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어휘 지식 백과 : 인문 교양 편 - 어휘에서 어원으로, 어원에서 배경으로, 배경에서 교양으로 이어진 영어 어휘 지식 백과
이지연 지음 / 사람in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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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권력이다." 저자의 첫 마디는 예전부터 생각해 왔던 그 모든 순간들을 한 순간에 소환하여 크게 동감하게 했다.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언어는 곧 그 사람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고, 이런 것에 능통할 수록 습득할 것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것들을 활용할 수 있게 하므로 앞서 나갈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책이 참 수준이 높다는 인상을 먼저 던져 주었다. 구성 내용도 절대 쉬운 편이 아니다. 일상적인 어휘 수준을 넘어서서 철학적이고 종교, 사회, 정치, 경제 분야 등 우주로 까지 넘어 그 어휘를 넓히게 하고 있으니 그 수준 가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대부분의 일상 용어에서 자주 출몰하지도 않고 하루에 몇 번 이런 단어들을 입에 붙였다 내려 놓을 상황이 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구석에 숨어있었고, 또 가끔씩 상황에 따라 필요했지만 쉽지 않은 단어들이어서 잘 사용하지 않던 그런 어휘들이다. 한 눈에 봐도 쉽지 않아서 한자리에 한꺼번에 모아 보는 효율성과 그 배경 이야기를 곁들여서 나아가는 책읽기는 어렵다 여겼던 어휘들을 눈여겨 봐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내게는 어려웠던, 가끔씩 출몰하여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할 수 없이 더 쉬운 표현으로 바꿔 말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용어들도, 특히 의학적인 용어, 신체 부위, 철학적 단어, 이런 것들을 좀 더 친숙하게 볼 수 있게 했다. 발음도 어렵고 단어 조차 참 어려웠지만 차근차근 나아가는 즐거움도 함께 해 주었다.

읽으면서 인상깊었거나 오호라, 감탄하게 만들었던 단어나 구절을 소개해 볼까 한다.

Magnetic Aura 라는 문구에서 자석같은, 으로만 알고 있던 단어의 쓰임새를 매력적인, 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었다고 할까. 단어의 다른 부분을 깨닫게 하고 확장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단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기도 하였다.

수다스러운, 이라는 단어에서 더 나아가서 logorrhea 라는 단어가 슬며시 웃음나게도 했다. 주로 알고 있던 단어, diarrhea 라는 설사 쪽 단어에서 rrhea 가 어미로 따라 붙으면서 말의 설사를 생각하니 금방 그 단어의 의미가 다가왔지 뭔가. 병적인 다변증. 그럴만도 했다. 말을 설사 하듯이 쏟아 내니 그런 뜻이 될 수 밖에. 재미있는 어휘의 발견이었다.

단어들과 역사적 배경 설명 뒤쪽에는 한 페이지에 모아놓은 어휘나 형용사들, 명사들의 집합도 눈에 띈다.

straight-arrow, 생각을 해 보자. 화살을 곧바로 직진한다, 사람으로 치자면 고지식한, 이라고 쓸 수 있다.

태도라는 단어, attitude 도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는 표현으로써 keep a low profile, 거저 얻어먹는 사람으로 free loader, 이 단어는 무임 승차 쯤으로도 해석 가능하겠다. 그럼 attic salt 는? 다락방의 소금인데, 맛깔나는 연설이라는 뜻이 된다. 아주 다양하고 기발한 표현들이 곳곳에 숨어있으니 찾아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문장으로서는 아인슈타인이 벨보이에게 쪽지에 적어 준 말, "평온하고 소박한 인생이 계속 불안 속에 성공을 쫓는 것 보다 더 행복하다." -" A calmland modest life brings more happiness than the pursuit of success combined with constant restlessness."

좋은 구절이 아닐 수가 없다. 마음에 콕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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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달력 - 영감 부자를 만드는 하루 한 문장
정철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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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부자를 만드는 하루 한 문장" "카피라이터 정철의 15년 발상을 꾹꾹 눌러 담은 책"



이 소개 하나 만으로도 벌써 책을 들추고 싶게 한다. 저자의 15년 결정판을 이 한 권으로 접하게 되고 그 모든 발상과 영감어린 생각들을 하나 씩 맛 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니까. 어떤 기발함이 자리하고 있을지, 어떤 표현들을 어떻게 사용했을지, 이런 궁금함으로 시작한 읽기였다.


전체적으로 책 한 권은 1년 365일 달력으로 이뤄져 있다. 달력의 그 판을 이용했다기 보다 한 페이지씩 날짜가 보여지고 각 달 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것으로 구분지어 놨다. 개인적으로도, 1년을 돌아 볼 때 이런 방식으로 정리를 하고 뒤돌아 본다면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는 좋은 방식같아 보였다. 게다가 저자는 나이의 어느 시점이 지나고 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영감이 조금 씩 줄어들고 급기야는 아예 아무 흥미거리도 생겨나지 않는 무미건조함을 경고하듯이 일깨워준다. 보통 연세 드신 분들의 삶은 청춘들의 그것과는 다를 수 밖에 없고 점점 익사이팅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강제로 뭔가 끄집어 올리기에는 너무 머리가 굳은 지라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사고를 저자의 책으로 조금씩 부추겨 가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모든 일에,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어떻게 될까요? 금세 죽지요."

"때론 최선을 다해 최선을 말릴 필요도 있지요."

"죽는 법"- "사는 동안은 썩지 않기 죽은 후에 실컷 썩기"

"뭐든 할 수 있는 신의 모습이 스무 살이 아닌 이유를 눈치채야지."

"쉼표에 인색하지 마라. 쉼표를 찍을 줄 아는 사람만이 마침표까지 찍을 수 있다."



이런 글들은 짧지만 상당한 임팩트를 주는 것 같다. 경고나 충고를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명언, 명구 처럼 느껴진다.


또다른 종류로써, 단어를 연결지어 머리를 훈련시키는 듯한, 리리리 자로 끝나는 말은, 처럼 우리는 얼른, 미나리/개나리/돗자리, 를 떠올리듯이


<배려>라는 제목 아래 놓여있는 단어들, 격려/염려/우려/독려/구려.



상당히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훈련을 자주 해 본다면 두뇌 운동삼아 나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후에 생각하는 질문 하나를 매일 남겼다. 가벼운 혹은 생각을 오래 해 봐야 할 가볍지 않은 주제들이 하나 씩 나오는데 어떤 땐 웃음으로, 어떤 땐 골똘히 생각해 봐야 할 만큼 밀도가 높다. 한꺼번에 후루룩 읽을 수 없는, 그렇게 보면 하나 남는게 없는, 그저 단어들의 행렬처럼 느껴지게 할 지도 모르는, 그러나 그 속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이 35세 이상, 40세 이상, 그리고 100세 까지도 해당이 되어지는 그런 말 들, 재미있기도 하다가 웃프기도 한 그런 내용들이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가 15년 동안 써 왔던 글들을 다시 보여 주고 싶어서, 멋지다 생각해서, 놓치면 아까울 것 같아서 다시 모아 둔 글이니 날짜마다 기발하고 다양할 수 밖에 없다.


"메모하지 않은 생각은 발이 달린 생각, 도망갑니다."

"지금 그대 곁으로 이야기가 지나가고 있다."

"그냥- 짧은 인생 살며 자잘한 이유 일일이 상대하지 않겠다는 너털 웃음 같은 말- 그냥은 이유가 아니라 여유입니다."

"샴푸는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보여줬고 린스는 샴푸의 일을 빼앗지 않고 도와줬기 때문"

"흔한 바보, 남들이 돈 벌었다는 길을 뒤따라간다. 다 주워가고 없다."

"경우의 수를 대비하는 건 영리한 일이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대비하겠다는 건 바보짓이다."



읽어갈수록 새록새록 기발하다. 짧은 시간에 좋은 어휘, 기발한 영감을 번뜩 떠올리고 건져 올리고 싶다면 자주 손에 잡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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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일상 표현의 영어 거의 모든 시리즈
케빈 강.해나 변 지음 / 사람in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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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하였을 때 처음 느낌부터 말하고 싶다. 이런 책은 흔한 책일텐데 새로 무엇이 달라져서 나왔나, 그렇다면 어떻게 꾸몄을까, 하는 궁금함으로 시작하였다. 그런데, 영어와 거의 한평생을 함께 해 온 나 조차도 그저 흘려 보고 지날 수 없는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넥타이를 고쳐 매다." 고쳐서 매다, 오랜만에 사용하게 되는 단어이기도 했지만 고쳐 맬 때는 어떻게 했더라, 라는 표현이 순간 머릿속에서 동작으로 나오지 않았다. 물론 넥타이를 매다, 라는 단순 표현이야 있다만 특히, 고쳐서 다시 매무새를 잡는 행위를 어떻게 해 주면 좋을까, 에 생각이 이르자 적합한 단어가 쏙 올라오지 않는 것이었다.

게다가 "변동 금리로 주택 담보 대출을 받다", 라는 표현에서도, 물론 대화 중에 이어갈 앞 뒤 상황이었다면 금방 어떻게 다른 표현을 사용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다른 어휘와 섞어서 동사화 하려니 조금은 낯설었다.

이렇듯, 외국어를 연습할 때의 유용한 표현, 일상에서 사용하는 한국어를 다른 언어로 교체할 때의 그 표현들은 한꺼번에 묶어서 단면적으로 외워 두면 상당히 유용하다. 그 표현을 써야 할 때 한 묶음으로 그대로 말해 버리면 되니까.

오래 전 경험을 기억해 볼 때에도, 영어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처음 선택해야 할 영어 학습 교재, 어떤 책을 먼저 보는 것이 좋을까요, 를 물어 오는 사람들도 많았었다. 정작 한 권을 결정짓기가 선뜻 손이 잘 안가게끔 만드는 넓고 많은 선택이 서점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많이 선택하곤 했던, side by side 라는 책을 교재로 사용해 왔었다.

각종 동작들의 모음, 매일 사용할 빈도가 많은 표현들이 그 책에 시리즈로 놓여 있었다. 나는 아주 오래전 부터 말하기를 책을 통해 연습했던 사람으로서 책을 선택하는데에서 부터, 듣기로는 테이프로 반복 학습을 하면서 귀를 뚫는다는 표현을 사용할 만치 많은 방법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다시, 이 책을 접하니, 영어 말하기에 아주 보탬이 되는 표현들이 한 권에 다 모여 있구나 생각이 들 만치 다양한 표현들이 자리하고 있다.

모두 16 장으로 구성하고 있고, 기상 후에서부터 학교나 직장 생활, 병원, 은행, 쇼핑, 자기 관리에 관한 표현까지 늘상 우리들이 해 오는 동작들이 자잘하게 모여 있다. 아주 쉬운 기초라고 볼 수는 없을 만치 다양한 표현들인데 그렇다고 난이도가 아주 많이 높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독자들의 성향과 수준에 따라 높낮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영어 말하기 라는 것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늘 하던 말들로 이뤄지고 있고, 그 정도 선에서라면 여기 이 책으로 시작도 마무리도, 반복 학습까지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한 뭉텅이씩 표현들을 다시 반복하고 나면 특정 대화에 이용할 수 있는 문장 표현도 함께 실려있다. "Sentences to Use", 라는 코너에서는 문장이 제법 길게 만들어져 있어서 수준 높게, 자세한 표현을 원하는 사람에게 상당히 유용하다. 처음 익히는 사람에게는, 헹구다, 라는 동작 단어에서, 샐러드를 헹구다, 로 확장하고, 다시 이것을 냉장고에서 샐러드를 꺼내어서 물에 좀 씻어 줄래요? , 라는 표현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준다. 갑작스레, 냉장고 샐러드 좀 헹궈 줄래, 라는 표현을 영어로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라면 좀 곤란하겠지만 확장해 가는 구조가 참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물론 생각을 더 넓혀서, 옷장에서 낡은 옷들 꺼내어서 세탁소에 가져다 줄래, 라든지 아이 데리고 나가서 산책 좀 시켜 줄래, 라든지, 얼마든지 상상력을 넓혀 표현의 영역은 더 커질 것이고 영어는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지도.

뒷 장 부분은 인덱스 코너인데, 이 또한 매우 유용하다. 학교 다닐 적에 단어를 외우는 방법같이 한꺼번에 몰아서 표현을 정리해 두었다. 옛날 생각 많이 났다.

MP3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으니 귀에 꽂고도 즐기다 보면 어느 새 영어 표현이 많이 늘 것이다. 이런 수고조차 하지 않고 영어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일종의, 손 안 대고 코 풀고 싶다, 라는 욕심이 아닐까, 싶다. 너무나도 유용한 책이어서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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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흄세 에세이 1
알베르 카뮈 지음, 박해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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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 년 역대 최연소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까뮈의 에세이를 읽어가자니, 숨이 막혔다. 그의 표현법이 어느 부분 즈음에서 숨을 쉬어야 할까, 싶을 정도로 문장의 구성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흘러가며 눈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곳에서 마침내 마침표를 찍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책의 두께, 해설까지 합쳐서 본다 해도 총 100 페이지를 겨우 넘기지만 그 내용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알차다. <티파사에서의 결혼>을 시작으로 4편의 산문이 실려 있는데 전 구성을 얇은 두께만으로 평가하기에는 그 내용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내용을 간략하게 평범한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식이다. 

젊은이가 고향 마을을 찾아갔고, 그 하늘과 바다와 자연을 지긋하게 바라본다, 땅은 폐허이건만 그 페허를 뚫고 나온 꽃들이 향을 내뿜는다. 향쑥, 향꽃무, 이런 꽃들이 대체 어떤 색깔이며 어떤 향기를 품고 있을지 독자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외국 꽃이라서 그런가, 까뮈가 본 꽃은 처음 듣는 이름이고 혹시 볼 수 있다면 아, 이 꽃, 할 지도 모르겠지만 머릿속 가늠으로는 도저히 어떤 색깔로 어떤 향기를 소유하고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것들이 내 뿜는 향기 속에 빠져 바다에 뛰어 들고 수영을 즐긴다. 그러다 모래사장에 몸을 던지고 이 곳 저 곳 바라보다 어둠이 서서히 내려 앉는다. 다시 되돌아 와 복숭아 한 입 한껏 베어 물고 행복과 자유를 만끽한다. 이 정도 선인데, 까뮈의 묘사법을 직접 읽어 본 독자라면 이런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장면과 행동과 모습들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인지, 짧기에 음미할 수 있을 정도이지 더 길게 썼다면 숨이나 제대로 쉬었을까 싶다.


제목이 주는 결혼의 모습, 생각하던 일상적인 결혼은 전혀 다루지 않는다. <제밀라의 바람>, <알제의 여름>,<사막>을 계속 읽어 보면 왜 제목을 이리 했을까 갸웃거리게 한다. 저자가 찾아가 느껴봤던 그 장소, 그 시간, 그리고 느낌들이 줄줄이 이어져 가는, 독자에게 주어지는, 아니 저자가 베풀어 주는 상상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고, 마치 그 곳의 작가가 기대었던 기둥과 시선 부딪혔던 돌 하나하나에 독자의 마음까지 가 닿게 만든다. 자연스레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햇빛, 태양, 그리고 신들이 떠나간 장소, 그런 표현이었다. 저자가 보았고 느꼈고, 그 장소에서 다시 생각해 보는 그 느낌들이 너무나 생생하고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젊음과 죽음의 대비, 다들 떠나가 버린 그 빈 장소에서 음미해 보는 침묵과 고요, 이런 것들에 삶의 호화로움과 풍요로움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게도 한다. 아직은 젋었기에 결코 죽음을 떠올려 보지 못하겠지만 비석에 새겨진 먼저 떠난 이들의 모습은 저자에게, 인간에게 주어진 현재와 추구해야 할 진실, 쫓아야 할 행복의 참된 의미 같은 것을 서술케 하고 있다.


읽어가면서 참, 저자의 풍부하고 현란한 사고와 느낌이, 어지간해서 잘 먹을 수 없는 명품 음식을 먹고 있다는 느낌으로, 그 맛을 느낄 감각보다는 그가 방문하여 지켜 보았던 그 장소들, 알제, 그가 자라났던 그 곳의 바다, 해변이 눈 앞에 펼쳐 진 듯하여, 미처 그가 전하고자 한 느낌까지 온전히 한꺼번에 음미하기에는 내 안의 무언가가 턱 없이 부족하구나, 라는 생각도 곁들여 해 보게 하였다.


"정신 자체를 부정하는 어떤 진실은 그 정신이 죽는 장소에서 태어난다.", 라는 서두로 시작하는 제밀라, 그 곳에서 불어오는 황량하고 거센 바람까지 그 묘사력은 대단한 상상을 부추기고, 여기저기 로마의 옛 유적들이 어떻게 어떤 느낌으로 놓여 있을지도 가늠하게 한다.


<알제의 여름>에서는 수영을 때린다, 라고 한다던 그 표현에서 왠지 낯설지 않은 친숙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사막>에서는 한 미술 작품 앞에 서서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는, 끝도 없이 펼쳐지는 저자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며 함께 유영하는 느낌도 받았다. 그림 한 점 앞에서 그토록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갈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깊고도 넓은 범위로의 유영. 그 속에서 셰익스피어 작품 속의 연인들까지 소환해 내어 연결지어 가는 이야기의 지속성, 이 모든 것이 독자의 의식을 한층 더 고양시켜 주지 않나, 그래서 명품일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하며 가쁜 숨을 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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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왜 죽는가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음, 김진아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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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을 살고 있는 생물들이 왜 죽음을 맞아야 하고, 죽음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죽는지, 를 생물학자로서 저자는 조목조목 밝혀간다. 늙어가는 것 자체가 죽음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것이지만, 하루하루가 마치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이라고 느껴질 때도 자주 있지만, 때로는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대단히 무섭고 불안하게 하는 죽음을, 발생에서부터 노화, 죽음에 이르기까지 풀어간다는 것 자체는 독자로서 너무 궁금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궁극적으로는, "철학보다 더 확실하게 삶의 의미를 가르쳐 주고 종교보다 더 따뜻하게 죽음의 공포를 없애주는 생물학" 이라는 문장에서 더 탐구하고 싶게 하는 마음이 생겨나게도 했다.


그런데, 내용은, 문과 계통에서만 이해가 쉽고 빠른 독자에게 추천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빅뱅에서 출발한 지구의 탄생, 우주의 팽창이론, 물론 여기에서는 간단하기는 하지만 이런 것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 생물의 기원을 말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그리고 최초의 생물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이 어떻게 생존을 해 왔는지, 생물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 물과 온도, 그리고 세균, 박테리아, 가장 기본적인 생물들의 첫 출발과 자기 복제 등, 단순하게나마 서술적 방법으로 설명해 가지 않는다면 그 끝인 죽음의 원인을 말하기에는 무리가 좀 있을 수 있는 까닭에. 만약 종의 기원과 발생에 흥미있는 독자라면야 술술 읽혀가게 할 만한 내용들로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생물의 탄생과 멸종을 거국적으로 설명해 낸 서두에 이어 본격적으로, 생물은 어떻게 죽으며 인간은 어떻게 죽는지, 를 그리고 마침내 결과적으로, 생물은 도대체 왜 죽는지, 를 답을 향해 나아간다. 기대했었고, 뭔가 새로운 생각을 얻을 수 있지 않나 기대가 컸던 만큼 대답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죽음은 생명의 연속성을 위한 원동력이다." 이 한 구절을 얻어 내기 위해 그 많은 과정과 설명과 이해를 거쳐 왔구나, 싶은 그런.. 그러나, 이것으로 인해 죽음을 좀 더 자연스러운 한 과정으로써 더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무조건적인 두려움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 하고 싶다. 좀 더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은 삶을 위해 연구를 거듭하는 인간,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얻기 위해 장수하는 동물들의 삶까지도 들여다 보는 우리, 유전자의 복제와 염증의 극복, 이런 것들 만이 오래도록 죽지 않고 혹은 죽음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시간이 흘러가 봐야 할 것 같다.


죽음이라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삶의 시작과 변화, 선택을 통해 점점 앞으로 나아가고, 아들이 부모세대보다는 더 우세한 그런 과정들, 총체적으로 자연의 순환 같은 이해도 함께 되돌아 보게 하는 것 같다. 그 와중에 먼저 떠나보내며 작별하게 되는 슬픔과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인간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감정임에야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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