오드리 헵번의 유년부터 노년의 스토리를 담은 그림책이 나와서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일러스트를 그린 도미니크 코르바송, 프랑수아 아브릴 작가는 주로 빨갛고 파란 컬러를 이용해 사랑스럽고 감각있는 분위기로 오드리 헵번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튤립 뿌리까지 먹을 수 밖에 없는 굶주림, 불을 땔 연료도 없는 가난과 추위, 생명의 위협 속에 늘 긴장감 속에 살았지만, 그녀는 절망하지 않고 꿈을 꾸며 긍정적인 태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낸다. 이렇게 암울한 어린 시절이지만 밝은 컬러로 그려져 희망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그녀가 출연한 영화 장면이 유명 잡지 표지로 그려진 페이지에서는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로서의 오드리 헵번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오드리 헵번의 아들인 션과 며느리 카린 헵번 페러가 써서 특별함을 더해준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조명과 대중적 사랑을 받은 배우로서의 오드리 헵번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살뜰히 챙기고 양육하며 직접 집안일도 하는 온전히 엄마로 집중한 모습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그림책 속 그녀 옆에는 언제나 강아지, 인형, 아이들이 항상 함께 하고 있는데 다정다감하며 누군가를 돕고 보살피는 것을 좋아한 그녀의 따스한 성품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중립국 스위스에 살며 가정을 이루며 편안하고 호화로운 삶을 살 수 있었지만 전쟁의 아픔을 겪은 그녀는 슬프고 외로운 아이들이 있음이 마음에 걸려서 전쟁 중인 나라의 배고픈 아이들을 돕는데 헌신했다. 품위있는 아름다움을 지닌 오드리 헵번은 소외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여전히 전염병이 창궐하고 전쟁이 겨울로 들어서는 시점에 오드리 헵번의 그림책 출간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자신의 안위만 위하며 다른 사람의 어려움은 외면할 것인지, 주어진 재능을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누고 내가 속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갈 것인지 각자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스크린에서보다 어려운 나라에서 더욱 아름답고 빛났던 오드리 헵번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들을 둔 엄마로서 후에 나는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해진다. 오드리 헵번처럼 내 삶을 사랑한 사람으로, 아이들도 자랑스러워 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ㅡ브와포레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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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트리스의 예언 비룡소 걸작선 63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소피 블랙올 그림,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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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일이 전쟁 중에 일어났어. 슬프게도 그렇기 때문에 다른 시대와 구분되지 않았어. 전쟁은 어느 시대에나 항상 있었으니까.❞ (p.13)

케이트 디카밀로를 알게 된 건 버터를 잔뜩 바른 토스트를 좋아하는 돼지『머시왓슨 (Mercy Watson)』을 읽으면서였다. 이번 #비어트리스의예언 은 발랄하고 유머가 가득했던 그 첫 만남과는 다른 느낌이다. 이전에는 돼지가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책에는 돌처럼 딱딱한 머리를 가진 염소가 등장한다. 이 염소는 이름 외에 모든 기억을 잃고 피투성이가 된 소녀 비어트리스를 보호해준다.

세상은 비어트리스가 침묵하기를 원한다. 여자가 글을 읽고 쓰는 것이 금지된 세상에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비어트리스의 안전을 위해서. 하지만 두려운 상황에도 소녀는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편을 택하며 숨거나 도망치지 않는다. 예언과 저주, 거짓말과 음모가 가득한 세상에서 사랑과 용기, 부드러움과 이야기를 가지고 자신이 가진 신념대로 행동한다.

책에는 이렇게 연약하고 보드라운 존재들이 등장한다. 아버지로부터 인정하지 못하고 어릴 때 수도원으로 보내진 아픔을 가진 수사 에딕, 숲에서 부모님의 죽음을 경험하고 마을로 도망쳐 혼자 살아내야 한 잭 도리, 노래에 유창하며 잘 웃는 카녹. 이들은 비어트리스를 만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비어트리스 역시 이들과 함께 하는 중에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어떤 세상이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며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사명을 깨닫는다.

'슬픔의 연대기'라는 예언의 비밀스러움과 지배층이 만든 글에 대한 금기는 사람들을 무력함 속에 빠뜨리고 불행을 당연시 여기게 만들었다. 예언서를 자신의 탐욕을 위해 악용하고 인간적인 개입으로 권력을 쟁취하거나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있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며 바보같이 휘둘리던 지배계급은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누군가를 알아보고 사랑해 주는 일이 얼마나 기쁘고 놀라운 일인지' 아는 비어트리스는 더이상 비밀과 금기, 억압에 지배되는 나라가 아닌 새로운 세상을 열게 된다. 책은 보복과 복수가 아닌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 유용해 보이지 않은 미약한 시도와 애씀이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거기에 더해 『안녕, 나의 등대』의 소피 블랙올 작가의 흑백 삽화와 고풍스럽고 우아한 글 장식은 책을 더 빛나게 해주었다. 개인적으로 두 작가의 조합만으로도 무척이나 의미있는 책이었다.

전쟁의 시기라도 '글자들이 모여서 단어를 만들'고 '단어가 세상의 이름이 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가 지금 어떤 형태라도 전쟁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현실의 비극을 버텨내며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고, 삶의 희망을 가져다주리라 믿는다.

ㅡ비룡소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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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바다가 좋아
정혜경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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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바다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내가 나고 자란 지역의 특정 바다를 편애하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어린 시절가족 휴가 때는 엄마가 몸에 모래가 달라붙는 것을 싫어한 탓에 가까운 바다보다 계곡을 주로 다녔지만, 그 바다는 우리 가족의 여러 추억이 담긴 곳이다. 외국에 좋다는 바다를 다녀봐도 내 고향 바다가 제일이었다. 

그 바다는 아주 아기였을 때부터 나의 모든 표정을 알고 있으며, 어느 정도 자라서는 숨기고 싶은 눈물도 소리없이 지켜봐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곳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모래사장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다가 와도 살아갈 힘을 채워주는 나에게는 특별한 바다이다.

<엄마는 바다가 좋아>에서도 바다를 좋아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핫핑크 수영복에 선캡을 쓰고 선글라스를 장착한 엄마는 해수욕을 위해 최상의 준비를 하고 온 모습이다. 튜브는 원래부터 엄마와 한 몸이었던 것 같이 그림책 내내 엄마와 함께 하고 있다. 바다에 온 것이 너무나 만족스러운 듯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엄마는 혼자서도 너무나 재미있게 해수욕을 즐긴다. 그에 반해 딸은 일상복을 입고, 모래사장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엄마! 엄마가 애야? 바다에만 오면 왜 이렇게 애처럼 굴어? 바다가 그렇게 좋아?" 라는 딸의 질문에 엄마의 주름진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엄마는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모두 다 내 편 같았'던 시절 바닷가에서의 추억은 엄마가 되어서도 아이처럼 놀 수 있게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줌을 떠올린다.

​과거를 기억하는 장면에서 인물들은 모두 무채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바다, 하늘, 산 같은 배경은 컬러를 띤다. 주변 환경이 단색이었다가 기억의 마지막 부분에서 하늘은 더욱 다채로운 색깔로 표현된다. 이것은 어릴 적 엄마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바다가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의미일 것 같다. 심지어 비가 내릴 때 비에도 색깔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을 때 재미를 떨어뜨릴까봐 밝히지 않겠지만, 엄마가 바다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가 사람들 덕분이었다. 하지만 주인공 엄마를 비롯한 기억 속 등장인물들은 이제는 그때의 모습이 아닐 것이고, 더이상 만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의 모습은 흑백사진처럼 더 아득하게 표현된 것 같다. 하지만 바다와 산, 하늘은 나이가 든 엄마 곁에서 큰 변화없이 함께 하고 있으니 색깔로 기억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추억을 회상하며 엄마가 딸의 질문에 대답을 했는지, 질문만 듣고 추억에 빠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가 가진 바다의 따뜻함을 딸도 마음에 품게 된 시간이었을 것 같다. 엄마와 해질 무렵까지 해수욕장에 머물다 집에 돌아가서 먹은 떡볶이에 대한 기억이 생겼을 테니까.


ㅡ한울림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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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 선사 시대 ~ 남북국 시대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최태성 지음, 신진호 그림 / 다산어린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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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이라는 부제의 「역사의 쓸모」에 이어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가 출간되었다. 언제나 문제를 겪고,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는 우리의 삶에서 선조들의 지혜와 역사적 사건의 인과관계를 배우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역사를 과거의 사실로 알고 묻어두기보다는 오늘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고, 역사를 통해 인생의 실마리를 찾아간다면 그것이 쓸모 있는 역사의 사용법일 것이다. 역사는 어쩌면 쓸데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길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나는 역사에서 답을 찾았다”는 큰별 최태성 선생님의 말씀처럼 역사는 오늘의 우리에게 삶의 방향과 의미를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다.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는 우리가 현실에서 역사의 쓸모와 가치를 발견해나가도록 이끌어준다.

어린이 역사서라고 하면,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내는 학습 만화가 먼저 떠오른다. 또 역사적 사실을 열거하며 관련 사진을 보여주는 책도 있다. 하지만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는 만화 형식도 아니고, 삽화마저 추상적으로 상상하도록 그려져 있다. 게다가 모든 소제목들이 질문의 형식을 갖고 있다. 큰별쌤은 이 책을 '불친절'하게 의도해서 썼다고 밝히고, 이를 통해 상상하며 생각하는 힘을 기르며 또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보도록 하고 있다.


목차

1. 지나간 일을 굳이 배워야 하나요?

2. 곰이 인간이 되는 이야기도 역사인가요?

3. 고구려는 광개토 태왕이 다 한 것 아닌가요?

4. 순수비는 순수하게 돌만 서 있어서 순수비인가요?

5. 백제는 왜 이렇게 존재감이 없나요?

6. 삼국 시대인데 나라가 네 개라고요?

7. 한국, 중국, 일본 중 어느 나라가 가장 뛰어났나요?

8. 고구려에 진 수·당은 시시한 나라인가요?

9. 신라는 어떻게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나요?

10. 원효 대사는 정말로 해골 물을 마셨나요?

11. 중국은 왜 발해를 자기네 역사라고 하나요?

12. 위인들은 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똑똑한 사람들인가요?


질문을 하는 것을 꺼려 하고, 정해진 답이나 빨리 알려달라는 교실 분위기 속에서 역사 속 의미와 쓸모를 발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목차의 질문을 본 어린이들은 '이런 질문도 부끄러운 것이 아니구나', '나도 이런 것이 궁금했는데 이상한 것이 아니구나'라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본질 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역사의 사건들을 이해하며 더욱 의미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이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해가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며, '나만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이 배우지 맙시다!"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들어가는 글 중에서


들어가는 글 첫 문장에서 큰별쌤은 많이 배우지 말자고 한다. 이 책에서는 머리에 지식만으로 남은, 글로 배운 역사가 아니라 상상하며 생각하며 오늘날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유용한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학문으로써 지식만 넓혀가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현실을 마주하고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지혜와 힘을 길러준다.

이번에 출간된 1권은 선사 시대 ~ 남북국 시대로 구성되어 있다. 수렵채집을 해서 살아온 원시인들의 삶에서 무슨 배울 것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들은 스스로 필요한 도구를 구하고 함께 살아남기 위해 지혜와 힘을 합쳤다. 그때보다 살기 편리해진 세상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다른 사람과 돕고 의지하며 살아감을 일깨워준다.

이렇듯 선사시대부터 시작하여 고조선 건국 이야기에서는 홍익인간의 정신, 고구려 광개토 대왕의 업적에서는 선택의 힘 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에서 “역사는 진실의 어머니이자 시간의 적이며, 행위들의 창고이자 과거의 증인이며, 현재에 대한 표본이자 조언자이고, 미래에 대한 상담자다”라고 했다. 역사 속 인물의 삶과 역사적 사실이라는 창고 속에서 오늘 우리가 꺼내어 사용할 수 있는 각자의 보물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역사의 쓸모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ㅡ다산어린이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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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 인문학자가 직접 고른 살기 좋고 사기 좋은 땅
김시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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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 광풍이 몰아쳤던 지난 몇 년, 이른바 ‘영끌’이라는 단어도 등장했고, 그렇게 영끌 대출을 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집값은 끝이 없는 듯 폭등했다. 하지만 지금은 역대급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대출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고, 거품 낀 집값들이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이다.


“소송당할 각오로 밝혀낸 대한민국 부동산의 대기록!”이라고 띠지에 밝힌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는 도시문헌학자의 문헌 조사와 답사를 기반으로 한 책이다. 이 책에서 자주 나오는 ‘임장’이라는 단어의 뜻도 모르고, 평소 부동산에 대한 책을 즐겨 보지 않는 나도 이 책은 너무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임장은 부동산을 사려고 할 때 직접 해당 지역에 가서 탐방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거주할 집을 찾으며 세입자의 입장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발품을 팔며 얻은 답사 정보라 더욱 가치있게 다가왔다.


살 곳이 ‘places to live’ 인지 ‘place to buy’인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겠지만, 투자나 거주 모두 일시적인 판단보다는 지역의 역사와 변천사 같은 정보를 아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일본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만큼 직접 경험한 일본 부동산 관련 스토리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일본에는 ‘해저드 맵 (Hazard map)’이 있어서 국가적으로 재난 정보를 실시간 공개하고 있어, 지리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도 스스로가 살고 있는 지형을 알아보기 쉽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 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식료품 액세스 맵’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집 근처에 도보로 편의시설이 존재하는 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자연재해에서 안전할 수 없는 곳이고, 인구가 줄어들어 근처에 식료품을 구매할 수 없는 지역도 늘고 있다니 이런 시스템이 있다면 거주지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집값 떨어진다고 비난을 받을까봐 재난위험을 알고도 쉬쉬하는 분위기라 안타까울 뿐이다.

"한국에서 이런 지도를 정부나 지자체가 올렸다가는 '집값 떨어진다'는 항의를 받기 십상이어서, 이렇게 자세한 재난 위험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중략).... 역시나 한국에서는 자연보다 사람이 더 무섭고, 구체적인 재난 정보는 알아서 챙겨야 하는 각자 도 생 사회라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p.224)


책은 식민지 시기의 개발부터 대국토건설계획, 행정수도 이전 등 역사적 개발 모습을 알 수 있었고, 인구의 수도권 집중현상에 대한 대안과 서울 거주 수요 흡수 방안, 재개발, 재건축에 대해 서술한 부분도 있어 서울뿐만 아니라 국토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또한 저자는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부동산과 지역 개발 또한 안보가 우선이 될 수밖에 없었음을 알려준다.



부대의 부지(미군, 한국군 부대 모두)와 공장 부지였던 곳은 토양 오염의 우려가 있음도 짚어주며 거래 전에 토양 오염, 지반 등의 키워드를 함께 넣어 꼼꼼히 검색해보고, 반드시 주변환경까지 둘러보며 임장해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개발 붐으로 인해 현대식 건물이 주를 이루게 되었지만 여전히 원도심만이 가지고 있는 한국적인 느낌과 기능 또한 중요함도 인식시켜준다.


보통 학군, 교통, 편의시설 같은 것으로 살 곳을 결정하곤 했는데, 이 책은 국가 정책과 도시 개발, 역사적으로 좋은 부동산 지리적 위치에 대한 인문학자의 글을 통해 부동산의 미래가치와 거주지 선택의 기준과 인식을 바로 잡도록 도와주었다. 호재 뉴스에 휘둘리기 보다는 지리가 변하지 않는 이상, 과거와 현재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ㅡ포레스트북스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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