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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ㅣ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평점 :
짜임새 있는 구성이 눈에 확 들어오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이번에는 사형 제도와 판결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 그의 작품에서 이미 익숙해진 형사, 와타세가 이번에는 어떤 사건에서 활약을 할까, 그 기대감 만으로도 작품의 크기는 이미 작지 않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획도 憤 (분) 으로 시작하여 분 (분한 마음) 으로 끝난다. 사적인 분노, 공적인 분노, 슬픈 분노, 어리석은 분노, 의로운 분노, 원한 섞인 분노, 이렇듯 그의 이야기는 군더더기가 없다. 분노하게 된 시작, 그 분노를 어떻게든 되갚아 주고 싶은 심정, 그러나 법 이라는 규율이 가로 막아 서 있는 국가와 사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출하고자 하는 마음은 슬픔과 어리석음을 자아내게도 하고 그 누구도 하지 않음으로 해서 나 라도 나서겠다는 정의로움, 이런 것들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과정 중에 독자 스스로 <사형> 이라는 제도와 시행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여다 보게 한다.
예전 다른 작품에서도 느꼈었지만 살인 현장, 살인 방법에 대해서 글을 읽어가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실감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사람들이 한참 미어 터질 지경까지 이르를 시점인 이른 저녁, 오후 5시 32분 즈음, 밀려드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느닷없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살인극이 벌어진다. 어린 여대생, 그리고 더 어린 소녀를 향한 칼부림은 그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경악 속으로 밀어 넣고 만다. 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 가루베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 수 많은 사람들 중 하필 힘없고 약한 어린 여자들 둘을 골라서 무차별적인 난도질을 한 이후에도 그는, 그들 보다 더 오래 살면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말을 법정에서 하였다. 사형을 언도하고도 남을 잔혹범에게 법정은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이쯤에서 우리 현실이 떠오른다. 요즘 많이 공분을 사고 있는 현상 중의 하나가 바로 법원의 솜방망이 형벌이었다. 아무 죄 없는 소녀 나영이를 하루 아침에 정상적인 인생 궤도에서 벗어나게 만든 파렴치범, 술 먹었다는 이유를 대면서 범죄의 책임을 가볍게 만들려는 수작, 멀쩡했던 사람들의 인생을 한 순간에 송두리째 바꿔 놓은 범죄에 대해서도, 법원은 징역 몇 년 정도 쯤에서 멈추었다. 당연히 공분이 일어 날 수 밖에 없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던 사건들 몇몇을 떠올리게 하는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일본 사회에서는 더욱 잔인한 살인으로 드러나면서 이래도 사형하지 않을 것인가, 를 묻고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 사형 하나 못하는게 무슨 법치 국가냐" 고 묻기도 하지만 다른 방향으로의 전개도 빠뜨리지 않는다. 형사 와타세를 따라 범인을 쫓아가면서 관련되는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형을 판결하지 않는 온정 판사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모습으로 의견을 도출해 낸다.
두 눈은 가리운 채 한 손엔 단죄의 검을, 다른 한 손엔 죄의 무게를 측량하는 천징을 가진 여신 테미스가 법의 공정함과 엄중함을 대표한다면 이번에 작가가 내세우는 이름은 네메시스이다. 질서를 지키고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법이 존재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을 둘 이상 살해한 살인범을 그 법 아래에서 단죄하지 않는다면, 최고 형벌을 받아 마땅하다 판단되는 범죄인을 무기징역으로 살려 둔다면, 피해자의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하에서 얼마든지 죽여라, 죽여, 한 목소리를 내게 하는 세상이다. 마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처럼 살해범을 곧바로 처분해 버릴 듯이 덤벼드는 대중과 언론이라는 목소리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한꺼번에 사라지기도 한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한, 분노, 슬픔과 마찬가지로 피의자를 가족 구성원으로 둔 가정의 실태 등 양 쪽 방향으로 조명을 두면서 균형있게 비추고 있어서 독자의 객관적 판단에 유익하다. 사회적인 정의라는 이름으로 복수의 여신,네메시스가 되어, 혹은 네메시스의 사자 처럼 직접 천벌을 내린다는 실행은 국가를 대신해 직접 사형을 내린다는 모습으로 비춰지지만 그 이야기의 결말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관심있게 지켜 보도록 독자를 유도한다. 물론, 형사 와타세를 따라 검사와 판사들의 의견도 저마다 드러나므로 독자에게는 더 많은 의견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선사한다.
그만큼 작가의 서술 과정이 주제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을 순서대로 표현해 나아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독자로서는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질문으로써가 아닌, 사형 제도의 필요성 혹은 폐지에 관해 좀 더 신중한 자세를 가질 준비를 마련하는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