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읽는 시간 - 죽음 안의 삶을 향한 과학적 시선
빈센트 디 마이오 외 지음,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의학에 관련한 책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그가 남긴 흔적을 쫓아 그 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밝혀가는 과정이 어느 덧 흥미롭게 다가와서 이 책도 그런 이야기 인 줄로 알고 시작하였다. 그런데 조금 방향이 달랐다고 해야 하나?  사건은 이미 일어났고 죽은 자에게 남겨진 흔적을 조사하여 살인인지, 자살인지 알아 보는 것에서 부터 어떻게 죽은 것인지 알아 보는 것은 예상했던 바 그대로이다.  책을 읽다 보면 대체 어떤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게 되었나, 를 잊고 있을 정도로 소설처럼 이어져 가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사건의 전개를 너무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일까. 그만큼의 분량만큼 법의학 조사 이야기는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어느 덧 저자의 자서전 처럼 닿아오기까지 한다. 자신의 어린 시절, 이민자의 가족으로서의 생활, 대대로 의사를 해 오던 집안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가 버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과정들이 술술 소설과도 같이 넘어간다. 특히 그의 아버지가 살아 온 의사 생활은 죽음 이라는 것이 일상 속에서 녹아 들어 늘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각종 사건 사고로 죽은 사람들을 다룬다는 직업은 처음부터 타고 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이 집안 자체가 이미 이 길을 갈 수 밖에 없게 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비행기, 기차 사고 등 인간이 죽는 거의 모든 모습을 다 접해 봤다는 저자의 아버지는 법의학자로서 얼마나 많은, 생생한 경험을 하며 살아왔던지 모를 지경이다. 이 시점에서, 살아가며 발생하는 수 많은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도 생각해 본다. 저자가 겪어온 사례들은, 법정에서의 증언을 위한 부검, 원인 불명 사인에 의한 죽음, 죽은 자가 대체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한 발굴까지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기들이 죽은 후에 밝혀낸 진실, 그대로 장례를 치른 후 넘겨갔을 일들이 다시 무덤을 파내어 진실을 밝혀 내는 과정들은 보통 평범한 사람이라면 감히 생각지도 못할 끔찍하고, 엄청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어느 새 눈살을 찌푸리며 역겨워 하고 있기도 했다는 것도 밝혀 둔다. 이런 일들을 다 겪어 낸 저자의 경험담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흔하지 않은 내용의 책 임은 분명한 듯 하다. 훌륭한 간접 경험이 되어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쎄, 과연 그럴까.. , 로 말하는 미코시바 변호사의 시선은 항상 남달랐다. 검사와 맞은 편에 맞서서 싸우는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같은 사건을 두고 검사, 형사들의 관점과는 다르게 보아야 한다는 그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대사 같기도 하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을 읽을 때 마다 마음 속에 심어 주는,  또 다른 시선을 두라는 표식이 되어주는 울림 같기도 했다. 그런 것이 이번에는 공허한 울림처럼 가슴이 답답하게 들려왔다. 진상을 파고 들면서 더욱 드러나게 되는 진실 앞에 과연 어떻게 되어 가던가를 지켜 보는 독자로서는, 늘상 보아오던 저자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속도감 넘치는 긴박함도, 미코시바가 보여주던 대 반전도 존재하지 않는 듯이 느껴졌다. 미코시바 변호사가 맡은 사안이 사안인지라 종횡무진의 느낌보다는 지지부진하고 답답하게, 그럴수록 더욱, 아주 일관적으로 밀어 부치는 피의자의 태도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소년 시절 저지른 범죄로 소년원에 있을 때에 그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던 교도관, 이나미를 25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나게 된 미코시바 변호사. 자신에게는 아버지같았던 그 이나미가 살인을 했다 한다. 소년원 시절에 보아왔던 이나미의 인품으로 보아 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한 미코시바는 이나미를 변호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야기의 시작은 난파 직전의 배 위의 상황이다. 구명조끼가 턱없이 부족한 침몰 직전의 상황,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었던 급박한 상황에서,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구명 조끼를 빼앗는 행위는 용납될 수 있는 것인가.


참 좋은 재료를 가지고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도 법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그리고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 타자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 이런 것들이 맞물리면서 어느 새 연결 고리가 형성되어 지는 구조는 역시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 위한 저자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게 한다. 물론 미코시바 변호사가 보여주는 능력을 통해서 독자의 판단을 구하는 구성인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어느 덧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사건과도 연결지어 보게 된다. 정당 방위와 긴급 피난의 차이점, 그 개념들이 좀 이해하기 힘들다. 집 안에 침입한 도둑을 잡기 위해 집 주인은 도둑을 의식 불명에 빠뜨리게 되었고, 이 행동으로 인해 집 주인은 법의  처벌을 받아야 했던 사건과 같은 이것은 정당방위인지 아닌지 실제 다뤄졌었다만,  그 선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그리고 이 소설에서 보여줬던 긴급 피난의 해석, 이해될 듯 이해되지 않는 그들의 해석으로 본다면, 해당되어지는 그 한계선은 또 어디까지 인가, 모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이나미가 머물던 노인 요양 시설의 실태 같은 것도 우리 사회에서 보여지던 상황과 전혀 동떨어지지 않은, 실제 상황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늘상 이기기만 하던 미코시바 변호사가 이번에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지는 저마다의 시간 속에서  독자들이 각자 누려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이주호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히로는 문득 깨달았다.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깨달았다. 힘이 없어 이렇게 침략 당하고 있지만 이들은 힘이 없지 않았다. 이들은 누구보다 강한 자들이었다. 누구보다 강한 백성들 위에 누구보다 비겁하고 위선적인 정치가들이 있어 이리도 비참하게 짓밟히고 있는 것 뿐이었다. 이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마을의 모두가 죽어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히로의 부대가 이긴 것일까. 전쟁도 그랬다. 그렇게 조선의 온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나면 전쟁에서 이긴 것일까."          (259쪽)


1592년 임진왜란을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이순신 장군과 그의 진영, 부하들, 연전 연승했던 전투, 그 때 그 날의 순간은 역사 속에서 살아있다. 난중일기를 통해서도 생생히 그 날들은 되살아 나온다. 그 임진왜란 속에서, 이제는 이 소설을 읽은 후이니  빼 놓고 말하면 안 될 것만 같은 한 사람이 또 있었다. 등장인물 히로, 역사 속에서도 아주 짧게나마 등장하는 사야가, 김충선이라는 사람이 바로 그 이다.  


가토 기요마사 군의 선봉장으로 조선을 향해 바다를 건넜던 그가 돌연 항왜로 돌아섰다. 얼핏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다. 어떻게, 무슨 이유로 그는 일본을 배신했을까. 그리고 조선을 위해 전투를 했다니  조선에서도, 일본에서도 회자되기에는 조심스러운 이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작가의 소설 속에서 다시 태어났다. 덕분에 일본 쪽 시선으로 임진왜란을 바라 보게도 되었다. 전쟁 발발전의 일본 상황이 눈에 보이듯 전개되어 나간 까닭이다. 일본 열도는 전국 시대의 크고 작은 전투들, 가문을 뺐고 무너뜨리는 혼돈의 중심 그 자체였다. 일본 역사를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는 독자로서는 그 혼돈 스런 상태의 많은 인물들이 지나갈 때에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언젠가 스쳐 보듯 지나간 일본 영화 <란>을 떠올리게도 했다. 그 많은 이름들 중에서 오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가 등장한다.


히로는 이런 시대 속에서 전쟁 용병으로 성장하는 소년이었다. 부모도 모르고, 집도 절도 없는 천애 고아인 히로는 붉은 돌 부대의 조총 부대원이었다. 함께 자란 아츠카 라는 소녀도 히로의 인생에서 빼 놓을 수가 없다. 히로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동시에 이 소설 속에서 아름다움과 감동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과 안목이 남달랐다. 머리 속에서는 늘 질문이 따라다녔다. 그 답을 얻기 위해서라면 몰두하는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소년이었다. 이런 점이 오다와 히데요시같은 거물의  눈길을 끌었고 히로의 조총 연구는 끊이지 않았다.  이것이 히데요시에게는 히로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였고, 무엇이든 가지기를 원했던 히데요시에게는 결코 손에 들어오지 않았던,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가 바로 히로였다. 



"시대가 그랬다. 부모자식간에도 숱한 반목과 배신이 벌어졌다. 피범벅이 되어 돌아온 남편, 자식과 아버지의 잘린 머리를 씻기고 머리 빗기는 여인의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그런 시대였다."          (127쪽)



그랬다. 뛰어난 재주와 머리를 가졌지만 지독히도 불운했던 히로는 이런 전쟁의 시대에서 지키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그리고 살고 싶었다. 조선을 향해 무고한 목숨을 빼앗은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랬었기에 항왜가 될 충분한 이유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문득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많았다. 목표물을 조준하고 댓포(조총)에 화약을 당기며 기회를 엿볼때에는 묘한 긴장감으로 글을 읽어내려 가게 했고, 물에 첨벙 뛰어 들며 달아날 적에도 이미지가 자연히 그려지게 하는 문장들 이었다. 긴박했던 그 양만큼 다급해지는 마음은 더욱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지며 닿아왔다.


물론 감동 포인트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독자라면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을 만나게 되는 구절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히로 그 자신만의 고군분투하는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냈던 그 삶이 역사 속에서 단 한 줄의 짧은 글로 나타났다손 치더라도  결코 간과해 버리고 말 이름도,이야기도 아닌 것으로, 그를  재발견하는 계기도 되어 줄 것 같다. 

김충선이라는 이름은 임진왜란과 히데요시라는 이름과는  떼어서 생각할 수가 없는 이름인 까닭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 - 승자와 패자의 운명을 가른 역사의 한 장면
이현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순히, 전쟁 이야기를 표현해 놓은  명화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시작한 이 책은 애초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표지부터 다양한 그림들이 있지만 페이지마다 관련 사진, 명화, 일러스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우선 눈이 즐겁다. 그런데 읽어가면 갈수록  큰 흥미와 새로이 알게 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더욱 손에서 놓지 않고 끝까지 읽어가게 만들었다. 


사학을 전공한 기자 출신의 작가가 풀어 내는 이야기, 그것도 무기와 전쟁 관련 이야기는 어떨까,.

그 출발은 그림 감상에서 시작한다. 그림 속에 나타내어진 내용이 어떻게 역사 속 이야기와 관련이 있는지 파고 들어간 작가의 노고 덕분으로 독자에게까지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역시 그림 하나 보는 것도 그 너머를 들여다 보려는 의지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내용은 읽을거리로 차고 넘친다. 


'전쟁의 승패는 늘 사소함에서 갈렸다.'

이 부제처럼 군복하나에, 무기 하나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다.  조선시대 사극 드라마에서 보아 오던 포졸복 입은 병사들이 정말 그 얇은 천으로 된 군복만 입고 전투에 임했을까, 장기판의 <차>는 왜 앞 뒤로만 움직일까, 같은 일상 속 늘 접하던 것들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이유를 알게 한다.  물론 이와 관련한 조선시대 그림들도 등장하니 더욱 사실감이 넘친다. 전차를 사용했던 그 때 그 시절에는  옛날 말의 크기가 현재 개 크기보다 조금 더 컸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래서 전차가 나오게 된 이유가 된다. 전차 하면 그 유명한  벤허 영화에서 전차 경주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설명으로 이어졌다. 


'탐욕의 참극'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의 사랑이 빚어낸 결과는 무엇이었나. 사실 이 소재는 영화에서 잠시 지나치듯 봤었는데 이제는 내용을 확실히 알게 된 부분이다. 또한 전쟁에서 시간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도록 발전하게 된 과정은 오늘날 손목시계를 차게 된 이유가 되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줄서서 한 발씩 총을 쏘던 그 옛날 전쟁 방식에서 벗어나게 할 수 밖에 없었던 무기의 발달이 그 원인이었다. 이로써 시간의 정확성은 학교 교육에서 시간을 읽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피에 묻힌 진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용병에 관한 이야기는 프리랜서로 부터 시작하지만 새로운 내용들이 듬뿍 담겨있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 중 하나인 스위스 용병 부대원들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이것이 적십자 활동으로 이어지기 까지의 내용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부분이다.


그 외에도 예전 접했었던 약탈 문화재 관련 도서, 최근 읽었던 월터 스콧의 아이반호에 등장했던 기사들 까지로 연결되는 이야기가 아주 다양하다.


전쟁은 국가의 흥망과 생존이 걸린 , 이 부분은 머릿 속에 저장이 되어진 누군가가 했었던 말 같기도 한데, 인간이 벌일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런 활동이라는 말도 생각이 난다. 그만큼 인간 역사를 새로 쓸 만큼 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명화로, 문학 작품으로 새로 태어나고 영화 속 주제로 재 구성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충분하겠다. 그림을 보면서 어떤 역사 속 이야기와 연결되는지 하나 씩 살펴 본 저자의 이야기마다 일반 상식처럼 연결되어지게 하는, 이것 하나, 혹은 그 배경 이야기 정도 쯤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부분들도 많이 차지하고 있음에 기대했었던 그것 이상으로 더 알찬 독서가 되어 주었다. 이 생각은 다른 독자들도 함께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반호 현대지성 클래식 12
월터 스콧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때는 바야흐로 피지배자인 앵글로색슨 족과 정복자 노르만 족 사이에 갈등이 심각할 시절, 그들에게만 통용되던 언어까지 따로 있었던 그 때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문장이 대단히 묘사적이고 현란하며 풍부하다.

그리스도 종교적인 분위기도 지배적인 이 시대였기에 말의 서두에는 '신께 맹세코, 성 조지에게 비노니, 성모 마리아의 후광에 힘입어', 와 같은 말들이 거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 당시 시대적인 배경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그다지 낯선 일도, 거슬릴 표현도 아닌, 오히려 그 시대의 색채, 분위기를 더욱 잘 느끼도록 해 주는 대사법이기도 하다. 등장인물 하나하나마다 그 성격이 드러나도록 저자의 묘사와 서술은 짧지 않다. 이런 것에서 중세 기사들의 활약과 움직임, 내적인 갈등, 종 신분의 행동과 사고 등을 독자에게 잘 전달해 주는 맛이 아주 맛깔나다. 오랜만에 이렇게 의미가 깊고 눈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철저한 묘사 방식의 문장을 다시 읽는구나, 생각하게 하는, 이런 이유로 고전이 되었던가 싶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등장인물들도 다채롭다. 수도사, 잉글랜드 귀족의 후손, 유대인과 그 딸, 그리고 가장 중세를 빛내게 하는 기사들, 그들의 창과 칼, 말을 타고 달리는 그들의 위엄, 그 위에 사자왕 리처드가 있다.


로더우드의 세드릭을 찾아가는 수도사들은 하루 묵어갈 장소와 먹을거리를 찾아 가는 길에도 당당하기만 하다. 종교적, 민족적 부분에서 이미 자존심과 거만함으로 우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 사용하는 언어 조차 완전히 다른 두 민족들 사이에서 그들 두 민족을 이어주는 혼성어까지 별도로 존재한다니 두 민족간에 어지간히 섞이지 못하는 반목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길을 물어 볼 때에는 아래 계급이 사용하는 언어로 물어 보더니 그들 사이에서 나누는 대화는 우아한 노르만 프랑스어이다. 이렇듯 신분과 민족과 직업, 종교의 차별이 뚜렷한 시대, 사자심 리처드 왕이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여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을 타서 그의 동생 존 왕자가 형의 자리를 차지하려 도모한다. 그 아래 기사들, 향사들, 광대와 노예들, 귀족과 천민이 있고 그리스도인과 유대인이 이리저리 섞여 만들어 내는 삶들이 흥미로운 이야기로 탄생하고 있다. 

여기에 아리따운 공주, 로웨나와 유대 처녀, 레베카의 등장은 전체 이야기에 어떻게 필수적인 조건이 되어 줄까, 끝도 없이 이어갈 것만 같다.

 


"아이반호" 라는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 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사실 아이반호는 영지의 이름이고 사람으로서는 아이반호의 윌프레드 임을, 책을 읽으면서 나타나게 되는 이름이다. 저자는 바로 이런 점을 의도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무슨 내용이 펼쳐질 지 상상 할 수 없게 만들고 싶어하는  저자의 의도만큼이나 내용은 아주 다채롭다.  44장까지 이어져 가는 내용에는 각 장 마다 하나의 무대를 보는 것 처럼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들을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다. 막이 오르고 막이 내리고, 연극 무대처럼 각 장이 이어져 가는 동안 아이반호는 언제 등장할까, 마상 시합날 벌어지는 경기와 우승자, 그리고 이름도 얼굴도 밝히지 않는 기사, 베일에 가려진 흑기사 등 등장 인물들이 어떻게 나아갈지 읽어가면서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 구조인지라 700 페이지 가까운 내용이  어느 새 그 끝을 보이는 때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노르만이 정복한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이어지는 그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벌어졌던 리처드 왕의 흔적, 그를 충성으로 모셨던 기사 윌프레드, 이 들 주변을 에워쌌던 그 중세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금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본다면, 오늘날의 영어가 어떻게 정착되어 졌는지, 그 분위기 또한 짐작할 수 있고,  대단했던 종교적인 힘이 얼마나 사람들 위에 지배하고 있었던지도 또한 잘 살펴볼 수 있게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스코틀랜드 역사 소설가인 SCOTT 이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엮어 낸 이야기, 아이반호, 고전스러웁게 흥미롭다. 끝까지 읽어 낸 독자가 받을 수 있는 여운까지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