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는 데 꼭 필요한 101가지 물건 - 다 버려봐야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후지오카 미나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10월
평점 :
제목 부터 관심갖게 하는, 내용이 뭘까, 어떻게 전개될까, 기대하게 하는, 이런 면에서는 미니멀리스트나 물건 정리를 마음에 두고 있던 독자라면 한 번 읽어 보고 싶게 만드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읽고 나면 독자로서 나도 한 번 그렇게 따라 해 보고 싶게도 만든다. 나의 101가지 물건 리스트는 어떤 것이 차지하게 될 것인가, 라고 궁금해하면서.
저자의 의도는 독자가 물건을 정돈하게 하거나 미니멀리스트 되시오, 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보다는 살아감에 있어서 물건의 의미, 그 물건이 나를 행복하게 하나, 살아가는데 어떤 영향을 끼치나, 라는 면을 더 강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저자 또한 창의적으로 발상을 끌어낸 것이 아닌,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 퍼센트 행복찾기> 를 위한 작업을 하다가 자신도 빠져들게 된 경우였다.
의식주, 입을거리, 먹거리, 살아가는데에 필요한 필요품, 이런 것이 기본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물건을 곁에 두고 있다. 읽어가면서 저자의, 너무 많은 옷이 있다면 60% 정도의 옷을 가장 자주 입게 된다, 던 의견에 동감이 갔다. 그다지 많은 옷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옷 몇 벌만 걸치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도 같은 마음이 아닌가 싶다. 봄, 가을은 너무나도 짧고 몇 벌의 바지와 윗 옷, 좀 쌀쌀하다 싶으면 날씨와 기온에 따라 바람막이 점퍼 라고 하는 것이 있지 않는가. 이것으로 거의 끝난다. 여름과 겨울은 짧고 긴 윗옷과 바지, 그것도 청바지를 갖춰 놓으면 거의 1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린다. 물론 나이와 성별에 따라, 기호와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은 다르겠지만 바지만 입고 다니는 활동파라 스커트 종류는 거의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어쩌다 보이는 것은 그저 소유욕에 지나지 않던 것이었다. 거기다가 늘 사용하게 되는 숟가락, 그릇, 주방 용품도 마찬가지이다. 손에 잡히는 것만 쓰고 단골로 사용하는 그릇만 사용한다는 것을 보면 여기 저자가 시도했던 101 가지 선택은 좀 쉬울 듯 보이긴 한다만, 그럼에도 어떤 것으로 한정을 지을지 조금은 시간이 필요할 듯도 하다.
저자는 첫 번째, 자신이 텅 빈 집에서 한 가지씩 선택해 간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이불이라니, 이 선택을 보면서 과연 나라면 무엇을 선택했을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 올 무렵 상황을 떠올려 보면 고민할 필요없이 알 수 있다. 텅 빈 모델하우스 같았던 우리 집에 가장 먼저 들여온 것이 컴퓨터였다. 인터넷 설치도 부랴부랴 했었던 기억도 난다. 한참 컴퓨터로 일을 하고 있었을 때라 그 속에 모든 정보가 숨겨져 있었다. 게다가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은 TV 까지 컴퓨터로 볼 수 있고 책은 물론 문서 작성까지, 아주 편리하다 못해 필수품 아니었나 싶다.
저자는 텅 빈 집에서 그냥 앉아 있기가 불편하다못해 소파 대용으로, 밤에는 추위까지 막아주는 용도로 먼저 선택을 하였다. 휴대폰/TV/컴퓨터를 제치고 이불을 선택한 것이다. 물건을 선택하는 순서를 보면 그 사람의 사고방식, 물건에 대한 몸의 의존도 같은 것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소퍼 없는 거실, 침대를 두고 바닥에서 잠자는 습관, 청소기 대신 물걸레와 찍찍이 같은 것으로 처리하던 시간이 길어질 수록 청소기와 소퍼에 대한 애정은 사라져 버렸다. 저자가 선택하고 난 후 신천지를 느꼈던 세탁기, 냉장고는 나도 동감했다. 하루 두기가 무서운 음식들의 수명 연장, 탈수를 넘어선 세탁기의 기능은 계절을 타지 않게 한다.
이렇게 저자가 선택해 가는 물건들과 비교해 보며 독자로서 자신의 물건 의존도와 방식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니 참 재미있는 실험에 동참해 가는 느낌도 준다.
두 번째로, 그것에 대한 의미, 영향 같은 것을 되짚는다. 이 때 독자로서 한 물건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되는 계기도 함께 하고 싶어졌다. 시간, 일, 취미, 그런 것 까지 포함하여 일상에 끼치는 영향이랄까, 나 또한 그 생각이 흥미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동감가는 구절도 많았고, 역시나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하여 하나 씩 선택하면서 자신까지 뒤돌아본다는 것, 필요없으면서도 가진 것 만으로 만족하게 된다는 것, 시간을 늘여 주거나 줄여 준다는 추상적인 부분까지, 읽어가면서 따라하는 마음이라니, 그러면서 내게 필요한 물건들을 추려보는 마음, 정리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았는데 정리하게끔 한다고 할까.. 재미있었다. 읽음과 따라 함, 행동이 함께 발맞추어 가게 하는 독서였다.
"물건이 넘쳐흐르는 방, 정보로 복잡해진 머리, 선택도 결과도 없는 바쁜 시간. 그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도구에서 기쁨을 얻는 나의 감성을 흐리게 했다." 222쪽
"태어날 때 부터 다른 가족들이 사용하고 있던 물건들로 둘러싸여 살아오면서", 그 물건들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사용하면서 갖게 되는 기쁨, 능력의 확대 같은 면은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하나 씩 물건들을 선택하여 꺼내 올 때의 저자의 기분은 왠지 독자인 나에게도 전해져 왔다. 어떤 물건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하는 것 부터, 사용이 급한 물건, 그래서 선택하였을 때의 효능을 느끼며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는 점 까지, 흥미롭다.
도구가 도구를 부르게 되고, 그래서 물건이 늘어나게 되고, 그 편리함에 생각도 궁리도 더욱 줄어들게 된다는 점, 불편함이 발명을 부르고 그 발명에 인간은 감정도, 감성도, 궁리하는 노력도 하지 않게 된다는 점, 이런 것들도 무척 공감이 갔다. 나의 1번은 컴퓨터 였지만 그 다음, 또 그 다음은 무엇인가, 생각해 가면서 앞으로 2-3년 간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물건이라면 다시 찾을 확률이 없을테니 그냥 폐기하여도 문제없지 않겠나,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이 책과 함께 하면 이런저런 생각도 함께 따라올 것이고 독자마다 비슷한 실험에 참가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