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드링크 서점
서동원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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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잔에 층층이 화려한 빛깔로 제공되는 칵테일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환상적이고 오묘하다. 분위기 때문인지 칵테일은 무알콜이라도 마음 속 이야기를 가볍게 꺼내게 한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정돈이 되기도 하고, 감정이 해소되는 느낌도 받는다.《달 드링크 서점》소설 속 등장인물들도 칵테일을 마시고 마법처럼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달 드링크 서점' 고객들은 어느날 눈 앞에 나타난 오묘한 분위기의 가게와 마주한다. 그곳은 인적 드문 골목일 수도 있고, 기차역 주변일 수도 있다.

'당신의 인생이 책 한 권과 같다면'이라는 문구에 이끌려 가게 문을 열면, 갈색 목재로 실내장식을 한 도서관 같은, 책 대신 술이 진열되어 있는 한적한 술집에 들어서게 된다. 그곳에는 하늘 도서관에서 일했다는 푸른색 머리카락의 바텐더와 머리 위로 토끼 귀가 보이는 '책방 집 할머니의 외손녀 같은 긴 생머리의 수수한 인상'을 가진 종업원이 있다. 각기 카테고리가 달려있는 이야기라는 특이한 메뉴를 주문하면 신비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

독자들은 고객들의 이야기와 바텐더 문, 종업원 달토끼의 사연을 알아가며 자신도 이 가게에 방문한다면 어떤 이야기와 마주하게 될지 상상하게 된다. 나는 과거에 대해 후회와 미련이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굳이 과거로 돌아가서 그 순간을 마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시 후회스러운 순간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것일수도 있지만. 우연도 운명이 되는 이 신비로운 가게를 만나게 된다는 것은, 해결되지 못한 마음 속 아쉬움의 결과일 것이다. 이야기가 손님을 찾아가는 이곳에서 바텐더 문이 건네주는 칵테일의 힘은 강렬하다. 나 또한 후회스러운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여행을 한다면 이왕이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내가 써내려가는 내 삶이라는 책에는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가능하다. 책을 읽는 동안,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주인인 나만 그 결말을 바꿀 수 있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 더 충실한 태도로 나의 이야기를 채워보자는 마음이 생긴다. 삶이 버겁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는, 포기하지 않고 애쓰며 살아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바텐더 문의 응원 소리도 들릴 것 같다. "마음을 채우는 게 성공이라면, 실패는 마음을 성숙시키니까. 적어도 나는 성공한 이야기보다 성숙한 이야기를 좋아해." (p.133-134)라고. 커다란 운동장 트랙을 계속해서 도는 것이 인생이라 지루하고 지치더라도 같은 지점에서 마주한 누군가와 함께 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줄수도 받을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매력적인 표지부터 전체적인 이야기도 그렇지만 바텐더 문이 제조하는 칵테일에 대한 묘사도 이 소설에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눈물토끼의 눈물, 미소가 담긴 보조개, 낮에 이는 하품, 분노를 담은 보온병같이 이 세상 것이 아닌 듯 하지만 마음이 금방 뺏겨버리는 재료는 더 말해 무엇하랴. 

나의 인생이 책 한 권과 같다면, 무엇이 쓰여있을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일어날 일은 일어'날테고, 뭐든 결말을 알면 감동이 덜해지니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텐더가 준비된 걸 내어주는 곳. 그리고 음료의 값으로 사람마다 다른 것을 지불하는 독특한 시스템. 나에게 바텐더 문은 어떤 빛깔의 칵테일을 건네줄지, 나는 칵테일 값으로 무엇을 지불할지 상상하게 하며, 매번 다른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물어온다. 어느 순간 마주한 신비한 느낌의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보겠냐고.

ㅡ문학수첩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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