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제주 -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그리워질 제주의 시간들
안솔 지음, 김영권 사진 / 인사이트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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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감성 일러스트 다이어리 북"

이 나이에도 어딘가에 꽁꽁 숨어있던 감성이 마구 튀어 나올 만큼 눈을 유혹하던 책이다.

마음을 홀딱 뺏겨버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제주 이기 때문 아니었을까. 온통 제주의 풍경과 제주의 색깔이 한데 모이고 골고루 섞여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은 바다를 그리워 하고, 바다 곁에서 눈을 뜨는 사람들은 복작거리는 도시를 갈망하게 되는 것 처럼 늘 곁에 없기에 더욱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제주는 이토록 예쁜 그림이 되어 나에게 다가섰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의 마음 속에 휴식을 주고 다독거리게 하려고 제주를 당겨왔다.


만년 다이어리,  어느 날짜, 어느 달이든 상관없다. 무엇을 쓰든 무엇을 붙이든 무관하다. 그저 마음 가는데로 글을 끄적거리고 사진이나 그림을 붙여도 될 만한 공간도 충분하다.  저자는 아마도 이런 독자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충분히 파악한 채 이 다이어리를 만들 생각을 하였으리라 짐작해 보게도 한다. 거기에다 제주라니, 기막힌 조합같다.


성산 일출봉, 바다의 해녀님들 처럼 낯익은 제주의 대표격들부터 뒤늦게 알게 된 사려니 숲길, 그리고 나로선 아예 접하지 못했던 해변의 이름들, 밤하늘까지도 아름다운 채색으로 의미를 돋운다. 제주의 오름이 이름들, 내겐 선뜻 다가서지 않지만 손만 뻗치면 구할 수 있는 편리함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에 젖는 시간도 선사해 주는 이름들이 되어 간다. 새별 오름, 백약이 오름, 참 낯설긴 하나 역시 제주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에나 올려다 볼 수 있는 하늘이 있지만 제주의 밤하늘 이기에 더욱 특별할 지도.


한때 중국 관광객이 들끓고 그들이 땅을 사들인다는 소문에 아, 그다지도 아름다운 곳을 많은 사람들이 더럽히고나 있지는 않을런지, 괜히 걱정이 되고 속이 상했던 시절도 있었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언제까지이고 지켜져야 하는 까닭이다. 게다가 그것이 우리의 제주임에야 더욱.


 늦은 나이임에도 이런 책을 손에 쥐고 마음이 뛰놀고 감성이 올라오는데 하물며 더욱 젊은 독자들에게는 아주 말 할 수 없는 기쁨이 되기도 하겠다는 생각이다. 나와 다른 이의 기쁨을 위해 선물하기에도 무척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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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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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의 행렬 뒤 쪽에서 이렇게 중얼거리며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니 로마인들은 현실 속에서 어지간히도 죽음을 상기시키고, 떠올리고 하였나 보다.


그동안 이런 저런 책을 통해서 라틴어 문장으로 된 이야기들을 꽤 접해 왔었지만 이번 책에서는 문법이 좀 더 많이 가미되어 있어서 우선적으로는 발음 같은데에 더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얼토당토하지 않은 라틴어 문법을 접하게 되었다면, 헐, 이런, 등 상당한 심적 부담이 먼저 생겼났을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씩 라틴어 문장들을 흥미삼아, 그 배경 이야기를 읽어 오던 약간의 근육감, 예비감각이 마련되어 있었던 덕분인지 이번 책에서는 문법이 조금 더 많이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사, 형용사 뿐 아니라 그 변화형까지 줄줄이 나오는 설명이 그렇게까지 당황스럽게 하진 않았다. 본격적이라고까지는 아니지만 부록을 통하여 따로 더 소개되어 있으니 내용을 읽어 가는 와중에는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니니 미리부터 겁 먹을 이유는 없을 듯 하다.  그러나 라틴어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약간의 부담감이 없지 않아 생겨날 지는 모르겠다.


문장 하나에 얽혀 있는 로마 시대 사건과 상황, 그리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은 아주 간단하고도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고 이 문장들을 어느 정도 읽고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문법을 소개하고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 일단 처음 라틴어를 보는 독자라 하더라도 읽을 수는 있게 되어있다는 점이 아주 좋다.


"Festina lente"  페스티나 렌테, 라고 읽는다. 천천히 서둘러라는 뜻이다.

영어의 fast 도 연상되고 late 가 눈에 보이는 듯 하지 않는가?   라틴어와 영어는 이렇듯 비슷한 듯 닮은 구석이 많다. 물론 문법은 영어와 견줄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세상에, 명사가 변형이 된다지 않는가. 바로 곡용이라 불리우는 것인데 상상도 하지 못했던 문법의 광범위성에 약간 질려 졌대도 아주 당연한 구조이다. 그러나 아주 조금씩이라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결과는 얻어 질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품게 만든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않았으니까.


아예 문법 설명 없이 로마 시대상과 그 말의 유래만 있었데도 약간 머쓱, 흥미위주로만 치우칠 뻔 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면에서 문법 설명이 있어 준다는 것이 상당히 호감간다. 이에 맞춰 어느 정도 읽어 보려고도 시도하게 되고 그 뜻의 의미도 한 번 더 씹어 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긴 문장도 혼자 읽어 보려고 해 보았다. 라틴어 공부라는 생각보다는 그저 그 한 문장이 품고 있는 그 사실 하나에만 집중하고 달겨 들어 보니까 어느 새 흥미가 솔솔 붙어지기도 한다.  Sole, 태양 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oh, sole mio 하던 가곡도 떠오르고, 그렇다면 오, 태양이여, 나에게로, 이런 뜻이 되는건가?, 라는 제멋대로식의 응용력 같은 것도 생겨나기도 했으니 이 책 한 권 읽고 음미해 보면서 그동안 생각없이 지나쳐 갔었던 여러가지 사물이나 내용들이 새록새록 연관성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것 참, 이런 점에 있어서도 상당한 효과가 나타났다고나 할 수 있을까?


Non ille diu vixit sed diu fuit.   그는 오래 살았던 것이 아니라 오래 존재했던 것이다. : 242쪽


로마 문명 속 이야기 뿐 아니라 죽음에 관한 일화도, 황제들, 철학가의 이야기들도 함께 하며 교훈과 생각할 거리도 듬뿍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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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멋진 영어 한 줄의 타이밍 1 : All-Star - 꼬박꼬박 하루 하나씩 클래식 영어 읽기 열두 달 멋진 영어 시리즈 1
이충호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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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말 주옥같고 가슴을 치는 듯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문장들을 담아냈다. 이렇게 고급스럽고 우아한 문장들을 하나 씩 발췌하기에도 적지않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은 저자의 노고를 치하하게 만든다. 언어를 접하고 공부를 하기까지에는 자신에게 적합하고 잘 맞는지 부터 살펴보고 계속할 지 중단할 지를 결정하라는 저자는 그 마지막 방편으로 이 책을 권한다. 흥미를 가지고서  취미활동으로써 시작한 언어 학습이 현재의 저자를 만들어 냈다는 이력에서까지 저자 자신의 이야기는 평범하지가 않다. 담아 놓은 문장들을 접할 때 마다 저자의 고매한 인격도 같이 닿아올 정도이다. 그저 흔한 영어 문장을 한글 대역 판 처럼 만들어 낸 책이 아니라 감정과 감동을 담아 선사한 선물같은 문장들로 넘친다. 때로는 외우면서, 때로는 느낌으로 받아 들이는, 이와 동시에 영 문장을 머리 속에 쏙쏙 집어 넣을 수 있는 독특한 계기까지 마련해 주는 것을 보면 이 책, 참 멋지다는 생각이다.


월별, 각각의 주, 그리고 매일 하나 씩의 영어 문장을 되새기면서, 작게는 영문법 설명도 곁들이고, 어휘만을  모아 놓은 코너도 함께 있어서 전혀 부담이 없다. 새삼 문장들이 눈에 착착 감기게 만드는 조미료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영어가 자신없어서, 혹은 문법이 어려워서, 이런 이유는 핑계댈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문장들이 너무 멋지다.

"가장 멋진 날은 아직 살지 않았다. "  8월 2째 주 문장이다.

"The most glorious day hasnt been lived yet." 

이 문장을 읽으면서 그동안 접해 왔던, The best day is  yet to  come.  이라는 문장을 떠올려 보았다.


거기에다 알퐁스 도데의 "가장 가냘픈 별 하나가 내 어깨에 내려와 잠자고 있었다" ,와 같은 감동적인 문장들은   영어 학습이라기 보다는  문장을 통해 전해져 오는 느낌까지 모두 다 놓치지 않게 한다.


"A book must be an ice axe to break the sea frozen inside us."

프란츠 카프카의 이 명언 하나 만으로도 독자로서는 마음 속으로 캬, 부르짖을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시 읽기가 정서에 좋은 영양소가 되고, 때로는 이런 멋진 문장들을 만나면서 한 단계 더 높인 정서 함양은 참, 두 말 할 필요 없는 뇌의 밥이요 영양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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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진 - 일상의 시간에서 세상 밖으로 다시 나아가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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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까지만 해도 인문학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에 놓여 있었다. 대학 학과까지도 폐강되거나 합치거나, 등등 취업과 성공을 위한 학문과 전공 공부를 위주로 하던 시대에서 인문학의 기로는 불안하기만 했었다. 그야말로 과소평가되고, 심지어는 괄시까지 받았던 설움의 학문이었던가 한다. 그러나 언젠가 부터 인문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깨닫고 점점 걸음을 그 쪽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 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철학과 더불어 문학, 역사, 사회부분은 금방 물 위로 드러나 있으면서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학문은 아님을, 서서히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점 크게 진가를 발휘해 가는 학문임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이런 시기에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이런 사람들의 생각에 동조하듯이 좋은 책으로 다가온다.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의 승리를 보는 듯 하다." 라고 손석희 JTBC 보도 사장이 추천하기 까지 했다.


멈춤, 전환, 전진 이라는 작은 타이틀을 지니고서 전체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에서는 3번 째인 전진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일상의 시간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기" 라는 작은 제목도 보인다. 그래서인지 문학 부분에서부터 건축, 클래식과 의식, 융합과 이상을 주제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구성 성분에서 상당한 매력을 보인다. 결국 인문학의 역할은 모든 부분에서 엇갈리며 뒤섞으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데에  밑거름이 되는 학문인지라 가장 먼저 융합과 이상 편 부터 눈여겨 읽게 되더라. 예전부터 내려오던 시절에서 인간은 대체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갔는지를 엿볼 수 있게 되어있다. 물론 역사 속에서 한 두 번 쯤은 접해 봤었던 사건 사고들도 있고, 세상 살면서 한 두 번쯤은 궁금해 했었고 생각을 해 보았음직한 주제들을 화제로 다룬다. 어렵지 않은 문제이고 쉽지도 않은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금방 답을 구해 낼 수도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어쨌든 인문학은 새로운 시선과 시각, 생각을 이끌어 내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던가. 


이런 점에서는 문학 부분에서 아주 많이 도움이 되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제대로 읽어 내고 있는지, 그저 내용 파악만 줄곧 받아 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아스럽고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더 돌아 보는 이야기에서 역시 더 깊이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안목을 준다. 프란츠 카프카와 나쓰메 소세키,박완서, 헤세를 좀 더 다른 느낌으로, 정답에 가깝다 생각이 들 정도의 생각 속으로 이끄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 번 다른 작품에서도 이런 방식의 느낌으로 읽어 볼 요량이다.


그 밖에 함께 구성되어 있는 내용들도 상당한 관심이 갈 만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월요일 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근무제에 맞춘 읽기에 동참해 보면 어떨까한다.  좀 더 풍요로운 느낌을 선사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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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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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임새 있는 구성이 눈에 확 들어오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이번에는 사형 제도와 판결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 그의 작품에서 이미 익숙해진 형사, 와타세가 이번에는 어떤 사건에서 활약을 할까, 그 기대감 만으로도 작품의 크기는 이미 작지 않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획도 憤 (분) 으로 시작하여 분 (분한 마음) 으로 끝난다. 사적인 분노, 공적인 분노, 슬픈 분노, 어리석은 분노, 의로운 분노, 원한 섞인 분노, 이렇듯 그의 이야기는 군더더기가 없다. 분노하게 된 시작, 그 분노를 어떻게든 되갚아 주고 싶은 심정, 그러나 법 이라는 규율이 가로 막아 서 있는 국가와 사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출하고자 하는 마음은 슬픔과 어리석음을 자아내게도 하고 그 누구도 하지 않음으로 해서 나 라도 나서겠다는 정의로움, 이런 것들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과정 중에 독자 스스로 <사형> 이라는 제도와 시행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여다 보게 한다.


 예전 다른 작품에서도 느꼈었지만 살인 현장, 살인 방법에 대해서  글을 읽어가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실감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사람들이 한참 미어 터질 지경까지 이르를 시점인 이른 저녁, 오후 5시 32분 즈음, 밀려드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느닷없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살인극이 벌어진다. 어린 여대생, 그리고 더 어린 소녀를 향한 칼부림은 그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경악 속으로 밀어 넣고 만다. 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 가루베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 수 많은 사람들 중 하필 힘없고 약한 어린 여자들 둘을 골라서 무차별적인 난도질을 한 이후에도 그는, 그들 보다 더 오래 살면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말을 법정에서 하였다. 사형을 언도하고도 남을 잔혹범에게 법정은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이쯤에서 우리 현실이 떠오른다. 요즘 많이 공분을 사고 있는 현상 중의 하나가 바로 법원의 솜방망이 형벌이었다. 아무 죄 없는 소녀 나영이를 하루 아침에 정상적인 인생 궤도에서 벗어나게 만든 파렴치범, 술 먹었다는 이유를 대면서 범죄의 책임을 가볍게 만들려는 수작, 멀쩡했던 사람들의 인생을 한 순간에 송두리째 바꿔 놓은 범죄에 대해서도, 법원은 징역 몇 년 정도 쯤에서 멈추었다. 당연히 공분이 일어 날 수 밖에 없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던 사건들 몇몇을 떠올리게 하는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일본 사회에서는 더욱 잔인한 살인으로 드러나면서 이래도 사형하지 않을 것인가, 를 묻고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 사형 하나 못하는게 무슨 법치 국가냐"  고 묻기도 하지만 다른 방향으로의 전개도 빠뜨리지 않는다. 형사 와타세를 따라 범인을 쫓아가면서 관련되는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형을 판결하지 않는 온정 판사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모습으로 의견을 도출해 낸다.


 두 눈은 가리운 채 한 손엔 단죄의 검을, 다른 한 손엔 죄의 무게를 측량하는 천징을 가진 여신 테미스가 법의 공정함과 엄중함을 대표한다면 이번에 작가가 내세우는 이름은 네메시스이다.  질서를 지키고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법이 존재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을 둘 이상 살해한 살인범을 그 법 아래에서 단죄하지 않는다면, 최고 형벌을 받아 마땅하다 판단되는 범죄인을 무기징역으로 살려 둔다면, 피해자의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하에서 얼마든지 죽여라, 죽여, 한 목소리를 내게 하는 세상이다. 마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처럼 살해범을 곧바로 처분해 버릴 듯이 덤벼드는 대중과 언론이라는 목소리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한꺼번에 사라지기도 한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한, 분노, 슬픔과 마찬가지로 피의자를 가족 구성원으로 둔 가정의 실태 등 양 쪽 방향으로 조명을 두면서 균형있게 비추고 있어서 독자의 객관적 판단에 유익하다.  사회적인 정의라는 이름으로  복수의 여신,네메시스가 되어, 혹은 네메시스의 사자 처럼 직접 천벌을 내린다는 실행은 국가를 대신해 직접 사형을 내린다는 모습으로 비춰지지만 그 이야기의 결말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관심있게 지켜 보도록 독자를 유도한다.  물론, 형사 와타세를 따라 검사와 판사들의 의견도 저마다 드러나므로 독자에게는 더 많은 의견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선사한다.

그만큼 작가의 서술 과정이 주제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을 순서대로 표현해 나아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독자로서는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질문으로써가 아닌, 사형 제도의 필요성 혹은 폐지에 관해 좀 더 신중한 자세를 가질 준비를 마련하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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