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아름다운 삶을 위한 철학의 기술
빌헬름 슈미트 지음, 장영태 옮김 / 책세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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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는 철학이란 세계와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 원리 즉 인간의 본질, 세계관 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또한 존재, 지식, 가치, 이성, 인식 그리고 언어, 논리, 윤리 등의 일반적이며 기본적인 대상의 실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라고 정의했습니다.


철학이라는 용어는 고대 그리스어로 지혜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필로소피아(φιλοσοφία)에서 유래하였는데, 여기서 지혜는 일상생활에서의 실용하는 지식이 아닌 인간 자신과 그것을 둘러싼 세계를 관조하는 지식을 뜻합니다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의 대항은 자연이었는데, 소크라테스 시기에는 인간의 혼을 연구 대상으로 하였으며, 특히 윤리 문제가 관심 대상이었습니다. 중세에는 신의 철학의 대상이었고, 근대에는 인간 지식의 근원이 철학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강조되면서 철학이 대중과의 거리가 멀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철학이 대중과 함께 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저명한 대중철학자 빌헬름 슈미트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내고 그로 인해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를 사유하고 숙고하던 그리스 철학이 찾아낸 삶의 기술의 전통이 사라졌다고 주장합니다. 그 결과 상실감, 피로감, 우울증, 강박증, 가치 및 정체성의 혼란 등 오늘날 현대인들이 흔히 겪는 병리현상들이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고대철학으로부터 삶을 다스리는 기술을 복원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슈미트는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에서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철학으로의 소풍>을 인용하여 삶의 능력을 다시금 가능하게 해주는 답변을 얻기 위해 삶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는 사유의 공간으로의 소풍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가능한 답변들의 실천적 측면에서, 습관, 쾌락, 고통, 분노, 시간, 죽음과의 소통을 통한 기술들의 단련에 반어(反語, 아이러니), 부정적 사고, 마음의 평정과 같은 기술의 단련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제가 작년에 아팠던 까닭인지 질병에 관한 사유에서 느낀 바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겸손하게자신의 질병과 소통해야 한다는 몽테뉴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왜냐하면 질병은 삶의 한 구성요소이고 삶에서 시민권을 갖고 있으므로 존중해서 취급해야 한다는 것(96)”입니다. 어떨 때는 질병이 약이 되기도 하므로 그저 제압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질병의 요구에 응하고 따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노발리스(Novalis)의 경우 질병으로부터 삶의 기술을 수업하는 길을 보았다고 합니다.


몇 년 전부터 긍정심리의 효과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면서 매사를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좋다는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부정적으로 사고하기를 권합니다. 긍정적 사고는 포괄적인 육체적, 정신적 쾌감에 도달하기 위한 자기실현의 매우 근본적인 방법이라면서, 현대적 인간은 풍족한 생활, 번영, 건강을 향한강력한 지향을 가지고 있어 행복해지는 것에 대한 일종의 강반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긍정적 사고 자체가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일종의 오해라고 주장합니다.


긍정적 사고를 할 경우, 매사가 잘되리라는 희망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인데, 막상 결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의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부정적 사고는 오히려 지나치게 부풀어 오른 희망에 거리를 두는 것으로 체념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를 가상하여 보다 나은 방향의 결과를 얻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셈이니 긍정적 사고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종의 신중함을 긍정적 사고와 대비해서 볼 때는 부정적 사고인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앞서 질병에 관한 사유를 소개했습니다만, 삶의 기술로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유도 있습니다. 건강의 반대는 질병이 아니라는 생각도 제시됩니다. 건강한 사람은 수많은 소망을 가지고 있지만, 병든 사람의 소망은 어쩌면 오로지 하나 다시 건강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삶의 기술의 목적은 아름다운 삶을 마련해주는 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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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티카 : 시칠리아 에디션 D(desire) 13
이레네 카오 지음, 이현경 옮김 / 그책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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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여행을 앞두고 있어 시칠리아에 관한 책을 골라 읽고 있습니다. <에로티카>라는 자극적인 제목도 눈길을 끌었지만, 굳이 시칠리아라는 이름에 더 끌렸다는 변명을 해봅니다. <에로티카-시칠리아>는 베네치아, 로마에 이은 삼부작의 마무리편입니다. 시칠리아 여행을 준비하느라 고른 책읽기였기 때문에 베네치아와 로마 편은 아직 읽기 전입니다.


사실은 서점에서 책장을 넘겨보면서 성애를 나누는 장면의 묘사가 꽤나 자극적이었기 때문에 들었다 놓았다는 반복했습니다만, 그래도 시칠리아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 때문에 결국은 고르게 되었습니다.


<에로티카> 3부작은 이탈리아 작가 아레네 카오의 등단 작품인 것 같습니다. 베네치아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하고 지중해 지역 고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광고와 영화, 출판 등 다양한 직종을 전전하면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에로티카>를 쓰게 된 배경으로는 2012년 미국에서 출간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면서 같은 분위기의 소설을 쓰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작가가 향수가게의 점원으로 일하던 중에 이탈리아의 대형 출판사 리촐리게서 출간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에로티카-시칠리아>에서는 레오나르도와 헤어진 뒤에 여주인공 엘레나가 절망에 빠져 자신을 포기한 듯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첫 장면은 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엘레나가 주도권을 쥔 가학적인 성애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함께 일하는 친구인 파올라의 집에 얹혀사는 형편인데도 직장일도 제대로 하지 않을뿐더러 살고 있는 방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상황으로 친구인 파올라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뜨겁게 사랑을 나누던 연인이 헤어진 뒤에 원치 않은 이별을 한 쪽의 삶이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엘레나가 바로 그런 상황인 듯합니다. 이렇듯 하룻밤의 돌발적인 성애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닙니다.


엘레나가 얼마나 형편이 없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아주 가까운 친고 가이아가 고향인 베네치아에서 사이클 챔피언 벨로티와 결혼을 하게 되고 엘레나가 증인을 서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결혼식 전날 평소 알고 지내던 연하의 마르티노가 베네치아에 왔다고 연락을 해옵니다. 엘레나는 마르티노를 위하여 베네치아의 미술관을 함께 돌면서 설명을 해주고는 자신의 집에서 저녁을 먹게 됩니다. 그리고는 두 사람 사이에서 갑자기 불꽃이 튀면서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엘레나로서는 모처럼 흡족한 그런 성애였기에 너무 몰입을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가이아의 결혼식 날 아침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가이아의 결혼식에 늦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피로연에서 말실수까지 겹치면서 친구와도 등을 돌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기면서 엘레나의 삶도 최악의 처지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레오나르도의 아내 루크레치아가 찾아와 다툼이 일고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이 사고가 전화위복이 되어 레오나르도가 병원에 찾아와 엘레나를 간병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되는 계기가 마련됩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로마에서 베네치아를 거쳐 시칠리아로 옮겨가게 됩니다. 레오나르도가 고향집으로 가서 요리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하는데 동행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그런데 시칠리아 본섬이 아니라 시칠리아의 북쪽 해안에 흩어져 있는 섬들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는 스토롬볼리섬입니다. 이 섬도 화산섬이라고 합니다. 저의 시칠리아 여행에서는 눈으로 볼 수도 없는 섬이라고 이 책이 여행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스트롬볼리에도 활화산이 있는데 현지에서는 이 화산을 이두라고 부른다는 정도. 그리고 스트롬볼리의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서술이 눈에 잡힐 듯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스트롬볼리에서의 생활을 통하여 레오나르도와의 성애적인 관계도 회복함에 따라 엘레나도 일상을 회복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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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멸종과 진화 한빛비즈 교양툰 31
김도윤(갈로아)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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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비즈에서 내놓고 있는 교양만화 연작, 특히 과학편을 여러 편 읽어왔습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만화로 배우는 멸종과 진화>는 저에게는 전혀 새로운 분야였습니다. 지구상에 등장한 다양한 생명체들을 비교하면서 진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현재 사라진 생명체들은 무슨 이유로 종 자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멸종되고 말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1부 생명에 관하여, 2부 곤충 이야기, 3부 섬 그리고 생물지리학 그리고 4부 동물의 생태와 행동 등 4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진화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다루었고, 2부에서는 특히 곤충의 세계에서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다루었습니다. 곤충에 관한 이야기는 <파브르 곤충기> 이후에 처음으로 곤충에 대한 상세한 사항을 읽어본 것 같습니다. 3부에서는 섬이라고 하는 고립된 환경이 진화에 무슨 작용을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4부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의 사례를 들어서 멸종 혹은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던가를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도 초기 만화세대라고 강변을 합니다만,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만화로 배우는 멸종과 진화>는 몇 가지 관점에서 특별한 점이 있었습니다. 만화의 곳곳에 뿌려진 유행어들-요즘 젊은이들은 드립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은 그 범위가 광범위하여 수태와 관련된 장면에 나오는 , 응애예요~’와 같이 저도 알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곤충의 날개의 퇴화에 관한 내용에 나오는 까비야깝송~’과 같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것도 있습니다.


그림과 관련해서는 아기공룡 둘리에 등장하는 고길동을 닮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그런가 하면 메뚜기 집단이 습격하는 장면에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의 시진핑 주석이 등장한 것도 중국 당국에서 불편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자인 듯 싶은 인물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어떤 장면에서는 전혀 다른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듯합니다.


저자가 생물학을 전공한 까닭에 등장하는 다양한 생명체의 학명을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학명은 전공과는 무관한 일반인의 경우에는 생소하기만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현상과 이론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내용들이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400년 전 그리스에 불시착한 외계인이라는 것이 정설이라는 설명은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의문입니다. 최근에 멕시코에서 발견된 외계인의 사체가 인공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판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처럼 무수한 설로 제기되는 외계인이 지구문명에 개입했다고 하는 주장이 대부분 근거가 미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좋아 보이는 새로운 시도도 있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에 등장하여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생명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는 관행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에 따라 잔존 생물이라는 대체어를 제시한 경우입니다. 저도 외래어를 우리말로 표기하려는 노력을 무리할 정도로 해오고 있습니다만, 우리말을 많이 사용하여 입에 익게 하는 일이야말로 작가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의무라는 생각입니다.


모두 스물다섯편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각 편의 말미에 관련된 주제에 관한 짧은 글을 붙였다는 점입니다. 해당 주제에서 기억하면 좋을 정보를 담아낸 것으로 일종의 정리된 견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끝으로 마무리하는 두 편의 글에서 생물의 멸종생물다양성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시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구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체들의 지속가능성을 지켜줄 수 있도록 인간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구상에 등장했던, 그리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들이 어떤 이유로 멸종을 맞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여섯 번째 파국을 인간이 주도하고 있다고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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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 아티스트
알카 조시 지음, 정연희 옮김 / 청미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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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서 눈에 띤 책입니다. 지난 해 말에 북인도를 여행하면서 헤나 체험을 했기 때문에 제목이 눈길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인도 라자스탄 주에서 태어나 9살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미국에 온 알카 조시가 쓴 <헤나 아티스트>는 헤나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왕족에서 바닥인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하여 인도 사람들의 삶과 생각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북인도 여행에서 겪어보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는 책읽기였습니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대입니다. 1858년 세포이 항쟁을 진압하면서 영국은 무굴제국의 왕실을 폐지하고 1877년 영국령 인도제국이 출범하였습니다. 식민지배를 받는 동안 인도는 착취와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식민지배 시기에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불복종 운동, 자와할랄 네루가 이끄는 인도 국민회의의 독립운동, 진낙 이끄는 무슬림 연맹의 독립운동이 이어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일본 제국주의의 확대를 저지하는데 기여한 바가 인덩되어 1947년에 인도 자치령이 수립되었고, 1950년에는 인도 공화국이 성립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파키스탄과 인도가 분리되었습니다.


<헤나 아티스트>는 독립 직후 현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계급과 사회적 지위가 뒤흔들리는 와중에도 오랜 세월 이어진 전통에 따라 개인의 삶이 여전히 억눌리던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야이기의 주인공 락슈미는 암울한 처지를 비관하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원치 않던 결혼으로 남편 하리에게 시달리던 삶을 과감하게 탈출하는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이와 같은 그녀의 결단은 남은 가족들을 질곡에 몰아넣게 되었습니다. 재수 없는 인간 취급을 견뎌내야 했던 것입니다.


아그라를 거쳐 자이푸르에 진출하게 된 락슈미는 하리의 어머니로부터 배운 약초에 대한 지식과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상류층에 전통기법으로 헤나 문양을 그려주는 일을 시작합니다. 헤나 예술가는 상류층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모아 활용하면서 입지를 늘려가게 됩니다. 상류층 젊은이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중매도 하고, 인연이 확대되면서 왕실에까지 인연을 맺게 됩니다.


세상사는 굴곡이 있기 마련입니다. 승승장구하던 락슈미에게 갑작스럽게 떠나온 남편 하리가 등장하고 얼굴도 모르는 여동생 라다가 등장합니다. 락슈미의 꿈은 돈을 모아 새집을 짓고 고향의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었는데, 라다는 부모님 모두 세상을 떠나셨다는 슬픈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락슈미는 라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려는 노력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라다와 락슈미 사이에도 세대차가 있어서 라다는 락슈미의 호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결국은 어린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락슈미의 후원자인 사미르와 파르바티 싱 부부의 아들인 라비 싱과 관계를 맺고 아이를 가지게 됩니다. 라비는 워낙이 바람둥이인데 어린 라다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락슈미는 곤경에 빠지게 되는데, 순발력을 발휘하여 라다의 아이를 왕실에 입양을 추진하게 됩니다. 왕실을 이어갈 인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라다는 끝까지 락슈미의 배려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결국 오랜 세월에 걸쳐 자이푸르에서 쌓아온 모든 것이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곧 죽어도 살아날 길이 있는 법입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락슈미에게 라다의 분만을 도와주었던 의사 제이 쿠마르가 락슈미의 약초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해온 것입니다.


어찌 보면 아슬아슬하기만 한 일상을 탈출하여 마음이 편한 일을 할 수 있고, 라다 역시 그녀와 함께 하게 되었으니 좋은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주 무대가 자이푸르인데 지난 해 북인도를 여행할 때 자이푸르도 방문한 바가 있어서 알만한 장소가 이야기에 등장하면 공연히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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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 나의 편력 2 - 파리의 지붕 밑에서
자코모 카사노바 지음, 김석희 편역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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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에서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베네치아의 총독궁 옆에 있는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카사노바가 탈옥한 과정을 <카사노바 나의 편력2; 파리의 지붕 밑에서>에서 인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015년에 베네치아를 방문했을 때 두칼레 궁의 옆을 지나는 운하에 걸려있는 탄식의 다리를 소개하면서 두칼레 궁전 옆에 있는 누오베라 감옥에 갇힌 죄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카사노바가 탈옥에 성공했다는 안내인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수감된 이유와 탈옥한 방법에 대한 가설이 분분하다고 했기에 탈옥을 성공시킨 본인의 이야기가 가장 정확한 것이 아닐까 싶어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카사노바 나의 편력>은 총12권으로 되어 있는 카사노바의 회고록을 우리말로 옮긴 김석희 편역자가 가장 재미있는 장면을 추리고, 불필요한 부분은 요약하는 방식으로 총 3권의 분량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1권은 베네치아의 여인들’, 2권은 파리의 지붕 밑에서’, 3권은 에스파냐 환상곡입니다. 책을 중간부터 읽은 적이 없습니다만, 카사노바가 베네치아의 감옥을 탈옥한 장면이 너무 궁금했던지 1권을 건너뛰고 2권을 바로 읽게 되었습니다. 물론 2권에서도 파리와 베네치아에서의 여성편력을 소개하고 있어서 카사노바의 진면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없을 것 같습니다.


카사노바는 1755726일 얼마 전부터 그를 감시하고 있던 베네치아 사법재판소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그가 체포된 이유는 밀정 마누치가 재판소에 제출한 보고서에 나와 있는데 혐의가 하나둘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카사노바는 사회 불안을 조성하는 위험인물로서, 친구들을 사취하고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당국에 반항했으며, 브라가딘 씨와 그의 친구들 같은 훌륭한 귀족드을 파멸시킨데 만족하지 않고 친구의 아들까지 불행에 빠트렸다고 되어 있다. 또한 카사노바는 금서들-마술과 강신술에 관한 책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죄목-카사노바 자신은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은 그가 프랑스 리옹에서 프리메이슨에 가입했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이 부분은 편역자가 원서를 요약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카사노바는 5년형을 선고받고, 당시 유럽에서 가장 견고하다는 베네치아의 피옴비 감옥에 투옥되었다고 합니다. 종신형이 아닌 것은 분명해보이며 총독궁 옆의 프리지오니 누오보(Palazzo delle Prigioni Nuove)는 피옴비(Piombi)라고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카사노바에 의하면 피옴비 감옥은 보안이 형편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카사노바는 간수 로렌초를 구워삶아 다른 방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와 소통할 수 있었고, 심지어는 탈옥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주고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1차 탈옥 시도는 쇳조각을 이용하여 감옥의 바닥을 파는 방식으로 단독으로 시도하였다가 감방을 바꾸는 바람에 들통이 나 실패했습니다. 그렇다면 감시를 강화했어야 하는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카사노바를 감시할 목적으로 새로운 수감자를 집어넣었지만, ᄏᆞ노바를 감시할 역량이 되지 못하는 자였습니다. 결국은 다른 방에 수감되어 있는 발비 신부를 끌어들여 50가 넘는 쇠막대를 보내 천정을 뚫어내 탈출로를 만드는 방식으로 탈옥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카사노바 나의 편력2; 파리의 지붕 밑에서>에는 탈옥기 말고도 베네치아의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두 수녀와의 애정행각을 비롯하여 탈옥 후 파리로 가서 프랑스 왕국의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중책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를 본 여성이 한눈에 반한다는 것을 보면 카사노바의 용모가 준수하여 여성이라면 누구나 혹할만했던 것 같고, 더하여 어렸을 적부터 읽어온 고전 등 다방면의 학식이 남달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대화술도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도박에도 일가견이 있었고, 연금술을 비롯하여 심령술 등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돈을 방만하게 관리하여 쉽게 돈을 벌고 또 쉽게 파산도 하는 그런 생활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이야기도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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