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핵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
조셉 콘라드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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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분명치 않습니다. 어느 책에선가 인용되었을 것이나 따로 기록을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조셉 콘라드의 <암흑의 핵심>인간 경험의 한계와 제국주의의 악몽 같은 진실을 탐구하는 문제적 소설이다. 주인공 말로의 탐험은 문명과 야만,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식민주의와 인종주의의 진실과 마주하는 탐험이라 할 수 있으며, 커츠가 원주민들 위에 군림하는 모습에서 콘래드는 인간 본성과 서구의 문명화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출판사의 자료에 요약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독일 작가 제발트의 소설 <아우스터리츠>는 화자가 주인공 아우스터리츠를 만나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는 형식이었는데, 콘라드의 <암흑의 핵심>도 비슷한 구조였습니다. 여러 회사의 중역을 맡고 있는 사람이 변호사, 회계사, 말로, 그리고 화자 등 4명을 초대하여 템즈 강에서 배를 타는 중에 말로가 선장이 되어 아프리카에서 배를 몰았던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해질 무렵의 템즈 강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내 강물에도 변화가 찾아와 그 평온함은 차츰 빛을 일으며 점점 더 심오해졌다. 이 세상의 가장 먼 곳까지 통하는 수로의 고요한 위험을 보이며 펼쳐져 있던 넓은 옛 강은 여러 시대에 걸쳐 양쪽 둑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위해 훌륭하게 봉사한 후 이제 저무는 날을 맞으 아무런 동요 없이 휴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존엄한 강물이 한 번씩 찾아왔다가 영영 사라지고 마는 짧은 하루의 그 생생한 열기 속이 아니라 영원히 지속되는 기억이라고 하는 장엄한 빛 속에 잠겨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9)”


어둠이 내리자 말로는 그런데 이 땅도 한때는 이 지구의 어두운 구석 중의 하나였겠지라고 운을 떼더니 로마 사람들이 영국을 지배하던 시절을 끌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이 로마인들은 참으로 변변찮은 사람들이었어. 그들은 식민지 개척자 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그들의 통치는 착취 행위에 불과했고,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었을 테니까. 그들은 정복자들이었어. 정복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포악한 힘뿐인데,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자랑할 것은 못 되지.() 그들은 단순히 획득이라는 목적을 위해 획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움켜 받았을 뿐이야. 그것은 폭력을 쓰는 강도 행위요, 대규모로 자행되는 흉측한 살인 행위에 불과했는데,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그 행위에 덤벼들었던 거야. 그것은 암흑세계를 다루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적합한 행위이지.(15)


로마가 영국을 식민통치했던 일을 끌어온 이유는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통치하고 있던 19세기의 분위기를 이야기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말로는 인도양, 태평양 그리고 중국해 등을 6년여에 걸쳐 떠돌아다니다가 귀국하였던 것인데,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뭍에서의 휴식에 진력이 나서 다시 바다로 나갈 궁리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숙모 한 분이 힘을 써준 덕에 벨기에의 식민지인 아프리카의 강을 운항하는 배의 선장에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두 마리의 검정 암탉 때문에 원주민들과 싸우다가 살해된 선장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었습니다.


브뤼셀로 가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는데, 검진을 담당한 의사는 열대 지방에 가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냉정을 지키는 일이지요. 냉정을 잃지 않도록 하세요.(27)“라고 당부합니다. 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프랑스 선적의 배를 타고 아프리카 해안을 항해하면서 바라보는 해안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0일을 항해한 끝에 배는 강의 어귀에 있는 주재소에 도착했고, 주재소로부터 다시 유로로 200마일을 올라가 면 상아를 수집하는 교역소에서 일하고 있는 커츠씨를 데려오는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말로가 향한 곳은 암흑의 세계였습니다. 내륙 주재소에 도착한 다음에는 고장난 배를 고쳐서 강을 따라 올라가 커츠씨가 머물고 있는 교역소까지 배를 몰아갔습니다. 강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밀림이 천천히 강을 가로 건너 우리의 돌아갈 길을 막고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고 적었습니다. 교역소가 가까워지면서 강폭이 좁아지고 강물도 얕아져서 배를 모는 일이 쉽지가 않았는데, 게다가 밀림 속으로부터 화살 세례를 받기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교역소에 도착해서 커츠씨를 배에 태우고 하류로 향하게 되었지만 커츠씨는 배가 하류로 운항하는 도중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사실 커츠씨는 교역소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원주민 위에 군림하고 있어 원주민들의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상아를 수집하는 일에서는 누구와도 타협을 하지 않는 폭군이었던 것입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암흑의 핵심은 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닿게 되는 미지의 장소라는 의미도 있겠고, 원주민을 지배하는 커츠와 같은 무리를 말하는 것이라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암흑의 핵심>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식민지를 경영하는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의 고압적 식민지 정책에 대한 언급은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커츠씨와 같이 개인의 일탈적인 행위만이 강조된 것은 아닌가 싶기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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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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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에 밀리의 서재에서 고른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신호등도 없이 호젓한 길이 2km정도 되는데 지형도 익숙하기 때문에 휴대전화에 몰입해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입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읽기였습니다. 하는 일마다 꼬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명주와 준성이 그런 사람입니다. 이혼을 하고 먹고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화상을 입는 바람에 변변한 직장을 구할 수 없게 된 명주는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됩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는데 있어 관련 단체나 보건소와 같은 곳에서 지원을 구할 생각도 없이 혼자서 감당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런가 하면 명주네 이웃에 사는 준성은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겨우 먹고 사는 형편입니다. 그런데도 준성의 아버지는 아들 몰래 술을 마시곤 합니다. 술에 관해서는 제어가 안 되는 그런 분인데, 나이가 들어서는 아예 술을 마실 기회가 줄어서 그렇습니다만, 저도 젊어서는 술을 제어하지 못하는 그런 부류였습니다. 알코올성 치매를 술을 끊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치매 증상이 좋아진다고 합니다만, 준성의 아버지의 치매를 현재 진행형인 셈입니다.


사단은 명주한테 먼저 생겼습니다. 어머니와 한바탕하고서 홧김에 집을 나와 방황을 하다가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숨져있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장례를 치러야 했겠지만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연금이 명주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돌아가신 어머니를 관에 넣어 작은 방에 모시고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연금으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신경을 써야 할 일도 많이 생깁니다. 어머니 생전에 알고 지내던 분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이혼한 남편이 데리고 간 딸도 불쑥 찾아오기도 해서 어머니의 죽음을 감추는 일이 아슬아슬하기만 합니다. 사실 명주가 선택한 길을 심각한 범죄행위에 해당합니다.


이웃에 사는 준성 역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힘든 일이 이어집니다. 외출할 때 마다 집에 계시는 아버지에게 불을 사용하지 말고 전자렌지에 덥혀 식사를 하라고 단단히 일렀음에도 불구하고 가스렌지를 사용하다가 불을 내는 바람에 화상을 입어 오래 병원신세를 지다가 그마저도 어려워 집에서 모시게 됩니다. 어느 날인가 아버지를 화장실에 모시려다가 미끄러지면서 상처를 입고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준성은 아버지의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당황하게 됩니다. 이때 명주가 나서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면서 어머니가 고향에 사둔 집으로 두 분을 모시기로 합니다.


사실 명주와 준성의 결정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만 두 사람의 처지를 따라가다 보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지방자치단체나 보건소의 도움을 얻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명주가 어머니의 죽음을 발견했을 당시에 통상적인 절차를 밟았더라면 일이 이렇게 꼬여들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명주가 딸 은진의 수에 말려드는 것도 답답해 보였습니다. 아무리 자녀라고 해도 되는 일과 되지 않는 일을 분명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작가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명주와 준성에게 사람들의 눈을 피해 부모를 매장하는 길을 선택한 것을 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이 작품을 읽은 소설가와 평론가들은 하나 같이 작가가 선택한 길에 우호적인 듯하여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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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이야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8
고골리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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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눈에 띈 고골의 <뻬제르부르그 이야기>를 먼저 읽었습니다.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1809~1852)은 요즈음 전란에 휩싸여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1935년부터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작품 활동을 했는데, 우크라이나의 민담에 등장하는 다양한 귀신과 정령에 관한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고골은 러시아제국의 농노제도를 비롯하여 부패하고 타락한 관료제도를 비판하는 작품을 썼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고골의 <외투>를 읽고 러시아 작가들은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라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그의 작품들은 후배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이야기한 <외투>를 비롯하여 <>, <광인 일기>, <초상화> 그리고 <네프스키 거리> 등 다섯 작품이 <뻬쩨르부르그 이야기>에 실려 있습니다. 책 이름을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라고 한 까닭은 책에 실려 있는 다섯 작품이 모두 뻬제르부르그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뻬제르부르그는 당시 러시아제국의 수도였습니다. 지금은 상트 페테르부르크(Санкт-Петербург)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는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이야기>와 흡사한 구조입니다.


안타깝게도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아직 가보지 않아서 이야기에 등장하는 장소나 건물 등이 낯설었습니다. 책을 읽을 때 배경이 되는 장소가 가본 곳일 경우에는 책을 읽을 때 집중도 잘 되고 이해도 쉽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섯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에서는 8급 관리 꼬발표프 소령이 코가 자고났더니 사라졌을 뿐 아니라 이발사 이반 야꼬블레비치가 아침식사로 먹으려는 빵에 끼워져 있다거나, 코가 아예 사람처럼 행세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우리 몸에서 어느 한 부위가 사라지면 모양새가 우스워지게 됩니다. 특히 코는 얼굴을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코가 사라지게 되면 크게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지만 이상한 모습을 하게 됩니다. 코가 없는 대표적 인물로는 조앤 롤링의 <해포터> 연작에 등장하는 볼드모트가 코가 없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작품 <외투>는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고골의 작품 가운데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낡은 외투로 겨울을 나야하는 처지인 아까끼는 우여곡절 끝에 새 외투를 장만하게 됩니다. 새외투를 장만한 뒤에 초대받은 만찬에 참석했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강도를 만나 외투를 빼앗기게 됩니다. 억울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도 하고, 경찰이 무관심하자 서장, 그리고 고위층에 외투를 찾아달라고 청탁을 넣어보지만 무시만 당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정신착란 상태에 빠진 아까끼는 죽음을 맞고 말았습니다. 한이 맺힌 아까끼는 유령이 되어 거리를 배회하다가 사람들의 외투를 강탈하게 됩니다.


세 번째 이야기 <광인 일기>9급 관리인 뽀쁘시리친이 국장의 딸을 연모하다가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자신이 스페인 국왕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야기는 모두 20편의 일기를 통하여 뽀쁘시리친의 정신상태가 무너지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앞의 두 작품에서처럼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충분히 있음직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입니다.


네 번째 이야기 <초상화>는 가난한 화가 차르뜨꼬프가 미술상에서 사들인 노인의 초상화로 인하여 궁핍한 생활에서 탈출하게 되지만 화가로서의 재능이 따라서 사라지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초상화에 깃들인 악마성이 여러 사람의 운명을 뒤바꾸어놓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이야기 <네프스끼 거리><뻬쩨르부르그 이야기>의 종합완결편이라고 하겠습니다19세기 말 러시아제국의 수도 뻬쩨르부르그에 살고 있던 보통 사람들의 삶을 무겁지 않게 보여주었습니다<뻬쩨르부르그 이야기>에서 고골은 무너져가는 러시아제국의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생각입니다. 언젠가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도 가볼 기회가 있겠습니다만, 이 책에 등장하는 풍경은 아마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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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서점
송유정 지음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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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에 읽는 밀리의 서재에서 최근에 송유정 작가의 <기억서점>을 읽었습니다. 생의 의지를 잃은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내는 서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 서점에는 한 사람이 평생을 살아오면서 쌓은 기억이 책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런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는 랄프 이자우의 <비밀의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김지원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7년째 불안감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날따라 익숙한 장소에서 굳이 15나 떨어진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았지만 조제된 받은 약은 버리고 말았습니다. ’애도 기간이 좀 기네요?‘라고 한 의사의 말이 가슴에 걸렸기 때문이었을까요? 지원은 그 의사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새삼 현실을 깨닫게 된 지원에게는 모든 깨달음은 이렇듯, 너무 느리게, 후회를 동반하며 찾아온다.”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처박혀 있다가 누리망에서 찾아낸 이누이트의 이야기에 다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누이트들은 화가 나면 화가 풀릴 때까지 무작정 걷는다는 이야기. 화가 풀릴 때까지 한참을 걷고 또 걷다가 화가 다 풀리면 그제야 멈춰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간다는 이야기. 그래서 돌아오는 길을 뉘우침과 용서의 길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나간 산책길에서 갑자기 쏟아진 비를 긋기 위하여 들어선 처마 밑에서 ㄱ서점을 만나게 됩니다. 비가 요란스럽게 쏟아지는 가운데 들어선 서점 안은 적막하기만 했습니다. 그 서점에서 발견한 책은 지원이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이고, 마지막에는 지원이 남긴 짧은 소감도 적혀있습니다. 살아오면서 버렸던 책들이 이 서점에 모여 있는 것입니다. 이곳은 바로 지원씨의 기억서점이었습니다.


혹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나요?‘라고 묻는 관리자 K의 말에 지원씨는 그저 나는 그저 우울했을 뿐이다. 나는 그저 상실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지 못해 아직 헤매고 있을 뿐이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엄마를 배신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K그건 자기기만 같은데라고 응수합니다. K아직, 살아있는 자에게, 손을 내미는 존재였습니다.


이 서점에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세 번의 기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살아온 날들 가운데 하나의 시점으로 돌아가 3시간을 머물수 있는데, 대신 남아있는 수명을 가져간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죽음을 가져온 비인두암을 일찍 발견할 수도 있었을 시간으로 돌아가 어머니가 잊어버린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다짐을 받아놓지만, 서점에 돌아와 조사해본 바에 따르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여행을 하는 사람은 과거의 일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규칙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씨는 어머니가 병원에 잊지 않고 가도록 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죽음은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의 행동에는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고, 그것을 변수하고 한답니다. 어머니는 가족의 평안을 위협하는 여려 가지 일로 인하여 자신의 병을 치료하는 선택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결국 K시는 엄마의 선택이 아니라 지원의 선택으로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습니다.


자신의 선택으로 무언가를 바꾸기 위하여 서점에 보관된 자신의 과거의 기억들을 조사한 끝에 어머니하고 할머니의 묘소에 다녀오기로 합니다. 과거에는 같이 가겠느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친구들과의 약속을 핑계로 혼자 다녀오셨다는데 생각이 미친 것입니다. 이날의 기억은 어머니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데서 오는 자책감이 자신을 괴롭히는 근원임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두 번째의 시간여행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엄마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는 것이 진정으로 엄마를 위하는 길임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지원의 세 번째 여행은 과거의 언제쯤으로 돌아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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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루다 스토리
김성민 지음 / 바이오스펙테이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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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종으로 진단받은 가족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주치의께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키트루다가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만, 보호자 입장에서도 키트루다라는 약제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김성민 기자의 <키트루다 스토리>를 발견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키트루다는 면역관문억제제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지원하는 항암제입니다. 지금까지 사용되어온 항암제, 즉 화학항암제는 빠르게 증식하는 암세포의 특성을 이용하여 분열하는 암세포의 사멸효과를 얻었습니다. 따라서 암세포를 죽이기 위하여 항암제를 사용할 때 동시에 빠르게 분열하는 정상세포 역시 암치료제의 공격을 받는 부작용이 동반됩니다. 하지만 면역 항암제는 암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종의 화학항암제가 보이던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키트루다 스토리>에서는 머크에서 키트루다를 개발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키트루다를 사용하는 암종에서의 치료효과 및 부작용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키트루다를 사용하여 효과를 볼 수 있는 암종으로는 악성 흑색종, ㅂ소세포폐암, 두경부암, 호지킨 림프종, 요로상피암, 위암, 식도암, 신세포암, 자궁내막암, 삼중음성 유방암, 자궁경부암, 담도암, 간세포암 등이 있습니다.

<키트루다 스토리>에서는 폐암, 삼중음성 유방암, 그리고 신세포암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악성 흑색종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대목이 없지는 않습니다. 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들 가운데 점유율이 가장 큰 면역항암제라고 합니다. 그리고 키트루다가 더 많은 환자를 더 오랫동안 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약물이 환자 몸속에서 계속 반응하는 특성 덕분이라고 합니다.

머크가 키트루다의 적용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참신한 접근방식을 적용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초기암에서 수술 전 요법으로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하면 신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가 늘어나고, 특정 종양을 인지하는 T세포가 림프절을 돌아다니면서 길게는 몇 십 년 동안 암세포를 감시할 수 있을 것이다.(130)”라는 대목입니다.

점막 흑색종으로 진단을 받은 뒤에 빠른 시기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이어서 30회의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에 면역치료제로 키트루다 치료를 3주마다 17회 받는 장정을 시작했습니다. 키트루다가 몸 속 어디엔가 숨어있을 수 있는 악성 흑색종 세포를 박멸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각종 유전자검사에서 특이한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아 선택할만한 항암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키트루다 치료는 기대할만한 대목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예를 들면, 흑색종은 변이가 많은 암 혹은 종양 변이부담(tumor mutational burden, TMB)가 큰 암입니다. 변이가 많다는 것은 하나의 변이만 목표로 치료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그런가 하면 TMB가 큰 흑색종은 면역반응이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면역항암제가 효과가 있는지 없는 지는 흑색종 치료에 효능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각종 유전자 검사에서 뚜렷한 변이가 나타나지 않은 사례에서도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제가 하고 있는 업무 가운데 PD-L1검사의 효과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약제의 효능 등에 관한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일반 독자가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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