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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서재필
고승철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9월
평점 :
서 재필, 역사 속에서 그 이름이 거론되었던 치열했던 격동 속의 구한말,
교과서 외에 그 이름을 접해 볼 기회가 많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행적에서도
그다지 관심을 끌만한 일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서 재필 이라는 이름의 역사 소설을 보았을 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서
허구적인 측면으로 소설을 이어 나갔을까 라고 짐작은 해 봤을 뿐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다.
항상 짐작, 추측, 가능성에는 믿을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이 이번에도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소설 만이 아니라 역사 속 사건인 갑신정변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테두리와
그 속의 허구적인 내용들이 어우러져 대단히 흥미로웠다.
서 재필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부터 시작해서 어린 시절, 생부와 생모,
가족 이야기를 전개할 때에는 도입부의 잔잔함을 보여 주었지만, 구한말 조선이
청나라와 일본의 세력 다툼 속에서 벗어나 독립을 쟁취하려고 분연히 일어선 청년들,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서광범 속에 서 재필이 있었다.
3일 천하로 막을 내린 갑신정변의 전모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여다 보는 흐름 속에
있을 때는 박진감이 넘치고 긴장감도 충분히 전달 되었다.
이 사건 이후 망명자가 되어 일본으로, 미국을 향해 떠난 서 재필 일행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의 심정과 힘든 상황들 속 서술에서는, 조선에서 하인을 거느리고,
고생도 모르고 살아왔던 양반이 손수 밥과 빨래를 하며 끼니 해결을 위해 노동을 하며
견뎌내던 삶, 그러면서도 영어도 열심히 익히며 후일을 도모하며 후원자를 만나
학업도 마치고 의사가 되기까지의 그 과정이 매우 드라마틱 하면서도, 항상 노력하고
견뎌내는 모습으로 눈물겨웠다.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나 미국 사회에서도 우뚝 솟은 서 재필의 기상도 크게 눈에 띄었다.
조선에서 한문으로 글공부를 했기에 한문에 능했고, 일본어와 영어까지도 능통했던
서 재필이 워싱턴 부근 도서관에서 근무하다 의사의 길을 가게 되고 인생 여정의
흐름이 마치 그 길을 가게끔 모든 사건들이 짜 맞혀져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일본에서 신식 무술을 익혀오고 조선 독립에 가담하고 망명을 하게 되고, 그 모든
과정들이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처럼 말이다.
미국 시민권자로 의사도 되어 조선으로 금의환향 하는 서 재필,
여전히 열악하고 청나라, 일본, 미국, 러시아에 둘러싸여 힘의 논리 속에 이리 저리
끌려 다니는 고종을 비롯한 조선에서는 오직 불쌍한 백성들만 있을 뿐이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르네상스를 일으키는 그, 우선 교육에 중점을 두며 우매한
백성 깨우치기에 힘쓰고, 독립신문을 만들고, 토론회와 연설, 강연에 힘쓴다.
이런 활동들이 바로 조선 독립을 위한 기초를 확립했던 중요 인물이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겠다.
역사 속의 그 날, 백성을 깨우쳐서 공화정,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그는
고종과 정치 권력을 비판하고 반대파 였기에 신분 위협을 느끼게 되고 결국은
미국으로 되돌아 가고... 그러나, 그가 남겼던 독립문과 만민회의 같은 정신적
유산들과 흔적들은 조선 청년의 독립에의 의지를 굳히게 하는 좋은 기폭제였기도 했다.
그가 진행했던 그 일련의 활동들, 조선 백성들과 정치권이 협조하고 잘 따라와
주었다면 일본 치하 36년의 세월이 가능하기나 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볼 만큼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꿀 수도 있었을 기회를 언제나 그 반대쪽 인물들이 막아서고
방해한다. 그와 같은 인물들이 여럿 나왔었다면 우리나라의 1900 년대는 명백히
다른 길을 걷고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고, 을미사변, 아관파천 같은
역사적 사건도 결국 무능한 고종과 정치 권력들의 무책임한 국정 운영의 결과 일
뿐 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사건에 아쉬운 입맛만 쩝쩝
다실 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