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글씨책]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 - 죽음으로 완성하는 단 한 번의 삶을 위하여
윤영호 지음 / 안타레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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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늙어서 품위 있게 죽고 싶은 일인입니다. 그런 이유로 읽게 된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암통합케어센터 교수이자 삶의 질 연구와 완화의료분야의 권위자인 윤영호 교수가 쓴 책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는데, 바로 그 때는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죽음은 삶을 완성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 참 어려웠습니다.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어떤 방법으로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라는 것입니다. 참 어렵죠?


어떻든 저자는 내가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까닭은 삶의 끝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그 절망적인 순간을 어떻게 하면 희망의 순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깊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어떻게 자연스러운 죽음을 준비하고 두려움이 아닌 희망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 여러분과 함께 그 길을 찾아보고자 이 책을 쓰게 됐다.(13)”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책의 상당 부분은 저자가 삶의 질과 완화의료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거둔 성과를 알려주는데 할애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자신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기도 하지만 품위 있는 죽음과 관련된 문학작품이나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를 다수 인용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인용하는 글 내용이 저자가 풀어내고자 하는 글방향에 잘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과연 그럴까 하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수태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난자를 향하여 헤엄쳐가는 수만 마리의 정자 중에 오직 하나의 정자만이 난자의 선택을 받아 수정이 이루어지는데, 난자가 다른 정자를 선택했더라면 다른 아이가 태어났을 것이라는 대목입니다수정이 난자의 선택으로 이뤄진다고 했지만, 선택이 아니라 피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과 다른 정자를 선택했더라면 다른 아이가 태어날까?’하는 문제입니다. 가임여성이 배란 즈음에 오직 한 남성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면 난자를 향하는 모든 정자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정자와 수정이 이뤄지더라도 같은 아이가 태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필자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각하는 것도 많이 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살아온 삶을 잘 정리하고 겸허히 세상과 작별을 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멋진 죽음이라는 저자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살아오는 동안 벌여 놓았던 일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책 쓰기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가 관심을 두었던 분야에 대한 책은 물론 취미로 썼던 글들을 책으로 묶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5년 넘게 연재했던 인문학 분야의 독후감을 네 권의 책으로 묶었고, 내년에는 여행과 책읽기를 엮은 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영국의 BBC의 제안을 우리 현실에 맞게 수정한 죽기 전에 해야 할 10가지 목록은 참고할 가치가 있어 적어두려 합니다. 1. 장례식, 시신 처리(화장, 매장, 수목장) 등에 관한 사전장례의향서 작성, 2. 조문보(弔問報) 또는 인생 노트(엔딩 노트) 작성, 3. 삶의 마지막에 고마웠고, 행복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 명단 작성, 4, 사전연명치료의향서 작성, 5. 재산 정리 및 유언장 작성, 6. 유산 기부 계획 완성, 7. 꼭 하고 싶었던 것 하기, 8. 가족과 마지막 여행하기, 9. 가족 및 친구들과 자신의 삶과 죽음의 의미에 관한 대화 나누기(사전 장례식), 10. 인생의 기쁨을 찾았던 순간과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한 기억들을 정리 등입니다.


이 책을 큰글씨 책으로 읽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작은 글씨를 읽는데 어려움이 있어 편한 점은 있었습니다만, 큰 글씨를 담으려다보니 책의 크기도 커져서 손에 쥐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없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아직은 작은 글씨도 그럭저럭 읽을 수 있으니 당분간은 큰글씨 책을 피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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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몰타 한 달 살기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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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번째 해외여행으로 시칠리아와 몰타를 묶어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장화를 닮은 이탈리아 반도의 구두코 앞에 있는 섬들입니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에 속해 있지만 몰타는 독립국가입니다. 과거에 두 섬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지중해 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떠오르는 여행지가 되고 있습니다.


여행을 앞두고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몰타 한 달 살기>도 그런 목적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여행이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상품을 활용하는 여행임을 고려하면 <몰타 한 달 살기>는 필요한 정보는 부족하고 필요하지 않은 정보는 많은 편이었습니다. <몰타 한 달 살기>는 자유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얼어붙었던 해외여행이 통제가 풀리면서 보복여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물론 사태 이전 수준까지 회복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몰타 한 달 살기>의 저자는 해외여행도 코로나 전후가 달라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른 바 뉴노멀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일상이라는 개념인데, 바뀐 여행양상으로는 1. 여행 기간이 길어진다, 2,자동차를 활용한다, 3 소도시 여행, 4. 호캉스를 즐긴다 등입니다. 하지만 각각의 항목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활용되던 것들이라서 새로운 여행 행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몰타 한 달 살기>는 기본적으로 몰타에서 한 달을 살면서 몰타의, 몰타 사람들의 속살을 느껴볼 수 있는 여행을 안내한다는 기획으로 보입니다만, 적어도 기획의도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편, 숙박, 그리고 식사 등 여행에서 중요한 요소들에 대한 정보의 양은 충분하다는 느낌입니다. 다만 몰타의 역사적 유물에 대한 개괄이 많이 부족한 느낌입니다.


몰타 한 달 살기라는 부분에서는 제목 그대로 몰타에서 한 달을 살면서 몰타에 대한 앎의 깊이를 더하는 내용보다는 그저 외국에서 한 달 살기의 의미를 상당한 지면을 빌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몰타와는 무관하다 할 조지아에서 한 달을 사는데 필요한 비용이 왜 들어왔는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타 여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몰타 섬, 고조 섬, 그리고 코미노 섬의 중요한 볼거리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예약을 걸어둔 여행사의 상품에서 돌아보게 될 여행지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일정에 맞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별도로 챙겨볼 생각입니다.


제가 이 책에서 얻는 가장 큰 수확은 몰타를 여행할 예정인 2월말의 날씨에 대한 정보입니다. 몰타에서는 11월부터 2월까지 비가 가장 많이 온다고 하는데, 평균 강수량은 88mm라고 합니다. 그리고 12월부터 3월까지 가장 춥다고 해서 조금 걱정입니다.


하나 더 아쉬웠던 점은 수많은 사진들을 싣고 있는데 사진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서 몰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역사적 유물의 경우에도 그저 외관을 담은 사진이 모두였던 것도 아쉬움이었습니다. 유적들에 얽인 뒷이야기들도 넉넉하게 담았더라면 좋았겠습니다. 물론 다른 자료들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은 여행지에서의 느낌이 빠져 있는 것입니다. 한 달을 살더라도 구름에 달 가듯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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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만화 이탈로 칼비노 전집 6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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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전을 읽는가>를 읽고서 감명을 받은 까닭에 이탈로 칼비노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까지도 감동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반쪼가리 자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 등을 읽으면서, 특이한 인물들의 기이한 행적들이 현실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의 경우는 읽는 내내 뜬구름 잡듯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을 더 읽어보아야 하나 싶었던 것인데, 어느 책에선가 읽은 기억이 남아 있어서 <우주만화>를 읽게 되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지금까지 읽은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은 그래도 이해가 가는 구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주만화>는 하나의 흐름으로 읽힙니다만, 사실은 12편의 단편을 엮은 단편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재와 구조, 문체 등이 유사한 까닭에 한 작품처럼 읽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열두 편의 단편은 달에 관한 이야기가 네 편, 지구에 관한 이야기가 네 편, 태양, , 은하계에 관한 이야기가 네 편입니다. 이야기 속에는 우주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 지구상에 등장한 생물체의 진화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하기 때문인지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이 같이 쓴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를 연상케 했습니다.


칼비노는 인류의 과학적 성과를 집대성하여 이야기를 꾸몄습니다. 광년이라는 단편에서 1억 광년이 떨어지 별에서 당신을 보았다라는 전언을 받게 되었다는 내용을 다룬 것을 보면, 현재까지가 아니라 미래의 어느 순간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칼비노는 과학 서적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인상을 적어두었다가 <우주만화>의 이야기에 녹여냈다고 합니다. 과학을 다루면서도 전혀 과학적이지 못한 듯한 인상이 남는 것은 착상의 황당함 때문일 듯합니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 달이 사다리를 펼치면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지구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달이 지구로부터 떨어져 나간 것이라는 가설을 인용한 것 같습니다.


태양계의 행성이 운행하는 것을 보면서 행성의 한 지점을 표시하는 기호를 썼다고 하는 것을 보면, 기호학적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가 하면 주인공 크프우프크 사랑하는 아일을 쫓아 사막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어린 왕자>의 사막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보면 칼비노는 다양한 소재를 자신의 양식에 따라 가공해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속담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새로이 표현하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면 비늘 사이에 벼룩이 있는 물고기나 진흙에서 배로 헤엄치는 거다!’라는 표현은 옴 걸린 물고기가 긁는다와 같은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네 속담으로는 목마른 자가 샘을 판다와 같은 맥락일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태양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가운데 어느 행성에서 대기가 형성될 것인지를 예측해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영국 지배 아래 있는 인도 반도의 인구 증가 지수를 계산해내거나 아스널과 레알마드리드 사이의 축구시합의 결과를 예측해보라고도 합니다. 그런 작업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적는 이유는 이 단편집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생물학과 고생물학, 물리학과 천체물리학 등 다양한 과학분야에서 오랜 연구 끝에 밝혀낸 사실들을 인용하면서도 이 책은 전혀 과학서적 같은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만화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우주만화>라는 제목을 정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이 책은 환상소설의 범주에 들어가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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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매 대실 해밋 전집 3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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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와 몰타를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몰타를 여행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 추천한 책이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였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몰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샌프란시스코이며 시대적 배경은 1928105일에서 10일까지 엿새 동안 벌어진 사건입니다.


사건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탐정사무소를 열고 있는 샘 스페이드에게 뉴욕에서 온 원더리 양이 플로이드 서스비라는 남자와 도망친 여동생을 찾아달라는 사건을 의뢰합니다. 사건은 스페이드의 동업자 마일즈 아처가 맡게 되지만 그날 밤 누군가에게 살해당합니다. 그리고 그가 추적하기로 한 서스비 역시 살해됩니다. 그리고 원더리라는 여성의 행적도 묘연해지는데....


졸지에 동업자를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게 된 샘은 사건을 뒤쫓기 시작하고 원더리 양이 사실은 브리지드 오쇼네시임을 밝혀내고 뒤를 쫓습니다. 이어서 그녀를 뒤쫓는 조엘 카이로와 두 사람을 만나는 샘을 감시하는 윌머 쿡이 등장하고 그를 부리는 뚱뚱한 남자 캐스퍼 구트먼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등장인물, 특히 브리지드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샘에게 도와달라고 매달립니다. 결국 구트먼을 만나고서야 사건이 몰타에서 만들어졌다는 매를 뒤쫓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몰타는 긴 장화를 닮은 이탈리아 반도의 앞부리에 있는 시칠리아 섬 아래 있는 작은 섬입니다. 몰타는 기원전 4천년 무렵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카프타고, 로마제국, 시칠리아 왕국 등을 거쳐 에스파냐 왕국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1530년부터는 성 요한 기사단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스페인의 황제(카를로스 1)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카를 5)가 일 년에 몰타의 매 두 마리를 공물로 내놓는다는 조건으로 예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에게 이 섬을 임대했기 때문입니다. 700명의 성 요한 기사단은 3만명의 병력을 동원한 오스만제국의 몰타 침공을 8천명의 몰타주민과 함께 격퇴하기도 했습니다.


몰타는 유럽대륙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통로에 위치하고 있어 해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부를 쌓아갔습니다. 소설 <몰타의 매>에서는 기사단이 부를 누리게 해준 신성로마제국의 카를5세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기 위하여 황금으로 만들고 보석으로 치장한 몰타 매의 형상을 만들어 보냈습니다. 하지만 매를 태운 배가 출항하자 해적들의 습격을 받아 공물인 매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몰타의 매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브리지드의 손에 들어어게 되었고, 이를 미국으로 가는 배편으로 빼돌렸던 것입니다.


이야기가 끝나도록 매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브리지드의 말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샘은 많은 정보원과 조력자들을 통하여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가고 세 건의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냅니다.


사실 <몰타의 매>에서 주인공이라 할 매의 실체는 끝까지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초반에 샘이 브리지드에게 들려주는 프릿크래프트 라는 이름의 부동산 중개인의 실종사건이 상당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점심을 먹으러 나간 프릿크래프트는 4시에 잡아놓은 골프약속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마치 손을 쥐고 있다가 펴면 사라지는 주먹처럼 그렇게 사라진 것입니다. 5년 뒤에 멀지 않은 작은 도시에서 그를 발견됐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도중에 공사중인 건물에서 떨어지는 들보가 그를 바짝 스치고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 사람이 우발적으로도 죽을 수 있으며 살아남은 것도 전적으로 운이 좋아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떠남으로 해서 삶을 무작위로 바꾸기로 했다는 것인데, 막상 옮겨 간 곳에서의 삶이 이전의 삶과 크게 다를 게 없더라고 했습니다.


대실 해밋은 셜록 홈즈 류의 수수께끼 풀이 방식의 탐정소설이 넘쳐나던 시절에 무미건조한 묘사로 극사실주의를 표방한 하드보일드 형식을 완성한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몰타의 매>가 대표적이라고 합니다. <몰타의 매> 덕분에 몰타의 역사와 성 요한 기사단에 대하여 공부를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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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보도
이욱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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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독후감을 쓴 <내 몸은 거꾸로 간다; https://blog.naver.com/neuro412/223282200922>를 쓴 이지 작가님의 부친께서도 당신께서 쓰신 <단독보도>를 함께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욱 작가님은 <단독보도>이루어지더이다라는 짧지만 강한 느낌이 드는 글을 적어주셨습니다.


작가께서는 소싯적부터 품었던 작가의 꿈을 칠순이 넘어서 이루게 되었으니 감개가 무량하셨을 것 같습니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칠순을 2~3년 앞두고 자녀들이 칠순잔치를 하지 않는 대신 출판기념회를 열어드릴 테니 책을 써보시라고 권했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이 참 훌륭한 것 같습니다. 돗자리를 깔아놓았다고 해서 점을 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께서는 이미 책을 낼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단독보도>에서 살아온 날들을 짚어보았습니다. 3부로 구성하였는데 1부는 초등학교시절부터 군입대 전까지, 2부는 군 시절부터 칠순 무렵까지의 삶입니다. 3부는 최근에 1년 동안 일했던 청소원이라는 일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입니다. 이야기들 가운데 특히 1부에서 공감이 되는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베꼈제?’에서는 작가의 꿈을 일찌감치 접게 된 사연을 적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시를 지어 제출했는데, 선생님께서 공책을 돌려주면서 다짜고짜로 베꼈제?’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꼴을 뜯으러 다니는 사이 떠오르는 생각을 시로 정리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좋은 선생님이었다면 격려를 아까지 말았어야 할 노릇입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학 1학년 때 물리학 시험을 치르는데 8절 시험지를 나누어주고 두어 문제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답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자신 있는 프랑크 상수를 유도하는 과정을 8절 시험지 앞뒤에 꼼꼼하게 적어 넣었습니다. 그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을 하고 미리 정리하여 외워두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만점을 기대했던 것인데 80점을 받았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물리학과 교수님은 책을 그대로 베꼈더라고 했습니다. 물리학과 전공도 아니고 의과대학 예과 과정에서 책을 외워서라도 완벽한 답을 적어냈는데도 만점을 주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그때 만점을 받았더라면 1학년 종합석차에서 수석을 차지하게 되어있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수석을 놓쳤습니다. 요즘 같으면 쫓아가서 항의를 하고 난리를 치는 것은 물론 소동도 불사할 사항입니다만, 그때는 교수님은 하늘이었습니다. 그저 운이 나빴다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등학교를 마친 뒤에 집안 형편으로 중학교에 원서도 내지 못했다가 뒤늦게 입학을 하고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중학교를 마치고는 명문 중의 명문 경북고등학교에 당당히 합격을 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신혼인 누이가 죽는 바람에 추수를 앞둔 농사일에 손을 놓은 부모님을 대신하여 형님과 함께 추수를 마치느라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는 사연을 읽으면서 초등학교 다닐 때 눈물을 흘려가면서 보았던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가 생각났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을 눈물에 빠지게 만들었던 이 영화를 감독하셨던 김수용 감독이 얼마 전에 타계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더욱 그러합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우니 만사가 쉽게 풀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다보니 청년 시절에 방황하기도 했지만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잘못을 빌고 새로운 삶을 찾았다고 합니다. 청장년 시절에는 어렸을 적보다는 그래도 형편이 나아졌다고 하는데 아내분을 비롯하여 자녀들이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 역시 제가 살아온 날들을 정리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욱 작가님의 <단독보도>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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