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멸종과 진화 한빛비즈 교양툰 31
김도윤(갈로아)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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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비즈에서 내놓고 있는 교양만화 연작, 특히 과학편을 여러 편 읽어왔습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만화로 배우는 멸종과 진화>는 저에게는 전혀 새로운 분야였습니다. 지구상에 등장한 다양한 생명체들을 비교하면서 진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현재 사라진 생명체들은 무슨 이유로 종 자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멸종되고 말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1부 생명에 관하여, 2부 곤충 이야기, 3부 섬 그리고 생물지리학 그리고 4부 동물의 생태와 행동 등 4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진화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다루었고, 2부에서는 특히 곤충의 세계에서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다루었습니다. 곤충에 관한 이야기는 <파브르 곤충기> 이후에 처음으로 곤충에 대한 상세한 사항을 읽어본 것 같습니다. 3부에서는 섬이라고 하는 고립된 환경이 진화에 무슨 작용을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4부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의 사례를 들어서 멸종 혹은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던가를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도 초기 만화세대라고 강변을 합니다만,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만화로 배우는 멸종과 진화>는 몇 가지 관점에서 특별한 점이 있었습니다. 만화의 곳곳에 뿌려진 유행어들-요즘 젊은이들은 드립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은 그 범위가 광범위하여 수태와 관련된 장면에 나오는 , 응애예요~’와 같이 저도 알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곤충의 날개의 퇴화에 관한 내용에 나오는 까비야깝송~’과 같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것도 있습니다.


그림과 관련해서는 아기공룡 둘리에 등장하는 고길동을 닮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그런가 하면 메뚜기 집단이 습격하는 장면에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의 시진핑 주석이 등장한 것도 중국 당국에서 불편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자인 듯 싶은 인물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어떤 장면에서는 전혀 다른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듯합니다.


저자가 생물학을 전공한 까닭에 등장하는 다양한 생명체의 학명을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학명은 전공과는 무관한 일반인의 경우에는 생소하기만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현상과 이론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내용들이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400년 전 그리스에 불시착한 외계인이라는 것이 정설이라는 설명은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의문입니다. 최근에 멕시코에서 발견된 외계인의 사체가 인공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판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처럼 무수한 설로 제기되는 외계인이 지구문명에 개입했다고 하는 주장이 대부분 근거가 미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좋아 보이는 새로운 시도도 있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에 등장하여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생명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는 관행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에 따라 잔존 생물이라는 대체어를 제시한 경우입니다. 저도 외래어를 우리말로 표기하려는 노력을 무리할 정도로 해오고 있습니다만, 우리말을 많이 사용하여 입에 익게 하는 일이야말로 작가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의무라는 생각입니다.


모두 스물다섯편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각 편의 말미에 관련된 주제에 관한 짧은 글을 붙였다는 점입니다. 해당 주제에서 기억하면 좋을 정보를 담아낸 것으로 일종의 정리된 견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끝으로 마무리하는 두 편의 글에서 생물의 멸종생물다양성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시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구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체들의 지속가능성을 지켜줄 수 있도록 인간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구상에 등장했던, 그리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들이 어떤 이유로 멸종을 맞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여섯 번째 파국을 인간이 주도하고 있다고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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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 아티스트
알카 조시 지음, 정연희 옮김 / 청미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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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서 눈에 띤 책입니다. 지난 해 말에 북인도를 여행하면서 헤나 체험을 했기 때문에 제목이 눈길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인도 라자스탄 주에서 태어나 9살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미국에 온 알카 조시가 쓴 <헤나 아티스트>는 헤나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왕족에서 바닥인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하여 인도 사람들의 삶과 생각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북인도 여행에서 겪어보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는 책읽기였습니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대입니다. 1858년 세포이 항쟁을 진압하면서 영국은 무굴제국의 왕실을 폐지하고 1877년 영국령 인도제국이 출범하였습니다. 식민지배를 받는 동안 인도는 착취와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식민지배 시기에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불복종 운동, 자와할랄 네루가 이끄는 인도 국민회의의 독립운동, 진낙 이끄는 무슬림 연맹의 독립운동이 이어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일본 제국주의의 확대를 저지하는데 기여한 바가 인덩되어 1947년에 인도 자치령이 수립되었고, 1950년에는 인도 공화국이 성립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파키스탄과 인도가 분리되었습니다.


<헤나 아티스트>는 독립 직후 현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계급과 사회적 지위가 뒤흔들리는 와중에도 오랜 세월 이어진 전통에 따라 개인의 삶이 여전히 억눌리던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야이기의 주인공 락슈미는 암울한 처지를 비관하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원치 않던 결혼으로 남편 하리에게 시달리던 삶을 과감하게 탈출하는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이와 같은 그녀의 결단은 남은 가족들을 질곡에 몰아넣게 되었습니다. 재수 없는 인간 취급을 견뎌내야 했던 것입니다.


아그라를 거쳐 자이푸르에 진출하게 된 락슈미는 하리의 어머니로부터 배운 약초에 대한 지식과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상류층에 전통기법으로 헤나 문양을 그려주는 일을 시작합니다. 헤나 예술가는 상류층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모아 활용하면서 입지를 늘려가게 됩니다. 상류층 젊은이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중매도 하고, 인연이 확대되면서 왕실에까지 인연을 맺게 됩니다.


세상사는 굴곡이 있기 마련입니다. 승승장구하던 락슈미에게 갑작스럽게 떠나온 남편 하리가 등장하고 얼굴도 모르는 여동생 라다가 등장합니다. 락슈미의 꿈은 돈을 모아 새집을 짓고 고향의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었는데, 라다는 부모님 모두 세상을 떠나셨다는 슬픈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락슈미는 라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려는 노력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라다와 락슈미 사이에도 세대차가 있어서 라다는 락슈미의 호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결국은 어린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락슈미의 후원자인 사미르와 파르바티 싱 부부의 아들인 라비 싱과 관계를 맺고 아이를 가지게 됩니다. 라비는 워낙이 바람둥이인데 어린 라다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락슈미는 곤경에 빠지게 되는데, 순발력을 발휘하여 라다의 아이를 왕실에 입양을 추진하게 됩니다. 왕실을 이어갈 인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라다는 끝까지 락슈미의 배려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결국 오랜 세월에 걸쳐 자이푸르에서 쌓아온 모든 것이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곧 죽어도 살아날 길이 있는 법입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락슈미에게 라다의 분만을 도와주었던 의사 제이 쿠마르가 락슈미의 약초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해온 것입니다.


어찌 보면 아슬아슬하기만 한 일상을 탈출하여 마음이 편한 일을 할 수 있고, 라다 역시 그녀와 함께 하게 되었으니 좋은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주 무대가 자이푸르인데 지난 해 북인도를 여행할 때 자이푸르도 방문한 바가 있어서 알만한 장소가 이야기에 등장하면 공연히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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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 나의 편력 2 - 파리의 지붕 밑에서
자코모 카사노바 지음, 김석희 편역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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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에서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베네치아의 총독궁 옆에 있는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카사노바가 탈옥한 과정을 <카사노바 나의 편력2; 파리의 지붕 밑에서>에서 인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015년에 베네치아를 방문했을 때 두칼레 궁의 옆을 지나는 운하에 걸려있는 탄식의 다리를 소개하면서 두칼레 궁전 옆에 있는 누오베라 감옥에 갇힌 죄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카사노바가 탈옥에 성공했다는 안내인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수감된 이유와 탈옥한 방법에 대한 가설이 분분하다고 했기에 탈옥을 성공시킨 본인의 이야기가 가장 정확한 것이 아닐까 싶어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카사노바 나의 편력>은 총12권으로 되어 있는 카사노바의 회고록을 우리말로 옮긴 김석희 편역자가 가장 재미있는 장면을 추리고, 불필요한 부분은 요약하는 방식으로 총 3권의 분량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1권은 베네치아의 여인들’, 2권은 파리의 지붕 밑에서’, 3권은 에스파냐 환상곡입니다. 책을 중간부터 읽은 적이 없습니다만, 카사노바가 베네치아의 감옥을 탈옥한 장면이 너무 궁금했던지 1권을 건너뛰고 2권을 바로 읽게 되었습니다. 물론 2권에서도 파리와 베네치아에서의 여성편력을 소개하고 있어서 카사노바의 진면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없을 것 같습니다.


카사노바는 1755726일 얼마 전부터 그를 감시하고 있던 베네치아 사법재판소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그가 체포된 이유는 밀정 마누치가 재판소에 제출한 보고서에 나와 있는데 혐의가 하나둘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카사노바는 사회 불안을 조성하는 위험인물로서, 친구들을 사취하고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당국에 반항했으며, 브라가딘 씨와 그의 친구들 같은 훌륭한 귀족드을 파멸시킨데 만족하지 않고 친구의 아들까지 불행에 빠트렸다고 되어 있다. 또한 카사노바는 금서들-마술과 강신술에 관한 책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죄목-카사노바 자신은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은 그가 프랑스 리옹에서 프리메이슨에 가입했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이 부분은 편역자가 원서를 요약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카사노바는 5년형을 선고받고, 당시 유럽에서 가장 견고하다는 베네치아의 피옴비 감옥에 투옥되었다고 합니다. 종신형이 아닌 것은 분명해보이며 총독궁 옆의 프리지오니 누오보(Palazzo delle Prigioni Nuove)는 피옴비(Piombi)라고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카사노바에 의하면 피옴비 감옥은 보안이 형편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카사노바는 간수 로렌초를 구워삶아 다른 방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와 소통할 수 있었고, 심지어는 탈옥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주고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1차 탈옥 시도는 쇳조각을 이용하여 감옥의 바닥을 파는 방식으로 단독으로 시도하였다가 감방을 바꾸는 바람에 들통이 나 실패했습니다. 그렇다면 감시를 강화했어야 하는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카사노바를 감시할 목적으로 새로운 수감자를 집어넣었지만, ᄏᆞ노바를 감시할 역량이 되지 못하는 자였습니다. 결국은 다른 방에 수감되어 있는 발비 신부를 끌어들여 50가 넘는 쇠막대를 보내 천정을 뚫어내 탈출로를 만드는 방식으로 탈옥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카사노바 나의 편력2; 파리의 지붕 밑에서>에는 탈옥기 말고도 베네치아의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두 수녀와의 애정행각을 비롯하여 탈옥 후 파리로 가서 프랑스 왕국의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중책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를 본 여성이 한눈에 반한다는 것을 보면 카사노바의 용모가 준수하여 여성이라면 누구나 혹할만했던 것 같고, 더하여 어렸을 적부터 읽어온 고전 등 다방면의 학식이 남달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대화술도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도박에도 일가견이 있었고, 연금술을 비롯하여 심령술 등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돈을 방만하게 관리하여 쉽게 돈을 벌고 또 쉽게 파산도 하는 그런 생활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이야기도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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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박물관 - 장소, 사람 또는 세상을 떠날 때 우리가 남기는 것은
스벤 슈틸리히 지음, 김희상 옮김 / 청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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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났던 곳에서 시작해서 성장하면서 머물던 장소에 대한 기억을 정리해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기호교수님의 <경관기행>을 읽고서 시작한 일인데 생각보다는 지지부진합니다. 어느 책에서 언급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스벤 슈틸리히의 <존재의 박물관>을 읽게 된 것은 아마도 저의 경관기행에 참고가 될 듯하여 읽게 된 것 같습니다.


장소, 사람 또는 세상을 떠날 때 우리가 남기는 것은이라는 부제는 라는 존재가 세상에 태어난 뒤로 다양한 관계를 통하여 무엇을 남기게 되는가를 살펴보았다는 이야기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흔히 인지기능의 손상 여부를 시간(time), 사람(person), 장소(place)에 대한 기억이 온전한지 확인하게 됩니다만, <존재의 박물관>에서는 역순으로 장소-사람-시간의 순서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억이 예전 같지 않아서 3천권 가까이 되는 독후감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세상을 두루 여행하고 싶었던 분이 죽은 뒤에 자신의 유골을 세계 곳곳에 보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지나친 장소나 만났던 사람에게 유무형의 흔적을 남길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존재의 박물관>의 저자 역시 사람이 살면서 남기는 생물학적 흔적을, 정신적인 흔적을, 문화적인 흔적을, 구체적인 흔적을 찾아 여행해보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고 적었습니다. 그 여행은 곧 역사와 미래로의 여행이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손이 닿는 모든 원전에서 지식을 끌어 모으려 노력했다고 하는데, 정말 다양한 자료들을 인용하고 있어 같은 맥락의 글을 쓸 때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읽은 책들도 적지는 않습니다만 정말 많은 책들을 읽어보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우리 나라에 소개되지 않아서 읽어볼 수 없는 책들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라게 되는 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피부 세포들이 초당 30 의 속도로 공기의 흐름을 타고 흩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떨어져 나온 나의 흔적은 공기의 흐름을 타고 혹은 빗물에 씻겨 세상을 여행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지구 곳곳에 나의 흔적이 흩어져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게 흩어진 나의 흔적은 분자 수준으로 분해되어 타인의 몸을 만드는 요소로 재활용될 것이기 때문에 영원무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파리스의 심판의 결과로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나를 꼬여내는 바람에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습니다만, 파리스가 헬레나를 선택하기 전에 산의 요정 오이노네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는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헬레나로 인해 파리스로부터 버림을 받은 오이노네가 당신이 내 이름을 너도밤나무에 새겨주었군요. 낫으로 깎아 오이노네라고 선명하게 읽을 수 이네. 나무를 자라면서 내 이름도 높이 오르리라고 노래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에게 남기는 것은 유형적인 것도 있지만 기억이라는 무형의 것도 있습니다. 특히 남녀가 만나 사랑하다 헤어지면 그렇게 남긴 것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기억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기억을 화두로 삼고 있는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기억은 우리 인생과 정체성의 토대를 이룬다. 우리가 무엇을 체험했는지, 이 체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미래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해주는 것은 기억이다라는 대목은 심리학자 줄리아 쇼가 쓴 <기만적인 기억>에 나온다고 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신박한 대목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연설을 할 때 자신을 타나토이(Thanatoi)라고 했다는데 죽을 수밖에 없는 자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불멸의 영생을 자랑하는 신들과는 달리 죽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겸허히 새긴다는 의미를 담았다는군요. 로베르트 제탈러의 <들판>이나 세실리아 아헌의 <PS, 아이 러브 유>, 주제 사마라구의 <죽음의 중지> 등도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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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6 - 팍스 로마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6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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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이어 아우구스투스의 시대로 넘어갔습니다. 그는 카이사르의 누나 율리아의 외손자로 살아가면서 몇 차례 이름이 바뀌게됩니다. 태어났을 때는 가이우스 옥타비우스 투리누스였는데, 카이사르 사후에 공개된 유언에 따라 카이사르의 양자가 되면서 후계자로 지명되자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고 개명하였습니다. 기원전 40년 무렵에는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입니다. 그러니까 로마 공화정의 마지막 프린켑스 세나투스(원로원 수장)이던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제정의 문을 열고 초대 황제가 된 것입니다.


사실 카이사르가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은 것은 공화정을 종식시키고 제정으로 로마의 정체를 바꾸려는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카이사르의 뒤를 이은 아우구스투스는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화정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내막적으로는 제정의 토대를 놓아갔던 것입니다.


사실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 등 이전의 로마를 이끌던 지도자들과 달리 군사적 능력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카이사르는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아그리파라는 걸출한 군사 지도자를 붙여 보좌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아우구스투스는 정치가로서는 카이사르보다 완벽하고 적절할 자질을 가졌다는 평가받습니다.


아우구스투스는 핏줄에 대한 애착이 심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혈육으로 하여금 대를 잇게 하려고 애를 썼지만 운명은 그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서 그의 피를 이은 후계자들이 모두 단명하게 결국은 피가 섞이지 않은 티베리우스가 제위를 잇게 됩니다.


기원전 1세기 들어 로마사회는 아이를 적게 낳는 풍조가 드러나더니 아우구스투스 시절에는 아예 결혼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흡사했던 모양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아우구스투스는 두 가지 법안을 성립시켰습니다. 첫 번째는 간통 및 혼외정사에 관한 법으로 간통을 공적인 범죄가 된 것입니다. 간통 당사자 뿐 아니라 알고도 눈감아 준 경우에는 간통방조죄를 물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간통을 사인간의 문제로 보아 처벌을 하지 않게 되었는데, 아우구스투스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법안은 정식 혼인에 관한 법으로 남자는 25세부터 60세까지, 여자는 20세부터 50세까지 결혼을 유지하지 못하면 독신에 따른 불이익을 받아야 했습니다. 홀아비나 과부의 경우도 1년 안에 재혼을 해야 했습니다. 출산에 이은 육아와 교육, 그리고 자립 등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커서 결혼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만사가 당근만으로는 최상의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처럼 출산에 대한 지원의 범위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로마인 이야기> 아우구스투스 편의 제목이팍스 로마나로 정한 것은 정복사업을 통하여 국경을 확장시키는 일보다 그동안 확보해온 국경을 안정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국경을 침범하는 적에 대하여 로마군단을 동원하여 격퇴시키거나 외교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아우구스투스가 이룩한 업적으로는 원로원의 규모를 줄여 원로원이 주도하던 공화정의 폐해를 줄인 것을 꼽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제를 정비하여 군사의 규모와 군비를 축소한 것과 세제를 개편하여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한 것 등이 꼽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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