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 나보다 타인이 더 신경 쓰이는 사람들 심리학 3부작
박진영 지음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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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단 제목이 재미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무슨 책일까? 너 혹은 내가 주변사람들과 맺는 관계에서 볼 수 있는 무엇을 다루고 있을까?

 

그렇습니다. 제목이 강하게 암시하는 것처럼 <눈치 보는 나, 착각하는 너>는 저자의 전공을 살린 사회심리학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음 백과사전에 따르면 사회심리학은 “사회적·문화적 장면에서의 인간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들어가는 글에서 적은 설명이 귀에 쏙 들어옵니다. “사회심리학이란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면서 누구나 피부로 느끼는 궁금증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6쪽)”

 

제가 부러워하는 저술모델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실생활에서 유용한 심리학 지식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나누어지지 못하고 어려운 심리학 논문을 이해할 수 있는 학자들만 독차지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사회심리학블로그와 트위터 계정를 통하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회심리학에 관하연 정리해온 지식을 책으로 묶어냈다고 하였습니다.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읽다보면 ‘그래 바로 내 이야기야!“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아파도 좋아, 함께 살 수 있다면’에서 다루고 있는 소외감, 소위 왕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이슈이기도 합니다. 20년도 넘은 이야기입니다만 미국에서 공부할 적에 살았던 동네에는 한국에서 공부하러 오신 분들이 꽤나 살았습니다. 객지에서 고생한다는 분위기 때문이었던지 거의 뭉쳐 사는 분위기였습니다. 마치 그런 분위기에 끼어들지 못하면 왕따를 당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분도 계셨던 것 같습니다만,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는 분도 계셨던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어땠을까요? 외로움에 대처하려면 눈치를 잘 봐야 한다고 저자는 추천하고 있습니다만, 세상사는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외로울 틈이 없이 재미있게 살면되는 거죠.

 

작은 아이가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면서 사는 스타일인 것 같아 걱정입니다. 관계의존적이라서 혼자라는 생각이 들면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습니다. 저와는 스타일이 다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타인과의 맺고 있는 좋은 인간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에 느끼는 아픔(외로움)과 기쁨(사랑하며 살아갈 때 얻는 행복과 건강), 사회적 동물로서 잘 살아가는 방법(좋은 관계의 비밀과 기술들), 연인 및 직장 상사 등 관계별 알아둘 사실들,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법까지 쉽게 설명하고 있어 누구나 공감하는 대목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앞에서도 드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읽는 이가 지금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딪히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 답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도 잘 몰랐던 나’라는 제목을 단 1부의 주제는 ‘나’입니다. ‘행복에 가까워진 너’라는 제목을 단 2부는 ‘너’에 대하여 적고 있고, ‘이해할 수 없었던 우리’라는 제목의 3부의 주제는 ‘우리’입니다. 그리고 결론부분에 해당하는 ‘상처받지 않고 단단해지는 단계’라는 제목의 4부는 우리의 관계를 탄탄하게 만드는 비결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나와 너가 만나 우리가 되고, 그 우리의 관계가 견고해진다.’는 논지의 전개가 참 튼실해 보이지 않습니까? 저자의 사회심리학 분야의 후속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강한 포스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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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잘 만드는 사람 - 1000명의 속마음을 훔친 설득과 소통의 달인
김명수 지음 / 중앙생활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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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다양한 형태의 인터뷰에 응해왔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의 결과가 기사로 만들어졌을 때, 만족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제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빠졌던 때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글을 쓰고 있으니 잘 만들어진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되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부러우면 진다던가요?)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해오다보니, 제 주변에 계신 분들을 인터뷰하여 기사로 만들어 블로그에 올려보면 어떨까 싶다는 조금은 허황스러운 생각을 하면서도 인터뷰를 만드는 법을 몰라 망설이던 참이었습니다. 김명수 기자님의 <인터뷰 잘 만드는 사람>을 바로 이런 타이밍에 만난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든 분야에 멘토가 필요하듯이 인터뷰와 글쓰기에도 자신이 닮고 싶은 롤 모델이 있어야 한다. 10년 넘는 세월을 인터뷰와 글쓰기에 빠져 살아오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알리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머리말에 밝히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책은 모두 여섯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장에는 저자의 경험과 자랑(?)을 담아 인터뷰가 무엇인지 정리하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초보 인터뷰어가 달인이 되는 과정에서 꼭 챙겨야 할 기본적인 원칙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기사를 발로 쓴다고 이야기를 합니다만, 인터뷰어 역시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것만을 살아있는 지식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즉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글발이 살아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이를 만나기 전에 철저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점도 새겨야 하겠습니다. 3장은 저자가 인터뷰 기사쓰기의 실전에서 부딪히면서 몸으로 깨달은 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분량이 적은 4장은 기사 이외의 인터뷰, 예를 들면 취업, 영업, 섭외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터뷰방식을 소개하고 있는데, 바로 인터뷰를 통하여 의사전달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인맥구축의 지름길이며 소통의 종합예술이라는 것입니다. 글쓰기와 화술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이들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스펙이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마음을 사로 잡는 화술 노하우로, 1. 밝은 표정으로 눈높이에 맞춰라, 2. 일방통행은 금물, 3. 상대방의 말을 끊지 마라, 4. 많이 알아야 말도 잘한다, 5. 말을 살리되 반복하지 마라, 6. 진실은 통한다, 7. 최고의 화술은 경청이다, 8. 설득하려 하지 마라, 9 긍정적으로 말하고 칭찬하라, 등을 들고 있습니다. 또한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노하우로는 1. 메모는 글쓰기의 기본, 2. 좋은 글은 좋은 마음에서 나온다, 3. 글씨기는 습관이다, 4. 글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5. 쉽고 간단하게 표현하라, 6. 많이 읽고 생각하고 글로 써라, 7. 창의적 글쓰기로 생명을 불어넣어라, 8. 많이 듣고 경험하라, 9.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라, 10. 공공장소 화장실은 글쓰기 보물창고이다, 등을 꼽았습니다. 6장에서는 저자가 인터뷰를 하고 작성한 인터뷰기사의 열한 건의 실제 사례를 예문으로 실어 독자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에 관심을 두는 독자라면 인터뷰한 내용을 어떻게 기사로 정리하는가 하는 점이 핵심이 될 듯 합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이 철저하게 준비하여 인터뷰를 잘 마무리했다면 인터뷰에서 얻은 자료를 제대로 글로 옮기는 작업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은 인터뷰한 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면서 글의 순서를 정해서 논리적으로 생각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역시 글쓰기는 초를 잡는다고 해서 첫문장을 어떻게 풀어내는가에 90%가 달렸다고 하겠습니다. 첫문장을 잡지 못해서 자판을 두들기다가 지우기를 몇 십차례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저자는 인터뷰 글쓰기를 이렇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모든 글이 그렇듯이 글쓰기에 있어서도 처음과 끝이 중요하다. 첫머리에서 독자를 본문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하고 본문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내용을 간추려서 글의 요지를 알기 쉽게 마무리하면 글쓰기가 완성된다.(66쪽)”

 

일단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감을 정리한 다음 조만간 시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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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크리스 임피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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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을 여는 날,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은 ‘빅 히스토리’를 주제로 하여 진화생물학자 장대익교수님, 역사학자 조지형교수님, 그리고 천문학자 이명현 위원님이 함께한 ‘과학수다’를 강양구기자님이 정리하였습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3042159).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크고 작은 역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빅 히스토리’라고 하니 생경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빅 히스토리’를 ‘거대사’사로 번역하여 소개한 조지형교수님은 개인사, 가족사, 지방사, 민족사, 지구사, 자연사, 우주사 등 세상의 모든 것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역사를 가능한 가장 크고 넓은 관점에서 보자고 하는 것이 ‘빅 히스토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빅 히스토리는 세상의 모든 것이 어떤 관계를 갖고서 상호 연결되어 있는가를 다루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빅 히스토리 안에는 우주의 역사, 생물의 역사, 인간의 역사가 다 들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빅 히스토리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의 시원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개념적으로 보면 요즈음에는 융합이라고 정리되고 있는 학문의 통섭을 역사분야에 적용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요.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http://blog.joinsmsn.com/yang412/12597810>와 이브 파칼레의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94271>에서 인류가 진화해온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지구와 우주의 시원까지 설명하고 있어 빅 히스토리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들 책에서도 우주의 시원에 관한 이야기는 인류의 진화과정을 뒤쫓는 과정의 일부로 다루어져, 개략적인 개념을 맛볼 수는 있었지만, 보다 심화된 내용이 아쉽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면,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에서 저자들은 우주가, 태양이, 그리고 지구가 태어나는 모습을 아주 간략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아득한 과거에 태양도 지구도 없었던 때가 있었다. (…) 기체와 먼지의 거대한 덩어리가 자체 중력으로 급속히 붕괴하면서 점차 빠른 속도로 회전함에 따라, 혼돈과 같이 불규칙하던 구름이 점차 질서정연한 얇은 원반형 구조로 변해간다. (…) 천체 형성의 모태가 되는 회전하는 원시 원반은 은하계 속에 펼쳐져 있는 광대한 성간진공에 잠재하는 희박한 물질들이 모여 형성된다.”

 

그런가 하면 이브 파칼레는 우주의 기원 빅뱅으로부터 태양계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만, 자연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천문학을 비롯하여 물리학, 분자 생물학, 진화 생물학, 진화 심리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세월 쌓아올린 연구 성과를 인문학자의 시각에서 사유한 결과를 풀어내고 있어 역시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미묘한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끈이론을 연구하는 과학자 그룹을 이끌고 있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레너드 서스킨스 교수는 <우주의 풍경; http://blog.joinsmsn.com/yang412/12797504>을 통하여 우주를 이루는 기본물질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들이 초미세하게 조정되어 우주가 시작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주의 풍경>에서 우주를 이루는 기본물질인 소립자와 이들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수학적 함수와 관련된 물리학적 모형이 1차원의 끈이라는 주장을 설명하고,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와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우주 이외의 우주가 실재한다는 다중우주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풍경개념과 메가버스의 개념을 이끌어낸 끈이론에 따르면 우주에는 수학적으로 모순이 없고, 우아하고 유일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우주는 10,500개나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스킨스교수의 주장은 끈이론을 바탕으로 한 설명이란 점을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회의주의자들은 양자역학이나 대폭발 우주론의 이론이 확실한 근거 위에 세워진 정상과학으로 인정하고 있는 반면, 초끈 이론이나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아직은 이론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마이클 셔머 지음, 과학의 변경지대; http://blog.joinsmsn.com/yang412/12502415)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는 천문학자가 쓴 우주의 시원에 관한 설명을 담고 있습니다. 우주생물학자이며 아리조나대학교 천문학과 교수인 크리스 임피교수는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하는 의문에 답을 하기 위하여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우주의 시작이라고 하는) 빅뱅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우리는 어떻게 우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저자는 서문에서 “나는 미로 속의 미로를 생각했다. 과거와 미래, 그리고 별까지 어찌 이어지는 복잡한 미로를”이라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글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연과학을 하시는 분들이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담은 책을 좋아합니다. 딱딱할 수 있는 자연과학의 성과가 독자들에게 보다 쉽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보르헤스의 작품들 가운데 미로를 모티프로 한 것이 적지 않습니다. 저자가 인용한 보르헤스의 말을 찾으려고 <픽션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78043>과 <알레프;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79477>를 다시 읽어보았지만 임피교수가 인용한 문구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1899년 태어나 1986년 사망한 보르헤스가 작품을 통하여 다중우주의 개념을 다루었다는 점이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르헤스는 단편 ‘바벨의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들이 ‘도서관’이라고 부르는 우주는 육각형 진열실들로 이루어진 부정수, 아니, 아마도 무한수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알레프, 97쪽)

 

임피교수는 가까운 달을 거쳐 태양계여행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들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데, 지속적인 충돌 암석핵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주변에 있는 수소와 헬륨을 끌어 모아 거대한 기체행성을 만들었다는 핵부착이론이라는 표준이론이 있고, 거대한 기체행성들이 기체 원반 안에서 중력 씨앗을 중심으로 바로 수축하여 만들어졌다는 중력수축이론이 경쟁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천문관측결과를 토대로 모성(母星)이 없이 독립적으로 기체와 성간 먼지구름에서 만들어진 다음 항성계에 편입되는 경우도 있다는 새로운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카오스는 행성계의 기본적인 성질이지만 태양계는 이미 수십억년 동안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세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절대 알아낼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태양계 밖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항성계를 관측한 결과로 유추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1부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 할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저자는 별들의 모임인 은하에 대한 설명으로 2부 ‘멀리 있는 세계’를 시작합니다. 풍부한 사진자료는 이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은하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저자는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소용돌이 은하(M51)의 정면사진을 싣고 있습니다. 별들이 거대한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모습은 손바닥만한 사진으로 보아도 전율을 느낄만합니다. 우리 은하를 포함한 나선은하는 형태가 없는 기체 구름에 중력이 작용하여 만들어졌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우주의 구조를 설명하는데, 현 시점에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3부에서 빅뱅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팽창하는 우주의 변두리, 즉 처음 우주가 열리는 시점에 만들어진 별에서 나온 빛을 우리가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주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을까요? 만약 우주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면 우리는 결코 최초의 빛을 볼 수 없는 것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현대 우주론에서 망원경은 타임머신이고 천문학자들은 우리의 기원을 찾아서 과거를 탐색하는 시간여행자들이다.(253쪽)”라고 합니다. 빅뱅이론은 관측을 통하여 얻은 결과들과 1964년 확인된 우주 배경복사를 통하여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설명하는 가장 훌륭한 이론으로 자리매김이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랄프 알퍼, 로버트 허먼과 협력하여 빅뱅 핵합성(BBN)을 소개한 조르주 르메트르는 가톨릭교회의 사제였다는 점입니다.

 

빅뱅이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한 점에 집중되어 있다가 확산을 시작한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진화해가는 과정을 제대로 묘사할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저자의 설명을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은 허블팽창, 은하와 퀘이사의 진화, 가장 결정적인 초단파 우주 배경복사, 그리고 우주 가벼운 원소들 특히 헬륨의 양이 빅뱅이론을 지지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반면, 몇 가지 문제와 한계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가 왜 편평한지, 왜 매끄러운지, 왜 고르지 않은지, 우주에 이상한 입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 우주가 왜 팽창하고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왜 우주에 복사가 많고, 물질은 조금밖에 없고, 반물질은 사실상 거의 없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천문관측의 결과 빛의 적색편이를 조사해보면 우주가 가속팽창하던 시기가 있었는가 하면 감속팽창하던 시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우주의 가속팽창은 중력에 반대되는 암흑에너지가 작용하여 시공간을 빠르게 팽창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것 이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하니 우주물리학의 한계라고 하기보다는 현재의 수준에서 관측의 한계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저자들은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하는 의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우주의 끝은 우주가 시작된 이후 빛이 여행한 거리와 같다. 이것은 137억년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가 정지해 있을 때의 값이다. 그 계산에는 감속되었다 가속된 우주 팽창의 역사가 포함된다. 우주는 지난 137억년 동안 풍만하고 관능적인 모습을 드러내왔다. 그 결과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경계까지의 거리는 약 460억 광년으로 허블 공간까지의 거리보다 3배나 더 멀다. 우주론에서는 이것을 입자의 지평선이라 부른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한계지점이다.(289쪽)” 우주의 역사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137억년의 3배가 넘는 460억년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현실과 비교해보면 우리의 모든 과학은 원시적이고 유치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이다.”라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여 우리의 과학은 아직 성숙하지 못했지만 인류는 아직 젊은 종족이고 우리의 여행은 이제 시작한 것이라고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각 장의 앞뒤에 있는 짧은 글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내용일까 싶습니다만, “고향의 현재 모습보다는 과거의 모습을 볼 수밖에 없는, 점점 먼 곳으로 여행하는 사람의 모습을 시각화 한 것”이라는 저자의 설명을 읽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 임피교수가 안내하는 우주의 시원으로 가는 여행은 그의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덕분에 유익하고 재미있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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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소설 전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0
이상 지음, 권영민 엮음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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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300번째 작품으로 선정된 <이상 소설 전집>에는 이상이 남긴 열 세편의 소설을 모두 수록하고 있습니다. 작품들은 <지도의 암실, 1932> <휴업과 사정, 1932> <지팡이 역사, 1934> <지주회시, 1936> <날개, 1936> <봉별기, 1936> <동해, 1937> <종생기, 1937> <환시기, 1938> <실화, 1939> <단발, 1939> <김유정, 1939> <십이월 십이 일, 1920>의 순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작품들은 발표된 순서대로 수록되어 있지만 유독 이상의 첫 번째 소설인 <십이월 십이 일>을 제일 끝에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153쪽이나 되는 부피때문이었을까요?

 

제목을 살펴보니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116쪽)”로 끝나는 <날개>를 제외하고는 읽은 기억도 내용을 들은 적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근대문학작품들을 천착해보지는 못했지만 읽는 흉내는 내보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금으로부터 백여년 전 사람들의 삶을 읽어낼 자신이 없었던 지, 첫 작품을 읽기 전에 작품해설을 먼저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제 기억에도 작품해설을 먼저 읽는 책읽기를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작품을 옮기신 권혁민교수님은 작품해설의 모두에 이상의 작품 <십이 월 십이 일>의 한 구절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나는 죽지 못하는 실망과 살지 못하는 복수, 이 속에서 호흡을 계속할 것이다. 나는 지금 희망한다. 그것은 살겠다는 희망도 죽겠다는 희망도 아무 것도 아니다. 다만 이 무서운 기록을 다 써서 마치기 전에는 나의 그 최후에 내가 차지할 행운은 찾아와 주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무서운 기록이다. 펜은 나의 최후의 칼이다.(397쪽)” 스무살 청년 이상이 최후의 칼인 펜으로 기록해낸 무서운 소설을 통하여 후세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이상이 살았던 시절은 조선왕조의 봉건통치가 일제의 식민지배로 이어지면서 대중의 삶은 여전히 피폐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상의 소설작품은 별나지 않은 사람들의 하찮아 보이는 일상들이고 그 일상들은 특별한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시나브로 마무리되는 것 같습니다. 기승전결이 없는 탓인지 읽으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거나 가슴이 조이는 듯한 긴장감을 느낄 겨를조차 없어 맥이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짚고 싶은 것은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도 있을까 싶은 복잡해보이면서도 대범해 보이는 인간관계가 그때 당시에는 과연 가능했을까 싶은 부분입니다. <동해>에 등장하는 화자와 윤(尹) 그리고 임(姙)이의 노골적인 삼각관계. 그런가 하면, “영원히 선생님 ‘한 분’만을 사랑하지요. 어서 어서 저를 전적으로 선생님만의 것을 만들어 주십시오. 선생님의 ‘전용(專用)’이 되게 하십시오(167쪽).”라는 편지를 보낸 <종생기>의 정희가 사실은 S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알고서는 무너지는 자신을 버텨보려 안간힘을 쓰기도 하고...

 

밝아 보이지 않는 그의 작품들에서 언뜻 죽음의 그림자가 읽히기도 합니다. 실제로 <단발>에서는 선이와 동반자살을 그리면서도 그녀가 수락할 것 같지 않아 “혼자 죽을 수양을 허지”라고 스스로를 달래기도 하지만 사실은 “죽음은 식전의 담배 한 모금보다도 쉽다. 그렇건만 죽음은 결코 그의 창호를 두드릴 리가 없으리라고 미리 넘겨짚고 있는 그였다.(223쪽)”고 미리 못박고 있는 것으로 보아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는 만용은 부리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이상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요즈음에도 만날 수 있으려나 생각을 해보면 사람 사는 것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워낙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이 다양할 수 있으니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초벌 읽기에서 작품 속에 쉽게 녹아들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는 책읽기였습니다.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이 생경해보인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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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 윌리엄 캘빈이 들려주는 인간 지능의 진화사 사이언스 마스터스 12
윌리엄 H.캘빈 지음, 윤소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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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캘빈교수의 <생각의 탄생>을 읽기 시작하면서 든 의문은 “생각이란 무엇일까?”였습니다. 옮긴이는 “이 책은 뇌에서도 특히 대뇌 반구와 관련있는 생각 그리고 지능이 어떻게 기능하는가 하는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5쪽)”고 적고 있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리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2장 ‘만족스러운 추측의 전개’에서는 제임스 굴드와 캐럴 그랜트 굴드가 쓴 <동물의 마음>에 나오는 “선천적인 정보 처리과정, 본능적 행동, 내적 동기와 본능적 욕구, 선천적으로 유도되는 학습, 이 모든 것은 분명 동물의 인식 능력 범위에서 가장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생각이나 판단, 결심과 같은 우리 정신활동의 보다 심원한 영역을 이루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생각은 무엇일까?”라는 구절을 인용하고 있지만, 생각이 무엇인지 똑 떨어지는 답을 찾을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에둘러 설명하고 있는 인간의 지능과 언어능력, 기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생각일까요?

 

몇 가지 힌트를 모아보면, 2장을 통하여 저자는 인간의 지능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학습속도가 빠르다는 점, 유연성과 창조성이라는 점, 논리적으로 추론한다는 점, 미래에 대하여 세세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장에서 “자신이 보았다고 생각한 것의 일부는 실은 기억으로 채워진 것이다.(85쪽)”는 구절을 읽을 수 있습니다. 5장의 제목은 '지능의 토대로서의 통사론‘입니다. 여기에서 저자는 “통사론이 사람다운 지능을 판가름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통사론이 없다면, 우리는 침팬지보다 영리할 것이 없다.(128쪽)”고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즉 언어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며, 생각의 경계를 확산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진행되는 진화’라는 제목의 제6장에서 저자가 남겨놓은 결정적 단서를 놓칠 뻔 했습니다. “사고는 감정과 기억의 조합으로 나타난다. 아니, 어떻게 보면 생각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그리고 어쩌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움직임이다. 생각은 대부분 순식간에 덧없이 흘러가 버린다.(211쪽)” 그리고 보면 저자가 사용한 사고(思考)라는 단어가 바로 생각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기억에 대하여 강조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장기기억이 ‘시’공패턴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 공간패턴이 시공패턴으로 전환되는가를 가르쳐 주는 많은 사례를 알고 있다. (…) 단기 기억은 활동중인 시공패턴(심리학 문헌에서 ‘일하는 기억’으로 일컬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순각적이며 공간적이기만 한 패턴 일 수도 있다.(215쪽)”

 

제7장 ‘지적 행동의 진화에서는 대뇌 피질의 뉴런의 활동으로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지능과 언어의 비약적 발전을 불러일으켰을 후보들을 가지고 있다. 다윈기계 그리고 피질과 피질 사이의 연결이 그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약 25만년 전, 혁신이 어려운 호모 에렉투스 문명이 호모 사피엔스의 끊임없는 변화하는 문명으로 진화하도록 한 동인이었을 수 있다.(281쪽)” 즉 신경세포가 담겨 있는 대뇌피질의 용적이 커지고 신경세포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복잡해져 상호작용의 종류가 다양해진 것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정리를 해보면, 저자는 인간의 삶이 다른 동물들과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 즉 ‘생각’이란 지적 활동이 탄생하게 된 원인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인문학적 자료들을 인용하여 독자의 생각의 날개를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혹시 지나치게 현학적이라는 느낌을 가지는 분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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