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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평점 :
:::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이 삶은 나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삶에서 겪게 되는 대강의 줄거리들을 나 자신이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라고.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을 얻어 더 높은 영혼의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하지만 누구에게나 어떤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내가 나에게 한없이 낯설어지는 순간,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내 삶이 아닌 것 같은 순간이. (58쪽)
이 문장에 이르렀을 때에 공감 100% 느끼면서 나아가게 하던,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 이 책은 김영사에서 출판한 이후 올 해 다시 새로이 연금술사에서 나왔다. 문장 구절마다 삶의 이유와 존재,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그 이유와 답을 얻고자 하는 구도자의 느낌과 깨달음이 순간순간 나타나 있다. 당연히 밑줄 그을 만한 부분과 문장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인도를 여행하며 부딪혀 간 수 많은 스승들, 제자들에게서 뿐만 아니라 평범한 장수들, 인도 특산품을 팔던, 노인과 소녀에 이르기까지 그들로 부터 얻은 깨달음은 인도였기에 얻을 수 있었던 행동과 답변이었던 것 같다. 우리네 삶에서 이들 방식대로 언급한, 신이 정해 주신 그대로, 신은 모든 곳에 있고, 사람은 그저 존재할 뿐이고 다음 생에서, 라는 그런 부분들은 당연하지도 않고 평범하지도 않은 부분 아닌가. 물론 우리 드라마 중 최근 인기였던 도깨비, 라는 소재에서는 다음 생과 또 그 다음 생을 표현하고 있지만 특정 종교인에게는 부활과 재생의 의미는 좀 다르리라 생각해 보기도 한다. 작가가 만나 온 그 인도인들은 생을 달관하고 오늘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었기에 내일로 미루는 사람에게는, "내일이 먼저 올 지 다음 생이 먼저 올 지", 와 같은 말을 던지는 것으로 현재, 지금 여기, 이곳을 강렬하게 강조한다. 특히 원숭이가 낚아 채어간 공으로 시작점을 다시 정한다는 그 지점에서, 뭔가 이뤄가는 그 중도 지점을 방해하고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지게 하는 마음을 갖게 하기도 하는 것을 본다면, 작가가 만났던 그 사람들이 보여 준 말들의 집합, 지구별 여행자, 라는 이름으로 태어나 수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현재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가다듬음 과도 같은 문장들을 선사해 주는 것 같다.
::: 결국 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며 생은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기 마련이라는 것, 자신의 시행착오를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시행착오라는 것, 따라서 자신을 괴롭힐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113쪽)
실수와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인 일상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 버리지 못하는고 오래 붙잡아 두며 괴롭히게 되는 소심한 마음에 작은 약과 같은 문장이기도 하고, 지금 여기 현재를 소중히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도 마음을 붙들어 맨다.
"우리 생에 다음 이란 없는 것", 지금이 아니면 없는 것과도 같음을 다시 한 번 일깨우기도 한다. 그래서 "아 유 해피?" 라고 인사하듯 확인하고 말하는 그들이야말로 살아있는 행복 실천자들이다. 교육, 재산, 신분, 각자의 소유물, 이런 눈에 보이는 가치와 양으로 결코 비교할 수가 없는 그들만의 정신적인 유산은 눈에 보이는 것 만으로 확인하려 드는 우리네 삶에 조금이나마 다른 시선, 생각, 안목, 느낌을 던져 주기도 한다. 삼복 더위를 이겨내는데에 몸을 위한 보양탕을 찾듯이 늘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 지구별 여행자와 같은 깨달음의 문장들을 음미하고 찾고 되짚어 보며 마음과 정신들을 돌 볼 필요에 대해서는 다시 말 할 필요조차 없지 않을까 싶다.
"아 유 해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